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일'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5.09 비정규직은 무급으로 쉬는 황금연휴가 괴롭다 by 파비 정부권

경남도민일보 블로거강좌에 갔다가 찍은 사진

오늘은 부처님 오신날.

석탄일, 초파일 등으로도 불리는 날입니다. 석가모니는 인도의 카스트 중에서도 크샤트리아라고 하는 왕족무사계급에서 태어난 분입니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뜻한 바가 있어 모든 부귀와 영화를 버리고 고행의 길을 떠납니다.

 

그리고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6년간 고행을 한 끝에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부처가 된 것이지요. 석가가 이렇듯 고행을 하신 뜻이 어디 있었겠습니까. 모두 중생을 구제하고 자비를 베풀기 위함이 아니겠습니까?

 

석가가 왕이 될 지위마저 버리고 중생구제의 뜻을 두고 출가를 했을 때 그에겐 아들이 하나 있었다고 합니다. 그 아들의 이름이 라훌라라고 했던가요? 그 뜻을 풀이하면 이라고 하니 철저하게 자신을 버리고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석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지요.

 

나중에 라훌라는 혹이 아니라 석가의 십대제자 중 한 분이 되었다고 합니다. 성철스님에게도 따님이 한 분 계셨는데 그 이름이 아마 불필不必이었지요? 라훌라와 불필, 뜻이 비슷하군요. 그분도 성철스님을 따라 구도의 길을 걷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어느 신문에서 읽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오늘은 국가공휴일입니다. 저 같은 불자도 아닌 사람이야 오늘이 하루 쉬는 날이란 것이 사실은 더 중요하죠. 게다가 5일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니 부처님의 자비가 온 세상에 내린 듯 기쁘기가 한량없습니다.

 

그런데 석가탄신일이 공휴일로 지정된 유래를 들여다보면 그리 썩 유쾌한 일만도 아니랍니다. 성탄절은 본래 공휴일이었지만, 석가탄신일은 1975년이 되어서야 겨우 공휴일로 지정될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소송을 하는 등 노력 끝에 겨우…. 제가 국민학교 5학년 때 처음 부처님 오신 날이란 이름으로 하루 쉬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도 무지 기분이 좋았었지요.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기독교의 사랑에 비해 불교의 자비가 하등 모자람이 없을진대 왜 차별을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저는 천주교에 적을 두고 있긴 하지만 지금도 그런 생각이 든답니다. 여하튼 오늘은 하루 쉬는 날이니, 게다가 황금연휴까지 만들어주셨으니 부처님의 자비가 세상에 차고도 남을 것 같은 날이에요. 이런 날 그냥 보낼 순 없죠.

 

가장 친한 친구 종길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 친구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저의 요구를 거절하는 법이 없답니다. 종길아, 잘 지내나? 오늘 쉬는 날이재? , 맞다. 어제부터 쉰다. 5일까지 연휴다. 그란데 쉬먼 뭐 하노? 돈을 안 주는데. 우리 무급으로 쉰다 아이가.

 

무급? 공휴일인데 와 무급이고. 그럼 안 되지. 30일 중에 5일이나 월급 빠져버리면 뭐 먹고 사나. 고마 그냥 일하겠다고 하지 그랬나. , 그게 되나. 라인 끊어지면 다 쉬어야지. 내 혼자 나가 코 파고 있을까? 연휴가 이거 사람 쥑이는 기다.

 

그렇구나. 참 더럽네. 그건 그렇고 오늘 부처님 오신 날인데 우리 어디 조용한데 가서 막걸리나 한잔 할래? 그라까? 그라모 옷 입고 서로 전화하기로 하자. 어디서 만날 건지.

 

우리 친구는 비정규직이랍니다.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는 9백만에 이른다고 하는데도 사람들은 비정규직에 대하여 잘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비정규직 문제를 거의 매일 들으면서도 실상은 잘 알지를 못한답니다.

 

그러니 오늘처럼 부처님의 자비가 온 누리에 내리는 날에도 무급으로 놀아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거지요. 그나저나 5일 황금연휴를 돈 한푼 못 받고 쉬어야 한다는 친구녀석에게 막걸리 값 내라고 하긴 틀렸나 봅니다.

 

가만 지갑에 돈이 좀 들어 있나? ㅎㅎ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