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6년 전 <백인닷컴> 편집장 시절 쓴 기사. 좀 어색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때 내가 이런 기사도 썼었구나 하여 감회가 새롭다. 아마 이 행사 끝나고 뒤풀이로 간 갈비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서로 마주 앉아 술잔을 돌렸던 기억이 난다.


문재인 대통령 옆에 문성현 현 노사정위원장이 앉았었는데 나를 그 자리로 불러 앞에 앉히고는 인사를 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 당시만 해도 쑥스러움을 아주 많이 타는 편이어서 대화는 그리 활기차게 이루어지지는 못했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을 것이다.


아, 그러고 한번 더 볼 기회가 있기는 했지만 그때는 내가 피했다. 작년 4.13총선 때다. 반송시장 앞 유세장이었는데 문재인과 노회찬이 함께 나오는 사진을 찍으러 갔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불평을 하자, 문재인 후보가 성큼성큼, 그야말로 동네청년회 회장님처럼 "뭐가, 뭐가" 하고 소리치면서 풀쩍풀쩍 다가왔던 기억이 났다. 순간 기세에 눌리기도 했고 변신이 너무 놀랍기도 해서 "아, 별거 아닙니다" 하고 피하고 말았다. 마치 파도가 쓸고 지나간 것 같았다. 변해도 엄청 변해 있었다. 대체 저 변신은 어떻게 가능한 거지? 하고 놀랐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특별한 점이 있다면, 이날의 화두는 지방분권이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25인가? 여수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지방분권은 시대정신이며 국민의 명령이다." 그러고 보면 문재인 정권의 지방분권 개헌 선언이 갑자기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되어 왔으며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를 계승하는 일이기도 했던 것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다행스럽게 이 기사를 아고라의 한 회원분이 캡처해 올려두어 다시 만날 수 있었지만 사진까지 함께 캡처되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사진도 함께 볼 수 있었으면 더없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사람의 욕심은 한정이 없다. <파비>


노무현추모위, 상임위원장에 문성현씨 뽑아

김두관, “추모위가 노무현의 지방분권, 균형발전 뜻 펼치는 자리 됐으면”


2011년 04월 13일 (수) 00:51:42                                                               정부권 기자 soyagang@daum.net


노무현 대통령 2주기 경남지역 추모위원회가 구성됐다. 4월 12일 오후 6시 창원컨벤션센터(CECO)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2주기 추모위원회 구성을 위한 발기인 모임은 노무현 추모위원회 상임위원장에 문성현 전 민노당 대표(현 창원시당위원장)를 선출하고 집행위원장에 이철승 목사를 임명하기로 했다.


▲ '노무현 2주기 추모위원회 발기인 모임' 모습


이날 행사주최측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치와 철학을 기리는 사람들이 모이는데 의의를 두고 이번 모임을 준비했으며, 특별한 기획 없이 자원봉사자 중심으로 일을 진행했다”고 밝혔는데, 실제로 사전에 특별히 조직구성 등을 준비하거나 하지 않았던 것은 이후 회의 과정에서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행사장에는 김해을 보궐선거의 예비선거라 할 만한 야권단일후보 여론조사에서 승리한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봉수 후보는 국민참여당 경남도당위원장으로서 다른 정당사회단체 대표들과 더불어 ‘추모위원회 제안자’의 자격으로 온 것이었다.


이외에도 김두관 경남지사를 비롯해 민주당, 민노당, 국민참여당의 인사들이 대거 발기인 모임에 참여했다. 본행사가 시작되기 전 단상의 스크린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어떤 참석자의 혼잣말처럼 ‘역시 거리의 사나이’다운 활력이 돋보였다.


스크린에서 그는 “(정치판이) 좀 보수적이고, 또 좀 진보적인 두 진영으로 갈라져서 서로 경쟁해야 되는데, 이걸 지역주의가 가로막고 있다. …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투쟁에서) 언론에 굴복하는 비겁한 정치인은 되지 않겠다”고 역설하고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뒤에 나온 인사말들이 마치 이를 보고 하는 듯해 묘한 인상을 주었다.


▲ 맨 오른쪽이 문재인 전 노무현 대통령비서실장, 그 옆이 김두관 경남도지사, 맨 왼쪽은 김영만 6.15선언남측위원회 상임대표.


김두관 지사는 인산말에서 “대통령 생각할 때마다 지방분권 생각이 간절하다. 동남권신공항 백지화, 과학벨트 분산, LH 일괄이전문제 등 쟁점들을 보면서 분권의 중요성, 균형발전이 곧 대한민국의 미래임을 절감한다. 오늘 이 모임이 추모의 뜻 외에도 지방분권, 균형발전을 통해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정치선진화를 이루고자 했던) 노무현의 뜻을 펼치는 결의의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노무현 정권의 핵심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었다. 퇴임 후에 귀향하신 거도 그 때문이었다. 그래서 적어도 노무현 추모사업 만큼은 중앙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 중심으로 하자는 공감대가 있었고, 각 지역별로 추진하도록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또 문 이사장은 “경남은 다른 어떤 지역보다 (노무현 추모사업에) 여건이 좋다. 봉하마을이 가까우니까 청소년 캠프도 할 수 있고, 생태체험학습 프로그램, 친환경농업 자원봉사 같은 일도 만들기 쉽고, 노무현 생가도 직접 보고, 느끼고, 함께 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해 나름 하나의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했다.


발기인 모임의 임시의장으로 선출된 문성현 민노당 창원시당위원장(전 민노당 대표)은 사회를 맡은 김태환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일일이 행사의 진행경과나 안건의 취지를 물어가며 어렵사리 회의를 진행하면서 “주최측의 말대로 진짜 아무런 사전 준비나 각본이 없는 게 그대로 보이죠?” 하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 발기인 모임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문성현 노무현 2주기 추모위원회 상임위원장.


결국 문성현 임시의장의 기지로 ‘우선 발기인 모임에서 추모위원회 구성에 동의하는 결의를 하고 추모위원회 위원장단 및 집행위원장, 각 분과구성에 대해서는 발기인 모임 제안자들인 정당사회단체 대표들에게 위임해주면 뒤풀이 자리에서 별도로 의견을 모아 선출할 것’을 제안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한편, 이날 발기인 모임은 김태환(전 청와대 행정관, 전 경남노사모 회장) 씨와 김현찬(개인사업) 씨 등 자원봉사자들이 중심이 되어 준비하고, 민주-민노-참여당 등 정당대표들과 김영만 전 희망연대 상임의장, 이경희 진보연합 상임대표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제안을 해 이루어졌다. 발기인 모임 제안자 명단은 아래와 같다.


진보연합 상임대표 이경희/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경남본부 상임대표 김영만/ 경남이주민센터 목사 이철승/ 경남민언련 공동대표 김송자, 박종훈, 이건혁/ 부산대 교수, 변호사 차정인/ 경남대 교수 안승욱/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 백두현/ 민노당 경남도당 위원장 이병하/ 국민참여당 경남도당위원장 이봉수/ 남해군수 정현태/ 민노당 전 대표 문성현/ 두드림 전국대표 윤정대/ 시민광장 경남대표 심성호(바우)/ 노사모 경남대표 오세주(가야)


▲ 노무현 2주기 추모위원회 발기인 모임 제안자들. 이봉수 국민참여당 경남도당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문성현 통합진보당 창원시당위원장이 ‘괴로운 심정’을 페이스북에 토로했습니다. 통합진보당의 주축인 민주노동당의 대표를 지냈고 또 통합진보당 창원시당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이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같은 당 소속인 손석형 전 도의원(오늘부로 사퇴했으니 전 도의원입니다)의 총선출마를 위한 중도사퇴 때문입니다. 문 위원장은 이에 대해 원칙의 문제라는 입장을 말함으로써 일단 중도사퇴가 잘못되었다는 소신을 밝힌 셈입니다.

문 위원장은 창원 갑 지역구에 후보로 출마한 예비후보 신분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창원시당은 직무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던 듯싶습니다. 따라서 그가 괴롭다고 한 심경처럼 그렇게 책임을 통감할 일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 어쨌든 책임감에 이틀간 선거활동을 접었다고 했습니다.

한편으로 논란을 부추긴 사람 중의 하나로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는 권영길 의원이 진보대통합을 희망하며 은퇴선언을 하고 난 이후 이른바 진보정치 1번지라는 창원 을의 유력한 차기 주자로 주목받았습니다.

이미 창원 갑에 마음을 두고 물밑 활동을 해오던 바이긴 했지만 그가 창원 을에 출마할 것이라는 사실에 의심을 품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정치격언은 곧 정치에 도의 따위는 없다는 말과도 통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예상을 깨고 권 의원의 은퇴선언 얼마 후 창원 을 출마포기선언과 민노당의 과감한 양보를 제안하면서 진보대통합의 제단에 바치겠노라고 했습니다. 진보신당에서도 이에 화답해 권 의원과 문 위원장의 결단을 높이 평가하며 공동노력을 다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진보대통합은 무산됐지만, 그 정신만은 여전히 살아있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문 위원장도 사람인데 욕심이 없으란 법이 없습니다. 권 의원을 빼면 창원에서 최고 좌장 격이랄 수 있는 문 위원장이 창원 을에 출마한다고 누가 뭐라겠습니까?

창원 갑에 공식 출마선언을 한 것도 아니고 현역 선출공직자의 신분도 아닙니다. 손 전 의원에 비하면 그는 아무런 장애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창원 을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렸고 이를 진보대통합의 제단에 바치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권 의원이 은퇴선언을 하기 전부터 창원 갑에 출마할 뜻을 두고 활동해왔던 것에 대한 적지 않은 심리적 부담이 문 위원장에게 있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이 됩니다. 그는 명분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거기다 진보대통합을 꼭 이루어야겠다는 소망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사정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기 때문에 그가 페이스북에 괴로운 심정을 밝히면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을 때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입니다.

▲ 지난 12월 30일 김창근, 박훈, 손석형 후보의 블로그 합동인터뷰가 있었다. @사진. 김주완 김훤주 블로그

통합진보당 당원이기도 하면서 페이비(페북 창원시그룹) 회원인 김모 씨가 “당원들이 결정한 게 무에 문제냐?”고 물은 데 대해 문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원들에 묻기 전에 기본적인 정치도의, 원칙의 문제였습니다. 이렇게 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합니다. 국민들 뵐 면목이 없습니다. 앞으로 많은 사실들이 제대로 짚어져야 할 겁니다.”

김모 씨는 이에 대해 “왜 사전에 후보제한을 안 두었느냐”고 질책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그럴 수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공식적으로 현역 시도의원이나 시군의원에게 참정권을 제한할 수 있는 어떤 근거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문 위원장이 말한 바처럼 정치도의의 문제이며 원칙의 문제일 뿐입니다. 도의란 안 지키면 그 뿐인 것이며, 원칙이란 것도 늘 예외를 달고 있는 것이라 강제성이 없습니다. 그래서 유권자들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그리 효과적인 수단이 아니란 것이 이번 중도사퇴 소동에서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어떤 유권자들보다도 현명한 판단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이른바 정예들로만 뭉쳐진 통합진보당의 당원들조차도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후보들에 대한 검증과 토론이 이루어질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측면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는 일부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제기하는 것처럼 자당 내에 존재하는 라인(계파 혹은 종파)의 폐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진. 문성현 블로그

그러나 아무튼 문 위원장의 지적처럼 중요한 것은 ‘원칙이며 정치도의를 지키는 것’입니다. 역시 창원 갑에 출마해 문 위원장과 야권후보단일화 경선을 치르게 될 것으로 보이는 민주통합당 김갑수 후보도 같은 의견을 내놓은 바가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손 전 의원은 “도의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큰 정치로 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지만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왜 도의원보다 더 큰 정치로 봉사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시원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 이제 어떻게 될까요? 제 보기엔 손 전 의원이 링에서 내려오지 않는 한 야권단일화 경선은 불가능하리란 생각이 듭니다. 진보신당 김창근 후보는 이미 “손석형 전 도의원과 함께 단일화 경선에 참여하는 자체가 불의에 공범이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문성현 위원장이 실로 난감하게 됐습니다. 선거운동에 한창 박차를 가할 시점에 돌발변수가 생겨 활동을 중단하는 사태가 생겼으니 뼈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번 기회에 문 위원장의 진심이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전해지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지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좀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우리 경블공 회원이신 선비님이 문 위원장의 페이스북에 남긴 멘트로 격려의 인사를 대신하는 것으로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며칠 숨고르기를 하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파이팅!!!”

Posted by 파비 정부권

어제 문성현 씨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형수님한테서는 가끔 전화가 옵니다만 웬일로 문형이 직접 전화하셨을까? 정초부터 나한테 특별히 신년인사를 건넬 요량은 아니었을 것 같고. 아무튼 직접 전화를 걸어준다는 것은 매우 기분 좋은 일입니다.

갑작스런 일에 좀 당황스러웠던지 “형님, 웬일이십니까?” 소리가 먼저 튀어나왔던 것 같습니다. 문형이 워낙 노동운동 판에서도 대부 소리를 듣던 데다가 전국금속노련 위원장에 민노당 대표까지 전적이 화려해서 웬만하면 위원장님이나 대표님이라 불렀던 것입니다.

“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가 오늘 전화한 건 말이야. 솔직히 말해서 내가 책을 한권 냈거든. 책 이름이 <밥 먹여주는 진보>라. 어때, 이름 멋있지? 내가 한자 한자 직접 썼다고. 9일 날, 그러니까 월요일이네, 꼭 와줘.”

▲ @사진. 문성현 블로그

아, 그랬구나. 나는 또 나하고 술이나 한잔 하자고 그러는 줄 알았지. 술 마시는 걸 만복 중 으뜸으로 치는 저는 술 먹자고 전화하는 사람을 가장 좋아합니다. 약간 실망했지만 좋은 책을 내셨다니 반가운 일입니다. 특히 ‘밥 먹여주는 진보’라니 감이 좋습니다.

문성현 현 통합진보당 창원시당 위원장은 민노당 대표를 지낸 노동운동가 출신의 정치인입니다. 이번에 창원시 의창구 선거구에 국회의원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현재 국회의원 예비후보의 신분이지요. 제가 이분을 처음 보았던 게 벌써 30년이 됐습니다.

제가 20살도 되기 전의 나이였던 까마득한 그 시절, 노조사무장이 된 그가 책을 좋아하던 제게 한권의 책을 권했습니다. 노조사무실에는 많은 책을 비치해두고 공짜로 빌려주고 있었기에 책 사볼 돈도 그리 없던 제가 자주 드나들던 참이었습니다.

주로 읽던 책이 박범신의 <풀잎처럼 눕다> 같은 소설이었는데요, 네루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으로 쓴 책 <세계사편력>을 읽어보라고 권했습니다. 지금도 물론 그렇지만 그때는 참 인상이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그 얼굴이 세월에 때도 많이 묻고 주름도 많이 생겼습니다.

“나 엊그제 경남도민일보 기사에서도 2012년에 가장 유망한 정치인으로 꼽혔어. 김두관, 문재인 등에 이어 바로 나라고 그러더라고. 하하.”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이 그의 웃음소리가 한없이 맑아보였는데, 문득 “문형도 이제 정치인이 다 됐군!” 하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당당하게 “나 요즘 잘 나가니까 좀 더 띄워줘!”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원칙을 지키면서도 대중의 눈높이에서 대중과 친해지려고 하는 노력은 진보정치인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덕목인 듯싶었기 때문입니다.

▲ 창원시장 출마 때의 문성현. 옆은 민주당 이계안 전 의원. @사진. 문성현 블로그

이미 출사표를 올렸으니 문성현 후보라고 불러야겠군요. 그가 책을 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제목은 <밥 먹여주는 진보>.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이런 기대를 갖습니다. <밥 먹여주는 책>. 문성현 후보가 한자 한자 직접 썼다고 합니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많은 정치인들이 출판기념회를 열고 책을 냅니다만, 대부분 자기가 쓴 책들이 아닙니다. 어느 대필 작가의 증언에 의하면 여야를 불문하고 여러 의원의 책을 혼자서 다 썼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인터뷰를 제대로 할 시간이 없어서 대충 자기 경험을 각색해서 쓴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기본원고를 넘겨주고 작가가 손을 좀 본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바빠도 지켜야 할 원칙과 도리가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문성현 후보는 본인이 직접 한자 한자 공을 들여 썼다고 하는군요. 더욱이 제목이 <밥을 먹여주는 진보>입니다. 어떤 내용일까요? 정말 이 책이 밥을 먹여줄만한 책인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궁금하신 분들은 꼭 가보시는 게 어떨까요?  특히 블로거 여러분.

전 민주노동당 대표_문성현 출판기념회

밥 먹여주는 진보

언제: 2012년 1월 9일(월) 오후 7시

어디서: 창원문성대학 문성체육관

사회자: 개그맨 김학도

>>모시는글

“민주가 밥먹여 주나?” 하던 온 국민의 질책에 답하고자

고민하였던 내용을 글로 옮겨 보았습니다.

‘밥 먹여주는 민주’ ‘밥 먹여주는 진보’가

이 땅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오셔서 함께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문의" 010-7760-4092

Posted by 파비 정부권

100인닷컴 기자 자격으로 <노무현 대통령 2주기 추모위원회 발기인모임> 취재를 위해 창원컨벤션센터에 다녀왔습니다. 세코(CECO)라고도 부르는 창원컨벤션센터,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자주 가볼 수도 없는 곳이지만, 엄청 깨끗하고, 넓고, 세련되고, 화려하고, 또 뭐가 있나, 암튼^^ 좋네요. ㅎㅎ

뭐 좋은 걸 좋다고 하는 건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갑자기 허정도 전 경남도민일보 사장님이 하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성산아트홀이나 3.15아트센터나 거대한 종합운동장 같은 시설보다는 자그마한 수영장, 문화공간 이런 걸 사람들이 접근하기 쉽게 동네마다 만들어야 한다고요. (우리 동넨 거꾸로 있던 것도 없애고 공무원들 사무실로 개조합디다만)

왜냐하면? 사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런 곳에 가서 고급 오케스트라나 뮤지컬이나 뭐 이런 거 볼 기회가 별로 없다는 거지요. 시간도 없고, 돈도 없고. 참 옳은 말씀이다, 그리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하늘에 별 따기 같은 기회가 제게도 오니 좋긴 좋군요. 

100인닷컴 편집장 오래도록 해먹어야겠어요. 능력이 딸려 곧 쫓겨날지도 모르지만서도... 흠^^ 어쨌거나 허 사장님의 말씀은 전적으로 옳다는 생각입니다. 우리 동네에도 세코 정도는 아니라도 그 만분에 1만이라도 한 공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봅니다. 

아, 이거 제 주특기긴 하지만서도, 또 말이 새나갔네요. 흐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문성현 씨가 <노무현 추모위원회> 임시의장에 선출돼서 회의를 진행했는데요. 진짜로 사전에 아무 각본이나 작전 그런 거 없었던가봐요. 

그래서 일단 사진 몇장만 구경하시라고 올려봅니다. 진즉 각본이 없어 혼동스러워하는 이런 장면 볼 줄 알았으면 미리 사진 찍을 준비하고 팡팡 찍는 건데... 아쉽습니다. 그래도 역시 문성현 씨, 베테랑답게 스무스하게 일 처리 잘 하더군요. 하긴 젊었을 때부터 회의에는 이골이 난 양반이니...
 


올라오라 해서 올라가긴 했는데, 문 의장, 상당히 곤혹스런 모양이네요. "가만 있어보자, 그러니까 오늘 결정해야 될 게 추모위원회를 바로 만들자, 아니면 준비위부터 먼저 만들든지, 뭐 그런거지요? 그럼 어떻게 해야 되나?" 사회를 맡아보던 김태환(전 청와대 행정관, 전 노사모 경남회장) 씨를 보고 "뭐 따로 준비된 거 없어요?


제가 취재를 위해 노무현 2주기 추모위 발기인모임 준비사무실에 들렀을 때, 열심히 회의도 하고 하시던 주최측 대표선수 김태환(사진 가운데) 씨, "아무것도 없심더."


↗"어, 이러면 곤란한데, 가만 있자, 그래도 내가 관록이 있지, 이런 정도로 버벅거리면 체면이 안 서겠죠? 이런 땐 최고 수가 겐똡니다. 대충 두두려 잡는 게 상책이죠. 내가 이래뵈도 왕년에 겐또 선수였습니다. 겐또 잘 찍어서 서울상대도 갔다 온거 소문들 들으셨죠?"


↗김두관 지사, "흐흐, 각본 좀 짜고 오지. 문성현이 오늘 진땀 좀 나겠네."


↗김두관 지사, "어디 보자!" ……

하지만, 맨 왼쪽 김영만 선생, 아무 생각 없는 표정. 혼자만 회의자료 끝까지 안 들었음. 혹시 해병대 정신을 생각하고 있으실지도. "안 되면 되게 하라!" (김영만 희망연대 전 상임의장은 원래 해병대 출신임)


↗"각본도 없이 연기하려니, 아, 이거 쑥스럽구만." (단상에 임시의장 보는 이가 문성현 씨, 사진 왼쪽 끝 사회 보는 이가 김태환 씨다)  그래도 역시 관록은 무시 못하는 것. 무사히 <노무현 대통령 2주기 추모위원회> 구성 만장일치로 완료하고 모든 행사의 하이라이트요 대망, 뒷풀이 자리로 옮김.

 


↗임시의장 맡은 여세(?)로 노무현 추모위원회 상임위원장까지 거머쥔(사실은 밀려서 된 분위기였지만) 문 위원장, "나 오늘 괜찮았어?"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 "어, 아주 잘했어. 그만하면 100점이야!"

이상은 실제상황과는 관계없는, 제가 그냥 잣대로 쓴 소설입니다. 그냥 재미들 있으시라고 한 번 못 그리는 그림 그려 본 것이오니, 오해마시길. 그러나 사실 큰 차이도 없을 겁니다요. 흐흐~ 하지만, 미리 준비한 각본도 없이 어설프게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훨씬 진솔하고, 순수하고, 감동을 주는, 말하자면 무연출에 연출이었다, 그렇습니다.

ps; 참고로 건배하는 술 색깔이 까만 건 마늘액즙과 소주를 반반씩 타서 그런 것임.

Posted by 파비 정부권
문성현 통합창원시장 후보 인터뷰,
"수정만 문제는 직접 조사해서 사과할 건 사과하고 풀 건 풀겠다"


문성현 통합창원시장 후보 인터뷰를 하기로 한 날 야권단일후보로 문성현 후보가 정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소식이 세상에 알려지기 위해서 민주당 허성무 후보와 국참당 민호영 후보의 양보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국참당 민호영 후보는 애초부터 양보를 전제로 한 출마였을지 몰라도 민주당 허성무 후보에겐 뼈아픈 결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구르다님 블로그에서 인용


야권단일후보 결정, 도원결의?

그들 세 사람이 모처에 모여 술을 나누어 마시며 소위 도원결의라 할 만한 의형제를 맺었다는 이야기도 다른 블로거들의 기사를 통해서 읽었지만, 과연 생물이라 불리는 정치판에서 그런 미담이 가능할 것인가. 그러나 반MB연대를 지상과제로 생각하고 있는 측에서 보면 미담이기에 부족함이 없는 흐뭇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날 인터뷰도 사뭇 들뜬 분위기였다.

사실 누가 누구를 이기기 위해 벌이는 합종연횡에 대해 나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렇게 설령 이겼다 하더라도 그게 어떤 의미를 갖겠는가, 정책연대란 전제가 없는 이해타산, 당선가능성 같은 것을 염두에 둔 단일화가 진정한 단일화일 수 있겠는가, 하는 회의가 후보단일화에 별 관심이 없는 내게도 들었던 것은 의형제 결의가 도원결의라고까지 칭송 받는 분위기 때문이기도 했다.

대체적으로 이날 분위기는 호의적이었다. 블로거 인터뷰를 주최한 백인닷컴 대표 김주완 기자는 우선 민노당 대표직을 떠난 이후 무엇을 하며 살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민노당 대표로 있을 때, 대선이 있었고(아마 이는 예상 못한 대선참패를 말하는 듯), 민노당이 분화되는(굳이 분열이란 표현보다 분화란 표현을 하고 싶다고 했다) 아픔이 있었다. 여기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문성현 후보는 시골로 내려갔다고 했다. 후배의 소개로 거창에 땅을 사서 직접 포크레인을 운전해 밭을 일구고 추자나무를 심었다. 농사꾼이 되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다시 돌아왔다. "후배들이 다시 저를 찾아왔어요. 창원시장 선거가 내년에 있는데, 후보단일화가 될 거고 그러면 당선가능성이 있다는 거예요." 결국 후배들의 간곡한 설득에 그는 통합창원시장 후보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야권단일후보가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당선가능성이다. 마침 이 인터뷰가 열릴 즈음 한나라당도 후보가 결정되었다. 박완수 창원시장, 황철곤 마산시장이 경선결과에 불복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웬일인지 그는 순순히 승복하고 마산시장으로 업무복귀하고 말았다. 전수식 전 마산부시장의 행보가 주요한 변수로 남았다. 그는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인가.

수정만 문제에 대한 대책은? "누가 했든 경위를 조사해서 사과할 건 사과하고 풀 건 풀겠다"

아마 그렇게 된다면 문성현 후보로선 가장 좋은 선거구도가 형성되는 셈이다. 선거의 승패는 구도가 반이라고 하지 않던가. 아무튼 이날 문성현 후보의 표정은 몹시 밝았다. 아직 모든 선거 구도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이 상기된 표정에 그려져 있었다. 작년 12월, 출마를 결심하고 밤길에 내려왔다는 그의 표정은 밝은 아침햇살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이렇게 밝지는 않았다.

사진= 백인닷컴 김주완 기자


참석한 8명의 블로거들에게 공정한 질문의 기회가 주어져야 했으므로 내게 주어진 시간은 제한적이었다. 나의 질문은 역시 내가 살고 있는 마산의 현안, 수정만 매립지에 STX조선기자재 공장이 들어섬으로 인해 일어난 갈등에 관한 것이었다. "마산시가 애초에 방파제라고 했다가, 주택지라고 했던 수정만 매립지에 결국 STX조선기자재 공장이 들어선다. 갈등이 첨예하다. 해법이 있나?"

"주민 집회 때 몇 번 참석하기도 했다. 지금은 공공부지 24억 그 부분만 걸려 있는데 내가 시장이 되면 그동안 누가 했든 경위를 조사하여 시가 속인 게 있다면 내가 대신 사과하겠다." 이것은 내가 원하는 답은 아니었다. 공공부지 24억 부분만 걸려 있다는 상황인식도 나와는 다르다. 그러나 아무튼 그는 황철곤 마산시장과는 확실히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직접 사과하겠다." 주민들이 시장을 만나러 가면 시청을 경찰병력으로 둘러치는 게 지금껏 시장들이 해온 행태였다. 그러므로 직접 사과하겠다는 이 약속은 "나는 절대 그러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내친 김에 "만약 시장이 된다면 제일 먼저 수정만 주민들이 시장실을 점거하겠다고 달려들 텐데 그땐 어떻게 할 건가?" 하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러지는 못했다.  

내게 주어진 시간적 제약 때문이기도 했고, 1인당 하나씩만 질문 하라는 주최 측의 권고도 있었으므로 고구마 줄기 캐듯 그렇게 질문을 늘어놓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의 대강을 통해 느낀 감으로 답변을 대신한다면 이러지 않았을까? "그럼 그분들과 함께 집무를 보면서 의견을 교한하고 해법을 찾으면 되지 않겠어요? 나는 절대 전임 시장들처럼 주민들과의 대화를 거부하거나 하진 않겠습니다."

문성현 후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당장 노동운동가다. 그는 서울상대를 졸업한 재원이면서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노조 대의원, 사무장, 위원장을 거쳐 금속노조 위원장까지 역임한 보기 드문 인물이다. 오늘의 그가 있게 해준 동양기계(통일중공업, 현S&T중공업)에서 그는 진보신당 도의원 후보로 나선 여영국 후보와 나란히 줄을 서서 기계를 돌렸다.

로봇랜드 사업은 마산이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좋은 아이템

그러므로 "나는 노동해방 세상을 꿈꾸었다. 그래서 아이도 낳지 않을 생각이었다. 노동운동에 이 한몸 바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뒤늦게 아이를 얻었다. 그것도 대를 이어 노동해방 세상을 이루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40 넘어 아이를 갖는다는 게 무척 힘들었다", 라고 고백하는 그의 모습은 매우 친숙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의 진심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보다 이날 인터뷰를 통해 나를 기쁘게 한 답변은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그는 마산시가 한 일들 중에 거의 대부분의 일들이 아주 나쁜 결과들을 가져왔지만, 오직 하나 로봇랜드 사업만큼은 대단히 훌륭한 치적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기, 전자, 기계와 결합된 게 로봇이다.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키워야 할 산업이다. 이거 하나만 잘 잡으면 마산이 평생 먹고 살 거 마련할 수 있다."

매우 훌륭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기뻤던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노동운동가였던, 아주 경직된 투쟁가의 모습으로만 각인되어 있던 그의 모습에서 이토록 유연한, 한나라당 출신 시장의 치적을 칭찬할 줄도 아는 유연함이 반가웠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반가웠던 것은 그가 블로그에도 관심이 깊을 뿐 아니라 트위터를 직접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우리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그 시간에도 트위터에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다고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자랑했다. 아마도 이날 인터뷰에 참석한 블로거들에겐 가장 인상 깊은 모습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런 태도에서 동류의식을 느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은 자기와 비슷한 걸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이건 내가 살아오면서 터득한 일종의 진리 같은 것이다.

사진= 백인닷컴 김주완 기자


그런 점에서 이날 블로거 인터뷰는 문성현 후보 스스로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해도 크게 무리는 없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성현 후보가 들려준 공약들 중에 하나 "창원을 소셜네트워크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가 허언으로 들리지 않았다. 로봇랜드에 대한 그의 계획도 마찬가지. 만약 블로그가 뭔지도 모르고 스마트폰을 사용할 줄도 모르는 후보가 그런 주장을 했다면?

웃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성현 후보의 공약은 결코 빌 공자 공약은 아닐 것이라는 믿음만큼은 확실하게 가질 수 있었던 인터뷰였다. 마지막에 한 블로거(크리스탈)로부터 이런 질문이 나왔다. "주량이 얼마세요?" 하하, 문성현 후보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나는 웃음이 나왔다. 어떤 대답이 나올까?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요즘은 예전처럼 많이 못 마신다. 소주 두 병 이상 안 마시려 애쓴다. 아내도 술을 끊든지 정치를 끊든지 하라고 야단을 친다." 

문 후보는 문전투란 별명이 붙은 노동운동가이면서도 매우 격의 없이 부드러운 사람이었다

질문을 하신 블로거는 이 답변을 듣고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아, 요즘은 술을 많이 안 드시는구나." 이렇게? 혹은 "요즘도 술을 엄청 많이 드시네요." 이렇게? 아무튼, 나는 술을 먹지 않는 사람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많이 먹어 실수하는 사람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술을 먹지 않는 사람은 대체로 이기적이라는 게 또한 내 인생경험으로 체득한 개똥철학이다.

그런 점에서 문 후보는 꽤 괜찮은 사람이다. 아니 별 쓸데없는 얘기를 다 한다고? 하긴 이렇게 말 하면 술 안 먹는 후보는 매우 불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해들 하시라. 내 재주가 빈약하여 하도 인터뷰 후기가 무미건조한지라, 재미로 마지막을 칠한 것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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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사람들은 왜 대충 말하면 다 안다고 생각할까?

며칠 전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아내가 막 열을 냈다. "낮에 ○○○씨한테 전화가 왔는데 글쎄 문 후보가 내일 마산에 올 건데 점심을 같이 하자는 기라. 마산에 있는 사람들 모아가지고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나? 그런데 도대체 문 후보가 누고? 내가 문 후보라 그러면 다 알 거라 생각하고 그냥 그렇게 말하는 건지 원. 내 참 기분 나빠서." 


아내는 아마도 문 후보가 누군지 알고 이렇게 말했으리라.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가 내려와 점심을 하자고 하지도 않았을 터이고, 부산의 문재인 후보(그는 내가 알기로 출마를 고려하고 있지도 않은 줄로 안다)가 와서 점심을 먹자고 하지도 않았을 터이다. 그럼 문 후보는 누굴까? 이 동네에서 문씨 성을 후보 앞에 붙일 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아시는 분은 알고 모르시는 분은 모르겠지만, 나는 그 문 후보가 민주노동당 문성현 통합창원시장 후보인 줄 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화를 건 상대방은 왜 "민주노동당 문성현 후보가 마산에 와서 여러분들과 점심을 함께 하면서 대화를 하고 싶어 한다. 와 줄 수 있겠느냐?" 하고 정중하게 물어보지 않았을까?

아내는 여태껏 어느 정당에 속했던 적이 없다. 물론 지금도 어떤 정당의 당원도 아니다. 그런 아내에게 그저 문 후보라 호칭하면서 당연히 지지의사를 갖고 참석해줄 것으로 간주하고 전화를 거는 것은 예의가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행동이 매우 기분 나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문 후보>란 표현 속에는 "당신은 이미 우리 후보를 잘 알고 있으며, 지지할 것으로 믿는다. 그러니 별 일 없다면 내일 꼭 참석해서 함께 점심을 먹자" 라고 하는 뜻이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또 어쩌면 이는 별다른 의미 없이 그냥 습관적으로 한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방에겐 실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가끔 나에 대해 가지는 오해들

나와 잘 아는 블로거 중에 어떤 분도 나를 만나면 가끔 이런 비슷한 실수를 하곤 한다. 그는 내가 과거에(더듬어보면 진짜 까마득한 태고 때 이야기다) 노동운동을 좀 했고, 그런 연유로 그쪽 사람들을 좀 알고, 또 그래서 당연히 지금도 그때와 다름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뭐 대체로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분이 실수하는 것이 하나 있다. 내가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거나 최소한 반대하지 않는 걸로 착각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얼마 전 차를 타고 마산 내서읍을 지나가다가 송순호 시의원 후보 사진이 걸려있는 것을 보고는 내게 마치 "당신이 지지하는 송순호 후보가 저기 걸려 있네. 어서 봐!" 하는 식으로 보채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민주노동당 싫어해요.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철천지원수쯤으로 생각하죠. 특히 민노당 후보로 나오는 송순호나 문순규 같은 사람은 제가 개인적으로 원한이 큰 사람이에요. 제게 칼을 들이대고 상처에 소금을 뿌린 자들이죠. 며칠 동안 기분 안 좋겠군요." 

아마 그분은 무척 놀랐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러니까 그날 그분의 오해로 인해 내가 받은 불쾌함이 그분의 탓은 절대 아니다. 그분은 아무것도 몰랐을 테니까. 그분은 지금도 내가 민노당을 왜 그토록 철천지원수로 생각하는지 아리송할 것이다. 사실 나는 민노당을 아주 싫어한다. 한나라당보다도 더 지독하게 미워한다. 

그럼 나는 왜 민노당을 그토록 미워하게 되었는가? 거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주사파들이 장악한 당이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건 그렇게 큰 이유가 안 된다. 주사파는 늘 우리 곁에 있었고, 그들과 함께 투쟁하기도 했고,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으며, 그들로부터 늘 주체사상과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경외심을 들어왔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생각할 자유가 있다

그러므로 새삼스럽게 주사파 때문에 민노당이 밉다고 하면 설득력이 없다. 그리고 실제로 민노당을 만들 때도 그런 주사파들과 함께 했었던 것이고, 그 주사파들을 더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2002년 이후에 노회찬(당시 민노당 사무총장) 같은 인물은 대대적인 개방정책을 썼던 것이 아니겠는가.  

실상 주체사상을 일러 "민족의 절반이 믿는 생활철학"이라고 강변하는 속칭 일심회 사건의 이정훈 민노당 중앙위원이나 최기영 사무부총장의 법정 태도를 보며 민족의 절반이 믿는다든지, 생활철학이라든지 하는 말은 인정할 수 없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믿을 자유를 주어야 한다고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때로 자기가 믿는 신앙의 힘이 너무 지나쳐 다른 사람들도 모두 자기가 믿는 것을 믿고 있다고 착각하는 실수를 가끔 저지르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가끔, 아주 가끔 내가 주체사상에 대해 호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김일성, 김정일 부자를 매우 존경하는 것으로 오인해서 그들의 신앙고백을 들어야 했던 때가 있었다.
 
심지어 어떤 이는 자신이 주체총서를 다 읽은 다음 마지막으로 김일성 회고록을 읽은 연후에야 비로소 주사파에 입문했노라고 감회가 아주 새롭다는 표정으로 말했는데, 이 자리엔 현재 진보신당 마산시 위원장을 하고 있는 이장규씨를 포함 대여섯 명이 함께 앉아 있었다. 그날 그가 왜 그런 고백을 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그 당혹감이란. 

그런데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며 그런 생각을 했었다. "김일성 회고록을 읽고서 비로소 주사파에 입문했다고? 거기에도 무슨 인증 절차 같은 것이 있나?" 그는 지금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인지 뭔지 하는 통일운동 단체에서 일하고 있다고 들었다. 아, 그러고 보니 또 어떤 분은 심지어 내가 왜 주사파가 아닌지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도 있었다.

전과 지금의 내가 달라진 이유는? 대단히 개인적인 문제

한 2년 전에 잘 아는 분이 상을 당해 문상을 갔을 때였다. 그 자리에서 오랜만에 만난 어떤 분이 내게 물었다. "아니 자네는 왜 그렇게 생각이 바뀐 거야? 요즘 왜 그래? 전에는 안 그랬잖아." 전에는 안 그랬다고? 천만에. 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변한 게 하나도 없다. 그러나 그가 내게 그렇게 의아심을 가질 만한 사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상갓집의 상주나 그 어떤 분이나 모두 주사파였다. '였다'고 말하는 것은 지금도 주사파인지 확실히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에 그들은 주사파였다. 그리고 나는 그들과 자주 어울렸고, 그들이 모인 단체가 지리산에 MT를 갔을 때도 따라 갔었고, 그리고 그 깊은 산중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김일성의 사진을 만들어내는 평양군중의 매스게임을 함께 보았었다.

물론 벌벌 떨면서 보았다, 겉으로는 의연한 척 했었지만. 그랬으니 그가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상갓집에서 그 의아심이 담긴 말을 들었던 그때, 나는 민노당 내 주사파를 향해 매우 적대적인 의사표시를 자주 하곤 했었다. 주사파는 아니라도 주사파에 꽤나 호의적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태도가 그는 이해가 안 됐던 것이다.
 
그렇다. 그러고 보니 전이나 지금이나 아주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달라진 것이 분명히 하나 있다. 전에는 주사파에 대해 적대적 태도를 그렇게 노골적으로 보인 적이 없었다. 주사파를 그렇게 달가워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배척할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들과 내가 친분을 가지고 지내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지금의 나는 그들을 원수처럼 생각한다. 그들을 마치 근본주의적인 기독교도나 무슬림처럼 세상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암적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다원주의 이런 것들과 주체철학은 절대 융합할 수 없는 것이다. 유일무이하다고 믿는 주체사상, 그것이 곧 전체주의 아니겠는가.

사람은 때로 거창한 일보다 사소한 일에 목숨 건다

그런데 앞에서 나는 이런 것들도 내가 민노당을 미워하는 이유의 하나는 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라고 했다. 그럼 진짜 내가 민노당을 철천지원수로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애석하게도 그것은 그렇게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내 개인적 원한의 문제였다. 그리고 전과 지금이 달라진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은 의외로 사소한 일이 거창한 일보다 더 중요할 때가 많다.

민노당은 동일한 문제를 두고 내게 최소한 세 번의 상처를 입혔던 전과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들은 거꾸로 내가 그들에게 상처를 입혔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것이다. 민노총 성폭력 사건 때처럼. 성폭력 피해를 입은 전교조 여교사가 경찰에 고소했을 때 일각에서 뭐라고 했던가? "어떻게 적들에게 동지를 팔아넘길 수 있나." 

나도 똑같은 얘기를 들었었다. 그렇게 내 상처에 마지막 세 번째로 소금을 뿌렸던 인물 중 하나가 함안에서 민노당 지방의원 후보로 나온단다. 이름이 빈지태다. 언젠가 거리에서든 찻집에서든 어디서든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면 침을 뱉어주어야겠다고 생각해오던 그가 지방의원 선거에 출마한단다. 자주 상상 속에서 친절한 금자씨처럼 깊고 으슥한 폐교를 꿈꾸게 만들던 그들이…. 

어쨌거나 이런 나를 잘 아는 ○○○씨가 나의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문 후보가 내일 마산에 갈 텐데 함께 식사를 하자" 하고 제안을 한 것은 난센스 아니었을까? 아니면 그는 나에게 일어났던 일에 대해 까맣게 잊어버린 것일까? 그도 아니면 그는 그런 일 따위는 지나가던 개에게 한 번 물린 일로써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러나 이런 나의 상념과는 달리 아내가 화를 냈던 것은 자기가 왜 문 후보라고만 하면 잘 알 거라고 생각하느냐는 것이었다. 아마 ○○○씨는 그냥 문 후보라고 하면 알아들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다 같은 인맥 범주에 들어있으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런 게 아니다. 정확하게 "민주노동당 문성현 후보" 라고 했어야 옳을 일이다. 

말은 정확하게, 주어, 술어 빼지 말고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인맥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사실을 말하자면 소위 진보 또는 운동권 출신이란 사람들이 누구보다도 인맥을 많이 따진다. 이 계통보다 인맥을 강조하는 곳이 또 있을까 싶다. 같은 파벌이면 김길태라도 용서가 된다. 그렇다면 통합시장 후보 중에 나는 어떤 인맥을 따라야 할까? 문 후보? 전 후보? 허 후보? 아니면 박 후보?

일단 문 후보는 아닌 것 같다. 내가 그를 미워할 이유는 없지만 일단 민노당 후보라면 별로다. 그럼 전 후보? 그는 나의 학교 선배라고 하니 우리나라 최대 병폐 중 하나인 학연으로 치자면 단연 1등이다. 허 후보? 심정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드는 인물이긴 하지만, 일단 안 나오신다고 하니 더 따질 필요는 없다. 그럼 박 후보? 가만, 후보 중에 박씨도 있었던가?

아무튼 그렇고 그렇다는 얘기다. 그러니 선거운동 하시려면 과거의 인맥 따위는 염두에 두지 마시고 처음부터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하시라, 그런 얘기다. 그리고 가능하면 정중하게, 주어, 술어 그런 것 중에 하나라도 생략하지 말고 정확한 어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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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대림자동차 정리해고에 반대해 진보신당이 천막농성을 한 지가 벌써 한달이 넘었다. 11월 11일에 천막을 쳤으니 한달 하고도 3일이 지났다. 정권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정당이 직접 노조의 투쟁에 몸으로 개입한다는 건 쉬운 결정은 아니다. 그게 옳은 방법인지에 대한 많은 고민도 있었을 터이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대림자동차 정문 앞 진보신당 천막농성장. 정리해고를 중단하라 만장기를 든 사람이 여영국 위원장.


나는 그 이유를 천막에서 많은 날들을 지새우며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물론 그 깨달음은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이다. 그러나 그 주관이 객관에 비해 결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주관이란 지역 노동진영의 대응이 너무 미미한 상태에서 노조의 연대를 견인하기 위해 천막농성이 불가피했다는 점이다. 

천막농성을 주도하고 있는 진보신당 여영국 위원장도 나와 생각이 같았다. 천막을 친지 딱 한 달 하고도 이틀이 지난 12월 12일 아침 문성현 전 민노당 대표가 진보신당 천막을 찾았을 때 여 위원장은 그렇게 말했다. "우리가 여기에 천막을 친 데는 나름 배경이 있습니다. 정당이 사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고민도 있었지만,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문성현 대표는 사실상 최초로 진보신당 천막을 찾은 민노당 인사다. 문 대표가 오기 일주일 전에 권영길 의원이 잠시 천막에 들어와 인사를 하고 갔지만, 매우 의례적이었다. 그는 마치 어쩔 수 없이 진보신당 천막에 들렀다는 듯이 부랴부랴 수고한다는 말만 던지고 떠났다. 수차례 권영길 의원실과 민노당에 관심을 호소했던 여 위원장으로선 섭섭한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권영길 의원이 움직인 데는 나름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오해할 만한 정황도 있었다. 효성이 직장폐쇄에 맞서 두 달 넘게 파업을 하고 대림차가 정리해고에 맞서 한 달 넘게 싸우는 동안 권 의원은 일절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울산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조승수 의원이 대림차와 효성을 방문한 것이다.

대림차 농성장(좌)과 효성노조 농성장(중, 우)을 방문한 진보신당 조승수 국회의원.


여기에 자극 받은 듯 권 의원은 부랴부랴 금속노조 경남지부가 대림차 정문 앞에서 여는 집회에 참석했다. 조 의원이 대림차 농성장에 들어가 조합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이어 효성 노동조합에 설치된 농성장에 들른 다음 다시 대림차 정문에서 열리는 금속노조 집회장에 돌아왔을 때까지만 해도 권 의원이 온다는 얘기도 없었고, 진행표 순서에도 없었다. 

그런데 집회가 시작되기 불과 몇 분 전에 권 의원의 연설 일정이 맨 앞에 잡히고 조승수 의원의 연설은 뒤로 밀려났다. 그렇게 권 의원실과 민노당을 향해 관심과 더불어 연대를 요청했음에도 오지 않던 권 의원은 조승수 의원이 나타나자 실로 번개처럼 나타난 것이다. 물론 고마운 일이다. 어떤 이유였든 권 의원이 자기 지역구에서 벌어지는 정리해고 사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날 연설을 마친 권 의원은 준비가 없었던 듯 현장 방문을 생략한 채, 진보신당 천막을 그냥 지나친 것은 물론이고, 왔을 때처럼 부랴부랴 떠났다. 그리고 며칠 후, 잃어버린 숙제라도 하듯이 다시 대림차를 방문했고, 바람처럼 스쳐가듯 했지만 진보신당 천막에도 들러 격려도 했다. 나는 불만은 있지만―권 의원 정도의 위상에 불만이 없다면 이상한 일임이 분명하다―그래도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사실 권 의원의 관심이 부족한 것은 권 의원 만의 탓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일개 노조의 농성에 많은 역량을 투입하는 것을 민노당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허락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마창진 통합 문제에는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할 수 있어도, 자그마한 사업장의 투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민노당 입장에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저마다 정당의 논리는 다른 것이기 때문에 이를 두고 옳니 그리니 하는 것도 옳은 일이 아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관점의 문제다. 내 관점은 옳고 네 관점은 틀렸다고 말하면 그야말로 아집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섭섭함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가 모두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역설적으로 아직 섭섭할 만큼 기대를 품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겠지만.

금속노조 집회에 맨 우측부터 진보신당 경남도당 이승필 위원장, 민노당 권영길 의원,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이 앉아 있다.


그래서 이런저런 애증의 갈등을 섞어 문성현 전 민노당 대표에게 불만을 토로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았던지, 여 위원장은 따로 귓속말로 문 대표에게 불필요한 말로 갈등을 일으키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래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문 대표의 말을 들으며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을 뿐이다. 

내가 처음 사회에 나왔을 때, 그때 나는 스무 살도 안 된 어린 노동자였는데, 노조 사무장이었던 문 대표는 네루가 딸에게 쓴 편지를 모은 <세계사 편력>이란 책을 읽기를 권했던 인물이다. 주로 노조 사무실에 들러 박범신의 <풀잎처럼 눕다> 따위의 소설만 빌려 읽던 내게 <세계사 편력>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리고 이후에 나는 그가 어떤 인물인지 알았고 그를 무척 존경했다.  

그런 그는 아직 민노당에 남아 있고, 나는 민노당을 떠났다. 함양에 가 있다던 그가 창원에 다시 나타난 이유는 아마도 들리는 소문처럼 창원시장 후보로 나서기 위해서일 것이다. 천막에 들른 이유도, 앞으로 자주 오겠다는 이유도,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이리라. 그의 말은 대체로 옳았다. 아니 지극히 옳은 말들 뿐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직 첫 만남에서 나온 의전적인 언사들을 두고 이러니저러니 평을 하는 것은 속단일 수 있다. 그러나 정말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은 진심이었다. 그러나 그렇게도 지극히 옳은 말을 들으며 나는 속에서 밀려 올라오는 갈등의 목소리를 참기가 어려웠다.
 
"문 대표님,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혹시 이런 이야기를 들으신다면 어떤 생각을 하실지 궁금하네요. 이런 말씀을 들으시고도 통합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지 말입니다. 당장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선거연합이라도 하자는 소리를 할 수 있을지 말입니다. 엊그제 STX엔진 지회장이 대림차 지회장을 찾아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진보신당이 대림차 정문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는 것은 그래도 이해를 해주겠다. 그런데 천막 옆에 진보신당 차는 왜 세워두는 것이냐. 그거 아주 보기 안 좋다. 그리고 여영국은 왜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민노당 보고 연대를 하자니 말자니 그딴 소리를 하는 거냐. 하려면 자기들만 잘하면 되지.'

저는 이 소리를 듣고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그런데 이런 소리는 다른 곳에서도 들었습니다. 바로 대림차 사장이 하는 소리와 똑같았습니다. 대림차 사장도 진보신당 이승필 위원장에게 말했답니다. '아니 왜 하필 여기 와서 천막농성을 하시는 겁니까? 그리고 그 진보신당 트럭은 왜 그 옆에다 세워두시는 겁니까?'

천막 옆에 세워진 진보신당 탑차.


아무튼 이게 현실입니다. 민노총이 민노당과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세력으로 반분된 것도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리고 그 갈라진 배경에도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 모든 걸 무시하고 통합만 주장하거나, 전술적 연합을 제안하는 것은 정치적 쇼맨십일 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이런 현실을 개선하는 것부터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 말은 결국 하지 않았다. 괜히 얼굴을 맞대고 앉아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매우 비정치적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상대가 진심이든 의전이든 나름 예의를 차렸다면, 나도 응당 그에 합당한 행동을 하는 게 옳다. 그리고 여 위원장의 부탁도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게다가 상대는 존경받아 마땅한 대선배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로라도 내 심정을 밝히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여 다시 심중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밝히기로 했다. 그리고 글은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것보다 생각할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기회도 그만큼 많아지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내친 김에 글 서두에 권영길 의원과 민노당에 대한 불만도 슬쩍 담았다.

아무튼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 분위기에서는 결코 양당의 화합적 미래는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 것은 지독한 위선이란 사실이다. 그러나 진심을 담아 한마디만 더 하는 것이 허락된다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그래도 문 대표님. 자주 만나십시오. 우선은 대림에서 자주 만나십시오. 양당의 이해를 떠나 당장 정리해고 문제가 심각하지 않습니까?"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