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2.03.26 무신 김준보다 노예에게 무릎 꿇은 장군 박송비가 대박 by 파비 정부권 (5)
  2. 2012.03.05 무신 최충헌, 사기장기 빌미로 이규보 내쫓은 까닭은? by 파비 정부권 (4)
  3. 2012.03.05 무신, 최송이의 어이없는 착각 이유 by 파비 정부권
  4. 2012.02.28 무신도 피하지 못한 출생의 비밀 by 파비 정부권 (2)

정말이지 ‘무신’ 일이야? 무신에서 장군이 노예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대고 절을 한다. 너무나 갑자기 일어난 황당한 장면에 모두들 놀랐을 거다. 박송비, 쟤 미친 거 아냐? 이 느닷없는 상황을 대체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실로 파격 중에 파격이다.

삼국지에서 유비가 공명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를 했다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한마디 고견을 듣기 위해 장군이 노예에게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는 고사는 어디서도 들어본 바가 없다. 박송비야말로 장군 중에 장군이며 영걸 중에 영걸이다.

박송비는 어떤 사람인가? 그는 원래 지방 관아의 형리를 지낸 벼슬아치였다고 한다. 그의 말에 의하면 그는 수없이 많은 죄인들을 심리하면서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보았고 마침내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을 지니게 됐다. 그래서 최우가 그를 중용했다.

최우는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 늙은 아비 최충헌은 오늘내일 중으로 세상을 떠날 것이다. 고려 막부의 수장인 아비를 대신해 도방을 책임지고 있지만 최충헌의 주요 가신들은 모두 아우 최향에게 붙었다.

왜?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인데 인간사란 원래 그런 것이다. 깨끗한 물에서는 고기가 잘 살지 못한다. 최우는 너무 깨끗하고 충직하고 공평무사하며 애국적인 사람이다. 그러므로 먹을 게 없다. 최향은 반대다. 그 결과 최향은 수만의 수도방위군을 거느리게 됐다.

최충헌을 대리해 고려의 실질적 최고기관인 도방을 다스리면서도 최향에게 늘 목숨이 위태로운 것은 그 때문이다. 이를 잘 아는 최충헌은 최우를 불러 “내가 곧 죽을 것이지만 앞으로 절대 여기 나타나선 안 된다. 죽었다는 소식이 가도 오지 마라!” 하고 명한다.

그리고 최우에게 두루마리 문서를 하나 주면서 집에 가서 읽어보라고 한다. 문서에는 붓으로 ‘충헌’이라고 쓴 수결만 있고 아무 내용도 없는 백지문서였다. 무슨 뜻이었을까? 최충헌은 너무 강직한 최우의 단점이 걱정이지만 역시 나라는 최우에게 맡기고 싶다.

왜? 최향이 실권을 잡으면 나라 다 거덜 낼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너무 깨끗한 물에서는 고기가 안노는 법이야!” 하고 최우에게 충고를 하긴 했지만 최충헌이 보기에 자신이 세운 도방을 잘 건사할 재목은 큰아들 최우라고 본 것이다. 그 최우가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다.

최우의 가신들은 하나같이 애가 탈 뿐이다. 상황을 타개할 묘책이 없다. “이거 이러다 무슨 일 나겠는 걸. 멀리 피신해 당장 위험을 모면하고 대책을 세우든지 아니면 최향 측과 협상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닌가?” 그야말로 속수무책.

이때 박송비의 눈에 김준이 들어왔다. 한낱 노예가 불경을 꿰고 사서삼경을 읽으며 병서에 통달하고 정관정요를 안다. 무술은 신의 경지에 도달했다. 위기에 처한 최우와 자신을 살렸는데도 대가로 주는 금덩어리를 거절하며 가병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한다.

박송비가 보기에 김준은 먹을 것을 바라고 주인을 위해 짖는 개가 되기보다 최우의 가신이 되기를 바라는 장부다. 박송비에게 한줄기 희망이 보인다. 혹시 저자가? 만약 저자에게서 주군 최우를 살릴 계책이 있다면!

박송비의 눈은 정확했다. 그리고 박송비는 최우를 살릴 계책을 얻었다. 최향은 최우를 죽이기 위해 최충헌이 위독하다는 핑계로 최우를 최충헌의 관저로 불러들이려 한다. 그곳에 군사를 풀어 덫을 쳐놓았을 것은 자명한 일. 김준은 이를 역이용하라고 말한다.

최우에게 내린 최충헌의 수결 백지명령서가 있지 않은가! 그것을 이용해 최향의 측근 중 한명을 잡으라고 말한다. 최향에겐 최측근 4명이 있다. 틀림없이 이들이 다시 올 것이라고 말한다. 최우를 불러들이기 위해. 가지 않으면 최우는 최충헌의 장자로서 웃음거리가 될 터.

얼굴이 상기된 박송비가 최우에게 김준의 계책을 따르라고 간하지만 최우는 이를 듣지 않는다. “아니 어찌 한낱 노예의 말을 듣는단 말인가. 그리고 이미 김약선을 보내 소환했지만 내가 가지 않았다. 다시 오진 않을 것이다.”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보고가 들어온다.

“지금 대문밖에 최향 대감 댁에서 대감을 뵙고자 두 분 장군이 오셨습니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최우와 박송비 장군. 김준의 예측이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뭐 그다음 장면은 다음 주에 보게 되겠지만 대충 짐작이 간다. 최우는 김준의 계책을 받아들일 것이다. 이제 김준은 최우의 목숨을 구했을 뿐 아니라 권력투쟁에서 결정적인 승리의 단초까지 제공한다.

유방은 천하를 제패한 후에 공신들에게 상을 내리면서 1등 중에 1등은 장량도 아니고 한신도 아닌 소하라고 했다. 만약 소하가 후방에서 한나라를 안정시키고 재정을 튼튼히 하지 않았다면 장량의 지략이나 한신의 전략이 빛을 발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뜻일 게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소하의 공로 중에 결정적인 것은 바로 한신의 재목을 알아보고 천거한 점이다. 소하가 천거하지 않았다면 유방은 시골에서 올라온 촌놈을 결코 대장군으로 임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소하의 체면을 존중해 마지못해 하게 된 인사가 대업을 이룰 열쇠였다니.

세상 사람들이 한신을 역사상 최고의 명장으로 치는 것은 그가 해하전투에서 당대 최고의 명장 항우를 대패시켰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한나라에서 도망치는 한신을 뒤쫓아 유방 앞에 데려다놓고 대장군으로 쓰도록 강제한 소하가 없었다면? 아마도 유방도 한신도 없지 않았을까?

박송비가 한낱 노예를 자기 집으로 초대해 술잔을 나누고(이것조차 파격이며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계책을 구걸하지 않았다면? 이는 물론 드라마상이긴 하지만 최우는 최향에게 죽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니 사실은 최우가 나중에 최향을 제압하고 실권을 장악하게 된 다음 논공행상을 한다면 1등 중에 1등은 김준도 아니고 다른 장군들도 아니며 오로지 박송비라는 것이다. 장량도 아니고 한신도 아니고 소하가 1등 중에 1등인 것처럼.

어쩌면 이 드라마의 작가도 유방과 유비가 한신과 제갈량을 얻게 되는 과정을 그린 고전으로부터 힌트를 얻어 이런 설정을 만들어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전은 우리를 속이지 않는다. 사람을 알아보고 이를 천거해 중용하도록 하는 것. 이게 가장 큰 능력이다.

그러므로 최우는 이렇게 외쳐야 한다. “박송비 브라보!” 

Posted by 파비 정부권

최충헌이 노망이 들었나? 이규보와 함께 장기를 두던 최충헌이 느닷없이 자기를 속였다며 노발대발합니다. 이 순간 들었던 생각입니다. 저 노인네가 드디어 돌았나? 그러나 곧 그의 깊은 속내를 알 수 있었습니다. 최충헌은 역시 노련한 권력자였습니다.

최충헌은 속으로 최우를 후계자로 지목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최충헌 장남인 최우가 권력을 승계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되겠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최충헌처럼 노회한 권력자가 장남이라 하여 권력을 물려주지는 않습니다.

현실에서도 그렇습니다. 김정일은 위의 두 아들을 제치고 삼남인 막내아들(워낙 베일에 싸인 동네라 또 다른 아들이 있는지도 모르지만)에게 권력을 세습했습니다. 삼성그룹의 이병철도 위의 두 아들을 제치고 삼남인 막내아들 이건희에게 경영권을 넘겼지요.

최충헌은 최우가 장남이라서가 아니라 최우가 최고권력자로서 자기가 세운 도방을 가장 이끌 재목이라고 보았던 모양입니다. 차남 최향은 그런 면에선 많이 모자란 인물이라고 여겼던 게지요. 최충헌이 최우에게 마지막일 듯싶은 충고의 말을 합니다.

“너무 맑은 물에서는 고기가 안사는 법이다!”

이는 최충헌의 장남에다 도방의 대리집정자임에도 권력이 사실상 최향에게 넘어간 현실을 직시하라는 말입니다. 최충헌의 가신들 대부분이 최향에게 포섭된 상태입니다. 왜? 너무 맑은 우물인 최우에게선 별로 얻어먹을 게 없다고 여긴 것이지요.

혼탁한 우물이랄 수 있는 최향에게 붙어야 백성들을 착취하고 매관매직도 해서 호의호식하며 잘 살 수 있으니까요. 최충헌은 최우야말로 사심 없이 자기가 세운 도방을 이끌고 나라를 잘 유지할 수 있으리라고 봤지만 이점이 늘 걱정입니다.

맑은 물이 좋기는 하지만 고기들은 흐린 물로만 몰려가니 낭패인 거지요. 최충헌은 마침내 자신도 생을 떠나야할 때가 다가왔음을 압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최우에게 자신의 수결이 된 백지 두루마리를 줍니다. 거기에 네가 원하는 대로 써서 권력을 접수하라, 이런 뜻이지요.

그리고 오늘 어이없는 이유로 이규보를 내쫓습니다. 평소 하던 대로 이규보와 장기를 두던 최충헌이 느닷없이 “나를 속이고 사기장기를 두는 것이냐”면서 불같이 화를 낸 것입니다. 마치 옆자리를 지키는 간신배 김덕명(최향의 하수인)이 들으라는 듯이….

“그동안 내 장기동무라는 것을 빙자하여 부정을 저지른 것을 알고 있다. 목을 베도 시원찮으나 그 동안 인연이 있어 목숨만을 살려주겠다”며 이규보를 쫓아냅니다. 그리고 최우더러 “그래도 옛정이 있으니 죽이지는 말고 살려서 멀리 떠나보내라”고 지시합니다.

실로 최충헌의 앞날을 내다보는 안목과 안배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충헌은 이미 그 전날에도 이규보에게 “네가 나와 친한 것을 빌미로 뇌물을 많이 받아먹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조심하지 않으면 목숨을 보존키 어려울 것이다”라고 경고한 바 있지요.

물론 이때도 김덕명이 옆에 있었습니다. 김덕명은 아주 교활한 자로서 매관매직에 백성들 고혈을 짜는 데 선숩니다. 그래서인지 승병들이 반란을 일으켜 도성으로 쳐들어왔을 때도 최충헌보다 먼저 김덕명을 찾아죽이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왜 최충헌은 이런 자를 가장 가까운 곁에다 두고 있었을까? 궁금한 대목이었습니다. 늙으니 총기가 흐려진 것일까? 그러나 아니었습니다. 최충헌이 김덕명을 바로 곁에다 둔 이유 역시 최우에게 권력이 넘어가도록 안배하기 위한 계략이었습니다.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아무튼, 최충헌은 자기가 죽고 난 이후에 닥쳐올 환란으로부터 이규보를 지키기 위하여 거짓으로 내쫓아 그의 목숨을 보존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이규보는 최우가 권력을 승계하고 난 이후에도 매우 중요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최충헌이 이규보를 내쫓은 이유는 이규보를 살리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최우가 무난히 권력승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함입니다. 드라마 초반에 최우의 장인 정숙첨을 파면해 멀리 하동으로 귀양 보낸 것도 최우의 권력승계를 위한 준비가 아니었을까요?

물론 정숙첨과 관련해서 역사가 그렇게 기록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드라마에서는 그렇지 않았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최충헌은 정말 용의주도한 인물입니다. 이미 전세가 기운 권력판도를 바꾸기 위해 최향의 첩자(김덕명)를 비서실장으로 쓰다니 말입니다. 거 참.

Posted by 파비 정부권

김규리의 어이없는 착각 이유, 이렇게 제목을 썼다면 좋았겠지만, 보통 그렇게들 쓰지만, 왠지 뒷통수가 가려워 그렇게 쓸 수가 없네요. 그건 그렇고 그렇게도 바라던 격구경기가 마침내 끝났습니다. 사실 재미는 있었지만 너무 길었죠.

하지만 다 길게 끈 이유가 있었겠지요. 격구 시합 중에 최우와 최향, 최충헌의 장남과 차남이 벌이는 권력게임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시작했거든요. 최충헌의 의중은 장남 최우에게 있지만 권력의 향배는 이미 최향에게 기운 듯이 보이는데요.

왜 그렇게 됐을까요? 당연히 최충헌의 장남이며 추밀원부사로 사실상 최충헌을 대신해 도방을 통솔하고 있는 최우가 권력을 쥐어야하는 것 아닐까요? 최충헌의 이 한마디가 권력이 최향에게 기운 이유를 말해주고 있네요.

“너무 맑은 물에서는 고기가 안 산다!”

최충헌은 최우가 모든 면에서 자신의 확실한 후계자이고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현실은 그렇게 굴러가고 있지를 못하지요. 늙어가는 최충헌의 가신들은 최우보다는 최향을 선택한 거지요. 거기가 먹을 게 많거든요. 혼탁한 우물.

자, 아무튼, 재미있었지만 지루했던 격구경기는 곧 전개될 치열한 권력투쟁의 서막이었던 셈입니다. 이제 격구시합이 끝났으니 최충헌의 죽음과 더불어 진짜 본게임이 시작되겠지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최우의 외동딸 최송이는 대체 어떤 착각을 했던 것일까요?

격구에서 살아남아 최후의 승자가 된 김준이 경기 중에도 가끔 자기 쪽을 쳐다보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곤 했는데 그게 바로 자기를 사모해서 그런 것이라고 여겼던 것입니다. 바로 뒤에 서있는 월아를 바라보던 것이었는데 착각을 한 것이죠.

최송이는 아마도 이렇게 생각을 했을 겁니다. “저자가 감히 노예인 주제에 나를 사모하고 있어. 하지만 괜찮아. 저 정도 사내라면 나를 사모할 자격이 있지. 암 그렇고말고, 그래, 나도 왠지 저자가 싫지 않아. 괜찮은 사내야. 노예만 아니었다면 충분히 내 상대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리고 마지막 승리의 순간에 최우가 승자에게 주어지는 소원을 말하라 명하자 김준이 말을 탄 채로 자기를 바라보는 순간(사실은 월아를 바라본 것이었지만) 터질 듯한 심장을 주체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아, 저자가 마침내 소원을 말하려고 해. 분명 나와 관련된 거겠지.”

아마도 최송이는 김준이 자기를 위해서 평생 봉사하며 살도록 해달라고 하거나 자기에게 충성하며 살 수 있도록 호위무사로 삼아달라고 하거나 뭐 이런 소원을 말할 거라고 생각했겠지요. 아니면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아씨(송이)를 위해 죽고살 수 있는 영광을 달라고 하거나.

김준이 최송이에게 격구에 나가도록 해달라고 청탁하며 “아씨를 기쁘게 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으니까 그런 착각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게다가 시합 때마다 자기 쪽을 쳐다보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으니까. 하지만 꼭 그런 이유들만 있을까요?

제가 보기엔 그런 이유들만으로 최송이를 착각에 빠지도록 했다는 것은 활달하고 영민한 최송이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입니다.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최송이로 하여금 그토록 어이없는 착각에 빠지도록 한 이유가.

바로 사랑입니다. 최송이는 자기도 모르는 새 김준에게 홀딱 빠져버린 것입니다. 당시에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자기는 고려 권력의 정점에 있는 최우의 하나뿐인 딸이고 김준은 자기네 집 노예일 뿐입니다. 노예는 죽일 수도 있고 팔아버릴 수도 있는 그저 살아있는 물건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눈에 뵈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니 온갖 정성을 들여 키운 자식들이 어느 순간에 부모의 뜻에 반해 발길을 돌리기도 하는 것입니다. 저도 그랬고 제 아내도 그랬으며 제 자식들도 모르긴 몰라도 그럴 게 틀림없습니다(안 그랬으면 좋겠지만).

최송이의 착각은 바로 사랑 때문이었고 이는 머지않은 장래에 몰고 올 피바람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바로 월아. 사랑의 포로가 된 송이의 질투심은 월아를 죽이고야 말 것입니다. 어쨌든 송이는 당대 최고의 귀족으로 사실상 공주인 것이며 월아는 천한 노예니까요.

요즘 같은 세상에도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ps; 사람이 사랑에 눈 멀면 상대도 나를 좋아하고 있다고 착각하거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아주 강한 집착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물론 안 그런 훌륭한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저는 어떤 부류에 속할까요? 송이과인 것 같기도 하고… 흐흐~ 

Posted by 파비 정부권

무신. 오랜만에 사극 같은 사극을 보는 듯해(물론 더 지켜보아야겠죠. 광개토태왕도 처음엔 그랬지만 엉터리사극이 됐습니다) 매우 흐뭇합니다. 주인공 김준은 노예 출신입니다. 최충헌의 가노였던 김준의 아버지는 아마도 반란을 일으켰다가 죽은 것으로 보입니다. 김준은 핏덩이 때 절에 맡겨져 수법스님의 손에 자랐습니다.













김준은 절에서 무예를 배웁니다. 마치 소림사의 승려들이 수행의 한 수단으로 무술을 익히는 것처럼 고려의 승려들도 무술을 익혔던가봅니다. 아마도 이런 설정은 장차 무신(武神) 김준과 대몽항쟁에 선도적으로 나서게 될 승군의 알리바이로 필요했을 수도 있습니다.

김준은 절에서 행복했습니다. 그곳은 속세에서 벗어난 무릉도원 같은 곳이었습니다. 하루하루가 그저 고요하고 평화로웠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곳에는 사랑하는 월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둘은 오누이처럼 자랐지만 그들의 가슴속엔 오누이 이상의 감정이 싹텄습니다.

그런데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최향의 군대가 들이닥친 것입니다. 고려의 정예군은 마치 점령군처럼 마을을 불태우고 사람들을 죽였습니다. 오, 세상에.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습니다. 고려군이 아니라 마치 거란군이나 일본군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아무튼 김준(절에서는 무상스님이라 불렀음)과 월아는 고려군에 끌려갔습니다. 김준은 모진 고문을 받고 처형될 위기에서 최우의 딸 송이의 도움을 받아 죽음만은 면한 채 노역장으로 끌려갑니다. 월아 역시 최우 집안의 가노가 됐습니다.

▲ 격구. 알고보니 사람 죽이는 경기.

격구장. 로마의 검투사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가르던 콜로세움보다도 더한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격구장. 수법스님의 탄식처럼 아귀가 따로 없습니다. 마상에서 목이 잘린 채 떨어지는, 격구선수라고 해야 하나요?, 노예의 모습은 실로 처참해 눈뜨고는 볼 수 없을 지경입니다.

김준이 이 격구경기에 자원했습니다. 경기장 가운데에 공을 놓아두고 이 공을 먼저 상대편의 골대에 집어넣으면 이기는 격구는 그러나 말이 경기이지 두 팀으로 나뉜 전사들이 상대편을 모두 죽여야만 이길 수 있는 전쟁터보다 더 지독한 죽음의 시합입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신호와 함께 말을 탄 선수들이 노리는 것은 공이 아니라 상대편 선수들입니다. 장대를 높이 들어 공을 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선수의 목과 가슴과 머리를 향해 일격을 가합니다. 내가 먼저 적을 치지 않으면 내가 죽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나마 자원한 자들로만 격구경기가 치러진다는 것입니다. 로마의 검투사들처럼 자의와는 상관없이 목숨을 내놓고 경기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원자들로만 격구팀이 구성됩니다. 경기에서 살아남아 한 가지 소원을 얻기 위해 자원하는 노예들.

김준이 격구대회에 나선 이유도 한 가지 소원을 얻기 위해섭니다. 무슨 소원? 바로 월아를 다시 수법스님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함입니다. 그와 더불어 노예로서의 삶이 아니라 자존감을 지닌 한 인간으로서 당당하게 살고 싶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 송이의 어머니가 월아를 기억하고 월아의 어머니와 막역한 사이라고 말하고 있다.

피비린내 나는 격구장은 김준에게 있어서는 빠스카의 신비를 달성할 수 있는 신성한 곳입니다. 이 경기를 통하여 김준은 인간이 아닌 노예의 삶을 뛰어넘어 당당한 하나의 인간으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격구를 통해 김준은 자신과 월아를 구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호 통제라! 김준의 이 눈물겨운 구원행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자신의 목숨까지 던져 구원하고자 하는 월아가 노예출신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어엿한 사대부가의 여식이었던 것입니다. 그것도 당대 최고권력자 최우의 부인과 절친한 가문의 딸.

이럴 수가. 무신에도 출생의 비밀이 끼어들고 말았습니다. 김준과 월아, 송이의 삼각관계가 만들어진다면 고려 최씨 무신정권의 고명딸과 노비가 벌이는 연적관계가 참 볼 만하겠다 생각했는데, 김준이 상대할 것으로 보이는 두 여인이 모두 양반가의 여식들입니다(하긴 뭐 김준 자신도 무상스님이 아니라 노예 김준으로 밝혀져 초장부터 당황스러웠을 겁니다).

▲ 월아, 김준, 송이

그렇지, 그럴 리가 없었지, 어떻게 주인공이 노비 따위와 사랑을 나눌 것인가! 어쨌거나 아쉽지만 드라마 무신에도 결국 출생의 비밀이 등장했습니다. 약방의 감초. 모든 인기 있는 드라마들에 어김없이 나오는 전가의 보도.

무신 다음 시간대에 배치된 신들의 만찬에도 역시 이 출생의 비밀은 등장합니다. ‘실제역사가 스포일러로 작용해 흥미들 돋우고 있는’ 빛과 그림자에도 이 출생의 비밀이 등장했습니다. 카이사르의 말을 한번 흉내 내볼까요? “빛과 그림자, 너마저도!”

아마도 월아를 최우 부인의 곁에 두어 장차 김준을 두고 송이와 경쟁관계를 만들려는 의도로 보이긴 합니다만 출생의 비밀 같은 거 말고 뭔가 다른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없을까요? 노예 출신인 김준이 노비가 아닌 양반귀족출신 여자들과 엮여야만 멋있어지는 걸까요?

월아의 처지에서는 자신의 출신성분이 사대부귀족이 아니라 김준과 마찬가지로 노비였다면 김준의 바람대로 수법스님 곁으로 돌아가 편안한 여생을 마칠 수 있었을 것을…… 안타깝게 됐습니다. 왜 애꿎은 나를 사대부가의 딸로 만들어 피곤하게 하는 거야, 나 그냥 노비 할래!

아무튼 250억대의 대규모 자금이 투입됐다는 대작 무신도 출생의 비밀은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