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순'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8.19 김탁구를 제빵왕의 길로 인도하는 구마준 by 파비 정부권
  2. 2010.07.17 구마준이 김탁구를 이길 수 없는 이유 by 파비 정부권 (6)
탁구의 가장 훌륭한 스승은? 다름 아닌 구마준!!

구마준이 탁구가 설빙초를 마시기 전에 제지하기를 바랐습니다만, 마준은 결국 막지 않았군요. 양미순이 약 숟가락을 탁구의 입으로 가져가는 걸 지켜보면서 마준은 그 짧은 순간에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건 내가 하는 일이 아니야. 어디까지나 이건 너의 운명일 뿐이야. 내가 아니어도 운명이 너에게 독약을 먹이고 있지 않니."
 
구마준은 가만 보면 핑계의 대가입니다. 그는 늘 나쁜 짓을 할 때마다 이럽니다. "이건 내 탓이 아니야. 다 네가 못난 탓이지. 너는 결국 누군가에게 이렇게 당하도록 되어 있어. 그걸 운명이라고 하지." 마치 성폭력 범죄자가 이렇게 말하는 거 하고 같습니다. "이게 어디 내 탓이야? 만약 네가 싫었다면 나는 할 수 없었다고."

사람을 개 패듯이 무차별 폭행을 해놓고도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에 모든 것은 다 상대가 있는 법이야. 손바닥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지." 그런 견지에서 아마 얼마 전에 이명박 대통령과 아나운서를 꿈꾸는 젊은 여대생들을 빗대 성희롱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던 강모 의원도 굉장히 억울할 겁니다.

"아니 내가 한 말이 뭐 틀린 거 있어? 원래 다 그런 거 아니야? 자기들도 다 알면서, 괜히들 난리야."


이런 것은 성희롱당으로 놀림 받는 한나라당이나 보수파들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진보단체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이런 일이 비일비재로 일어납니다. 심지어 수배된 민주노총 위원장을 수행하던 민주노총의 한 간부가 전교조 여교사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사자는 징역 3년형인가를 선고 받았지만, 민주노총은 아직도 이에 대해 공식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무튼 구마준이 바로 이런 인간입니다. 자기가 일을 저질러놓고도 그것은 모두 너의 운명 탓이야 이러면서 철저하게 자기 합리화를 합니다. 이런 사람이 실로 무서운 겁니다. 온갖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마치 자기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자기도 매우 괴로운 무엇이 있다는 듯이 비련의 주인공처럼 행세합니다.

구마준이 바로 그런 인간인 것입니다. 차라리 무식하게 악행을 저지르는 야차 같은 인물이라면 동정의 여지도 없으니 우리가 그렇게까지 고민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이런 구마준의 악행 덕분에 김탁구가 제빵왕의 길로 들어선다는 것입니다.

<제빵왕 김탁구>. 제목이 말하듯이 누가 뭐래도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줄거리는 김탁구가 갖은 어려움을 겪고 마침내 제빵계의 큰별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하시는 분은 하시겠지만, 김탁구는 빵 만드는 데는 영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는 오로지 어머니를 찾는 일만을 생각하며 삽니다.

그런 김탁구가 빵을 만들도록 만든 인물은 누구도 아닌 구마준이었습니다. 이들이 12년 만에 재회한 곳은 팔봉빵집입니다. 탁구가 팔봉빵집에 머물게 된 이유는 다만 바람개비를 찾기 위함이었습니다. 바람개비 문신을 한 남자. 조진구였습니다. 그를 찾으면 엄마를 만날 수 있으리란 기대가 탁구에겐 있었던 것입니다.

마준과 탁구 사이에서 갈등하는 신유경. 그러나 그녀는 결국 돈냄새를 따라 나서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그 기대는 조진구를 만난 순간 깨졌습니다. 이제 더 이상 탁구는 팔봉빵집에 머물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그런 탁구에게 빵을 만들 이유를 만들어준 것은 구마준이었습니다. 구마준은 탁구에게 경찰서에 잡혀간 신유경을 빼내 줄 터이니 앞으로 2년간 절대 신유경을 만나지 말 것을 강요합니다.

그리고 2년 후에 자기와 경합을 해야 한다고 조건을 겁니다. 물론 탁구는 이에 응했습니다. 신유경을 구하기 위해서. 탁구가 빵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해준 사람은 구마준만이 아니었습니다. 구마준의 생부. 한승재가 있습니다. 그는 팔봉빵집의 고재복을 매수해서 제빵실 폭발사고를 사주합니다.

당연히 김탁구를 죽이거나 불구로 만들 계획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김탁구는 실명만 한 채 살아남았습니다.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김탁구. 그때 김탁구는 자기가 얼마나 간절하게 빵을 만들길 원하는지 알았습니다. 딱 한 번 보았을 뿐인 아버지의 빵 만드는 모습이 너무나 또렷하게 기억 속에 살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결국 한승재가 김탁구를 해치려고 한 계획이 탁구로 하여금 구일중이 걸어간 길을 걷도록 만드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구마준은 김탁구에게 팔봉선생의 경합에서 자기를 이기려면 수단방법 가리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합니다. 그리고 자기는 분명히 그렇게 할 것이라면서.

역시 한승재의 사주를 받은 고재복이 경합자들의 밀가루 반죽에 소다를 뿌려 못쓰게 만드는 사고를 쳤습니다. 구마준은 이것이 김탁구의 짓이라고 모함을 하고 결국 김탁구는 다른 경합자들을에게 밀가루를 양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고 맙니다. 1차 경합에서 김탁구는 탈락할 위기에 놓인 것입니다.

그러나 위기는 탁구에게 기회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탁구는 모자란 밀가루 대신에 옥수수와 보리를 이용해 보리밥빵이란 특별한 빵을 만들어냈습니다. 가장 배부른 빵. 탁구는 팔봉선생으로부터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반면에 구마준은 탈락시켜야겠지만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는 팔봉선생의 말로 자존심을 구겼습니다.

구마준의 악마성을 알면서도 따라가는 신유경에 비해 양미순은 사람냄새가 나는 김탁구에 이끌린다. 역시 미각의 천재.


2차 경합. 갈등하던 마준은 결국 악마의 유혹을 삼키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이번엔 매우 중대한 범죄행위를 계획합니다. 김탁구에게 독을 먹이기로 한 것입니다. 설빙초. 이걸 먹으면 맛과 냄새를 느끼지 못합니다. 미각과 후각이 없이 빵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김탁구. 이번에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습니다. 미각과 후각을 잃은 탁구는 제빵사로선 식물인간입니다. 그런 그는 오로지 손의 감각만으로 빵을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성공했습니다. 탁구는 실패한 빵들을 경합 시험대 위에 올려놓았지만, 그 실패의 경험이야말로 최고의 성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성공은 오로지 손의 감각만으로 이룬 것입니다. 김탁구가 마신 독초의 양은 한 숟갈 정도였으므로 곧 다시 미각과 후각을 되찾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럼 이제 탁구에겐 미각, 후각 외에 또 하나의 무기가 더해지는 셈입니다. 바로 뛰어난 손의 감각. 이 삼박자가 김탁구를 제빵왕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탁구가 이런 비장의 무기들을 개발하도록 힘써준 사람은 누구일까요?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구마준입니다. 구마준이 호의로 그런 것은 물론 아닙니다. 그러나 아무튼 김탁구는 마치 무협지의 주인공처럼 낭떠러지로 떨어지면 꼭 비급 한 권을 얻어오거나, 기화요초를 얻어 임독양맥이 타동되는 기연을 얻습니다.

그리하여 삼화취정, 오기조원을 거쳐 등복조극에 이르고 마침내 입신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무협지의 주인공들은 대개 자기를 낭떠러지에 밀어 떨어뜨린 악인을 찾아내 기어이 복수를 합니다. 가끔 용서를 하는 경우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기억나는 것이 전혀 없으니 아마도 복수가 대체적인 결말인 듯싶습니다.

김탁구는 어떨 것 같습니까? 자기를 낭떠러지에 밀어 떨어뜨린 구마준, 그리하여 기연을 얻어 제빵왕의 길로 인도해준 구마준을 어떻게 대할 것 같습니가? 역시 늘 그렇게 기대하듯이 처절하게 복수할 것인가, 아니면 모든 것을 용서하고 화합의 길로 나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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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양미순. 참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그녀의 입에서는 나오는 말마다 명언입니다. 사나이는 주먹을 가장 마지막에 써야 한다고 엄마와 똑같은 말을 해서 탁구를 감동시키기도 했던 그녀는 이번에도 명언을 내놓았습니다. "자고로 먼 곳을 가려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부터 출발해야 하고, 높은 곳을 오르려면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된다."


멀리 가려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부터 출발해야

물론 이 말은 팔봉선생이 손녀인 양미순에게 해준 말입니다. 이 단순한 말 속에는 진리가 숨어 있습니다. 빵을 만들려면 가장 기초적인 밀가루, 물, 소금, 이스트의 성질부터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1차적인 과제는 반죽입니다. 이들 네 가지의 기본 요소들을 얼마나 잘 배합하느냐에 따라 빵이 잘 만들어지느냐 잘못 만들어지느냐가 달려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하려는 마음. 그 마음은 선배들과 동료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정신으로 나타납니다. 김탁구는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서 팔봉빵집 식구들이 생활하는 숙소 마루를 걸레로 깨끗이 닦습니다. 빵판을 닦고 물기를 제거하는 데 누구보다 열심입니다. 그것도 신이 나서. 

탁구는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하는 것을 빵의 기초재료들을 제대로 익히는 것뿐만 아니라 동료들을 위해 열심히 숙소를 청소하고 빵판을 닦는 일부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동료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겠지요. 탁구는 우선 제빵사들이 행복해야 사람들에게 맛있는 빵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여기에 비해 구마준은 어떻습니까? 저는 그가 빗자루 한 번 드는 꼴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는 분명 탁구와 거의 동시에 팔봉빵집에 들어왔습니다. 그가 아무리 파리에 유학까지 다녀왔다고 하더라도 팔봉빵집에서는 신참입니다. 구마준은 선배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밑에서부터 일하면서 배우려는 마음은 더욱 없습니다.   


자만심으로 똘똘뭉친 구마준에게 없는 것은?

자만심으로 똘똘 뭉친 구마준에게 팔봉선생을 제외한 팔봉빵집의 제빵사들은 그저 하찮고 귀찮은 존재들에 불과합니다. 그에겐 빵을 제대로 배워보겠다는 의지보다는 하루 빨리 팔봉선생의 인정서를 받아 돌아가겠다는 욕심뿐입니다. 그에게 팔봉선생의 비법 따위는 소용없습니다. 오직 인정서만 필요할 뿐.

팔봉빵집의 대장 양인목이 김탁구를 제빵실에 거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그는 처음에 김탁구를 들일 수 없다며 길길이 뛰었습니다. 그러나 양인목은 김탁구에게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보았던 것입니다. 탁구가 타고난 후각으로 빵이 쉬었다는 것을 알아냈었지요? 그래서 빵은 모두 폐기처분되고 말았습니다.

급히 새로 만든 빵을 배달하는 일을 자청하면서 탁구가 그랬지요. "소아병동의 아이들이 얼마나 기다리고 있겠어요. 빨리 갖다 줘야지." 그런 탁구를 지켜보며 양인목을 생각했을 것입니다. '음, 사람에 대한 애정은 있는 녀석이군. 제빵사의 제1 조건이 바로 사람을 위하는 마음인데, 기본은 된 녀석이야.'

여러분은 12년 전에 팔봉선생이 탁구에게 했던 말을 기억하실 겁니다. "너 그렇다면 착하게 살아온 것이 아니었구나. 착하게 산다는 게 무엇이겠느냐. 남을 미워하고 분노하는 마음, 그게 남아 있으면 착하게 사는 것이 아니다." 아마 팔봉선생도 빵을 만드는 사람은 마음속에 미움과 분노가 있어선 안 된다고 가르쳤을 것입니다.

빵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입니다. 미움과 분노로 가득한 사람이 과연 사람들의 마음을 살찌우는 빵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팔봉선생은 틀림없이 그럴 수 없다고 말합니다. 빵을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사랑이 깃들지 않은 빵은 죽은 빵이라는 거죠. 그런 빵은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없습니다. 

낮은 곳에 설 수 없는 마준, 절대 탁구를 이길 수 없어

구마준. 그의 마음속엔 오로지 야심만이 가득합니다. 그의 마음속엔 타인을 위한 약간의 자리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는 탁구를 짓밟기 위해 도둑 누명을 씌우는가 하면 제빵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고 그걸 탁구가 한 것처럼 꾸미기도 합니다. 게다가 그는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잘났다고 생각합니다. 


우월의식이 뼛속까지 박힌 그의 어머니 서인숙처럼 구마준도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하찮기만 합니다. 그런 구마준이 가장 낮은 곳에서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우물에서 포도주가 솟아나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을지도 모릅니다. 신유경은 그런 구마준을 꿰뚫어보았던 것일까요?

그녀는 구마준에게 이렇게 말했었지요. "너는 절대 탁구를 이길 수 없어!" 12년 전에 했던 이 말을 그녀는 구마준에게 다시 했습니다. "너는 절대 탁구를 이길 수 없어!" 그리고 팔봉선생도 알고 있습니다. 구마준이 절대 김탁구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어쩌면 팔봉선생은 탁구와 마준이 대결하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를 즐기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에겐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거친 마준이가 아무것도 모르던 탁구에게 깨지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탁구에게 빵을 만들게 해준 사람은 마준입니다.  

구마준의 비행을 모두 알고 있는 팔봉선생이 구마준을 쫓아내지 않고 2년의 시간을 준 것도 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탁구 안에 든 그 타고난 재능을 끌어내 구경(?)하고 싶은 욕심, 그런 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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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