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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15 부적절한 쌀직불금 수령? 말 좀 똑바로 하자 by 파비 정부권 (2)

쌀직불금 문제로 온통 세상이 시끄럽다. 여야 정치권의 공방도 뜨겁다. 서로 네 탓이라고 떠넘기기에 바쁘면서도 이 문제는 그냥 덮고 갈 수 없는 뜨거운 감자라는 점에 대한 인식만큼은 차이가 없는 듯하다. 사실은 여와 야가 모두 이 파렴치한 범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부담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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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쌀직불금 불법수령을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부적절한 쌀직불금 수령? 부적절한 범행?

그러나 나는 이들이 벌이는 말싸움을 보면서 다시 한 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범죄행위를 논하는 이들의 말솜씨가 너무나 고상하기 때문이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이토록 고상한 말을 써야만 한다는 "정치인 윤리강령" 같은 법이라도 제정되어 있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우선 경향신문에 실린 청와대의 말부터 들어보자.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은 1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고위공직자들의 쌀 직불금 부정수령은) 적절하다고 보여지지 않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 나름대로 조사를 하고, 그에 따라 조치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의 쌀 직불금 수령 의혹을 계기로 정부와 청와대가 진행해온 관련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관련 고위공직자들에 대해 문책을 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적절하다고 보여지지 않기 때문에…” “관련 고위공직자들에 대해 문책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절도용의자에게 마치 “적절하다고 보여지지 않은 행위로 보여지기 때문에 문책할지도 모른다”고 정중한 경고의 말씀이라도 올리는 듯한 태도다.

이번엔 민주당의 주장을 한 번 들어보자. 연합뉴스에 실린 기사의 일부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확대간부회의에서 "이 차관 문제로 드러난 공직사회 부도덕성과 도덕 불감증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소위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S라인(서울시청 출신 인맥)' 측근이라는 점 때문에 이 차관의 해임을 주저하고 있는데 지금이라도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쌀 부정 수급자 명단을 즉각 발표하고 부정 수급자에 대한 국고 환수를 즉시 실시하라"며 "최소한 정무직 공직자에 대해선 즉각 파면과 해임을 해야 하며 당사자들이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보다는 훨씬 강경한 어조가 눈에 띠지만 역시 쌀직불금 불법수령이 범죄행위라는 표현은 보이지 않는다. “공직사회의 부도덕성과 도덕 불감증”을 개탄하면서 “이 차관의 해임”을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 민주노동당은 어떨까? 역시 경향신문의 기사 중 일부를 소개한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은 “고위공직자의 쌀 직불금 부당수령은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면서 “부당이득을 환수하고, 정도가 심하면 해임하거나 형사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도 진보정치를 표방하는 정당답게 형사처벌을 주장하는 수위까지 나아가긴 했지만, 역시 ‘헌법정신 위배’ ‘부당이득 환수’ 같은 파렴치한 범죄행위에 베풀어주기엔 너무 고상한 용어들이 구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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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

엉뚱하게도 홍준표가 지적한 "형법상 사기죄"가 그런대로 가장 낫다


그런대로 가장 나은 말솜씨는 엉뚱하게도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의 발언에서 찾을 수 있었다. 역시 경향신문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 점검회의에서 “대리경작을 하면서 직불금을 타갔다면 형법상 사기죄”라며 국회 차원의 철저한 진상조사 방침을 밝혔다.

아마 홍준표 의원이 검사 출신인데다 독설로 한 몫 하는 유명정치인의 면모를 보여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그가 표현한대로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하든 농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을 중간에서 가로챈 ‘절도죄’에 해당하든 고위공직자가 저지른 범죄행위는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정치권의 사퇴 압력 속에서도 아직 사표를 제출하지 않고 있는 이봉화 보건복지부 차관의 경우에는 억울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모르긴 몰라도 그는 쌀직불금 신청만 했다가 부랴부랴 철회했으니 범죄가 기수에 이른 것은 아니고 미수에 그친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보건복지부 차관은 범행이 미수에 그쳐서 그냥 자리에 버티고 앉아있나?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차관쯤이나 되는 사람이 그것도 국민의 복지를 책임지는 부서의 최고위직에 위치한 사람이 가져야할 태도는 아니다. 실로 이명박 정권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새삼스럽게 용어혼란전술이란 말이 생각난다. 내가 군대 있을 때 ‘카츄사’ 훈련병 이념교육 조교를 맡은 일이 있었다. 당시는 87년을 전후한 시기로 사회가 매우 격동하던 시기였다.

당시 정부는 사회혼란의 주범으로 좌파이념을 지목하고 이에 대한 신병 이념교육 실시에 대한 지침을 내렸다. 그리고 내가 소속된 부대는 이념교육반을 편성하고 종속이론, 매판자본론, 유로코뮤니즘, 해방신학 같은 신좌파이론 비판교육을 준비했다.

그때 용어혼란전술이란 것을 알게 됐다. 좌파들이 대중선동 방법으로 주로 쓰는 전술이란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사회에 나온 후에 용어혼란전술이란 것이 실상은 정부와 기득권층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신자유주의’ ‘노동의 유연성’ ‘교육자유화’ ‘소비자주권’ 같은 말들이 모두 용어혼란전술에 해당한다. 자유, 유연성, 주권 같은 말 속에서 우리가 부정적인 요소를 발견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용어혼란전술에 갇힌 무지한 진보세력

언젠가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는 “진보적 지식인들은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언어를 사용하며 자족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정부와 자본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같은 말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바람에 실제로는 대중에게 의아심만 부채질 하는” 무지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렇다. 어쩌면 진보연하는 분들이 오히려 용어혼란전술에 장단 맞추면서 그들을 기쁘게 해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때 미국의 대통령 클린턴이 자기 비서였던 르윈스키와 벌인 일을 두고 언론들이 만들었던 “부적절한 관계”란 말이 있었다. 이 말은 한 동안 세속에서 유행하며 유사한 정치적 스캔들이 벌어질 때마다 인용되곤 했다.

쌀직불금을 수령한 공무원이 4만 6000여 명이고, 공기업 직원도 60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이 저지른 범죄는 단순히 농민들의 돈을 갈취한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번지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고위공직자들의 직위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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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FTA로 농민들의 주름살이 늘어난 가운데 고위공무원들은 농민들이 받아갈 직불금까지 강탈해 갔다.

조선시대에도 고위공직자의 부정행위는 엄벌로 다스렸다

농촌에 살면서 실제로 농사를 지어먹고 사는 선량한 공무원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에서 고위공무원으로 봉직하면서 시골에 농토를 소유하고 쌀직불금을 갈취한 파렴치한 범죄자들은 옥석을 가려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조선시대에도 일반 백성의 죄에 비해 관리(공무원)가 저지른 죄는 중벌로 다스렸다. 고위공무원이 저지르는 파렴치한 범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고위공직자들의 쌀직불금 사기 사건은 국가안보에 준한 사태로 보아 강력 처벌해야한다고 주장하더라도 별로 무리가 없을 듯하다.

그러기위해서라도 말을 똑바로 하자. ‘부적절한 수령’ 따위의 애매한 말 말고, 정확하게 말하자.

“고위공직자의 불법 사기행각 및 절도행위에 대해 엄벌로 다스려야 한다.”

2008. 10. 15.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