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여왕'에 해당되는 글 10건

  1. 2011.02.01 역전의 여왕, 구질구질 재결합 결말은 최악이다 by 파비 정부권 (47)
  2. 2011.01.19 역전의 여왕, 김남주 남편 정말 짜증난다 by 파비 정부권 (8)
  3. 2010.12.02 전설의 여왕 구용식과 최철원, 누가 돌연변이일까요? by 파비 정부권 (11)
  4. 2010.12.01 역전의 여왕, 꼭 이혼시켜야 되나 by 파비 정부권 (6)
  5. 2010.11.23 역전의 여왕, 봉준수 딱 걸렸네! 그러게 왜 거짓말을... by 파비 정부권 (3)
  6. 2010.11.17 역전의 여왕이 슬픈 드라마인 이유 by 파비 정부권 (5)
  7. 2010.11.03 역전의 여왕, 한상무는 노처녀 히스테리? by 파비 정부권 (3)
  8. 2010.11.02 '역전의 여왕' 희망퇴직과 명예살인, 뭐가 달라? by 파비 정부권 (4)
  9. 2010.10.27 ‘역전의 여왕’은 ‘직장인 잔혹사’ by 파비 정부권 (6)
  10. 2010.10.26 '역전의 여왕' 구조조정? 결혼이 무슨 죄냐? by 파비 정부권 (5)
역전의 여왕. 역시 슬픈 드라마였네요. 저는 역전의 여왕 포스팅 할 때마다 늘 슬픈 드라마란 점을 꼭 강조하곤 했었는데요. 코믹멜로(제가 장르 구분에 무지해 이렇게 분류해도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를 두고 왜 슬프냐고 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어쨌든 슬펐거든요.

이 드라마의 주요 메뉴가 무엇이었지요? 물론 남녀 간의 사랑도 있고 샐러리맨들의 애환도 있고 또 무엇도 있지만, 그러나 알게 모르게 배경에 깔려있던 것은 이른바 명퇴(혹은 희망퇴직)라고 불리는 정리해고, 기러기 아빠, 부조리한 직장문화 이런 것들이었어요. 모두 구질구질한 것들이죠.

부조리한 직장문화부터 이야기해 볼까요? 황태희는 연봉 6천만 원 이상을 받는 기획개발실 팀장이었죠. 그런 그녀가 하루아침에 과장으로 좌천되는 사건이 일어나는데요. 바로 결혼 때문이었어요. 황태희가 대단한 실력파란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이죠. 그녀를 자른 한상무조차도. 

▲ 황태희. 누구를 위해, 또는 누구 때문에 울고 있는 걸까요? 분명한 건 봉준수 때문은 아니죠.


한상무는 40대 중반을 훌쩍 넘긴 나이인데도 아직 미혼이에요. 그녀는 일과 사랑 혹은 가족, 이 두 가지를 다 가지는 것은 난센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왜 그런 사고방식을 갖게 되었는지는 미지수지만, 아마도 사랑에 실패한 쓰디쓴 경험이 있거나 아니면 아예 사랑할 줄 모르거나 거부하는 것일 수도 있겠죠.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황태희를 그렇게 무 자르듯 자를 수 있는 건가요? 안 되죠. 이런 일은 그 이후에도 계속 일어나는데요. 황태희가 물러난 자리에 그 밑에 부하로 있던 백여진이 팀장으로 앉았어요. 그리고 나중엔 백여진 밑에 있던 봉준수가 팀장이 되고 백여진은 다시 과장으로 강등되었거든요. 

이걸 좋게 해석하면 팀원들이 돌아가면서 팀장을 하는 아주 민주적인 제도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은 다들 아시다시피 그런 게 아니지요. 오로지 인사권자인 사장이나 상무의 독단에 의해 자리가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일 뿐. 이런 걸 정상적인 조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이 비정상도 어디까지나 엄연한 현실.  

어떻게든 줄을 잘 서서 살아남으려는 치열한 노력들, 그것도 현실이고요. 이런 문화 속에서 상급자의, 인사권을 가진 자의 독단과 전횡이 일어나지 않는 게 이상하죠. 그들은 직원들을 자기 집 종처럼 부리기도 하는데요. 백여진 팀장이 이사할 때 팀원들이 앞 다퉈 짐을 나르던 장면 기억나시죠? 

이런 장면은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얼마 전, 국무총리 후보로 인사청문회에 나섰던 김태호 씨도 경남도지사 시절 도청 직원을 사적으로 가정부나 식모처럼 부렸다 해서 문제가 된 적이 있었죠. 결국 그는 그 때문에 국무총리 문턱에서 낙마하고 말았었지요.

정리해고도 이 드라마의 주요 메뉴였지요. 이 이야긴 길게 하고 싶지 않군요. 정리해고로 인해 자살하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혹시 알고들 계신지 모르겠네요. 쌍용차에서 정리해고 된 분들 중에 1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이 중에는 고통을 견디지 못한 가족도 있어 슬픔이 더 컸지요. 

우리 마을에도 한 분이 작년에 목숨을 끊었는데요. 이분은 대림차에 20년 넘게 근무하다 소위 희망퇴직이란 걸 당하고 나서 살 길이 막막해지자 자살을 선택했다고 하더군요. 그렇군요. 흔히들 정리해고를 희망퇴직, 명예퇴직 이런 좋은 말로 부르더군요. 참 듣기 좋은 말이네요. 희망. 명예. 

퀸즈에서 희망퇴직을 종용받은 사람들 중에는 목영대 부장도 있었지요. 그는 기러기 아빠였어요. 그런 그가 희망퇴직 바람이 부는 와중에 간암 선고를 받았어요. 6개월 시한부 인생이 된 거죠. 그는 미국에 가 있는 아이들과 아내의 생활비와 학비를 보내기 위해 절대 희망퇴직 당하면 안 되는 사람이었어요. 

그런 그에게 간암 선고와 함께 내려진 또 하나의 죽음의 선고, 그것은 바로 희망퇴직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정리해고였어요. 당연히 그는 절망했겠죠. 그때 사실 구용식 본부장이 특별기획팀이란 걸 만들어 거기서 6개월간 능력을 인정받을 기회를 주겠다는 구상을 한 것은 그에겐 구세주를 만난 것과 같은 일이었죠.

▲ 추운 날씨에 현장조사에 열심인 특별기획팀원들. 목부장은 결국 죽었지만, 그의 마지막은 감동이었다.


어쨌든 6개월 시한부 인생이니 어떻게든 회사를 다니다 죽으면 보상금이라도 받아서 아이들과 아내를 위해 좋은 일이 아니겠나, 내가 마지막으로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그거 아니겠나, 그런 생각을 한 거죠. 목부장은 결국 오늘 죽고 말았네요. 물론 그는 허망하게 죽은 것은 아니었어요.

구용식 본부장과 특별기획팀은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그러면서 서로에 대한 인간적 신뢰도 쌓을 수 있었죠. 그들은 한때 점심 먹으러 회사에 나온다는 사람들이었지만, 이젠 진정한 직장인으로 다시 태어났어요. 그들은 승리한 것이에요. 그 승리의 주역 중에 목부장의 역할이 엄청 컸음은 두 말 할 필요가 없고요.

단순히 아이들과 아내를 위해 특별기획팀에서 일하다 죽겠다던 목부장이었지만, 그는 인생의 마지막을 정말 보람차게 장식하고 떠났던 것이에요. 그는 정말 멋진 인생을 살다 갔어요. 모두들 그를 그리워하는 것만 봐도 우린 알 수 있죠. 이쯤에서 목부장님의 명복을 아니 빌어줄 수가 없군요. 잠깐 고인을 위해 묵념~~~

그런데요. 역전의 여왕이 내일이면 끝나는데요. 제가 가장 슬플 것만 같은 일이 무언지 아세요? 다름 아닌 황태희와 봉준수가 다시 합친다, 뭐 그런 쌍투적인 스토리가 되는 거예요. 제가 상투적인이라고 하지 않고 쌍투적인이라고 불만을 표시하는 걸 보면 아시겠죠. 제가 이들의 재결합을 얼마나 반대하는지.

이들을 재결합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뻔한 건데요. 아이들 때문이죠. "하하하, 애들 때문에라도 얘들은 다시 합칠 수밖에 없어." 자신만만한 봉준수의 어머니가 그 중 한사람이에요. 황태희의 어머니도 별로 내키진 않지만 "애들 때문에 할 수 없지" 이런 태도거든요.

두 번째는요, 아니 이혼녀는 뭐 사람도 아닙니까? 왜 떳떳하게 자기 갈 길을 못 간단 말입니까? 아, 저도 처음엔 봉준수와 황태희의 이혼을 반대했던 1인입니다. 그러나 일단 이혼을 했고, 이혼 이후에 엄청나게 큰 사정변경이 생겼다 이 말입니다. 어쨌든 지금 황태희의 마음속엔 봉준수가 아니라 구용식이 들어있어요.

그런데 다시 합치라고요? 이건 황태희나 봉준수나 구용식이나 모두에게 불행이에요. 이래선 안 되지요. 그러고 황태희가 이혼녀라고 해서 구용식과 결혼 못할 이유가 또 뭐가 있죠? 아, 구용식은 재벌의 아들이고 사장이 될 몸이기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면 안 된다고요? 네, 그게 바로 주장의 요지 같은데요. 

▲ 구용식과 황태희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만약 그런 걸 빌미로 황태희와 구용식을 갈라놓는다면 이 드라마 작가는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만약에 이혼한 봉준수와 백여진이 결혼했다면 어땠을까요? 제가 보기엔 이 장면에선 그렇게 큰 저항이 없었을 것 같아요. 작가도 딱히 반대할 명분을 찾지 못했을 거고요.  

일단 내일 지켜보기로 하지요. 구태의연하게 "애들 때문에 어쩔 수 없어" 하면서 구질구질한 재결합 모드로 가는지, 아니면 당당하게 각자의 마음이 정하는 대로 깔끔 모드로 가는지. 저는 물론 황태희가 어떤 압력이나 구속도 없이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자기 인생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그거야 뭐 엿장수 마음이라는 말도 있듯이 작가님 마음이겠죠. 어차피 내일 하루뿐이니까. 끝나고 나서 누가 따질 일도 아니고.
Posted by 파비 정부권

제목에다 김남주 남편 정말 짜증난다, 라고 써놓고 가만 생각해보니 김승우가 기분 나쁘겠다. 그러나 그래도 어쩌랴. 잘난 마누라하고 살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게 예의다. 황태희 남편 정말 짜증난다, 이렇게 쓰려고 하다가 그냥 김남주로 갔다. 김남주가 좋으니까.

황태희 남편 봉준수, 정말 짜증나

그러나 지금부터는 황태희로 가기로 하자. 처음에 나는 황태희와 봉준수가 이혼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혼이 무슨 애들 장난인가. 그러나 둘을 이혼시키고 황태희와 구용식, 봉준수와 백여진의 4각관계를 만들어 재미를 주려는 작가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했다.

그리고 둘은 한 달인지 석 달인지는 모르겠지만 숙려기간이 끝나고 나면 이혼서류는 휴지조각이 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그저 예전처럼 행복하게 살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그게 아니다. 돌아가는 꼴이 이상하다. 뭔가 잘못됐다.

▲ 봉준수

황태희와 구용식이 진짜 연애감정에 빠졌다. 구용식의 짝사랑 정도로 끝날 줄 알았던 불장난에 제대로 불이 붙어버렸다. 황태희의 감정도 갈팡질팡한다. 지금 그녀의 감정은 대체 무엇일까? 연민? 동정? 아니다. 내가 보기엔 황태희도 확실히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 순간 그런 황태희를 지지한다. 또한 구용식의 사랑도 지지한다. 이제 구용식은 짝사랑을 할 필요가 없다. 둘은 본격적으로 떳떳하게 사랑을 나누면 될 일이고 그래야 한다. 이혼녀? 그게 무슨 주홍글씨라도 되나.

이혼녀가 무슨 주홍글씨냐

그렇다. 이혼은 주홍글씨가 아니다. 황태희가 봉준수와 다시 합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완전 전근대적인,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고리타분한 발상일 뿐이다. 물론 봉준수의 부모는 그렇게 바랄 수도 있다. 황태희의 엄마도 마찬가지.

아이도 있는 마당에 둘이 다시 사이좋게 합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한 달(혹은 석 달) 숙려기간이 지난 후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그렇게 한 장의 추억으로만 남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미 그런 시추에이션은 어렵게 된 듯이 보인다.

▲ 구용식

이미 황태희의 마음에 구용식이 들어섰다면 최소한 구용식과 결혼하진 못한다고 하더라도 봉준수와 다시 합치는 따위의 일도 벌이진 못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에 담고 다른 사람과 또 다른 사랑을 나눈다는 게 내 상식엔 없다.

그래서 나는 황태희와 구용식의 사랑을 지지하기로 한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봉준수와는 깨끗하게 정리하기를 원한다. 그런데 나는 일이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봉준수의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는 우유부단함과 이기적인 욕심, 무능함 등등의 탓이 제일 크다고 생각한다.

거기에다 봉준수는 실로 짜증나는 인물이다. 능력도 없으면서 자기보다 훨씬 잘나가는 황태희더러 “회사 그만두고 집에서 살림이나 하지” 하는 바람을 내비친다. 그러던 황태희가 회사에서 거의 잘리다시피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된 5년이 그에겐 황금기였을 수도 있겠다.

그런 그도 5년 뒤 퀸즈에서 잘리고, 다시 황태희가 계약직(말이 좋아 계약직이지 비정규직이란 표현이 적절하다)으로 퀸즈로 돌아오고, 황태희를 쫓아내려는 한송이 상무의 계략에 따라 봉준수가 다시 복직되고,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봉준수는 황태희에게 거짓말을 했다. 그냥 간단하게 “응, 원래 백여진과는 잘 아는 사이였어. 오래전에 사귄 적이 있었지” 이랬으면 좋았을 걸 뻔히 사람을 눈앞에 두고 속이고, 그리고 몰래(물론 백여진의 의도였지만) 만나기도 했다.

▲ 황태희

게다가 황태희가 쫓겨난 후 팀장이 된 백여진의 지시에 따라 황태희가 작성한 기획안을 훔쳐 백여진과 한송이 상무에게 넘기기도 했다. 얼마나 한심한가. 결과적으로 황태희에게는 남편이 자기 아내를 배신하고 다른 여자와 붙어먹은 꼴이 됐다.

봉준수, 멍청한 건지 뻔뻔한 건지 희한한 남자

그런데도 봉준수는 사태의 심각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 집안이 잘되려면 남자가 성공해야 하고, 여자는 그런 남자를 위해 희생해도 된다는 세계관이 그의 생각 저 깊은 곳에 깔려있다. 그래서 아내의 기획안을 훔치면서도 그게 다 가정의 평화를 이루는 길이라고 생각했을 테다. 봉준수는 참으로 부끄러운 남자였다.

이혼한 뒤의 모습은 어떤가. 구질구질하다. 옛 아내의 뒤를 밟고, 뭐 특별한 일이 없나 감시하고 캐기에 바쁘다. 이미 서로 남남이 된 처지에 일일이 신경 쓰고 간섭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지 않다. 이혼녀의 집 옆으로 집을 구해 이사를 한 것도 구질구질하지만, 그 정도는 애교로 봐주기로 하자.

아무튼, 나는 봉준수의 그 구질구질한 얼굴만 봐도 역겨움에 괴롭다. 제발 봉준수는 화면에 안 나왔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4각관계의 한 축인 백여진의 얼굴이 요즘 통 안보인다. 초반에 엄청난 활약을 할 것처럼 보이던 백여진, 그단새 작가님께 찍혔나?

▲ 백여진

백여진, 제발 봉준수 좀 데리고 가라. 그리고 둘이서 오붓하게 살아라. 얼마든지 행복해도 상관없다. 그건 두 사람의 일이다. 제발 황태희 곁에서 봉준수를 떼놓았으면 좋겠다. 백여진, 그대의 원래 목표가 그것 아니었던가. 그렇게 해라.

그리하여 시대착오적이고 전근대적인 이혼녀라는 주홍글씨로부터 황태희를 해방시켜라! 이렇게 얘기했는데도 작가님, 막판에 황태희와 봉준수를 재결합이니 어쩌니 하면서 엮어놓는다면 내 그대를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요. 흐흐, 말로만….

Posted by 파비 정부권

오늘 뉴스 검색해보니 최철원이 경찰에 출두했군요. 사실 우리가 최철원이 어디서 굴러먹던 인간인지 어떻게 알겠어요. SK그룹 최태원 회장과는  사촌사이라고 하니 요즘 유행하는 말로 범SK가의 인물인 셈인데요. 야구방망이를 휘둘렀군요. 사람에게.

야구방망이 하니까 생각나는 사람이 있죠. 한화그룹 회장 김승연이던가요? 제가 어디선가 듣기로 중국에서는 그룹을 집단이라고 표기한다는데요. 그래서 한화그룹을 중국식으로 표기하면 한국폭파집단이 된다는…, 뭐 농담이겠지요.

아무튼 그래서 그런지 이 한화그룹은 유독 폭행사건에 자주 휘말리는데요. 한화그룹의 부자들이 모두 폭행사건으로 조사를 받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지요. 그런데 이번엔 이른바 범SK가의 최철원이란 사람이 야구방망이를 들고 도전장을 내밀었네요.


그런데 이게 장난이 아니네요. 김승연이야 깡패들 몇 명 모아놓고 자기 아들 팼다는 술집 종업원 불러다 작살나게 팬 것뿐인데 말이죠. 이 최철원이란 인간은 한 대당 돈을 100만원씩 던져주면서 야구방망이를 휘둘렀다네요. 그것도 자꾸 피하니까 300만원으로 인상까지 시켰다니. 무슨 엽기드라마 찍는 것도 아니고.

이거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내참. 세상 오래 살다보니(어르신들껜 죄송^*) 별 꼴을 다 봅니다. 어쨌거나 최철원인지 뭔지 하는 인간에게 법정최고형을 내리지 않는다면 이 나라 법은 죽은 겁니다. 온 국민들이 판사들 똑바로 하나 눈 똑바로 뜨고 보고 있을 거에요.

제가 볼 때는 단체로 위력에 의한 폭행을 행사했으므로 집단폭행죄도 성립될 것이고, 감금폭행은 물론 야구방망이를 썼으므로 흉기에 의한 폭행도 성립한다고 봅니다. 야구방망이가 살인사건에 가끔 등장한다는 거 아시는 분은 아시죠? 이거 굉장히 위험한 물건입니다.

최소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보온병 폭탄보다는 훨씬 위험한 물건이 틀림없죠. 하긴 뭐 깡패 재벌들이 어디 이들뿐이겠어요? 백혈병으로 죽어나가는 종업원들을 보고도 눈 하나 끔쩍 안하는 삼성 이건희나 현대차 비정규직들에게 폭력 휘두르는 현대 정몽구나 모두 깡패죠.

그런데 제가 드라마를 보다가 참 희한한 재벌2세를 발견하고는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을까 하고 생각했지 뭡니까. 바로 역전의 여왕인데요. 제가 김남주를 참 좋아하잖아요. 뭐 남의 마누라를 어떻게 해보겠다 그런 건 아니고요. 그냥 연기를 잘하니 좋아하는 거죠.

역시 연기자는 연기로 말해야 되는 거잖습니까? 판사는 판결로 말하고, 블로거는 포스팅으로 말하고, 그럼 군바리는 총으로 말해야 되나? 음~ 어쨌거나 연기자는 연기로 말해야합지요. 요즘은 연기보다는 얼굴로 말하는 연기자가 많은 세상인데 김남주, 참 보기 드문 연기자죠.

이야기가 옆길로 좀 샜군요. 다시 돌아와서…, 음, 박시후가 연기하는 구용식이 문제의 재벌2세인데요. 이 친구 참 괜찮더군요. 인간에 대한 예의를 아는 재벌2세라고나 할까. 재벌이 사실 자식들에에게 인간교육 시킨다는 소리 들어본 적이 없는데 말이죠.

만약 그랬다면 최철원이니 김승연이니 하는 인간말종들이 태어났겠어요? 그들은 우리 같은 사람들과는 별종이라고 생각하는 특수한 인간들이죠. 그러니까 외계인 뭐 그런 거죠. 지구를 침공해 지배하는 화성인이라든가 뭐 그런 거요.


그러나 퀸즈그룹의 2세인 구용식은 그렇지가 않아요. 말하자면 외계인들 입장에서 보면 돌연변이인 거죠. 이 친구는 그러니까 존재에 걸맞지 않게 사람들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 좀 문제아인 셈인데요. 

오갈 데 없이 회사 숙직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부하직원(목 부장)을 자기 오피스텔에 끌어들여 동거를 하기도 하고, 오대수 과장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그의 와이프에게 거짓말도 하죠. 직원들과 어울려 함께 삼겹살에 소주 파티를 하기도 하고요.

어떨 때 보면 그런 생각마저도 든다니까요. 아니 저 친구 저거 재벌2세 맞아? 물론 그건 저의 편견일 수 있어요. 재벌이라고 해서 꼭 인간성이란 눈꼽만큼도 구경하기 어려운 화성인 같은 외계인이나 뭐 그런 별종이라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요.

어쨌든 구용식이 돌연변이란 사실은 거의 확정적인 사실인 듯해요. 만약 그가 정상적인 재벌가문의 아들이었다면 지금의 구용식이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그도 남들(다른 재벌2세들)처럼 특수한 화성인이 되었을 것이고, 최철원 정도는 아니라도 종업원들 꽤나 괴롭혔겠죠.

그렇다고 여기서 구용식이 생모가 누군지도 모르는(여배우였다는 설도 있고 아무튼 구용식도 알고 보면 슬픈 사연이 많은 사람이더군요) 개인적인 비밀 따위를 들추자는 건 아니고요. 그에게도 남모르는 아픔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인간적인 구용식이 된 것 아닐까 하는 거죠.

하필이면 최철원인지 뭔지 하는 인간의 허접쓰레기 같은 뉴스를 보는 와중에 구용식을 보니 더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지는군요. 아마도 구호승 회장은 구용식에게 퀸즈그룹의 오너 자리를 넘겨줄 심산인 모양인데요. 현실에선 불가능한 일일 테지요.

김정일도 그랬다지요, 아마? 제일 큰 장남이 김정남인데, 이게 정상적인 아들이 아니죠. 김일성이도 죽기 전에 이 손자에 대해선 거의 인정을 안했다고 하던데요. 모르죠. 제가 남의 집 족보를 어찌 알겠습니까만. 특히나 완전 베일에 가린 북한 총수의 가족사를.

아무튼 김정일이가 나머지 아들(이게 말하자면 공식적으로 인증받은 아들들인 셈인데), 김정철과 김정은을 두고 저울질 했는데요. 당연히 상속을 하려면 큰아들에게 해야 할 것이지만, 고민이 컸다네요. “정철이는 말이야. 너무 착해서 안 돼. 그게 문제야.”

보세요. 그렇게 똑똑하다는(제가 볼 땐 별로 똑똑해보이지도 않던데, 다만 애비 잘 만났을 뿐) 김정일이도 “정철이는 형이지만 너무 착해서 안 돼. 동생이지만 정은이가 과단성도 있고, 성질도 좀 더럽고 나를 꼭 빼닮았어!” 이러면서 권력을 넘겼다는 거 아니겠어요?


그런 견지에서 보자면 구호승 회장이 현실에서라면 인간적이고 정이 많은 구용식보다는, 성질 더럽고 사람 보기를 짐승 취급하는 최철원 같은 인간에게 퀸즈그룹의 후계자 자리를 넘겼을 거다 그런 생각을 하는 거지요.  

하지만 어쨌거나 최철원 같은 쓰레기 같은 재벌2세가 판치는 세상에 구용식 같은 쓸 만한 재벌2세를 보는 것도 그리 기분 나쁜 일은 아니네요. 최철원의 야구방망이 맷값 사건이 터지고 보니 구용식이 더 빛을 발하는 것 같군요. 

내친 김에 구용식이 특별기획팀 여직원 중에 한 사람 만나서 결혼까지 했으면 더 좋겠어요. 저보고 중매를 서보라고 한다면, 소유경이 어떨까 싶은데요. 좀 멍청하기는 하지만, 그게 또 나름대로 매력이더군요. 구용식이 황태희를 내심 좋아하긴 하지만 그거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고요.

마지막으로 참 입에 담기도 민망한 말씀입니다만, 뉴스에 보니 M&M사 직원들이 전화로 하는 소리 있잖습니까. “아니 사실 말이지. 2천만원어치도 다 안 맞았어요.” 하긴 맞네요. 100만원짜리 10대에다 3백만원짜리 3대, 합하면 얼마죠? 1900만원.

100만원어치 덜 맞은 게 맞긴 맞네요. 하하. 이거 역시 기업 하는 사람들이라 계산이 정확하구먼요. 그래서 어쩌겠다는 거지요? 100만원어치 더 맞으라는 겁니까, 뭡니까? 이거 뉴스로 온 국민이 다 보시고 다 들으셨을 텐데, 대체 무슨 생각들이 들었을까요?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미디어 몽구가 올린 동영상에 보면 말이죠. 출두하는 최철원에게 피해자에게 미안하지는 않느냐 하고 기자들이 질문하자 미안하다는 말은 없이 그냥 “좋지 않은 일로 사회적으로 시끄럽게 해서 죄송하다. 자세한 내용은 조사받으면서 말하겠다”고만 하고 들어갔다는군요.

만약 구용식이었으면 어땠을까요? 물론 이런 사고를 치지도 않았겠지만, 이랬겠지요. “정말 죽을 죄를 졌습니다. 제가 잠깐 미쳤나봅니다. 피해자에게는 무릎 꿇고 백배사죄 드리겠습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봉준수가 결혼 전에 백여진과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는 것이 들통났습니다. 결국 이혼 당하게 생겼군요. 아니 이혼 당했습니다. 법원에 가서 이혼서류 제출하고 나왔는데요. 사랑과 전쟁인가요? 거기서 많이들 보셨듯이 판사님이 "3개월 후에 다시 오세요. 그때도 마음이 변하지 않으시면 그대로 이혼이 성립합니다" 하셨지요.

아, 그런데 그게 3개월이었던가요? 4주 후에 오라고 했던 거 같은데. 아무튼 이 드라마에선 3개월이라고 하더군요. 봉준수가 그러네요. "3개월 숙려기간이란 게 있다네? 그런 거 몰랐는데." 하긴 알 수가 없겠죠. 이혼 처음 하는 거니까. 저도 사랑과 전쟁인지 평환지 하는 프로 없었으면 숙려기간 그런 거 알 턱이 없었겠죠.

그런데 그건 그렇고 말입니다. 봉준수가 결혼 전에 백여진과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는 사실이 이혼사유가 되나요? 물론 둘이 합의해서 이혼하는 거니깐 판사가 개입할 여지는 없고 그저 서류처리만 해주면 그만이겠지만, 그래도 그렇잖아요. 뭐 불륜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결혼 전에 백여진과 동거를 했던 것도 아니고 말이죠.
 

아, 황태희 입장에선 아주 기분 나빴을 거라고요? 물론 기분 나빴겠지요. 세상에 결혼 전에 사귀던 애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기분 좋을 여자가 또 남자가 어디 있겠어요? 아, 꼭 그런 것만이 아니라 그 상대가 백여진이어서 더 기분 나빴다고요? 그리고 그걸 숨겼기 때문에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라고요?

예혀~ 이렇게 나가면 세상에 이혼 당할 남자, 여자 어디 한둘이겠어요? 당장 이 글을 읽는 그대도 혹시 이혼사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사실은 없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곰곰 생각해보세요. 틀림없이 있을 거에요. 그리고 그 사실을 남편이나 아내에게 숨겼을 거에요. 가중처벌의 사유가 되고 이혼사유가 되겠죠?  

황태희와 봉준수는 이혼 안 할 수도 있겠죠. 3개월의 숙려기간이 있으니 아마 그 동안에 이 드라마의 모든 스토리가 전개될 것이고 황태희와 봉준수는 해피한 엔딩을 맞을 수 있겠지요. 그리고 아마 판사 앞에 나가 그러겠지요. "아, 전에 이혼하겠다고 낸 서류 그거 돌려주세요. 우린 절대 이혼 안 할 거에요."

어쨌든 그런 결론을 이미 예상하고 있는 저로서는 당장 두 사람의 이혼이 그렇게 슬프게 보이지는 않았어요. 인생이란 결국 그런 거다, 이렇게 질곡도 겪고 다투기도 하고 갈등도 하면서 살아가는 거다, 우리도 모두 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 않느냐 하면서 그들 부부를 향해 위안을 던져주었을 뿐이죠.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니 "아니, 저게 무슨 이혼사유야? 저 정도로 이혼할 거 같으면 세상에 남아나는 부부가 어디 있겠어? 좀 심한 거 아냐?" 하는 불평이 아니 들 수가 없더군요. 작가가 너무 안이하게 스토리를 짠 거 아닌가 불만이 슬며시 들더군요. 최소한 그래야 하잖아요. 백여진과 봉준수가 뽀뽀를 하다가 들켰다든지 뭐 그런 정도라도.

뭔가 좀 타당한 이유를 만들어놓고 이혼을 시켜도 시켜야지…. 황태희가 원래 그런 대쪽같은 성미라서 그렇다고요? 아, 그 이야긴 한송이 상무에게서 들었는데요. 황태희가 자존심이 엄청 세서 그걸 건드리면 못 참는다나요? 황태희의 자존심? 무슨 용비늘도 아니고, 내참.

그리고 꼭 이혼 같은 걸 시켜야 드라마가 됩니까? 물론 이해는 가죠. 구용식과 황태희를 엮어서 재미를 좀 만들어봐야겠는데 봉준수와 한집에서 살고 있는 동안에는 참 힘든 일이겠죠. 그래서 일단 이혼 시키고 거기다 봉준수를 황태희 집 옆에 세 들어 살게 하면서 복잡한 삼각관계를 만들어보겠다, 충분히 이해는 갑니다.

그리고 진짜로 재미있을 거 같네요. 연속극이란 게 그렇거든요. 뻔히 벌어질 스토리를 다 알고 봐도 재미가 있는 거, 그게 연속극이거든요. 그래도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건 말이죠. 이혼사유를 제대로 만들었어야 한다는 거지요. 이혼사유가 너무 허접하지 않나요? 왕년에 사귀던 사이다, 그걸 숨겨 내 용비늘을 건드렸다, 그래서 이혼?

이건 너무 하지 않나요? 안 그래도 요즘처럼 이혼이 무슨 애들 초등학교 입학시키는 것처럼 다반사가 된 시대에 말이죠. 그런데 이 드라마 있죠. 역전의 여왕. 여기 나오는 남자들 너무 바보 같지 않나요? 완전 여인천하란 생각은 들지 않던가요? 쓸만한 남자가 구용식이 있긴 한데, 그것도 허접이긴 마찬가지에요.
 
결국 애비 잘 만나서 폼 잡는 거지 그 친구도 별 거 아니거든요. 하긴 SK가에 최 뭐시긴가 하는 친구보단 훨씬 낫죠. 인간적이고, 부하직원들 진심으로 대할 줄도 알고, 사람에 대한 예의가 있는 친구더군요. 아무튼 그 최 뭐시긴가 하는 인간말종들이 대체로 재벌2세의 전형일 텐데, 이 구용식이란 인물은 별나라에서 온 재벌2센가 봐요. 

그런데 최 뭐시긴가 하는 친구가 한방에 1백만에서 3백만원까지 주며 날렸다는 그 매가 야구방망이였다죠? 그러고 보니 일전에 한화그룹의 어떤 분께서도 야구방망이를 휘둘렀다는 소식으로 세상이 떠들썩했던 적이 있었는데. 하여간 이 야구방망이가 늘 문제네요. 야구를 아예 금지시킬 수도 없고. 

이야기가 옆길로 샜네요. 우얐든지간에, 이혼 그거 함부로 남발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뭐 그런 주장이었습니다. 꼭 시켜야겠거든 합당한 이유라도 만들어주시든지요. 끝.   
Posted by 파비 정부권
딱 걸렸군요, 봉준수. 그러게 왜 거짓말을 하고 그럽니까. 사실 이미 이런 시츄에이션은 예정돼 있던 겁니다. 봉준수와 백여진이 다정하게, 이게 2002 월드컵 때 붉은 악마 옷 입고 응원하던 장면이지요? 저도 사실 그때 빨간 옷 입고 월드컵 경기장에 들어가 응원하고 그랬습니다만. 세월이 참 빠르네요.

그 사진이 황태희와 봉준수 딸아이의 방에 그 동안 몰래 숨어있었지 뭡니까. 뭐 다 이런 상황을 미리 작정하고 그러고 있었던 거지요. 물론 이 상황은 전적으로 봉준수의 실수였습니다. 백여진이 갖고 있던 사진을 발견하고 급히 뒷주머니에 찔러 넣었던 것까지는 좋았죠.

그러나 그 다음에 봉준수가 했어야 할 일이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즉시, 잽싸게 찢어버리는 일이었죠. 그런데 봉준수는 왜 그리 하지 않았을까요? 봉준수는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요. 그러나 그 말을 누가 믿어 줄까요? 저도 안 믿기는데, 황태희가 과연 그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요?


아무리 설명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봉준수는 그 동안 꾸준하게 해왔습니다. 함께 장을 본다든가, 밤에 한적한 곳에서 만난다든가, 백여진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에서 백여진과 함께 밤을 새운다든가 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죠. 특히 특별한 관계를 숨기고 있는 상황에선 더욱 조심했어야 합니다.

숨기려면 확실하게 숨기든지 아니면 처음부터 모든 것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고백했어야 합니다. 숨기고자 작정했다면, 백여진이 접근할 때마다 과감하게 잘랐어야죠. 아주 사무적으로. 이것이 힘든 일인 줄은 압니다만, 대개의 사람들이 이걸 잘 못해서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많죠.

사무적으로 대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아주 공손하고 예의 바르게 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또 한편 상대를 무시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죠. 저도 가끔 그렇습니다. 엮이고 싶지 않은 상대가 있을 땐, 최대한 공손 모드로 들어갑니다. 그러면 상대도 머쓱해져서 더 이상 접근을 못하죠. 

봉준수는 그걸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백여진이 접근을 했던 것이고 공작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아마도 이는 어쩌면 백여진에 대한 미련 같은 것이 약간이라도 남아 있기 때문 아닐까 생각되기도 하는데요. 백여진이 물었죠, 봉준수에게. "나에 대한 미련 같은 감정이 하나도 안 남았어?" 

봉준수는 단호하게 "그 따위 감정은 하나도 없어. 그런 게 있으면 내가 다시 이 회사에 들어올 수 있었겠어?" 하고 반문합니다. 저는 봉준수의 그 말만은 믿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봉준수의 진심을 사람들이 깨끗하게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난센스죠. 특히 황태희는….

황태희는 봉준수와 백여진이 다정하게 껴안고 찍은 사진을 발견한 순간, 그 동안 벌어졌던 이해할 수 없는 모든 의혹들이 의혹이 아니라 현실이었단 사실을 직감하게 되겠지요. 봉준수와 백여진이 왜 그리 붙어 다니는 것처럼 보였는지 이제 그 이유를 하얀 형광등처럼 깨닫게 되었어요.  


봉준수로서야 억울하고 환장할 일이지요. 봉준수는 결백하다고, 아무 일 없었다고 외치고 싶겠지요. 그러나 그건 봉준수의 생각일 뿐입니다. 황태희는 물론이고 제가 보기에도 봉준수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고 부적절한 것이었어요. 봉준수는 결백을 주장할 만큼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못했던 것이죠.

그럼 어쩌라고요? 이건 감옥에 가면 도둑놈들끼리 즐겨 하는 말인데요. "일도! 이부! 삼백!" 제일 먼저 도망가는 게 최고구요, 두 번째는 부인하는 거에요.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모든 것을 자백하고 용서를 비는 거죠. 그러면 개전의 정을 인정 받아 양형이 줄어들 가능성이라도 있는 거죠.

뭐 부부관계에 이따위 도둑놈들 이야기를 써서 그렇긴 하지만, 대충 이 상황에도 응용이 불가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군요. 과거의 여자관계에 대해선(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죠) 무조건 모른다(도망), 아니다(부인)로 나가는 게 상책이겠죠. 그러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을 땐 모든 것을 고백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또한 현명한 일이죠.

문제는 그 타이밍인데요. 글쎄 언제가 삼백의 상황인지 누가 알겠어요. 이거 사실 드라마를 보는 우리는 "바로 지금이 그 상황이야!" 하고 봉준수에게 코치를 해줄 수도 있지만, 당사자인 봉준수로서는 도저히 그 타이밍을 알 길이 없다는 거지요. 이래서 인생살이가 힘들고 고단하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 '때'란 놈을 잘 타는 사람이 출세하거나 돈을 많이 벌거나 뭐 그러겠지요? 아무튼 우리의 봉준수, 오늘 딱 걸렸네요. 오늘 밤에 시쳇말로 뒤지게 맞든지 쫓겨나든지 하겠네요. 흐흐~  
Posted by 파비 정부권
역전의 여왕. 코믹한 드라마죠. 내조의 여왕을 재미있게 봤던 저 같은 사람에겐 딱 체질인 드라만데요. 그런데 왠지 이 드라마는 뭔가 슬픈 드라마라는 생각이 드네요. 코믹한데 왠지 코끝이 찡하고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슬픔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그런 것.

사실 이 드라마에서도 주인공인 황태희의 역할은 내조의 여왕에서와 비슷한 역할이란 생각이 드는데요. 겉보기에는 황태희 본인의 역전 드라마 같지만, 실은 황태희는 늘 남편과 집안 뒷바라지를 걱정하는 그런 여자지요. 실제로 황태희가 5년 만에 퀸즈에 컴백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에요.

딱히 남편만을 위해서였다고는 말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집안 살림을 책임지기 위해 나섰던 거죠. 아줌마의 억척, 뭐 그런 거라고 할 수도 있겠죠.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비롯한 조연들은 모두 역전이 필요한 사람들이에요. 말하자면 모두 패배자들이죠.

▲ 특별기획팀. 확실히 이 팀은 시한부 6개월로 구성된 특별한 팀이다.


우선 특별기획팀 사람들이 모두 회사로부터 명퇴 대상자들로 분류돼 잘리기 일보직전의 사람들이었어요. 회사에서 기회를 한 번 더 준 거죠. 6개월 시한으로 특별기획팀에서 뭔가를 보여주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조건으로. 

특별이란 사실은 좋은 쪽으로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반에서 탈락한 사람들의 집합이다 뭐 그런 아주 좋지 않은 뜻이죠. 본래 사람들은 '특수' '특별' 이런 낱말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지만, 현실에서 특별이란 이처럼 낙오자들을 말하는 것이죠.

이마저도 원래 있던 것은 아니고 구용식 구조본부장이 자기 아버지인 회장님에게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발단이 되어 만들어졌던 것이죠. "이 사람들에게 회사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안 준 책임이 더 큰 거 아닌가요? 잘못은 회사가 저지르고 왜 이들에게 고통을 전가시키는 거죠?"

그러나 6개월 시한부 인생으로 회사에 남게 된 특별기획팀 사람들에게 무슨 희망이 있겠어요. 그들은 요즘 말로 찌질이들일 뿐이에요. 오로지 황태희만이 동분서주 바쁘군요. 황태희는 5년이나 전업주부로 썩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탁월한 감각이 시들지 않았어요.

"조사없이 발언 없다!"는 유명한 경구는 그녀에게 그대로 딱이에요. 동네 아줌마들 모아놓고 공짜로 팩해주면서면 갖은 정보, 자료 다 만들어내는 그녀지요. 그녀의 기획안은 바로 현장에서 나온 것이에요. 현장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긴 기획안을 누가 이길 수 있겠어요?

아, 그러나 여기에 우리의 봉준수가 끼어드는군요. 황태희의 남편이라는 그의 위치는 스파이로는 가장 훌륭한 조건을 갖추었어요. 약아 빠진 한 상무가 봉준수를 다시 복직시킬 때는 이런 계산이 있었던 것이죠. 그녀는 누구보다 뛰어난 황태희의 탁월한 능력과 재능을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한 상무는 왜 황태희를 회사에서 내쫓았을까요? 물론 아시는 분은 다 아시는 대로 황태희가 결혼했기 때문이에요. 그녀는 커리어우먼으로 성공할 수 있는 여자가 결혼하는 것을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지요. 정리해고 할 때 명퇴 1순위도 단연 결혼한 유부녀를 꼽았을 정도지요.

그런 한 상무가 정리해고 대상에 포함돼 희망퇴직서를 쓰고 나갔던 봉준수를 왜 다시 끌어들였을까요? 그녀는 봉준수가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황태희를 견제할 스파이 봉준수가 필요했던 것이었군요. 봉준수의 1차 임무는 황태희가 기획한 기획서를 빼돌리는 것이었어요.

▲ 봉준수에게 황태희의 기획안을 훔치라고 지시하는 한 상무와 봉준수.


참으로 비열한 직장  상사로군요. 여기까지는 모두들 아시는 이야기일 테니 더 이상 언급을 할 필요가 없겠지요. 하긴 더 늘어놔봐야 보는 사람 눈만 버릴 뿐이지요. 그러나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무한한 슬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어요. 한심한 봉준수를 보면서….

그는 어쩌면 이 시대 남자들의 진짜 모습을 좀 웃기게 보여주는 것일 뿐이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가부장제에 길들여진 그러나 이미 그 가부장제가 파괴되고 있는 과도기를 살고 있는 남자의 모습. 그러니까 이런 거죠. 이 시대 남자가 존재하는 이유는 뭔가 가족을 위해 부양의무를 다하는 것이죠.

좋은 직장을 얻고, 승진을 하고, 더 많은 연봉을 받아야 하는 것도 남자에겐 이 가부장제와 무관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이 드라마를 보면서 들었던 겁니다. 특히 봉준수를 보면서. 그래야만 가족들로부터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고 자기 존재가 확인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냥 와이프가 똑똑하면 똑똑한 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오히려 기쁨으로 생각하고 살면 될 일이지만, 남자들에게 그건 못할 일이죠. 이 드라마도 결국 그렇게 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황태희의 역전이 아니라 바보 같은 남편 봉준수를 온달장군으로 만드는 평강공주 같은 그런 역할….

아, 물론 황태희와 평강은 확실히 다른 캐릭터죠. 그러나 저는 황태희로부터 자극 받은 봉준수가 훌륭한 직장인으로 거듭난다는 설정이 이 드라마의 주제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떻든 저는 한심한 봉준수를 보면서 과도기를 살고 있는 불쌍한 봉준수를 보았다고 말하고 싶네요.

▲ 목 부장. 그는 간암 판정을 받은 시한부 6개월 인생이다.


거기다 불쌍한 그 봉준수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역전의 여왕이 슬픈 드라마인 이유" 따위의 제목을 달았던 것이에요. 이유가 어떻든 간에 이 드라마는 슬픈 드라마인 것만은 분명해요. 이유 없이 잘리고, 유부녀라고 잘리고, 무능하다는 딱지 받아 잘리고….
 
간암 판정 받아 6개월 시한부 인생으로 살고 있는 목 부장을 보며 슬픔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정말 문제겠죠? 그 목 부장을 비롯한 특별기획팀 직원들을 모아놓고 구 본부장이 이렇게 말하죠. "6개월 시한부라고 해서 꼭 6개월 동안 회사 다닐 수 있다 그런 이야기 아닙니다."

무슨 이야기냐고요? 그런 말이죠. 6개월 시한부지만, 두 달 뒤에 잘릴 수도 있고, 한 달 뒤에 잘릴 수도 있고, 아니면 내일 당장 잘릴 수도 있다 그런 말이죠. 진짜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목 부장이 이 말을 듣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냥 아무 말도 안 들렸을까요?

그의 간암 판정이 오진이었으면 좋겠지만, 그러면 진짜 코미디 되는 거니까…. 이 드라마의 마지막은 특별기획팀 직원들이 모두 목 부장의 빈소에서 슬피 우는 걸로 끝나겠네요. 에휴~ 암튼^^ 봉준수가 그냥 떡볶이 가게를 내 평화롭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뜻대로 되는 일은 잘 없군요.
Posted by 파비 정부권
사실 요즘 같은 세상에 노처녀 히스테리, 이런 말 하면 실례인 줄은 압니다. 제 주변에도 아직 노처녀인 채로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이 꽤나 있기 때문입니다. 이건 여담입니다만, 뿐 아니라 노총각인 채로 별로 행복하지 않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꽤 됩니다.

그러니까 제가 아는 바로는 노처녀는 대체로 자발적 미혼 혹은 비혼이고, 노총각은 그 반대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아무튼 이 정도만 언급하면 노처녀란 존재가 대단히 능력 있고 진취적인 커리어우먼의 대명사가 되었다는 점을 이해하시게 될 겁니다.

노총각을 바라보는 시선과 노처녀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는 바로 이겁니다. 능력. 그렇습니다. 한송이 상무는 그 능력 있고 진취적인 커리어우면의 대표적 표상입니다. 그런 한송이 상무에겐 일종의 신념 같은 것이 있습니다. 제 보기엔 결벽증 같아 보입니다만, 그녀에겐 하나의 신조겠죠.
 

▲ 한송이 상무


"커리어우먼이 되려면 하나는 포기해야 돼"

"아무리 뛰어난 여성이라도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순 없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단순명료합니다. 커리어우먼으로 능력을 인정 받으며 출세의 길을 걷든지, 아니면 좋은 남편 만나 알콩달콩 인생의 행복을 느끼며 가정을 지키는 아줌마로 살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 둘을 다 가질 수는 없다는 겁니다.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요즘 그런 여성들 우리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대수로운 일도 아닙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겁니다. 한송이 상무의 그 신조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겁니다. 누구냐. 바로 봉준수의 아내 황태희죠.

황태희. 그녀가 누굽니까. 한송이 상무의 직계 라인이며 가장 총애하는 후계자였습니다. 한 상무는 말했습니다. "황팀장. 나는 자기를 나처럼 만들어줄 거야." 황태희는 한송이처럼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한 상무 라인을 탄 덕에 불과 서른셋의 나이에 뷰티사업본부의 노른자위 기획개발실 팀장이 됐습니다.

이제 곧 임원이 될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한 상무가 황태희를 내심 찍어 키운 것은 단지 황태희가 자신의 뒤를 이어 영원한 노처녀로서 커리어우먼으로 살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황태희는 누구도 갖지 못한 출중한 기획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니 한송이에게 황태희는 최고의 후계감이었던 거죠.

그런 황태희가 배신을 했습니다. 자기를 버리고(?)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습니다. 다른 건 다 참아도 이건 참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한 상무는 황태희에게 능멸 당했다고 생각합니다. 황태희가 자기를 짓밟은 겁니다.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요? 황태희가 무슨 배신을 했다는 것일까요?

▲ 황태희를 괴롭히는 한송이 상무


한상무의 길을 포기하고 결혼을 한 황태희는 배신자?

이미 다 아시는 대로 황태희가 노처녀 되기를 포기하고 결혼을 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황태희는 자기가 신조로 떠받들고 있는 '두 마리 토끼 사냥 불가론'에 딴지를 걸었습니다. 황태희는 남자와 알콩달콩 살면서 커리어우먼이 되겠다는 가당찮은 욕심까지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

한송이의 신념에 찬 눈빛으로 살피건대, 이것은 배신을 넘어 한 상무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간주하는 듯이 보입니다. 용서할 수 없습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황태희는 자신의 방에 있던 짐들이 전부 오픈 사무실로 치워져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팀장에서 밀려나 과장으로 좌천된 겁니다.

결국 황태희는 쫓겨났습니다. 제 발로 나가고야 말았지만 그게 그겁니다. 황태희 정도의 실력이면 다른 경쟁사에 가서도 얼마든지 중책을 맡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한 상무의 계략으로 좌절되고 5년 동안 전업주부로 살게 됩니다. 그러다 이제 남편마저 회사에서 쫓겨났습니다. 

커리어우먼은 고사하고 가족들의 포도청을 걱정해야 하는 아줌마 황태희. 그러나 아줌마는 강합니다. 먹고 살기 위해 체면 따위는 우주로 날려보낸 지 오랩니다. 과감하게 퀸즈그룹의 블라인드 공모(비밀 공모)에 응모합니다. 이 채용 아이디어를 낸 것은 한송이 상무.

팀장 시절의 커리어우먼 황태희

다섯 명의 합격자 중 최고 점수를 받았다는 아이디명 블랙로즈의 기획안을 살펴보던 한 상무는 직감적으로 황태희를 떠올립니다. 그리곤 황태희의 후임으로 팀장에 발탁한 백여진을 불러 지시합니다. "빨리 가서 임원들에게 배포된 이 기획안 회수해서 페기처분해."

한송이 상무는 노처녀 히스테리?

아, 그걸 보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와, 저 여자 뭐 저래, 어떻게 저렇게 잔인할 수 있지? 뭐야, 이거 노처녀 히스테리야 뭐야. 황태희가 뭘 어쨌다고. 벌써 회사에서 자른 지도 5년이 넘었고, 그 동안 번번히 다른 회사 이력서 넣은 거 물 먹였으면 된 거 아냐?"

그렇네요. 이건 히스테리가 아니고선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시츄에이션입니다. 아니, 한 마리 토끼만 잡아야 된다는 게 자기 신조라면, 자기만 열심히 한 마리 토끼 뒤를 쫓으면 될 일 아닌가요? 왜 남까지 자기가 쫓아가는 토끼를 쫓으라고 강요하느냔 말이지요.

그리고 또, 분명 한송이는 '결단코 가정의 행복과 직장에서의 성공, 두 가지를 다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신조로 삼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황태희가 제 아무리 뛰어난 자질을 가졌더라도 그녀의 신념에 비추어보면 가정을 가지고서 커리어우먼으로 성공하기란 불가능한 일 아니겠습니까?

기껏해야 계약직으로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어느 날 잘리고야 마는 불우한 신세가 될 게 뻔하지요. 그런데 무엇이 두려운 것입니까? 혹시 자기 신념에 대해 불신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황태희의 존재가 자기 신조를 깰 것이 두려워 그런 것일까요?

▲황태희와 한송이. 이들이 화해할 유일한 카드는?


그런 게 아니라면 이유는 단 한 가지뿐입니다. 노처녀 히스테리. 맞습니다. 노처녀 히스테리가 분명합니다. 아무튼, 한 상무가 히스테리가 있건 없건 황태희와 대결구도를 만들어 드라마에 재미를 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아무래도 상대도 없이 황태희 혼자서 재미를 만들 순 없는 일이니까요.

두 사람이 화해할 유일한 카드는? 한상무에게 소개팅을

빨갛고 두껍게 칠한 방금 쥐 잡아 먹은 듯한 한송이 상무의 두툼한 입술(일부러 그렇게 만들었겠죠)을 보노라면 정말이지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마치 황태희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입술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한 상무의 히스테리가 좀 가엾게도 생각됩니다.

어디 좋은 남자 하나 소개시켜주면 어떨까 싶은데, 감독님이나 작가님 생각은 어떠실지…. 제가 볼 때 황태희와 한송이, 두 사람을 화해시킬 유일한 방법은 그것뿐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되는 게 운명이죠. 죽는다는 게 진짜 죽으라는 의미는 아닌 거, 아시죠?
Posted by 파비 정부권
<역전의 여왕>. 아, 정말 눈물 나는군요. 사실 한번 안 잘려본 사람은 그 심정을 모를 겁니다. 하늘이 노랗고 땅이 꺼지는 느낌이 들 거에요. 정말이지 죽고 싶을 겁니다. 그 참담함. 절망. 혹시나 하는 기대 뒤에 여지없이 뒷통수를 때리는 충격.

시골길을 달리던 버스가 움푹 패인 함정에 떨어졌다 다시 올라올 때 가슴이 철렁하면서 서늘해지던 그 불쾌하고 두려운 기분을 당해보지 않은 그 누가 알 수 있을까요? 그랬다지요? 수천 명이 정리해고란 이름으로 잘려나갈 때도 "야, 너희들이 나가야 회사가 사는 거야. 그래야 고용도 보장되고 사회도 안정되는 거고."

불과 한 달도 안 된 어느 날, 우리 동네에선 이제 갓 50이 된 한 노동자가 자살을 선택했어요. 그는 대림자동차란 회사에 20년을 다녔는데 회사에서 이제 그만 나가달라고 한 거죠. 이른바 명예퇴직자 명단에 그의 이름이 올랐던 거에요. 그는 스스로 명퇴신청서에 사인을 하고 나갔지만, 결과는 죽음의 선택지가 되고 말았어요.  

"자른 게 아니라 희망퇴직입니다"

구용식 본부장에게 용서해다오, 뭐든지 다하겠다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남편을 지켜보던 황태희. 주차장까지 따라가 구용식에게 따집니다.

▲ "우리 남편 잘랐다면서요?" "자른 게 아니라 희망퇴직입니다!"


"그런데 우리 남편 잘랐다면서요?"
"자르는 게 아니라 희망퇴직입니다."
"그게 그거죠. 희망해서 퇴직하는 사람 있습니까? 퇴직은 다들 절망해서 하는 거에요."

그렇습니다. 세상 어디에 스스로 희망해서 명예퇴직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물론 미래의 계획을 세워서 스스로 퇴직하는 사람도 있지만, 명예퇴직이란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갑자기 나가라고 하는 거 아니던가요? 그리고 이렇게 협박하죠. "만약 명퇴 거부하면 한 푼도 없이 쫓겨날 거야."

그러니 어느 누가 명퇴신청서에 사인하지 않을 재간이 있겠냔 말이죠. 황태희의 남편, 불쌍한 봉준수도 결국 희망퇴직원에 사인을 하고야 마는군요. 그러고 보니 명예퇴직을 요즘은 희망퇴직이라고도 부르는 모양이죠? 아무튼 희망이든 명예든 이게 대체 말이 되는 말이냐구요.

무릎 꿇고 제발 살려달라고 빌면서 사인 하지 않게 해달라고 사정하는 것이 희망이요 명예라니. 엊그제 읽은 조지 오웰의 에세이가 생각나는군요. 조지 오웰은 늘 언어의 타락에 대해 경계했다고 하는데요. "생각이 언어를 타락시킬 수 있다면, 언어도 생각을 타락시킬 수 있다." 

▲ 희망퇴직에서 빼달라고 무릎 꿇고 사정하는 목 부장


희망퇴직! 명예퇴직! 이런 말들이야말로 언어를 타락시키고, 나아가 생각을 타락시키는 것들 아닐까요? 4대강을 파헤쳐 죽이면서 '강 살리기 사업'이라 이름 붙이고, 나무를 자르고 습지를 메우면서 '녹색성장'을 말한다면 이 또한 언어를 타락시키고 생각을 타락시키는 원흉들 아닐까요?
 
좌경세력이 하는 말은 모두 용어혼란전술

제가 군에 있을 때, 사회에선 연일 데모가 벌여졌어요. 체육관 선거를 폐지하고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겠다는 거였지요. 요즘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때만 해도 그런 시대였죠. 그 여파는 제가 있던 훈련소에도 바로 왔어요. 군인들에게 사상교육을 시키라는 거였지요.

훈련소에서도 제가 있던 부대가 제일 할 일이 없던 부대였어요. 교리연구나 교관 교육을 주로 하던 부대였거든요. 그 중에서도 제대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제가 또 제일 할 일이 없었고요. 그래서 제가 그 사상교육의 담당조교가 됐던 것이에요. 우선 시범적으로 카츄사 훈련병들이 대상이 됐지요. 

그렇다고 제가 사상교육에 대해 별로 할 일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국방부에서 내려온 1시간짜리 비디오 테이프를 틀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저도 무슨 소리 하나 하고 맨 뒤에 앉아 카츄사 애들 하고 함께 보는 거죠. 당시 카츄사병은 고시만큼 힘들게 패스해야 들어올 수 있었던 거 아시죠?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네요. 유로코뮤니즘, 종속이론, 해방신학…  이런 교과목들을 통칭해서 '신좌경사상비판'이라고 불렀죠. 프랑크니 사미르 아민이니 하는 이름들이 아직도 기억나는군요. 비판 능력이 없던 당시로서는 50분 수업 중 40분 설명하고 나머지 10분이 비판, "아주 나쁜 거야!" 그랬던 거 같아요. 

아무튼, 그 얘기 하려던 건 아니구요. 이때 비판의 핵심 골자가 그거였어요. 용어혼란전술. 소위 좌경세력이 잘 쓰는 전술이 바로 용어혼란전술이다, 뭐 그런 거지요. 그러니까 좌경세력이 주장하는 내용들이 귀가 솔깃한 게 많은데 그게 다 사실은 거꾸로다, 그런 말입니다(뭐가 거꾸론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런데요. 제가 오늘 <역전의 여왕> 스토리를 풀다가 왜 쓸데없이 용어혼란전술 같은 뜬금없는 얘기를 하느냐면 말이지요. 희망퇴직이니 명예퇴직이니 하는 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먼 옛날 들었던 용어혼란전술이 생각났기 때문이에요. 알고 보니 용어혼란전술은 좌경세력이 쓰는 게 아니었던 거죠. 

명예퇴직=희망퇴직=명예살인, 이게 바로 용어혼란전술

조지 오웰의 탁월한 통찰력이 주목한 바, 인간이 범하는 가장 추악하고 비열한 범죄 중 하나가 바로 이 언어의 타락이며, 이를 통해 생각마저 타락시킨다는 이 명백하고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앞에 그저 참담할 뿐이죠. 희망퇴직이니 명예퇴직이니 하는 말을 어느 누구도 거리낌없이 자연스럽게 쓰는 시대가 되었으니. 

'명예'롭게 스스로 '희망'해서 퇴직했건만 왜 적지 않은 노동자들이 '절망'을 안고 '죽음'을 택할까요? 명예와 희망, 절망과 죽음, 이 네 개의 단어에 어떤 사소한 동질감이라도 있다는 것인지. 말을 하다 보니 길어졌네요. 한마디만 더 하죠. 명예살인. 

▲ 회사에서 쫓겨난 자신이 쓰레기 같다며 쓰레기장에서 오열하는 봉준수와 황태희


아랍세계에 가면 이른바 명예살인이란 이름으로 버젓이 어떤 법적 제재나 구속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악행이 자행되고 있다는 뉴스를 가끔 접할 때가 있지요. 어떤 '처녀'(처녀란 말에 주목하세요)가 어떤 남자를 사랑해서 연애를 하다가 발각되면 그 '처녀'는 가족들에 의해(특히 오빠들) 죽임을 당한다는 거죠. 

그걸 명예살인이라고 하는데요. 대체 어쩌다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일까요? 일부의 견해에 의하면 그건 남의 나라 일이고, 그 나라 고유의 문화에 속하는 것으로서 간섭하는 것은 내정간섭으로 옳지 않다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이 또한 명백한 언어의 타락이요 용어혼란전술에 속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희망퇴직 이야기하다가 명예살인까지 나온 게 좀 난센스 아니냐고 핀잔을 주실 분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절대 그렇지 않아요. 희망퇴직이든 명예살인이든 다 힘세고 가진 자들이 힘없고 못가진 자를 핍박하기 위해 만든 용어혼란전술, 언어의 타락이란 점에선 같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이런 등식도 성립하네요. 희망퇴직=명예퇴직=명예살인. 희망퇴직이 명예살인과 같은 말이로군요. 그러면 그분들은, 이것도 다 좌파의 용어혼란전술이다, 그러시려나?  
Posted by 파비 정부권

<역전의 여왕>을 보려니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거 완전 직장 잔혹사로구먼. 그렇습니다. 초반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황태희. 연봉 7천만원의 퀸즈그룹 브랜드기획개발실 팀장입니다.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냉기류가 사무실을 휘감습니다.

 

쩔쩔매는 부하직원들. 그러나 황태희에게도 아킬레스건이 있습니다. 직속상사인 한송이 상무. 뷰티사업본부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황태희가 서른세 살의 나이에 뷰티사업본부에서도 노른자위인 브랜드기획개발팀장이 될 수 있었던 것도 한 상무의 라인에 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순식간에 황태희는 한 상무로부터 버림받았습니다. 한 상무는 황 팀장이 자기를 따라 결혼을 포기하고 일에만 전념하는 커리어우먼이 되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아무튼 황태희는 회사에서 쫓겨났습니다.(사직서를 썼지만 결과적으로는 추방된 거나 마찬가지죠.)


▲ 구조조정 대상자들을 모아놓고 회식을 열어주는 퀸즈그룹 구조본부장. 눈물겹게 고마운 장면이다.


부당하게 쫓겨난 황태희에 이어 봉준수도 정리해고 

이제 무능한 남편만 바라보며 살 수밖에 없게 된 황태희. 그러나 5년 동안 개근만 해도 단다는 대리도 달지 못하는 무능한 남편마저 결국 회사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였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이 남 말이 아닙니다 


황태희가 한 눈에 빠져 잘 나가던 팀장 자리까지 잃어가며 결혼한 봉준수
. 구조조정 대상에 딱 걸렸습니다. 이유는 뭐 뻔합니다. 실적이 없다는 거지요. 5년 동안 대리 승진도 못한 사정도 포함됐겠지요. 그러나 실상 그것은 봉준수 탓만은 아닙니다.

 

황태희를 미워하는 한 상무와 새로 팀장이 된 백여진이 봉준수를 돌린 탓이지요. 아무튼 어제도 말씀 드린 것처럼, 소위 구조조정회의란 것이 비정규직(계약직), 결혼한 여직원, 실적 없는 사원을 최우선순위로 잘라 형식을 갖추는 게 일이지요.

 

원래 경영악화를 이유로 구조조정을 한다면 경영의 책임을 져야 할 임원진들부터 사표를 내야 하지만, 그런 구조조정 예는 대한민국에서 보기 힘들지요. 대체로 경영의 책임을 지는 것은 비정규직들입니다. 그러니 우스갯소리로 말하자면 계약직과 유부녀 사원들이 경영진인 셈입니다.

 

이렇게 찍었건 저렇게 찍었건 퀸즈그룹의 구조조정 대상자들이 모두 결정됐습니다. 그러자 구조조정본부는 대상자들을 한군데 모아 술자리를 마련합니다. 이거 뭐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쫓겨나는 사람들 모아놓고 술 사주면 뭐 그리 큰 위로가 된답니까? 서럽기만 더하죠.  

 

물론 이 눈물의 술자리엔 봉준수도 끼었겠죠. 여기에 황태희가 나타났습니다. 남편 대신 구조본부장 구용식이 내미는 술잔을 받아 마신 황태희, 구용식에게 일침을 가합니다.


지금도 잘 살면서 얼마나 더 잘 살려고 사람들을 짜르는 거지?
 

넌 태어날 때부터 갑이잖아. 그런 네가 을의 아픔을 알아? 죽도록 충성해도 나가 죽으라면 죽어야 되는 게 을이야. 갑 보기엔 우스울지 몰라도 여기 이 을들, 다 지 밥벌이만큼은 하는 사람들이야. 이 사람들 잘라서 얼마나 더 잘 살려고 그래? 지금도 충분히 잘 살면서.”


▲ 한강에 투진자살 뉴스를 보며 혹시나 하고 불안해하는 황태희.

이 드라마를 보면서 얼마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우리 동네의 한 노동자가 생각났습니다. 그는 대림자동차에 오랫동안 근무하다 희망퇴직을 당했습니다. 희망퇴직이란 것이 바로 <역전의 여왕>에서 퀸즈그룹이 하고 있는 구조조정입니다

 

구조조정 대상자로 찍히면 한 명씩 불려가 희망퇴직 신청서에 사인을 하던가 아니면 끝까지 버티다가 구조조정본부 요원의 말대로 위로금 한 푼도 없이 쫓겨나게 되는 것입니다. 대림차의 이 노동자도 그렇게 위협을 당하다 희망퇴직신청서에 사인을 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물론 희망퇴직신청서에 사인을 거부한 다른 노동자들도 퀸즈그룹 구조조정본부 요원이 말한 것처럼 결국 대부분 쫓겨났습니다. 보통 정리해고라고들 말하죠. 회사를 나와 여기저기 전전하던 그는 가족들에게 책임을 다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유서만 남긴 채 죽음을 택했습니다.

 

정리해고로 인한 죽음은 이 노동자가 처음이 아닙니다. 작년 쌍용자동차의 대량 정리해고 이후에도 십 수 명이 자결로, 화병으로, 또 이런저런 이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역전의 여왕>에서 그리는 구조조정이 너무 코믹하고 재미있어 못 느낄지라도 당사자들의 아픔은 죽음과도 같은 것입니다

구조조정이든 정리해고든 이는 곧 살인이다

황태희도 사실은 부당한 해고를 당한 것입니다
. 물론 황태희 스스로가 사표를 쓰긴 했지만, 부당한 인사이동을 통한 강등, 그로 인한 감봉은 엄청남 스트레스를 안겼을 테지요. 보통사람으로선 그와 같은 상황에서 회사에 계속 남아있을 수가 없습니다

▲ 구조본에 불려가 희망퇴직 종용을 받고 있는 봉준수. 이를 보며 눈물 짓는 황태희.


그리고 봉준수는 황태희의 남편이란 이유로 매번 승진에서 탈락하는 부당한 처우를 받다가 결국 구조조정대상에 포함되어 희망퇴직(사실상 정리해고) 당하게 되는 비운을 맞게 됩니다. 이 드라마의 제목이 의미하듯 황태희는 과감하게 다시 퀸즈그룹에 들어가 역전에 성공하겠지요 


아마도 백여진도 누르고
, 한 상무도 눌러 마침내 성공신화를 일구어낼 게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런 일은 로또복권에 당첨되는 것만큼이나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야말로 드라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다행히 황태희나 봉준수가 자살을 택하지 않은 것만도 복 받았다고 할 수 있지요.

 

황태희처럼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사람만 세상에 있다면 세상 살기가 얼마나 수월하겠습니까만, 세상이 그렇게 녹록한 것도 아니죠. 어쨌거나 퀸즈그룹의 구조조정본부는 정말 잘 그린 것 같아요. 보통 우리는 그렇게 생각했지 않습니까? 구조조정본부 이러면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곳 같다는.

 

그런데 알고 보니 그곳이 살생부를 만들어 사람을 죽이는 곳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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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 작년이었나요? 내조의 여왕으로 한참 인기를 끌었었죠. 드라마를 보고 있자니 열살 먹은 딸애가 슬며시 다가오더니 그러네요. “역전의 여왕, 내조의 여왕하고 비슷하네. 내조의 여왕도 재미있었는데, 이것도 재미있겠다.”

 

우리 애들 이거 연속극 너무 좋아해서 탈입니다. 하긴 뭐 저도 고만할 때 김영란 보면서 속으로 아이구 예쁘다했으니까요. 혹시 기억들 나실지 모르겠네요. 김영란 데뷔작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옥녀로 당시 톱스타였죠. 그 이후로 화장품 광고는 거의 도맡았죠, 아마?

 

아무튼 그래서 말입니다. 혹시 내조의 여왕포스팅 한 거 있나 싶어 살펴보니 있네요. 작년 5 20일이었군요. <내조의 여왕, 생활속의 사랑법> 읽어보니 감회가 새롭군요. 벌써 1년 하고도 6개월 전이라니. 글쓰기 폼도 비슷하네요. 그때도 이런 식으로 썼었군요.


너는 내 운명같은 말도 안 되는 억지드라마 탓에 그 좋아하는 연속극을 확 끊어버려?’ 하던 차에 만난 재미있는 드라마였던 지라, ‘역전의 여왕으로 김남주가 다시 나온다고 하니 기대가 만빵이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역시 김남주는 사람을 실망 시키지 않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 한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그렇습니다. 왜 극 초반부터 김남주가 회사에서 잘렸을까? 물론 보신 분들은 다 아시는 일이지만, 김남주가 결혼을 했기 때문입니다. 김남주의 직속 상사인 노처녀 한송이 상무에게 밉보였기 때문이죠.

 

가만, 한 상무를 노처녀라고 하는 게 맞나 모르겠네요. 벌써 유통기한 지났을 텐데. 아이구 이거 실례했습니다. 여성단체들 막 달려오겠네ㅎㅎ 사실은 저도 유통기한 지난 지 꽤 오래 됐답니다. 다행히 미리 팔려서 폐기처분은 면했지만요.

 

어쨌거나 한 상무가 김남주, 아니 황태희를 자른 이유는 오직 단 하나였습니다. 자기를 배신하고 결혼을 했기 때문이죠. 한 상무는 황태희의 타고난 능력을 사랑했을 뿐 아니라 자기처럼 노처녀로 늙어가는 것을 기꺼워했지요. 그래서 자기 후계자로 점 찍었던 겁니다.

 

말하자면 한 상무는 황태희에게 배신 당한 셈입니다. 황태희를 낚아채간 봉준호(정준호 분)는 죽일 도둑놈인 거고요. 황태희와 봉준호가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사이 한 상무는 전격적으로 인사이동을 실시합니다. 기획개발팀장 자리에서 졸지에 과장으로 밀려난 황태희.

 

그런데 이럴 수가 있는 것일까요? 아무리 상무라지만 뷰티사업본부 기획개발실 팀장을 하루아침에 과장으로 좌천시킬 수 있다는 게. 아마도 한 상무가 본부장인 모양인데요. 그래도 이건 아니지요. 나름대로 인사에는 기준이란 것이 있는 것인데….

 

▲ 황태희 남편 봉준호. 살기 위해 팀장님의 이삿짐(소파)을 나르느라 힘깨나 쓰고 있다. 요즘도 이런지는 몰라도 이건 엄연한 정글 직장세계의 현실.

황태희, 참 안됐습니다. 견디다 못한 황태희 마침내 사표 쓰고 회사를 떠나고 마네요. 그리고 몇 년이 흘렀습니다. 애도 낳고 아줌마 티가 줄줄 흐르는 황태희. 그러나 이를 어쩔까요? 남편까지 잘리게 생겼네요. 안 그래도 무능하고 철딱서니 없는 남편, 강적을 만났습니다.

 

한 상무가 황태희 남편 꼴 보기 싫다고 그토록 안 보이는 곳으로 처리하라고 지시했건만, 봉준호에게 미련이 남은 백여진(채정안 분)이 어쩌지 못했는데, 아 이거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이라더니 군대에서 괴롭히던 졸병이 구조조정본부장으로 왔습니다.

 

구용식 구조본부장. 퀸즈그룹 회장님의 아들이랍니다. 엎친 데 덮친 격. 아마 다음주엔 잘릴 겁니다. 그리고 드디어 내조의 여왕, 아니 역전의 여왕님께서 나서시게 되겠지요. 이번엔 내조로 남편을 구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직접 나선다는 게 다르다면 다른 스토립니다.

 

그런데 구조본 회의장에서 오가는 대화들이 참 우습네요. 그러니까 누구를 자를 거냐 하는 걸 정하는 건데요. 중역들이란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기준들이란 게 주로 이런 거군요. 실적이 없는 사원, 비정규직, 결혼한 여사원은 최우선 순위 

▲ 구조조정 회의. 내 보기엔 잘라야 할 조정대상자들 여기 다 모인 듯.

"이번에 정리해야 하는 사람이 300명이 넘습니다. 먼저 숫자가 많은 계약직부터 쳐내구…"
"회사가 뭐 직원들한테 월급 줘가며 교육시켜 주는 데도 아니고 가능성 없는 직원부터 자르는 게 현명한 일이라고 봅니다."
"연봉이 일정액 이상인 부장급들도 대상에 있습니다. 그리고 실적이 좋지 않은 유부녀 직원들도 최우선 대상자로 삼아야 된다고 봅니다." 
   

참 한심한 중역들이군요. 그러자 젊은 구조본부장 그러네요.

“질문 있습니다. …
제가 뭘 잘 몰라서 그러는데요. 회사가 구조조정을 할만큼 경영 악화가 된 책임은 직원들보다 임원진에게 더 큰 거 아닌가요? 그런데 거기에 대한 지적을 하시는 분은 아무도 안 계시네요? 하하, 제가 뭘 잘 몰라서요." 

 

젊은 친구가 나름 정신이 제대로 박힌 것 같기는 한데요. 그러나 글쎄요.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아하니 이 친구도 자기를 괴롭히던 군대 고참 봉준호부터 자를 것 같으니, 그 정신도 글쎄올시다네요. 아무튼,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게 참 한심합니다.

 

결혼한 여사원은 최우선순위? 아무리 드라마의 작위적 설정이라지만, 현실의 반영을 무시할 순 없었겠지요. 세상이 많이 바뀌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저 밑바닥에선 과거의 잔재들이 끈덕지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거지요. 그걸 역전의 여왕이 제대로 보여준 거고요.

 

재미있었지만, 씁쓸한 장면들이었습니다. 드라마 홈피에 의하면 "직장인들을 계급으로 나누는 직장의 카스트제도, 공공연하게 인정되고 있는 오피스 와이프와 위험한 로맨스, 그리고 인생역전?" 무슨 얘기인지는 몰라도 직장이란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바퀴벌레 부부의 끈질긴 생존이야기를 그리겠다고 하네요.  

 

아무튼 오랜만에 딱딱한 틀에서 벗어나 경쾌하고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게 됐습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