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북주의'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12.08 강기갑 블로거간담회, 뜰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칼 by 파비 정부권 (14)
  2. 2008.09.29 파시스트는 늘 우리 곁에서 진보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었다 by 파비 정부권 (25)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블로거 간담회'에 다녀온 후 매우 불편하다. 사실 나는 가급적 민주노동당에 관련해서는 관심을 안 갖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건강에 해롭기 때문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기까지 그리 긴 인생도 아닌데 굳이 건강을 해쳐가면서까지 불편을 감수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나는 민노당 홈페이지에도 안 들어간다.  


진보진영 대통합에 관한 질문은 간담회의 핵심이었다

내가 원래 민노당의 창당멤버였다는 사실만으로 보면, 강기갑 대표보다 훨씬 민노당에 대한 애착이 클 수도 있다. 창당 후 최초의 선거에선 직업까지 내팽개치고 한 달 가까이 뛰어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민노당은 나의 당이 아니다. 그저 다른 어떤 당보다 멀기만 한 하나의 정당일 뿐이다. 그래서 간담회에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내가 전직이 뭐였든, 내 사상과 사는 태도가 어떠하든, 블로거의 한 사람으로 참여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굴레를 만들고 그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편협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역시 결과는 안 좋았다. 나의 질문도 격앙됐으며 답변하는 강 대표도 발끈했다. 추가 질문은 아예 중간을 잘라 자기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자 사회자가 나서서 간담회 성격상 질문이 적절치 않으며 한정된 시간의 문제도 있으니 그만 하자고 제안했다. 결국 그렇게 정리되었고, 나는 못 다한 질문을 따로 블로그를 통해서 했다. 그리고 유감도 표시했다. 그러나 그 유감도 결국 유감이 되어 나는 졸지에 '사라져야 할 놈'이 되었고, 어떤 분은 거기에 짜릿하다고 댓글도 달았다. 

그러니 내내 불편하지 않다고 하면 도리어 이상한 일이다. 역시 남보원 패러디처럼 "괜히 나갔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나의 질문은 매우 중요하고 반드시 했어야 할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질문이 거칠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피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블로거 간담회에 대한 경남도민일보 기사도 보니 헤드라인이 "진보진영 대통합 당론, 내년 1월 확정·발표"다.

강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제일 핵심은 아무래도 "진보진영 대통합론"이란 얘기다. 강 대표 본인이 진보진영 대통합을 주창하는 선도자 중의 한 사람일 뿐 아니라 현재 진보세력 내에서 최고 뜨거운 감자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런 제목을 뽑았을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그런데 진보진영 대통합이란 화두는 왜 나오는 것일까?

진보진영 대통합론 등장의 배경은 진보세력 생존의 문제

원래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한가한 격언 때문에 이런 의제가 등장한 것일까? 늘 정치권에서 때만 되면 회자되는 민주대통합이니 진보대통합이니 하는 것들의 연장선상에 불과한 것일까?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강 대표가 주창하는 진보대통합은 그렇게 한가한 것들로부터 등장한 것이 아니다.

진보진영 대통합론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진보진영 분열이라는 아픈 상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구체적으로는 2008년 2월 민주노동당 분당의 상처가 있는 것이다. 지금 진보진영 대통합을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그 분당의 상처를 꿰매자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진보진영 대통합을 말할 때 그 상처가 왜 생겼는지 살펴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얼마 전에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당에서 열린 '진보정당 대통합 토론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위원장님께서는 진보신당과 민노당의 통합을 강제하기 위한 갖은 노력을 하고 계시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통합이 선언한다고, 강제한다고, 가능하리라고 보십니까?

생각해보십시오. 한쪽은 다른 한쪽을 종파주의자니, 반북주의자니, 반통일세력이니 공격합니다. 그리고 다른 한쪽은 반대편을 친북세력이니, 주체사상파니, 김일성주의자니 하며 공격합니다. 이런 분위기를 해소하지 않고 묻지마식으로 통합하자고만 주장하면 그게 성사될 거 같습니까? 상층부가 합의하더라도 양 당의 구조상 하부가 거부하면 불가능할 텐데요." 

임성규 위원장은 명쾌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런 분위기가 현실이라는 사실만 확인하는 정도였다. 그럼에도 통합해야만 진보정당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감만 내놓았다. 그러나 절박감만 가지고 통합이 가능할까? 나는"아니오!"다.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나는 임성규 위원장조차도 그걸 모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상대를 찌른 칼을 들고 화해를 주장하는 건 위선

서로가 든 칼에 상처 입은 사람들이 여전히 상대가 들고 있는 칼을 보고도 화해를 한다? 그런 극적인 상황은 애석하지만 거의 99.99% 이루어질 수 없는 부질없는 희망이다. 그래서 나는 강 대표에게 질문을 했던 것이다. "자, 민노당 대표이신 강 대표께서는 민노당이 얼마나 변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예전에 쓰던 칼을 여전히 들고 갈고 계시진 않습니까?" 

만약 민노당이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면 통합 카드를 자꾸 꺼내드는 것은 그야말로 진보진영 대통합을 하나의 카드로만 생각한다는 반증에 불과하다. 내년 1월에 '진보진영 대통합 당론'을 확정짓겠다고 하니 아마 그때 무엇이 얼마나 변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통합을 위해 상대에게 보여줄 변화된 모습도 없는 당론 결정이란 시간낭비를 할 리가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강 대표에게 진보진영 대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미리 듣고 싶었던 것이며, 민노당이 과거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있었나 하는 것을 알고 싶었던 것이다. 앞선 글에서도 말했지만, 민노당을 조선로동당 2중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통합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이런 질문은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에게도 갈 수 있다. 서로가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화해를 하고 싶다면 우선 양쪽이 모두 들고 있던 칼을 내려놓고 상대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일이다. 강 대표는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나 심상정 전 대표와도 자주 전화통화를 하며, 서로 강연회에도 초청한다고 하지만 이런 것들만으론 부족하다. 

내가 생각하건대, 민노당이 내려놓을 칼은 종북주의다. 패권주의를 이유로 드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그건 부수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종북주의가 사라지면 패권주의도 약화된다. 패권주의는 유일적인 신념으로부터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마 민노당은 존재하지도 않는 종북주의를 버려야할 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모함이라고 말할 것이다. 

자기부터 변하고 난 다음 통합을 주장하는 진정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런 오해를 만들도록 한 칼을 버리면 될 것이다. 어떻든 서로가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흉기를 들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시키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런 절차도 없이 무조건 합치자고 하는 것은 실은 통합할 생각도 없으면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쇼맨십에 불과하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자,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로 중요하지도 관심도 없는 주제라는 주장에 대해 의견을 밝히며 마치고자 한다. 세상에 모든 사람에게 관심 있는 주제란 없다. 갱상도블로그를 보면 마치 마창진 통합 문제가 가장 뜨거운 주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마창진 통합 문제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마산이 창원과 통합을 하든 분열을 하든 그건 내 관심사 밖이다.

어느 쪽이든 나에겐 별로 불리할 것도 유리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관심을 가진다. 왜냐하면, 내 주변에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관심을 요구―또는 요청―하기 때문이고, 내가 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다수이거나 소수이거나 그런 건 상관없다. 그리고 나의 작은 관심이 그들에게 큰 힘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관심을 갖든 안 갖든 민노당이 처한 현재의 정치지형은 진보진영 대통합이 가장 중요한 어젠다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어젠다를 주도하는 것이 바로 강 대표다. 그런 강 대표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가 주도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는 강 의원이기 전에 강 대표이기 때문이다. 

진보진영 대통합론을 말할 때 종북주의란 칼은 나올 수밖에 없는 필연이다. 그걸 어떻게 피하겠는가. 굳이 이를 피하고 싶다면 통합을 말하지 않으면 될 일이다. 그리고 각자의 갈 길을 조용히 가면 될 일이다.

ps; 강 대표에게만 왜 이런 거친 질문을 하느냐고 반문하시는 분이 있을 수도 있다. 그건 간담회에 나온 분이 강 대표이기 때문이다. 나는 단언하건대, 노회찬 대표가 나왔다면 그에게도 마찬가지 거친 질문을 퍼부었을 것이다. 나는 실제로 노 대표를 비판하는 글도 쓴 적이 있으며 반대로 권영길 의원을 지지하는 글을 쓴 적도 있다. 물론 비판도 했다. 나는 유시민을 비판하기도 하고 칭찬하기도 한다. 김대중 추모글도 썼다. 노무현을 존경하는 글도 썼으며, 비판하는 글도 썼다. 그래서 욕도 많이 먹었다. 대체로 지지하거나 칭찬하는 글들은 별로 반응이 없지만, 비판하는 글을 쓰면 난리가 난다. 그러나 이 글 이후로는 어느 분의 충고처럼 가급적 덜 진지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 건강을 위해서.
Posted by 파비 정부권

오늘 경남도민일보 독자란에 투고한 기사 <권영길 의원님, 유감입니다> 때문에 말들이 많은 모양이다. 여기저기서 전화도 걸려온다. 물론 내게 전화한 사람들은 나를 이해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찬성하는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터이다. 그 중에 몇 분은 직접 댓글을 남겨 불만을 표시 했다. 아마도 민주노동당 소속 분들인 모양이다.

방북기자회견 중인 권영길 의원. 사진=경남도민일보

그런데 이분들은 나에게 단순히 불만만을 표출한 것이 아니다. 나에게 두 가지 요구를 했다. 하나는 나에게 소속 정당을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앞으로 의견을 내지 말라는 것이다. “당신의 그 에도라진 의견은 제발 집에서나, 술자리에서만 하라”는 친절한 조언까지 곁들여서 말이다.

나도 격동해서 이분들에게 답글을 남겼음은 물론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도 생각되지만, 그들의 잘못된 사고는 고쳐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역시 부질없는 짓이란 걸 알아야만 했다.

나는 그분들이 내게 반대의견을 강경하게 한다고 해서 탓하는 게 아니다. 반대의견도 고마운 의견이다. 반대가 있어야 발전도 있는 법이다. 굳이 변증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세상 모든 것은 찬반토론 속에 발전하는 게 이치다.

오래전부터 내 글에 댓글을 단 분들과 같은 부류들은 나를 반북주의자로 낙인찍었다는 사실을 나도 잘 알고 있다. 내가 조선로동당이나 김정일을 일당독재나 독재자로 부르는 것이 그들에겐 매우 못마땅한 일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들 말처럼 반김정일이나 반조선노당당을 견지하는 것이 화해와 협력과는 거리가 먼 행동일 수도 있다. 이해를 아예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내가 만약 어떤 정당이나 정부의 요직에 앉아있는, 흔히들 말하는 바와 같이 책임 있는 당국자라면 절대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정부에 있는 소위 당국자들도 아주 몇몇 정신 나간 사람을 제외하곤 그러지 않는다. 지난 금강산총격사건 때만하더라도 오히려 진보신당에 비해 차분한 모습을 보였었다. 이정도만 해도 나는 상당한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아시다시피 지금껏 정부나 어떤 정당에서 자리 하나 가져본 적이 없는 그야말로 백면서생이다. 내가 가진 거의 유일한 정치적 권리는 내가 좋아하는 정당이나 사람에게 투표하는 일과 자유롭게 말하는 것, 이것뿐이다.

그런데 나더러 말을 하지 말라고 한다. 자신은 얼굴도 이름도 감추어진 음습한 곳에 숨어서 앞으로 의견은 집이나 술집에서만 밝히라고 한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욕해도 되는데 어째서 김정일과 조선로동당을 욕하면 안 되는 것인지 그 이유도 가르쳐주지 않은 채 윽박지른다. 졸지에 나를 반북주의자에 전쟁책동세력에다 수구꼴통 조갑제와 한편으로 만들고 마는 것이다.

나는 중국 인민해방군에서 중령으로 예편한 장교출신을 지인으로 두고 있다. 또 계림이 고향인 모 항공사의 간부도 알며 많은 수의 조선족 동포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공민증을 유심히 볼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엔 민족을 기재하는 난이 별도로 마련되어있었다. ‘장족’ ‘조선족’ ‘만주족’ 이런 식으로 말이다. 아무런 표시가 없으면 ‘한족’이다.

이해하기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한족과 다른 소수민족을 구별시키려고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중국 정부당국의 해석은 소수민족을 보호하기위한 제도라고 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일반시민인 한족과 소수민족을 구별하여 통제하기위한 조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오늘 소속 정당을 밝히라고 윽박지르는 뜬금없는 댓글을 대하고보니 별 잡생각이 다 든다. 참 희한한 세상이란 생각도 든다. 독재자는 바로 다름 아닌 인민들 스스로가 만드는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도 든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라고 믿으면서도 또 한 편 ‘사람만큼 믿을 수 없는 존재도 없다’라는 슬픈 자각도 든다.

지금 이 나라에선 이명박과 한나라당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가 초읽기에 들어갔으며, 그 실체가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 이명박은 자신에게 반대하는 모든 말들에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 반대 자체를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다. 히틀러와 괴벨스, 그리고 박정희가 저지른 수많은 악행의 역사로부터 양심을 빼버린 이명박의 가슴은 도대체 무엇을 배워온 것일까?

여론에 재갈을 물린 독재자 히틀러. 그러나 진보를 자처하는 세계도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런데 파쇼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우리 곁에서 늘 우리와 함께 있었으며 언제든 기회만 되면 그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대며 소리 지르는 것이다. 너는 무슨무슨 주의자야 하는 딱지와 함께...

우리는 지금 역설의 시대를 살고 있다. 전쟁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독재자가 제발 죽지 말고 건강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살아야 하는 것도 역설이다. 그런 독재자를 욕한다고 반북주의자에 수구꼴통이라고 욕먹어야하는 것도 역설이며, 남북이 화해와 협력으로 통일로 가기위해 한나라당은 욕해도 조선로동당을 욕해선 안 된다는 것도 역설이다. 그래서 기아선상에서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북한 인민들의 인권을 말해선 안 된다는 것도 역설이다.

도대체 이 시대는 제대로 된 정신을 가지고선 도무지 살아가기가 힘든 것일까?

2008. 9. 29.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