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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16 '미녀들의 수다'가 계속돼야 할 이유 by 파비 정부권 (75)

요즘 루저 발언으로 <미녀들의 수다>가 곤욕을 치루고 있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미수다 팬인데요. 흠, 미수다가 그냥 예쁘장한 외국 여자들 모아놓고 수다나 떠는 오락프로그램으로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답니다. 그런 수다 속에 배울 점도 참 많더라고요. 아이러니하게도 그 속에서 우리나라의 부조리한 현실도 발견하고요. 


미수다의 미녀들, 우리 사회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거울

외국인 미녀―그녀들이 미녀인지는 각자의 주관과 개성이겠지만, 어떻든 미녀들의 수다라고 하므로―들이 나와서 하는 수다들을 듣다 보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후진적인지 뼈저리게 느낄 때가 정말 많지요. 특히 핀란드나 독일 등 북유럽 선진국에서 온 미녀들은 정말 개념 있는 여성들이 많았어요. 아무렇게나 떠드는 수다 중에도 새겨들을 만한 말이 많더군요.

지난주에 방영된 미수다도 마찬가지였어요. 물론 다들 아시겠지만, 이날 미수다는 단지 뼈저림 정도만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소위 루저 파동이란 것이 있었지요. 이날 미수다는 특별히 한국의 여대생들을 초대해서 그녀들이 미수다에 대해 갖는 궁금한 점도 들어보고 또 미수다의 미녀들도 한국 여대생들에게 직접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그런 자리였죠.

그런데 이날 출연한 여대생 중 한 명이 "키 작은 남자는 루저다!" 라는 발언을 한 거예요. 폭탄이었죠. 그런데 폭탄은 이 한발로 끝난 게 아니었어요. 이에 질세라 다른 여대생이 "때리는 남자보다 키 작은 남자가 더 나쁘다!" 하고 한방 더 터뜨린 거예요. 당연히 전국이 난리가 났겠죠. 그러나 제게 이 루저는 새발에 피였어요. 

이날 출연한 한국의 여대생들 사유 수준은 최악이었어거든요. 어쩌면 그게 그녀들의 평소 생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긴 해요. 그러나 그렇다면 더 큰일이죠. 그런 사유와 생활방식이 평소 모습이라면. 아, 그러고 보니 이 나라가 그래서 요 모양 요 꼴인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왜 한국의 여대생들은 그렇게 명품을 갖고 싶어 할까요?" 이날 참석한 열두어 명의 여학생들에게 명품을 갖고 있는지 손을 들어보게 했더니 두세 명 빼고 다 들더군요. 그런데 이들의 명품 사용에 대한 변명이 걸작이었어요. "명품은 질기고 오래 가잖아요? 그러니 훨씬 경제적이에요. 좋은 물건을 질리지 않고 오래도록 쓸 수 있고, 사회에 나가서도 쓸 수 있죠." 

"게다가 어머니와 함께 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이 대목은 완전 압권이었어요. 저는 이 말을 듣는 순간 거의 자지러질 뻔 했답니다. 아하, 명품을 찾는 이유에는 지극한 효심도 있었구나. 그렇게 애써 변명을 했건만 외국에서 온 미녀들은 눈만 멀뚱거리며 도저히 믿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는 표정들이었으니….

한국의 여대생들은 핸드백에 그 많은 책과 공부 도구를 다 넣어 다니나요? 

그러나 한국의 여대생들이라고 당할 수만은 없는 법. 기회가 왔어요. 우리들의 잘 나가는 루저―제가 볼 땐 외모로는 이분도 루저에요. 그러나 위너보다 훨씬 훌륭한 잘 나가는 루저죠―남희석이 기회를 주었지요. "그럼 이번엔 한국의 여대생들이 미수다의 미녀들에게 질문을 한번 해보세요." 그러자 어느 여대생이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어요. 

"그런데요. 외국의 여대생들은 왜 모두들 백팩을 등에 메고 다니나요? 우리나라에 와서도 그러던데요. 꼭 등산가는 것처럼 말이죠." 물론 본인은 예리한 질문이라고 생각했을 테죠. 도대체 아리따운 여대생들이 백팩을 등에 메고 학교에 오는 모습을 상상할 수도 없고 상상하기도 싫다는 표정이었어요.     

그러나 외국인 미녀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이었어요. 그럼 책은 어디다 넣고 다니죠? 그러자 어느 외국인 미녀가 거꾸로 우리나라 여대생에게 물었어요. "한국의 여대생들은 모두들 핸드백을 메고 학교에 오던데요. 그럼 그 많은 책이며 공부 도구들은 어디다 넣고 다니나요? 핸드백에 그게 다 들어갈 수도 없을 텐데." 


제가 보기에 이날의 루저는 한국 여대생들이었어요. 그녀들은 확실히 루저였죠. 아니 루저란 말은 사실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도 있잖아요? 루저는 언젠가 위너가 되기 위한 과정이죠. 루저는 절대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게다가 이 나라에서 대부분은 루저죠. 저도 루저고요. 여러분은 루저 아닌가요? 아, 위너시라고요? 

아무튼 이날 미수다에 출연한 한국 여대생들은 루저는커녕 차라리 꼴불견이었어요. 딱 한사람만이 백팩을 메고도 모자라 손에도 책을 들어야한다고 했지만, 명품과 핸드백이란 대세에 밀려 그녀는 별로 빛이 나지 않았죠. 그러고 보니 우리가 기억하는 또는 상상하는 여대생의 모습이란 것도 결국 그런 거였군요.

하이힐을 신은 하얀 여대생이 책 한권을 가슴에 끼고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 아, 요즘은 버스가 아니라 지하철이나 택시를 타겠네요. 제가 늘 궁금했던 것은, 저렇게 책 한권 가슴에 끼고 학교 가서 무슨 공부를 한단 말이지? 하는 거였어요. 하긴 그렇군요. 대학은 공부만 하는 곳은 아니죠. 이날 어느 한국 여학생이 그랬지요. 

미수다가 계속돼야 할 이유? 우리가 얻는 교훈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1학년 한 학기 동안 미팅을 서른여섯 번이나 했다고…. 그래도 저는 미수다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미수다는 훌륭한 프로거든요. 미수다를 보고 있으면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들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를 알게 된답니다. 그녀들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수다만 떨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말이에요.

얼마 전에 미수다의 출연자 중에 따루라는 핀란드 여성이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지요. 그녀가 특별히 미모가 뛰어나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남다른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다른 데 있었던 것 같아요. 말하자면 그녀는 '개념녀'였던 거죠. 그녀가 던지는 수다 한마디 한마디는 우리가 가진 상식이 얼마나 허접한 것인지 깨닫게 해주었거든요. 

의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그녀는 가끔 정치인에 대한 이야기도 했는데요. 한번은 이런 말을 했었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 좌파라고 불리는 정치인들을 보면 우리나라에선 우파 정도도 되지 않아요. 그게 정말 이상해요." 네, 다른 말은 제쳐두고 이 말만은 정말 가슴에 와닿지 않나요? "정말 이상해요!"  

남들이 보면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우리는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도 느끼지도 못하며 살아왔던 것은 아닐까요? 자 마지막으로 이 글의 제목, 미녀들의 수다가 계속돼야 할 이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미수다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는 프로에요. 그녀들의 수다는 마치 우리 모습을 비추어주는 거울 같거든요. 이번처럼 말이에요. 

그러나 무엇보다 미수다는 색다르고 재미있는 프로이기 때문이지요.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