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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08 ‘반짝반짝’ 황금란의 악행, 친아버지 한지웅 탓? by 파비 정부권 (53)

‘반짝반짝 빛나는’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가슴이 답답합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아니라 ‘부글부글’ 끓습니다. 아, 왜 저렇게 살아야 할까? 황금란을 보고 있노라면 애증이 교차합니다. 동정심에 편을 들어주고 싶다가도 ‘아, 정말 지독하군!’ 하면서 마음의 발길을 돌리는 것입니다.

저는 원래 황금란 역의 이유리가 가진 마스크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본인으로서야 기분이 유쾌하지 않겠지만, 그거야 제 취향이니 어쩌겠습니까. 대신 저는 한정원 역의 김현주가 가진 마스크를 더 좋아합니다. 그것도 제 취향이니 김현주가 마음에 안 드시는 분들 저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김현주보다는 황금란을 응원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녀의 인생이 너무 불쌍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어머니 그러나 실은 생모가 아닌 어머니 이권양의 그녀에 대한 애틋한 모정마저도 지나친 이기주의라고 생각될 만큼 저는 그녀가 불쌍했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치고 ‘아, 나도 부잣집 아들이었으면’ 혹은 ‘부잣집 딸이었으면’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사실을 고백하면 저도 무지하게 그런 꿈을 꾸며 만족감에 젖어 공상에서 제발 깨어나지 않기를 바랄 때가 많았습니다.

신데렐라 이야기며 콩쥐팥쥐, 심청전 하다못해 춘향전까지도 우리 주변엔 이런 공상을 부추기는 이야기들로 꽉 차있습니다. 물론 그런 이야기들의 탓은 하나도 없습니다. 굳이 탓을 할라치면, 그런 이야기들이 그저 현실을 너무나 정확하게 제대로 배경에 깔았다는 것뿐입니다.

너무도 지독한 가난을 겪은 사람일수록 현실의 고통을 잊고자 스스로 이런 공상에 빠져들려고 하는 경향이 많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꿈속에서는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습니다. 공상 속에서는 무엇이든 될 수가 있고, 무엇이든 가질 수가 있습니다.

아마 황금란도 그랬을 것입니다. 그런 만큼 그녀의 욕심은 한정이 없습니다. 미스 리플리의 장미리처럼 아무리 채워도 욕망의 단지는 채워지지 않습니다. 그녀의 욕망은 자기가 가져야할 것들이 28년 동안 한정원이 빼앗았었다는 피해의식 때문에 장미리보다 더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부글부글 끓게 만드는’ 황금란의 비열하고 반인륜적인 태도들이 화가 나긴 하지만 이해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더욱 한정원의 자신만만하고 착하기만 한 행동들이 기꺼우면서도 황금란에게 지나치게 당당한 모습이 역겨울 때가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황금란도 한정원처럼 부자 부모 밑에서 부족함 없는 지원 속에 제대로 교육받았더라면, 평온한 가정이란 어떤 것인지 충분히 느끼고 배우며 살았더라면 한정원처럼 당당하고 자신만만한 커리어우먼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산부인과병원에서 아이가 바뀌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아이가 바뀐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한정원의 아버지 아니 실은 황금란의 친아버지인 한지웅 사장의 태도가 저는 정말이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자기가 얼마나 도덕군자인지 몰라도 황금란이 저지르는 짓을 보며 “나는 너 같은 자식을 용납할 수 없다”는 태도로 강경하게 나오는 것을 보면 정말이지 한숨이 나옵니다.

물론 자기 탓은 아니었지만 28년 동안 버려둔 자식에 대한 일말의 미안함, 용서를 구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런 태도로, 그러니까 마치 엄한 부모가 자식 훈육하듯이 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라면 어땠을까요? 역시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런 거죠. ‘무슨 낯짝으로!’

저는 한지웅의 이런 처신들이 황금란을 더욱 수렁으로 몰고갔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작가가 한지웅을 그리면서 아주 고지식하고 엄격하며 사회적으로는 아주 모범적인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으로 만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친아들보다는 송 편집장에게 자기 출판사를 물려주고 싶어 합니다.

그가 보기에 송승준과 한정원이야말로 자신이 일군 출판사를 누구보다 잘 이끌어나갈 사람들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기업인이 현실에 존재하는지는, 특히 우리나라에 존재하는지는 별론으로 하겠습니다. 아마도 이런 한지웅의 태도 때문에 황금란이 더 미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황금란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나도 원래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었다면,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충분한 보살핌 속에 대학도 나오고 했었다면, 나도 얼마든지 한정원처럼 할 수 있단 말이야. 왜, 내가 못할 거 같아?” 네, 제가 보기에도 황금란은 그만한 자질이 있어 보입니다.

황금란도 얼마든지 당당하고 침착하며 사람들에게 배려가 깊은 커리어우먼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저도 믿습니다. 첫 회에서 사채업자들에게 산으로 끌려가 미리 파놓은 구덩이에 아버지 대신 처넣으려고 하자 스스로 그 구덩이에 뛰어들어 “그래, 얼른 묻어주세요” 하고 강짜를 부리던 ‘깡다구’도 당찹니다.

하지만 그 당찬 ‘깡다구’에 그토록 뼈아픈 상처가 묻어있을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그녀는 진짜로 죽고 싶었던 것입니다. 황금란의 친아버지 한지웅은 28년 만에 친딸을 찾고도 그녀에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용서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녀가 삐뚤어지는 것을 탓하며 ‘용납하기 어려운’ 자식 취급을 했습니다.

속으로야 물론 그렇지 않겠지요. 한지웅의 황금란에 대한 사랑과 미안한 마음을 남들이야 아무리 헤아리려고 해도 헤아릴 수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은 황금란도 마찬가지란 것입니다. 한지웅이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미안하게 생각하는지 황금란은 알 수가 없습니다.

한지웅이 하는 태도로 보아선, “자기 친아버지는 28년 만에 찾은 자기보다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28년 동안 호의호식하며 잘 살아온’ 가짜 딸을 더 사랑한다”고 여기며 황금란은 더 큰 상실감에 빠질 것이 분명합니다. 아니 그렇게 배신감에 괴로워하며 스스로 하는 악행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황금란입니다.

한정원이 걱정하는 것처럼 황금란은 스스로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 같습니다. 한정원이 황금란을 제지하며 “제발 그러지 마!” 하고 사정하지만 황금란에겐 그런 모습조차 당당한 자가 보이는 역겨움입니다. 피해의식에 상처받은 황금란은 한정원이 하는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만약, 한지웅이 지금껏 해왔던 모습과는 달리 새로 찾은 친딸에 대해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마음껏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요? “그래, 이 아빠가 모든 것을 잘못했다. 내가 바보였다. 자기 딸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지금껏 살았다니. 이제부터라도 네가 원하는 것 다해줄게” 이랬다면 어땠을까요?

뭐 그랬더라도 한지웅이 원하는 것에서 크게 어긋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출판사는 자기 아들이나 송 편집장, 한정원이 아니면 꾸려나가기가 어렵습니다. 황금란이 아무리 똑똑하다고 하더라도 출판사를 경영한다는 것이 그리 쉽겠습니까. 출판을 기획하고 편집하는 게 애들 장난이 아니지 않습니까.

어쨌거나 저는 한지웅이 정말 마음에 안 듭니다. 뭐 자기가 그렇게 대단한 철학을 가졌다고…. 좀 더 가깝게 다가가서, 좀 더 따뜻하게 황금란을 끌어안아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랬다면 황금란도 마음속에서 타오르던 욕망과 분노의 불길을 어느 정도는 끌 수가 있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 저지르는 황금란의 악행이 모두 한지웅의 탓인 것만 같습니다. 황금란의 욕망과 분노를 눈치 챈 한지웅이 하루는 황금란에게 제안을 합니다. “네 부모님들 집으로 초대해서 식사나 같이 하고 싶은데 네가 연락해주겠니?” 그러면서 한지웅은 황금란의 태도를 살핍니다.

말하자면 시험을 하는 거죠.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세상에, 부모란 자가, 그것도 28년 동안 버려둔 딸을 갓 찾은 부모란 자가 딸을 시험하다니.’ 순간 ‘어쩌면 황금란의 욕망과 분노, 용의주도한 악행이 실은 자기 친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도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한지웅은 썩 그렇게 좋은 아버지가 아닙니다. 사회에서 존경받는 한 기업인(이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겠지만)일지는 몰라도 자식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슬픔과 기쁨을 함께할 만한 훌륭한 부모는 못 된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저는 한지웅이야말로 가장 이기적인 남자의 표본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던 것입니다.

암튼^^ 하루빨리 황금란이 그녀를 28년간 키워준 어머니 이권양이나 28년 만에 만난 친아버지 한지웅이 바라는 것처럼 잘못 끼워진 운명을 이해하고 현실에 순응하며 욕망과 분노의 굴레로부터 해방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