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12.12.25 비정규직에게 성탄절은 공휴일일까? by 파비 정부권
  2. 2012.10.20 택배탑차까지 사고 한달만에 정리해고 당한 사연 by 파비 정부권 (8)
  3. 2010.12.08 '역전의 여왕' 패배자들, “힘내라 힘내, 파이팅!” by 파비 정부권 (2)
  4. 2009.05.09 비정규직은 무급으로 쉬는 황금연휴가 괴롭다 by 파비 정부권
  5. 2009.05.08 사람과 개의 공통점과 차이 by 파비 정부권 (2)
  6. 2009.01.07 그들이 100M 굴뚝에 올라간 까닭 by 파비 정부권 (9)
  7. 2008.12.27 STX조선소에 뿌려진 70년대 유인물 by 파비 정부권 (1)
  8. 2008.12.03 KTX 여승무원들의 값진 승리 by 파비 정부권 (29)
  9. 2008.10.06 근로자 절반이 세금을 안 낸다고? by 파비 정부권 (28)

1. 크리스마스는 공휴일이다. 질문1. 비정규직 노동자는 크리스마스에 쉬면 유급일까요, 무급일까요?

2. 크리스마스는 공휴일이다. 질문2. 비정규직 노동자는 크리스마스에 쉬어도 될까요, 안 될까요?

3. 크리스마스는 공휴일이다. 정규직노동자에겐 유급휴일이다. 그러나 비정규직노동자에겐 무급휴일이다. 그렇다면 무급휴일이란 의미는 뭘까? 휴일이 아니란 말이다. 물론 무급으로 쉴 자유는 있지만 이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간 큰 비정규직은 별로, 아니 거의 없다. 내 친구에게 조금 전 전화를 해서 물어보았다.

"야, 너 오늘 뭐했냐?"

"뭐 하긴 임마, 일하고 지금 퇴근하는 길이다."

"오늘 쉬는 날 아이가?"

"얌마, 우리 놀면 무급이다. 그라고 우리한테 노는 날이 어데 있노? 토요일도 안 나가면 무급이고, 돈도 돈이지만 놀고 싶어도 눈치 보여서 못 논다 아이가. 우리는 일년에 삼대절만 유급으로 쉴 수가 있다. 성탄절은 삼대절에 안 드간다네... 하하."

그리고 마지막으로 친구 왈,

"그래도 오늘은 성탄절이라꼬 잔업은 안한다. 이기 다 예수님의 은총 아이가."

4. 위 3번 글에 이런 댓글 의견교환이 있었습니다.

(이장규) 정규직도 원래는 유급휴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노동자들에게 보장되는 유급휴일은 주휴일 즉 일요일과 노동절 뿐입니다. (다른 공휴일은 관공서와 공무원이 쉬는 날일 뿐, 일반 회사의 노동자들에겐 꼭 휴일이라야 한다는 법적 규정이 없습니다). 다만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의해 공휴일에도 쉬는 것이지요. 쉽게 말해 노조가 힘이 있거나 사장이 그나마 약간 신경을 썼을 때 유급휴일이 적용되고 중소기업 같은데선 정규직이라도 그냥 무급휴일이거나 정상근무인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권) 그렇죠. 주 40시간제 하면서 토요일을 주차로 할 건지 말 건지 논란하다 그냥 주차 아닌 휴일로 된 걸로 아는데요. 대공장 중심의 노조 입장에선 어차피 도로 가나 모로 가나 주40시간이 현실적으로 관철되면 된다 생각했겠지요. 소위 자본은 명분을 노조는 실리를 취한 건데 결과적으로 보자면 자본이 훨신 명석했던 게지요(결국 자본이 명분도 실리도 다 챙겼음. 약간의 수학적 상식만 있으면 금세 알 수 있는 일). ㅠㅠ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는 주 40시간 노동제 국가가 아니란 말씀.

5. 비정규직, 파견노동자, 노동의 유연화 같은 말들이 유행한 것은, 그리고 제도로써 자리를 잡은 것은 인정도 기억도 하기 싫으신 분들도 많겠지만, 애석하게도 민주당정권 10년이다(물론 새누리당의 전신 민자당정권 때도 꼴통좌파에 노동운동가 출신 김문수를 앞장세워 노동악법을 통과시키고자 시도도 했고 성공도 한 걸로 안다). 쌍용자동차사태, 한진중공업사태의 출발도 사실은 이때다. 대선 이후에 많은 분석들이 50대의 반란 혹은 50대의 역습을 언급한다. 50대의 투표율이 90%에 달한데다가 50대가 이른바 베이비부머세대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파괴력은 상상 이상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50대의 역습 따위가 아니라 이렇게 부르는 것은 어떨까 싶다.

50대의 복수.

노동의 유연화란 깃발 아래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맞고 가장 많은 피를 흘린 세대가 바로 이들 아닌가. 무조건 비난하긴 애매한 지점이 있다는 말이다. 자영업푸어, 하우스푸어의 상당수가 이들 50대들이란 점도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최근 젊은층들이 부르짖고 있다는 "시내버스나 지하철에서 노인들에게 자리 양보하지 말자!" 주장에 공감하는 속 좁은 족속에 속한다. 그리고 진짜로 양보 안할란다. 하긴 이제 뭐 내가 양보 안해도 아무도 말 할 사람이 없다는 게 슬픈 일이지만서도... ㅎㅎ

암튼 크리스마스에도 쉬지 못하고 출근해서 * 빠지게 일 하고 돌아오는 간이 작은 내 친구 비정규직 노동자 김○○군을 애도하며 푸념 좀 해보았다. ㅠㅠ

ps; 페이스북 담벼락에 올린 순서대로 순번을 달았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택배회사에 취직했다. 새벽 5시부터 낮 12시까지 하는 일이다. 탑차를 사야한다고 해서 650만원 주고 중고 리베로탑차 샀다. 한달 가까이 열심히, 신나게 일했다. 그런데 어제 느닷없이 그만두란다.

왜? 일감이 줄어 인원을 반으로 줄여야겠단다. 그럼 탑차는 인수할 거냐? 그랬더니, 그건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다음주까지 생각해보겠단다. 아, 억울하다. 인생 조까타. 사장을 확 패주고 싶다.

그러고 오후에 투잡으로 하는 택배회사에 배달하러 갔다. 나는 월영동 구역인데 합성동 배달하는 놈이 내 물건을 지 차에다 실어놓고 있다. 보았더니 한집에만 스물 몇 개가 한꺼번에 들어가는 거다.

아, 씨바, 뭐야? 했더니 경리왈, "아저씨,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아들뻘이나 되는 그 젊은 놈도 말이 없고... 이건 무슨 시추에이션이야? 알고 봤더니 이놈이 지점장 조카란다. 미루어 어제 하루만 그런 일이 있었던 게 아닌 것 같다. 내가 오후반이다 보니 지들끼리 그런 식으로 때깔 좋은(한집에 몇십개씩 들어가면 한번 배달로 몇십개를 배달하게 되는 효과가 난다) 물건은 슬쩍 해쳐먹는 거다. 지점장의 조카라는 빽으로...

이래도 되는 거야? 이래도 내가 이 일 계속해야 되는 거야? 여러분이라면 할 수 있겠어? 네, 네, 참으면서? 물론 내 이야기는 아니다. 내 주변 절친 형님의 이야기다.

초기에 길 익힌다고 나도 한 4, 5일 함께 배달해주었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더 성질 난다. 세상 참 더럽다. 이러고도 살아야 한다니...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애, 말로만 떠들지 말고 직접들 해보시라. 그럼 그게 뭔지 알게 될 거다... 시간당 4000원짜리 인생이 어떤 것이지를 말이다.

그래서 어제 부동산 사업하시는 박성철 형님 사무실에 가서 "낮술 한잔 합시다" 이렇게 해가지고 한잔 진하게 빨았다. 비정규직 열 받으니 돈 되는 건 무확화이트 사장밖에 없는 듯하다. ㅠㅠ

ps; 열 받아 페이스북에 쓴 글인데, 정리해서 올리려다가 시간이 없어 그냥 올림. 

Posted by 파비 정부권

사실 제가 요즘 좀 우울합니다. 어쩌면 우울증 초기 증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람이 산다는 게 참 힘듭니다. 인생이란 어차피 그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작은 기쁨에 만족해하고 행복해하다가도 어느 순간 그 작은 만족을 송두리째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늘 만족을 누리며 사는 사람들이야 많은 만족들 중에 몇 가지쯤 잃어버려도 잠시 서운한 것으로 끝내면 될 터이지만, 오랜 시간의 기억을 뒤로 하고 겨우 얻은 것이었다면 그렇게 쉽게 마음을 정리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우울증이란 게 그렇더군요. 물론 의사의 진단을 받은 것도 아니고 그저 제 짐작입니다만, 가슴이 울렁거리고 조마조마하며 속이 메스껍고 안절부절 허둥대는 것입니다. 손도 떨리고 다리도 후들거립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 쓰려고 해도 무얼 써야할지 낱말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소주라도 한잔 마셔야 겨우 진정이 되고 떨리고 후들거리는 증상들이 사라집니다. 그러나 술기운이 가시면 또 역시 마찬가지 증상이 찾아옵니다. 이 우울증이란 놈이 어떤 사람들에게 잘 들러붙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평범한 사람들과 친하진 않겠지요.

그런데 이 불편하고 마땅찮은 우울한 증세로부터 벗어나는데 술보다 더 좋은 약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바로 연속극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연속극을 보지 못했습니다. 지난 몇 달 그래서 블로그에 글도 별로 올리지 못햇습니다. 이번 월, 화요일에 보지 못한 <역전의 여왕>을 다음캐쉬로 다운 받았습니다. 

<역전의 여왕>은 아시는 분은 아시지만 ‘인생의 패배자’들이 모여 한편의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입니다. 그 패배자들이란 회사로부터 구조조정당한, 말하자면 회사로부터 잉여인력으로 낙인찍힌 쓸모없는 인생들입니다.

그들이 마지막 한 번의 기회를 부여받아 모인 곳이 특별기획팀입니다. 이 특별이란 단어에는 세상으로부터 도태된 잉여존재란 의미가 함축돼 있습니다. 일반에 포함되지 못하는 특별. 곧 사라질 것을 전제하고 만들어진 한시적인 조직이 특별기획팀입니다.

이 특별기획팀에는 정말 불쌍한 사람이 두 사람 있습니다. 한 사람은 목영철 부장입니다. 그는 기러기 아빠입니다. 그의 아이들은 미국인지, 캐나다인지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아무튼 그곳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아이의 엄마도 아이들 뒷바라지를 위해 함께 떠났지요.

그는 아이들 유학비를 넉넉하지는 못해도 부족하지 않게  보내주고자 조금이라도 돈을 절약하려고 고시원에서 생활했습니다. 직장에서는 상사들 눈치를 살피며 술도 많이 마셔야 했습니다. 원래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술을 많이 마셔야 한다는 사실은 다들 잘 아실 겁니다.  

그런 그가 간암에 걸렸습니다. 시한부 인생입니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6개월. 특별기획팀에게 주어진 시간과 같습니다. 그의 소원은 죽더라도 회사에서 일하다 죽는 것입니다. 그래야 보험료라도 받아 아내와 아이들이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한 사람의 불쌍한 인생이 있습니다. 소유경. 그녀는 매우 박복한 스타일입니다. 요즘 말로 하자면 소녀가장 출신입니다. 대학도 한 학기 공부하고 한 학기는 휴학해서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동생들 학비며 뒷바라지를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이 거의 없다보니 남 앞에서 자기주장을 떳떳하게 내세우지 못합니다. 자신감도 없습니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어느 줄에 서야 할까 눈치만 보며 살았습니다. 그래서 줄이라는 것을 잡아보지만 잡는 줄마다 썩은 동아줄입니다.

아무런 존재감도 없던, 그런 그녀가 특별기획팀에서 중요한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맡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자기가 다 망쳐버릴까 봐, 다른 사람의 희망까지도 다 망쳐버릴까 봐’ 너무 겁이 났던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덜덜 떨고만 있었습니다.

쇼핑몰 프로그램도 그렇게 망칠 뻔 했지만 다행히 황태희의 기지로 위기를 넘겼습니다. 오히려 자연스런 황태희의 순발력으로 폭발적인 매출을 올려 특별기획팀이 주목받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럼에도 특별기획팀 구용식 본부장은 끝까지 소유경에게 발표를 맡깁니다.

벌벌 떨기만 하는 소유경을 데리고 지하철로 간 황태희. 소유경에게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해볼 것을 종용합니다. “여기서 자신감을 얻어 봐, 너는 할 수 있어” 하고 소유경을 떼밀지만 한 번도 자기 존재를 드러내본 적이 없는 소유경은 계속 떨면서 못하겠다고만 합니다.

이때 목 부장이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자기의 처지에 대해 지하철 승객들에게 털어놓습니다. 그의 돌연한 발표를 듣던 소유경은 깜짝 놀랍니다. 자기기 좋아하고 따르던 부장이 간암말기라니.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던 황태희는 살며시 눈물만 흘릴 뿐입니다.

목 부장은 소유경에게 힘을 주기 위해 자기의 아픈 상처를 드러내며 사람들 앞에 선 것입니다. 소유경이 일어섰습니다. 그녀는 힘을 얻었습니다. 그녀는 약간 떨기는 했지만, 차분하게 자기 이야기를 다했습니다. 그녀는 힘겹게 자기 존재를 드러낸 것입니다.

아마 이 장면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심장은 정말로 강철로 만든 것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숨어서 이들이 하는 행동을 지켜보던 구용식 본부장과 그의 비서(구용식의 후배이자 가장 절친한 존재)도 눈물을 찍어냅니다.

실로 한편의 드라마였습니다. 아 그렇군요. 이건 사실 드라마가 맞지요. 그러나 아무튼 <역전의 여왕>은 실패자들이 모여 성공담을 만들어가는 드라마이면서도 한편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특수한 모순을 제대로 드러내고 있는 프레젠테이션이기도 합니다.

이 드라마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세상에 쓸모없는 인생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을 수는 있어도 이른바 구조조정이란 이름으로 정리해고 대상에 이름을 가볍게 올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입니다.

울산시 인구 5명 중 1명이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합니다. 경제활동 인구를 절반으로 잡았을 때 2명 혹은 3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이란 말입니다. 혹은 이보다 더 비율이 높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요즘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더 많습니다.

이들은 <역전의 여왕>에 나오는 특별기획팀 사람들처럼 언제든 정리해고 될 것을 예정하고 취업이 된 사람들입니다. 말하자면 시한부 피고용자인 셈입니다. 시한부 취업, 시한부 노동자, 시한부 인생, 이것이 바로 비정규직입니다.

울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목숨을 건 파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사법부가 이들을 비정규직으로 처우하는 것이 불법이라고 판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하청회사를 없애고 이들을 해고했기 때문입니다.

합법적인 비정규직 고용 자체도 비인간적이고 반사회적인 처사이지만, 마치 비정규직으로 고용한 것처럼 위장해서 헐값에 더 힘든 일을 시키며 부려먹는 것은 실로 인간이 할 짓이 아닙니다. 이들의 처지를 뻔히 알면서도 이기심에 연대하지 않는 정규직도 마찬가집니다.

목영철 부장과 소유경의 눈물어린 지하철 발표를 들으면서 속으로 그들에게 이렇게 외쳤습니다. “힘내라 힘내, 파이팅!” 그들은 아마 파이팅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은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주어진 기회를 잘 잡을 것입니다.

이제 이 파이팅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힘차게 외쳐주고 싶습니다. 이들은 사법부로부터 “더 이상 비정규직이 아니며 정규직이다”라는 기회의 판결을 얻었지만, 현대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불법을 중단하고 즉시 정규직으로 인정하라”는 외침을 강제진압과 경찰에 고소, 손해배상 청구 등의 물리적 수단으로 잠재우려 합니다. 경찰은 이미 10여 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조 간부들에게 체포령을 내린 상태입니다.

참으로 이상합니다.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현행범 현대차 사주는 체포하지 않으면서 그 불법을 중단하라고 외치며 농성에 들어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겐 즉각 체포령이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정의는 승리하겠지요? 그러므로 다시 외칩니다. “힘내라 힘내, 파이팅!” 

그러고 보니 이렇게 힘든 가운데서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겨우 ‘그만한’(제겐 그리 작은 일도 아닙니다만) 일로 우울증 운운하는 제 자신이 한심하기만 합니다. <역전의 여왕>을 보고 나니 한결 진정되는 느낌입니다. 이렇게 글도 쓸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모르겠습니다. 한번 화학적 반응이 몸속에서 일어나면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는 것이 또한 신체의 원리라고 알고 있습니다. 어느 선까지는 관리가 되고 통제가 되지만, 그 선을 넘으면 돌이키기 어려운 것은 사실 물질세계나 인간세계나 비슷한 것입니다.

내일 100인닷컴과 회원 블로거들이 공동으로 한나라당이 ‘어르신들 틀니 무상보급과 아이들 무상급식에 관한 복지예산’을 삭감한 문제에 대해 경남도의회 기획행정위 소속 석영철 의원(민노)실에서 간담회식 취재를 하기로 했는데, 그것도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연속극을 보고나니 한결 나아지긴 했는데 그래도 아직 두근두근 거립니다. 거다란님처럼 두관두관 거리면 좋겠는데, 그건 아니고…. 이번엔 이어서 <대물>을 연속해서 봐야겠습니다. 오늘은 완전 드라마 몰아서 보는 날입니다. 덕분에 다음캐쉬도 막 깨지고 있습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경남도민일보 블로거강좌에 갔다가 찍은 사진

오늘은 부처님 오신날.

석탄일, 초파일 등으로도 불리는 날입니다. 석가모니는 인도의 카스트 중에서도 크샤트리아라고 하는 왕족무사계급에서 태어난 분입니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뜻한 바가 있어 모든 부귀와 영화를 버리고 고행의 길을 떠납니다.

 

그리고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6년간 고행을 한 끝에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부처가 된 것이지요. 석가가 이렇듯 고행을 하신 뜻이 어디 있었겠습니까. 모두 중생을 구제하고 자비를 베풀기 위함이 아니겠습니까?

 

석가가 왕이 될 지위마저 버리고 중생구제의 뜻을 두고 출가를 했을 때 그에겐 아들이 하나 있었다고 합니다. 그 아들의 이름이 라훌라라고 했던가요? 그 뜻을 풀이하면 이라고 하니 철저하게 자신을 버리고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석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지요.

 

나중에 라훌라는 혹이 아니라 석가의 십대제자 중 한 분이 되었다고 합니다. 성철스님에게도 따님이 한 분 계셨는데 그 이름이 아마 불필不必이었지요? 라훌라와 불필, 뜻이 비슷하군요. 그분도 성철스님을 따라 구도의 길을 걷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어느 신문에서 읽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오늘은 국가공휴일입니다. 저 같은 불자도 아닌 사람이야 오늘이 하루 쉬는 날이란 것이 사실은 더 중요하죠. 게다가 5일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니 부처님의 자비가 온 세상에 내린 듯 기쁘기가 한량없습니다.

 

그런데 석가탄신일이 공휴일로 지정된 유래를 들여다보면 그리 썩 유쾌한 일만도 아니랍니다. 성탄절은 본래 공휴일이었지만, 석가탄신일은 1975년이 되어서야 겨우 공휴일로 지정될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소송을 하는 등 노력 끝에 겨우…. 제가 국민학교 5학년 때 처음 부처님 오신 날이란 이름으로 하루 쉬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도 무지 기분이 좋았었지요.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기독교의 사랑에 비해 불교의 자비가 하등 모자람이 없을진대 왜 차별을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저는 천주교에 적을 두고 있긴 하지만 지금도 그런 생각이 든답니다. 여하튼 오늘은 하루 쉬는 날이니, 게다가 황금연휴까지 만들어주셨으니 부처님의 자비가 세상에 차고도 남을 것 같은 날이에요. 이런 날 그냥 보낼 순 없죠.

 

가장 친한 친구 종길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 친구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저의 요구를 거절하는 법이 없답니다. 종길아, 잘 지내나? 오늘 쉬는 날이재? , 맞다. 어제부터 쉰다. 5일까지 연휴다. 그란데 쉬먼 뭐 하노? 돈을 안 주는데. 우리 무급으로 쉰다 아이가.

 

무급? 공휴일인데 와 무급이고. 그럼 안 되지. 30일 중에 5일이나 월급 빠져버리면 뭐 먹고 사나. 고마 그냥 일하겠다고 하지 그랬나. , 그게 되나. 라인 끊어지면 다 쉬어야지. 내 혼자 나가 코 파고 있을까? 연휴가 이거 사람 쥑이는 기다.

 

그렇구나. 참 더럽네. 그건 그렇고 오늘 부처님 오신 날인데 우리 어디 조용한데 가서 막걸리나 한잔 할래? 그라까? 그라모 옷 입고 서로 전화하기로 하자. 어디서 만날 건지.

 

우리 친구는 비정규직이랍니다.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는 9백만에 이른다고 하는데도 사람들은 비정규직에 대하여 잘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비정규직 문제를 거의 매일 들으면서도 실상은 잘 알지를 못한답니다.

 

그러니 오늘처럼 부처님의 자비가 온 누리에 내리는 날에도 무급으로 놀아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거지요. 그나저나 5일 황금연휴를 돈 한푼 못 받고 쉬어야 한다는 친구녀석에게 막걸리 값 내라고 하긴 틀렸나 봅니다.

 

가만 지갑에 돈이 좀 들어 있나? ㅎㅎ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오늘 갑자기 장 그르니에가 읽고 싶어졌다. 엊그제 어떤 책(알라딘-티스토리 서평단이 제공한 마음이 머무는 도시 그 매혹의 이야기)의 서평을 쓰다가 장 그르니에가 생각났었다. 정확하게는 그가 했던 사막에서 혼자 사는 것이 사람들 속에서 혼자 사는 것보다 덜 힘들다는 말이 생각났었다. 그는 알제대학의 교수였으며 알베르 까뮈의 스승이었다.

까뮈는 장 그르니에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까뮈가 젊은 나이에 죽고 난 후에 그르니에는
알베르 까뮈를 추억하며란 책을 쓰기도 했다. 이외에도 그르니에는 일상적인 삶, , 모래톱, 지중해의 영감, 어느 개의 죽음 등의 작품을 남겼다. 오늘 읽은 책은 어느 개의 죽음이다. 삶과 죽음, 존재에 관한 프랑스인 특유의 사유는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난다. 장 그르니에의 서정적인 심경을 통해서 우리는 그런 것들을 보다 편리하게, 부드럽게 만날 수 있다.

어느 개의 죽음 - 10점
장 그르니에 지음, 지현 옮김/민음사


장 그르니에는 자기가 키우던 개가 죽고 난 후에 그 개를 위해, 그 개를 추억하며 이 책을 썼다. 그는 그가 사랑하던 타이오를 통해 평등, 자유, 구원, 죽음, 사랑 등의 문제들에 대해 간결하면서도 심오한 문체로 그러면서도 서정적인 아름다움으로 사색의 미로를 밝혀준다. 그러나 오늘 나는 그런 그르니에의 문제제기들보다는 다른 것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려 한다.

다름아닌 개와 인간의 공통점과 차이에 대해서다. 그르니에는 사람에게
인권이 있다면 개에게는 견권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인간과 개가 다름없이 같은 존재라는 인식을 내놓았다. 그에 의하면 개와 인간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거두어들일 수 있는 만큼만 씨를 뿌리기를! 하피즈의 말이다. 하지만 나의 욕망은 나의 필요와 능력을 초월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나는 다른 모든 생물과 다를 바가 없다고 여긴다. 나는 개들 중에서 귀감을 찾으려 했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개들은 먹을 기회가 생기면 배가 터질 때까지 먹어댄다. 개들은 자기들이 토해놓은 것조차 꺼리지 않는다는 사실은 꼭 성경을 읽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렇다. 개들은 우리보다 나은 존재가 아니며 우리에게 삶의 교훈을 전해주지도 않는다. 좀더 낮추어 말하면, 개들은 우리와 똑같다

나는 그르니에의 이 관점이 고금을 통틀어 모든 인간에게 통용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오늘날 우리들에겐 아주 적당한 비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회가 만들어내는 온갖 오물덩어리들을 개처럼 핥아대는 인간에 대한 비유는 그 비유의 흉측함에도 불구하고 그리 틀린 것도 아니라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그렇다. 개들은 우리보다 나은 존재가 아니며 우리에게 삶의 교훈을 전해주지도 않는다. 좀더 낮추어 말하면, 개들은 우리와 똑같다.
그러나 다음 대목을 읽어본다면 우리는 결코 개와 똑같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아침이 되면 동물들은 당신을 찾아와서 애정을 표시한다. 동물들의 하루 일과는 이러한 사랑과 신뢰의 실천으로 시작된다. 적어도 넘쳐나는 애정을 표현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는 개와 인간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인간은 개가 가진 사랑과 신뢰를 갖지 못했다. 설령 그런 사랑과 신뢰를 갖고 있는 인간이 있다고 하더라도 개처럼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실천으로 삼는 경우는 아마 표본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 여기서 이런 결론이 나온다. 인간은 개보다 못하다.

 

장 그리니에의 말을 좀더 들어보자.

인간은 정말이지 위선으로 가득하다. 가엾게 여긴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동물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그 동물들로 배를 채우는 것이다. 이런 식의 가증스런 희극들이 도처에 가득하다. 강자는 약자의 껍질로 몸을 치장하지만 약자를 사랑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강자는 약자의 껍질로 치장하지만 약자를 사랑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보다 더 명철한 인간에 대한 분석이 어디 있을까? 장 그르니에는 이미 오래 전에 다른 세상으로 갔지만, 그의 이야기를 인간과 개가 아닌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비추어보면 이렇게 고쳐 말할 수도 있겠다.  

 

자본가들은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껍질로 치장하고 배를 채우지만 그들에게 일자리를 나누어주고 보살펴주는 것으로 간주된다.

 

, 여기서 슬프지만 다음과 같은 하나의 결론이 더 나온다. 인간은 개보다 못할 뿐만 아니라 매우 흉악하고 위험하기까지 한 동물이다!” 막상 써놓고 보니 너무 거친 표현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럴 듯한 것 같기도 하여 매우 씁쓸하다. 그러나 그르니에는 현실의 인간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갈파한 것일 뿐 인간 본성의 문제를 제기한 것은 아니리라. 그래서 다시 루소의 이 말이 희망이다. 

“자연으로 돌아가라!”        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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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 굴뚝농성 현장을 찾아서…

울산은 추웠다. 매서운 칼바람이 뺨을 할퀴며 달려들었다. 현대 미포조선 정문 앞에서 담배를 피워 물고 굴뚝의 위치를 찾았다. 짭짤하고 매운 바닷바람이 몰아치는 조선소는 황량했다.

굴뚝농성장 아래 도로변에는 십여 명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해 보였다. 이렇듯 엄혹하고 비장한 투쟁의 현장을 화기애애하다고 표현하면 모순일까?

화기애애한 농성장? 그러나…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었다. 100M 상공의 굴뚝 위에서 칼바람을 맞고 있을 그들의 동지들과 나누는 휴대폰 통화소리도 더없이 정겨워보였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둘러서있는 모습은 평화롭게 보이기까지 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높디높은 굴뚝의 위용이 장관이었다. 까마득한 꼭대기에 움직이는 물체가 감지되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며 손을 흔드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아! 농성자들이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 같은 사람은 저 높은 곳에 올라갈 엄두조차 내지 못할 것이다. 까마득한 높이에 사람이 있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일었다. 저들은 무엇 때문에 칼바람을 맞으며 보는 것만으로도 어지러운 저 높은 곳에 기어이 올라갔을까?

굴뚝 고공농성, 비정규 노동자들에 대한 정규직 노동자들의 따스한 연대

굴뚝 위에 올라간 두 명의 노동자는 한사람은 민주노총 울산본부 본부장(권한대행)이고 다른 한사람은 현대미포조선 정규직 노동자이며, 진보신당 당원들이라고 했다.

이들이 100M 상공의 굴뚝 위에서 농성을 시작하게 된 이유에는 매우 특이한 점이 있었다. 바로 비정규직 문제를 놓고 정규직 노동자가 벌이는 투쟁이란 점이었다.

굴뚝과 무전기대화 중인 창원 두산중공업 최병석 씨

이들의 요구는 소박했다. 현대미포조선 측이 하청업체인 용인기업 해고노동자 30명에 대해 행한 해고는 부당하므로 복직을 시키라고 명령한 대법원 판결을 지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이 내린 판결도 휴지조각에 불과했다. 아니 무슨 ‘백’으로 대법원이 내린 판결도 휴지조각으로 만들 수 있단 말일까? 모닥불이 타오르는 드럼통 속으로 피우던 담배를 집어던지며 한 노동자가 말했다.

“정몽준이 눈에 대법원 판결 따위가 보이겠어요? 그냥 무식하게 밀어붙이는 거죠.”

정몽준에겐 법도 안 통하나?

그랬다. 대한민국을 멋대로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 자본가들에게 대법원의 판결 따위는 한낱 ‘종이쪼가리’에 불과했다. 이들에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도 아니며 자유민주주의 국가도 아니다.

그저 돈 벌기 좋은 나라이며 돈 많으면 살기 좋은 나라이고 대접받는 나라이다. 돈을 위해서라면 노동자 한사람의 목숨쯤은 얼마든지 희생해도 좋은 그런 나라일 뿐이다.

대통령도 자기 편 아니던가? 대통령도 한때는 현대그룹 계열사의 회장으로 노동착취와 탄압에 누구보다 앞장섰을 게 아닌가 말이다. 그러니 이제 이 나라에서 그들이 못할 짓은 아무것도 없다.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참으로 희한한 나라이다. 평소 ‘법과 원칙’을 밥 먹듯 떠벌리던 사람들이 이런 문제에는 꿀 먹은 벙어리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눈엔 법과 원칙을 어기는 현대미포조선과 정몽준의 행태 따위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 모양이다.

벌써 농성을 벌인지 2주일이 지나고 있다. 이들 농성자들이 굴뚝에 개나리 봇짐을 짊어지고 올라간 것은 성탄 전야였다. 세상이 크리스마스로 들떠있었을 그때, 이들은 비장한 결의를 어깨에 둘러메고 굴뚝 위로 향한 것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어렵고 복잡한 일이 아니다. 

“대법원 확정판결을 준수하라. 법을 지켜라.” 

식사준비를 위해 그릇을 닦고 있는 굴뚝 아래 농성자들.

점심 메뉴는 컵라면. 그런데 눈치를 보니 삼식 메뉴가 모두 컵라면인 듯.

창원에서 격려방문 온 두사람도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편법적 비정규직 고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문, 종이로 만든 철퇴?

우리는 21세기 대한민국의 하늘 아래에서 1970년 자신을 불살라 외쳤던 전태일의 목소리를 다시금 듣고 있는 것이다. 오랜 분쟁의 끝에 내린 대법원의 판결은 다음과 같다.

“용인기업은 형식적으로는 피고 회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실질적으로는 업무수행의 독자성이나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현대미포조선의 일개 사업부서로서 기능하거나 노무대행기관의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고…, (따라서) 현대미포조선이 직접 용인기업 30명을 채용한 것과 같은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얼마 전, KTX 여승무원들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이와 비슷한 판결을 내려 하청회사를 만들어 비정규직으로 고용해오다 해고시킨 승무원들을 정규직으로 복직시키라는 판결을 내린바 있다. 법원이 자본의 편법적 비정규직 채용형태에 잇따라 철퇴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법원의 판결에 대해 현대미포조선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로서 실질적 사주인 정몽준 의원은 회사경영을 좌지우지하면서도 막상 이런 문제에는 “나는 상관도 없고 알 필요도 없는 일”이라며 발뺌을 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2003년 하청업체의 폐업으로 6년간 일자리를 잃고 현대미포조선을 상대로 복직투쟁을 해오던 용인기업지회 소속 조합원들이 다시 투쟁을 시작했고, 이를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현대미포조선 조합원 이홍우 씨가 투신하여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이 씨는 지금 생사불명의 상태에 있다고 한다.   

땔감을 위해 톱으로 통나무를 자르고 있다.

그런데 그 통나무에서 이런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여자분은 사회당 당원인듯.

불을 피워놓은 드럼통 위에다 열심히 무언가를 굽고 있다. 새우깡을 구워 먹으려고 그러나?

드럼통 위에 익은 새우깡(?)을 집어 맛있게 시식 중인 모습. 맛이 매우 고소하다고 했다.


농성장의 평화로운 분위기 이면에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있었다. 이명박이 747 공약으로 장밋빛 미래를 선전하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의 하늘 아래 벌어지는 이 추잡하고 참혹한 현실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 같았지만, 100M 상공의 굴뚝 위에서 죽음을 불사한 두 사람의 노동자가 온몸으로 진실을 토하고 있었다. 

정몽준과 MB과 원하는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그러나 현대미포조선 노동자들이 사선을 넘나드는 이 순간에도, ‘버스요금이 아직도 70원인 시대에 살고있는’ 정몽준은 죽었다 깨어나도 사태의 진실을 알 수 없을 것이다. 아니, 알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아마 누군가 그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보고했다면, 그는 틀림없이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뭐라고? 그런 일이 있어? 이런 몹쓸 놈들이…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그냥 알아서 처리해.” 

이런 사람이 한때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정몽준과 하나 다르지 않은, 아니 더했으면 더했을,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어있다. 이제 그들은 더 이상 거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언론장악도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을 뿐, 곧 다시 칼을 뽑아들고 더 큰 전쟁을 획책할 게 분명하다.

굴뚝농성장에는 10일이 지나도록 경찰과 회사경비원들의 제지로 기본적인 방한장비와 식의약품조차 공급할 수 없었다. “배가 고프면 내려오겠지!” 라는 게 그들의 대답이었다고 한다. 

마침내 민주노총과 대책위가 패러글라이딩을 통해 침낭과 의약품, 육포 등을 공급하는 작전(?)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최소한의 인간성조차 말살된 사람들이었다.

…정몽준과 MB가 원하는 세상은 과연 어떤 세상일까? 법 없이도 사는 세상? 그러나 이들에겐 벌써 법 따위는 필요 없는 세상이 된 것 같다. 이미 치외법권에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까…

2009. 1. 7.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STX조선이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2001년에 설립된 회사입니다. 원래는 대동조선이라는 회사가 1960년대부터 있었습니다만, 쌍용그룹 임원 출신으로 M&A의 귀재라는 강덕수 현 STX그룹 회장이 인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 회사입니다. 경남 진해와 창원, 마산에 STX조선소와 STX중공업, STX엔진 등 주요 사업체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동안 이 회사는 양적, 질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불과 5년 만에 매출 28배, 자산규모 12배의 고속성장을 이루어냈고, 현재는 매출 6조 4000억 원에 10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재계서열 20위권의 대기업으로 발돋움했습니다. 

중국에도 진출해 다롄에 조선소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유럽 최대의 대형 크루즈 선사인 아커야즈를 인수해서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로써 STX는 단기간에 세계 6위의 조선회사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에 유인물이 뿌려졌습니다. 1970년대도 아니고 1980년대도 아닌 21세기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에서 비밀리에 일어난 일입니다. 공개적으로 공장 정문에서 출근하는 노동자들에게 유인물을 배포한 것도 아니고, 비밀결사가 목숨을 내어놓고 거사를 결행하듯 그렇게 뿌려졌다고 합니다.

STX 다롄 조선소 1단계 준공식 및 첫 선박 진수식. 사진=이하 모두 경남도민일보


요즘 세상에도 이런 70년대 유인물이…

유인물의 내용을 보면 마치 우리가 1970년대를 살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착각이 듭니다. 노동조합을 결성하자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노동법에 명시되어있는 법적 의무사항인 『노사협의회』를 만들자는 소박한 내용이었습니다.

노사협의회는 노동조합이 없는 기업에 의무적으로 만들도록 노동법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한국노총도 있고 민주노총도 있지만,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전체의 90%를 넘습니다.

따라서 노사협의회는 이처럼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기본권을 보장받도록 하기 위한 최저한의 조치인 것입니다. 그래서 노사협의회법은 강행규정, 즉 반드시 지켜야하는 강제법규로 제정되었습니다.

그런데 노사협의회를 요구하는 유인물이 비밀리에 삐라처럼 뿌려진 것입니다. 그것도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말입니다. 그렇다면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저한의 조치’ 노사협의회법은 실제로는 아무런 효력도 없는 죽은 법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니, 노조도 없는 회사에 여태껏 노사협의회도 없었단 말입니까? 그럼 임금이나 근로조건 같은 것은 어떻게 정한단 말이죠?”

"근로조건? 그런 게 어디 있나."

STX조선에 다니는 한 노동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물어보는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런 게 어디 있어. 말도 못 꺼내지. 월급 같은 건 그냥 주면 주는 대로 받고 그러는 거고. 근로조건? 그런 말은 이 세계엔 없어.”

“그런데 노조도 없이 어떻게 이런 유인물을 뿌리게 되었죠? 매우 힘들었을 텐데… 위험부담도 컸을 테고. 어떤 특별한 계기나 뭐 그런 게 있었나요?”

“그런 건 없어. 그냥 우리도 보는 눈이 있으니까. 정규직들은 우리보다 더 편한 일 하면서 월급은 두세 배 더 많이 받아가고 토요일 일요일 꼬박꼬박 쉴 수 있지.”

그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에 뒤섞인 슬픔 같은 것이 배여 있었습니다.

“우리는 토요일도 없어. 주 40시간 근무제? 그런 게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 있다면서.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이야. 이제 더는 못 참는 거지. 상여금이 100%야. 20년 전에도 이런 회사 없었다고.” 

더는 못 참겠다는 그의 말을 들으며 갑자기 전태일 열사가 생각났습니다. 그는 근로기준법을 자신의 몸과 함께 불태우며 이렇게 외쳤다고 합니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근로자를 혹사하지 말라!”

그러나 40여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날에도 여전히 노동법은 노동관료들의 책상 위에서 먼지나 먹으며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나 봅니다. 세상은 아직도 나아진 것이 별로 없습니다.

금년 8월, STX조선은 유럽 최대 조선사 아커야즈를 완전 인수했다.

STX의 고속 성장, 그러나 하청노동자들의 삶은 거꾸로 70년대로…

STX가 고속 성장한 배경에는 물론 강덕수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경영을 잘한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현장에서 묵묵히 땀 흘려 일한 노동자들의 공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STX의 하청노동자들은 7~80년대보다 못한 대접을 받고 있었습니다.

STX는 본사직원보다 하청노동자들이 더 많은 기형적 노무체제를 갖고 있는 회사입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1990년대 이후 정부의 비정규직 노동정책이 STX가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하청 위주의 사업장을 확대하는 데 보탬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이 정한 주 40시간 노동제도 이들 하청노동자들에겐 그림의 떡입니다. 이들은 사실상 비정규직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고 있었습니다. 이들에겐 정규직(본사) 노동자들에게 제공되는 어떤 혜택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하청노동자들에게 주 40시간 노동은 그림의 떡

주말에도 묵묵히 일해야 합니다. 물론 토요일에 일하지 않고 쉴 권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무급휴일입니다. 말하자면, 일하지 않는 대신에 굶어죽을 권리가 주어진 것이지요. 이렇게 해서 받아가는 돈은 평균 연봉 1500을 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2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일시에 10여개의 샤워기에 매달려 조선현장에서 흘린 땀과 기름을 씻어내야 합니다. 마치 일제시대에 징용된 북해도의 탄광노동자들이 연상되지 않으십니까?

물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기야 하겠느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비약입니다. 아무리 그렇지만 21세기 선진 대한민국의 노동자를 징용된 일제 탄광노동자와 비교할 수야 있겠습니까?

회장 등 임원진은 100억대의 보너스 지급하면서…

그러나 그들이 가지는 박탈감이나 상실감은 오히려 더 크다는 것을 우리는 모르고 있습니다. 그들이 누리는 동시대의 보편적 삶의 질은 오히려 그때보다 더 못하다는 것을 우리는 모르고 있습니다.

그들은 퇴근하고 동료들과 함께 마시는 소주 한 잔도 부담스럽습니다. 그들이 감당해야할 짐의 무게는 7~80년대의 노동자들보다 훨씬 크고 무겁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에게 주어지는 대가는 이 짐을 감당하기에 너무나 턱없이 모자랍니다.

STX 이사회는 올해 강덕수 회장이 회사발전에 공헌한 점을 인정해 100억 원대의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다른 임원들에게도 역시 이에 상응한 보너스가 성과급으로 지급되었습니다. 자기들끼리는 고속 성장한 회사를 축하하며 이미 모든 논공행상을 다 벌였습니다.

STX 본사 앞에서 항의시위 중인 마산 수정만 매립 반대 시민들. 사진=2kim.idomin.com 김훤주 기자


월드 베스트 STX? 월드 베스트 악덕기업!!

그러나 강덕수 회장이 약속한 “5년 안에 정규직과 비슷한 대우를 해주겠다”는 말은 이미 거짓말이 된지 오래입니다. 게다가 ‘World Best STX’ 하청노동자들에겐 ‘노사협의회’마저 없습니다. 법이라는 이름으로 국가가 부여한 강제적인 보호 장치도 그들에겐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STX는 법에 보장된 노사협의회마저 허용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만주에 독립운동 자금 부치듯 비밀리에 유인물이 STX 조선소에 뿌려졌습니다. 앞으로 STX조선과 STX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 매우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2008. 12. 26.  파비                 

STX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분은 2kim.idomin.com 에 가셔서 STX를 검색해보세요. 참고로 STX중공업이란 회사는 완전히 하청 비정규직노동자들만으로 돌아가는 회사라고 하는군요. 말하자면, 공장에 본사 직원이 없다는 말입니다.  

<노사협의회 설치를 요구하는 STX 하청노동자들이 배포한 유인물>

노사협의회 설치하여 우리 권리 우리가 얻어내자!!

STX조선 하청노동자들은 봉인가?

STX는 재계 순위 20위권의 대기업이다. 단기간의 고속성장을 이룬 배경에는 열심히 일한 하청노동자들의 땀이 서려있다. 그러나 우리 하청노동자들은 70년대보다도 못한 열악한 근로조건 속에 버려져 있다. 근로기준법이 정한 주 40시간 노동도 우리에겐 그림의 떡이다. 정규직들이 토요일에 여가를 위해 떠나는 차량행렬을 비집고 우리는 일터로 향해야 한다. 장시간 노동에도 우리가 받아가는 임금은 최저생계비를 겨우 웃도는 형편없는 수준이다.

70년대 탄광보다도 형편없는 복지시설

200명도 넘게 수용하는 탈의실에 샤워기는 고작 10개가 고작이다. 뜨거운 조선소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하루 종일 땀 흘린 우리 하청노동자들 깨끗하게 씻고 집으로 돌아갈 자유도 없다. 힘들게 일하는 우리에게 지급되는 점심식사는 2600원짜리 ‘짬밥’이다. 이런 형편없는 밥을 먹고 쇳가루와 먼지가 뒤범벅이 된 현장을 책임지라는 회사는 악마가 아닌가.

상여금이 고작 100%, 이게 뭡니까?

STX 강덕수 회장은 100억대에 달하는 상여금을 보너스로 받았다고 한다. 열심히 일한 대가를 받는 것에 토를 달 사람은 없다. 그럼 강덕수 회장이 100억대의 보너스를 받을 동안 우리 하청노동자들은 아무 일도 안 하고 놀았는가. 그래서 우리에겐 고작 상여금 100% 지급도 아까워하는 것인가. 지금 세상에 상여금을 100% 받는 회사가 있다고 하면 지나던 개도 웃고 말 것이다.

월드베스트 STX? 월드베스트 악덕기업!!

새벽밥을 먹고 나와 하루 16시간 이상을 회사에 몸 바친 우리가 이런 대우를 받고 살아야하는 것이 바로 STX의 월드베스트다. STX에겐 일당 4만 원짜리 노동자들을 하청 비정규직으로 고용해 장시간 노동으로 부려먹는 월드베스트다. 토요일을 무급으로 만들어 강제로 노동을 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도록 만드는 월드베스트다. 노동자들의 피를 빨아 자기들 배만 채우겠다는 월드베스트다.

강덕수 회장이 “5년 안에 정규직과 비슷한 대우를 받도록 해주겠다!”던 약속은 이미 거짓말이 되었다. 이에 우리는 요구한다.

1. 하청노동자들에게도 연간 상여금 500%를 지급하라!

2. 토요일을 비롯한 무급휴일을 폐지하고 유급휴무제를 실시하라!

3. 사내 복지시설, 자녀 학자금 등 복지혜택을 정규직 수준으로 대우하라!

노사협의회를 구성해서 우리의 권리는 우리가 스스로 얻어내야 한다

전체 하청노동자들에게 호소한다. 이런 요구들은 우리가 아무리 한다고 해도 STX자본과 하청업체가 들어줄리 만무하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노사협의회를 설치해야 한다. 노사협의회는 법에으로도 보장돼 있다. 앞으로도 형편없는 복지시설에서 2600원짜리 짬밥을 먹으며 토요일에도 쉬지 못하고 일하고 상여금 100%에 감지덕지하면서 계속 STX의 봉이 될것인가? 아니면 우리 권리를 회사에 당당히 요구할 것인가?

하청노동자 여러분! 우리 모두 힘을 모읍시다.

노사협의회 설치하여 우리의 권리는 우리가 찾읍시다.

노사협의회 설치를 요구하는 STX 하청노동자 일동

Posted by 파비 정부권

KTX 여승무원들이 기나긴 싸움에서 중요한 승리 하나를 일궈냈습니다. 12월 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KTX 여승무원들이 철도공사 직원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동안 KTX 열차승무지부장 등 KTX 해고 승무원 34명은 법원에 철도공사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보전 및 임금지급 가처분 신청’을 내고 2년여에 걸친 투쟁을 해왔습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철도공사가 여승무원들로부터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을 포함한 제반 근로조건을 정했다고 본다”고 밝히면서, 그렇다면 이는 “철도공사가 KTX 승무원들을 직접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였습니다.

KTX 투쟁, 부당한 차별과 탄압에 대한 저항의 상징

지난 2년여 동안 KTX 여승무원들은 소송을 진행하는 한편, 삭발투쟁, 쇠사슬 침묵농성은 물론이고 40M 높이의 철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생존권을 향한 이들의 몸부림은 우리사회의 부당한 차별과 탄압에 대한 상징적 저항이었습니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노무비 절감과 노동통제의 수단으로 악용되어온 근로자파견제(외주위탁)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9월 서울역사 안에서 쇠사슬을 감고 농성을 벌였던 KTX 승무원들 (사진=레디앙)

과거 우리나라는 근로기준법에서 노동자와 사용자의 근로계약에 개입하여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중간착취로 규정하여 금지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도입된 근로자파견법은 직접고용의 예외를 인정하고 중간착취를 정당한 행위로 만들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이어 인력만 관리하는 회사를 설립해 여기에 고용된 노동자들의 임금 중 일부를 수수료로 챙기는 형태의 근로자파견회사가 도처에 생겨났습니다.

외주위탁에 의한 중간착취의 대표적인 케이스 중 하나가 경비원들입니다. 예를 들면 창원공단에는 수많은 공장들이 있습니다. 이들 공장들에는 작은 규모라 하더라도 최소 10명 내외의 경비원들이 필요합니다. 대공장 같은 경우엔 훨씬 많은 수의 경비원들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들이 하는 일은 보통 주야 맞교대로 근무하며 회사의 보안을 책임지는 중요한 업무에 속합니다. 물론 경비업무 외에 노조탄압에 동원되기도 합니다만….

근로자 파견제도는 중간착취의 전형

그런데 이들 경비원들이 90년대 근로자파견법이 제정되면서 가장 먼저 철퇴를 맞은 직종이 됐습니다. 이들은 이제 자기가 경비업무를 보는 회사가 아닌 별도의 경비회사에 소속되어 일합니다. 그러나 사실 이들은 자신이 소속된 법적 고용회사가 어디인지 알지 못합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을 뿐 아니라 그쪽 회사에서 찾아오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도 이들 경비원을 모집하고 채용하고 관리하는 모든 업무를 본사에서 다 했습니다. 그 경비원이 소속된 경비회사는 아무 것도 하는 일이 없습니다. 다만, 본사에서 매달 보내주는 경비원 수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고 일정액을 공제한 다음 다시 봉투에 넣어 경비원들에게 지급하는 일이 그들이 하는 일의 전부입니다. 대개 3~40% 정도를 공제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것은 일례에 불과합니다. 우리사회에는 이런 형태의 비상식적인 노동조건 속에 버려진 수많은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전체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1,500만원 안팎의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들에겐 근로기준법상 주 40시간 노동제도 해당이 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근로기준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약 860만)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 이상(53.6%)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그저 통계일 뿐이고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철도공사는 즉시 KTX 해고 여승무원들을 복귀시켜야 

KTX 승무원들의 싸움은 이제 본격적인 시작일 뿐입니다. 아직 본안소송도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실질적 근로계약 관계를 중시한 재판부의 이번 결정은 커다란 진전입니다. 그래도 세상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보여집니다. 나아가 본안소송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KTX 여승무원 사건을 계기로 외주위탁,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차별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이 비정규직을 일소하고 나아가 모든 차별을 철폐하는 사회적 연대의 시발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철도공사는 법원 결정에 따라 즉시 KTX 해고 여승무원들을 직접고용으로 복직시킬 것을 촉구합니다.

2008. 12. 3. 파비

습지와 인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김훤주 (산지니,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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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사진 = 오마이뉴스

오늘 포털 <다음>에 올라온 연합뉴스 기사를 살펴보니 별 황당한 기사 제목이 다 있다. 근로자들 중 절반이 세금을 안 낸단다. 제목만 보면 마치 대기업들이나 고소득 전문직들처럼 근로자들도 탈세를 하고 있는 것처럼 오해하기 딱 알맞다.

우선 근로자들은 탈세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구조란 걸 알아야 한다. 직장에 다녀보지 않은 고소득 전문직들이나 재벌의 자식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겠지만, 내 손에 소득이 들어오기도 전에 이미 세금은 다 떨어져 나간다. 소위 원천징수라는 것이다. 사업자가 미리 매달 근로자의 월급에서 일정액의 세금을 떼어내 국가에 내고 연말에 정산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금을 너무 많이 뗀 사람은 마치 공돈 생기듯 연말에 돈을 돌려받는 것이고, 적게 뗀 사람은 매우 억울하게 마지막 월급에서 더 떼이게 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완전 자동화 시스템처럼 이루어진다.

그런데, 연합뉴스가 우리나라 근로자 2명 중 1명이 세금을 안 낸다는 특종을 실었다. 특종이라고 생각했으니 포털 <다음뉴스>의 메인에도 떴을 것이다. 근로자들만큼 꼬박꼬박 세금 잘 내며 사는 국민이 없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근로자들의 절반이 탈세혐의자들이었단 말인가?

다음은 포털 <다음> 메인뉴스에 실린 연합뉴스의 기사 중 일부이다.

근로자 2명중 1명은 세금 안내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10.06 10:04 | 최종수정 2008.10.06 10:37

자영업자는 37.5%가 면세자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근로소득자 2명 중 1명, 종합소득자 3명 중 1명 이상은 세금을 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기획재정부가 한나라당 정양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기준 전체 1천334만7천명의 근로소득자 중 면세자는 672만6천명으로 집계돼 면세자 비율은 50.4%로 나타났다. (후략)

그런데 이 기사제목은 틀려도 한참 틀렸다. 아무 생각 없이 뽑은 제목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이렇게 뽑은 것일까? 왜, 누구를 위해서?

기사 제목은 이렇게 고쳐야만 한다.

근로자 2명 중 1명은 세금도 못내
△면세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의 근로자가 무려 50.4%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이 53~54%에 이른다는 보고(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소장)가 있고 보면, 면세점 이하 근로자들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이라는 도식이 나온다. 역시 한국사회 최대의 문제는 바로 비정규직 문제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통계가 아닌가.

그런데 연합뉴스는 비정규직 노동실태를 고발하기는커녕 마치 근로자들의 절반이 세금도 안 낸다고 고발 하는듯한 제목을 뽑았다. 도대체 이분들의 머릿속 회로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들 50.4%의 면세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근로소득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비정규직 근로자들도 역시 세금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목마를 때 마시는 콜라 한 잔에도, 출근하기 위해 버스를 탈 때도, 식료품을 구입할 때도, 겨울에 추위를 막아줄 옷 한 벌에도, 이들은 부자들과 똑같은 세금을 내고 산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제발…, 제발…, 그래도 세상의 소금이 되고 빛이 되어줄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하는 언론들마저 이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서슬 퍼런 군왕의 권력에도 굴하지 않고 글자 한 자에 양심과 진실을 담았던 조선시대 언관들의 발끝만치라도 갔으면 좋겠다.

도대체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이렇게 기사를 쓰는 것인가?


2008. 10. 6.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