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시청'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3.18 대통령은 잘하는데 밑에것들이 문젠기라요 by 파비 정부권 (6)
  2. 2008.10.31 가고파 국화축제에 대한 커다란 오해 by 파비 정부권 (26)

갑자기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한낮의 도심을 흔들었다. 기다랗게 울려 퍼지는 사이렌은 한참이 지나도록 그 여운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도시를 바쁘게 오가던 사람들과 차량들은 모두 한쪽 옆으로 비켜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폰카메라라 사진이 희미하다.

그렇구나. 오늘이 민방공훈련을 하는 날이로구나. 내 평생 길 가다 민방공훈련에 걸려보기는 또 처음이네. 민방공훈련? 그런 걸 아직도 하고 있었던가?’

 

어린 시절, 민방공훈련 하던 생각이 났다. 정말 죽도록 했었다.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에서는 훈련 시작하기 전에 미리 운동장에 집합해서 교육을 받는다. 그리고 약 10여분 정도를 걸어서 학교 뒷산 후미진 곳으로 가 은폐를 하고 기다린다. 


은폐라고 해야 별 거 없다
. 그저 반별로 모여 앉아 숨을 죽이고 가만 앉아 있는 것이다. 그러다 사이렌이 울린다. 그러면 아이들은 오늘처럼 길게 여운을 멈추지 않는 사이렌 소리가 지나가는 푸른 하늘을 두려운 눈으로 쳐다보다 얼굴을 무릎 사이에 숨긴다.

 

경계경보와 공습경보, 화생방경보의 사이렌은 각각 다르다. 끊어 울리는 횟수, 울리는 시간의 길이 등으로 구별을 하는데 평소에 배웠던 것을 운동장에서 다시 한번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면 모두들 바람이 불어오는 반대 방향으로 납작하게 엎드린다.

길 양쪽 옆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 보면 마침내 화생방경보 사이렌이 울리고 아이들은 배운 대로 엄지손가락으로 귀를 막고 나머지 손으로는 두 눈을 가린 다음 입을 반쯤 벌린다. 입을 벌리지 않으면 엄청난 폭발음과 폭풍에 의해 내장이 손상될 수 있다.

 

지루한 시간이 흐르고 해제경보 사이렌이 울리면 그제서야 아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과 귀를 가렸던 손을 풀고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웃는다. 어린 마음에도 전쟁은 얼마나 두려운 것이었던가!

 

가만, 오늘이 3 16일 현재시간이 오후 2. , 그러고 보니 민방공훈련 요원들이 도로 곳곳에 2명씩 조를 짜서 서있네. 이걸 어쩐다지?’ 이미 모든 차량들과 사람들은 4~50m 간격으로 도로 양쪽에 포진한 노란 모자를 쓴 요원들에게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었다.

 

나만 몰랐던 것일까? 아득한 옛날,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에나 했던 소꿉장난 같았던 민방공놀이를 아직도 하는 줄은 미처 몰랐다. 그나저나 큰일이다. 어시장 옆 대우백화점 정문 앞 벤치에서는 친구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평소에 걷기를 즐겨 하는 데다 곧 낙동강 도보탐사에 나설 계획이 있었던 나는 훈련 삼아 걸어서 어시장까지 가는 중이었다. 마침 날씨도 매우 화창했다. 걷는 이마에 땀이 살짝 맺힐 정도로 기분 좋은 날씨였다.

에라 모르겠다. 약속시간도 다 돼가는데 어서 가자.’

해제경보 사이렌이 울리자…


얼마를 가는데 민방위 모자를 쓴 공무원인 듯한 아저씨가 호각을 크게 불며 이쪽으로 비켜서 제자리에 서세요. 가시면 안 됩니다. 가만히 서 계세요하면서 길을 막았다. 노란 모자에 호각을 불며 길을 제지하는 걸 보자 순간 나도 모르게 열이 확 뻗쳤다.

안 그래도 먹고 살기도 힘든 판에 길도 마음대로 못 가게 하다니여기가 무슨 북한도 아니고 말이야.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 이 따위 짓을 하고 있는 겁니까? 나는 바빠서 가야겠어요.” 

 

그러나 노란 모자의 공무원은 계속해서 길을 막으며 왜 협조를 안 하느냐고 훈계를 하듯 다그쳤다한번 감정이 격앙되자 감정이 통제되지 않았다. 아니 협조를 할 것이 따로 있지. 민방공이 아무리 중요하다지만 설마 내 먹고 사는 일 보다야 급할까. 어렵게 시간 내준 친구 다시 만나기 쉽지 않다.

모두들 바삐 움직인다.

아저씨. 이렇게 사람 길 막고 이 땡볕에 세워 놓으려면 의자라도 갖다 놓으시던지, 아니면 어디 식당이나 다방에라도 들어갈 수 있도록 돈이라도 주시던지, 뭔 조치를 해주셔야 될 거 아닙니까? 돈 줄래요? … 이명박이 이거 말이야. 나라 경제 다 망쳐놓고 이제 사람 길까지 막네….”

 

참나, 나도 내가 무슨 소리를 한 건지 모르겠다. 어디 이명박이가 민방공훈련을 만들었던가. 그러나 한번 미운 털이 박힌 놈은 무슨 짓을 해도 밉다. 결국 실랑이를 벌이다 노란 모자의 제지를 뿌리치고 내 갈 길로 나섰다. 그러나 이내 그 노란 모자의 공무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너무 말을 심하게 했지. 공무원이 무슨 죄가 있나.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일 뿐인데. 자기도 맡은 바 임무를 책임지지 못하면 문책을 당할 수도 있을 테니더구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로는 공무원을 마치 직장부하 다루듯 한다니 말이야.’

 

뒤를 돌아보니 도로변에는 차량들이 한쪽 옆에 길게 늘어서 있고 사람들은 건물 옆으로 붙어 모여 있었다. 아예 길바닥에 주저앉아있는 할머니와 아주머니도 있었다. 나만 빼고 모두들 통제에 익숙하게 잘 따르고 있는 듯이 보였다. ‘허허나만 바보 됐군. 미친놈처럼 소리나 지르고….

 

마침 앞에 마산시청 건물이 보였다. 시청 민원실로 들어가 컴퓨터나 좀 만지다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것도 허탕이었다. 이미 민원실은 오도가도 못하는 사람들도 만원인데다 컴퓨터도 자리가 없었다. 이래저래 짜증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해제경보 사이렌이 길게 울려 퍼졌다. 20분이 이렇게 지루하다니…. 부랴부랴 시청을 빠져 나와 약속장소로 가기 위해 시청 뒤 철길을 넘었다. 이 철길은 오래 전부터 사용하지 않는 폐선으로 방치돼있다. 여기를 지나 조금만 더 가면 어시장이다.

 

그런데 가만 아,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이번엔 철길 옆에서 노점상 아주머니와 단속 나온 시청공무원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철거반원들이다.


아니 이 양반들은 하필 민방공훈련 시간에 노점상 단속 나온 거지? 길 가던 시민들에겐 길도 막고 움직이지도 못하게 하면서 자기들은 그 귀한 민방공훈련시간에 노점상 단속을 하고 있었단 말이지. 시내버스든 화물트럭이든 승용차든 모두 운행정지 시켜놓고 자기들은 노점상하고 전쟁 벌이고 있었단 말이지. 노점상 단속반은 총알도 비켜가나?’


노점상 아주머니도 만만치 않았다
. 자기보다 덩치가 두 배는 돼 보이는 두 명의 단속반원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아니 3일 후면 저기 만들어놓은 저리(컨테이너를 개조한 판매장이 바로 옆에 있었다)로 옮긴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왜 뜯어가는 기고. XX들아. 그거 그냥 거기 안 나둘끼가. 어이~”

 

한참을 드잡이를 하던 시청 단속공무원들은 결국 파라솔 몇 개만 달랑 트럭에 싣고 떠났다. ‘아니 이 양반들이 하려면 확실히 하던지 기껏 파라솔 두 개 뜯어가려고 여기 왔나? 장사 하는 아지매 속 다 긁어놓고 고작 파라솔 두 개 뜯어 싣고 간단 말이야? 혹시 민방공훈련 피할까 하고 들어왔다가 시비 한 번 붙고 가는 거 아냐? 참 웃기는 인간들이군.’

노점상 아주머니는 단속반들이 가고 나서도 분이 안 풀리는지 땅바닥에 주저앉아 경상도 말로 욕을 ‘개 끌듯이’ 퍼붓고 있었다. “아니 조노므 시끼들이 저기 인간들이가. 대통령은 우야든지 서민들 먹고 살게 해 주끼라꼬 고상하는데, 조노므 문디 자슥들은 저그가 머라꼬. 아이고 나쁜노무 시끼들…”

그러다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던 나를 보고 대뜸 외쳤다. “아이, 그란데 댁은 뭡미꺼. 뭔데 아까부터 옆에서 사진을 찍고 그람미꺼? 댁도 저놈들하고 한팬교?”

단속반이 갔는데도 계속 자리에 주저앉아 욕만 해댄다.


아이고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아지매 편이라요. 이거 사진 찍어서 인터넷에 올려 쟈들 욕 좀 해줄라고 안 그럽니까? 하하저는 마 확실히 아지매 편 맞습니다.”
 
그러자 그 아주머니는 금새 표정이 바뀌며 마침 잘 됐다는 듯 일장 연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얼마전에 있다 아임미꺼. ,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노점상들 먹고 살게 해 줄끼라꼬 다 풀어준다 안 했습니꺼. 그기 곧 내리 온다 카데예. 여 시장도 올매나 우리 같은 사람 걱정해 줌미꺼. 그란데 그 밑에 있는 노므 인간들이 그런 것도 모르고우에가 아무리 잘하면 뭐함미꺼. 조노므 자슥들이 죽일 놈들인 기라요. 조놈들이….”


아니 이건 또 무슨 엿 바꿔 드시는 말씀이란 말인가?
 아무리 바빠도 이런 소리 듣고 그냥 지나칠 내가 아니다.

 

아줌마. 거 있다 아임미까. 저 공무원들이야 그저 시키는 대로 하는 기고요. 진짜 나쁜 놈들은 웃대가리들입니다. 이명박이 그 인간이 제일 나쁜 인간이지요. 아줌마, 청계천 들어보셨지요? 이명박이가 얼마나 자랑 합디꺼. 그 꼴난 청계천 만들라고 노점상들 다 쫓아냈지요. 쫓아내다가 안 되니까 우쨌슴미꺼? HID, 북파공작원이라고 들어보셨지예? 그 사람들 불러다 다 쪼가 냈단 소리 못들었심꺼? 진짜 나쁜놈이 누군지 아직도 모르시겠심미꺼? 마산시장요? 고마 말로 마입시더.”

아마 노점을 이리로 옮길 모양이다.


아주머니는 갑자기 멍한 표정이 되었다. 자기 편이라고 하던 사람이 영 엉뚱한 소리를 하니 김이 좀 샜나 보다. 그러나 그래도 자기 편이라는데 달리 뭐라고 할 수야 없는 노릇일 테고. 입맛만 쩍쩍 다시면서 그건 아일 긴데예. 설마 그럴라고예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더니 곧 다시 정신을 차린 듯 일장연설이 시작되려고 한다
. 노점상 아주머니는 오랜만에 동지를 만난 듯 그 동안 못다한 한을 다 풀어낼 태세다. 아이고, 이러다간 약속시간 늦겠다. 나는 얼른 아주머니에게 아지매, 그럼 많이 파이소.”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노점상 아주머니의 우렁찬 목소리가 등뒤로 달려든다. 아주머니 목소리가 참말로 우렁차다.

 

아이씨요. 우옛든가 마이 좀 도와 주이소예~”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마산 돝섬 해상유원지에서는 지금 가고파 국화축제가 한창이다. 별다른 문화제가 없는 마산 시민들에겐 특별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나는 25년 전 어릴 때 딱 한 번 가본 것을 제외하고 한 번도 돛섬에 가본 적이 없다. 그때는 주로 동물원을 구경했는데 지독한 냄새를 맡았던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마산 국화축제를 보러 아이들 학원도 빼먹게 하다

그래서 그런지 돝섬에 대한 좋은 추억이 별로 없었던 나는 최근 매년 열리는 국화 행사에 무관심했다. 그러나 올해는 갓 초등학생이 된 딸아이도 있고, 아들 녀석도 이제 내년이면 초등학교 6학년이 되니 이때가 아니면 더 이상 기회가 없겠다 싶어 일부러 시간을 내기로 했다. 매년 들어왔던 국화축제란 것이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다. 아이들에게 국화에 대한 좋은 교육의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아이들은 매일 가야하는 주산학원과 피아노학원을 빼먹고 돛섬에 놀러갈 수 있다는 생각에 매우 기뻐했다. 우리는 책가방을 부두 매표소에 맡겨놓고 거대한 유람선에 몸을 실었다. 다행히 친절한 매표원들은 축제장에선 거추장스러울 뿐인 짐을 선선히 맡아주었다. 정말 시원했다. 부두 아래에선 시커먼 바닷물이 마음을 답답하게 했지만, 배가 바다 한가운데로 들어서자 상쾌한 바람이 가슴을 적셔주었다. 

국화 축제장이 아니라 바다 한복판 먹거리 장터였다

채 5분도 되지 않아 배는 돝섬에 닿았다. 평일인데도 섬은 북적거리는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섬에 도착하니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줄지어 늘어선 먹거리 장터였다. 소위 먹자판이다. 우리나라 축제는 어딜 가나 먹는 게 빠지면 안 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옛말도 그래서 나왔을까?

배에서 내리자마자 늘어선 음식점들의 호객행위와 북적이는 사람들로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붐비는 사람들을 향해 스님 복색을 한 사람들이 길을 막고 달마도를 팔고 있었다. 진짜 스님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속절없이 길거리에서 팔려나가는 달마대사가 애처로운 생각이 들었다. 저러자고 대사께서 동쪽으로 오신 건 아닐 텐데 말이다.

               온통 장사치들이었다. 거기에 스님(?)들도 한자리 했다. 축제장에 왠 무조건 천원짜리 만물상회까지?

장터를 지나자 놀이기구가 보였다.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우선 놀이기구부터 타기로 했다. 무섭다고 고개를 젓는 바이킹을 제외한 나머지를 한 바퀴 돌고나서 곧장 국화 전시장으로 향했다. 산비탈 길을 타고 조금 오르니 국화로 만든 조형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멋있다고는 생각되었지만, 기대했던 것과는 완전 딴판이었다. 다양한 국화를 심어놓고 거기에다 일일이 이름과 설명을 붙여놓았을 것이란 교육효과에 대한 기대는 완전 빗나갔다.

국화는 없고 국화벽돌로 만든 거대한 조형물만 있었다

아이들은 아예 국화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내가 멋있지 않느냐고 말하자 그저 무덤덤하게 그렇다고 대답만 할 뿐이었다. 아이들은 섬 꼭대기에 마련된 공중 자전거 놀이기구에만 관심이 있었다. 아이들에게 국화는 없었다. 국화로 치장한 여러 가지 모양의 조형물들만이 육중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빨간색은 국화가 아니라 사루비아인 듯싶다. 우리집 담벼락 밑 화단에 심은 사루비아와 모양이 같았다. 
                                              레일 자전거 뒤로 멀리 마창대교가 보인다.  

대충 구경을 끝내고 다시 내려와 해변을 따라 바닷가 길을 걸었다. 거대한 국화 조형물과 놀이기구와 장사치들과 북적이는 사람들로 정신없는 축제장보다 이게 나을 성 싶었다. 그러나 여기도 상식을 초월하긴 마찬가지였다. 초파일 연등행사에 쓰일 법한 등으로 만든 터널이 해변 입구를 막아서고 있었다. 거기엔 누구누구 이름과 ‘사업이 번창하길 빕니다.’ 따위의 소원문구들이 적혀있었다. 

화려한 등불로 치장된 썰렁한 돝섬 바닷가

한쪽에선 나이 지긋하신 노인네들이 소주병을 하나씩 들고 지화자를 부르고 계셨다. 차라리 그 모습이 정답게 보였다. 이 화려하게 촌스러운 색깔로 치장한 썰렁한 바닷가와 가장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걷다보니 다리가 아팠다. 그러나 쉴만한 의자 하나 변변하게 없었다. 

             이곳 출렁다리에서 놀 때가 제일 즐거웠다. 밤이 되어 연등에 불이 들어오면 꽤 그럴 듯하게 멋있을 것 같다. 
             그래도 국화축제에 국화는 없다. 국화는 그저 악세사리일 뿐...

목이 마르다고 투정하는 아이들을 위해 음료수를 샀다. 이온음료 한 병에 2천원이다. 더 있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바베큐가 먹고 싶다는 아이들을 밖에 나가서 더 싸고 맛있는 간장치킨 사주겠다는 말로 달래 배를 타고 돌아가기로 했다. 거대한 크루즈선 뒤편으로 바쁘게 돌아가는 가포 연안 매립현장이 보인다. 아이 엄마와 연애하던 시절, 저곳에서 함께 배를 타고 노를 저었었다.

돝섬에서 바라본 연안 매립의 현장

한때는 해수욕장이었던 가포만 매립현장을 한 번 더 돌아가면 거기엔 수정만 매립현장이 있다. 최근 STX 조선소 유치 문제로 마산시와 주민들 간에 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곳이다. 그러고 보니 마산은 매립의 도시다. 이곳 돝섬의 자그마한 동산에서 바라보니 매립지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고운 최치원 선생이 바다를 품은 달을 노래하던 월영대는 매립지에 들어선 콘크리트 건축물 더미에 밀려 보이지도 않는다.

람사르에 참석한 국제환경기구의 지도자들도 이 모습을 보았을까? 마침 람사르 총회가 창원에서 열리고 있으니 그분들을 여기에 초대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미 바다를 매립해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는 신포매립지(위),  가포만 매립공사 현장(아래)    

돌아가는 배를 타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에 서있는데 뒤에서 어떤 중년 남녀의 대화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여자가 별로 재미가 없었던 모양인지 남자가 밤이 되면 불꽃놀이도 한다고 어르자, 여자가 남자에게 말했다.

“그라모 여는 밤에 와야 되겄네.”

“음, 맞다. 여는 원래 저녁 늦가 와야 되는기라. 한 잔 걸치러 저녁에 오는 게 맞제.”

대한민국의 축제 문화에 대한 오해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그래, 이곳은 우리가 올 곳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곳에 와서 무슨 국화 타령을 하고 문화를 논하는 자체가 난센스였던 것이다. 국화는 그저 구실이었을 뿐이다. 삶에 지친 사람들이 한적한 섬 하나를 내어 먹고 놀 자리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굳이 비싼 바가지 물가를 감내해가며 편히 쉴 의자 하나 없는 척박한 섬을 꼭 가야만 하는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도 깨달음이 부족하다.

이렇든 저렇든 대형 크루즈선은 사람들로 미어터지고 있었다. 마산시가 장사 하나는 기차게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돌아오는 배를 따라 날아드는 갈매기들이 최고 수지를 보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 맞다. 가장 행복한 것은 배가 불러터진 갈매기들이었다.

2008. 10. 30.  파비
습지와 인간
카테고리 시/에세이/기행
지은이 김훤주 (산지니,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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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