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10.04.23 신언니, 준수는 강숙과 대성의 아들일까? by 파비 정부권 (41)
  2. 2010.04.22 신데렐라 언니의 동화속 왕자님은 누구일까? by 파비 정부권 (9)
  3. 2010.04.16 '신언니' 은조 모녀는 공범, 피는 물보다 진하다 by 파비 정부권 (34)
  4. 2010.04.15 신데렐라 계모 강숙이 효선을 친딸처럼 아끼는 이유 by 파비 정부권 (2)
  5. 2010.04.12 누가 신데렐라를 악역으로 만들었나 by 파비 정부권 (1)
  6. 2010.04.11 신데렐라는 진정 가증스러운 캐릭터인가 by 파비 정부권 (11)
  7. 2010.04.08 신데렐라 언니? 내가 보기엔 피해망상증 환자 by 파비 정부권 (53)

신데렐라 언니 8부의 첫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아이러니하게도 구대성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입원한 병원에서 놀고 있는 준수와 털보 장씨를 만나고 나오다 마주친 은조와 강숙이었습니다. 뭐 이런 것들이 별 의미 없는, 그저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습니다. 또 그러길 바랍니다. 사람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한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 8년간의 강숙의 행적은 실로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강숙은 8년 동안 매주 털보 장씨를 만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그 시작은 강숙의 의도가 아니라 털보 장씨의 집요한 집적거림 때문이었을 겁니다. 털보 장씨도 참 불쌍한 인생입니다. 남의 아내가 된 여자를 붙들고 골방 같은 여관 밀실에서 사랑을 구걸하고 있었다니, 보통의 상식으론 이해가 안 되는 남자입니다.

그러나 그들에겐 그게 가장 구체적이고 지독한 현실일 수도 있습니다. 강숙의 말처럼 "산다는 게 뭔지 안"다는 것은 그리 녹녹한 일이 아닙니다. 강숙에게 삶은 전쟁입니다. 하느님이나 부처님, 천지신명님과도 한판 붙을 각오가 돼있는 전쟁입니다. 그 전쟁터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며, 이 남자 저 남자를 전전하며 강숙은 살아남았습니다.

그런데 내가 의심하는 것은 준수가 과연 구대성의 아들일까 하는 것입니다. 몇 차례 보여준 준수의 모습에서 차분하고 사려 깊은 구대성의 모습을 찾기란 대단히 어려웠습니다. 8부의 시작만 해도 그렇습니다. 구대성이 쓰러져 수술실에 들어갔으며 곧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아이라서? 그러나 아이들도 대개는 눈치가 있어서 놀 때와 가릴 때 정도는 안다는 게 나의 상식입니다.

옛말로 이런 말이 있습니다. "다른 도둑질은 다 해도 씨도둑질은 못한다." 이 말은 다른 물건은 훔쳐 써도 표가 나지 않지만, 사람이 간통을 하여 아이를 낳으면 샛서방(샛서방이란 중간에 끼어든 서방이겠죠? 샛강처럼)을 닮게 되므로 탄로가 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준수는 구대성을 닮았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아무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는 것일까요?

그러나 아무리 살펴봐도 구대성과 닮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털보 장씨를 닮았다는 쪽으로 자꾸 생각이 기울고 있습니다. 하는 짓도 보면 꼭 털보 장씨 같습니다. 8년 세월이 흐른 후 제일 먼저 나온 인물이 바로 이 아이였습니다. 대성도가의 고택 앞에서 친구와 놀던 장면, 아이의 친구는 준수의 폭력이 싫다며 도망가 버렸지요.

또 우리말에 외탁이란 말이 있습니다. 아이가 외가 쪽을 닮았다는 뜻이죠. 외탁이란 말의 존재는 이런 경향이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특이한 경우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즉, 아이들은 아버지를 닮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란 뜻입니다. 제 주변을 보아도 대체로 그런 것 같습니다. 어미는 몸으로 아이와 일체감을 느낄 수 있지만, 아비는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러니 그들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일체감은 닮았다는 것입니다. 과거에,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아이를 두고 "아이고 애비를 꼭 닮았네" 하는 말을 덕담 하듯이 했습니다만, 여기에 어떤 의미가 들어 있었을까요? 아무튼 이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고요. 아이가 아버지를 닮는 것이 생존본능 때문이란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과학적 근거로 무장한 것은 아니니까요.  

그러나 준수가 구대성의 아들일까에 대한 의문은 어쩐지 지워지지 않는군요. 만약 준수가 털보 장씨의 아들이라 가정하면, 그럼 구대성은 자기 아들이 아닌 것을 알고 있기는 한 것일까? 그것도 미스터리입니다. 대성이 워낙 성인 같은 인물이라 알면서도 모른 척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날 뜯어먹으려고 함께 산다고 해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다"는 사람이니까요. 

그럼 은조는 이 사실을―물론 준수가 털보 장씨의 아들임이 사실이란 전제하에―알고 있었을까요? 지금까지는 몰랐던 것 같습니다. 8년 전, 대성도가를 찾아왔던 털보 장씨를 은조가 돌려보낸 적은 있었지만, 그 이후에도 계속 강숙과 만나고 있었으리라고는 생각 못했을 수도 있죠. 한편에서 보면, 털보 장씨가 그렇게 곱게 물러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은조도 맹한 구석이 좀 있는 거죠. 

(위 왼쪽) 강숙으로부터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는 털보 장씨 (위 오른쪽) 헤어지는 조건, 수표 (아래 왼쪽) 다방문을 나서는 강숙 (아래 오른쪽) 입원한 대성의 손을 쥐어주면서 무언가 결심을 했을까?


그러나 이제 알게 되겠죠. 최소한 강숙이 남편 몰래 털보 장씨와 밀회를 가져왔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 관계가 8년 동안 계속 지속되어 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준수의 존재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보기는 하겠죠. 그렇지만 사람은 대개 그렇듯 편한 쪽으로, 희망적인 방향으로 생각을 정리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아니야, 라고. 그리곤 어느 날 폭탄처럼 터지겠지요.

정말 준수가 시한폭탄이라면, 그 시한폭탄의 존재를 대성이 확인하게 된다면, 대성은 어떤 태도를 취할까요? 그때도 세계평화를 위해 입 다물고 모든 것을 덮으려 할까요? 털보 장씨에게 돈을 건네고 다방을 나서면서 강숙이 뒤를 한 번 돌아보았죠. 나오기 전에 강숙은 털보 장씨에게 이렇게 말했었죠. "봉투를 한 번 열어봐. 열어보고서도 그 돈보다 내가 좋으면 따라 나와 나를 잡아. 그럼 내 살아줄게." 

뒤를 돌아보며 알듯 모를 듯 쓴 웃음을 짓는 그녀의 표정에선 "그럼 그렇지. 네까짓 것이, 돈 앞에 장사 있어?" 하는가 하면, 또는 한숨을 삼키며 "그래, 역시 사랑 따위는 개나 고양이에게 주라고 그래" 하는 것 같았습니다. 안도와 실망이 교차하는 그런 웃음 말입니다. 그냥 웃음이 아니라 비웃음이라고나 해야 할 그런. 그러나 털보 장씨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인물은 아닐 듯싶습니다. 

자기 여자를 남의 아내로 보내고 8년 동안이나 밀회를 즐겨온 그런 남자가 돈 몇 푼 받았다고 그렇게 쉽게 물러날까요? 게다가 털보 장씨가 준수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다면? 털보 장씨가 준수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는지에 대해 현재로선 어떤 단서도 없습니다. 그러나 준수가 시한폭탄이 맞는다면 언젠가 은조도, 대성도, 털보 장씨도 다 알게 될 날이 올 겁니다. 

털보 장씨가 있는 다방으로 돌진하는 은조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은조가 앞으로 어떤 태도를 취할지 그게 가장 궁금하군요. 이전 포스팅에서도 말했지만,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한 것이니까요. 참기 어려운 갈등으로 괴로워하겠지만 은조의 선택은 결국 정해져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은조도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엄마의 삶을 누구보다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그리고 이해하는 사람도 은조니까요.

하여간 8부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나로선 꽤나 예사롭지 않은 예고편을 보는 듯했답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위기의 '신데렐라 언니', 급격한 갈등과 변화 예고

신데렐라 언니 7부는 급격한 변전들이 바닥을 뒤흔드는 그런 회였습니다. 마지막에 구대성이 쓰러졌다는 소식은 대성참도가 뿐만 아니라 신데렐라 언니 전체가 위기를 맞았다는 뜻이지요. 비록 지금까지는 갈등이 내재돼 있었다 하더라도 겉으로는 평온을 유지했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갈등이 표출될 것이란 신호탄이지요.  


계모 강숙의 본심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효선과 구대성

효선은 이미 오래전부터,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계모 강숙의 본심을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자기가 얻을 수 없었던 것에 대한 욕심 때문에, 혹은 그리움 때문에 모른 척 하고 있었을 뿐이죠. 강숙이 대성을 움직여 은조에게 도가 공장 일을 맡기고 자기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바보로 만들려고 한다는 걸 효선은 엿보았었지요.

그런데 어제 7부에서는 효선이 아버지도 이미 오래전부터 강숙의 본심을 알고 있었다는 고백이 나와 충격이었습니다. 세상에, 효선 아버지 같은 사람이 또 있을 수 있을까요? 진짜 신데렐라의 아버지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그러나 사실 신데렐라의 아버지와 효선 아버지를 비교하는 건 무리란 생각도 든답니다.

동화 속 신데렐라 아버지는 일 밖에 모르거나 신데렐라 계모의 치마폭에 싸인 바보 같은 존재였죠. 신데렐라가 어떤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그러고 보면 신데렐라도 바보이긴 마찬가지여요. 그녀는 자신을 위해 스스로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죠. 그저 운명적인 왕자님을 기다릴 뿐이에요.

그러나 아무튼 효선의 아버지는 분명 신데렐라 아버지와는 달랐습니다. 그는 모든 걸 꿰뚫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의 진심이, 은조 엄마를 향한 사랑, 은조를 보살펴야겠다는 마음이 새로운 가족의 위선을 감추어주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그걸 직접 확인한 순간 받은 충격은 엄청났던 것 같아요. 


역시 그도 사람이기 때문이죠. 아마도 어쩌면 구대성이 쓰러지게 된 데에는 대성참도가의 위기보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의 "그래, 뜯어먹을 게 많아서 산다"는 말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답니다. 돌아서 휘청거리며 걸어가는 그의 등짝을 타고 흘러내리는 절망감이 그걸 말해주고 있었어요.

사연 없는 사람 없는 신언니 속 인물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사연들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습니다. 구대성은 아주 헌신적인 사람이죠. 그의 딸 효선도 그를 닮아 사랑을 베풀길 좋아합니다. 그러나 효선은 사랑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는 듯이 보이죠. 결국 그런 자신의 아픈 치부를 가장 신뢰하는 기훈이 건드리게 됩니다. 

"넌 은조에게 아무것도 뺏긴 게 없어. 너는 스스로의 힘으로 가진 것도, 가지려고 노력한 것도 없기 때문에 빼앗길 것도 없는 거야."

기훈은 왜 그랬을까요? 진심으로 효선을 걱정해서 그랬을까요? 저로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더군요. 은조를 향한 일편단심만 보여주던 기훈이 갑자기 효선을 향해 마음을 여는 듯한 태도를 보이니 말이죠. 아니면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일까요? 쌀쌀맞은 기훈의 태도는 오히려 효선에게 자극을 주어 자립심을 키워주려는 의도로 보이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효선은 기훈의 말에 충격을 받아 도가 일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일어서겠다는 노력이 가상해보일 정도로 그녀의 의지는 대단해보입니다. 여기에 기훈이 조금씩 도움을 주기 시작하죠. 그런 기훈의 모습은 과연 진심일까요? 

8년 만에 나타난 기훈의 태도는 정말 종잡을 수 없어요. 8년 전의 기훈은 참으로 신실한 사람이었죠. "은조야!" 하고 부르던 기훈은 은조에게 실로 든든한 울타리였어요. 그런데 지금의 기훈이 그때의 기훈과 같을까요? 알 수가 없군요. 어쩐지 그의 이중적인 모습이 자꾸 보이니 말이에요. 

그러나 역시 누구보다 가장 많은 사연을 간직한 사람은 은조 엄마에요. 그녀의 인생은 실로 파란만장했죠.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가 있었을까요? 제가 보기엔 그녀는 한 번도 누구를 사랑해본 적이 없는 여자 같아요. 오로지 살기 위한 방편으로 남자를 선택했던 여자, 수많은 남자를 거쳐야 했던 여자, 이보다 더 슬픈 일이 있을까요?

신언니에서 가장 사연이 많은 여자, 송강숙

이 드라마에서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는 은조 엄마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의 삶은 리얼해 보였답니다. 아이를 살리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는, 나중에 얻게 될 복통의 고통을 알면서도 우선은 먹어야 산다는 절박감, 그것이 그녀의 인생이었지요.


그러므로 그녀가 악녀인 것을 알면서도 정작 그녀를 향해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이는군요. 누구나 아름다운 동화의 이면에 숨어있는 삶의 고통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그런 엄마 밑에서 자란 은조는 누구의 사랑을 받거나 주는 일에 너무 서툽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마음은 타인을 향해 날카로운 발톱부터 먼저 세우는데 익숙해 있습니다. 은조의 곁에서 늘 따뜻하게 안아주는 효선 아버지의 노력으로 은조의 마음도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죠. 그러나 은조가 처음으로 기대고 싶은 마음이 일었던 사람은 기훈이었지요.

이 드라마에서 기훈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백마 탄 왕자님?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갈수록 그의 정체가 궁금해지는군요. 지금으로선 기훈이 왕자가 되는 스토리는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왕자가 이렇게 오락가락해서야 안 되지요. 이중적인 성격을 보여서도 안 되고요.

늘 일관된 따스하고 포근한 마지막 안식처, 목표요 결과가 왕자여야만 아름다운 동화가 되겠지만, 기훈은 은조 이상으로 갈등하는 사람이란 말이죠. 그럼 진짜 은조의 왕자는 혹시 정우가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그에겐 백마가 안 보이니 그것도 알 수 없네요.

동화 속 왕자님은 누구일까, 기훈? 정우?

아직은 정우는 그저 은조에 대한 변하지 않는 집착만 있을 뿐이에요. 그게 사랑일까요? 글쎄요. 알 수가 없네요. 사랑은 집착이 아니라고 배웠는데, 아직 정우에게선 집착만 보이니. 모르죠. 차차 은조의 행복을 위해 자기 사랑마저도 포기하는 정우의 모습을 보게 될지. 그럼 그는 진짜 왕자가 되는 거죠.



쓰다 보니 뭘 썼는지 잘 모르겠군요. 그만큼 신데렐라 언니에 나오는 인물들의 성격이 복잡하고 다단하다는 뜻이겠지요. 사연 없는 인물이 하나도 없고, 모두들 이중적인 성향을 내포하고 있어요. 특히 은조와 효선, 기훈이 어떻게 변해갈지가 키포인트가 되겠네요.

아무튼 저는 구대성이 이미 처음부터 강숙의 본심을 알고 있었다는 대목에서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휘청거리며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이 측은하기도 했지만, 한편 "오, 저런 사람이 세상에 있을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을 아니 할 수 없었죠. 그는 마치 성인처럼 보였어요.

하긴 세상엔 저렇게 훌륭한 인품들이 즐비한데 그런 인격이 있는 것조차 의심하는 제가 문제인 거죠. 그렇겠죠. 어쨌거나 동화 속 왕자님은 누가 될지 그게 궁금하네요. 기훈? 정우? 그러나 그들은 아직 왕자가 되기엔 바퀴 한 짝씩을 잃어버린 수레 같아요.

마찬가지로 왕자님의 품에 안길 신데렐라도 누가 될지 아직은 미지수군요. 신데렐라가 진짜 신데렐라인지, 아니면 신데렐라 언니가 진짜 신데렐라인지…, 또는 어쩌면 은조와 효선이가 함께 신데렐라가 되는 해피엔딩이 될지…, ………… ?

Posted by 파비 정부권
은조는 갈등하는 신데렐라 언니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거의 진실입니다. 아니 '거의'라는 수식어는 사실 불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의'가 아니라 '완벽'하게 진실이죠. 피보다 진한 것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자식도 마찬가집니다. 부모의 마음에 미치지는 못해도 그 끈끈한 정은 그에 못지 않습니다. 


신데렐라 계모 강숙의 의도, 대성참도가를 먹는 것

"너 업고 쓰레기통도 뒤졌어. 더러운 거라도 안 먹이는 거 보단 나을 거 같아서. 뒤져 먹이고 너 탈났을 때, 밤새 열 오르고, 네 눈동자 저 뒤로 까무렁 넘어가 흰자만 번득일 때, 하느님 아버지, 부처님, 신령님, 내 새끼 죽이기만 해보라고, 내가 가만 놔둘 줄 아느냐고, 하늘이고 나발이고 간에 한입에 꿀꺽 삼켜 잘근잘근 씹어주겠노라고, 사람으로 품위 지키며 살긴 그날밤으로 포기했어."

"내가 누군 줄 알아? 하느님 부처님하고 맞장 떠 이긴 년이야, 내가. 너 하나 살리려고." 강숙의 말을 들으며 은조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녀는 슬펐을 것입니다. 천륜과 양심 사이에서 그녀는 끝없이 갈등했을 것입니다. 그녀의 차갑고 괴팍하고 공격적인 성격도 그런 갈등의 끝에서 형성되었을 것입니다. 이보다 앞서 은조는 구대성에게 대성참도가를 나가겠다고 선언했었죠. 


구대성이 그럼 나가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계획서를 만들어 오라고 하자 그렇게 하겠다고 합니다. 이 말을 엿들은 강숙은 구대성의 앞에서 "우리를 쫓아내려고 그러냐" 하며 쓰러집니다. 물론 연기였습니다. 늘 엄마를 의심하는 은조조차 이번엔 감쪽같이 속았습니다. 의사가 다녀가고 구대성이 잠깐 나간 사이 강숙은 언제 쓰러졌었냐는 듯 팔팔하게 은조를 몰아붙입니다. 

"야 이년아, 나가긴 어딜 나가. 가만있으면 이 공장이 통으로 다 너하고 준수 건데, 가긴 어딜 가." 


준수는 구대성과 결혼한 강숙이 낳은 아들입니다만, 그 아비가 누구인지 의심스럽습니다. 매달 털보 장씨를 영양제 맞듯 만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엄마를 보는 것이 은조에겐 가장 큰 고통입니다. 오죽했으면 꿈도 희망도 없는 은조에게 오직 하나 꿈이 있다면 엄마 없는 곳에서 사는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요? 은조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요?

구대성은 은조 모녀의 실체를 알게 될까

은조는 대성참도가를 떠나지 않습니다. 은조는 엄마를 그토록 미워하면서도 엄마의 뜻을 저버릴 수 없는 것입니다. 피는 물보다 진한 운명 탓이죠. 구대성은 일단 집을 나가겠다는 뜻을 접은 은조를 격려합니다. 그것이 비록 엄마가 쓰러진 때문이고 일시적인 보류라고 하더라도 구대성의 진심은 은조의 결정을 환영하는 것입니다. 그는 진정으로 효선과 은조를 구별하지 않았노라고 말합니다.

설령 가슴 저 깊은 곳에 그런 마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절대 그런 마음이 나오도록 하지 않았노라고 자신 있게 은조에게 고백합니다. 제가 보기에 그것은 진정 고백으로 보였습니다. 무엇 때문에 구대성은 은조를 위해 자신의 속마음까지 내보이며 고백 같은 것을 했던 것일까요? 저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구대성이 참 대단하고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라는 것 말고는.


그러나 6부의 마지막 장면에서 구대성은 못 들을 것을 듣고 말았습니다. 은조 모녀의 대화를 들은 것입니다. 어디까지 들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마지막 부분만 살짝 들은 것 같은데, 그렇다면 강숙의 수완 좋은 말주변에 구대성이 넘어갈 확률도 큽니다. 생각해보니 그리 될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일단 구대성이 강숙이란 존재의 실체를 알게 된다면 이 게임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지요.

그러므로 현실적으로 구대성은 또 다시 강숙의 찜쪄먹기 작전에 넘어갈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효선이는 이미 강숙의 실체를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강숙이 구대성에게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도가는 은조가 있잖아요. 도가일은 은조 하나로 족하지요. 효선이는 제 하고 싶은 일 맘껏 하게 해주셔요." 그게 무슨 의미인지 효선은 다 알고 있습니다. 자기를 바보로 만들어 공장을 은조가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강숙의 계획을 알면서도 효선은 왜 그러는 것일까요? 

강숙의 계략을 알면서도 따라가는 은조는 공범

그러나 효선이도 이제 더는 그러지 않겠지요. 은조의 냉소적인 괴롭힘에도, 강숙의 가식적인 보살핌에도 설마 저들이 자기를 미워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효선도 이제 서서히 상황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드디어 허울뿐인 천사의 날개를 벗어던지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의붓언니와의 전쟁을 시작하겠죠. 도가 마당에서 일꾼들과 어울려 쌀을 씻는 효선의 모습은 잃어버린 자기 것을 되찾아오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6부를 보면서 효선의 모습보다는 은조의 모습이 더욱 걱정스러웠습니다. 일단 엄마의 계략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에 동조해야 하는 그녀의 심리상태가 참으로 걱정스러웠다는 말입니다. 공범이 되기로 한 은조의 그 결심이 엄마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엄마는 핑계일 뿐 사실은 가슴속 저 밑바닥에 숨어있는 스스로의 욕망에 이끌린 결과였던 것인지.

아무튼 막판까지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습니다만, 일단 그녀가 강숙의 계획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효선을 바보로 만들어 배제시키고 은조가 대성도가의 주도권을 쥐도록 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은조, 효선, 강숙 이 세 사람은 모두 잘 알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다만, 효선은 이때까지도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던 듯이 보이는데 이제 그 희망을 접었겠죠.

"저 사람들은 절대 나를 사랑해 줄 사람들이 아니다"란 사실을 깨달았으니까요. 어쨌든 은조는 지금 몹시 갈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신데렐라 언니 6부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복잡한 문제가 더 생겼는데요. 홍기훈의 태도입니다. 그는 매우 신실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줄로만 알았던 그가 이상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오빠까지 은조에게 가버리면 내겐 뭐가 남아?

대성참도가를 먹겠다나요? 그는 홍주가의 대표인 그의 아버지 홍회장의 사주를 받고 대성참도가의 회계정보를 캐내기 위해 잠입한 것입니다. 거 참 이야기가 이상하게 돌아갑니다. 흥미진진하다고 해야 하나~? 홍기훈은 홍회장에게 이렇게 말했지요. "아버지에게 대성참도가가 넘어가고 난 다음 다시 저에게 넘겨주신다고 약속해주세요." 이게 도대체 뭔 말인지, 원. 

홍기훈에게 결혼해달라고 부탁한 효선이 말했죠. "오빠까지 은조에게 가버리면 나에겐 뭐가 남아?" 그렇군요. 이미 효선은 은조에게 모든 걸 빼앗겼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홍기훈이 지금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지 알게 된다면 또 어떤 마음이 될까요? 홍기훈이 하려는 행동도 사실은 은조의 쌀쌀맞은 태도 때문 아닐까요? 처음엔 홍회장의 사주를 거부하려고 했었는데, 갈수록 복잡해지는군요. ^^- 

<관련글☞> 신데렐라 계모 강숙, 효선을 친딸처럼 아끼는 이유
어떤 블로거께서 <신데렐라 언니>를 일러 '악역을 위한 동화'라고 하셨네요. 그분 말씀처럼 신데렐라가 아니라 신데렐라의 계모와 언니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니 악역은 사라지고 사연만 남았다는 얘기에 공감이 갑니다. 누구든 사연이 있기 마련이죠. 심지어 은조의 엄마조차도 사연을 들어보니 눈물 나더군요. 그런 엄마에게 엮일 수밖에 없었던 은조는 더 눈물 나게 하는 거고요. 그렇죠~...
Posted by 파비 정부권
신데렐라 계모 송강숙의 의도가 뭘까?

제목을 이렇게 달고 보니 참 마음에 안 드는군요. '강숙이 효선을 친딸처럼 아끼는 이유'가 아니라 실은 '친딸처럼 아끼는 척 했던 이유'가 맞다고 생각되기 때문이죠. 저는 송강숙이 매우 계산적이고 영악한 인물이란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어제 그녀의 천연덕스러운 행동을 보고도 까무러치지 않은 제가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효선의 계모 강숙은 여우 중에 상여우

그녀는 여우 중에서도 상여우였습니다. 사람들은 아마도 이미숙이란 완벽한 연기자 때문에 그녀가 하는 가식적인 행동들이 그래도 납득할 만하다고 느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어제 그녀가 지난 8년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전 남자를 만나왔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참으로 황당함을 넘어 분노마저 일게 만들었습니다. 신데렐라의 계모도 그랬던가요? 그래도 바람은 피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러고 보면 신데렐라와 그 출생이 비슷할 것으로 추정되는 콩쥐팥쥐전에서도 콩쥐의 계모는 팥쥐가 콩쥐를 죽이고 감사 사또의 부인 자리를 꿰차자 대뜸 콩쥐의 아버지를 버리고 다른 남자와 살러 갔습니다. 아무리 신데렐라 언니가 색다른 시각으로 인물들을 재조명했다고는 하지만 신데렐라의 계모는 역시 전형적인 계모의 범주에 속하는 모양입니다.

저는 처음에 효선이의 계모로 대성도가에 들어간 강숙이 효선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가식적이기는 해도 그러나 새로운 재혼가정의 평화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강숙의 의도가 분명히 보임에도 불구하고 겉으로나마 서로를 위해 아껴주는 모습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거의 성인이 다 된 은조의 분별없는 행동에 비해 그래도 저편이 낫겠지 하는 위안으로 말입니다.

저는 효선이 매우 불쌍했습니다. 그녀의 아직 철없어 보이는 행동들, 애정결핍증 같은 것들, 만족감이 충족되지 못할 때 생기는 불안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이 결국 엄마 없이 자란 소녀의 아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것들을 강숙이 채워 줄 걸로 기대했습니다. 은조의 빈 공간을 효선의 아버지가 채워주었듯이. 강숙이 비록 팔자가 드센 여자긴 해도 처음으로 얻은 제대로 된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그렇게 할 줄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지난 8년 동안 남편 몰래 전 남편을 만나고 있었다니. 사실 전남편이란 그녀에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털보 장씨가 그녀의 남편이었을까요? 그렇게 본다면 그녀에게 이미 십 수 명 혹은 수십 명의 남편이 있었을 것입니다. 털보 장씨도 그 중의 한 명입니다. 그러나 그들과는 혼인을 한 일도 없고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한 일도 없습니다. 

그저 내키면 함께 살고 내키지 않으면 떠나는 그런 사이였던 것입니다. 이런 것을 내연의 관계라고도 부르기는 합니다만, 어쩌면 그보다도 훨씬 더 가벼운 사이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 남편보다는 전 남자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효선의 아버지 구대성에게도 그게 최소한의 예의를 차리는 것일 듯싶고요. 그런데 강숙은 왜 몰래 전 남자를 만나고 있었던 것일까요?  

그거야 이미 강숙이 자기 입으로 말했듯이 미칠 지경이라 그렇습니다. 강숙은 대성도가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녀는 비록 털보 장씨에게 자주 얻어터지기는 해도 그편이 훨씬 편했던 모양입니다. 예의와 격식을 차려야 하고,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대성도가의 안주인 자리는 그녀에게 고문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토록 안정적인 생활을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강숙의 목적은 효선을 바보로 만들어 대성도가를 은조에게 넘기는 것

그녀가 효선에게 잘해주었던 이유도 경제적인 부유함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생활 때문이었습니다. 더 이상 먹고 살기 위해 이 남자 저 남자를 전전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빨리 다이아 반지를 찾아내라며 쌀쌀맞게 효선의 뒤를 재촉하던 강숙이 대성도가를 보자 바로 태도가 돌변했던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그녀의 영악한 머리는 효선이 엄마 없는 아이임을 단박에 알아차렸습니다.


그런 강숙에게 효선도 대번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드뭅니다. 대개는 아버지가 새엄마를 데려와도 밀어내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아마 저라도 그럴 것 같습니다. 만약 제가 사춘기 나이인데 우리 아버지가 계모를 들이겠다고 하면 저는 극력 반대했을 것입니다. 이건 거의 본능과도 같은 것입니다. 내 영역에 다른 개체를 들이는 것은 생존본능에 위배됩니다.

어쨌든 강숙은 성공했고, 구대성과 정식으로 결혼했으며, 대성도가에 정착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혹여 신데렐라 계모의 본색을 드러내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그건 기우였습니다. 강숙은 오히려 그런 염려들을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효선에게 더 잘했습니다. 오, 훌륭한 여자로군! 그런데 웬걸? 이게 웬일이랍니까. 강숙이 딴 남자를, 그것도 매달 한 번씩 영양제 맞듯이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었다니.

그리고 바야흐로 그녀의 정체가 드러났습니다. 그녀는 진심으로 효선을 위해 애쓴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효선이와 효선이 아버지에게 마치 온 정성을 다해 친딸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것처럼 위장했지만, 그 내면에는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 목적이란 다름 아닌 은조였습니다. 처음부터 그럴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차츰 그 의도하는 바 목적이 선명하게 자라를 잡았겠지요.

강숙은 은조가 대성도가를 차지하도록 하고 싶은 겁니다. 그래서 효선에게 필요 이상의 사랑을, 아니 이건 사랑이 아니라 독약이라고 해야 할 테지만, 베풀었던 것입니다. 강숙은 효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고, 또 구대성도 그리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명품 가방 다섯 개를 사오면, "아니 이것만 사서 되겠니? 몇 개 더 사지 않고" 하면서 낭비벽을 부추겼습니다.  

구대성이 효선에게도 대성도가에서 일을 배우도록 해야 하겠다고 하자 당장 표정이 변하며 "아니 은조 하나면 족하지 무엇 하러 애들을 그렇게 고생시키려고 하시는 거예요. 효선이는 큰물에서 놀아야지요. 제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게 하면서. 그러지 마셔요" 하는 것입니다. 아예 효선이를 바보로 만들겠다고 작정한 듯합니다. 마치 미량의 약을 타 서서히 사람을 말려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듯. 

송강숙이 낳은 어린 아들은 진짜 구대성의 아들일까? 

그러고 보니 강숙은 구대성과의 사이에 아들까지 하나 낳았군요. 지난 8년간의 행적을 보면 그게 구대성의 아들인지도 심히 의심스럽긴 합니다만, 어쨌든 송강숙은 대성도가를 거의 완벽하게 차지한 것이나 진배없게 되었습니다. 만약 효선이만 사라진다면 완벽하게 자기 것이 되는 거지요. 강숙의 수완으로 보면 구대성 하나쯤 삶아먹는 것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일 테니까요. 

그러니까 송강숙은 전형적인 신데렐라 계모였던 것입니다. 은조에 대해선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녀의 차가운 성격과 타인을 향한 공격적인 태도는 그녀의 엄마인 송강숙으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은조는 홀로 떠나고 싶어 합니다. 그녀는 그녀의 엄마가 속한 세상이 싫습니다. 언제 어떤 상황이 생길지도 알 수 없는 불안한 세계로부터 잠적하고 싶은 게 그녀의 바람입니다.

강숙의 욕심과는 다른 순수함을 아직 잃지 않은 은조로부터 약간의 희망을 기대하긴 합니다만, 글쎄요, 성인이 되어서도 날카로운 발톱을 숨긴 고양이 같은 은조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집니다. 효선이로 보자면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입니다. 성실하게 자신을 가꾸지도 못했고, 꿈도 없으며, 야무진 계획도 없습니다. 그저 되는 대로 살아갈 뿐. 그녀의 예측 불가능한 변화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집니다.

아무튼, 진짜 신데렐라 계모보다 더 무서운 야심을 드러낸 강숙이 정말 무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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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신데렐라 언니에 특별히 누가 악역이고 누가 선역인지 구분짓는 것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선과 악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죠. 저는 대체로 성선설에 방점을 두긴 합니다만, 그러나 역시 사람은 환경에 따라 악인이 될 가능성을 늘 소지하고 있습니다.


신데렐라 언니에 나오는 인물들, 신데렐라 효선, 신데렐라 언니 은조, 은조의 엄마이며 효선의 계모인 강숙은 모두 상처받은 영혼들입니다. 은조와 효선의 사이에서 갈등의 축이 될 홍기훈도 역시 상처받은 영혼입니다. 그럼 효선의 아버지 구대성은 어떨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구대성만이 가장 건실하고 균형 잡힌 인물인 걸로 생각하지만, 실은 그도 상처받은 영혼 중 한 사람입니다. 대체 젊은 나이에 아내를 잃고 혼자 고등학생이 되기까지 딸을 키워온 남자가 아무런 상처도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 아니겠습니까?

그러므로 신데렐라 언니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가 하나씩의 상처는 다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신데렐라의 상처가 신데렐라 언니의 상처에 비해 떨어진다고도 말할 수도 없습니다. 그들이 가진 상처는 다 나름대로 아픔의 무게를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은조와 효선의 차이가 있다면, 은조의 상처는 폐쇄적인 우울증으로 변했다는 것입니다. 그녀의 상처는 사람을 거부합니다. 그녀는 사람들을 피해 깊숙한 어둠 속에 있기를 원합니다. 그녀는 아마도 세상을 피할 수만 있다면, 떠날 수만 있다면, 그런 곳이 있다면 그곳으로 가고 싶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은조에게도 선한 마음은 살아 있습니다. 제1부에서 도망치던 모녀를 쫓아오던 털보 장씨의 동생들(아마도 깡패들임)을 발견한 은조는 기차 안에서 잠든 엄마를 버리기로 하고 혼자 도망치려 합니다. 그러나 결국 혼자 도망을 가지는 못했습니다.

술에 취해 대성도가에 찾아온 털보 장씨가 만취 상태에서 핸들을 잡으려는 걸 억지로 말린 은조의 행동도 그녀의 속에 깃든 선한 마음 때문이죠. 아마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선 장씨가 음주운전을 하다 죽어버렸으면 하고 갈등했을 겁니다.


효선이도 마찬가집니다. 효선이는 자기가 짝사랑하는 남자친구 동수를 은조가 빼앗겠다고 나서자 그녀를 향해 "거지, 꺼져!"라고 외칩니다. 그리고 둘은 머리끄덩이를 붙잡고 싸움을 벌입니다. 그리고 효선 아버지에게 회초리를 맞게 되죠.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를 끝내 거부한 은조의 종아리는 피멍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효선이도 역시 선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선한 마음으로 말하자면 효선이가 더 순수해 보입니다. 물론 효선은 은조에 비해 좋은 환경을 가졌고 자기감정에 충실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떻든 효선이는 이때까지만 해도 여린 감성을 지녔습니다.

둘이 싸우는 중에도 은조의 입가에 피가 흐르자 당황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언니" 하고 부릅니다. 효선 아버지에게 종아리를 맞아 피멍이 든 은조가 걱정스러워 스타킹을 내밀기도 하지요. 이런 것까지 가식적이고 가증스럽다고 하는 분이 있다면 할 말 없지만, 어쨌든 이때는 진심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은조는 이를 뿌리칩니다. 그녀는 효선이 준 스타킹을 내팽개치고 따로 자기 것을 꺼내 신습니다. 그러나 효선의 아버지와 마주 앉은 식탁 앞에서 효선은 은조에게 사이좋은 척이라도 할 것을 제안하고 은조가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둘의 갈등은 일단 표면적으로는 봉합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은조는 효선의 아버지를 통해 한 번도 느낄 수 없었던 부성애를 느끼게 되고, 이것으로 은조가 새로운 인생의 길로 들어섰음을 암시합니다. 그녀야말로 진짜 신데렐라가 된 것이죠. 신데렐라에겐 자기를 구박하는 계모와 의붓언니들이 있어야 하는 것이겠지만, 아무튼….

그런데 문제는 이 사건을 계기로 효선의 마음속에 불화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4부의 마지막 장면, 순식간에 8년이 흐른 화면은 은조가 훌륭하게 성장했음을 보여주었지요. 커리어우먼으로, 어쩌면 대성도가의 후계자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럼 효선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녀는 이미 8년 전부터 돌변했습니다. 그녀의 마음속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복수와 불화의 냉기로 뒤덮였습니다. 그녀에게 불행이 닥친 것입니다. 마냥 행복해보이기만 하던 효선이 삐뚤어진 복수심으로 불행을 자초한 것입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그녀는 이미 8년 전에 입대하던 홍기훈이 은조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를 가로챘습니다. 그 이후에도 둘의 관계를 끊기 위해 모종의 계략을 꾸몄을 수도 있습니다. 왜 그렇게 변했을까요? 그녀는 신데렐라입니다. 왜 신데렐라가?

동화 속 신데렐라는 계모와 의붓언니들에게 모든 걸 빼앗깁니다. 그리고 바깥일에 바쁜 신데렐라의 아버지는 딸에게 무관심합니다. 그럼 효선은 은조에게 무엇을, 어떤 것들을 빼앗겼다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단순히 자기가 보인 호의를 무시한 은조가 괘씸해서?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죠.

아무튼 누가 신데렐라를 악역으로 만들었을지는 더 지켜보아야겠네요. 결과적으로 '신데렐라에게 계모와 의붓언니는 불행의 씨앗이었다'란 결말로 마무리하게 될지, 아니면 이제 반대로 신데렐라 때문에 언니가 고통 받게 될지 어떨지는 몰라도, 효선이 악역으로 변신하는데 은조의 공이 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어 보입니다.

은조의 탓과 효선 스스로의 탓 중에 누구의 역할이 더 컸는지는 모르겠지만….
Posted by 파비 정부권

신데렐라가 가증스럽다고요? 그럼 도대체 어쩌란 말이죠?

제가 일전에 신데렐라 언니를 피해망상증 환자라고 부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신데렐라 언니를 피해망상증 환자라고 부른 것에 대해 마치 문근영을 욕 보인 것처럼 생각하는 분도 계시다는 데 무척 놀랐습니다. 그런 것은 아니니 절대 오해없으시기 바랍니다. 저는 사실 신데렐라 언니 역을 맡은 문근영에 대해 매우 호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기도 잘 하고 예쁘기도 할 뿐만 아니라 매우 훌륭한 인격까지 갖추고 있는 것 같아 아주 마음에 흡족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가끔 사람들은 드라마에 몰입하다 보면 극중 역할과 실제 인물을 혼동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물론 저도 그렇습니다. 때론 아주 못된 역할만 자주 하는 연기자를 보면 혼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는 걸 보면 분명 저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또 제가 신데렐라에 대해 변호하는 듯한 글을 썼더니 어떤 분이 저를 일러 "서우 캐릭터 같은 분이시로군요"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자기에게 보이는 시야 밖의 것은 존재하지 않는 세상" 그러시면서 약간 악플성 발언을 추가하셨네요. 뭐 이해해야지요. 사랑스럽고, 애처롭고, 착한 신데렐라 언니를 피해망상증 환자라고 했으니 욕 먹을 만도 하지요.

저는 이미 신데렐라 언니는 엄마를 따라 새로운 가족의 구성원이 된 딸로서 하는 행동치곤 별로 바람직스럽지는 못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녀가 아무리 상처받은 영혼의 아픔 때문에 사람의 호의를 받아들이거나 믿는 데에 익숙하지 못하다 하더라도 그래서는 안 되는 거지요. 제가 생각할 때 아마도 작가가 동화 속 신데렐라 언니들의 악한 모습을 이런 식으로 살짝 비틀어놓은 것 같았답니다. 

그래서 하재근씨처첨 "신데렐라 언니는 알고 보니 아주 착한 아이였다" 하고 말하는 것은 난센스 중의 난센스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분은 한 발 더 나아가 신데렐라를 일러 "아주 가식적이고 이기적이며 가증스러운 아이"라고 공박을 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머리가 혼미해짐을 느꼈습니다. 세상에, 사람의 호의를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도 있구나.

물론 신데렐라는 모든 것을 가진 아이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녀는 부잣집 외동딸입니다. 그녀의 주변에는 그녀를 애지중지 해줄 수많은 아버지의 부하직원들이 있습니다. 그녀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것이 없습니다. 단 한 가지만 빼고. 바로 엄마의 사랑. 그러나 사람들 중에는 그녀가 못 가진 이 한 가지가 나머지 모든 것을 합쳐도 보상할 수 없는 중요한 것이란 사실을 간과합니다.

반대로 신데렐라 언니는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녀에게 넘치는 것은 새로운 남자를 찾아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엄마를 따라다니며 얻은 상처뿐입니다. 그녀의 내면에 깊숙히 침전된 상처들은 다른 사람을 향한 발톱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그녀는 신데렐라가 못 가진 걸 하나 갖고 있습니다. 그녀에겐 엄마가 있죠. 그리고 신데렐라는 모든 걸 해줄 수 있는 아빠가 있습니다.


그리고 둘은 서로가 가진 그것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면 이 둘은 모두 상처받은 영혼들입니다. 신데렐라 언니의 상처 못지 않게 신데렐라의 콤플렉스도 대단합니다. 신데렐라 언니가 괴로운 만큼 신데렐라도 외로운 아픔이 있습니다. 우선 신데렐라가 먼저 언니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것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가식적인 것이든 이기적인 것이든 손을 내민 것은 신데렐라입니다.

자, 그런데 이게 드라마에서처럼 그렇게 쉬운 일일까요? 저는 신데렐라가 취한 호의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은 나름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신데렐라는 자기가 못 가진 유일한 것, 그러나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것, 그것을 얻고 싶었던 것이겠지요. 그러나 어떻든 그 호의는 매우 고마운 것입니다. 계모나 신데렐라 언니에게 이보다 더 고마운 일이 또 있을까요?

만약 신데렐라가 계모를 용납하지 않았다면 신데렐라의 아버지는 절대 계모와 결혼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그녀들은 여전히 폭력적인 남자의 그늘에서 고통 받으며 살고 있거나 또 어딘가로 정처없이 보따리를 싸들고 떠돌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말하자면 신데렐라는 계모와 신데렐라 언니의 입장에서 보면 구세주이거나 천사인 셈입니다.

이번엔 두 사람 말고 그 가운데 있는 홍기훈을 봅시다. 그도 역시 상처받은 영혼입니다. 그는 마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같은 존재입니다. 그를 낳은 어머니는 아마도 그의 아버지의 정식 부인이 아닙니다. 밖에서 낳아온 아이, 그렇습니다, 그에겐 따사로운 집이 없습니다. 그의 아버지의 본부인과 형들로부터 받는 질시와 멸시는 그에게 커다란 고통입니다.

자, 다시 생각해보도록 하지요. 홍기훈의 배다른 형들이 홍기훈에게 잘 대해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들은 어쨌거나 형제들입니다. 신데렐라와 신데렐라 언니처럼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 아니라 진짜 형제들이란 말이지요. 만약 그랬다면 그것도 이기적이거나 가식적이거나 가증스러운 일이라고 몰아붙일 수 있을까요?

사실은 대개의 사람들이 홍기훈의 형들이나 그들의 어머니와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된다면 그들처럼 행동하게 될 것은 거의 자명합니다. 뭐 그렇지 않은 훌륭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쉽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집안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겠습니다. 어떤 집에 배다른 형제가 있습니다. 제가 아는 친구의 엄마는 그의 배다른 형의 계모입니다. 그러니까 신데렐라 언니와 그의 엄마와 비슷한 처지죠.  

그의 배다른 형은 그들 모자를 매우 싫어합니다.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벌레 취급을 합니다. 그는 계모에게 절대 어머니라고 부르는 법이 없습니다. 나이가 들어 덩치가 커진 이후에는 이 여편네가 이러면서 욕도 합니다. 물론 동생에게는 그 정도까지는 하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배는 다르지만 형제니까요. 아, 이점은 신데렐라와 다른 점이군요. 아무튼….

이 배다른 형도 나중에 밖에서 아이를 하나 낳았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를 자기 아버지의 집에 보내고 호적에도 아버지의 아들로 올렸습니다. 그러니까 계모는 이제 남편의 손자를 아들처럼 길러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그럼 저의 그 친구란 친구는 어떻게 처신했을까요? 당연히 발톱을 드러냈겠지요. 그리고 그 아이도 역시 발톱을 드러냈을 것이고요.

어린 것의 사나운 눈초리와 발톱이 매서웠다고 하더군요. 그들의 삶이 불행했을 것임은 더 말씀드리지 않아도 짐작하시는 대로입니다. 홍기훈의 형들이 홍기훈에게 발톱을 드러내는 것은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것입니다. 물론 드라마를 통해 우리는 악인이라는 낙인이 붙은 그들의 모습만 보고 있습니다만, 그들로서는 도무지 홍기훈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배다른 형들의 어머니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그들에게 홍기훈은 감정적으로도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존재임과 동시에 자기들의 재산을 갉아먹는 기생충에 불과한 것입니다. 홍기훈의 아버지는 단지 그녀의 아내와 결혼함으로써 부자가 된 것일 뿐 재산 하나 없는 가난한 존재였습니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이해한다면 홍기훈의 배다른 형들과 그들의 어머니가 보이는 행태는 어쩌면 아주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물론 그것이 바람직스러운 태도라고까지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다만 우리는 예수님이나 부처님처럼 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겁니다. 이들이 어느 날 생각을 바꾸어 "기훈이 내 동생" 혹은 "내 남편의 사랑스러운 아들" 이러면서 가족으로 받아들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그런 일이 천지개벽이 일어나기 전에는 어려울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불행이지요. 그러나 자, 다시 신데렐라의 이야기를 해봅시다. 신데렐라는 어땠지요? 그녀는 계모와 계모가 달고 온 언니를 흔쾌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녀의 받아들임이 없었다면 계모와 언니는 절대 그녀의 집에 들어올 수가 없습니다. 계모와 신데렐라 언니는 이 점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저는 혹시나 계모가 자기 자리를 잡은 뒤에 신데렐라를 구박하지 않을까 매우 걱정했습니다.

다행히 계모는 그리하지 않았습니다. "저런 년은 열이라도 찜쪄 먹겠다" 하고 신데렐라 언니에게 소리치는 계모의 모습은 그렇습니다, 어쩌면 그 모습도 하재근씨가 말하는 것처럼 가식적이고 이기적이며 가증스러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모습에 오히려 안도했습니다. 아, 계모는 신데렐라를 구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 만들어진 가족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려고 하는구나, 하고 말입니다.

대충 4부 정도로 신데렐라 가족의 이야기가 마무리되었으므로 우리는 더 이상 그 가족 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잘 알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성인이 된 신데렐라와 언니를 통해 동화 속 신데렐라의 모습을 발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너무나 짧은 에피소드만 제공되었으므로 도대체 두 사람 간에 어떤 갈등과 모순이 만들어졌을지 지금까지 보여준 것 말고는 판단의 자료가 없습니다.

다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신데렐라의 아버지와 계모의 노력으로, 그것이 어떤 목적을 숨긴 노력이었든지 불구하고, 신데렐라네 집은 평온을 유지했을 것이란 사실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무사히 성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아무리 어른들의 노력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신데렐라가 계모와 언니를 용납하지 않았다면 그 평온이 과연 가능했을까요?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여러분이 만약 신데렐라의 처지가 된다면 그녀처럼 계모와 언니에게 애교를 부리며 호의를 베풀 자신이 있으십니까? 저부터 진실을 말씀드리면, 저는 그럴 자신이 없습니다. 어떤 다른 외부적 힘에 의해서 도저히 그리하지 아니하고서는 안 되는 불가항력이 있다든지, 혹은 동화 속 신데렐라처럼 무관심한 아버지, 폭력적인 계모와 언니들 밑에서라면 모르겠지만.  

신데렐라의 호의에 비록 어떤 의도가 담겨있고, 그 의도가 불순하게 보인다 하더라도, 계모와 신데렐라 언니는 그저 고마워해야 하지 않았을까요? 사실을 말하자면 브라운관을 통해 우리 눈에는 그 의도가 보이지만 계모와 신데렐라 언니의 눈에는 그 의도가 잘 안 보일 겁니다. 그걸 본다면 정말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신의 눈을 가졌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러므로 계모와 신데렐라 언니는 신데렐라의 호의에 정말정말 감사해야 한다, 이런 말씀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신데렐라와 같은 호의를 베풀었는데 상대가 차가운 냉소를 날리며 발톱을 드러내고 상처를 줄 듯이 달려든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내가 짝사랑하는 남자친구를 빼앗는 장난질까지 저질렀다면? 저로서는 상상이 안 가는군요, 그 정도로 그친 신데렐라가.

그런데 신데렐라를 향해 "가식적이다", "이기적이다" 못해 "가증스럽다"고까지 한다면 이거야말로 적반하장이 아닐까요? 저는 그런 말을 들으며 참 긴 한숨이 나오더군요. 정말 긴 한숨이었습니다. 사람의 호의란 것이 저토록 그 의도까지 파헤쳐지며 매도당해만 하는 것인가. 그리고 보통 호의도 아니고 한 모녀의 생존이 달린 호의에. 그리고 이런 심술까지 생기더군요.

"아니 신데렐라 언니와 그 엄마는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도 아니잖아."

Posted by 파비 정부권
신데렐라 언니가 악녀가 아니라고? 글쎄요~

신데렐라 언니, 제목도 참 특이하다. 신데렐라가 아니고 신데렐라 언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여기서 잠깐 혼동을 하게 된다. 신데렐라 언니를 타이틀 롤로 만든 이 드라마의 악역은 신데렐라다, 라는 것이다. 아마도 어제 보여준 마지막 장면 서우의 모습은 신데렐라가 악역으로 변해갈 것임을 보여주는 반전이었다. 그리고 모두들 대체로 그렇게 믿는 것 같다.


그리고 당연히 신데렐라 언니는 착한 사람인 것으로, 상처 받은 영혼 때문에 괴로워하지만 남에게는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울타리를 치는 그런 역할로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도 제작자들은 그걸 의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신데렐라 언니는 선한 역, 신데렐라는 악역 이렇게 말이다. 그런데 이야기를 풀기 전에 신데렐라는 진짜 착한 사람이었을까? 

원작 신데렐라에서도 신데렐라의 계모와 의붓언니들이 악역이었던 것은 맞다. 그녀들은 상처한 아버지의 하나뿐인 딸이었던 신데렐라를 하녀처럼 부리며 괴롭혔다. 그리고 친아버지는 계모에 빠져 신데렐라를 돌보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 구조는 우리나라의 고전 콩쥐팥쥐전과 유사하다. 콩쥐 역시 계모와 의붓언니들의 학대에 시달리다 어느 날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린다. 

마침 도임 중이던 감사가 이 신발의 주인을 찾으라고 명하게 되고, 영락없이 신발의 주인임이 밝혀진 콩쥐는 감사 앞으로 불려가게 되고, 콩쥐에게 반한 감사와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콩쥐는 팥쥐의 계략에 빠져 연못에 빠져 죽게 되는데, 다시 천의로 살아난 콩쥐는 팥쥐의 악행을 감사 사또에게 낱낱이 고하고, 마침내 팥쥐는 수레에 매어 찢어죽이고 송장을 젓갈로 담아 어미에게 보내는 형벌에 처해졌다.

물론 팥쥐의 젓갈단지를 받은 팥쥐의 어미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 죽었다. 그럼 신데렐라의 끝은 어떨까? 우리가 알고 있는 신데렐라는 해피엔딩이다. 그러나 원작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다. 실은 나도 이 이야기를 10여 년 전에 한 책에서 읽었다. 키류 미사오의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 이 책이 말하는 바에 의하면 그림형제의 동화들은 모두 그 끝이 잔혹한 복수로 마무리돼 있다.

백설공주는 자신을 독살한 계모(이 책에선 친모라고 주장)에게 불에 달군 쇠구두를 신고 걷게 만드는 고문을 해 처형을 집행한다. 왕자의 짜릿한 키스를 통해 낭만적으로 살아난 공주가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것만 알고 있던 우리에게 이 책은 충격적이다.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헨젤과 그레텔도 잔혹한 복수가 있기는 마찬가지. 그럼 신데렐라는? 신데렐라는 어땠을까?

사실 전래동화들은 원래 어른용이었다. 20세기에 들어 인식의 계몽이 있고난 후에 어린이들이 읽기 쉽도록 각색된 것이란 설에 더 무게감이 실리는 것은 꼭 이 책을 읽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림형제들이 민간에 전해오던 동화들을 수집한 원고의 초안들이 모두 잔혹한 클라이맥스로 장식되었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콩쥐팥쥐전에서 보는 것이다.

어쩌면 콩쥐팥쥐전이야말로 신데렐라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콩쥐팥쥐전의 원형이 신데렐라였든지. 아무튼 두 동화는 여지없이 닮았다. 조선 숙종 조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하는 이 고대소설은 아마도 전래동화를 각색한 것일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신데렐라의 이야기가 머나먼 조선 땅에서 이름만 바뀐 채 전해졌을까? 원래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말도 있지만, 모를 일이다.


어찌 되었거나 신데렐라가 신데렐라 언니에게 복수를 할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어제 신데렐라 서우가 드디어 화가 많이 났기 때문이다. 어떤 분은 신데렐라가 떼쟁이며 자기만 아는 아주 못된 아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지금까지 3부를 통해 보여준 신데렐라의 행동이 과연 떼쟁이고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모습이었을까? 그렇게 말하는 분에게 묻고 싶다. "그럼 어떻게 사는 게 올바른 거죠?"

그리고 신데렐라 언니 문근영은 원래 착한 사람이라고? 상대에게 상처주지 않기 위해 일부러 밀어내고, 앙탈부리고, 화를 내는 것이라고? 그러면, 그렇다면, 그런 문근영의 착한 행동으로 인해 상처 받는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 특히 그토록 갈구하던 가족이 생긴 것에 기뻐하며 모든 것을 다 내어줄듯 하는 신데렐라 서우가 입게 될 치명적 상처는 누가 치유해 줄 것인가.

그래, 어쩌면 오늘 4부부터는 신데렐라가 진짜 악녀처럼 굴지도 모르겠다. 뭐 어쩌면 또 다른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악녀 로테이션 행진을 펼치게 될지도 모르겠고. 어떻든 신데렐라 언니는 원작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라고 했으니까. 그러나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든지 간에 지금까지 보여준 신데렐라 언니의 행동은 내가 보기엔 피해망상증 환자 그 자체다.


신데렐라 서우의 잔혹한 복수가 예비 되어 있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신데렐라의 의붓언니 문근영의 피해망상증으로부터 유발된 불행이란 것이다. 그녀가 순둥이 같은 신데렐라의 철없어 보이기조차 하는 호의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큰 실수다. 철없어 보이는 것은 외롭게 살아온 그녀가 앞으로 받고 싶은 보상에 대한 일종의 제스처였다고나 할까, 그래 보였다.

하긴 신데렐라의 호의를 순순히 받아들였다면 그 길로 "지금부터 신데렐라와 신데렐라 언니 그리고 아버지와 계모는 오래도록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하고 끝냈어야 할 테니, 그렇게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것이었겠지? ㅋㅋ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