'연속극'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9.20 연예블로거는 매일 테레비만 보고 살까? by 파비 정부권
  2. 2009.09.28 '아부해' 보던 우리 딸, "여자의 직감?" by 파비 정부권 (12)

어떤 저의 지인은 저에게 그렇게 물어보더군요. "야, 너는 어떻게 그렇게 매일 테레비만 보고 살 수 있냐?" 좀 황당한 질문이긴 했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어 이렇게 대답해주었습니다. "아, 내가 블로그에다 거의 테레비 연속극 이야기만 쓰니까 그리 생각하는 모양인데, 사실 나 테레비 잘 안 봐."

제가 어제 <걷는사람들>이란 모임에서 매월 한 번씩 열리는 걷기 행사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남은 주당들과 한 잔 하며 그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나는 퇴근하고 집에 가면 하는 일이 거실에 드러누워 리모콘 들고 요리조리 돌리는 거 말고는 하는 게 없어요."

그러니까 이분 말씀은 리모콘에 대한 독점적 권리가 자기에게 있다는 말씀인데, 이는 다른 말로 풀어서 해석해 드리면 이런 것입니다. "나는 집안의 가부장으로서 설겆이나 청소 이런 건 절대 안 하고 오로지 테레비만 눈에 넣는다." 그래서 제가 얼른 "아이구, 아버님!" 하고 일어서서 큰절을 올렸던 것입니다. 


그분이 어떤 전통적 가부장제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고리타분하고 전형적인 한국남자라든가 하는 것은 오늘 이야기의 주제와는 거리가 멉니다.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테레비 이야기입니다. 어쨌거나 이 고리타분한 가부장제도의 추종자는 퇴근하고 집에 가면 하는 일이 테레비 보는 것 말고는 없다는 것입니다. 

아마 제가 추정해보건대 다른 한국 남자들도 사정은 거의 비슷할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제가 아는 많은 친구들 중에도 집에서 하는 일은 테레비 보는 일 말고는 별로 없을 듯합니다. 신문도 잘 보지 않는데 책을 보고 앉아 있을 리는 만무합니다. 가족들과 사이좋게 대화를 한다? 그런 일도 상상이 안 갑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퇴근하고 나면 당구도 치고 노래방에도 가고 그러겠지요. 아니면 공원도 거닐고, 아하, 우리 동네엔 거닐 공원이 없군요. 아무튼 젊은이들은 나이든 사람들에 비해 그래도 하고 놀 일이 꽤 있습니다. 그러나 3~40대의 늙지도 젊지도 않은 어중개비들은 참 할일이 없습니다.

술먹고 놀면 되지 않냐구요? 맞습니다. 3~40대에게 가장 어울리고 현실적이라 할 만한 놀이는 바로 술먹는 놀이입니다. 실제로 많은 3~40대 놀이의 주종목은 술먹기입니다. 물론 당구를 치기도 하고 가끔 볼링도 칩니다만, 그것도 다 술먹기 운동을 위한 준비운동입니다. 

그러나 술먹기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 그짓만 하고 놀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술 먹을 일도 없는데 달리 하고 놀 일은 없습니다. 그럼 어디 가서 무얼 하느냐. 일찍 집으로 들어가 가부장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권리, 리모콘 독점권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이제 겨우 기성세대에 편입된 아직은 싱싱한 젊은이들은 테레비보다는 인터넷을 더 즐기겠지요. 그러나 역시 40대 이상의 젊지도 늙지도 않은 어중개비들에겐 테레비보다 친숙한 도구는 없습니다. 그들 중에 인터넷과 친하게 지내는 인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너는 하루에 테레비를 몇시간이나 보는 거지?" 글쎄요. 제가 하루에 테레비를 몇 시간이나 볼까요? 사실은 저도 제가 하루에 테레비를 몇 시간이나 보는지 계산해본 적이 없어서 감감하군요.

그러나 그 계산이 무슨 미적분 문제도 아니라…, 계산해보니 하루 평균 1시간이 채 안 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월화미니시리즈와 수목드라마 60분씩 4일 하니까 240분입니다. 여기에다 일일드라마 황금물고기 30분씩 5일 하면 150분, 해서 390분, 이걸 다시 7일로 나누니 55.7분입니다.

<황금물고기>가 흥미가 있어 최근 보기 시작했지만 원래 일일드라마는 보지 않습니다. 예전에 <너는 내운명>(주인공이 소녀시대의 윤아였지요)이란 제목의 드라마 때문에 일일드라마를 끊었었지요. 제 기준에서 <너는 내운명>은 완벽한 막장드라마였습니다. 무엇보다 앞뒤가 안 맞는 시나리오가 막장이었죠.

잘 보지 않는 일일드라마를 뺀다면 실제로 하루에 테레비를 보는 시간은 겨우 30분 남짓입니다. 이마저도 잦은 술 모임 때문에 빠질 경우가 많습니다. 블로그에 포스팅을 해야 하므로 이런 경우엔 컴퓨터로 다시보기를 하긴 합니다만. 어쨌든 저는 평균적인 남자에 비해 테레비를 거의 안 보는 편입니다. 


전에는 이보다 테레비를 보는 시간이 더 많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테레비를 볼 일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겁니다. 예전에는 뉴스를 보기 위해 반드시 9시에는 테레비 앞에 앉았지만, 지금은 9시 뉴스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보지 않습니다. 

인터넷으로 웬만한 뉴스는 이미 9시 뉴스에 나오기 전에 다 봤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김태호 총리후보가 낙마했다는 소식도 테레비보다는 인터넷에서 먼저 알게 됐습니다. 그것도 거의 실시간으로 말입니다. 요즘 가장 빠른 뉴스매체는 트위터죠.

김태호씨가 총리후보가 될 거란 소문도 이 트위터에서 가장 먼저 나왔습니다. 심지어 트위터를 보고 기사를 쓰는 신문사 등 언론들도 많이 늘었습니다. 이제 트위터를 하지 않으면 소위 낙종으로 인한 책임추궁도 면할 수 없을지 모르는 시대가 됐습니다. 

아무튼, TV 연속극 리뷰를 주로 쓰는 연예블로거라고 해서 하루 종일 테레비 앞에 앉아 있는 것은 아니란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특히 저 같은 케이스는 하루에 겨우 30분에서 1시간 정도 테레비 앞에 앉아 있기도 매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어제는 일요일이었지만, 저는 단 1분 아니 10초도 테레비를 보지 못했습니다. 왜냐구요? 테레비가 없는 곳에서 하루 종일 놀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테레비 보는 시간을 조금 늘릴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연예블로거로서의 정체성에 좀 더 충실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한가위가 지나고 나면 TV를 더 많이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주로 드라마가 되겠죠. 그래봐야 평균으로 계산하면 겨우 몆 분 혹은 몇 십분 더 보는 게 되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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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우리 아들은 연속극을 즐겨 보지 않습니다. 개콘도 잘 안 봅니다. 대신 소비자고발이나 무한지대 같은 프로를 좋아합니다. 미녀들의 수다도 잘 보고요. 좀 특이한 놈입니다.  

우리 딸은 애비를 닮아 연속극을 무지 좋아합니다. 좋아할 뿐만 아니라 다음 장면을 맞추는 것도 지 애비를 닮았습니다. 제가 좀 그렇습니다. 연속극을 보다 보면 미래의 줄거리까지 대충 꿰고 있습니다. 옆에서 같이 보던 마누라가 말합니다.

"고마 연속극 작가로 나서지."
그렇지만 그건 아니죠. 작가들에 대한 모독도 정도가 있어야겠지요.

지난 주 선덕여왕은 글쎄 결정적인 것까지, 그러니까 삼국통일 정도야 누구든 생각할 수 있는 것일 수 있다고 쳐도, 덕업일신 망라사방까지 맞춘 건 저도 사실 의외였지요. 하여간 제가 대충 그렇습니다. 선덕여왕뿐만이 아니라 연속극 볼 때 그런 게 재미있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딸도 저를 쏙 닮았습니다.

오늘 조금 전에 kbs드라마 <아가씨를 부탁해>가 끝났는데요. 아가씨가 서 집사에게 소원을 하나 들어달라고 부탁합니다.
"서 집사, 내가 연설 잘 하고 나면 내 소원 하나 꼭 들어줘야 돼. 전에 한 가지 소원 들어주기로 했잖아."
서 집사가 그 소원이 뭔지 궁금하다며 지금 당장 말해달라고 보챕니다. 그때 우리딸이 잽싸게,

"그건 내가 알지. 집사 그만두지 말고 계속 남아달라는 거잖아."

딩동댕♬

흐흐~ 부전딸전이었습니다요.

위 이야기는 지난주에 블공(경남블로거공동체) 까페에 올렸던 글이에요. 그리고 엊그제 다시 우리 부녀는 함께 나란히 앉아 <아가씨를 부탁해(아부해)>를 보았답니다. 그런데 드라마에 한참 열중하던 딸이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아빠, 나는 아무리 봐도 아가씨하고 이 변호사는 안 어울리는 거 같아. 변호사가 뭐 저래. 아가씨는 서 집사하고 잘 어울려. 그리고 서 집사하고 결혼했으면 좋겠어. 이 변호사는 여의주하고 결혼하고. 태윤 씨는 의주 씨와 어울리는 것 같아. 아니야, 틀림없이 그렇게 될 거야."

사실은 제 마음도 똑같습니다.
"그런데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는데?" 

"여자의 놀라운 직감이야." 

뭐, 이 정도면 결론 난 거지요. 우리 딸애는 이제 겨우 초등학교 2학년이에요. 초딩 2년차의 눈에 그렇게 비쳤다면 그렇게 되는 겁니다. 왜냐고요? 물론 우리 딸애가 말한 여자의 직감 때문만은 아니랍니다. 무엇보다 초딩의 눈에도 보일 만큼 결말이 단순하다는 게 이유지요. 


<아부해>는 코믹멜로드라마잖아요? 그렇다면 단순한 게 좋지요. 이런 드라마가 복잡하면 피곤하잖아요? 멜로에도 적당한 긴장은 필요하겠지만 도를 넘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부해>를 즐기는 시청자들은 복잡한 긴장보다는 편안한 가벼움을 선택한 것이라고 봐요. 명화극장을 보는 게 아니니까요.  

아, 여기서 잠깐 제 변명 하나 하고 넘어갈게요. 제가 우리 딸애와 드라마를 함께 보는 것은 제 의도는 절대 아니랍니다. 저도 애 엄마에게 많이 혼난답니다. "도대체 애 데리고 만날 그런 연속극이나 보고 뭐 하자는 게냐"는 핀잔을 귀가 따갑도록 듣습니다. 그렇지만 굳이 보겠다는 애를 말릴 재간이 없죠.  

아, 이거 그런데 정말 큰일 났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서집사와 아가씨가 키스를 하고 있군요. 좀 어설프긴 하지만. 다른 블로거들의 비평처럼 확실히 어설픈 게 맞네요. 그렇지만 원래 처음 키스하는 장면이란 다 어설픈 거 아닐까요? 아니, 어설퍼야 되는 거 아닐까요? 너무 노련하면 그거야말로 정말 문제가 있는 거지요.

서 집사는 제비 출신이라면서 저리도 어설픈 걸 보면 순진한 제비였나 봐요. 딸과 함께 연속극을 보는 저로서는 그 어설픔이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지요. 하여간
마누라 등살이 무서운 저는 일부러 과장된 모션을 취합니다. 아이의 두 눈을 손바닥으로 가리기에 바쁩니다.

"야, 너는 이거 보면 안 돼. 보지 마, 보지 마."
그러면 딸애는 몸을 이리저리 비틀면서 어떻게든 보려고 안달입니다.
"아빠, 이번 한 번만 보자. 다음부턴 안 볼께. 하하하, 한 번만 보자."
기어이 보겠다는 녀석을 이길 방법은 없습니다.
"와, 분위기 참 좋다."

어쨌든 우리 부녀의 바람은 결국 이루어려나 봅니다. 그런데 요즘 윤은혜가 욕을 좀 먹는 모양이에요. 연기력 논란에다 발음이 부정확하다는 비판까지…, 의견도 다양하더군요. 심지어 "자막을 부탁해"란 조소까지 나오고 있네요. 그러나 모든 드라마가 뛰어난 연기자들로만 채워질 수는 없습니다. 가끔 연기보다는 이미지를 내세운 배우도 필요한 법이지요.

다음(daum)이미지

그렇다고 연기자로 전업한 윤은혜가 계속 이미지에만 매달리라는 것은 아니에요. 윤은혜도 연기자가 된 이상 연기로 승부를 걸어야겠지요. 그러나 이 드라마, <아부해>에서 윤은혜의 이미지는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윤은혜의 단순하고 화려한 이미지가 아니었다면 과연 이 드라마가 이 정도라도 선방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에요. 

역시 우리 부녀는 단순한 모양이에요. 초두에서 보여드린 대화에서 보셨듯이 우리 부녀는 확실한 윤은혜 편입니다. 윤상현(서집사)과 윤은혜(아가씨)가 잘 되길 바랄 뿐만 아니라 여의주(문채원)는 좀 빠져 주었으면 하는 바람마저 있답니다. 그러면서 그에 대한 대책으로 여의주와 이태윤(정일우)을 짝 지워줄 생각까지 하는 것도 저와 딸애의 마음이 똑같습니다. 

단순한 만큼 작가가 그려주는 단순한 이미지에 잘 동화하는 편이지요. 가끔은 그게 행복할 때가 있답니다. 머리를 텅 비우고 <아부해>를 볼 때처럼 말입니다. 그러니 텅 빈 머리로 봐야 할 드라마를 너무 진지하게 따져가면서 본다는 것도 사실은 참 피곤한 일이에요. 아가씨는 선덕여왕이 아닌데도 말이죠. 

아무튼 여자의 직감이 어떨지는 계속 지켜봐야겠네요. 그냥 직감도 아니고 '놀라운' 여자의 직감이라니…. 그런데 써놓고 보니 제목을 <'아부해' 윤은혜를 위한 변명>으로 하는 게 더 어울릴 뻔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흐흐흐~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