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만매립'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0.04.20 STX가 단기간에 돈을 많이 번 비결? by 파비 정부권 (10)
  2. 2009.12.14 국감에 허위문서제출 마산시장, 월드베스트사기꾼? by 파비 정부권 (3)
  3. 2009.07.08 봉쇄수녀들이 수정만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by 파비 정부권 (13)
  4. 2008.10.31 가고파 국화축제에 대한 커다란 오해 by 파비 정부권 (26)
강신억 더불사 본부장, "마산시 비전사업본부는 비전사기본부"

마산은 오랜 동안 수정만 매립지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원래 수정만을 매립할 때 마산시는 주민들에게 방파제를 만드는 공사라고 속였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나중에 매립지란 사실이 밝혀지자 이번엔 주택지를 만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는 조선기자재 공장이 들어오는 걸로 다시 바뀐 것입니다.

마산시청을 향해 "주민들의 재산을 내놓아라" 고함을 치는 수정만 주민들


주민들이 수정만 매립지에 STX조선소를 유치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마산시 비전사업본부를 비전사기본부라고 부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마산시는 진북면에 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이곳에 첨단무공해산업시설이 들어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는 첨단산업시설 대신 주강공장이 들어섰습니다.

이 주강공장에서는 매연이 아니라 독가스가 뿜어져 나온다고 합니다. 매연과 독가스의 차이, 그 차이가 무엇이겠습니까? 매연은 몸에 해로운 것이지만 독가스는 사람을 죽이는 것입니다. <더불어사는내고장운동본부(더불사)> 강신억 본부장이 마산시에 물었다고 합니다. "진북산단에 첨단공장이 들어온다 해놓고 우리한테 왜 사기 쳤냐?" 

강신억 본부장. 직접 시정을 바꾸기 위해 통합창원시 삼진, 수정지구 시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아무 권한도 없는 사람이 웬 마산시장이고 부시장? 

우물거리며 제대로 답변을 못하자 다시 물었습니다. "첨단산업시설에 주강공장 허가 내주면서 우리한테 설명했냐?" "안했다." "인정하느냐?" "인정한다." 이에 강신억 본부장이 부시장에게 따지듯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독가스를 내뿜는 주강공단 가동을 중단시킬 용의가 있는가?" 이에 부시장의 대답은 참으로 실망스런 것이었습니다. "그럴 권한이 없다." 


4월 20일 오후, 쏟아지는 비속에서 열린 마산시 규탄 수정만 주민대회에서 강신억 본부장은 분개해서 외쳤습니다. "아니 아무런 권한도 없는 놈들이 비싼 월급은 왜 받아가는 겁니까?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놈들이 무엇 때문에 시민의 혈세를 축내는 겁니까?" 이처럼 마산시는 지금껏 거짓말로 주민들을 속이다 들통 나서 할 말이 없으면 "나는 아무 권한이 없소!" 라는 무능한 말로 일관했던 것입니다.

빗속 거래행진을 함께 하고 있는 강신억 본부장


오죽 거짓말을 자주 했으면 STX와 마산시를 일러 "월드 베스트 사기꾼"이라고 했겠습니까. 그런데 이번엔 마산시가 STX에 특혜를 주었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하긴 수정만 매립지를 STX에 불하한 자체가 특혜지만, 이번 문제는 조금 달랐습니다. 주민들의 주장에 의하면 주민들의 재산을 아무런 이유도 설명도 없이 STX에 무상으로 주어버렸다는 것입니다.

마산시가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26일 STX와 수정지구 매립사업을 완료하고 정산협약을 체결했는데 이때 면 청사부지와 어촌계공동작업장 등 10,460㎡의 감정평가금액 24억 원이 고스란히 STX로 넘어갔다는 것입니다. 이 24억이란 금액은 감정평가사가 측정한 가치일 뿐이므로 실제 금액은 이보다 훨씬 높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요즘 공장부지를 평당 100만 원 주고 살 수 있는 곳이 있을지 생각해보면 얼마나 큰 돈이 오갔는지 능히 짐작이 갑니다. 주민들의 주장에 의하면 마산시가 공짜로 넘긴 이 일만여 평 부지의 감정평가금액 24억 원을 STX가 다시 수정만 마을 발전기금으로 내놓는 웃지 못 할 희극이 벌어졌다는 겁니다. 듣고 보니 실로 희극인지 비극인지 분간할 수가 없습니다. 

없던 땅도 만들어내고, 있던 땅도 사라지게 만드는 신통한 마산시

진보신당 마산시 현역 의원인 이옥선 의원

마산시는 이 공공부지가 주택부지일 때는 남아있었지만, 공장부지로 변하면서 없어졌다는 입장이라는데, 그 말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실체적인 부동산이 지목이 대지에서 공장용지로 바뀌었다고 없어지다니, 서류상 지목 변경만 하면 있던 땅도 없어진다는 마산시의 재주가 신통하기만 합니다. 하긴 바다를 매립해 없던 땅도 만들어내는데 선수인 마산시이고 보니…. 

<더불사>의 고문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임수태 진보신당 고문은 "STX가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자그마한 조선소에 불과했던 STX가 어떻게 단기간에 세계적인 거대 기업이 될 수 있었는지 이제야 그 실체를 알 것 같습니다. 저는 엊그제 STX 하청업체 (주)진명의 사장이 서울 STX 본사에 올라가 1인 농성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농성에 들어가기 전에 죽을 각오로 미리 유서를 써놓고 갔는데, 그 유서에는 STX가 납품단가를 30%씩이나 깎으면서도 진명에서 일하는 직원들 임금은 깎지 말도록 강요했다는 것입니다. 알고 보니 STX는 이렇게 해서 컸던 것입니다. 거기에다 마산시 같은 곳에서 이런 특혜까지 받으면서 크지 않는다면 그게 정상이겠습니까?"

맞는 말씀입니다. 한편으로 하청업체 죽이고 한편으로 특혜 받으면서 성장하지 못한다면 그건 바보나 다름없습니다. 아니 바보라도 그렇게 하면 돈을 벌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무튼 이날 비가 내리는 가운데 수정만 주민들의 집회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경찰들이 둘러싼 마산시청을 향해 힘찬 고함을 지르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목소리가 참으로 우렁찼습니다.

대열에 낙오했지만 열심히 따라오시는 할머니. 마산시는 이분들에게 "권한 없다" 말고 무슨 할 말이 없을까?


STX가 부자된 비결, "지목을 바꾸었더니 마산시 땅이 내 땅이 되었더라"  

그러나 마산시는 묵묵부답입니다. 하긴 주민들이 재산을 빼돌려 STX에 공짜로 준 마산시나 그렇게 받은 돈 중에 일부를 잘라 주민들에게 마을발전기금이라고 내놓은 STX나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그들이 할 수 있는 말은 고작 "지목을 대지에서 공장으로 바꾸었더니 땅이 없어졌더라" 하는 것 외에 무엇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니 참으로 명언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지목을 바꾸었더니 땅이 없어졌다? 그런 재주 나한테도 좀 가르쳐주면 좋으련만…, 그럼 나도 STX처럼 금방 부자 될 텐데…, 하하~, 하도 어이가 없어서 웃자고 한 말입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수정만 매립지에 STX조선소가 입주하는 데 반대하는 수정만 주민들이 잘 쓰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월드 베스트 사기꾼"입니다. 이 월드 베스트 사기꾼으로 지목된 것은 다름 아닌 황철곤 마산시장과 STX그룹입니다. "월드 베스트 STX"란 기업홍보용 구호를 패러디한 이 데모구호는 누가 아이디어를 냈는지 몰라도 참으로 기발합니다. 


수정만 주민들의 데모구호, "월드 베스트 사기꾼" 

그러나 데모구호는 어디까지나 데모구호일 뿐입니다. STX가 제아무리 월드 베스트라고 우겨도 아무도 월드 베스트라고 인정해주지 않는 것처럼, 수정만 주민들이 아무리 마산시장을 "월드 베스트 사기꾼"이라고 몰아붙여도 사기꾼이 아닌 사람이 사기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마산시장이 정말로 사기꾼일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그리 많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황철곤 마산시장이 진짜 사기꾼이라면 마산시민들은 사기꾼을 시장으로 뽑아 시청에서 사기행각을 벌일 수 있도록 방조한 공범이 되는 셈입니다. 만약 이에 대한 재판이 열린다고 가정하면, 세기의 재판이 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해외토픽감이죠. 시장과 수십만 시민들이 공범으로 법정에 서는 진풍경은 아마도 기네스북에 오를 겁니다.

그런데도 <수정만STX유치반대대책위원회(이하 수정만대책위)> 주민들은 마산시장이 진짜 사기꾼이 맞다고 계속 주장합니다. 그들이 옷 위에 걸쳐 입은 조끼에는 어김없이 마산시장은 월드 베스트 사기꾼이라고 적혀있습니다. 그들이 데모할 때 들고 있는 피켓에도 마산시장은 거짓말쟁이에다 사기꾼이라는 붉고 푸른 글자들이 선명합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몇 개월 전, 가톨릭 마산교구청에서 천막농성 중인 수정만대책위를 찾았을 때 함께 농성 중인 트라피스트 수녀원 원장수녀마저도 마산시장은 지독한 거짓말쟁이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원장수녀는 황철곤 시장이 확실히 사기꾼이라는 확증을 갖고 있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영적 삶을 맹세한 수녀들이
마산시장을 사기꾼이라고 부르는 이유

하느님 앞에 한 점 부끄럼 없이 고결한 삶을 살기로 맹세한 수녀님들마저 마산시장과 STX가 짜고치는 고스톱처럼 시민들을 우롱하는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는 근거는 대체 무얼까요? 지금까지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마산시장은 수차례 수정만대책위와 수녀들과의 약속을 어겼습니다. 심지어 어제 한 말을 오늘 뒤집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수녀들이 마산시장을 거짓말쟁이에다 사기꾼이 분명하다고 믿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아무리 세속을 떠나 스스로를 봉쇄한 채 영적 삶을 살기로 한 수녀들이라도 뻔히 보이는 사기행각을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마산시와 STX는 이주보상에 관해 서로 다른 말을 해 주민들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마산시는 이주보상비는 STX가 전적으로 책임질 문제이고 자기들은 행정적 지원만 하기로 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STX는 이주보상비 등 모든 문제를 마산시와 공동으로 부담하기로 했다고 주장합니다. STX조선소의 수정만 입주가 사실상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것은 주민들에겐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대책위(좌)와 강기갑의원실(우)에 보낸 공문. 결재란 형식이 다르고 문서번호 등도 수기로 작성됐다.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어진 것입니다. STX에 가면 마산시장에게 물어보라고 하고, 마산시장에게 가면 STX에 가서 알아보라고 말하는 꼴입니다. 둘이서 짜고 사람 골병 들여놓고 책임을 서로 미루며 결국 피해자에게 아무런 보상도 안 해주겠다는 심보와 하나 다를 바 없습니다. 이것도 수정만대책위의 입장에서 보면 고도의 사기행각인 것입니다.

국감에 제출된 마산시장이 사기꾼이란 명백한 문서

그런데 트라피스트 수녀원 원장수녀의 말에 의하면, 수정만대책위가 주장하는 것처럼 마산시장이 사기꾼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나왔다고 합니다. 다음 아니라 문서를 조작했다는 것입니다. 마산시는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문서 형식이 있습니다. 이것은 일반 기업체도 마찬가지인데, 문서형식에 관해 따로 규정을 두어 통일된 양식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수정만대책위가 마산시로부터 받은 공문도 모두 통일된 양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강기갑 의원실에 국정감사자료로 제출한 문서 중 하나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문서는 다른 문서와 달리 통일된 양식으로부터 일탈된 문서형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급하게 조작된 문서라는 의심이 가는 대목이었습니다. 

뭔가 문제가 있다고 직감한 원장수녀는 급히 강기갑 의원실로 하여금 마산시로부터 해당 문서가 속한 기간의 문서목록을 제출받아 보내달라고 부탁했고, 그 문서목록이 도착한 때는 마산시의 저열한 문서조작행위가 폭로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허위문서였던 만큼 문서목록에 그 문서의 이름이 있을 리 없었던 것입니다.  

강기갑 의원실이 받은 문서목록대장에 "수정마을민원해소대책통보"란 제목의 공문은 없었다.


조작된 해당 허위문서의 제목은 바로 <수정마을 민원 해소대책 통보>였습니다. 내용은 가) 수정마을 386세대 중 이주희망자 이주보상, 나) 마을 발전기금 40억 원 기탁, 다) 트라피스트수녀원 이전, 라) 기타 요구 및 지원사항 별도협의, 이렇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산시장과 부시장 비전사업본부장의 사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국정감사에 허위문서를 만들어 내는 마산시, 무슨 배짱일까?  

그리고 이 공문의 수신처는 수정마을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이종균, 박석곤, 김종인으로 되어 있었지만, 대책위는 이런 공문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습니다. 또 이 공문은 다른 문서와는 달리 통일된 형식을 취하고 있지도 않았습니다. 강기갑 의원실의 국감 문서 제출 요구에 급하게 날조한 문서가 분명했습니다.

수신자가 받은 바도 없고, 따라서 당연히 문서보관파일에도 없는 문서가 갑자기 국감자료로 강기갑 의원에게 제출되었으니 이는 귀신도 곡할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결국 문서 수발신 대장을 제출받도록 강기갑 의원실에 조언한 원장수녀의 기지에 의해 마산시의 사기행각은 백일하에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원장수녀의 말에 의하면, 현재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트라피스트수녀원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강기갑 의원실에도 아직 연락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방금 강기갑 의원실로부터 팩스를 받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아마 월요일이면 마산시장도 이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함께 간 김훤주 기자가 경남도민일보에 기사로 쓸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졸지에 월드 베스트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문서로 증명하게 된 마산시장의 얼굴 표정이 궁금합니다. 그 표정도 월드 베스트일까요? 그 표정을 볼 수 없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아마도 역사에 길이 남을 표정일 게 분명한 데 말입니다. 아무튼 우리는 이 허위문서를 통해 한 가지 사실은 확실히 확인했습니다. 그건 그래도 문서를 날조한 마산시장의 공입니다. 

허위문서로 확인된 한 가지, "마산시장은 월드 베스트 사기꾼이 맞았다"

허위문서에 기재된 수정마을 민원 해소대책이란 것들은 애초부터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수정마을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협상 같은 것을 사전에 마련하고 통보한 사실도 전혀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마산시가 말했던 모든 이야기들이 거짓말이란 사실은 진실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확실하게 확인한 한 가지란 다름 아니라 마산시장이 바로 월드 베스트 사기꾼이 맞았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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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트라피스트 수녀원은 봉쇄수도원입니다. 이곳은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나오지 못합니다. 평생을 이곳에서 봉쇄생활을 하며 신에게 봉사하는 것이 이곳 수녀들의 삶이며 기쁨입니다. 이들은 이곳에서 기도만 하며 지내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하느님께 자신을 바친 삶이라 해도 밥은 먹어야 살기 때문에 노동을 해야 합니다. 

농성장의 수녀들. 오틸리아 수녀님, 원장수녀님, 스텔라 수녀님 순. 소주병은 김주완 기자와 제가 먹은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기도, 묵상, 노동, 휴식과 다시 노동, 그리고 또다시 기도와 묵상, 이런 단순한 생활이 1년 365일 계속해서 반복됩니다. 수도원은 기본적으로 자급자족을 원칙으로 합니다. 외부의 기부나 도움을 받긴 하지만, 어쨌거나 자급자족이 원칙입니다. 이를 위해 이들은 노동을 해야 합니다. 노동은 신이 허락한 가장 고귀한 행위 중의 하나입니다. 

이분들은 노동을 통해 쨈도 만들고 묵주처럼 교회에서 필요한 물건도 만들고 해서 이것들을 내다 판 돈으로 생활을 합니다. 그런 수녀들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STX조선소가 수정만 매립지에 입주하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함께 투쟁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럼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봉쇄수녀들이 세상이 나오기 전 하루 일과는 어땠을까요?  

아래 시간표는 스텔라 수녀님이 가르쳐 준 일과표입니다.

취재 갔다가 밥도 얻어 먹었다. 돼지수육은 직접 키운 건데, STX가 들어오면 이것도 이제 없다고 많이 먹으란다.


새벽 3시 반, 기상
3시 50분, 밤기도(독서의 기도)
5시 반, 아침기도와 묵상
6시 반, 아침미사
7시 20분 , 아침식사
8시 20분, 삼시경(기도)
8시 40분, 작업(노동)
11시 20분, 휴식 
11시 50분, 육시경(기도)
12시 10분, 점심식사 및 자유시간
14시, 구시경(기도)
14시 20분, 작업(노동)
16시 40분, 휴식
17시 10분, 저녁기도
18시, 저녁식사
18시 40분~ 19시 40분, 집회(이때 공동체 놀이도 하고, 책도 읽고, 편지도 쓰고 한다고 함)
19시 40분, 끝기도
20시 20분, 소등대기
21시, 취침

저도 10년 전쯤에 트라피스트 수도원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새벽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서였는데요. 당시 레지오 단원이었던 저는 같은 단원들과 함께 주일(일요일) 새벽부터 차를 몰고 수정만으로 갔더랬습니다. 온 세상이 아직 까만 이불에 덮여 잠을 자고 있을 그 시간, 우리는 정말이지 천상의 소리가 따로 없는 수녀들의 노래와 파이프 오르간 소리와 라틴말 기도소리에 천국을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때의 감동을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수녀님들이 이렇게 세상에 나와 수정만 주민들과 마산시장실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서울까지 올라가 노상데모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속세의 일에는 인연을 끊고 오로지 신에게 바친 인생을 살던 분들로서는 매우 의외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와 함께 원장수녀님과 오틸리아 수녀님을 인터뷰 하면서 더욱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산시와 STX 측에서 트라피스트 수도원을 다른 곳에 더 좋게 지어서 옮겨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이를 거절했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수정만 주민들보다 특혜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것은 이들이 로마교황청에 있는 수도원 총장으로부터 받은 세가지 원칙 중의 하나였다는 것입니다. 그 세가지 원칙이란 다음과 같습니다. 이 원칙은 봉쇄를 풀도록 허가해달라는 트라피스트 수녀원의 요청에 진상조사차 로마에서 온 수도원 총장이 수녀들을 개별 면담한 결과 정한 원칙이라고 합니다.

첫째, 주민들이 받지 않는 어떠한 특혜도 받아서는 안 된다.

둘째, 폭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셋째, 공동체 전체가 합의한 방법으로 함께 행동해야하고, 대외활동은 선출된 세사람만이 전담하도록 한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가톨릭은 원칙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개인보다 조직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전통을 중시하는 매우 보수적인 조직입니다. 가톨릭이란 말의 의미도 보편, 유일과 같은 뜻입니다. 가톨릭교회는 보편된 교회로서 오로지 하나란 뜻입니다. 그런 조직에서 봉쇄를 풀도록 허가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결정이었을 겁니다.

수도원 역사상 봉쇄를 푼 것은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첫번재는 아프리카 우간다의 어느 수도원이 내전지역으로부터 난민들을 탈출시킬 목적으로 봉쇄를 풀었습니다. 물론 그때도 로마에서 허가를 받았습니다. 로마에서 두번째로 봉쇄를 푸는 것을 허락했다는 것은 수정만 주민들의 처지를 난민의 처지만큼이나 고통스러운 것으로 간주한 것이라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로마의 수도원 본부 총장은 직접 수정만을 찾아 주민들도 만났다고 합니다. 그런 다음 내린 결론은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무기한 봉새를 풀되 반드시 위의 세가지 원칙을 지키라는 것이었습니다. 봉쇄를 풀고 세상에 나가 세상의 일을 하되 절대 신의 뜻에 어긋나거나 교회의 권위를 손상시키는 일은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어찌 되었건 봉쇄수녀들은 수정만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기 전에는 결코 수정만을 떠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달리 말하면, 이분들은 수정만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기 전에는 결코 이전의 고요하고 평화로운 봉쇄수도생활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절대로.

하루 빨리 수정만 사태가 해결되어 수녀님들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게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그리하여 저도 예전처럼 고요한 새벽을 타고 흐르던 수녀님들의 노래소리와 파이프 오르간 소리와 라틴말로 하는 기도소리를 들으며 천상을 걷는 경험을 다시금 해보고 싶습니다. 하루 빨리요…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마산 돝섬 해상유원지에서는 지금 가고파 국화축제가 한창이다. 별다른 문화제가 없는 마산 시민들에겐 특별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나는 25년 전 어릴 때 딱 한 번 가본 것을 제외하고 한 번도 돛섬에 가본 적이 없다. 그때는 주로 동물원을 구경했는데 지독한 냄새를 맡았던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마산 국화축제를 보러 아이들 학원도 빼먹게 하다

그래서 그런지 돝섬에 대한 좋은 추억이 별로 없었던 나는 최근 매년 열리는 국화 행사에 무관심했다. 그러나 올해는 갓 초등학생이 된 딸아이도 있고, 아들 녀석도 이제 내년이면 초등학교 6학년이 되니 이때가 아니면 더 이상 기회가 없겠다 싶어 일부러 시간을 내기로 했다. 매년 들어왔던 국화축제란 것이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다. 아이들에게 국화에 대한 좋은 교육의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아이들은 매일 가야하는 주산학원과 피아노학원을 빼먹고 돛섬에 놀러갈 수 있다는 생각에 매우 기뻐했다. 우리는 책가방을 부두 매표소에 맡겨놓고 거대한 유람선에 몸을 실었다. 다행히 친절한 매표원들은 축제장에선 거추장스러울 뿐인 짐을 선선히 맡아주었다. 정말 시원했다. 부두 아래에선 시커먼 바닷물이 마음을 답답하게 했지만, 배가 바다 한가운데로 들어서자 상쾌한 바람이 가슴을 적셔주었다. 

국화 축제장이 아니라 바다 한복판 먹거리 장터였다

채 5분도 되지 않아 배는 돝섬에 닿았다. 평일인데도 섬은 북적거리는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섬에 도착하니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줄지어 늘어선 먹거리 장터였다. 소위 먹자판이다. 우리나라 축제는 어딜 가나 먹는 게 빠지면 안 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옛말도 그래서 나왔을까?

배에서 내리자마자 늘어선 음식점들의 호객행위와 북적이는 사람들로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붐비는 사람들을 향해 스님 복색을 한 사람들이 길을 막고 달마도를 팔고 있었다. 진짜 스님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속절없이 길거리에서 팔려나가는 달마대사가 애처로운 생각이 들었다. 저러자고 대사께서 동쪽으로 오신 건 아닐 텐데 말이다.

               온통 장사치들이었다. 거기에 스님(?)들도 한자리 했다. 축제장에 왠 무조건 천원짜리 만물상회까지?

장터를 지나자 놀이기구가 보였다.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우선 놀이기구부터 타기로 했다. 무섭다고 고개를 젓는 바이킹을 제외한 나머지를 한 바퀴 돌고나서 곧장 국화 전시장으로 향했다. 산비탈 길을 타고 조금 오르니 국화로 만든 조형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멋있다고는 생각되었지만, 기대했던 것과는 완전 딴판이었다. 다양한 국화를 심어놓고 거기에다 일일이 이름과 설명을 붙여놓았을 것이란 교육효과에 대한 기대는 완전 빗나갔다.

국화는 없고 국화벽돌로 만든 거대한 조형물만 있었다

아이들은 아예 국화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내가 멋있지 않느냐고 말하자 그저 무덤덤하게 그렇다고 대답만 할 뿐이었다. 아이들은 섬 꼭대기에 마련된 공중 자전거 놀이기구에만 관심이 있었다. 아이들에게 국화는 없었다. 국화로 치장한 여러 가지 모양의 조형물들만이 육중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빨간색은 국화가 아니라 사루비아인 듯싶다. 우리집 담벼락 밑 화단에 심은 사루비아와 모양이 같았다. 
                                              레일 자전거 뒤로 멀리 마창대교가 보인다.  

대충 구경을 끝내고 다시 내려와 해변을 따라 바닷가 길을 걸었다. 거대한 국화 조형물과 놀이기구와 장사치들과 북적이는 사람들로 정신없는 축제장보다 이게 나을 성 싶었다. 그러나 여기도 상식을 초월하긴 마찬가지였다. 초파일 연등행사에 쓰일 법한 등으로 만든 터널이 해변 입구를 막아서고 있었다. 거기엔 누구누구 이름과 ‘사업이 번창하길 빕니다.’ 따위의 소원문구들이 적혀있었다. 

화려한 등불로 치장된 썰렁한 돝섬 바닷가

한쪽에선 나이 지긋하신 노인네들이 소주병을 하나씩 들고 지화자를 부르고 계셨다. 차라리 그 모습이 정답게 보였다. 이 화려하게 촌스러운 색깔로 치장한 썰렁한 바닷가와 가장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걷다보니 다리가 아팠다. 그러나 쉴만한 의자 하나 변변하게 없었다. 

             이곳 출렁다리에서 놀 때가 제일 즐거웠다. 밤이 되어 연등에 불이 들어오면 꽤 그럴 듯하게 멋있을 것 같다. 
             그래도 국화축제에 국화는 없다. 국화는 그저 악세사리일 뿐...

목이 마르다고 투정하는 아이들을 위해 음료수를 샀다. 이온음료 한 병에 2천원이다. 더 있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바베큐가 먹고 싶다는 아이들을 밖에 나가서 더 싸고 맛있는 간장치킨 사주겠다는 말로 달래 배를 타고 돌아가기로 했다. 거대한 크루즈선 뒤편으로 바쁘게 돌아가는 가포 연안 매립현장이 보인다. 아이 엄마와 연애하던 시절, 저곳에서 함께 배를 타고 노를 저었었다.

돝섬에서 바라본 연안 매립의 현장

한때는 해수욕장이었던 가포만 매립현장을 한 번 더 돌아가면 거기엔 수정만 매립현장이 있다. 최근 STX 조선소 유치 문제로 마산시와 주민들 간에 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곳이다. 그러고 보니 마산은 매립의 도시다. 이곳 돝섬의 자그마한 동산에서 바라보니 매립지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고운 최치원 선생이 바다를 품은 달을 노래하던 월영대는 매립지에 들어선 콘크리트 건축물 더미에 밀려 보이지도 않는다.

람사르에 참석한 국제환경기구의 지도자들도 이 모습을 보았을까? 마침 람사르 총회가 창원에서 열리고 있으니 그분들을 여기에 초대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미 바다를 매립해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는 신포매립지(위),  가포만 매립공사 현장(아래)    

돌아가는 배를 타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에 서있는데 뒤에서 어떤 중년 남녀의 대화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여자가 별로 재미가 없었던 모양인지 남자가 밤이 되면 불꽃놀이도 한다고 어르자, 여자가 남자에게 말했다.

“그라모 여는 밤에 와야 되겄네.”

“음, 맞다. 여는 원래 저녁 늦가 와야 되는기라. 한 잔 걸치러 저녁에 오는 게 맞제.”

대한민국의 축제 문화에 대한 오해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그래, 이곳은 우리가 올 곳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곳에 와서 무슨 국화 타령을 하고 문화를 논하는 자체가 난센스였던 것이다. 국화는 그저 구실이었을 뿐이다. 삶에 지친 사람들이 한적한 섬 하나를 내어 먹고 놀 자리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굳이 비싼 바가지 물가를 감내해가며 편히 쉴 의자 하나 없는 척박한 섬을 꼭 가야만 하는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도 깨달음이 부족하다.

이렇든 저렇든 대형 크루즈선은 사람들로 미어터지고 있었다. 마산시가 장사 하나는 기차게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돌아오는 배를 따라 날아드는 갈매기들이 최고 수지를 보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 맞다. 가장 행복한 것은 배가 불러터진 갈매기들이었다.

2008. 10. 30.  파비
습지와 인간
카테고리 시/에세이/기행
지은이 김훤주 (산지니,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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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