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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18 김수로, 작가 바꿨다고 배가 산으로 가나 by 파비 정부권 (8)
아무리 작가 교체 때문이라지만… 좀 심하다















김수로,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부터 큰 기대감으로 기다렸던 드라마입니
다. MBC는 선덕여왕으로 왕년의 드라마 왕국으로서의 면모를 어느 정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선덕여왕이 워낙 인기도 있었고 내용도 탄탄했던 터라 이어질 김수로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가야를 다룬 거의 첫 번째 시도, 김수로

김수로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다룬 예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드라마 뿐 아니라 역사가들의 연구도 매우 부진한 것이 현실이지요. 한반도의 남단에서 무려 500년 이상이나 떨쳤던 주요한 정치세력에 대한 대접치고는 너무나 허접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김수로의 일대기가 드라마로 만들어진다고 해서 매우 기뻤습니다. 특히나 김수로가 활약했던 가야는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나의 아내도 김해 김씨이니 말하자면 드라마 김수로는 우리 집안과도 무관하지 않은 셈이지요.(ㅋ~ 이건 좀 오버다, 그렇죠?)

아무튼 신문지상에 최인호의 제4의 제국을 드라마로 만든다는데 제목이 잃어버린 제국으로 한다더라, 뭐 어쩐다더라 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떠돌았습니다. 선덕여왕이 끝나자마자 그 열기가 채 식기 전에 돌았던 이런 이야기들은 더더욱 가야 건국 과정을 그릴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던 것입니다.

마침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드라마의 제목은 김수로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제목이 가장 적절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사실 제4의 제국이니 잃어버린 제국 따위는 대중적 드라마의 제목으로는 좀 부적절하다고 할 수 있지요. 아마도 김수로 앞에 철의 제왕을 붙인 것은 철기문화가 융성했던 가야의 면모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그려나가려는 의도라고 보였고, 실제로도 그렇더군요.


오랜 기다림 끝에 맛본 김수로는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나 CG, 전투장면 등은 추노가 끝난 지 오래지 않았던 탓인지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추노가 우리의 눈을 너무 고급스럽게 만들어놓았던 까닭도 작용했을 테지요. 그러나 전반적으로 줄거리는 흥미진진하게 진행됐다고 생각합니다.

잃어버린 제국의 복원이란 역사적 의미도 지닌 드라마

김수로와 정견모주가 북방에서 내려왔다는 설정도 논쟁의 지점은 있지만 나름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신라의 김씨와 가야의 김씨가 실은 같은 계통으로 북방에서 내려온 부족이란 설도 힘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으니까요. 석탈해와 김수로의 경쟁관계도 역시 역사적 자료에 근거한 것이라 크게 문제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김수로가 철기를 보유한 북방민족의 수장이란 관점보다 철기는 이미 가야지역에서 발달해 있었으며 김수로는 단지 이를 배우고 받아들였을 뿐이라는 해석도 매우 새롭고 독특한 시각이었습니다. 다만 유리왕의 뒤를 이어 신라의 왕이 될 석탈해가 너무 비열한 인물로 그려져 개인적으로 좀 아쉬운 감이 없잖아 있긴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재밌게 보고 있던 드라마 김수로가 오늘 보니 갑자기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상당히 당혹스러웠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습니다. 도대체 연기자들의 대사나 행동이 전혀 자연스럽지 못할 뿐 아니라 앞뒤가 맞지 않는 일들이 많았으며, 심지어는 코미디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특히 염사치는 황당함의 극치였습니다. 간자 임무를 띠고 구야국에 잠입한 고정간첩 아로와 염사치가 주루에서 벌이는 행각은 실로 저급한 코미디라 하기에 모자람이 없습니다. 염사치는 구야국의 실권을 장악하고 왕좌를 노리고 있는 신귀간(대천간)의 오른팔입니다. 그런 그가 벌이는 어설픈 장난은 참으로 도가 지나쳤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석탈해도 마찬가집니다. 아효는 또 어떻습니까? 아마도 짐작하건대 아로는 박혁거세의 딸이며 아효는 남해차차웅의 딸인 듯합니다. 둘은 고모와 조카 사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구야국에 첩자로 잠입해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니 그 충성심이 실로 대단합니다. 이런 걸 좀 유식한 말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라 하나요?

너무나 엉성한 설정, 대사, 보는 사람이 부끄러울 정도

그런데 그토록 막중한 임무를 띤 아효의 행동이 참으로 이상합니다. 그녀는 아로의 명을 받고 김수로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죽이지 못했습니다. 김수로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겠지요. 그리고 얼마 후 김수로는 석탈해의 음모에 빠져 노예선에 팔려갔고 늑도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허황옥으로부터 구출되었지요.  


어찌어찌(이것도 참 거시기 합니다) 아효는 김수로가 있는 곳을 알아냈습니다. 아로의 눈을 피해 늑도에 온 아효, 김수로를 보자 감격에 눈물을 흘립니다. 사실은 아로에게 아효를 시켜 김수로를 죽이라고 한 사람은 석탈해였습니다. 드라마는 이 부분에 대한 해명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로, 아효와 석탈해의 관계…. 

아무튼 아효는 김수로에게 당장 구야국으로 돌아가지고 채근합니다. 이 무슨 황당 시츄에이션? 거기에 가서 잡혀 죽으라고? 신귀간이 천군을 누르고 구야국의 실권자가 되어 공포정치가 실시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아효가, 그 신귀간에게 붙어 김수로를 죽이도록 자기에게 사주했고, 그게 뜻대로 안 되자 음모를 꾸며 노예선에 팔아넘긴 석탈해가 버티고 있는 구야국으로 당장 돌아가잡니다.  


이거 작가님이 혹시 뭘 잘못 드셨을까요? 그러더니 오늘은 김수로와 허황옥, 허황옥의 부친 허장상이 철편(철근? 이름은 정확히 모르겠음)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구야국으로 들어갑니다. 김수로와 득선은 김수로의 양어머니(단야장 조방의 처)의 집에 갔다가 군사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그리고 같은 시각, 허장상과 허황옥은 철편(?)을 구하기 위해 상단을 관리하는 신귀간의 부하를 만나러 갔다가 아효와 마주칩니다. 원수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것도 아닌데 이들은 실제로 외나무다리 비슷한 곳에서 만납니다. 모른 척 지나가려는 허황옥을 붙들고 아효가 어린아이 투정하듯 다그칩니다. 

"네? 수로 도련님은 잘 계신가요? 건강은 회복하셨나요? 그런데 왜 안 오시나요? 언제 오시죠?"  

가야의 옛땅에 사는 한 사람으로 좀 더 세심한 배려가 아쉽다

이건 뭐… "수로야, 너는 왜 빨리 호랑이 입으로 머리를 안 들이미는 거니? 빨리 와서 호랑이 밥이 되지 않고 뭐 하는 거냔 말이다. 재미없게" 하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그 어색함이란. 문제는 닭살이 돋을 것 같은 어색함이 이것뿐이 아니란 것입니다. 최소한 오늘은 드라마 전체가 어색함과 닭살 등으로 도배된 코미디였습니다.


듣자하니 작가가 중간에 교체되는 등 진통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껏이어야지 이건 너무 한다 싶습니다. 김수로에 대한 기대로 드라마가 시작되기를 기다려왔던 한 사람으로, 또 가야의 옛 땅에 살고 있는 후손의 한 사람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물론 김수로는 여타의 막장드라마와는 비할 바 없이 훌륭한 드라마임에 틀림없습니다. 특히 잃어버린 제국 가야를 복원하는 드라마여서 더욱 기대가 큽니다. 그런 만큼 세심한 배려가 더욱 절실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연기자들의 투혼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제작진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배종옥이나 유오성 같은 훌륭한 배우들이 이 드라마로 인해 연기에 대한 혹평을 듣게 되지나 않을까 그게 걱정이네요. 그러나 그보다는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느끼는 부끄러움, 몸 둘 바를 모르는 어색함, 그런 게 더 불편하답니다. 아무래도 김수로 열혈 팬이라 그런가봅니다. 아무튼,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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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