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숙'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10.08.27 김탁구, 구일중이 쓰러진 것은 함정? by 파비 정부권 (13)
  2. 2010.08.19 김탁구, 함정에 빠진 것은 서인숙과 한승재 by 파비 정부권 (1)
  3. 2010.08.08 '김탁구' 구일중과 서인숙, 불륜의 차이 by 파비 정부권 (9)
  4. 2010.08.06 김탁구, 구일중은 과연 나쁜 아버지인가? by 파비 정부권 (45)
  5. 2010.08.05 김탁구, 구마준의 KO패와 신유경의 잘못된 선택 by 파비 정부권 (9)
  6. 2010.07.31 김탁구, 아들 구마준을 파멸로 몰고가는 서인숙 by 파비 정부권 (7)
  7. 2010.07.29 김탁구, 가장 불행한 사람은 아무도 못 믿는 서인숙 by 파비 정부권 (6)
  8. 2010.07.17 김탁구, 김미순의 복수는 죽은 할머니의 작품? by 파비 정부권
구일중이 쓰러졌습니다. 그런데 저는 구일중이 정말 쓰러졌을까 의심이 갑니다. 아, 이거 너무 지나친 의심병 아니냐고요? 뭐,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저는 구일중이 미리 계획한 각본에 따라 쓰러진 것이 아닐까 의심부터 드는 것을 어쩔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오래 전에 구일중이 조진구를 시켜 탁구 엄마를 한승재의(구일중은 그것이 한승재라고는 생각 못했겠지요. 다만 엄마가 위험하다고 탁구에게 보낸 신유경의 편지를 보았을 뿐이지요) 마수로부터 지킬 뿐 아니라 탁구로부터 멀리 떼어놓으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어제 보니 구일중이 그런 자기의 잘못을 김미순에게 실토했군요. 김미순의 표정으로 보아선 그 사실을 몰랐던 모양입니다. 1차로 한승재가(이때만 해도 한승재는 서인숙의 사주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로봇 같았지요) 시키는대로 신유경의 아버지가 겁탈을 하려 했고, 이때 조진구가 나타나 김미순을 구했지요. 

▲ 구일중은 쓰러지고, 서인숙은 구일중의 서재에서 지분서류를 뒤지고, 환자를 병원에서 집으로 옮기자고 한다. 그런 서인숙에 놀라는 두 딸과 묘한 눈길로 쳐다보는 구마준.


그러나 조진구는 김미순을 구하는 걸로 임무가 끝난 것이 아니라 김미순을 멀리 보내 탁구로부터 떼어놓을 생각이었던 겁니다. 이 2차 계획은 물론 구일중이 시킨 것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어제 구일중이 고백한 바 김탁구에게서 김미순을 지우고 완전한 자기 장남으로 만들고 싶었던 겁니다. 

아마도 역시 구일중은 전통적인 가부장 제도에 길들여진 구세대 사람인 것이 분명합니다. 실제 나이로 보더라도 우리 부모님 세대에 해당하겠네요. 김탁구는 그럼 우리와 같은 세대지요. 구일중과 김탁구, 구마준의 차이도 그걸 잘 보여줍니다. 구일중은 절대 어머니의 말을 거역하는 법이 없지만, 김탁구 등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튼 구일중은 무언가 일이 발생했을 때, 아무런 대비 없이 지나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한승재 못지 않게 용의주도한 사람입니다. 김미순을 구하고 다시 멀리 보내려고 한데서 그걸 잘 알 수 있습니다. 어제 김미순과의 대화에서 김미순이 벌이고 있는 지분전쟁에 대해서도 상당히 많이 알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아, 말이 나왔으니 말입니다만, 지난 주에 한승재와 서인숙이 김미순에게 빼앗아간 지분 있지 않습니까? 김미순에게 돈을 빌리고(물론 김미순인지도 모르고 그랬던 거지만) 담보로 맡긴 지분을 폭력적으로 강탈해갔었지요. 저는 그게 꽤나 미심쩍더군요. 김미순이 그리 쉽게 당한다는 게… 글쎄요였습니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건 뭔가 함정 아닐까? 닥터 윤도 그렇게 사태 분별을 못하는 그런 멍청한 사람도 아니고, 김미순도 14년의 복수심에 갈고닦은 노하우가 꽤 될 터인데 서인숙과 한승재가 물리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생각 못하진 않았을 거란 말이죠. 

혹시 한승재가 깡패들을 대동하고 지분이 든 서류가방을 빼앗아가는 장면을 촬영해두지는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해봤던 것이죠. 1주일 남았나요? 이사회가 열릴 때 그걸 미끼로 서인숙과 한승재의 항복을 받아내는 뭐 그런 시나리오 말입니다. 그렇다면 서인숙과 한승재는 김미순의 함정에 빠진 셈이 되는 거지요.  

좀 어설프기는 하지만 그렇게 해서 김탁구에게 거성식품의 주도권이 넘어간다, 그래서 김탁구가 인간경영을 한다, 이렇게 생각을 했었는데… 역시 어설프군요. 그런데 이번엔 확실히 김탁구에게 거성식품의 주도권이 넘어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구일중이 쓰러진 것입니다. 

그런데 왜 구일중이 갑자기 쓰러졌을까? 물론 한두 차례 뇌졸증의 징후가 오는 장면이 있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그조차도 주변을 완벽하게 속이기 위한 작전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구일중은 미리 사전에 조치를 취해놓았습니다. 그의 고문변호사에게 자기의 모든 권리를 김탁구에게 양도한 것입니다. 

김탁구는 구일중의 모든 권리를 양도받음으로써 사실상, 아니 진짜로 거성의 회장이 됐습니다. 고문변호사의 말에 의하면 구일중은 이미 한달 전에 이런 조치를 했습니다. 그렇다면 구일중은 이미 한달 전부터 자기 신변에 이상이 생길 줄 알고 있었을까요?

그리고 하나가 더 있습니다. 조진구가 구일중을 찾아가 구일중이 일전에 제안한 것을 수용하겠다고 합니다. 그 제안이란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베일에 가려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란 사실입니다. 어쩌면 한승재가 파놓은 음모들의 내막을 밝혀내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조진구는 한승재를 찾아갔고, 한승재는 그런 조진구에게 손을 내밀며 잘해보자고 합니다. 무얼 잘해보자는 것일까요? 아무튼 조진구는 한승재의 음모 깊숙이 들어갔으며, 그것은 김탁구를 위해서이고 또 팔봉집을 쑥밭으로 만든 자들에 대한 복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어 구일중이 쓰러졌습니다. 이건 무언가 예사롭지 않은 시나리오가 있음이 느껴집니다. 도대체 구일중은 어떤 안배들을 해놓은 것일까요? 김탁구를 위해 어떤 장치들을 해놓았을까요? 조진구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 거성가에 들어온 김탁구, 태풍을 예고한다.


별 탈도 없는 사람이 병상에 누워 식물인간 행세를 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구일중이 쓰러진 것은 거짓이 아니라 진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구일중은 사전에 상당한 준비를 해놓았다는 사실입니다. 고문변호사를 통해 거성을 김탁구에게 넘긴 것. 조진구에게 맡긴 임무.

서인숙은 진심을 내보이며 마음 약한 시청자들의 동정을 구하다가도 어느새 다시 악마의 본색으로 돌아감으로써 사람을 슬프게 하는군요. 그런 서인숙을 바라보는 한승재는 더욱 더 악마의 길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가고 있고 말이죠. 인간의 질투심이 그 끝이 어딘가를 보여주려는 듯이.

뇌졸중으로 의식을 잃은 구일중을 병원이 아닌 집으로 데리고 가는 서인숙, 그 목적이 무엇이겠습니까. 의아심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두 딸 구자경과 구자림, 그런 어머니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구마준. 구마준은 그녀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지요.

그럼에도 그런 그녀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는 것은? 그것은 결국 그녀의 야망은 곧 자기의 야망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마준은 어머니에게 반항하지만, 한편 그런 어머니가 만들어내는 야망과 음모를 거부하지 못하는 이중적 존재입니다.

어쨌거나 구일중이 쳐놓은 덫에 서인숙과 한승재가 걸릴 날도 머지않아 보입니다. 그들은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구제받을 수 있을까요? 그들이 저지른 범죄를 보면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드라마는 또 현실과는 다릅니다.

▲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장면. 방화범에 절도범, 팔봉선생을 죽게 한 사람이 관을 들었다.


구마준도 이미 팔봉빵집 식구들로부터 용서 받았습니다. 그는 팔봉빵집에 불을 지른 방화범이며 발효일지란 제조기밀을 훔친 절도범에 기술유출범입니다. 이 일로 팔봉선생은 쓰러졌고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그런 구마준에게도 팔봉선생의 사위이며 팔봉빵집의 대장 양인목은 조문을 허락합니다.

그리고 팔봉선생의 관까지도 들게 하지요. 저로서는 도무지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오는 장면이었습다만, 이대로라면 한승재와 서인숙이 용서받는 것도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아무튼, 어떻게 될지 결말로 달려가는 끝이 궁금할 뿐입니다. 아울러 이제는 김탁구, 더 이상 바보처럼 굴지 말고 의젓해지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진정한 주인공이 되기를….
Posted by 파비 정부권
김미순이 함정에 빠졌습니다. 물론 이 함정은 머리 좋은 한승재가 판 겁니다. 왜 김미순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진즉에 알리지 않았냐며 길길이 날뛰는 서인숙을 향해 한승재는 말합니다. "난 당신이 스스로 날 믿어주기까지 기다렸던 것이오." 한승재. 어떨 때 보면 대단하단 생각이 들다가고 참 한심합니다.
 
그는 정말로 자기와 서인숙의 관계가 진실한 사이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는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서인숙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요? 극중에서는 아무런 표시도 없으니 그가 기혼인지 미혼인지도 궁금한 대목입니다. 그는 과연 아직까지도 결혼하지 않고 서인숙과 구마준을 위해 충성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무튼 한승재는 서인숙을 위해 단박에 아이디어를 내놓았습니다. 바로 김미순의 아킬레스건, 치명적인 약점, 아들 김탁구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김미순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으리란 것입니다. 역시 한승재의 예상은 맞았습니다. 김미순에게 전할 메시지는 공주댁을 통해 전하기로 계획을 짰습니다. 


닥터 윤의 조언처럼 김미순은 조심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김미순은 평정심을 잃었습니다. 그녀는 탁구를 만나기 위해 호랑이굴로 뛰어들어가겠다고 합니다. 닥터 윤이 그것은 한승재가 판 함정일 것이라고 말렸지만 김미순은 듣지 않습니다. 

아들을 잃은 엄마의 마음을 어찌 이해하지 못할까마는 김미순은 경솔했습니다. 이 한 번의 신중하지 못한 처신으로 인해 김미순의 정체만 드러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동안 스파이 노릇을 해온 공주댁의 정체까지 탄로 나는 것입니다. 이제 공주댁은 스파이로서의 가치를 잃었습니다. 더 이상 김미순은 서인숙과 한승재를 염탐할 수 없게 됐습니다. 

서인숙은 완벽하게 김미순을 함정으로 인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서인숙이 김미순을 함정에 끌어들여 얻는 것이 무엇일까요? 김미순이 살아있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 그리고 통쾌하게 비웃어주기라도 하는 것? 그 이상 무엇이 있겠습니까? 서인숙이 판 함정에서 그녀는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럼 김미순은 이 함정에 빠진 결과로 무엇을 잃게 될까요? 그녀는 그녀를 감싸고 있던 베일을 잃었습니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모든 것이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이제 비밀리에 협박편지 따위를 보내 서인숙과 한승재를 불안에 떨게 만들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김미순은 대신 이제부터 떳떳하게 서인숙과 한승재를 공격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더 이상 숨을 필요가 없으니 공공연하게 서인숙과 한승재가 벌인 음모를 파헤칠 수 있으며, 서인숙으로부터 사들인 주식(아직 사들이진 않았던가요? 그러나 어떻든 결국 김미순의 수중으로 들어가겠지요)을 이용해 그녀를 압박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함정에 빠진 것은 김미순이 아니라 서인숙과 한승재가 되는 셈입니다. 그들은 은밀하게 김미순의 소재를 파악해 처치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습니다. 만약 김미순이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면 서인숙과 한승재가 김미순을 아무도 모르게 제거한다고 해도 그 누구도 의심하지 못할 것입니다.


말하자면 그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죽인 게 되는 것입니다. 아, 사람을 죽인다는 끔찍한 말을 입에 담으니 좀 거북하시다고요? 네,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서인숙과 한승재는 충분히 경험이 있습니다. 그들은 구일중의 어머니이며 서인숙의 시어머니를 죽음에 이르게 한 죄가 있습니다. 

또 한승재는 수차례에 걸쳐 김탁구를 원양어선에 팔아넘겨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도록 만들려고도 했었고(글쎄 이게 무슨 소리였을까 생각해보니, 원양어선에 싣고 먼 바다에다 빠뜨릴 계획 아니었을까 싶네요), 조폭들을 동원해 한강에 빠뜨려 죽일려고 하기도 했었고, 제빵실 폭발사고로 김탁구를 죽일 계획도 세웠습니다.

물론 김미순은 한승재의 계략 때문에 14년 동안 숨어 지내야 했습니다. 마치 죽은 것처럼. 최근까지도 서인숙과 한승재는 그녀가 죽은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김미순이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이상 제아무리 한승재라도 김미순을 죽일 계획 따위를 섣불리 세울 수 없습니다.

김미순의 존재와 홍여사의 죽음의 비밀을 알고 있는 공주댁이 있고, 김미순의 곁을 지키고 있는 닥터 윤을 비롯한 측근들도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제 구일중도 비밀을 알았습니다. 그는 자기 어머니를 죽인 범인들이 서인숙과 한승재를 사실을 눈치 챘습니다. 게다가 얼마 전 교통사고를 위장해 자기를 죽이려 한 것이 한승재란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이런 와중에 김미순을 양지로 불러낸 것은 한승재와 서인숙의 치명적인 실수로 보입니다. 그들이 백주에 야구방망이와 칼을 들고 설쳐대는 조폭들이 아닌 이상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는 김미순을 어쩌지 못할 것입니다. 어두운 밤을 틈타 김미순을 죽인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그것은 은밀한 것이 아니게 됐습니다. 


제 생각엔, 김미순을 드러내게 할 게 아니라 숨어있는 김미순을 쥐도 새도 모르게 처치했어야 하는 게 그들이었습니다. 어차피 한승재와 서인숙은 숱한 범죄 경력을 가진 자들입니다. 그런 그들이 한 번 더 야차 같은 범죄를 계획한다고 해서 더 더러워질 것도 없습니다. 그들은 이미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한 인생들입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한승재는 그 좋은 머리로 함정을 판답시고 원수의 손에 칼을 쥐어주는 우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그냥 칼이 아니라 자기 손에 들고 있던 칼을 쥐어주고 만 것입니다. 빈손이 된 한승재와 서인숙, 무얼 가지고 복수의 칼날을 막을 것인지….

그러고 보니, 부전자전. 구마준도 함정을 팠는데, 그 함정에 빠진 김탁구는 어떻게 됐을까요? 기연을 얻었습니다. 코로 냄새를 못 맡게 되고 입으로 맛을 느낄 수 없게 된 탁구, 이젠 손의 감각만으로 빵을 만듭니다. 후각과 미각, 거기에다 이제 섬세한 손의 감각까지 익힌 김탁구.

명실상부한 제빵왕의 길로 한걸음 성큼 다가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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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제가 구일중을 위한 변명으로 <구일중은 과연 나쁜 아버지인가?>를 썼더니, 많은 분들이 비판적인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주로 서인숙에 대한 비판이 너무 편파적이란 의견이었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서인숙의 불륜과 구일중의 불륜이 뭐가 다르냐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구일중이 먼저 김미순과 불륜관계를 가졌으니 서인숙이 한승재와 불륜관계를 갖는 게 무에 그리 대수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먼저 불륜을 만든 것은 구일중입니다. 그러니 원인제공을 한 것은 구일중이므로 서인숙은 그보다 잘못이 적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다음뷰 통계를 살펴보았더니 주로 제 블로그 글(<구일중은 과연 나쁜 아버지인가?>)을 보신 분들은 여성들이 70%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연령대를 보니 3~40대가 60%에 달했습니다. 즉, 3~40대 여성층이 주로 제 블로그를 보셨다는 얘기입니다. 비판적 의견이 주로 많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성들이 보는 서인숙과 구일중의 불륜에 대한 시각차 
 
 
또 다른 한편 생각해 보면 이 연령대는 1965년에 일어난 구일중과 서인숙 그리고 김미순과 한승재의 얽히고 섥힌 불륜관계의 배경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만한 분들이기에 비판 의견이 많은 만큼 이해의 폭도 넓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3~40대의 여성들이란 소위 386세대로 불리던 소위 진보적인 계층으로서 가족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구일중에 대한 변호를 그리 고운 시선으로 볼 수만은 없었을 것입니다. 사실 이 부분, 부모의 불륜관계로부터 김탁구와 구마준의 갈등관계를 만들어내려던 시도는 실수입니다. 

좀 더 다른 방법을 고안했어야 한다는 것은, 지금 애매하게도 서인숙과 한승재의 범죄행각에 대한 비난의 칼날이 무뎌지고 있다는 데서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두 사람이 구일중의 어머니를 (미필적 고의로) 살해했으며, 김미순, 김탁구의 살인미수사건과 아동 약취유인 혹은 인신매매의 죄를 범했다는 사실을 간과하기까지 합니다. 

이 모든 부조리의 배경에는 구일중이 김미순과 벌인 불륜이 있습니다. 자, 구일중은 그럼 왜 김미순과 불륜을 저질렀을까요? 사실 1960년대에 구일중 같은 재벌이 저지르는 이런 따위의 행각들을 불륜이라고 하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없습니다. 우리는 자주 TV 뉴스 화면에서 모 재벌 회장의 불륜의 자식들이 활약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그들의 아버지가 저지른 불륜행각에 대해 분노한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던가요? 저도 곰곰 생각해 보니 그런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알게모르게 그 때 그 사람들의 사생활 방식에 대해 그저 그럴 수 있는 일이다 정도로 용인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구일중의 불륜으로 인해 서인숙의 범죄행각이 희석돼

구일중 회장이 그 모 재벌 회장님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모 재벌 회장님은 저 멀리 우리 손이 닿을 수 없는 다른 세계에 있는 데 반해 구일중은 우리와 같은 공간에서 같이 숨 쉬며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모 재벌 회장의 불륜은 당연한 것처럼 여기면서도 구일중은 용서하기가 어려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시대적 배경 기타 등등 감안할 수 있는 요소들을 빼버리고 오늘날을 사는 우리의 시각으로만 보자면 구일중의 불륜이나 서인숙의 불륜은 하등 차이가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서인숙의 경우엔 남편의 바람에 맞서 맞바람을 피운 것이므로 원인제공자 구일중에 비해 선처의 여지가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껏 드라마를 눈여겨보신 분들이라면, 이것도 물론 어디까지나 저의 주관적 견해에 불과하긴 합니다만, 구일중과 서인숙의 불륜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아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 때문에 구일중의 불륜이 매우 괘씸하면서도 구일중을 위한 변명과 서인숙을 향한 매서운 비난을 앞서 포스트에서 했던 것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구일중과 서인숙이 저지른 불륜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도록 할까요? 구일중의 불륜은 우발적이었던 데 비해, 서인숙의 불륜은 계획적인 것이었습니다. 구일중이 김미순과 관계를 가질 동안 서인숙은 서너 달이 넘게 집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요양이었습니다만, 좀 심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이는 다분히 남자로서의 불평이고, 여자의 처지에서 보면 그 정도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산후조리를 위해 친정에 가 있었을 수도 있고 그 기간이 서너 달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길어도 무방한 일입니다. 심지어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친정에서 아이를 낳고 키워 아이가 장성한 후에야 시댁으로 들어가는 풍속도 있었습니다. 

서인숙의 불륜은 용한 점쟁이의 점괘 때문?

서인숙은 돌아오자 곧 김미순의 임신 사실을 알고 한승재를 시켜 낙태를 시키도록 사주합니다. 그러나 김미순은 산부인과 뒷문을 통해 탈출해 멀리 도망가고 맙니다. 강제 낙태를 시키는 데는 실패했지만, 김미순을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추방하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서인숙은 여기서 멈춰야 했습니다. 하지만 서인숙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청평 별장으로 한승재를 부른 서인숙은 그와 불륜관계를 시도했습니다. 이를 거부하는 한승재에게 서인숙은 외칩니다. "당신은 자존심도 없어요? 사랑하는 여자를 빼앗기고도 그 사람의 수족이 되고 싶은 건가요?"

어릴 때 고아가 된 한승재를 거둔 것은 구일중의 어머니 홍여사였습니다. 한승재는 구일중과 형제처럼 지냈다고 합니다. 그런 한승재로부터 구일중이 사랑하는 여자를 빼앗았다고 서인숙이 증언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한승재는 은인에 대한 충성심 때문에 아무 말도 못하고 수족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대해 더 이상의 정보는 없습니다. 언젠가 비밀이 밝혀지겠지요. 결국 한승재는 서인숙의 유혹에 넘어갔습니다. 서인숙의 속셈은 따로 있었습니다. 그녀는 어떤 용한 점쟁이가 가르쳐 준 예언(?), 곧 서인숙은 구일중에게선 아들을 얻을 수 없으며 다른 남자를 통해야만 아들을 얻을 수 있다는 점괘를 믿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서너 달이 지난 시점 청평 별장에서 마주 한 두 사람. 서인숙이 말합니다. "이 배를 만져봐. 여기에 우리 아이가 있어. 세 달 됐어. 반드시 아들을 낳을 거야. 나는 이 아이를, 우리가 만든 이 아이를 거성가의 주인으로 만들어 주겠어. 우리의 아들이 거성가를 물려받는 거야."

우발적인 구일중의 불륜과 계획적인 서인숙의 불륜의 차이

구일중과 김미순의 불륜이 다분히 우발적이고 즉흥적인 것이었다면, 서인숙과 한승재의 불륜은 철저한 계산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이 다른 것입니다. 게다가 서인숙은 이 불륜의 결과로 아들을 얻게 되자 그 아들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2차, 3차의 범행을 계획합니다.

그리하여 아시는 바와 같이 홍여사는 비명에 갔으며, 김미순은 실종됐고, 김탁구도 원양어선으로(김탁구가 극적으로 도망쳤습니다만) 팔려갔습니다. 이건 비유하자면 마치 길가다 어깨를 슬쩍 부딪쳤는데 그에 대한 보복으로 깊은 산속으로 납치해 살해하는 것(실제 이런 사건이 있었습니다)과 다를 바 없습니다.

법의 잣대로도 우발적인 범행과 계획적인 범행은 같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양형에 많은 차이가 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서인숙과 한승재는 우발적인 불륜 이후에도 이 사실을 감추기 위해 그리고 그 목적을 완성하기 위해 계속해서 연쇄적으로 새로운 범행을 계획하고 시도했다는 것입니다. 이를 다시 정리해서 나열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강제낙태미수사건 ...................... (대상: 김미순)
2. (미필적고의)살인사건 ................ (대상; 홍여사)
3. 아동약취유인미수사건 ................ (대상; 김탁구)
4. 인신매매사건 ............................ (대상; 김탁구)
5. 강간및살인미수사건 ................... (대상; 김미순)
6. 살인미수사건1(조폭동원) ............ (대상; 김탁구)
7. 살인미수사건2(가스폭발) ............ (대상; 김탁구)
8. 기타 예비음모중 ........................ (대상; 김탁구, 김미순)

구일중의 잘못은 분명합니다. 저는 처음에 서인숙이 애처로웠습니다. 혹여 그녀가 <미워도 다시 한번>의 신파역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녀가 과감하게 그걸 차버리자 환호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당당한 자유부인에 머물지 않고 악녀로 변신했습니다. 게다가 그녀는 천박한 부르주아였습니다.
 
서인숙에게도 변명의 여지는 있지만

그녀의 눈에는 가진 것이 없는 서민들은 천민들입니다. 그녀가 신유경을 노골적으로 미워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신유경이 딸 자림이의 친구란 사실도 참을 수 없었지만, 희망의 모든 것이요 삶의 목표라 할 마준과 엮인다는 사실은 참을 수 없는 모욕입니다. 그녀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아들을 못 낳아 시어머니로부터 구박 받는 며느리란 사실만으로(사실 아이를 낳고 집에도 안 들어가고 서너 달 만에 나타나는 며느리가 구박 받았다고 말하는 것이 좀 어색하긴 합니다만), 남편의 사랑에 소외된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서인숙을 이해하기엔 그녀가 펼쳐놓은 악마의 뿌리는 너무나 참혹합니다.

그녀는 돈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신유경을 자취방에서 쫓아낸 것도 돈이었으며, 경찰서에 잡혀간 구자림을 빼내온 것도 돈이었고, 곧 팔봉빵집을 곤경에 빠뜨릴 무기도 돈입니다. 그녀의 정부이며 하수인인 한승재도 그리 생각하기는 마찬가집니다. 그도 모든 범행을 돈으로 처리했습니다.


물론 서인숙에게도 변명의 여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시어머니가 그토록 아들 아들 하지만 않았어도, 남편이 조금만 자기를 사랑해줬더라도, 김미순에게 애를 가지게만 하지 않았더라도 이렇게 무섭게 변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그녀의 변명은 얼마든지 공감도 가고, 불쌍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녀는 충분히 위로받을 만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그녀의 불륜이 용서될 수 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녀의 불륜은 불륜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그릇된 야심을 달성하기 위해 범죄의 도구로 이용됐습니다. 그녀의 불륜은 날카로운 칼입니다. 이 칼에 많은 사람들이 다쳤습니다. 한승재와 구일중, 김탁구 그리고 비명에 죽어간 홍여사. 

서인숙이 저지른 계획된 불륜의 최대 희생자는 구마준

그러나 누구보다 그 불륜으로 낳은 아들 구마준에게 서인숙은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른 것입니다. 서인숙이 세운 불륜 계획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그녀가 그토록 사랑해마지 않는 아들 구마준입니다. 아들에게 치명적인 트라우마를 안긴 것은 물론 무엇보다 부모가 저지른 범죄의 공범자 의식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구일중은 우리에겐 부모 세대에 해당하는데, 그의 차갑다거나, 자상함이 모자란다거나, 부부간에 애정표현이 지나치게 부족한 것들은 저로서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 사실 우리 집도 그랬으니까요. 우리 세대의 아버지들은 지나치게 권위주의적이었으며 가부장적인 독선에 길들여져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구일중이 잘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구일중의 죄와 서인숙의 죄를 같은 반열에 올려두고 무게를 달기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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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일중을 위한 변명
















이거 언젠가 서인숙을 위한 변명을 쓰려고 했더니만 엉뚱하게도 구일중을 위한 변명을 쓰게 됐습니다. 이건 상상도 못한 일이었습니다. 대체 구일중이 왜 변명이 필요할까? 그러나 <김탁구>가 후반으로 흘러가면서 구일중에 대한 비판들이 쇄도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말하자면 이런 것들입니다. 구일중, 네가 한 것이 뭐 있냐, 너는 남편으로서의 책무도 다하지 못했다,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사랑도 베풀지 못했다, 탁구에게도 14년 동안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으며 마준에게도 냉랭한 아버지였다, 너는 정말 자격 없는 남편이요 아버지다, 라고 말입니다. 

맞는 말씀들입니다. 구일중은 어떨 땐 정말 이해하기 힘든 남자입니다. 그는 사람과 대화하기가 싫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 없습니다. 웃지도 않습니다. 유일하게 김탁구를 보면 웃습니다. 탁구가 누군지 모를 때도 마치 흐르는 피가 만든 전기장에라도 이끌리듯 그는 탁구에게 다가섭니다. 

아, 생각해 보니 돌아가신 어머니 홍여사에게도 그는 따뜻한 아들이며 효자였군요. 김미순에게도 미안한 마음 때문이었든지 따스한 웃음을 보냈었지요. 그러나 그는 부인 서인숙을 대할 때면 마치 무슨 야차라도 만난 듯 경직됩니다. 대체 서인숙과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이 두 사람은 사이에 딸 둘에 아들 하나를 둔 명실상부한 부부입니다. 그런데도 그는 서인숙에 대한 애정이 전혀 없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오히려 그는 서인숙과 마지못해 살고 있어 매우 괴롭다는 표정입니다. 서인숙이 둘째 딸 자림을 낳았을 때, 병원에 들르지 않은 구일중을 보고 사람들은 남아선호사상 때문 아니냔 비판들이 많았습니다. 

........ △ 구일중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구일중은 첫째 딸 자경이 태어났을 때도 병원에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 구마준이 태어났을 땐 어땠을까요? 그땐 병원에 가서 "오, 드디어 나도 아들을 얻었구나!" 하면서 함박웃음을 지었을까요? 그러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마준이 태어나던 장면을 보여주지 않았으니 아무도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 구일중은 그때도 출장을 또는 일을 핑계로 병원으로 가지 않고 차를 다른 곳으로 돌렸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우리가 보지 못했고 알지도 못하는 뭔가 큰 비밀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구일중의 어머니 홍여사가 죽기 전에 미순을 만나 그렇게 말했던 것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기억납니다. 

"내가 큰 잘못을 저질렀구나. 원래 일중이는 너와 결혼해 살았어야 하는 건데. 이게 다 이 늙은이의 욕심 탓이다. 이제 후회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미순아, 용서해다오."     

그리고 홍여사는 김미순에게 쌍가락지와 통장을 건네주었지요. 이때 저는 '아, 구일중은 원하지 않는 결혼을 억지로 떼밀려 했던 모양이구나. 김미순과는 어릴 적부터 한 집에서 살면서 사랑을 키웠던 사이였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홍여사가 그랬거든요. 부모 잃은 어린 김미순을 자기가 거두었다고. 

어쩌면 이런 가정도 가능합니다. 구일중은 김미순을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서인숙이 자기를 원한다며 대시합니다. 서인숙은 재력 있는 가문의 딸입니다. 홍여사는 이런 구일중에게 서인숙과 결혼하라고 강요합니다. 구일중은 아시다시피 세상에 둘도 없는 효자입니다. 그는 어머니의 말을 거역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들 사이에 또 다른 하나의 인물이 있습니다. 한승재. 그는 구일중의 어릴 적 친구입니다. 어렵게 자란 그는 홍여사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대학도 무사히 마치고 거성식품의 비서실장이 됐습니다. 그에겐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서인숙이 그녀입니다. 

한승재는 어쩌지 못했을 것입니다. 구일중은 친구이긴 하지만 이제 자기가 모셔야 할 직장 상사요, 거성가의 회장입니다. 그런 구일중이 서인숙과 결혼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한승재는 은인인 홍여사를 배반할 수도 없습니다. 아마도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거성가에 영원히 충성을 맹세한 상태였을지도 모릅니다. 

........ △ 서인숙


서인숙과 구일중의 결혼은 정략결혼이었을 겁니다. 2년 전, 그러니까 12년 만에 탁구가 나타났을 때 거성가에서는, 거성 창립 30주년 축하 파티가 열렸었던 거 기억나십니까? 계산해 보면 구일중과 서인숙이 결혼한 시점이 30년 전과 일치함을 알 수가 있을 것입니다. 구자경이 지금 몇 살쯤 됐을까요? 아마 서른 살쯤 됐을 겁니다.


구일중이 그토록 서인숙을 미워하는 데에는 어떤 연유가 있을 것입니다. 둘의 결혼에 뭔가 모르는 비밀이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어쩌면 서인숙이 꾸민 계략이 있었을지도 모르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구일중이 서인숙과 결혼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서인숙이 한승재에게 이렇게 말했었지요. 

"사랑하는 사람을 친구에게 빼앗긴 그 심정, 내가 누구보다 잘 알아." 

이 말은 두 사람이 청평의(?) 별장에서 불륜을 시작하기 전에 나눈 대화입니다. 이 말 한마디에 한승재의 은인을 향한 충성심은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둘은 그들만의 완벽한 동맹의 결과물을 얻었습니다. 그게 바로 구마준입니다. 두 사람은 같은 목표가 생겼습니다. 구마준을 거성식품의 회장으로 만드는 것.   

이 두 사람의 천인공노할 악행은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서인숙은 한승재에게 임신한 김미순을 제거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둘은 사실상 부부이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서인숙은 여전히 상전처럼 행세합니다. 한승재는 가끔 그게 무척 자존심 상할 때도 있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1차 김미순 제거 계획은 실패했습니다. 한승재에게 아직 인간적인 양심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미순을 죽이려던 한승재는 멀리 도망가서 절대 나타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김미순을 놓아줍니다. 12년 후에 다시 2차 김미순 제거 계획이 실행됩니다. 그러나 이 또한 구일중이 보낸 바람개비에 의해 실패합니다. 

그러자 이번엔 이들 동맹의 직접적인 목표물, 김탁구를 제거할 계획을 세웁니다. 김탁구를 원양어선에 팔아넘기기로 한 겁니다. 한승재는 엄마를 만나게 해줄 테니 둘이 멀리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하며 김탁구를 속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마지막 순간에 김탁구의 재치로 실패하고 맙니다.

이후 김탁구와 김미순은 12년 동안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김미순은 실종 됐으며, 김탁구는 원양어선에 팔려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사주를 받은 자들이 김탁구를 놓쳤다는 보고를 따로 했을 리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스물네 살이 된 김탁구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이런…. 

........ △ 한승재


한승재는 다시 김탁구 제거 계획을 세웁니다. 이번엔 조폭들을 고용했습니다. 교외의 인적 없는 창고에서 만난 한승재와 김탁구. 조폭들로부터 무차별 구타를 당해 기진맥진한 김탁구에게 조롱하듯 쓴웃음을 날린 한승재는 조용히 처리하라 지시하고 자리를 뜹니다. 조용히 처리하라? 죽여 없애란 뜻이겠지요. 


물론 우리의 주인공 김탁구는 죽지 않았습니다. 승합차에 실려 어디론가 끌려가던 김탁구, 역시 기발한 재치를 발휘해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탈출하지 못했다면 틀림없이 한강에서 물고기밥이 될 운명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한승재의 김탁구 죽이기는 계속됐습니다. 가스폭발사고. 치사하게도 빵 반죽에 소다 타기까지.  

이번엔 서인숙의 공격이 시작될 참입니다. 드디어는 서인숙도 김탁구가 원양어선에 팔려간 것이 아니라 바로 코앞에 살아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지금 그녀는 영원한 동맹자요 비밀 공유자인 한승재를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죄 지은 자들은 의심이 많은 법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단독행동을 하기로 마음 먹나봅니다.  

그녀의 수는 좀 색다릅니다. 김탁구가 몸담고 있는 팔봉빵집을 공격하는 것입니다. 팔봉빵집을 타격하면 김탁구가 쓰러질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여기엔 또 다른 목표도 있습니다. 구마준을 빨리 팔봉빵집에서 빼내 거성식품에 앉혀야 하는 것입니다.

자, 그런데 여기서 모두들 간과하는 중요한 한 가지가 있습니다. 구마준입니다. 구마준은 제 생부 한승재와 서인숙이 홍여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게다가 마준은 죽어가는 할머니에게 거래를 제안했습니다. 빨리 병원으로 옮길 생각은 하지 않고 그 폭우 속에서 자기 어머니를 용서하면 할머니를 구해주겠노라고 제안한 것입니다.

........ △ 구마준


구마준은 또 김탁구를 도둑으로 몰았습니다. 할머니의 죽음에 그의 생부와 생모 그리고 자신이 관여돼 있다는 사실에 불안과 초조, 양심적 갈등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자기가 훔친 서인숙의 패물과 돈을 김탁구가 훔쳤다고 누명을 씌움으로써 양심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서인숙, 한승재와 공범이 되는 길을 택한 것입니다.

마준은 서인숙과 한승재가 김탁구에게 벌인 일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팔봉빵집 제빵실 사고의 범인이 한승재란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그는 서인숙과 한승재가 김탁구를 제거하기 위해 벌인 갖가지 악행들을 낱낱이 알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한승재를 찾아가 말하지요. "아저씨는 절대 나서지 마세요. 김탁구는 내가 해결해요."

구일중을 위한 변명을 쓰겠다고 해놓고 구마준 부자와 모자를 욕하는 것으로 귀결되고 말았군요. 그러나 아무튼 그렇습니다. 구마준, 서인숙, 한승재 이 세 사람의 은밀한(!) 가족은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입니다. 구마준은 특별히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그는 어렸고, 제 의도가 아니었으니까.

그렇더라도 구마준 역시 양심의 비난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는 눈앞에서 죽어가는 그의 할머니를 구하기보다 '약속'부터 해달라고 졸랐습니다. 그러면 구해주겠다고. 만약 탁구였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당장 달려가서 쓰러진 할머니부터 보살폈겠지요. 너무나 놀라운 비밀에 충격 받아 그런 거라 이해해야 한다구요? 그래도 글쎄요, 어떤 무엇보다 사람의 생명이 먼저 아닐까요?

만약 구일중이 구마준에게 따스하게 대해주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랬더라도 여전히 구마준의 가슴속은 양심을 저버린 행위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로 고통 받았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악마이겠지요. 인간이라면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왜 탁구에게는 따뜻하게 대해주면서 자기에게는 그러지 않느냐는 마준에게 구일중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충)

"너는 26년 동안 내 밑에서 부족한 것 없이 모든 것을 누리며 살았지 않느냐. 그러나 탁구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나는 탁구에게 아무것도 해준 게 없어. 너는 마음껏 부를 수 있는 아버지란 소리도 탁구는 하지 못하고 회장님이라고 불렀다. 그런 탁구가 너는 불쌍하지도 않느냐."

........ △ 김탁구


저는 그 말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26년 동안 단 한 순간도 제대로 아버지 노릇을 못한 탁구에게 더 잘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걸 이해 못하는 구마준이야말로 이해할 수 없는 인간입니다. 구일중이 구마준에게 얼마나 더 잘해주어야 하는 것입니까? 그만하면 어떤 아버지보다 잘해 준 것 아닐까요?

아버지로서의 따스한 부성애? 물론 그 지점에서는 저도 불만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구일중이나 홍여사는 모두 자식 키우는 데 남다른 철학이 있다, 무조건 껴안아주기보다 회초리로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뭐 이런 철학. 죽은 홍여사가 마준의 종아리에 피가 나도록 회초리를 때린 걸 보십시오.

그럼 홍여사도 마준이 자기 핏줄이 아닐 걸 알고 그랬을까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홍여사가 손자를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홍여사와 구일중 모자는 확실히 서인숙과는 다른 부류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서인숙의 아들 사랑은 그들과는 정반대입니다. 서인숙의 자식 사랑은 거의 맹목적입니다.

하지만 탁구에게는 너무 친절한 거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그렇지만 탁구는 너무 고생했잖아요. 26년 동안 구일중과 산 것은 단 몇달뿐이었지 않습니까? 그럼 왜 탁구를 안 찾았냐고요? 찾았겠지요. 왜 안 찾았겠습니까. 그리고 하나 더 말씀드리면, 어쩌면 이런 것도 있었을지 모릅니다.

구마준에게선 왠지 피끌림이 없는데 탁구에게선 그런 것이 있다. 저는 구일중이 구마준이 자기 아들이 아닐 거라고 생각도 못하는 것 자체도 실은 좀 의아하기도 합니다. 하긴 모르는 게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구마준은 자기와는 전혀 관계 없는 사람입니다. 닮은 데가 한군데도 없을 것이란 말이죠.

외모를 보면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을 텐데, 그냥 돌연변이겠거니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우스갯소리 하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아들이 왜 아빠를 닮을까? 그건 생존본능 때문이다. 엄마는 자기 뱃속에서 10개월 동안 함께 한 일체감이 있지만, 아버지는 그런 게 없다. 만약 닮기라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아빠의 사랑을 얻을 수 있을까?

뭐 우스개소리이긴 하지만 영 근거없는 이야기는 아닌 듯이 들리기도 합니다. 아무튼 구일중은 피해자이지 나쁜 아버지 소리를 들을 만큼 크게 잘못한 일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자상한 아버지가 못된 것? 사랑스런 남편이 되지 못한 것? 만약 그랬다면 저로선 닭살이 돋았을 것이며 구일중이 한없이 불쌍해졌을 것입니다.

........ △ 한승재와 서인숙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구일중에게 서인숙과 한승재는 원수입니다. 그리고 구마준은 원수의 자식입니다. 그리고 구일중의 어머니 홍여사가 죽게 되는 배후에는 바로 이 구마준의 존재가 있는 것입니다. 홍여사는 구마준 때문에 죽은 것이죠. 그리고 구마준은 그렇게 죽어가던 홍여사에게 거래를 제안할 정도로 차갑고 이기적인 인물이었습니다.  


홍여사가 비명에 간지 14년이 지났습니다. 1년만 지나면 홍여사 살인사건의 범인들은 공소시효가 만료돼 자유의 몸이 됩니다. 서인숙과 한승재는 홍여사 살인범들입니다. 직접 흉기로 홍여사를 살해하진 않았지만 쓰러지게 만들었고, 폭우 속에 의식을 잃은 홍여사가 죽을 줄을 알면서 방치했습니다.

이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분명합니다. (물로 저 혼자 생각입니다. 저는 판검사가 아닙니다.) 제 어머니의 원수와 14년 동안 한집에 살았단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구일중의 심정이 어떨까요? 그의 가슴을  찢어지고 말 것입니다. 그리고 그 원수들이 자기 아들마저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또 어떻게 될까요?

이런 구일중에게 대체 무얼 더 바랄 수 있을까요? 나쁜 남편에 나쁜 아버지라고 돌을 던질 수 있을까요?

........ △ 구일중


저는 하루 빨리,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에 한승재와 서인숙의 손에 쇠고랑이 채워지는 걸 보고 싶습니다. 최소한 10년 이상의 징역형은 받게 되겠지요? 그래야 되는 거 아닌가요? 만약 최종 결말이 또 무슨 화기애애, 해피엔딩 이러면서 과거는 용서하고 어쩌고 이리 되면 저는 정말 돌아버릴 것 같습니다.


그래도 구마준은 용서해주자고요? 저는 구마준도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구마준이야 뭔 잘못이 있겠느냐, 다 부모 잘못 만난 죄가 아니겠느냐 그러신다면 재고해 볼 생각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자기가 저지른 죄에 대한 일정한 대가는 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세상에 정의는 살아있다 이리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들이 무슨 전두환, 노태우 같은 전직 대통령도 아니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관대한 게 좋으면서도 탈이란 생각을 할 때가 가끔 있습니다. 아무튼 저는 구마준에 대해 구일중과 같은 생각입니다.

"내가 너를 어찌 용서해야 할지 알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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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일그러진 표정의 구마준

















구마준, 참으로 불행한 인물입니다. 모두들 그렇게 느끼시겠지만, <제빵왕 김탁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슬픔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팔봉빵집의 식구들만이 그런 슬픔으로부터 자유로운 것 같지만, 그들마저도 마음속 저 깊은 곳에 숨겨둔 진한 슬픔이 보입니다. 
 
선과 악이 혼재하며 갈등하는 인물 구마준

그러나 누가 뭐래도 누구보다 가장 슬픈 인물은 구마준입니다. 그는 악역입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 자라고 있는 악마의 기운은 어쩐지 사람들로 하여금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합니다. 그는 본래부터 서인숙과 한승재의 악마적 본성을 이어받아 선한 인물이 되기는 그른 것으로 간주됐습니다.

열두 살의 김탁구를 만나기 전에도 구마준은 매우 신경질적이고 거만하며 이기적이었습니다. 정말 그는 서인숙의 못된 심성을 닮은 탓인지 빵 만드는 것조차 천한 일이라고 싫어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거성가를 일군 원동력이며 제가 부자로 풍족하게 사는 이유인데도 말입니다. 
 
그런 구마준에게도 인간적인 면모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구마준은 탁구를 돕기 위해 거성가를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일러주고 청산까지 함께 동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엄마의 돈과 패물을 훔쳐 가출을 시도했던 구마준은 결국 김탁구를 배신하고 탁구를 도둑으로 몰았지만 말입니다. 구마준은 악과 선이 혼재하며 늘 갈등하는 인간입니다.

구마준의 내부에서 악한 기운이 선한 기운을 누르고 승리하게 되는 데는 중요한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할머니 홍여사의 죽음. 구마준은 이때 제가 구일중의 아들이 아니라 한승재와 서인숙의 불륜 사이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는 또한 김탁구가 거성가의 유일한 아들이란 말이기도 합니다. 

그의 마음속은 부끄러움, 수치심, 분노, 질투 이런 것들이 마구 교차하며 혼돈에 빠졌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한편 어머니 서인숙에 대한 걱정도 생겼을 것입니다. 이런 점은 역시 구마준에게도 인간적인 정서, 선한 기운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구마준은 쓰러져 의식이 없는 홍여사와 일방적인 계약(?)을 하고 구일중에게 위험 신호를 보냈습니다. 비밀리에. 

신유경과 구마준이 택한 길, 서인숙 탓만은 아니다

△ 신유경을 잃고 대신 아버지를 만난 탁구, 제빵왕이 되어 성공하고 말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될까?

왜 비밀리에, 은밀하게 할머니가 쓰러졌다는 사실을 알렸을까요? 그것은 구마준도 은연중에 한승재와 서인숙 그리고 자기는 공범이란 사실을 인식했던 것입니다. 12년이 지나 팔봉빵집에서 김탁구를 다시 만났을 때 그의 기분이 어땠을까요? 아마 징글징글 했을 것입니다. "아, 이 지독한 악연!" 하며 말입니다. 

그러나 서태조란 이름으로 김탁구와 지내면서 구마준은 서서히 인간의 정과 나눔에 대해 눈 뜨기 시작합니다. 철저하게 타인과 단절된 삶을 살아온 구마준에겐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아, 이렇게 사람들과 교감하며 산다는 게 행복이라는 것이구나!' 하고 느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탁구가 내민 손을 잡고 싶어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역시 운명은 선한 구마준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서인숙이 나타난 것입니다. 아들을 만나기 위해 팔봉빵집에 나타난 서인숙은 김탁구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김탁구와 서태조의 교감은 끝이 났습니다. 이제 구마준은 더 이상 서태조도 아니고 김탁구가 내민 손을 잡을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서인숙은 김탁구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음모를 꾸밀 것입니다. 구마준이 아무리 말려도 서인숙은 그것만이 아들을 위한 길이라는 신념으로 일을 도모할 게 분명합니다. 그런 점에선 한승재도 마찬가지죠. 결국 이 두 사람은 끊임없이 아들 구마준을 악의 수렁으로 밀어 넣는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그러나 구마준이 이 두 사람 때문에 악마의 길로 빠지게 된다고 말하면, 그건 구마준의 존재를 너무 헐한 것으로 무시하는 처사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 결론은 결국 구마준 스스로가 내리는 것입니다. 악마의 길을 택하든 천사의 길을 택하든 그 몫의 대부분은 역시 제가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신유경도 마찬가집니다. 

구마준의 완벽한 KO패, 다시 타오르는 질투심

신유경이 구마준과 엮이고 난 후에 김탁구를 곤란한 지경에 빠지도록 음모를 꾸미게 된다는 미래의 결과들은 서인숙으로부터 받은 모욕이나 복수심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 역시도 대부분의 몫은 신유경 자신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녀는 스스로 제 길을 간 것이지 누가 등을 떠밀어서 간 것은 아니란 말입니다.  

오늘 보니 1차 경합에서 구마준은 김탁구에게 판정패했습니다. 아니, KO패 했습니다. 구마준에게 팔봉선생은 한 번의 기회를 더 주겠다는 말로 사실상 탈락을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늘의 경합에서 우승자는 김탁구였으며, 양미순이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구마준은 간신히 팔봉선생의 배려로 살아남은 것입니다.

△ 1차 경합은 김탁구의 KO승, 구마준의 인상은 일그러지고...


이때 구마준의 눈가에 불꽃이 튀었습니다. 다시금 구마준의 마음속에선 질투와 분노가 되살아났습니다. 김탁구와 살면서 얻었던 따스한 감정들이 이미 서인숙의 등장으로 바람처럼 사라진데다, 팔봉선생의 판정은 마침내 구마준의 가슴을 다시금 꽁꽁 얼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김탁구, 너는 정말 재수 없는 놈이야. 왜 네가 내 앞에 자꾸 나타나는 거지? 나는 네가 정말 싫어. 네가 이 세상에 없었으면 좋겠어.' 열두 살 어릴 적 구마준이 외쳤던 이 소리가 다시 구마준의 귓가에 쟁쟁거렸을 것입니다. 구마준의 결심했을 것입니다. '탁구, 너를 짓뭉개버릴 테다!'

이제 2차 경합이 시작될 것입니다. 과연 2차 경합에서도 1차 때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유지될 수 있을까요? 1차에서는 고재복이 암수를 썼었지만, 2차에서는 다시 악의 화신으로 돌아간 구마준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궁금해집니다. 그는 분명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김탁구에게 경고했던 바가 있습니다. 

신유경의 불행, 제대로 혹은 올바로 읽는 법을 배우지 못한 탓

정말 그게 궁금합니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구마준이 보여줄 비열한 수단. 김탁구가 또 어떻게 구마준의 해코지를 이겨내고 2차 경합에서도 최고의 판정을 받게 될지…, 그리고 3차 경합에서 마침내 팔봉선생으로부터 인정서를 받아들게 될지…. 한 달 안에 모든 것이 결판나겠지요.

그리고 때를 맞춰 거성식품도 주주총회와 이사회 소집이란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앞으로 한 달이 김탁구와 구마준, 두 사람의 운명에 중대한 기로가 될 듯싶습니다. 그나저나 신유경이 걱정이군요. <동이>에서도 그랬지만, 유상궁처럼 줄 잘못 서면 고생하는 것입니다.

△ 탁구를 버리고 구마준의 품에 안긴 신유경, 단지 복수가 목적?


아무래도 신유경은 줄을 잘못 선 것 같습니다. 판단은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니고 가슴으로도 해야 하는데 신유경은 머리만 너무 똑똑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머리로 하는 공부만 잘 할 뿐 가슴으로 하는 공부는 제대로 못 배운 신유경, 눈에 보이는 것을 제대로 읽는 법을 배우지 못한 신유경, 그게 신유경이 불행하게 되는 이유 아닐까 합니다.

신유경은 한승재와 구마준이 벌인 일들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었지요. 그래서 오늘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김열규 선생의 말씀처럼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지만, 가슴으로도 해야 한다, 발로도 해야 하고 손으로도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대로 읽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하는 그렇게 별로 관련 없어 보이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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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모정과 삐뚤어진 모정의 차이가 뭘까?
"서인숙은 아들을 자기 뜻대로 만들고 싶어 한다"















서인숙의 모정은 남다릅니다. 어찌 보면 모정이라기보다는 집착으로 보일 정도로 집요합니다. 그 서인숙이 팔봉빵집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구마준을 찾아갔습니다. 지금 구마준은 2년간의 수련을 끝내고 마침내 팔봉선생으로부터 인정서를 받기 위해 경합에 나간 상태입니다. 

서인숙의 지나친 모성애, 자기 야심을 위한 집착?  

그런 구마준에게 서인숙은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오라고 설득할 참입니다. 팔봉선생의 인정서 따위는 필요 없다고 말입니다. 물론 구마준은 펄쩍 뜁니다. 그가 팔봉빵집에 들어간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팔봉선생의 인정서를 받아 구일중에게 인정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봉빵의 비결을 알아내는 겁니다.  

아직 그 어느 하나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제 겨우 경합에 나가 1등을 하면 팔봉선생의 인정서를 받을 참입니다. 그리고 그 인정서를 받게 되면 봉빵의 비결까지 얻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나타나 느닷없이 집으로 돌아오랍니다. 구마준에겐 자존심이 걸린 문제를 포기하라고 합니다.

서인숙이 구마준을 집으로 돌아오라고 하는 데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습니다. 웬만하면 서인숙도 구마준이 하고 싶은 대로 놔두려고 했습니다. 빵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아들이 무척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서인숙은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위기가 닥친 것입니다.

▲ 자금회수 압박을 받고 열 내고 있는 서인숙과 이를 숨어서 은밀히 지켜보는 (스파이) 공주댁.


서인숙은 거성식품에서 구일중과 대등한 발언권을 얻기 위해 대규모 지분 매입을 시도했습니다. 그때 남 사장이란 사람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했습니다. 2년 전의 일입니다. 2년 전이라면 김미순이 닥터 윤과 함께 나타난 시기와 일치합니다. 남 사장이 빌려준 자금을 회수하겠다고 합니다.

서인숙이 무리수를 둔 이유, 김탁구

아마도 서인숙은 돌려줄 자금 여력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국 돈 대신 지분으로 차입금을 변제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한 달밖에 시간이 없다고 하는 걸로 보아 한 달 이내에 자금이 안 되면 지분으로 대신 갚겠다는 약속을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서인숙은 그 한 달 내에 구마준을 거성식품의 후계자 자리에 앉히려는 겁니다.

서인숙은 그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마준이를 회사에 자리를 만들어 앉혀놓기만 하면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그러면 마준이가 구일중의 후계자가 되는 것은 당연하고 누구도 그 자리를 흔들지는 못할 것이다." 서인숙이 이토록 조금하게 일을 서두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김탁구 때문입니다. 

만약 김탁구란 존재가 없다면, 서인숙은 이렇게 서두를 이유가 없습니다. 그저 차분히 때가 되면 그녀의 아들이 구일중에 이어 회사를 맡게 되는 것은 하나의 이치와도 같습니다. 그러나 김탁구가 살아 있고, 김탁구는 구일중의 호적에 구영준이란 이름으로 장자의 자리에 올라 있습니다. 

그리하여 서인숙은 무리수를 둔 것입니다. 그런데 서인숙은 꿈에라도 알지 못한 사실이 있습니다. 서인숙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이 다름 아닌 탁구 엄마 김미순이란 사실. 만약 서인숙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녀는 청천벽력이라도 맞은 듯 기절하고 말 것입니다. 

▲ 한승재와 전화하고 싶지만, 이미 그를 의심하고 있는 서인숙은 그러지도 못한다. 깨진 동맹은 비극의 시작.


구마준을 파멸로 이끄는 서인숙의 모정

서인숙이 구마준을 위하여 벌인 일들이(이게 진짜 아들을 위한 것인지, 자기 욕심을 채우려고 저지른 삐뚤어진 모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히려 서인숙과 구마준을 파멸의 길로 인도하고 있습니다. 서인숙은 결국 (김미순의 대리인) 남 사장에게 자기가 가진 거성식품의 지분을 넘기는 걸로 일이 일단 마무리 되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애초에 회사의 지분 따위는 생각지도 않았던 것이고, 단지 구마준의 지위를 확실하게 해두기 위해 필요했을 뿐입니다. 지분을 돌려주기 전에 거성식품에 구마준의 확고한 위치만 만들어주면 그것으로 된 겁니다. 그러나 이는 크나큰 실수였습니다. 아마도 김미순은 서인숙으로부터 받게 될 지분 외에도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김미순은 구일중보다도 많은 지분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구마준의 위치, 거성식품의 후계자? 김미순이 명실상부한 거성식품의 대주주가 되어 나타난다면 그 모든 것은 한낱 허망한 꿈에 불과합니다. 서인숙의 계략이 도리어 아들을 망친 것입니다.

서인숙은 경제적으로만 아들을 망가뜨리는 것은 아닙니다. 구마준은 팔봉빵집에서 김탁구에 의해 서서히 인간의 모습에 눈을 떠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구마준은 26년 인생을 통틀어 친구 하나 사귀지 못한 냉혈한입니다. 열두 살 어린 나이에 구일중이 자기 아버지가 아니란 사실을 알았을 때의 그 충격.

구마준은 생모(서인숙)와 생부(한승재)가 할머니를 죽음으로 내모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그의 마음속에 인간의 감정이 자리하기란 실로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런 그의 마음속에도 서서히 따뜻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그의 심장에 피가 돌기 시작한 것입니다.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 구마준, 그러나…

▲ 팔봉빵집에서 서서히 탁구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구마준

▲ 그러나 서인숙이 나타나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다(아래)


구마준이 김탁구를 이해하고 공감하기 시작하는 그때, 서인숙이 나타난 것입니다. 그리고 서인숙과 구마준이 나누는 대화를 김탁구가 듣고 말았습니다. 지금껏 구마준을 서태조로 알고 있었던 김탁구의 참담한 심정이란…. 그러나 문제는 김탁구가 아닙니다. 

이제 겨우 인간의 심장을 느끼기 시작한 구마준에게 다시 동토의 매서운 찬바람이 불어 닥친 것입니다. 서서히 빗장이 풀리던 그의 차가운 가슴은 다시금 문을 걸어 잠그게 될 겁니다. 김탁구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예전의 질투와 분노로 뒤바뀔 것입니다. 

그리고 끝모를 파국의 길로 자기를 내몰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 일을 서인숙이 해낸 것입니다. 누구보다 구마준을 사랑하는 어머니 서인숙이. 어쩌면 서인숙은 구마준이 인간의 심장을 얻을 기회를 잃어버린 것에 대해 잘 된 일이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부르주아적 근성에 철저한 악녀입니다.  

서인숙이 신유경을 그토록 미워하는 이유는 오로지 신유경이 천한 계급에 속해 있기 때문입니다. 신유경이 아무리 머리가 좋고 회사에 수석으로 입사한 인재라도 그녀의 눈에는 천박한 운동권 출신에 불과합니다. 막내딸 자림이가 신유경을 친구라고 데려왔을 때도 그녀는 "저런 천한 애들과는 어울리지 말라"고 충고를 했던 터였습니다.

서인숙이 파멸로 이끌 또 하나의 인물, 신유경

▲ 신유경. 그녀도 결국 파국으로 달리는 전차에 탑승할 것인가?

그런데 그런 신유경이 구마준과 엮이고 있다는 것은 도저히 두 눈 뜨고 볼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아무튼 서인숙은 자기 아들을 본의 아니게 파멸의 길로 몰아넣는 큰 실수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후자의 인간에 관한 문제는 그녀에겐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일 수 있지만, 전자의 경영권에 관한 문제는 심각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위기에 몰린 서인숙이 신유경에게 손을 내밀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도 "천한 것들!" 하면서 멸시했던 신유경이지만, 비상하게 좋은 머리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서인숙은 구마준에 이어 신유경도 파국의 길로 인도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빵왕 김탁구>에서 서인숙의 역할이 상당히 비중이 큽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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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편지로 깨지기 시작하는 불안한 동맹

 

결국 서인숙은 한승재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심지어 드라마 속 한승재조차도 서인숙의 마음이 자기에게 있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불륜과 야심으로 맺어진, 그러나 허술한 동맹

그러다 서인숙의 구일중에 대한 마음을 보게 되면 질투심에 온몸이 타들어갑니다.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것이 질투심입니다. 그러나 그는 절대 무모한 짓을 할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몸을 낮추어야만 살 수 있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또 그는 서인숙을 절대 배신할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진짜로 서인숙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 한승재 비서실장의 방에 들어간 서인숙, 우연히 결재서류 속에서 의문의 편지를 발견하고...


이 두 사람의 불안한 동맹이 시작된 것은 순전히 서인숙의 야심 때문이었습니다. 그녀는 반드시 아들을 낳아 거성가 안주인의 자리를 지키고야 말겠다는(당시는 1960년대란 사실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야심에 한승재를 끌어들였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동맹한 결과로 구일중의 법률적 아들이요 거성식품의 후계자가 될 구마준이 태어났습니다.  

구마준은 이 두 사람의 흔들릴 수 없는 동맹을 확인시켜주는 존재입니다. 구마준으로 인해 서인숙과 한승재는 진짜 부부인 것처럼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들만이 있을 때, 실제로 그들은 정말 부부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럴 때면 오히려 구일중이야말로 이들의 틈에 끼어있는 불편한 존재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의 절대 깨질 수 없는, 깨져서도 안 되는 동맹에 금이 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서인숙이 한승재 비서실장의 방에서 자기에게 배달 됐던 의문의 편지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결재서류들 틈에 숨어있던 편지에는 똑같은 필체로 다음과 같이 씌어있었습니다.

▲ 이 협박편지를 보낸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


“운명은 이제 더 이상 당신 편이 아닙니다.”

이 편지에 앞서 배달 됐던 편지에는 <살인자>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죠. <살인자>와 “운명은 이제 더 이상 당신 편이 아닙니다”, 이 두개의 문장을 놓고 서인숙은 시어머니 홍여사의 죽음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자의 소행이라고 단정 지었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필체의 편지가 한승재의 책상 위에도 있었던 것입니다.

공범이며 동맹자인
한승재를 의심하는 서인숙


당장 서인숙은 한승재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한승재와 자기가 14년 전에 나누었던 대화를 기억해냅니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당신과 나 두 사람밖에 없소. 그러니 아무 일 없을 거요.” 그리고 14년이 지난 지금 자기에게 배달된 것과 똑같은 편지가 한승재의 책상에 놓여있습니다.

사실 서인숙이 무턱대고 한승재를 의심부터 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편지를 보낸 자가 자기에게 배달된 것과 똑같은 편지를 공범인 한승재에게도 보낸 것이라고. 그러나 왜 서인숙은 그런 생각을 하기도 전에 한승재를 의심부터 하기 시작한 것일까요?  

그것은 한승재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사랑하는 마음이 약간이라도 있었다면 그렇게 쉽사리 사람을 의심하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설령 의심이 가는 구석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믿어보려는 마음이 앞섰을 것입니다. 그러나 서인숙에겐 그런 마음이 단 1초라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런 서인숙의 심경을 한승재는 이미 꿰고 있는 듯합니다. 그는 서인숙의 이런 태도를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을 굴립니다. 대체 이 일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그는 자신과 서인숙의 관계가 불안한 동맹 위에 지어진 모래성 같은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미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편지를 보낸 사람이 김미순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은사모님’이란 호칭을 알고 있고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거성가의 가정부와 김미순, 그리고 한승재 말고는 없습니다. 아마도 <살인자>란 문구와 “운명은 이제 더 이상 당신 편이 아닙니다”란 문장은 탁구와 자기를 해치려 한 두 사람을 겨냥한 것일 수 있습니다. 

▲ 한승재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서인숙. 이토록 허술해 보이는 이들의 관계가 실은 오른쪽처럼...


아무도 못 믿는 불행한 사람

김미순은 탁구 할머니가 죽는 장면을 보지 못했습니다. 거성가는 아무나 함부로 들어갈 수 있는 그런 허술한 곳이 아닙니다. 탁구와 마준이 열두 살 때 몰래 집을 빠져 나올 때도 삼엄한 경비망을 뚫고 나올 정도였습니다. 가정부가 보았을 가능성도 희박합니다. 만약 그랬다면 홍여사는 죽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서인숙의 한승재에 대한 의심으로 두 사람의 동맹전선에는 심각한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한승재가 아무리 봉합하려고 노력하더라도 한번 금이 간 신뢰는 다시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서인숙의 동맹자에 대한 의심은 어쩌면 자승자박의 길로 자신을 인도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믿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사람입니다. 서인숙이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그녀는 남편 구일중도 믿을 수 없고, 남편보다 가까운 정부요 동맹자인 한승재도 믿을 수 없게 됐습니다. 믿을 만한 측근이 한 사람도 없습니다. 가정부도 믿을 수 없습니다.

이보다 더 불행한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매일 밤마다 나타나는 시어머니에게 시달리는 그녀는 결국 스스로의 입으로 죄를 실토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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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홍여사의 사진이 쓰러지자 모두들 놀라는데…















김탁구의 엄마 김미순이 등장했습니다. 놀랍게 변신한 모습으로 나타난 그녀의 손가락에는 죽기 전에 탁구 할머니가 준 쌍가락지가 마치 처절한 복수라도 예고하듯 서슬 푸르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비싸 보이는 의상에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고급차를 타고 있는 김미순, 뭔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그녀는 확 달라져 있었습니다.


귀부인이 되어 나타난 김미순, 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저렇게 변했을까요? 촌티가 줄줄 흐르던 미순씨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귀부인이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12년 만에 나타난 김미순은 예전의 김미순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꽉 다문 그녀의 입술에선 비장함이 묻어났습니다. 이제 바야흐로 미순씨의 복수가 시작된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직 우리는 어떻게 김미순이 이렇게 귀부인이 되어 나타났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녀는 12년 전 낭떠러지에서 떨어졌습니다. 통속적인 무협지에서는 늘 주인공이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도록 되어 있고, 그다음 순서는 진귀한 약초를 먹게 되거나 절정의 비급을 만나는 기연을 얻는 것입니다. 

혹시 우리의 김미순도 낭떠러지에서 떨어진 이후 어떤 기연을 만났던 것일까요? 그녀가 어떻게 시골 보건소 의사였던 거성가 주치의 닥터 윤을 만나게 되었는지도 아직 알려진 게 없습니다. 서인숙과 한승재에게 쫓긴 김미순이 배속에 아이(김탁구)를 안고 간 속이 닥터 윤이 소장으로 있던 보건소였습니다. 

그곳까지 쫓아온 한승재에게 죽을 고비를 넘긴 그녀는 다시 청산으로 도망갔었지요. 청산이 어디 있는지 알아보았더니 충청북도 옥천군이라고 하더군요. 옥천, 아주 물 맑고 인심 좋은 산골 마을입니다. 그 이후는 여러분도 잘 아실 것입니다. 12년 후 청산에서 탁구와 평화롭게 살던 김미순은 한승재의 음모로 낭떠러지에 추락하는 운명까지 가게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실종됐던 김미순이 비싼 옷에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고급 승용차에 앉아 있으니 놀랄 노자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그동안 김미순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처음에 보건소 의사였던 닥터 윤이 나타났을 때, 아, 저이가 김미순을 구해 보호하고 있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김미순의 복수를 만든 것은 홍여사의 통장 

그러나 우리 앞에 나타난 김미순은 그저 보호나 받고 있는 그런 존재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녀에겐 뭔가 커다란 비밀이 있는 듯이 보입니다. 그게 뭘까요? 그러고 보니 12년 전 탁구를 데려온 김미순에게 탁구 할머니 홍여사가 옥으로 만든 쌍가락지와 함께 통장을 하나 건넨 것이 기억납니다. 통장, 그렇습니다. 그 통장에 비밀이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홍여사는 오늘 이 순간을 위해 미리 예비를 하려 했던 것일까요? 물론 그렇지는 않습니다. 극구 사양하는 김미순의 손에 통장을 쥐어주며 홍여사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마준이 엄마가 미순이의 반만 닮았더라도…." 홍여사는 김미순의 티 없이 순수한 성품에 감동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통장이 비명에 간 탁구 할머니의 복수를 위해 긴요하게 쓰일 줄이야 누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낭떠러지에서 떨어졌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죽을힘을 다해 찾아간 곳은 아마도 닥터 윤이 있는 보건소였을 것입니다. 탁구를 밴 김미순이 간호사로 보건소에서 자기 일을 도와줄 때에도 그녀를 바라보는 닥터 윤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았다는 것을 여러분도 아실 것입니다.

모든 사정을 알게 된 닥터 윤은 김미순을 도와주기로 결심했을 겁니다. 닥터 윤 역시도 한승재의 협박에 두려움에 떨었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그에게도 한승재는 원수 같은 존재입니다. 더구나 마음에 둔 김미순의 원수라면… 그에게도 당연히 원수입니다. 

그러나 김미순의 성정으로 보아서 닥터 윤의 호의를 무조건 받아들였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녀는 독자적으로 무언가 일을 벌여서 크게 성공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고급차, 비싼 의상, 탁구 할머니가 준 쌍가락지를 만지작거리는 그녀의 손으로 통장에 든 돈을 이용해 큰돈을 벌었을지도 모릅니다.  

김미순, 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듯

우리는 여기서 다시 한 번 홍여사의 안목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녀가 김미순에게 통장을 남기지 않았다면? 아무리 미순의 복수심이 하늘을 찔러도 그저 생각만으로 그쳤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복수를 향한 행동을 하나씩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통장은 미순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김미순은 이미 사건의 진상, 그러니까 홍여사의 죽음에 얽힌 비밀까지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닥터 윤과 거성가 가정부가 그녀의 귀가 되어 주었을 테지요.) 


물론 홍여사가 미순의 복수를 위해 통장을 건네준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착한 김미순이 편안하게 남은 인생을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아마도 미순이 서인숙처럼 예의도 없고 이기적이며 신경질적인 사람이었다면 통장을 전해줄 마음도 먹지 않았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홍여사가 김미순의 복수를 후원하는 것처럼 되었습니다. 기일 제상 위에서 쓰러진 탁구 할머니의 영정사진은 서인숙을 향해 "네 이년, 이제부터 내가 너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 죄를 짓고는 결코 편하게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내 똑똑히 보여줄 것이다" 하고 선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홍여사의 쓰러져 깨진 사진을 보며 부들부들 떠는 서인숙의 귀에 그 소리가 쟁쟁하게 울렸던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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