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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03 인터넷을 너무 믿지는 마세요! by 파비 정부권 (2)

지난주에 아이들 봄방학을 맞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계획은 문경새재를 거쳐 수안보온천에 들른 다음 월악산 송계계곡에 갔다가 중원미륵사지를 답사하고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문경새재는 정말 좋은 곳이었습니다. 아이들도 아내도 모두 좋아했습니다. 마침 날씨도 최상이었고요.

새재 1관문 주변에는 태조왕건 세트장과 일지매 촬영장, 자연생태공원 등이 있어 볼거리도 되고 아이들 교육에도 좋습니다. 새재 길을 걷는 내내 온갖 전설과 조상들의 숨결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임진왜란과 일제시대의 상처도 느낄 수 있습니다. 3관문을 지나 충주 고사리로 내려서면 월악산 국립공원 중에서도 그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신선봉이 열두 폭 병풍바위를 벌려 반겨줍니다. 

인터넷에서 찾은 우리가 묵었던 펜션


고사리에서 하루에 네 번밖에 다니지 않는 버스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트럭 짐칸에 실려 수안보까지 내려가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즐거웠습니다.(고장 난 시내버스의 기사님께서 다음 차인 막차도 올지 안 올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실 때는 해프닝 정도가 아니었지만…) 수안보 온천의 따뜻한 온기가 모든 피로와 함께 불평마저 씻어주었습니다. 

수안보에서 온천욕을 하고 시내버스를 타고 송계계곡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에는 미리 예약해놓은 펜션이 있습니다. 인터넷을 뒤져서 예약을 했는데 이용요금도 온라인 계좌로 절반을 지불했습니다. 그곳을 정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자전거 때문이었습니다. 그 펜션의 홈페이지에선 자전거를 10여대 이상 비치해놓고 무료로 빌려준다고 했습니다. 

우리 아들 꿈이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일주하는 것입니다. 나중에 커서도 그 꿈을 간직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자전거를 무척 좋아하며 매일 자전거를 타고 놉니다. 자전거를 타고 뒷산 만날재에도 자주 올라갑니다. 얼마전, 「달리는거야 로시난테」란 책을 사서 내가 다 읽고 난 다음 녀석에게 주었는데, 그 책을 하루밤새 다 읽어버렸습니다. 

                

              펜션 홈페이지 설명에 의하면, 미륵사지(사진 윗줄 첫번째)까지 3km, 문경새재 관문(윗줄 두 번째)까지
              2km, 덕주사 마애불(윗줄 세번째)까지 2km라고 소개되어 있었지만, 글쎄다. 미륵사지를 지나야 관문이
              나오는데…, 이제 이 정보도 미덥잖다.
   

그리고 말하더군요. “아빠, 나도 의대 갈래.” (이거 뜻하지 않은 수확입니다. 실현가능성이 희박할지라도 듣기 좋은 소리임에 틀림없습니다. 부모란 다들 속물이죠.) 녀석이 그리 말한 데는 그 책의 저자가 의대생으로서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일주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 저자(양성관)는 지금 산청의 생비량 보건소장으로 군복무 중입니다. 녀석에겐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일주한 이야기를 책으로 쓴 저자도 마음에 들었지만, 군대 가는 대신에 보건소 소장으로 근무하는 저자가 더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우리 아이는 군대를 무척 두려워하거든요. 총 쏘고 훈련받고 하는 게 무섭답니다.(내가 느끼기론 녀석은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도 어렴풋이 알고 있는 거 같습니다.) 어린 녀석이 벌써부터 무서운 걸 알다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사실 나도 아들이 군대 가는 걸 그리 반기는 편은 아닙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안 갔으면 하지요.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두 아들도 군대 안 갔지 않습니까? 부모 마음은 다 똑같은 것이지요. 

홈페이지의 이 사진은 연출이었나?


하여간 자전거를 원 없이 타게 해준다는 그 펜션으로 우리는 시내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버스를 타기 전에 한 번 더 전화를 해서 확인을 했습니다.

“자전거는 틀림없이 무료로 빌려주시는 거지요? 우린 두 대가 필요한데요.”
“그러믄요. 얼마든지 마음대로 타실 수 있어요.”

버스가 지릅재(계립령이라고도 하는데, 미륵리에서 관음리로 넘어가는 하늘재가 계립령이란 설이 더 유력해 보인다.)를 넘어서자 차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에 우리는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실로 장관이었습니다. 설악산이 하늘을 찌를 듯한 기암괴석으로 그 이름이 높다한다면, 월악산의 암봉들은 부드럽고 매끈한 암릉의 곡선들이 포근하게 다가오는 산입니다. 올록볼록한 암봉들이 마치 중국의 계림(실제 보지는 못했지만)을 보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아들 녀석은 아름다운 경치보다는 자전거를 탈 생각에 더 마음이 바쁩니다. 하긴 초등학교 5학년짜리에게 아름다운 산천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드디어 시내버스가 충북 제천시 한수면 송계리에 도착했습니다. 우리가 묵을 펜션은 조금 걸어 올라가야 합니다. 조금 걷다보니 월악산 영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팻말도 보입니다. 펜션은 지척에 있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녀석은 자전거부터 찾았습니다. 그러나 이내 우리는 참담한 실망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마구 뒤엉켜 버려진 자전거. 브레이크는 모두 끊어지고 핸들은 안 돌아가고 휠과 타이어도 따로 놀았다.


자전거는 분명 여러 대가 있었지만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탈만한 자전거는 한 대도 없었습니다. 이건 완전히 고물상에 쳐 박힌 자전거보다 못합니다. 아, 이럴 수가…, 아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젊다는 것은 좋은 것입니다. 아들 녀석은 그저 실망하지 않고 자전거를 하나 하나 꺼내어 확인해보더니 기어이 한 대를 골라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아빠, 이거는 조금만 손보면 탈 수 있겠다.”

그래도 한 대는 건졌으니 불행 중 다행입니다. 대충 손을 보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브레이크는 불안합니다. 아들에게 조심해서 타라고 주의를 주었습니다. 녀석은 “그건 걱정마라. 내가 자전거를 얼마나 잘 타는데….” 하면서 신나게 자전거를 끌고 나갔습니다. 본래 계획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저녁을 먹기 전에 덕주사 마애불까지 다녀오는 것이었습니다. 하긴 저런 자전거로는 두 대가 있다 한들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걸 끌고 나섰다간 거의 사망이지.’ 

그래도 아이들이 자전거 타고 놀기에는 좋은 환경이었다.


문경새재의 상쾌한 아침공기와 아름다운 새재 길과 고사리 신선봉의 빼어난 자태, 월악산의 수려한 암봉들의 감동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갑자기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습니다. 펜션지기 할머니가 소개해주는 식당을 찾아 털레털레 밤길을 내려갔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예약할 때 전화를 받던 젊은 펜션지기는 할머니의 아들로서 이곳에는 없는 거 같았습니다. 문명의 편리함이란…. 그러나 그 편리함이 못내 불쾌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자전거가 탐이 나 예까지 온 게 너무나 아까워 밤새 한 대의 자전거를 돌아가면서 타고 또 타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또 탔습니다. 그저 본전 생각이 나서 말입니다.

그렇게 자꾸만 자전거를 타다보니 이곳이 자전거 타기에는 참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로에도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데다가 펜션 주변에는 잘 닦여진 단지 내 도로가 있어서 자전거 타기에는 그만이었습니다.  자전거만 고물이 아니었다면, 약속대로 얼마든지 마음대로 자전거를 탈 수만 있었다면 말입니다. 

어쨌거나 이번 여행이 아주 수확이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행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철저한 사전조사가 필요하다는 것, 인터넷으로 여행지를 검색할 땐 여러 군데를 비교해가며 주의를 기울일 것, 그리고 무엇보다 인터넷이 유용하긴 하지만 너무 맹신하지는 말자는 것이 이번에 얻은 교훈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인터넷, 너무 믿지는 마세요!                                                
          2009. 3. 2.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