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에 해당되는 글 11건

  1. 2010.09.21 동이, 장희빈의 억울한 죽음을 증언하다? by 파비 정부권 (2)
  2. 2010.09.15 장희빈의 죽음은 곧 동이의 몰락 by 파비 정부권 (14)
  3. 2010.08.18 동이의 첫아들 영수, 죽음으로 엄마를 살렸네요 by 파비 정부권 (3)
  4. 2010.07.07 '동이' 연애박사 숙종, 왕도 사랑을 했을까? by 파비 정부권 (1)
  5. 2010.06.29 동이를 살리기 위해 숙종이 한 일은? by 파비 정부권 (6)
  6. 2010.06.16 동이, 장희빈의 중전 책봉은 숙종의 함정수사? by 파비 정부권 (8)
  7. 2010.05.04 동이, 장희빈은 숙종과 동이의 중매쟁이? by 파비 정부권
  8. 2010.04.27 '동이', 굴러온 복 차버린 장옥정의 최대 실수 by 파비 정부권 (3)
  9. 2010.04.07 동이, 숙종은 구시대와 다른 신세대 임금님 by 파비 정부권 (4)
  10. 2010.04.06 동이가 장옥정을 찾는 진짜 숨은 이유 by 파비 정부권 (2)
  11. 2010.03.31 동이의 아들 영조가 왕이 된 이유는 유전자 탓? by 파비 정부권 (10)
제목을 달고 보니 제가 봐도 좀 황당하군요. 그러나 이런 가정은 어떻습니까? 실상 장희빈은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인현왕후와 최숙빈의 투기 때문에 죽었다고 말입니다. 또는 이렇게 가정할 수도 있겠습니다. 소위 환국정치란 기발한 발명품을 만들어낸 숙종의 정치적 계략에 의해 죽었다고 말입니다. 

왕조실록을 비롯해 공식 기록이든 비공식 기록이든 장희빈이 죽어야 할 죄목이 뚜렷한 게 없습니다. 다만 인현왕후가 죽고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숙빈이 고변한 해괴한 무당 푸닥거리가 전부입니다. 드라마 동이에서도 인현왕후를 저주하기 위해 만든 인형과 여흥민씨 패찰이 등장했습니다. 

아무튼 분명한 것은 역사적 상식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바는 장희빈이 죽음을 맞게 된 이유가 인현왕후를 저주했기 때문이란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이 정도로는 장희빈을 죽이기엔 뭔가 부족한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이 혐의란 것이 고작 숙빈의 고변이 전부이고, 증거도 불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장희빈이 죽어야 할 이유, 너무 허약해

증거라고 해봤자 바늘에 찔린 인형이 전부인데, 이게 왕후를 저주해 죽게 만들려고 한 짓이라는 증험이 되기도 어렵거니와 설령 그런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그걸 장희빈이 만들었다고 확증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취선당 주변에 숨겨진 것을 찾았다 하더라도 누군가 판 함정일 가능성도 있는 것이지요.

아무리 시대가 시대라고는 해도 조선이 그렇게 허술한 나라는 아니었을 겁니다. 게다가 조선은 유학을 섬기는 나라로 미신을 배격하는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왕실에서 무당을 불러다 푸닥거리를 하는 것도 그렇지만 그 때문에 왕후가 죽을 거라고 생각하거나, 죽었다고 생각할 사람도 없을 거란 말입니다. 

장희빈이 인현왕후를 저주하는 푸닥거리를 했고, 하필 우연하게도 인현왕후가 죽어버렸다고 칩시다. 그렇더라도 세자의 모후인 장희빈을 사사할 정도는 아닌 것입니다. 게다가 앞에 말씀드렸다시피 장희빈이 한 행위가 저주인지 또는 인현왕후를 향한 저주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이 장희빈의 죽음에 대해 오래도록 의문을 가졌던 것입니다. 장희빈이 죽고 난 이후에 남인이 정권을 잡은 예는 거의 전무합니다. 정조가 등극하자 잠시 남인들의 세상이 되는 듯도 했지만, 그리 오래 가지 못했고, 그조차도 노론을 완전히 배척하지는 못했습니다.

워낙 노론의 힘이 강했으니까요. 100여 년에 걸친 장기집권의 결과는 세상 구석구석에 노론의 세력이 파고들지 않은 곳이 없게 만들었습니다. 왕조차도 감히 노론을 어쩌지 못할 정도로…. 정조가 죽고 1년도 안 돼 천주교 탄압을 빌미로 피바람을 일으켜(신유사옥) 남인 세력을 뿌리까지 제거한 것이 노론입니다. 

동이는 바로 그런 노론을 배경으로 권력의 정점에 선 여인입니다. 숙종이 죽고 경종이 등극했지만, 노론의 등살에 연잉군을 세제에 봉하고 이도 모자라 세제에게 대리청정까지 맡기게 됩니다. 대리청정이 무엇입니까. 경종으로서는 실로 치욕스런 일이었을 겝니다. 

동이를 죽이려다 자기가 죽게 되는 장희빈 

이 모든 일은 장희빈의 죽음으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장희빈이 죽음으로써 세자를 지켜줄 남인과 소론은 거의 완벽하게 괴멸된 것입니다. 그런데 숙종이 장희빈을 죽이는데 별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동이가 숙종을 찾아가 일러바친 '저주에 관한 고변'이 전부입니다.

겨우 일개 여자의 말만 믿고 일국의 빈을 죽인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입니다. 더욱이 그 빈이란 장차 왕이 될 세자의 모후입니다. 그래서인지 드라마 동이는 새로운 해법을 내놓았습니다. 장희빈이 최후의 발악으로 동이와 연잉군을 죽이려 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동이는 오늘밤 칼에 맞아 중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게 될 걸로 보입니다. 그리고 음모의 모든 내막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될 걸로 보입니다. 장희재 모자는 의금부에서 지독한 고문을 받게 됩니다. 이에 참다 못한 장희빈이 나서서 "모든 것은 내가 시켰다!" 하고 나서게 됩니다.

결국 완전히 엉뚱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나가고 말았습니다. 원래 우리가 아는 상식대로라면 장희빈이 죽게 되는 이유는 인현왕후를 저주한 것이 동이의 고변에 의해 발각(?)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작진은 아무래도 그 정도 이유로 장희빈을 죽이기엔 뭔가 깨름직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바늘에 찔린 인형'보다는 '칼에 맞아 중상을 입는 동이'를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 말은 드라마 제작진이 역사 속 장희빈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고 증언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한갓 인형 때문에, 그것도 질투심 많은 한 여인의 고변 때문에 장희빈을 죽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가지 않고서는 진실을 알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러가지 사정을 종합하고 고려해서 어느 정도 진실에 접근할 수는 있습니다. 장희빈은 과연 죽을 만한 짓을 했는가? 드라마 동이에서는 그럴 만한 일을 만들었습니다. 분명 장희빈은 죽어 마땅한 짓을 벌였습니다.

'바늘에 찔린 인형' 대신 '칼에 맞는 동이' 선택

그러나 역사에서도 과연 그런가. 거기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에 동이 제작진은 동이로 하여금 칼에 맞는 비극을 연출하도록 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이는 역설적으로 동이 제작진은 장희빈이 결백하며 억울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 장희빈은 동궁에 불을 질러 이목을 끈 다음 자객을 보내 동이와 연잉군을 죽이려 한다.


물론 우리는 모두 동이 편이지만, 이렇게 말해놓고 보니 장희빈도 매우 불쌍한 여인이었군요. 거기다 아들마저 단명하고 말았으니…. 나중에 왕(영조)이 된 연잉군은 잠깐 탕평책을 씁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형인 경종을 독살했다는 소문을 잠재우기 위한 나름 정치적 계산이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인좌의 난에 이어 과거장에 등장한 (영조의 경종 독살을 비난하는) 괴답안지 사건이 터지면서 탕평책을 거두어버립니다. 장희빈뿐 아니라 그녀의 아들 경종도 불행한 짧은 생을 살다 갔습니다. 그렇게 보면 장희빈 모자가 참으로 불쌍합니다. 

어미는 남편의 손에, 아들은 동생의 손에(물론 설이긴 하지만, 그러나 유력한 설이기도 하지요) 죽고 말았으니 이보다 더 기구한 사연이 또 있겠습니까. 삼가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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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장희빈의 죽음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벌써 끝났어야 하지만, 10부가 연장됐다고 하니 이제 8부가 남았습니다. 왕자 금이가 성장해서 왕이 되는 모습도 그려야 하니까 장희빈을 그렇게 오래 살려둘 수도 없는 문제겠지요. 그렇다면 다음주 아니면 그 다음주쯤?

아무튼 장희빈이 죽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동이는 장희빈이 몰락하는 것을 마냥 즐거워 할 수만 있을까요? 물론 드라마상에서 동이는 워낙 착하고 고운 여자라 장희빈의 몰락을 바라지도 그리지도 않습니다. 오직 장희빈 스스로 함정에 빠질 뿐이지요. 

그러나 실제의 동이는 어땠을까? 그녀도 그토록 착하고 고운 모습으로 장희빈이 몰락해가는 과정을 안타까운 눈으로 지켜봤을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인현왕후가 죽고 장례를 치르자마자 곧 숙종에게 달려가 장희빈의 비행을 고변했다고 하니 말입니다. 

장희빈을 죽이는 것은 곧 동이의 몰락

▲ 동이, 그렇게 착하기만 한 여인이었을까?


우리가 실록의 기록을 다 믿을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당대와 후대의 실력자 최숙빈이 임금에게 사사로이 고변한 기록까지 믿지 못한다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실록은 어떤 경우에도 왕이 당대에 실록을 볼 수 없도록 했던 만큼 기사 작성의 자유가 보장되었던 터입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이겠습니까? 실제 역사에서는 드라마가 만든 픽션에서처럼 동이가 중전 자리를 놓고 고민하는 모습이 아니라 중전 자리를 따내기 위해 쟁투를 마다하지 않는 열혈여성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아마도 숙종이 그런 동이의 말을 별 증거도 없이 믿고 장희빈을 사사했다는 것은 동이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대단했었다는 증거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반대로 당시 숙종은 노론과 소론, 남인 사이에서 환국정치를 통해 세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쓰고 있었던 고로 남인과 소론을 제거할 목적으로 최숙빈의 손을 들어준 것인지도 모릅니다. 환국정치란 무엇인가 생각해보니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정권교체 같은 것이더군요. 

단지 차이가 있다면 현대의 정권교체는 민의로 바꾸는 것이지만, 그때의 정권교체, 즉 환국이란 임금의 뜻으로 바꾼다는 것입니다. 숙종은 아마도 골치 아픈 원리주의자들, 책에 나오는 원칙과 민심 뭐 이런 따위를 즐기는 남인들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서인들, 시류와 대세를 논하는 노론의 편을 드는 게 편했을지도 모릅니다. 세상의 재물과 권세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가진자들에게 집중되는 것이고, 그 가진자들이 세상을 운영하고 다스리는 것은 마치 자연의 섭리와도 같다고 주장하는 대세론은 왕에게도 매우 편안한 정치였을 겁니다. 

숙종은 매우 영악한 왕, 동이의 소원 다 들어주지 않아

숙종은 매우 영민한 혹은 영악한 왕이었습니다. 그는 동이의 말을 100% 들어주었지만, 마지막 한가지는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절대로 들어줄 수 없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왜냐? 동이가 다만 천인이었기 때문은 아니었을 겁니다. 무치한 왕에겐 천민이니 귀족이니 이런 구분은 의미가 없습니다.    

숙종은 동이의 야심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드라마에선 숙종이 동이를 중전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 수를 쓰느라 고생 꽤나 하고 있습니다만, 실제 역사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장희빈에게 자진을 명하는 동시에 교지를 내려 후궁이 왕비가 되지 못하도록 법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것입니다. 한편으론 동이의 발고를 받아들여 장희빈을 죽이되 동이에게 중전 자리를 주어 권력을 몰아주지도 않았던 것입니다. 이것은 어쩌면 장희빈의 아들인 세자의 후계체제를 지키기 위한 고육책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동이가 중전이 되면? 세자는 떨려나는 것지요, 당연히. 

인현왕후가 죽으면서 동이가 중전이 돼야만 세자도 살고 연잉군도 산다고 했던 말? 그건 비상식을 넘어 몰상식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내가 중전인데, 여러분은 내 아들 말고 평생을 자기와 대립했던 여자의 아들이 왕이 되는 꼴을 보실 수가 있겠습니까? 

아무튼 장희빈이 죽고 임금은 후궁이 왕비가 될 수 없는 법을 만듭니다. 그리고 곧 새 왕비를 반가에서 들여오게 됩니다. 바로 인현왕후의 계비, 인원왕후입니다. 듣기로는 열여섯 살의 새파란 나이라고 하지요? 동이는 그때 몇 살이었을까요? 속 좀 뒤집어졌을 겁니다. 


뭐 들리는 설에 의하면 동이는 그 이후에 사가에 나가 시름시름 자주 앓다가 4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합니다. 영조가 등극하기는 것을 보지도 못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조금만 더 살았으면 아들이 왕이 되는 모습을 보고 죽었을 텐데요. 49세면 저보다는 오래 살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너무 아까운 나이네요. 

동이의 투쟁이 만들어낸 후대의 피의 역사

그러므로 이런 결론의 유추가 가능해지는군요. 동이는 장희빈을 몰락시켰지만 그것이 곧 자기의 영광으로 되지는 않았다, 세자도 바꾸지 못했고 경종이 등극하는 것을 막지도 못했다, 오히려 인원왕후란 새파란 왕비가 들어오면서 왕의 총애만 빼앗기고 사가로 내쳐지는 신세가 됐다, 이렇게요. 

그리하여 결국 소위 경종독살설이란 역사적 의문이 만들어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 경종독살설에 가장 깊이 개입된 인물이 동이인지도. 이인좌의 난이나 과거장 괴답안지 사건 등은 영조의 음모라고 주장하지만, 동이가 중전이 되고 세자도 바꿨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지 모르지요.  

그러니까 동이는 장희빈을 몰락시켰지만, 편해진 것이 아니라 더한 가시밭길이 앞에 놓이게 된 셈입니다. 그러다 채 50도 넘기지 못하고 요절하고 말았네요. 게다가 영조가 갖게 될 이 두 개의 콤플렉스, 경종독살설과 천민의 아들이란 사실은 후일 사도세자의 죽음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정조는 할아버지 영조의 기반이었던 노론과 평생 싸우다 또 독살설을 남기고 죽게 됩니다. 아시다시피 정조가 죽은 다음 해 1801년은 피의 해였지요. 신유사옥(혹은 신유박해)이라고 해서 정약용 3형제를 비롯 이가환, 이승훈 등 수많은 천주교도들이 학살된 해였습니다.

이렇게 길게 보니 동이의 투쟁이 그렇게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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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영수가 죽었습니다. 결국 죽고야 말 것을 알았기에 모두들 조마조마했을 테지요. 그러더니 어머니가 위험에 처한 것을 알았던 것인지 갑자기 홍역에 걸려 돌도 넘기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가고 말았습니다. 숙종이 제아무리 임금이라도, 동이가 검계 수장의 딸이란 것을 안 이상 살려둘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일전에도 포스팅을 통해 이야기했지만, 동이 아버지의 무고는 결코 밝혀질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설령 신유년의 검계가 소위 '양반연쇄살인사건'과 무관하다 하더라도, 검계란 반체제 조직을 만들고 무장까지 갖춘 것은 결코 당시 정부로서는 좌시할 수 없는 반역죄인 것입니다.  

그러나, 드라마가 그런 세밀한 것까지 신경 써야한다면 너무 재미없게 될 터이니 그냥 넘어가기로 하지요. 아무튼, 동이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동이 스스로 자신이 검계 수장의 딸이었으며, 새로 만들어진 검계의 수장을 도피시키려 했었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된 것은 물론 동이의 착한 심성 때문입니다.

임금의 마누라를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한성부서윤 장무열

그녀의 처소나인들이 모두 한성부에 붙들려갔기 때문이지요. 한성부서윤 장무열. 야비하지만, 실로 당찬 인물입니다. 감히 임금이 수사하지 말라고 한 사건을 수사했습니다. 그것도 임금이 총애하는 후궁을 말입니다. 요즘 같으면 정치적으로 확실히 독립된 검찰입니다. 뭐 판관 포청천쯤 된다고나 할까요.


그러나 저나 여러분이나 모두 알다시피 그는 판관 포청천 같은 청렴하고 강직한 인물은 아닙니다. 야심이 뼛속까지 사무친 장무열은 자기 아버지의 원수와도 손을 잡는 비정한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자기네 당파가 위험에 빠지자 같은 편을 살해하기까지 하는 잔인한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임금과 적이 되는 길을 선택한 장무열, 그는 목숨이 몇 개라도 된단 말입니까? 결국 장무열이 가야할 길도 장희빈이나 장희재처럼 죽음뿐이겠군요. 역시 일전에 썼던 <동이 아버지의 무고가 밝혀질 수 없는 이유>에서 조선시대는 고지식하리만치 법에 의해 움직이는 나라라고 했는데요.

늘 '법도'란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조선의 사대부들이었지요. 장무열은 살인죄를 저질렀으니 이게 밝혀지면 그는 살아남기 힘들 겁니다. 그리고 진실은 밝혀지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결코 밝혀져서는 안 될 걸로 생각했던 동이의 비밀이 모두 밝혀진 마당에 '양반연쇄살인사건'의 전모도 곧 밝혀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멍청한 검계 수장 게둬라의 임무는, 동이의 성씨 찾아주기? 

그나저나 동이를 함정에 빠뜨린 것은 느닷없이 번개처럼 나타났다가 검계 수장으로서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바보처럼 장무열에게 이용만 당하고 생을 마감한 동이의 어릴 적 동무 게둬라였습니다. 정말 이름처럼 아무것도 하지 말고 조용히 '게뒀음' 좋았겠지만, 저는 아직도 게둬라가 왜 나타났는지 그걸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게둬라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게둬라는 동이에게 제 이름을 찾아주었습니다. 최효원의 딸 최동이. 찾아보니 해주 최씨더군요. 해주 최씨. 매우 뼈대 있는 가문이지요. 동이의 아버지는 비록 천민이었지만, 나중에 영의정에 추증됩니다. 물론 이는 다 동이가 아들을 잘 낳았기 때문입니다. 

동이는 제 정체성을 찾게 되었지만, 결국 그것은 동이를 죽음으로 내모는 함정이었습니다. 신하들은 벌떼같이 들고 일어나 동이에게 사약을 내릴 것을 주청합니다. 양반들의 입장에서 보면 검계 수장의 딸 동이는 자신들의 원수입니다. 반상의 체제를 부정하는 검계의 딸이 후궁으로 있다는 것은 그들에겐 크나큰 위협입니다. 

아마 이게 실제 상황이었다면 영조는 세상의 빛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히 이 모든 스토리는 픽션일 뿐이며, 따라서 영조도 태어나게 되는 것이고, 후일 사도세자와 정조의 이야기도 전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절묘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영수, 엄마를 살리기 위해 죽음을 택했다?

마치 어머니의 위기를 눈치라도 챈 듯 아들 영수가 병에 걸린 것입니다. 홍역. 마진이라고도 하고 마마라고도 불리는 천연두. 요즘은 이 증상으로 죽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당시로서야 백신이 없으니 아무리 왕자라고 해도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걸린다고 다 죽는 것도 아닌 바이러스 전염병 홍역.

시름시름 앓던 왕자 영수는 급기야 죽고 말았습니다. 온 궁궐이 슬픔에 잠겼고 거리의 백성들도 통곡해마지 않았습니다. 그 모양을 바라보던 저는 아, 저렇게 해서 동이를 위기에서 구할 생각이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설마 왕자를 잃은 동이를 죽이자고 달려들 간덩이가 부은 신하들이 있겠습니까. 

영수의 죽음은 자연스럽게 동이를 천씨에서 최씨로 만들어주는 역할도 했습니다. 사실 저는, 드라마 제작진이 어떻게 동이에게 최씨 성을 돌려줄 것인지 그게 가장 궁금했습니다. 동이가 제 성을 찾기 위해선 두 명의 죽음이 필요했습니다. 하나는 동이의 어릴 적 동무 게둬라였고, 하나는 동이의 아들 영수였습니다.

게둬라는 동이의 정체를 밝히며 죽음의 위기로 몰아넣었고, 아들 영수는 그런 동이를 살렸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죽음이 갖는 공통점은 동이가 자기 정체성을 찾도록 도와주었다는 사실입니다. 드라마에선 벌써 이로부터 6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마침내 비극의 마지막 1년이 다가오다

사가로 내쳐진 동이를 못 잊어 밤에 찾아온 숙종은 동이에게 다시 왕자 금(후일 영조)을  안겨주었습니다. 새로운 아들이 생긴 동이, 시름을 잊고 예전의 활기를 다시 찾았습니다. 역시 마음의 병엔 세월만한 약이 없습니다. 조물주가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이 망각이란 것입니다.

곧 동이는 궁궐로 돌아가야겠지요. 그리고 후궁으로서 최고의 자리인 빈의 자리에 오르겠지요. 흔히 왕의 부인을 일러 비빈이라 하는데, 비는 왕후요 빈은 후궁의 최고 지위인 것입니다. 6년 세월이 흘렀다면 때는 서기 1700년, 왕자 금은 일곱 살입니다. 그리고 장희빈이 사사되기 딱 1년 전입니다.
 
파란이 일겠군요. 그러나 어쨌든, 이 모든 것은 다 동이를 위해 죽은 아들 영수의 덕입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영수에게 묵념을 올리며 고마움을 표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돌아가신 왕자마마를 위해 일동 묵념~ 딴 딴따단, 딴 딴따다, 아, 이건 결혼행진곡이군요. 묵념할 때 무슨 음악을 틀어야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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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동이 앞에선 쩔쩔 매는 숙종 임금,
진짜로 사랑에 빠졌네!

<동이>, 참 짜증납니다. 아니 숙종은 왜 빨리 해야 할 일을 미적거리며 안 하는 거랍니까? 동이는 아직도 승은을 입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런 상황이 중신들에게 알려지면 큰일입니다. 좌의정 오태석이 일전에 했던 말처럼 조선은 왕의 나라가 아니라 사대부의 나라, 선비의 나랍니다. 이런 사실은 이를 망각하고 다른 생각을 품었던 연산군과 광해군의 전철로부터 알 수 있습니다.

한때 태종 이방원이 이런 현실을 간파하고 피의 숙청을 통해 왕권을 다졌던 시기가 있었지만 그리 오래 가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조선은 원래대로 사대부가 통치하는 나라로 돌아왔습니다. 숙종이 동이에게 승은을 내리지도 않았는데 승은상궁에 봉한 사실이 밝혀지는 날에는…, 참으로 끔찍한 일입니다. 이는 신하들을 기만한 것이 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왕이라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 보는 사람이 더욱 불안할 밖에요.(그런데 내가 왜 남의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인지… ㅋㅋ)

하하, 하긴 뭐 드라마니까 결코 그런 사실이 쉽게 밝혀질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숙종이 이렇게 미적거리며 해야 할 일을 감히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드라마를 빼놓지 않고 시청한 분이시라면 다 아는 사실이지요. 사랑 때문입니다. 숙종은 진실로 동이를 사랑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 그때 말로는 연모하고 있다 뭐 이렇게 표현해야겠군요. 어쨌거나 숙종은 동이에게 흠뻑 빠졌습니다. 

평민과의 사랑을 위해 왕관도 버려야 했던 근세기 영국

그런데 저는 그런 숙종을 보면서 엉뚱하게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왕도 사랑을 했을까?” 아마 혹자는 저의 이런 생각을 정말 엉뚱하다고 말할 것입니다. 아니, 왕은 사람도 아니란 말야?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진실로 왕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글쎄요, 아직 저는 왕이 사랑에 빠져 뭘 어쨌다는 그런 이야기를 별로 들어본 바가 없습니다. 저 멀리 섬나라 영국의 에드워드 8세가 심슨부인과의 사랑을 위해 왕위를 버렸다는 얘기는 있지만. 

아마도 영국에서도 왕에게는 사랑이 허용되지 않았든가 봅니다. 에드워드는 자신의 뒤를 이어 영국왕이 된 동생 요크공작(조지 6세, 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아버지)으로부터 윈저공이란 작위를 받았지만 사랑하는 아내 심슨부인은 아무런 작위도 받지 못한 채 평생 평민으로 살았다 합니다. 영국에서 추방된 에드워드와 프랑스의 한 교회에서 초라한 결혼식을 올릴 때 심슨부인은 푸른 드레스를 입고 나왔는데, 어쩌면 영국 왕실에 대한 반항의 표시가 아니었을까요? (물론 사람들은 푸른 드레스의 의미가 심슨부인의 영원한 사랑의 표시라고 이해합니다.) 

(좌)영국왕실 가족사진. 맨 오른쪽 어린이가 에드워드? (우)윈저공 부처 /(사진)한겨레(빅폴리오), 다음백과


푸른색은 서민을 상징하는 색깔이니 말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청바지의 원조는 광산노동자들의 작업복이었지요. 그러고 보면 숙종은 에드워드 8세보다는 훨씬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는 왕위를 버릴 필요도 없었으며, 귀족 출신이 아닌 아내들에게 작위도 내려줄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이로부터 실은 유럽보다 조선이 훨씬 개명된―그래봐야 50보 100보지만―사회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왕도 사랑을 했을까요? 혹자는 '왕도 사람이니 틀림없이 사랑을 했지 않았겠느냐'고 말할 것이고, 또 다른 혹자는 '왕은 만인 위에 군림하는 사람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사랑 따윈 가당치도 않다'고 말할 것입니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왕은 후자에 속합니다. 왕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사랑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또 그럴 기회도 없다고,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귀족 출신 아니어도 왕후가 될 수 있었던 조선

그러나 우리는 가끔 사극 속에서 왕의 사랑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연산군과 장녹수, 광해군과 김개시의 이야기가 그것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보여준 것은 사랑이라기보다는 욕망과 권력을 향한 욕구였습니다. 장녹수는 가무에 능했던 반면 김개시는 매우 뛰어난 두뇌와 문서 처리 능력을 보였다고 하는데, 두 왕에게 이들은 꼭 필요한 사람이었을 겁니다. 다만 승자에 의해 만들어진 역사가 그녀들을 악녀로 만든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왕들의 결혼은 모두 정략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사랑이란 감정이 개입할 여지도 없었을 것입니다. 드라마 <동이>의 숙종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의 첫 부인은 인경왕후였지만 그녀는 일찍 죽었습니다. 그 다음 계비가 인현왕후입니다. 인경왕후나 인현왕후는 모두 귀족 집안 출신입니다. 어려서부터 유교적 예법에 익숙한 그녀들과 만인지상이 되기 위해 교육을 받아온 숙종이 사랑을 나눈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어려운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에 반해 장희빈은 귀족 출신이 아닙니다. 그녀는 역관 집안 출신입니다. 나름대로 돈도 많이 모았을 것입니다. 부잣집 딸인 셈입니다. 어머니는 장희빈이 궁녀로 궐에 들어갈 수 있도록 주선한 조사석의 정부였다고 하는데 나중에 이를 김만중이 왕 앞에 폭로했으나 오히려 김만중이 처벌받았다고 합니다. 조사석은 각조 판서를 거쳐 좌의정까지 지냈습니다. 아마도 드라마에서 오태석이 조사석이 아닐까들 생각을 하더군요.  

그럼 숙종은 진정 장희빈을 사랑했을까요? 그녀가 귀족 집안의 여식이 아닌 평범한 평민 출신의 궁녀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아마도 숙종은 장희빈을 처음 보는 순간 이성적으로 반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장희빈은 이미 남자를 매료시키는 방법을 충분히 연마한 후에 궁에 들어갔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숙종은 장옥정으로부터 귀족에게선 느낄 수 없는 인간의 냄새를 맡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녀를 사랑했을 겁니다.

책을 보며 즐거워 하고 있는 숙종과 동이. 건전한 독서연애족?


왕도 사랑을 했을까? 또는, 왕도 사랑을 할 줄 알았을까?

그러나 세월의 빗물이 장희빈을 감싸고 있던 순정을 씻어 내리자 그 속에 숨어있던 욕망이 드러났습니다. 절망한 숙종이 왕후가 된 장희빈에게 말했지요. “옥정아, 네가 솔직히 말하고 용서를 빈다면 내 너의 죄를 덮을 수는 없지만, 너에게 가졌던 마음만은 버리지 않으마.” 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이겠습니까? 숙종은 장옥정을 진심으로 사랑했으며, 이제 그걸 버리려고 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숙종 앞에 동이가 나타난 것입니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영혼, 어떤 누구에게서도 느낄 수 없었던 편안함, 평생을 경험해보지 못한 쿵쾅거리는 가슴, 숙종은 다시 사랑에 빠진 것입니다. 다시 사랑에 빠졌다고 하는 것은 분명 숙종은 장옥정에게서도 연정을 느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 사랑이 배신감으로 인해 분노로 변하겠지만 말입니다. 장옥정의 사랑은 정략적인 것인데 반해 동이의 사랑은 순수 그 자체다, 이런 말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가 궁금했던 것은 왕도 정말 사랑을 했을까? 또는 사랑을 할 수 있었을까? 사랑을 할 줄은 알았을까? 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조선의 왕들이 사랑을 했든 안 했든, 할 줄 알았든 몰랐든, 숙종은 정말 행복한 왕이었음에 틀림없습니다. 20세기 영국 국왕 에드워드 8세는 금지된 평민과의 사랑을 위해 왕관을 버려야 했지만, 숙종은 평민 아니라 천민과의 사랑에도 성공했을 뿐 아니라 첩지(작위)까지 내렸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그녀가 낳은 아들은 자신의 뒤를 이어 국왕의 자리에 올랐지요. 그리 보니 영국보다 조선이 훨씬 유연한 나라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만고에 쓸데없는 제 혼자 생각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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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야, 이 임금이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해다오."

"전하, 그것이 대체 무엇이옵니까?"
"정녕 그걸 모르겠단 말이냐? 도처에 너를 죽이려는 자들이 득실거린다. 그러니 아무도 너를 해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느니라."
"전하, 그 방법이란 것이 대체 무엇이옵니까?"
"음, 그것은 그러니까 너하고 내가……" 


오늘 드라마 <동이>는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숙종과 동이가 떨어져 있었던 탓인지 그만 이들의 해후가 마치 나의 일처럼 그렇게 느껴졌던 모양입니다. 거참, 드라마란 게 빠지면 이렇게도 되는가 봅니다. 아무튼 두 남녀의 오랜 헤어짐 끝에 만남은 마음속에 감춰져 있던 비밀스런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만들었습니다. 

오랜 이별 끝에 만남은 마음속에 감춰진 비밀의 문을 열게 하고  

대궐로 돌아가 임금에게 폐비사건의 전모를 밝혀줄 증험을 바쳐야 한다는 일념으로 동분서주하던 동이는 이제 자기 임무를 다하고 편안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긴장이 풀리면 병이 오는 법. 마침내 동이는 앓아 누웠습니다. 숙종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숙종은 어의에게 자기만 먹도록 되어 있는 홍삼을 동이에게 처방하라고 명합니다.  

놀란 어의가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파격도 이런 파격이 있을 수 없습니다. 일개 무수리에게 왕이 먹는 홍삼을 먹이라니요. 이런 왕의 태도를 보는 차천수의 마음은 놀라움과 착잡함이 교차합니다. 천수는 대체 동이를 무엇이라 여기는 것일까요? 천수의 동이에 대한 마음은 동이의 아비와 오라비에 대한 의리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했지만, 다른 무엇이 있는 모양입니다. 

아마도 천수는 동이를 연모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왕이 동이를 마음에 두고 있다면 그럴 수는 없는 일. 설령 왕의 마음이 동이에게 있지 않다고 해도 한 번 궁녀였던 여자는 평생 다른 남자를 가까이 할 수 없습니다. 이를 어기면 사형에 처하는 것이 국법입니다. 

왕의 속마음에 대해 서 종사관, 아니 이제 내금위장이로군요. 서용기 내금위장도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습니다. 서용기는 수사기관에서 오래 근무한 경력만큼이나 눈치가 빠른 인물입니다. 그러나 역시 왕의 마음을 가장 잘 알고 이해하는 인물은 다름 아닌 상선입니다. 상선은 왕의 마음이 동이에 대한 사랑임을 알고 있습니다.

왕도 사랑을 했을까? 또는 사랑할 수 있을까? 이것이 사극을 볼 때마다 느끼는 저의 궁금증입니다만, <동이>에서 숙종은 사랑을 할 줄 아는 왕입니다. 그에겐 인간의 마음이 있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알고 있던 왕과는 너무나 다른 왕입니다. 그래서 그런 숙종이 더더욱 마음에 듭니다.

"내가 너를 위해 무언가를 하게 해다오"

오늘 마지막 장면에서 쓰러졌던 동이가 원기를 회복했습니다. 장희재는 서용기의 함정수사에 빠져 국문을 당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장희빈에게 최대 위기가 찾아온 셈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지식에 의하면 이 사건으로 장희빈이 완벽하게 몰락하지는 않습니다.

내금위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는 장희재


영민한 장옥정은 사태를 파악하고 재빨리 살아날 방도를 구하게 될 것입니다. 폐비 민씨의 혐의가 모함이었음이 밝혀지더라도 장옥정을 사사할 정도까지는 가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위기를 모면할지는 몰라도 중전의 자리에서 물러나 다시 장희빈으로 돌아가는 정도로 사태는 마무리되겠지요. 

아무튼, 예고편 마지막 장면에서 동이가 숙종에게 이렇게 말하는군요.

- 동이 : "전하, 이제 제가 전하를 위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정확한지는 자신 없음)

그러자 숙종이 동이에게 대답합니다.

- 숙종 : "그래, 그리하도록 하마. 대신 너도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다오. 내가 너를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중신들을 모아놓고 동이와 자신의 관계를 밝히는 숙종


저는 이 말을 듣는 순간, 어이쿠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무엇이 왔냐구요? 글쎄요, 모르시겠습니까? 숙종이 동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다시 예고편의 내용을 일부 보도록 하지요. 좌의정 오태석을 비롯한 남인파 중신들은 대전에서 숙종에게 동이를 내어줄 것을 요구합니다.

- 숙종 : "대체 그게 무슨 말이요? 그 증험을 인정할 수 없다니."
- 오태석 : "천가 동이란 나인 말입니다. 그 나인을 내어주십시오."

임금은 서용기를 불러 절대 동이를 내어줄 수 없다는 결심을 말하고, 좌의정 오태석은 의금부동지사(동지의금부사) 오윤에게 은밀히 "절대 실수가 없어야 한다. 반드시 목숨을 끊어야 해!" 하고 동이를 죽이라고 지시합니다. 절체절명의 순간 숙종이 동이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짐작하건대 이미 숙종은 30부에서 동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 같습니다. 중신들이 도열한 대전에서 숙종은 이렇게 선언합니다. 

"동이는 이제 너희들이 함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경들이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소. 나인 천동이는 더 이상…" 물론 당연히 그 다음 말은 예고편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드라마를 보고 알라는 소리겠지요. 그러나 눈치가 빠른 우리는 이미 그 다음 말을 알고 있습니다. 숙종은 동이에게 승은을 내렸습니다. 요즘 식으로 간단하게 말하자면 사랑을 나눈 것이지요. 임금이 승은을 내렸다는 것은 곧 결혼했다는 것과 같은 의미겠지요.  

동이. 이제 동이라고 부르면 안 되겠다. 그런데 역시 옷이 날개다.


그리하여 끊어진 임금의 말을 지레 짐작으로 이어보면 이렇게 되지 않겠습니까?

"경들이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소. 나인 천동이는 더 이상 그대들이 함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오. 그 아이는 내 여자요. 앞으로 내 여자에게 함부로 했다가는 도 못 추릴 줄 아시오!"

동이가 드디어 날개를 달았습니다. 바야흐로 본격적으로 장희빈과 동이의 한 판 승부가 벌어지겠군요. 결과는 이미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동이의 승리로 끝나게 되어 있습니다. 장희빈은 이제부터 죽음이라는 운명을 향해 달려가는 그림자의 처지가 되었습니다. 빛이 떠오르면 그림자는 사라지는 게 운명이니까요.

예언자인지 점쟁이 나부랭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김환이란 자가 극 초반에 홀연히 나타나서 그랬지요. 동이는 빛이요, 장옥정은 그림자라고 말입니다. 그러므로 장옥정은 절대 빛인 동이를 넘어설 수 없다고 말입니다. 어쨌든 고운 후궁복색을 한 동이의 모습이 참 예쁩니다. 역시 옷이 날개란 말이 실로 거짓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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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기 어려운 문제, 동이와 숙종 그리고 서 종사관은 처음부터 한패였다?

참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있습니다. 가만 보면 동이와 숙종은 이미 오래전부터 한편입니다. 종사관 서용기는 이 두 사람 사이에서 이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입니다. 서 종사관은 본래 남인이지만, 같은 남인인 좌의정 오태석, 오윤과 대결하는 아이러니한 관계에 있습니다. 최근에는 거기에다 심운택까지 가세했습니다.

심운택은 참으로 오묘한 인물입니다. 양반이면서도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파격적인 인물입니다. "필요할 때는 여자의 도움도 받는다!" 는게 그의 소신입니다. 심운택이 역사 속의 김춘택이라는 의견들도 많이 보입니다. 김춘택은 당대에 매우 뛰어난 용모와 재주를 겸비했던 인물이라고 합니다.

장희재에게 잡힌 동이와 심운택, 죽기 일보직전이다.


심운택, 동이의 최대 후견인이 될 인물?

김춘택으로 말하자면, 구운몽을 쓴 김만중의 증손자요, 할아버지 만기는 숙종의 장인이니 권문세족의 자손입니다. 그는 후일 노론의 영수가 됐습니다. 그는 말년에 장희빈의 아들(세자, 후일 경종)을 모해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제주도에 위리안치 되었는데. 이런 정황을 빌미로 최숙빈(동이)과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소문이 돌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의 좁은 소견으로는, 신라나 고려시대라면 몰라도 유교적 전통이 뿌리내린 조선에서 왕의 출생의 비밀을 논하는 것은 별로 신빙성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므로 18세기에 이런 소문이 저자에 돌았던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노론에게 정치적으로 밀린 소론과 남인들이 퍼뜨린 유언비어일 가능성이 더 많다는 게 나의 생각입니다.  

사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장희빈을 악녀로 만든 사씨남정기도 마찬가집니다. 정적을 무너뜨릴 목적의식을 가지고 저술된 이 책의 내용이야말로 확실한 유언비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의 내용들은 거의 그대로 이루어졌습니다. (인현왕후의 총애를 받는?) 최숙빈이 후일 왕이 될 아들을 낳는 것까지 말입니다.

아무튼 이런 민감한 문제들에 대해선 다음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살펴보기로 하고 오늘은 동이와 숙종, 그리고 서 종사관이 어째서 처음부터 한패일까 하는 문제에 대해서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그 답은 뻔합니다. 그것은 이 드라마에서 동이와 숙종, 서 종사관은 정의의 편이며, 장희빈과 장희재는 악의 축이기 때문입니다. 

숙종이 서용기를 파직하고 밀명을 내린 이유는?

그러나 내가 제기하는 의문은 이것입니다. 숙종이 서 종사관을 파직할 때, 그는 사실상 장희빈의 음모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파직 당한 서용기에게는 발병부가 주어졌습니다. 그 발병부를 주면서 숙종이 내린 임무는 온 나라를 뒤져서라도 동이를 찾아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드라마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감상적인 이유는 이렇습니다. 동이를 너무 사랑해서 애타게 그리운 마음! 그러나 숙종은 왕입니다. 왕이 사사롭게 개인적 감정으로 일을 처리해서는 안 됩니다. 조선시대의 왕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는 사실을 사극을 많이 보아온 독자들이라면 잘 알고 있습니다. 숙종도 마찬가집니다.

청나라 관원에게 군사기밀을 넘겨주는 장희재, 그러나 그건 가짜. 진짜는 심운택이 동이에게 주고 있다.


장희재는 숙종이 동이를 찾는 이유를 '폐비 윤씨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려는 의도로 파악합니다. 아마도 이게 숙종의 마음속을 올바로 읽어낸 판단이라 생각합니다. 숙종은 이미 폐비사건이 일어날 때부터 무언가 음모가 있다는 것을, 인현왕후는 그 음모의 희생자라는 것을 눈치챘습니다.

그러나 앞에 적은 것처럼, 왕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조선시대의 왕은 평소에는 절대 권위를 가지지만, 중요한 의결을 할 때에는 중신들의 뜻에 반하는 결정을 할 수가 없습니다. (나중에 태어날) 영조는 자기 어머니인 숙빈 최씨의 묘비조차도 마음대로 쓰지 못했습니다. (미안한 말이지만, 조선시대의 왕들은 김정일보다도 더 힘이 없었습니다.)

장희빈의 걱정은? 폐비보다 동이에 대한 숙종의 연애감정

동이를 찾는 숙종의 속마음에 대해 장희빈은 장희재가 염려하는 이상으로 걱정합니다. 장희빈은 숙종의 마음속에 든 의심보다 더 무서운 것은 동이에 대한 연애감정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녀는 여자의 본능으로 숙종이 동이에게 마음을 빼앗겼음을 알아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독백합니다. "전하를 절대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이것도 실은 매우 위험한 발언입니다. 아무리 왕후라고 하나 만인지상 임금에게 할 수 없는 말입니다. 생각조차 해서도 안 됩니다. 이는 아마도 이후 장희빈이 보여줄 패덕에 대한 암시일 것으로 짐작됩니다만, 장희빈은 임금과 국사를 논할 정도로 영민한 인물이었다고 하지요. 그런 그녀가 무모하게 대비와 왕후의 독살음모를 꾸몄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어디까지가 진실일까요? 
 

어떻든, 숙종이 동이를 찾는 이유를 공식적으로(감상적인 사연은 빼고) 따지자면 폐비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함입니다. 서 종사관이 임금의 명을 받아 동이를 찾는 이유도 마찬가집니다. 한 나라의 종사관이 겨우 임금의 사랑을 이루어주기 위해 그토록 동분서주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차천수가 그토록 동이를 구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것은 물론 오로지 의리 때문이겠지만, 동이와 숙종, 서 종사관에겐 인현왕후 폐비 사건의 진상을 밝히겠다는 소명의식이 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니 이 세 사람은 하나의 사건을 두고 같은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는 한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숙종의 의도는, 함정수사?

게다가 숙종은 속마음을 감추고 장희빈을 중전에 앉히고 그녀를 둘러싼 남인들에게 권력을 나누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서 종사관을 시켜 은밀하게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도록 지시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요즘 식으로 말해 함정수사가 아닐는지요? 용의자(장희빈 일파)를 안심시키고 뒤를 캐는 그런 거 말입니다.

장희재와 동이의 행적에 대해 숙종에게 낱낱이 보고하는 서용기. 앞으로 장희재의 운명은?


한 나라의 왕이 왕후와 집권당을 선택하는 문제를 함정수사에 이용했다는 사실이 좀 깨름직하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 함정수사가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아, 이미 상당부분 성공을 거두었군요. 서 종사관으로부터 장희재가 동이를 잡아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고, 곧 동이는 결정적 증거물을 들고 나타날 것입니다.

장희빈 일파가 대비(숙종의 어머니)를 독살하려고 의원을 매수하기 위해 자금을 마련한 내역이 적힌 내수사(내시부 재정관장부서) 장부를 동이는 갖고 있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든 동이지만, 잘 보관하고 있겠지요. 동이는 여기에다 장희빈을 몰락시킬 결정적 증거를 하나 더 확보했습니다. 바로 등록유초(국경수비대 편성표)입니다.

심운택이 장희재가 청나라에 넘기려던 것을 빼돌려 동이에게 주었습니다. 장희빈의 아들을 세자로 책봉하기 위해 군사기밀까지 넘기려고 했다니…, 이 정도 혐의라면 역적 중에 역적으로 능지처참으로 다스릴 일입니다. 범행 당사자인 장희재는 물론이고, 장희빈과 세자까지 처벌을 모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범행의 원인이 장희빈과 세자에게 있으니까요.

숙종의 함정수사(?)의 끝은 어떻게 될 것인가? 장희빈과 장희재는 또 어떤 수를 써서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피해갈 것인가? 다음 주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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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와 숙종의 만남에는 장옥정이 있었다

동이가 마침내 인현왕후를 만났습니다. 이전에 여러 차례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진 장희빈에서 동이는 인현왕후를 돕는 숙빈최씨로 나왔습니다. 인현왕후는 장희빈의 음모와 술수에 희생되는 연약한 그리고 착하고 후덕한 왕비였지요. 그 인현왕후를 지근거리에서 돕는 게 최숙빈, 즉 동이입니다.


원래 동이는 숙종의 정비였던 인경왕후의 교전비로 궐에 들어왔다고도 하고, 7살 나이에 무수리로 궐에 들어왔다고도 합니다. 어떤 경로로 궐에 입궁했든 동이는 인현왕후와 매우 가까운 사이였으며 이로 인해 장희빈이 중전 자리에 있는 동안에는 많은 고초를 겪기도 합니다.

아마도 장희빈이 중전 자리에서 퇴출돼 희빈으로 강등 당하고 인현왕후를 독살하려다 발각되어 사약을 받게 된다는 스토리에는 최숙빈이 깊이 관여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현왕후와 동이는 장희빈이 나타나기 전에 미리 만났어야 이야기가 성립됩니다.

그런데 여태껏 인현왕후와 동이는 만나지도 못했습니다. 오히려 동이는 궐에 들어오기도 전에 이미 궁녀였던 장희빈을 만났으며, 숙종의 승은을 입은 장상궁을 두 번이나 위기에서 구해줍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번의 사건은 동이와 숙종의 만남을 주선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말하자면, 좀 궤변이긴 해도, 장옥정이 동이와 숙종의 중매쟁이 역할을 한 것입니다. 물론 드라마는 동이와 숙종이 어떤 사건이나 누구의 소개에 의해서가 아니라 운명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는 사이였다는 암시를 주고 있기는 합니다. 동이가 틀던 해금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감상하는 청년 숙종의 모습이 그것이지요. 

언젠가 동이는 다시 숙종 앞에서 해금을 틀어줄 것이고, 그때 숙종은 "아, 네가 그때 그 아이였더란 말이냐!" 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그들의 인연은 운명이었다고 느끼게 될 것입니다. 동이와 숙종이 처음 만났던 것은 음변사건과 관련이 있는 편경장이의 시신이 발견된 창고였습니다.

음변사건이란 서인들이 장옥정을 궁에서 몰아내기 위해 꾸민 계략이었습니다. 음이 변하면 나라가 망한다. 조선이 음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알겠습니다. 세종 때는 박연을 시켜 아악을 정리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장악원의 악공들이 연주하는 음이 변했다고 나라가 망한다고 생각했다는 건 유학을 숭상하는 나라에서 좀 난센스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드는군요. 

아무튼, 그 음변사건은 결국 장옥정과 관련된 사건이었으므로 숙종과 동이의 만남은 결국 장옥정 때문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두 사람은 결과적으로 장옥정의 무고를 밝혀내기 위해 뛰다 만났던 것이니까요. 음변사건의 배후는 밝혀내지 못했지만, 음변에 이용된 암염을 찾아 장상궁을 위기에서 구했던 것입니다.  


이때 숙종은 동이에게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한성부 판관이라고 속였지요. 이들이 다시 해후를 한 것은 역시 장옥정과 관련된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이번에 장옥정은 중전 암살 음모에 휘말렸습니다. 서인이 만들어낸 음모였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장옥정은 내명부 감찰부에서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 대목에선 살짝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왕의 후궁이(아직 첩지를 받지는 못했지만 곧 받게 될 장옥정이) 감찰부에서 밤샘 조사를 받고 처소로 돌아가지 못하고 의금부로 다시 압송된다? 사람들은 노무현 정부 시절 탓인지 상상력에 지나치게 커다란 날개를 단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어떻든 이 사건 역시 동이의 기지로 풀렸습니다. 동이의 아버지는 오작인이었습니다. 오작인은 요즘으로 말하자면 부검의(법의학자) 같은 것이었나 봅니다. 오늘날엔 인정받는 고급 전문직이 당시에는 천민들이 하는 직업이었다니, 덕분에 동이도 이 분야에선 풍월을 읊는 서당갭니다. 

장옥정이 궐에 들인 약재에선 중전을 시해하기 위한 음모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반아가 없었다는 것을 입증함으로써 다시 한 번 장옥정은 위기에서 벗어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푸는 과정에 숙종과 동이의 해후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것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닙니까?

장옥정, 지금은 장상궁이지만 나중에 장희빈이 되고, 궁녀로서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왕후의 자리에까지 오른 인물, 숙종의 아들을 낳아 다음 보위를 잇게 한 여자, 경종의 어머니, 왕의 총애를 독차지하고 정국을 주무르게 될 장옥정이 자기의 라이벌을 숙종에게 소개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다니요. 물론 장옥정이 스스로 그렇게 한 것은 아닙니다. 모든 것은 운명의 장난이지요. 

어쨌거나 저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이와 숙종의 만남에는 장옥정이 있다, 결국 장옥정이 두 사람을 소개한 것이나 진배가 없다, 그러니 장옥정은 동이와 숙종의 중매쟁이였던 것은 아닐까? 좀 엉뚱하긴 하지만 아무튼 그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렇게 보니 장옥정도 참 불운합니다. 숙종에겐 가장 강력한 라이벌을 스스로 맺어주는 실수를 범하고, 또 인현왕후에겐 가장 뛰어난 인재를 빼앗기게 생겼으니…, 어제 보니 인현왕후가 곤란한 지경에 빠진 동이를 불러 도움을 주었군요. 결국 동이는 책대로 인현왕후 편이 되겠지요.

위는 동이 편, 아래는 장옥정 편으로 갈라질까?


그러고 보니 그렇습니다. 감찰부의 실세 유상궁(임성민)은 장옥정 편으로, 정상궁(김혜선)은 동이와 인현왕후 편으로 갈라질 것 같네요. 유상궁이 먼저 최고상궁 자리에 오를지, 정상궁이 먼저 최고상궁 자리에 오를지는, 장옥정과 인현왕후, 동이의 권력게임의 향방에 따라 결정되겠지요.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아서는, 또 우리가 알고 있는 약간의 상식(?)으로도, 유상궁이 먼저 최고상궁이 되고 그 밑에서 동이와 정상궁이 고초를 겪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되든지 간에 지금으로선 장옥정이 불쌍하네요. 자기 발등을 스스로 찍는 결과들을 계속 만들고 있으니…. 

위기에 빠진 동이가 스스로의 힘으로 빠져나와야 한다면서 방관하고 있었던 것은 크나큰 실수였다는 점을 나중에라도 깨닫게 될까요? 세상일은 지나고 나면 앞에 무얼 했는지에 대해선 잘 모르는 법이니…, 사람들은 그렇답니다.

"나는 어제 네가 한 일을 알고 있"어도 "어제 내가 한 일은 내가 잘 모르"는 게 사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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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우리 눈을 밝히지만, 우리가 보는 것은 그 빛으로 드러나는 그림자다

동이란 이름을 사실 저는 처음 알았습니다, 이번 mbc드라마 동이를 통해. 아마 많은 분들도 그러하리라 생각합니다. 동이는 숙종의 후궁이었던 숙빈 최씨이며, 이분은 영조의 어머니요 사도세자의 할머니이며 정조의 증조할머니였습니다. 조선 후기의 왕들이 모두 영조와 동이의 후손들이니, 동이는 말하자면 왕들의 모후인 셈입니다.

동이


설에 의하면 원래 동이는 궐에 무수리로 들어왔다가 숙종의 승은을 입어 후궁이 되었다고도 하고, 숙종의 정비였던 인경왕후의 교전비로 궐에 들어왔다가 숙종을 만났다고도 합니다. 교전비란 혼례 때 신부가 데려가던 계집종을 말합니다. 즉, 동이는 계집종 신분이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인경왕후가 죽고 계비로 인현왕후가 들어온 뒤에도 중궁전과 계속 가까운 거리에서 관계를 가졌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 우리가 알고 있기로도 동이는 인현왕후 민씨와 친분이 두터웠으며 장옥정이 중전이 된 뒤에는 모진 박해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이런 관점에 서면 드라마 동이에서 동이가 처음에 장옥정을 만나 공을 세우고 숙종과 가까워지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설정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한 창작인 것입니다. 아무튼, 드라마 동이가 보여주는 장희빈과 동이의 만남은 매우 기발하고 재미있습니다.

우리는 극 초반에 신통력을 지닌 도인 김환의 점괘를 보았습니다. 그 점괘에 의하면 장옥정은 그림자요, 동이는 빛입니다. "마마님께서는 천을귀인의 상을 타고 나셨습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실 겁니다. 그러나 한 분이 더 있습니다. 두 분은 빛과 그림자의 관계와 같습니다."
 
그리고 김환은 이렇게 덧붙였지요. "그림자는 빛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장옥정이 그 빛은 누구이며 그림자는 누구냐고 묻자 김환은 "그림자는 마마님이십니다" 라고 대답해 장옥정을 긴장하게 만들었지만, 빛을 지녔다는 그 아이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으며 살아 돌아올지 어떨지도 모른다는 대답으로 안도하는 옥정을 우리는 보았습니다.
 

장옥정(장희빈), 장희재, 김환


그러나 저는 김환의 점괘를 거꾸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빛과 그림자는 원래 하나인데 그림자는 빛이 있어야만 그 존재가 드러나는 법이다, 따라서 빛이 살아오지 못한다면 그림자도 죽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옥정이 천을귀인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면 동이가 있어야 한다, 라고 말입니다.

김환은 "마마님은 절대 빛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라고 말했지만, 저는 그래서 반대로 "마마님은 빛을 통해서 최고가 되실 수 있을 겁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본래 점쟁이들이란 과정은 잘 모르고 결과만 놓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법이 아니던가요?

역시 그 점에 있어선 김환도 마찬가지란 생각입니다. 장옥정의 오라비 장희재는 김환 못지않은 안목을 지닌 것으로 이 드라마에선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가 비록 지금은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받는 파락호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야심을 위한 것입니다, 마치 흥선대원군처럼.

어제 드디어 장희재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자신의 집에서 동이를 보았습니다. 이미 동이의 존재에 대해 들어 알고 있던 그는 동이의 관상을 이리저리 살폈겠지요. 그리고 장난기 어린 그의 얼굴엔 불안한 수심이 드러났습니다. 그도 김환처럼 동이의 얼굴에서 천을귀인의 상을 보았던 것일까요? 

장옥정을 만난 장희재는 동이를 가까이 두고 귀하게 써야겠다는 말에 반대의 뜻을 전합니다. 장옥정은 다른 사람들이 무어라하든 장희재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가 파락호로 지내는 것도 실은 이 두 오누이의 계략에 의한 것입니다. 비상할 때를 대비해 몸을 낮추어 이목을 피하자는 것이었지요.  

장옥정 오누이


"그 아이를 보니 마마님께서 왜 마음에 들어 하셨는지는 알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저 같으면 그 아이를 곁에 두지 않겠습니다, 마마님. 제가 이리 말씀드렸을 때 언제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까? 다만, 그 아이가 가진 것이 마마님과 너무 닮은 거 같아 그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예?"

"천한 출신이지만 남다른 재주와 비상한 머리를 가지신 것이 마마님이십니다. 그래서 이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구요. 그런 이는 세상에 마마님 단 한분이면 족합니다. 헌데 어째서 마마님을 닮은 아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려 하십니까?"

장옥정은 결국 장희재의 말을 들을 것입니다. 그녀에게 장희재는 하나밖에 없는 오라비이자 누구보다 믿은 수 있는 장자방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미 동이는 날개를 달고 만 듯이 보입니다. 숙종은 교지를 내려 동이를 천비에서 해방시키고 감찰궁녀로 임명했습니다.

바야흐로 동이의 시대가 도래 한 것입니다. 김환의 점괘를 빌어 말하자면 빛을 지닌 아이가 살아 돌아온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장희재가 장옥정에게 동이를 곁에 두지 말도록 충고한 것은 커다란 실수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말에 따라 동이를 배척하게 될 장옥정도 실수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만약 김환이 점괘를 말할 때 "원래 그림자는 빛으로부터 오는 것인데, 그림자가 자기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선 밝은 빛이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마마님은 그림자이니 빛을 지닌 그 아이를 통해 마마님의 존재는 더욱 선명해질 것이며 사람들은 천을귀인의 존재를 분명히 보게 될 것입니다" 하고 말했다면 장옥정은 장희재의 말에도 불구하고 동이를 곁에 두는 행운을 얻었을지도 모릅니다.

동이를 살피는 장희재, 그러나 그는 동이의 재능을 경계할 뿐 자기 것으로 만들 생각은 못한다.


네, 그것은 대단한 행운이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또는 저는 이렇게도 생각해보았습니다. 만약 장옥정이 김환을 만나지 않았거나 장희재가 신통한 관상술을 지니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복을 차버리는 불운한 짓은 하지 않았을 텐데, 하고 말입니다.

사실 이 문제는 하나의 말장난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비일비재하게 겪는 것들입니다. 사람들은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보면 시기하거나 질투합니다. 특히 야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단순히 시기와 질투를 넘어 배척과 핍박으로 상대를 몰아붙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싹이 자르기 전에 잘라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우리 주변에서 그런 사람들은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그 뛰어난 재주를 어여삐 보고 귀하게 여겨 곁에 두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역사 속에서 영웅이란 이름으로 불립니다.

장옥정은 천을귀인의 상은 타고났을지 몰라도 영웅적 기상은 없었든가 봅니다. 김환은 뛰어난 신통력과 관상술은 지녔을지라도 우주의 섭리에는 어두웠든가 봅니다. 장희재 역시 사람 보는 눈이 밝고 재치에 능하지만 세상의 이치에는 다가서지 못했든가 봅니다. 그래서 그들은 큰 실수를 한 겁니다.

자신을 밝혀줄 빛을 거부했으니까요. 그리하여 빛이 없으면 아무것도 볼 수 없지만, 정작 빛을 통해 우리가 보는 것은 그 빛이 아니라 그림자란 사실을 깨닫지 못한 장옥정은 빛의 힘을 얻지 못하고 암흑의 힘만으로 야망을 달성해야 하는 최대의 불행을 맞게 된 것이 아닐까, 그리 생각하는 것입니다. 

점괘니 운명이니 하는 것들은 모두 사람이 만드는 것입니다. 장옥정은 원래 자기가 생각했던 그대로 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운명은 그 운명을 타고난 자가 만들어가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굴러들어온 복까지 차버리려 하고 있으니…, 실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ps; 오늘 12부 보니 장옥정이 아직 완전히 동이를 버린 것은 아닌 듯 보이지만, 그래서 <장희재의 실수>로 고치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하지만, 결국은 옥정이 희재의 말대로 할 것이라 생각해서 그냥 놔두기로 하겠습니다. 아마도 감찰부 궁인으로 승격시키고 분란이 생기는 과정을 통해 동이와 인현왕후의 만남이 이루어질 모양이기도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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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으로 나온 지진희, 구세대 임금님들과 확실히 다른 차별성 과시

MBC 월화드라마 동이에 나오는 지진희가 요즘 화젭니다. 지진희를 처음 보았던 것이 언제였지요? 드라마 대장금이었군요. 장금이의 영원한 후견인으로 뭇 여인들의 로망이었지요. 그런데 그 지진희가 이번엔 임금님이 되어 나타났습니다. 대장금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동이에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 숙종이라 불리우는 임금님의 말투나 행동거지가 문젭니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왕이란 어떻습니까? 기품 있는 말투, 반듯하고 근엄한 그리고 느릿느릿한 걸음걸이, 그렇죠, 바로 그런 것이었습니다. 왕의 말씨는 뭔가 달랐죠. "경들은 들으시오!", 뭐 이런. 

저는 원래 드라마 중에서도 사극을 특히 좋아해서 거의 빼놓지 않고 보는 편입니다. 불멸의 이순신 기억나시죠? 김명민이 열연했던 이순신 장군, 가장 이순신 장군다운 이순신이었죠. 저는 그때 출장을 자주 다니는 편이었는데, 고속도로를 달리다가도 불멸의 이순신을 할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휴게소로 직행했답니다.

그리고 휴게소 식당에 설치된 대형 PDP를 통해 장군을 뵌 다음 커피 한 잔을 마시고서야 다시 차를 몰고 목적지를 향합니다. 참으로 충성스러운 시청자였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지금 제가 드라마에 열광하는 것보다 그때가 더 심했던 것 같습니다. 대장금 할 때는 궁금증을 견디지 못하고 대본미리보기 서비스를 찾아보곤 했답니다. 요즘은 그런 서비스를 안 하더군요.  

아무튼 사극을 그렇게도 좋아하는 제 기억 속에도 도대체 지진희 같은 왕은 없었습니다. 지진희는 뭐랄까요, 말하자면 신세대 왕입니다. 그의 말투나 행동, 사고방식은 완전 파격입니다. 기존의 틀을 완전히 무시하는 그 임금님을 보면서 "어, 저런 임금도 있었네?" 했지요.
 

우리가 흔히 생각할 때, 그랬습니다. 왕이란 어려서부터 임금들만이 즐겨 쓰는 말투를 배우지 않았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 맞아, 임금이란 그들만이 쓰는 특별한 말투, 특별한 행동을 배우는 거야. 그리고 신하들은 임금 앞에서 써야 하는 특별한 말투, 특별한 행동을 배우는 거고.

뭐 이런 거죠. 과인이 깊이 생각해보건대 그대의 말이 옳소, 그대로 시행하도록 하시오, 황은이 망극 하옵니다, 통촉 하옵소서, 아, 정말 우리는 틀에 박힌 이런 대사들을 수십 년 동안 들어왔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진희가 임금이 되어 나타나서는 이걸 완전히 깨부수어 버렸습니다. 아니, 이럴 수가 있습니까? 어떻게 임금이란 사람이 말을 저따위로… ㅠㅠ

"전하 경연 후에 의정부와 6조 당상관들의 국정상주가 있사옵니다. 또한 3사의 대간들도 뵙기를 청하고 있사옵니다."  
"궁에 떨어진 운석 때문이겠지. 모두 한 자리에 부르게. 한 번에 처리해야겠어."

뒤를 졸졸 따라오며 읍소하는 신하들을 향해 이렇게 가볍고 시원하게 말을 던진 숙종은 옆으로 물러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궁녀들에게 "어, 그래, 음" 하면서 손을 들어 인사합니다. 그리고 이어 또 다른 궁녀들을 향해 역시 손을 흔들며 "어, 별일들 없지? 흠흠~" 하며 지나갑니다. 햐, 참 신기한 왕입니다. 궁녀들한테 인기 만점이겠어요.   


그런데 저는 그런 임금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저런 모습이 사실은 실제와 비슷한 모습이 아닐까, 어떻게 임금들이라고 매일 쓰기 거북하고 듣기 거북한 그런 말만 입에 올리며 살았을까, 오히려 탓할 자 없는 임금이니 자기 쓰고 싶은 대로 자연스럽게 말을 하지 않았을까, 뭐 그렇게 말입니다.

도리어 우리가 그동안 획일적으로 만들어진 사극 속의 임금님 모습을 진짜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 말이지요. 아무튼 새로 임금님이 되신 지진희 전하의 파격적인 캐릭터는 상당히 성공적인 듯합니다. 벌써 여기저기서 놀란 감탄사들이 들려오는군요. 어떤 분은 아예 허당 숙종이란 별호까지 붙여주셨네요. 허당이라, 꽤 괜찮은 이름입니다.

허당, 허당, 거 참, 역시 아무리 불러 봐도 멋지네요. 허당~, 신세대 임금에게 딱 어울리는 별칭입니다. ㅋㅋ, 마지막으로 임금님의 대화를 한 번 더 들어보시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실지 몰라도 제겐 참 매력적인 임금님입니다. 저런 임금님 모시고 일하는 사람들은 참 행복할 거 같습니다만.
 

"성균관 유생들의 권당(동맹휴학)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지방의 유생들까지 합세하여…"
"몰려온 유생들이 수백이라고?"
"예, 전하."
"근데,  임금을 만나러 왔는데 설마 맨손으로 온 건 아니겠지. 저들이 진상품으로 무얼 가지고 왔는지 알아보게."

이때 임금과 도승지(요즘 대통령실장)의 대화를 옆에서 기록하며 따라가던 쫄따구 승지가 깜짝 놀라 "예?" 하고 눈이 동그래지자 우리의 신세대 숙종 임금님 지진희가 이렇게 말하지요.

"농이네. … 이 친구 몇 년짼데 아직 내 농도 못 알아듣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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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가 장옥정을 찾는 이유는? 
암호 같은 손동작에 담긴 피살자의 유일한 증언 때문이지만...   


동이가 옥정을 찾는 이유? 제목을 이렇게 달려다 생각해 보니 좀 우습네요. 모두들 동이가 장옥정을 찾는 이유에 대해 이미 다 알고 계실 텐데 말입니다. 죽어가던 대사헌 영감이 동이에게 보여준 손동작을 옥정이 똑같이 보여주었기 때문이죠. 동이는 옥정을 만나면 아버지와 오라비의 누명을 벗길 단서를 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물론 동이는 옥정을 처음 만났을 때 물어보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리 되면 드라마가 재미없어지겠죠. 그래서 그때는 경황이 없었다는 사정을 핑계로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잘 짜여 진 시나리오를 알면서도 우리는 그 상황 앞에서 속을 태웠겠죠. 에이 저런, 이럴 수가,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동이는 기회를 놓쳤고 오래도록 옥정을 찾아 헤맸습니다. 대궐에서 나온 항아님이란 단서 하나 때문에 동이는 대궐까지 들어오게 됩니다. 옥정을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장악원 노비가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도망자 신세인 동이에게 대궐이 가장 안전한 은신처란 판단도 있었지만, 역시 그녀의 목표는 살인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사헌이 죽어가면서 동이에게 보였던 손동작을 어째서 장옥정이 똑같이 재현했던 것일까요? 그 손동작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동이가 옥정을 만나더라도 그녀로부터 결코 사건의 진상을 알아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음모의 수렁 속으로 더 깊이 빨려 들어가게 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죠.


대사헌과 옥정이 보여준 손동작에 담긴 의미

아마도 어쩌면 그 손동작은 남인들끼리만 사용하는 은밀한 암호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장옥정이 그 손동작을 주고받은 다음에 오태석을 만난점으로 미루어보아 그 손동작은 남인의 소장파 우두머리 오태석을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살인범을 지목하는 피살자의 유일한 증언인 셈입니다. 

그래도 의문은 남습니다. 왜 포청 종사관 서용기는 대사헌 영감의 손동작이 뜻하는 바를 알아보지 못했을까 하는 점입니다. 서용기 역시 오태석과 같은 당파가 아닙니까? 만약 서 종사관이 대사헌의 손동작을 알아보기만 했더라도 동이의 아버지와 오라비는 죽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긴 뭐 그랬다면 드라마는 더 이상 계속 될 수 없었겠지요. 

그렇게 보면 그 손동작에는 단순히 남인의 소장파 우두머리인 오태석만을 지목하는 암호라고 보기엔 무언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습니다. 보다 깊은 사연이 숨어있는 듯합니다. 어쩌면 나중에 놀라운 반전을 몰고 우리 앞에 나타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늦긴 했지만 동이는 장옥정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앞날이 첩첩산중입니다. 장옥정은 동이를 도와줄 인물이 아니라 적이 될 운명을 타고났으니까요.


보아하니 이미 장옥정은 정치 소용돌이의 중심에 깊이 들어와 있군요. 오태석은 아마도 남인 소장파의 우두머리로서 서인 내부에서 소외당한 세력들을 함께 끌어 모아 소론을 형성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당연한 이야기지만 동이는 노론의 지원을 받게 되겠지요. 그녀는 인현왕후의 충실한 여종으로서 끝까지 충성을 다할 겁니다.

동이가 옥정을 찾는 것은 운명의 그림자 때문

물론 결과는 역사책에 기록된 바와 같이 동이의 승립니다. 그리고 그녀의 승리는 바로 노론의 승리기도 하지요. 결과적으로는 동이가 진상을 밝혀주기를 바랐을, 그래서 억울한 죽음의 보상을 얻기를 바랐을 대사헌 영감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아니한 꼴이 되었습니다. 그 대사헌 영감도 결국 남인이었으니까요. 어쨌거나 숙종의 부인들을 다룬 이야기는 언제나 재밌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재미가 더욱 독특하군요. 너무 자주 보아왔던 터라 식상할 수도 있는 소재임에도 이병훈 PD의 손길이 닿은 드라마는 처음 대하는 이성처럼 떨림으로 다가옵니다. 의원, 수라간 요리사, 장악원 악공 등 전문인들을 다루는 그의 솜씨가 이런 식상함을 새로운 떨림과 기대로 바꾸어놓은 것일까요? 아무튼 동이는 옥정을 찾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겠지요. 아니 아니 사실은 그렇지 않군요. 동이는 옥정을 찾음으로써 그녀를 통해 얻게 될 궁극의 자리에 한 걸음 성큼 다가선 것이지요. 그러니까 동이가 옥정을 찾아 헤맸던 것은 결국 운명의 힘에 이끌려 자기를 찾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이런 말씀이로군요.

그러므로 동이가 옥정을 찾는 이유는? 사람의 미래를 아는 능력을 지닌 김환이 장옥정에게 준 힌트처럼 자기 그림자를 찾아 움직였던 것입니다. 동이의 운명을 뒤바꿀 힘은 임금에게 있는데, 임금이 그 그림자를 통해 빛 속에 든 동이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겠지요. 음, 그러고 보니 숙종 임금이 장옥정이란 그림자를 쫓다 동이란 빛을 발견하게 되는 날이 바로 내일인가 보군요.

옥정이란 그림자를 따라 동이를 찾아오게 될 임금

그리하여 알고 보니 검계의 몰락과 아버지와 오라비의 죽음은 장옥정을 통해 동이가 임금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수순이었네요. 연인을 쫓아왔다가 다른 연인을 만난다, 숙종의 운명도 참으로 기구합니다. 아니, 그래도 남자 팔자 치곤 상팔자라고요? 흐흐, 그런 소리 하다간 집에서 쫓겨난답니다. 그리고 그런 임금들, 대개 40을 못 넘겼다고 하던데요.

오늘 숙종의 말을 들어 보면, 장옥정을 후궁에 앉히려는 것도 다 정치적 속셈이 있는 모양인데, 그게 그렇게 늘어진 팔자만은 아니라 그런 말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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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민들의 왕은 검계 수장이 아니라 동이다?

이 무슨 황당한 말일까? 천민들의 왕은 검계 수장이 아니라 동이라니? 우선 우리는 동이란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부터 알아야 한다. 그녀는, 그러니까 그녀는 여자였는데 숙종의 후궁이다. 원래 천민 출신으로 무수리였다가 후궁에까지 올랐으며 그녀가 낳은 아들이 왕이 되었다. 그가 곧 영조다. 그러니 동이는 영조의 어머니다.


영조의 콤플렉스

영조는 무수리의 아들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늘 콤플렉스에 시달렸다고 하는데 그를 직접 보지는 못했어도 얼마나 괴로웠을지는 짐작이 간다. 원래 왕후장상에 씨가 따로 없다는 말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명문세가 출신들로 출세가도를 달려왔을 신하들이 천민의 아들인 자기를 바라보는 눈길에 경멸이 담겨있다고 느낄 때가 얼마나 많았을까.

영조를 다룬 드라마, 소설들에서 그의 영민함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괴팍한 성격이 어쩌면 천민의 아들이라는 콤플렉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왕의 씨앗은 어미가 양반이든 상민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 왕자인 것이다. 이것이 사대부들과 왕의 차이라면 차이다. 그럼에도 영조에게 콤플렉스는 죽을 때까지 벗어날 수 없는 운명적 사슬이었다.

그런데 영조는 어떻게 천민의 아들이면서도 왕위에 오를 수 있었을까? 아무리 왕의 자식은 어미의 출신을 불문한다 하지만 아무 세력도 없는 무수리의 아들이 왕이 되었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당시의 사정을 따지고 보면 그렇게 이해 못할 만한 상황도 아니었다. 숙종에게는 아들이 영조 하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니 효종대왕의 자손으로 유일하게 남은 인물이 바로 영조였다. 신라시대로 말하자면 성골남진이라고나 할까. 성골 남자들은 영조 하나만 남겨두고 모조리 씨가 마른 것이다. 영조마저 죽어 없어지면 완전히 성골남진이 되는 상황. 물론 선덕여왕처럼 공주나 옹주가 왕이 되면 간단한 것이지만, 여긴 신라가 아니다.

자손이 희귀한 왕가

하늘은 왜 효종의 자손 번식에 이토록 인색했을까? 현종은 효종의 외아들이었으며, 숙종은 현종의 외아들이었다. 영조의 아비인 숙종은 말하자면 2대 독자였던 셈. 왕가에서 2대가 독자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숙종에게도 오래도록 아들이 생기지 않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터.


이런 와중에 중인 출신의 장희빈이 아들을 낳았으니 그 위세가 하늘을 찌르는 것은 어쩌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녀는 신분의 벽을 깨고 마침내 중전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러니 실은 무수리 출신으로 아들을 왕으로 만든 동이도 대단하지만 중인계급으로 중전의 자리에 오른 장희빈이 더 대단하지 않았을까.

장희빈의 아들 역시 왕이 되었지만 오래 살지는 못했다. 그가 곧 경종이다. 이렇게 해서 영조는 숙종의 하나밖에 남지 않은 아들이요, 효종의 유일한 혈손이 된 것이다. 그러나 영조가 대통을 이어받는 데는 걸림돌이 있었으니 소론이었다. 그들은 정통성에서 효종보다 우월한 소현세자의 현손을 경종의 양자로 삼아 대통을 잇자는 논리를 들고 나왔다.

노론의 후원을 받는 영조가 그들에겐 입맛에 맞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동이>에서도 장희빈은 역시 악녀로 그려지겠지만, 그녀가 진짜 악녀였는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장희빈은 남인의 지원을 받는 후궁이었다. 드라마에서도 그려지지만 그녀를 궁에 들여보내는 남인의 수장(정동환)은 매우 냉혹하며 잔인하고 야비한 인물이다. 

출신이 미천한 장희빈과 동이가 출세한 이유, 번식력이 떨어지는 유전자 탓?  

그는 자기 세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 동패들도 서슴없이 죽인다. 극 초반에 벌어진 살겁의 희생자들은 모두 남인이었다. 그리고 그 살겁을 저지른 원흉도 같은 남인. 아이러니지만 탕평책으로 유명한 영조의 뒷배가 노론이었으며, 정조의 외척들이 모두 노론의 핵심들이었다는 사실로부터 앞으로 보여주게 될 남인들과 장희빈의 악행이 예사롭지 않다.

그러니까 "장희빈이 왜 악녀였을까?" 혹은 "왜 악녀로 그려졌을까?"에 대한 질문은 사실은 당대의 집권당이었던 노론에게 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무튼 동이든 장희빈이든 양반 출신이 아닌 그녀들이 빈도 되고, 중전도 되고, 아들을 왕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다 번식력이 떨어지는 왕가의 유전자 탓이었던 것이다.

이 힘없는 유전자는 결국 강화도에서 지게를 지고 나무나 하던 강화도령을 데려다가 왕으로 만들기까지 하는데, 이렇게 왕이 된 철종도 후사를 남기지 못함으로써 마침내 효종의 가계는 문을 닫고 말았다. 흥선군 이하응의 아들이 고종이 되었지만, 그는 실은 효종의 직계가 아니라 인조의 3남 인평대군의 자손이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말이 많이 샜지만 내가 보기에 동이가 후궁의 최고 자리인 정1품 빈에 오르고 아들을 왕으로 만든 것은 그녀의 노력보다는 생물학적 환경과 정치적 동기가 크게 작용한 탓이다. 하기야 그녀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인현왕후를 도와 장희빈의 반대편에서 많은 일을 했을 것이다.

천을귀인? 천민들의 왕? 허걱~

그런데 그건 그렇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이가 꽤 대단한 인물이란 점에 대해서는 부정하고 싶지 않지만 드라마 <동이>는 여기서도 너무 한참 앞서 나가는 것은 아닐까. <동이>는 김환이란 역술가(또는 관상쟁이?)를 내세워 동이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규정했다. 천을귀인!

"오, 저 아이가 바로 천민들의 왕이 될 것이야!"


천을귀인이 무슨 뜻인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김환은 이어 동이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천민들의 왕은 검계의 수장이 아니라 바로 저 아이가 될 것이야." 허걱~ 나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그만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천민들의 왕? 동이가 천민들의 왕이 된다고? 하하하~ 이거야말로 완전 코미디가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하긴 작가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동이는 영조를 낳았으며 이후 조선의 왕은 모두 영조의 후손들로 채워졌으니…. 고종 역시 조부인 남연군이 사도세자의 아들 은신군의 양자로 입적되었다면 넓게 보아 영조의 후손 아니겠는가.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지만 천민들의 왕이라니, 이 무슨 황당한 말장난일까.

이런 걸 두고 보통 사람들은 뭐라고 하더라? 어처구니없다고 하던가? 아무튼 어이가 없다. 하긴 "부자들에겐 세금 감면을! 서민들에겐 복지 축소를!"과 같은 슬로건을 내걸고도 "과거에 우리 부모님들도 참 어렵게 살던 서민이었소!" 하며 "그러니 나는 서민대통령이요!"하는 세상이니 뭐 그리 탓할 것도 아니다.

그래도 <동이>는 재미가 기대되는 드라마

게다가 <동이>는 매우 재밌는 드라마다. <허준>과 <대장금>에 빛나는 이병훈 PD의 연출이 기대되는 작품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천민들의 왕은 너무 심했다는 생각을 아직도 지울 수 없다. <추노>에서 한창 인기를 끌었던 업복이와 노비당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던 탓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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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