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월요일자 경남도민일보(김훤주 기자)를 보니 보도블록 한 장에 25만 8500원 한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창원에서만 603장을 사서 깔았다고 합니다. 25만 8500원×603장, 계산해보니 155,875,500원입니다. 읽기가 어려운 분들을 위해 친절하게 다시 불러드리면 일억 오천 오백 팔십칠만 오천오백 원입니다. 길바닥에 1억 5천만 원이 넘는 돈을 바른 것입니다.

2008. 6. 13. 마산에 STX 유치를 호소하는 마산발전여성모임의 기자회견 @경남신문


마산시청에서 벌어진 재미난 에피소드

대체 무엇으로 만든 블록이기에 한 장 가격이 이토록 비싸단 말입니까? 40대 비정규직 노동자가 한 달 동안 쓰는 용돈보다 훨씬 많은 돈입니다. 그런데 이 블록이 창원을 비롯해 마산, 창녕 등 경남과 대구, 부산에 약 6~7천장이 팔려나갔다고 합니다. 영남 일원의 도심 길바닥에 금칠을 한 셈입니다.

저는 오늘 왜 제가 사는 동네에서 길에다 이토록 비싼 금칠을 하나 따지려는 것은 아닙니다. 마산 내서에 있는 이 보도블록을 만드는 에스엘테크라는 회사의 회장님은 Y라는 여자분입니다. 오랫동안 학교 선생도 하셨다는 이분은 마산 대번일식의 대표이기도 하답니다. 제가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분에 대한 독특하고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에피소드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끔찍한 이야기긴 합니다만, 아무튼 재미는 있을 겁니다. 수정만 STX 조선소 유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이야기는 모두들 들어보셨을 줄로 압니다. 지금도 추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수정마을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마산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지나다보노라면, 참으로 안타까운 현장입니다. 

지난여름, 수정만 주민들과 트라피스트수녀원의 수녀님들이 마산시청에 항의 방문을 갔습니다. 조선소가 들어서면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되지만, 마산시나 STX는 특별한 보상대책도 없이 서로 책임만 떠넘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과 면담을 요구했지만 시장은 만나주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시청사 바닥에서 농성을 하게 됐습니다. 

삿대질을 하다 느닷없이 팔을 붙들며 무릎을 꿇고, “수녀님, 마산의 눈물을 아세요?”

이때 바로 이분이 나타난 것입니다. 마산여성경제인연합회 회장이기도 했던 그녀는 수정만 STX 조선소 유치 찬성파 주민이었던 모양입니다. 고급스런 양장을 입고 목에 진주를 치렁치렁 감고 나타났더라는 원장수녀님의 표현을 빌자면 그녀에게 주민이란 이름은 어쩌면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수녀원 앞에서 STX 유치찬성파주민들이 확성기 틀어놓고 수녀들에게 성적수치심을 조장하는 욕설까지 하고 있다.


아무튼 일단의 찬성파 주민들과 함께 나타난 이분은 분기탱천해서 달려들었다고 합니다. 삿대질을 하며 쌍욕을 해대는 이분의 모습을 들어보면 마치 지옥에서 온 악귀가 아닐까 연상이 될 정도였습니다. 원장수녀님은 난생 처음 쌍시옷이 섞인 온갖 욕설을 듣는 수모를 경험했다고 합니다. 원장수녀님의 말씀을 직접 들어보시죠. 

“그 여자가 말예요. 목에 진주를 치렁치렁 감고 나타나서는 나한테 막 욕을 하는 거예요. 난생 그런 욕 처음 들어봤어요. 막 쌍시옷이 나오는데, 어휴~ 그런데 그때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나타나자 이 여자가 돌변한 거예요. 갑자기 내 팔을 꼭 잡고서는, ‘수녀님, 마산의 눈물을 아십니까?’ 굉장히 불쌍한 표정을 짓고 말예요.

생각해보세요. 사람 잡아먹을 듯이 달려들어 욕을 해대다가 갑자기 다소곳한 표정으로 무척 걱정이 많다는 듯이 ‘수녀님, 마산의 눈물을 아십니까?’ 팔을 잡힌 내가 얼마나 황당했겠어요. 그런데요. 그러더니 기자들이 가고 나니까 다시 삿대질을 하고, 쌍시옷을 내뱉고, 세상에 그런 사람 처음 봤어요. 나중엔 너무 우스워 한참을 웃었지만….” 

(옆에 있던 다른 분들의 증언에 의하면, 기자들이 나타나자 무릎까지 꿇고 애걸하듯 매달렸다고 합니다. 그러자 함께 온 다른 여자들이 “회장님, 왜 이러십니까?” 하면서 울며 말리고, 아래분 댓글처럼 그야말로 영화 한 편 찍어도 손색이 없을 뻔 했습니다. 기자들이 떠나자 다시 태도가 돌변해 삿대질을 하며 달려들었다는 대목에선 차라리 연민마저 느껴집니다.)  

수정만을 파헤치자고 주장하는 주민들, 그들은?


이분은 최근에 수정만 매립지 근처에 땅을 샀다고 합니다. 계약금만 내고 아직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지 않았다는데 원장수녀님도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겠다고 합니다. 다만, 이곳에 공단허가를 낼 계획이었는데, 요즘 조선 경기가 안 좋아 망설이고 있는 게 아닐까 추측만 할 뿐이라고 했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 후 가두행진하는 수정만 주민들


트라피스트수녀원에서 조금 올라가면 석곡이란 마을이 있는데 이곳에도 산업단지가 곧 조성될 것이라고 합니다. 쇼트와 도장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이곳에 6만 7천여 평 규모의 산업단지를 만들기 위해 행정절차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쇼트와 도장작업이 엄청난 분진과 공해를 유발할 것임은 자명합니다.

이 업체가 땅과 모텔 건물을 사서 이곳에 들어와 주민이 된 것은 불과 1년여 전이라고 합니다. 석곡은 안골이라고도 부르는데 그 산 너머에는 뒷골이란 마을이 있습니다. 이곳에선 마산만 매립용 석산이 개발될 예정입니다. 수정마을은 매립지에 STX 조선소만 들어오는 게 아니었습니다.

조선소와 관련된 온갖 공해유발 업체들이 조용한 수정마을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산업단지간소화특례법에 따라 이제 산골에 공단 만드는 것도 식은 죽 먹기가 따로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예의 그녀가 원장수녀님에게 “수녀님, 마산의 눈물을 아십니까?” 한 것이 이유 없는 것도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마산의 눈물을 아냐고? 너희들 목에 걸린 욕심의 눈물 말이냐?”


어쩌면 그녀의 목에 걸린 진주가 눈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원장수녀님도 그러셨습니다. “날더러 마산의 눈물을 아느냐고? 보니까 그 여자 목에 치렁치렁 매달린 진주알들이 눈물인가 봐. 마산의 눈물은 무슨, 자기들 욕심의 눈물이겠지.” 원장수녀님은 다시 그때가 생각났는지 말을 마치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지난 여름 땡볕에 1인 시위 중인 수정만 주민. 찬바람 부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수녀님들과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마산시청 앞을 지나는데, 수정만 할머니 한 분이 1인 시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찬바람에 할머니의 하얀 머리칼이 날립니다. 시장의 눈에는 이 모습이 보이기는 할까요? 아마 부자의 목에 걸린 진주로 만든 눈물은 보여도 찬바람에 날리는 할머니의 하얗게 샌 머리칼이 보일 리가 없을 겁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그렇군요. 세상이 참 말셉니다. 그나저나 수정만을 STX에 내주기 위해 국회에 거짓문서까지 위조해 제출한 황철곤 마산시장님, 지금 심경이 어떠실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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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시가 공문서를 위조했다는 논란에 휩싸일 조짐이다. 그것도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자료로 제출하라는 문서를 허위로 작성해 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 트라피스트수녀원을 방문했을 때, 요세파 원장수녀는 강기갑 의원실에서 막 도착한 팩스를 보여주며 마산시가 마침내 국회를 상대로 기만극을 벌이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요세파 원장수녀에 의하면, 마산시장은 이미 수차례 STX조선소 유치에 반대하는 수정만대책위(이하 대책위)와 트라피스트수녀원을 상대로 거짓말을 일삼아왔다. 그런데 이번에 강기갑 의원실에 국정감사 자료로 허위문서를 만들어 제출함으로써 그 실체가 백일하에 폭로되게 됐다는 것이다. 요세파 원장수녀가 밝힌 마산시의 공문서 위조 경위는 이렇다.

"강기갑 의원이 국감에서 마산시에다 수정만을 매립하고 여기에 STX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주민들 피해에 대해 충분한 대책을 수립하고 주민들과 협의를 했느냐, 이렇게 물으니까 마산시장이 '네, 충분한 대책도 수립했고, 주민들에게 협상하자고 공문도 보냈다' 이렇게 대답했겠죠. '그러면 그걸 자료로 의원실에다 제출해라', 그런 거예요.

마산시가 강기갑 의원실에 보낸 답변서 공문(우)과 여기에 첨부된 위조된 서류(좌)


그런데 이 사람들이 대개 급했나봐요. 내가 강기갑 의원실에서 마산시가 제출했다는 문서를 팩스로 받아보니까 완전히 이건 '나 위조문서요' 하고 뽐내는 꼴이에요. 양식이 완전 다른 게 눈에 보였어요. 거기다 우린 이런 문서 받은 적이 없거든요. 그리고 이런 중요한 문서를 우리가 버렸을 리도 없죠. 문서철에 이런 문서는 있지도 않았어요.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서류 제출을 요구하자 급하게 만든 거지요. 가짜로 말이에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하, 이것들 완전 걸렸다. 그래서 내가 다시 강 의원실에다 부탁했죠. 이 문서가 만들어진 날짜를 중심으로 3개월간 문서목록 대장을 받으라고요. 그게 방금 왔어요. 보세요. 문서 수발신 목록에도 이런 서류는 없지요? 이건 가짜서류에요."

2008. 4. 14. 비전건설팀 1776호(문서번호가 수기로 작성됐음) 공문은 목록 어디에도 없었다.


마산시가 강기갑 의원실에 국정감사자료로 제출했다는 문제의 허위문서는 제목이 <수정마을 민원 해소대책 통보>라고 돼있었다. 이 문서를 허위로 만들었다면 마산시장이 국정감사에서 진술한 "수정마을 주민들의 피해대책을 사전에 충분히 수립하고, 주민들과 협상도 했다"는 말도 모두 거짓말인 셈이다.

그리고 그동안 STX조선소 수정만 유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줄곧 주장해온 "마산시장은 월드 베스트 사기꾼!" 이란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참으로 이해하지 못할 일이 있다. 어떻게 일개 시장이나 되는 사람이 국회를 상대로까지 사기행각을 벌일 생각을 했을까? 현직 시장이 공문서를 위조했다는 사실도 충격이지만, 그 상대가 국회라는 사실은 더 충격적이다. 

그나저나 마창진 통합시 확정으로 희희낙락하던 황철곤 마산시장, 완전히 백주 대낮에 벼락 맞은 꼴이겠다. 강기갑 의원이 자기를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 황 시장을 가만 내버려둘 리가 만무하니, 통합시장 단꿈에서 채 깨어나기도 전에 졸지에 검찰에 불려갈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공문서 위조, 내가 알기로 이거 꽤 세게 받는다고 하던데….

"황철곤 마산시장님,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어떻게 국회를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일 생각까지 하셨을까요? 이제 남은 것은 <문서 수발신 목록 대장>을 위조하는 것일 텐데요. 그런데 그게 꽤나 힘들다면서요? 요즘은 전산으로 하기 때문에 잘 안 된다고 그러던데. 어떻게 하죠? 그래도 방법을 한 번 찾아보세요. 그래야 진정한 월드 베스트 사기꾼이 되는 거 아니겠어요?"

앞으로 마산시가 어떻게 나올지 실로 궁금한 대목이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수정만 매립지에 STX조선소가 입주하는 데 반대하는 수정만 주민들이 잘 쓰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월드 베스트 사기꾼"입니다. 이 월드 베스트 사기꾼으로 지목된 것은 다름 아닌 황철곤 마산시장과 STX그룹입니다. "월드 베스트 STX"란 기업홍보용 구호를 패러디한 이 데모구호는 누가 아이디어를 냈는지 몰라도 참으로 기발합니다. 


수정만 주민들의 데모구호, "월드 베스트 사기꾼" 

그러나 데모구호는 어디까지나 데모구호일 뿐입니다. STX가 제아무리 월드 베스트라고 우겨도 아무도 월드 베스트라고 인정해주지 않는 것처럼, 수정만 주민들이 아무리 마산시장을 "월드 베스트 사기꾼"이라고 몰아붙여도 사기꾼이 아닌 사람이 사기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마산시장이 정말로 사기꾼일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그리 많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황철곤 마산시장이 진짜 사기꾼이라면 마산시민들은 사기꾼을 시장으로 뽑아 시청에서 사기행각을 벌일 수 있도록 방조한 공범이 되는 셈입니다. 만약 이에 대한 재판이 열린다고 가정하면, 세기의 재판이 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해외토픽감이죠. 시장과 수십만 시민들이 공범으로 법정에 서는 진풍경은 아마도 기네스북에 오를 겁니다.

그런데도 <수정만STX유치반대대책위원회(이하 수정만대책위)> 주민들은 마산시장이 진짜 사기꾼이 맞다고 계속 주장합니다. 그들이 옷 위에 걸쳐 입은 조끼에는 어김없이 마산시장은 월드 베스트 사기꾼이라고 적혀있습니다. 그들이 데모할 때 들고 있는 피켓에도 마산시장은 거짓말쟁이에다 사기꾼이라는 붉고 푸른 글자들이 선명합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몇 개월 전, 가톨릭 마산교구청에서 천막농성 중인 수정만대책위를 찾았을 때 함께 농성 중인 트라피스트 수녀원 원장수녀마저도 마산시장은 지독한 거짓말쟁이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원장수녀는 황철곤 시장이 확실히 사기꾼이라는 확증을 갖고 있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영적 삶을 맹세한 수녀들이
마산시장을 사기꾼이라고 부르는 이유

하느님 앞에 한 점 부끄럼 없이 고결한 삶을 살기로 맹세한 수녀님들마저 마산시장과 STX가 짜고치는 고스톱처럼 시민들을 우롱하는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는 근거는 대체 무얼까요? 지금까지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마산시장은 수차례 수정만대책위와 수녀들과의 약속을 어겼습니다. 심지어 어제 한 말을 오늘 뒤집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수녀들이 마산시장을 거짓말쟁이에다 사기꾼이 분명하다고 믿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아무리 세속을 떠나 스스로를 봉쇄한 채 영적 삶을 살기로 한 수녀들이라도 뻔히 보이는 사기행각을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마산시와 STX는 이주보상에 관해 서로 다른 말을 해 주민들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마산시는 이주보상비는 STX가 전적으로 책임질 문제이고 자기들은 행정적 지원만 하기로 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STX는 이주보상비 등 모든 문제를 마산시와 공동으로 부담하기로 했다고 주장합니다. STX조선소의 수정만 입주가 사실상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것은 주민들에겐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대책위(좌)와 강기갑의원실(우)에 보낸 공문. 결재란 형식이 다르고 문서번호 등도 수기로 작성됐다.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어진 것입니다. STX에 가면 마산시장에게 물어보라고 하고, 마산시장에게 가면 STX에 가서 알아보라고 말하는 꼴입니다. 둘이서 짜고 사람 골병 들여놓고 책임을 서로 미루며 결국 피해자에게 아무런 보상도 안 해주겠다는 심보와 하나 다를 바 없습니다. 이것도 수정만대책위의 입장에서 보면 고도의 사기행각인 것입니다.

국감에 제출된 마산시장이 사기꾼이란 명백한 문서

그런데 트라피스트 수녀원 원장수녀의 말에 의하면, 수정만대책위가 주장하는 것처럼 마산시장이 사기꾼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나왔다고 합니다. 다음 아니라 문서를 조작했다는 것입니다. 마산시는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문서 형식이 있습니다. 이것은 일반 기업체도 마찬가지인데, 문서형식에 관해 따로 규정을 두어 통일된 양식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수정만대책위가 마산시로부터 받은 공문도 모두 통일된 양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강기갑 의원실에 국정감사자료로 제출한 문서 중 하나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문서는 다른 문서와 달리 통일된 양식으로부터 일탈된 문서형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급하게 조작된 문서라는 의심이 가는 대목이었습니다. 

뭔가 문제가 있다고 직감한 원장수녀는 급히 강기갑 의원실로 하여금 마산시로부터 해당 문서가 속한 기간의 문서목록을 제출받아 보내달라고 부탁했고, 그 문서목록이 도착한 때는 마산시의 저열한 문서조작행위가 폭로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허위문서였던 만큼 문서목록에 그 문서의 이름이 있을 리 없었던 것입니다.  

강기갑 의원실이 받은 문서목록대장에 "수정마을민원해소대책통보"란 제목의 공문은 없었다.


조작된 해당 허위문서의 제목은 바로 <수정마을 민원 해소대책 통보>였습니다. 내용은 가) 수정마을 386세대 중 이주희망자 이주보상, 나) 마을 발전기금 40억 원 기탁, 다) 트라피스트수녀원 이전, 라) 기타 요구 및 지원사항 별도협의, 이렇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산시장과 부시장 비전사업본부장의 사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국정감사에 허위문서를 만들어 내는 마산시, 무슨 배짱일까?  

그리고 이 공문의 수신처는 수정마을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이종균, 박석곤, 김종인으로 되어 있었지만, 대책위는 이런 공문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습니다. 또 이 공문은 다른 문서와는 달리 통일된 형식을 취하고 있지도 않았습니다. 강기갑 의원실의 국감 문서 제출 요구에 급하게 날조한 문서가 분명했습니다.

수신자가 받은 바도 없고, 따라서 당연히 문서보관파일에도 없는 문서가 갑자기 국감자료로 강기갑 의원에게 제출되었으니 이는 귀신도 곡할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결국 문서 수발신 대장을 제출받도록 강기갑 의원실에 조언한 원장수녀의 기지에 의해 마산시의 사기행각은 백일하에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원장수녀의 말에 의하면, 현재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트라피스트수녀원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강기갑 의원실에도 아직 연락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방금 강기갑 의원실로부터 팩스를 받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아마 월요일이면 마산시장도 이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함께 간 김훤주 기자가 경남도민일보에 기사로 쓸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졸지에 월드 베스트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문서로 증명하게 된 마산시장의 얼굴 표정이 궁금합니다. 그 표정도 월드 베스트일까요? 그 표정을 볼 수 없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아마도 역사에 길이 남을 표정일 게 분명한 데 말입니다. 아무튼 우리는 이 허위문서를 통해 한 가지 사실은 확실히 확인했습니다. 그건 그래도 문서를 날조한 마산시장의 공입니다. 

허위문서로 확인된 한 가지, "마산시장은 월드 베스트 사기꾼이 맞았다"

허위문서에 기재된 수정마을 민원 해소대책이란 것들은 애초부터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수정마을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협상 같은 것을 사전에 마련하고 통보한 사실도 전혀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마산시가 말했던 모든 이야기들이 거짓말이란 사실은 진실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확실하게 확인한 한 가지란 다름 아니라 마산시장이 바로 월드 베스트 사기꾼이 맞았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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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마산시 구산면 | 경남 마산시 구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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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10월 16일(금), 마산공설운동장 올림픽체육관 강당에서는 제59주기 민간인학살희생자 위령제가 열렸습니다. 저는 이 위령제가 한국전쟁 이후 최초로 열린 합동위령제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잘못 알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시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이렇게 씌어 있었습니다. 

<제59주기 2차 마산지역 민간인학살희생자 합동위령제>

위령제는 유교 방식으로 제를 지낸 다음 불교, 천주교, 원불교 등이 각각 위령예식을 올렸다. 개신교는 안 왔다.


한국전쟁을 전후하여 수많은 민간인들이 대한민국 군경에 의해 학살된 사건은 세계 역사상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입니다. 이승만 독재정권처럼 제 나라 국민, 제 민족을 재판도 없이 무참하게 학살한 천인공노할 만행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들은 왜 죄 없는 민간인들을 아무런 재판절차도 없이 학살했던 것일까요? 

이승만 정권의 민간인 학살과 유사한 나찌가 저지른 유태인 학살이 있습니다. 히틀러도 선거에 의해 독일인들의 선택을 받은 정치가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국민들을 동원하기 위해 희생양이 필요했습니다. 그 희생양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유태인이었습니다. 아우슈비츠, 홀로코스트, 얼마나 소름끼치는 말입니까?

묵념하고 있는 허정도 전 경남도민일보 사장 등 참석자들


그 홀로코스트가 대한민국 땅에서도 벌어졌다는 상상을 한번 해보십시오. 그것도 남이 아닌 동족의 손에, 이웃의 손에 말입니다. 지금으로부터 59년 전, 바로 이곳 마산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수천 명의 우리의 이웃들이 영문도 모른 채 손과 발이 묶여 마산 앞바다에 수장되었습니다. 깽이바다라고 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역사는 무심하지 않았습니다. 1960년 4·19혁명이 일어나고 이승만 정권이 국민들의 손에 쫓겨났습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고, 세상도 바뀌었습니다. 숨죽이고 있던 유족들도 늦게나마 억울하게 죽어간 아버지와 어머니, 형제누이들의 명복을 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제1차 마산지역 민간인학살희생자 합동위령제>가 열렸던 것입니다. 

위령제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오열하고 있는 유족


그러나 기쁨도 잠시 박정희의 쿠데타가 일어났고 유족들은 다시 숨을 죽여야만 했습니다. 유족회를 주도했던 노현섭 전국유족회장(마산)은 감옥에 끌려갔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유족으로서 억울하게 희생된 가족의 명복을 빌었다는 것이 죄였습니다. 그때는 법도 상식도 필요 없는 시대였습니다. 노 회장을 비롯한 많은 유족들에게 최고 10년씩 징역형이 선고됐습니다.

그 이후로 유족들은 오랜 세월을 눈물 속에 보내야 했습니다. 그러나 세월은 세상을 변화시켰습니다. 민주화의 여파로 김대중 정부가 들어섰고, 이어 노무현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들 앞에 나와 겸허하게 정부를 대표해 사과를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곧 과거사위원회도 해산해야할 운명에 처했습니다. 아직 일을 다 하지도 못했는데 말입니다. 이제 겨우 물꼬를 트기 시작한 일이 커다란 난관에 봉착한 것입니다. 다름 아니라 다시 정권이 바뀐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과거 이승만 정권이나 박정희 정권의 후예들이란 사실 때문이었을까요? 그들은 이제 그만 과거사위원회 따위는 접으라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이명박 정부가 외면하고 싶어도 이미 전직 대통령이 공식 사과한 일에 대하여 왈가왈부하기는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국방부장관이 직접 군이 저지른 과거의 학살행위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의 뜻에서 이번 합동위령제에 조화를 보내왔습니다. 그리고 39사단 강재곤 중령을 대리로 보내 추모사도 하게 했습니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의 각료인 국방부장관의 한계는 분명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고 고개까지 숙인 일에 대해 그저 유감이란 애매모호한 말로 사과를 대신했습니다. 유감? 대체 뭐가 유감이란 것이죠? 어쨌든 민간인학살 행위가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명한 데 대해 더 이상 토를 달고 싶지는 않습니다.

국방부장관이 보내 온 추모조화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기분 나빴던 것은 바로 황철곤 마산시장의 행위였습니다. 그는 이날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부시장을 대리로 보내고 추모사를 대독하게 하긴 했지만, 다른 일도 아니고 억울하게 죽어간 수천 명의 마산시민들의 유족들이 위령제를 지내는 곳에 그가 직접 오지 않고 부시장을 보낸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혹시 그는 자기가 마산시장이 아니라 전주시장이나 안산시장으로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게다가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그는 조화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국방부장관과 진실화해과거사위원회, 마산수협장의 조화는 있었지만, 마산시장의 조화는 없었습니다.

혹시, 이분 정말로 자기가 마산시장이란 사실을 잠깐 까먹은 것이 아닐까요? 아니면 까먹고 싶었거나…. 오늘 10·18 부마항쟁 기념 마라톤대회에 갔더니 제일 먼저 황철곤 마산시장이 축사를 하더군요.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분, (독재에 항거했던 부마항쟁) 그날의 함성을 되새기며 힘차게 뛰어주시기 바랍니다."

희망연대 김영만 상임의장은 추모사에 앞서 위령제에 불참한 마산시장을 성토부터 했다.


저는 그저 웃음이 나올 뿐이었습니다. 어쩌면 저토록 뻔뻔할 수가 있을까? 그래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일까? 돈도 많이 벌고…. 하긴, 옛날 어릴 때 어른들에게 그렇게 배웠던 것 같습니다. "세상은 요령이란다. 요령이 없으면 거지처럼 늘 남 밑에서 살게 되는 거야. 그러니 아무래도 요령이 최고지."

그러나 역시 제게는 요령부득입니다. 그런데 마산시장은 그렇다 치고, 진보단체들, 민노당이나 진보신당, 민노총, 진보연합 등 수시로 각종 행사에 이름을 내미는 진보단체들이 민간인 학살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의외였습니다. 그들도 혹시나 마산시장처럼 민간인 학살 문제가 계륵이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59주기를 맞은 민간인학살희생자 유족 여러분의 말할 수 없는 슬픔에 대해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나 결국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라는 말 외엔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이상 아무런 도움도 돼 드리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도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아래는 경남대학교 운동장입니다. 경남대 후문 근처에 저의 집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밤에 이곳에 가서 운동을 하곤 합니다. 운동이라고 해봤자 운동장을 맨발로 도는 것입니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면서 운동장을 도는 운동은 육체적 운동도 되지만 정신 건강에도 대단히 좋습니다. 물론 이건 전문가의 의견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우리 아들 녀석은 이제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이 녀석이 벌써 자의식이 생기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제가 맨발로 운동장을 돌면 창피하다고 짜증을 부립니다. 그래도 제가 맨발로 걷기를 고집하면 아예 저만치 떨어져서 꼭 남인 것처럼 행세하지요. 부르면 자기 이름 부르지 마라고 큰 소립니다. 남들이 아빠 아들인 줄 눈치 챈다나요? 나 참….

아이들은 즐겁게 놀고 있고, 아기들은 잠을 자고 있다.


원래 이 운동장은 맨땅이었습니만,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이렇게 잔디를 깔았습니다. 그런데 눈썰미가 좋으신 분들은 이미 알고 계실 테지만, 이 잔디는 진짜가 아니라 가짜입니다. 인조잔디란 이야기죠. 저도 처음에 이 잔디를 깔았을 땐 무척 기분이 좋았습니다. 우리 집 근처에 잔디구장이 생긴 것이니까요. 아들, 딸, 그리고 저 이렇게 세 사람은 이곳에서 막 뛰어다니며 공도 차고 벌렁 누워 하늘에 별을 보기도 하고 데굴데굴 구르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제가 우리 애들하고 장난 치기를 무척 즐겨하는 편입니다. 애들하고 장난 치고 놀 때가 제일 행복하죠. 세상은 이래서 살 만한 것인가보다 하고 느끼죠, 그럴 때는. 그런데 언젠가 신문에서(보는 신문이 경남도민일보 밖에 없으니 경남도민일보일 테죠) 인조잔디에서 발암물질이 나온다는 기사를 보고 나서 질겁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인조잔디구장에서 맨발로 놀고 난 뒤에 보면 왠지 찜찜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역시 자연이 아니라 고무나 플라스틱 위에서 놀았을 때의 그런 화학적 느낌이 있었던 것이죠. 냄새도 났고요.

그런데 발암물질이라니. 그래도 이 정도에서 알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다음부터는 인조잔디는 밟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아시는 분은 아시다시피 우리 집이 있는 마산은 공원도 없고 마땅히 놀 만한 곳도 없는 삭막한 동네입니다. 도로변에는 인도도 없으며 가로수도 별로 없는 동네입니다. 한마디로 애들 키우는 사람들이 살기는 아주 부적절한 도시입니다. 그러니 젊은 사람들이 이사를 올 생각을 잘 하지 않습니다.

제가 쓸데없이 이런 소리를 자주 하는 것은 마산시장이 좀 각성하라는 뜻에서 그러는 것입니다. 바다를 메워 공장이나 유치한다고 인구가 불어나는 것이 아니란 말씀이죠. 진짜 드림베이를 하고 싶다면 나무를 심고 공원을 만들고 시민들이 살기에 쾌적한 도시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수정만에 STX 유치해도 그 사람들이 마산에 살려고 하겠어요? 

마산 사람이 마산 욕한다고만 하지 마시고 생각들 좀 해주시기를 바래요.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군요. 다시 경남대 운동장으로 돌아 오시죠. 보세요. 그런데 발암물질이 풍부(?)하다는 인조잔디에서 가족들이 돗자리를 깔아놓고 놀고 있군요. 심지어 갓난아기들을 재우고 있기까지 하네요. 이분들은 인조잔디에 발암물질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입니다. 그걸 알았다면 이렇게 사랑하는 아이들을 눕혀놓고 잠을 재우진 않겠지요.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아마 트랙을 돌면서 열심히 운동 중이실 거다.

   
제가 운동장을 삥 돌면서 살펴보았더니 무려 20 여 가족들이 인조잔디 운동장 안에 돗자리를 깔고 더위를 식히고 있었고, 심지어는 그냥 아무것도 깔지 않고 잔디에 누워 있는 커플들도 있었습니다. 어떤 남녀는 함께 엎드려서 인조잔디에 머리를 박고 숨을 들이키고 있는 장면도 있더군요. 아찔했지만, 그들의 사랑을 방해할 수도 없었지요. 어떤 중년의 부부는 운동장 한 가운데서 물구나무를 서고 있기도 했고요. 그분들 사진은 못 찍었습니다, 방해가 될 거 같아서.

그러나, 아유~ 사람들이 신문도 못 봤나? 지난 6월이었나요? <경상남도 교육감과 블로거의 대화>에 참석했던 적이 있는데요. 그 자리에서 인조잔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지요. 지금 경상남도의 대부분 학교들이 인조잔디를 깔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발암물질 문제도 있고 또 아이들은 이런 고무냄새 나는 인조잔디보다는 흙냄새를 맡으며 자라야 되는 거 아닐까' 이런 의견들을 교육감에게 전했었답니다.  

그랬더니 권정호 교육감께서도 말씀하시기를, 자기도 인조잔디 까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이게 일선 학교장들의 재량사항이라서 권고만 하고 일선 학교들이 알아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거지요. 제가 듣기로는 아마 이 인조잔디 사업이 교과부(또는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내려오는 예산지원을 받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원래 그렇잖아요? 결정권을 가진 공무원이라면 누구든지 예산을 쓰는 사업을 벌이길 좋아하죠. 그게 왜 그런지는 다들 아시죠? 재미 있잖아요, 돈 쓰는 거.  

저는 요즘도 밤이면 가끔 이렇게 이 운동장에 나와 트랙을 돌며 운동을 하지만 좀 찜찜하답니다. 마땅히 놀 곳이 없는 동네라 할 수 없이 이곳을 찾을 수밖에 없답니다. 인조잔디 운동장에는 절대 안 들어가고 트랙만 돌지만, 날아오는 바람이 시원하면서도 한편 깨름직하답니다. 혹시 저 공기 속에 발암물질이 섞여 날아오는 것은 아닐까?

인조잔디 운동장이 어둠에 묻혀 있지만, 저 안에는 수많은 가족과 연인들이 누워 있다.


네? 별 걱정을 다 하고 산다구요? 미국에서 수입한 쇠고기를 아무리 먹어도 내가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그렇게 높지 않은 것처럼, 거기서 아무리 뛰놀아도 내가 암에 걸릴 확률은 아주 낮으니 걱정하지 말고 잘 놀라구요? 그래도 찜찜한 걸 어떡하죠? 이건 발암물질 때문만이 아니라 마음이 불안해서 암에 걸릴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발암물질 그딴 거 마음에 두지 말고 그냥 잘 놀라구요? 에이 그래도 그건 아니죠. 하여간 저는 우리 마산시민들이 걱정이에요. 최소한 아이들을 인조잔디에 눕혀놓고 재우는 부모들은 인조잔디의 위험성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다는 건 확실한 일이지요. 그분들은 신문은 고사하고 티브이 뉴스도 잘 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9시 뉴스라도 열심히 봤다면 저렇게 하지는 않을 텐데…. 

그나저나 학교들이 저마다 운동장에 인조잔디 깔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걱정이네요. 그분들도 인조잔디에 발암물질 나온다는 뉴스 봤을 텐데, 아직도 생각이 바뀌지 않았을까요?         파비


매일 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이곳에서 운동을 한답니다. 대학 운동장이 옆에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지만...


ps; 아래의 글들을 참고로 읽어 보시면 인조잔디가 얼마나 최악의 선택인지를 잘 알게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바쁘시더라도 나와 아이들 건강을 위해서 꼭 읽어 보셔요.
 
이윤기의 세상읽기, 책읽기  http://www.ymca.pe.kr/389?srchid=BR1http%3A%2F%2Fwww.ymca.pe.kr%2F389
                                      http://www.ymca.pe.kr/385?srchid=BR1http%3A%2F%2Fwww.ymca.pe.kr%2F385 
피앙새의 세상이야기          http://www.fiancee.pe.kr/586
Posted by 파비 정부권
오늘 경남도민일보를 보다 놀라자빠질 뻔했다. 수정뉴타운추진위(위원장 박만도)가 수녀원 앞에서 천막을 치고 그 위에다 확성기를 달아놓고 유행가를 틀어대거나 심지어 반야심경 같은 불경을 틀어놓고 수녀들을 위협한다는 기사였다. 기사에서는 '압박'이란 완곡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이것이 협박이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수정뉴타운추진위원회가 트라피스트 수녀원 앞 도로상에 설치한 확성기와 농성용 컨테이너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아니다. 협박이라기보다는 괴롭힌다는 게 정확할 것 같다. 봉쇄수도 생활을 하는 수녀들에게 하루 종일 확성기를 통해 울려퍼지는 불경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이 보통 고역이겠는가. 거기다 유행가까지 틀어댄다고 하니 이런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누군지 장히 궁금하다. 그런데 이 인간성을 상실한 듯보이는 아이디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고 한다.

수녀원의 수녀들을 욕보이기 위해 성적 모욕까지 동원했다고 한다. 이들이 개사해 부른다는 유명 유행가의 가사를 한 번 보도록 하자. 원래 노래 제목은 <앵두나무 우물가에>인데, 이걸 바꿔서 <수정마을 수녀원에>가 됐다. 
 
수정마을 수녀원에 수녀원장 바람났네
기도는 아니하고 남자냄새 맡았는지
밤낮 주야 서울 부산 누구를 찾아
수녀들이 그러며는 국가경제 좀 먹는다

참으로 기가 막힌다. 누구 말처럼 이들은 어디선가 인간의 탈을 훔쳐다 쓴 괴물들이 아니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수정 뉴타운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이란 사람의 말을 들어 보면 이들은 STX와 매주 대책회의를 하고 있으며, 마산시장, 상공회의소장 등과도 만나 의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STX 강덕수 회장이나 마산시장도 이들이 이런 파렴치한 데모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알고 있으면서도 묵인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라면 원래 서로 짜고 의논한 것이라 모른 체 하고 있는 것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확실한 것은 이들이 자주 대책회의를 하고 의논을 하는 사이란 것은 분명하다.
 
보통의 여자들에게도 저런 가사를 지어 부르는 것은 성추행에 해당한다. 하물며 평생을 동정으로 신에게 바친 삶을 사는 수녀들이야 두 말 하면 잔소리다. 특히 수정 트라피스트 수녀원의 수녀들은 봉쇄기도로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이다. 이런 수녀들에게 이런 식의 비아냥은 치명적이다. 성추행이 아니라 성폭행이라고 해도 아무런 지나침이 없다.

이런 따위의 비인간적인 행동은 양아치들이나 할 짓이다. 설마 수정 뉴타운 추진위원회가 양아치들이 만든 조직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김주완 기자와 인터뷰한 뉴타운 추진위 사무국장 이삼연 씨의 말에 의하면 그도 고등학생 자녀를 가진 학부모라고 했다. 수정만에서 낚시점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도 선량한 시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아들이 이런 아버지의 모습을 과연 자랑스러워 할까? 이런 의문이 들었다. 내가 보기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자식이 아비를 부끄러워하는 것도 문제지만,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 더 큰 문제다. 이건 교육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공공연히 성폭력을 권장하는 꼴이니 말이다.


수정만 매립지에 STX조선소 유치 찬성측이 만든 수녀원 앞 농성장@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

마산시장과 STX, 그리고 경찰이 어떤 커넥션을 갖고 있기에 이런 불법적인 집회와 시위에 관대한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이들이 불법적으로 도로를 점거하고 불법 건조물을 만들고(간이화장실까지 만들었다) 확성기를 이용해 고성방가를 하는 것이 지금까지 사법당국이 취해온 태도를 보면 위법한 행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사상과 신념의 자유, 언론집회결사의 자유를 옹호하는 필자는 이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자기 주장을 펴는 것에 대하여 반대할 생각도 없거니와 오히려 그들의 주장과 행동이 철저하게 보호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하여 그들의 언로를 막는 것은 파쇼국가에서나 할 일이다.

그렇지만 이들의 행동은 도가 지나치다. 사회에는 상식이란 것이 있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수정뉴타운추진위의 행동은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 양아치도 저런 행동은 쉽게 하지 못한다. 수녀원 앞에 가서 수녀들을 향해 당신네 수녀원장이 바람이 났다는 둥 남자냄새를 맡았다는 둥 하는 것이 보통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짓일까?

이건 명백히 성폭력이다. 그런데 마산시도 경찰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무차별적인 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은 용산의 철거민들에겐 가차없이 특공대를 투입하던 경찰이다. 직장을 잃을 수 없다며 농성을 하던 쌍용차 노조에도 특공대가 투입됐다. 마치 전쟁을 방불케하는 작전이었다. 이곳 트라피스트 수녀원 앞의 데모대는 무슨 특허라도 받은 것일까?

대한민국, 참으로 특이한 나라다. 아니, 지저분한 나라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수정뉴타운추진위원회는 즉시 확성기를 철거하고 자진 철수하기 바란다. 수녀원 앞에서 벌이는 해괴한 성적 유린행위도 중지하기 바란다. 부처님이 확성기를 통해 수녀들에게 반야심경을 틀어준다고 절대 기뻐하실리가 없다.

천주교에 대한 모독보다는 불교계가 입게 될 명예훼손이 더 커 보인다. 수녀들이야 "저 양아치 같은 놈들!" 하고 웃어넘기면 그뿐이지만, 불교는 다르다. 부처님의 말씀이 성추행과 더불어 수녀들을 괴롭히는 도구로 전락했으니 부처님이 이를 알게 되면 무어라고 하실까? 속세에서 직접 눈과 귀로 보고 들을 수 있는 스님들은 또 무어라고 하실까? 

"그놈들, 참 예쁜 짓만 골라서 하는구먼…." 이렇게들 말씀하실까?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마산에서 시국미사가 열렸습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전국을 순회하면서 시국미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이 세번째 시국미사입니다. 원래는 전주에서 열려고 했던 것을 마산 수정만 주민들이 2년 가까이 마산시와 STX 조선을 상대로 생존권 싸움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전주에서 양보했다고 합니다. 수정만 문제는 용산참사가 일어났던 용산재개발과 다르지 않은 문제입니다.


시국미사가 열리는 상남성당에 미리 가보았습니다. 고요한 성당 입구에 걸려있는 플랑카드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공권력의 명령이 도덕질서의 요구나 인간의 기본권 또는 복음의 가르침에 위배될 때, 국민들은 양심에 비추어 그 명령에 따르지 않을 의무가 있다. [가톨릭사회교리 제8장 정치공동체 (다. 399장)]"

양심에 따라 공권력의 명령에 따르지 않을 의무란 다른 말로 하면 "저항할 권리와 의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고, 특히 교회의 지도자인 사제에게는 특별하게 요구되는 양심의 의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교회 정문에 내걸린 검은 플랑카드가 마음을 숙연하게 합니다. 이렇게 검은 현수막을 성당에 내걸어야만 하는 현실이 비통하게 느껴집니다.


시국미사는 이상원(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마산교구 대표신부), 전종훈(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신부), 황병식 신부(상남성당 신부)의 공동집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미사가 시작되기 전에 먼저 강기갑 의원의 시국강연이 있었습니다. 천주교 교우이기도 한 강기갑 의원은 현 정권이 자행한 용산참사는 개발논리로 사람을 죽인 만행이라고 규탄했습니다. 수정만 사태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발로 돈을 벌기 위해 멀쩡하게 잘 살고 있는 사람을 내쫓는 것이 수정만 사태의 본질입니다. 

이어 진행된 시국미사에서 이상원 신부는 강론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언젠가 '세상에 이런 일이'란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새들이 지푸라기를 구하지 못해 철사를 모아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마을 사람들이 둥지에 솜을 넣어 주었다고 한다. 바로 이명박 정권이 하는 짓이 바로 이와 같다. 이명박 정권은 국민들이 둥지도 틀지 못하도록 개발논리로 사람을 옥죄고 있다. 용산참사가 바로 그 표징이다." 

시국미사가 진행되고 있던 성당 안에는 '월드 베스트 사기꾼 STX-마산시장'이란 문구가 새겨진 조끼를 입은 수정만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바로 수정만 사태가 용산참사와 똑같은 문제입니다. 개발논리로 오래도록 터전을 일구어온 주민들이 철사로도 둥지를 틀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수정만 사태입니다. "이들에게는 솜을 넣어줄 사람도 없다"고 외치는 이상원 신부의 강론이 절규에 가깝게 들렸습니다.    


시국미사에 이어 가두행진이 벌어졌습니다.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이 앞에 서고 그 뒤를 수정만 주민들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뒤를 따랐습니다. 행렬은 6호 광장을 지나 불종거리에서 창동골목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다시 부림시장으로 올라갔다가 3·15광장 탑에서 한차례 집회를 가진 다음 다시 어시장을 거쳐 불종거리까지 이어지는 행진이었습니다. 수정만의 할머니들과 할아버지들의 걸음이 매우 힙겹게 보입니다.

지팡이를 잡고 걷는 모습이 위태롭기 그지 없습니다. 누가 이분들을 이렇게 거리로 내몬 것일까요? 마산시장과 STX가 조용한 동네에 분란을 일으키지 않았더라면 이분들은 평온하게 원래 살아오던 그 모습으로 여생을 마치실 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늙으막에 지팡이를 짚고 힘든 행진을 해야만 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이분들은 며칠전에는 서울 STX본사에까지 올라가 농성을 벌이다가 금새 풀려나긴 했지만 아홉 분이 연행되기도 하셨습니다.

아래 사진의 할머니는 결국 다리가 너무 아프셨던지 잠시 도로변에 앉아 쉬셨습니다. 그러나 결국 끝까지 행진을 하셨답니다.


이날 시국미사는 『누리꾼 TV 아프리카』가 함께 하며 생중계를 했습니다. 마티즈의 지붕에 올라타고 가두행진을 생중계하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이분들은 오후 7시부터 밤 10시 반 무렵까지 계속된 행사를 생중계했습니다. 이 생중계는 아프리카 TV와 라디오 21을 통해 생방송되었는데 아프리카의 순간 접속자가 2500명, 라디오 21은 순간접속자가 40만이 넘었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한 일입니다.

생방송을 진행하던 아프리카 PD의 전언으로는 "어떻게 마산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며 커다란 관심을 보였다고 합니다. 나중에 이들이 생방송을 진행하기 위해 올라탔던 마티즈의 지붕을 살펴보았더니 커다란 웅덩이가 하나 파져 있었습니다. 자동차의 지붕이 파손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열정이 대견스럽고 고마웠습니다. 이분들이야말로 진정한 언론의 표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래 분은 수정만에 있는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봉쇄수녀인 오틸리아 수녀님이십니다. 시국미사와 집회 장면을 하나도 빠짐없이 동영상으로 담고 있습니다. 수정만 사태가 벌어진 이후 블로그도 열심히 본다고 했습니다. 천주교 마산교구청에 마련된 농성장에 가보면 블로그에 올라온 수정만 관련 기사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스크랩하여 주민들이 볼 수 있도록 전시해놓았습니다. 게다가 스스로 촬영한 동영상이나 사진들을 인터넷에 게시하여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해놓았습니다. 최초의 블로거 수녀가 될지 관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한번 지켜보시죠.

마산시장과 STX조선이 아니었다면 수도원에서 노동과 기도로 세속과 봉쇄된 생활을 하며 평생을 보냈을 터이지만, 세상이 그들을 봉쇄수도원의 바깥으로 나오게 만들었습니다. 수정 트라피스트 수도원 원장수녀(아래 두번째 사진, 요세파수녀)는 수정만 주민들과 함께 투쟁하기 위해 로마교황청에 있는 본부에 가서 허가까지 얻었다고 합니다. 천주교의 특성상 이분들 마음대로 봉쇄를 풀고 세상으로 나올 수는 없었을 터입니다. 이분들의 호소를 들은 로마의 수도원 총장은 실태조사팀과 함께 직접 와서 수정만의 진상을 조사했다고 합니다.

결과는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수녀들이 수정만 주민들과 함께 투쟁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봉쇄를 푸는 것을 허가하는 것이었습니다. 더불어 전 세계 트라피스트 수도원 원장들의 공동명의로 격려문이 전달되었습니다. 역사상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봉쇄가 풀린 경우는 이번이 단 두번째라고 합니다. 첫번째는 아프리카 우간다의 내전으로 인해 밀려드는 피난민들을 수용하고 그들을 내전 지역 밖으로 탈출시키기 위해 이루어졌던 아프리카의 어느 수도원의 봉쇄 해제가 첫번재 사례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처럼 개발에 밀린 지역주민들의 처지를 난민과 같이 인정해 수도원이 봉쇄를 풀도록 허락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사실상 첫번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로마에서조차 중대한 문제로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마산시장과 대한민국 정권은 이 문제를 그저 귀찮은 하나의 민원 정도로만 치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일입니다.


문정현 신부님도 오셨습니다. 함께 악수하고 있는 사람은 아마도 마산가톨릭여성회관 관장이었던 분 같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아주 오래된 옛날에 가톨릭여성회관에 들렀다가 그곳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궁금하면 물어보면 될 터인데, 아직 블로거 기자가 되려면 멀었거나 틀린 모양입니다.

그 아래 사진을 보시면 지팡이를 짚고 춧불을 들고 계신 할아버지가 보이실 겁니다. 지팡을 짚은 힘겨운 모습으로도 촛불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이 애처로워 보이지 않으십니까? 얼마 전 농성장을 찾았을 때 어느 할머니가 하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누가 우리더러 잘 해 돌라 켔나? 잘 해 줄 필요 하나 없다. 그냥 우리가 살던 대로 그대로 내비리 도라 이말이다. 아무 것도 필요없다. 와 이리 사람을 못 살게 구노?"

밤 10시가 넘어 집회는 이렇게 해서 평화적으로 끝났습니다. 이날의 가두시위는 참으로 조용했습니다. 촛불을 들고 행진하면서 아무도 말 한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그 흔한 구호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걷기만 했습니다. 정말 조용한 시위였습니다. 말 대신 촛불과 플랑카드로 할 말을 대신한 것입니다. 다만, 창동거리를 지날 때 약간의 소란이 있기는 했습니다. 행진을 지켜보던 어느 시민이 행렬로 달려들어 소리를 질렀습니다.

"야, 너, 빨리 꺼져. 니가 여기 뭐 한데 왔노? 엉? 니, 빨리 집에 가라. 니는 여기 필요 없다." 그리고 다른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리고 야, 니도 빨랑 집에 가라. 니가 뭐 한다꼬 여기 있노." 우리는 깜짝 놀랐지만 그가 가리키는 사람들은 모두 사복형사들이었습니다. 그 사복들은 이 시민에게 꼼짝도 못하는 거 같았습니다. 우선 덩치부터가 차이가 났습니다. 몇몇 형사들이 그를 제지하려 하자 그는 또 소리쳤습니다. "내 몸에 손 대지 마라. 손만 댔단 봐라. … 어이 그리고 ○형사 니, 내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잘 해라, 어이"

그러면서 그는 사제단을 향해서도 소리쳤습니다. "신부님들, 화이팅!" 나중에 그는 택시까지 타고 쫓아오며 행렬을 따라다니던 형사들을 향해 "빨랑 꺼져라!"고 소리치며 떠났습니다. 에피소드였지만, 재미있는 일이었습니다. 어쨌든 경찰이 쓸데 없이 방해만 안 한다면 이렇게 얼마든지 평화적으로 집회가 열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서울 STX 본사 건물 앞에는 한달치 집회가 벌써 경찰에 신고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정작 집회는 단 한차례도 열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집회신고를 한 측은 두말 할 필요 없이 STX입니다. 그리고 수정만 주민들이 이곳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하면 불법이 되는 것입니다. 그 다음엔 방패를 든 손자 같은 전경들이 이들을 둘러싸고 일정한 시간이 되면 폭력을 휘두르고 연행하고 하겠지요.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정부의 양심입니다. 웃기는 일이지요…      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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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한낮의 도심을 흔들었다. 기다랗게 울려 퍼지는 사이렌은 한참이 지나도록 그 여운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도시를 바쁘게 오가던 사람들과 차량들은 모두 한쪽 옆으로 비켜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폰카메라라 사진이 희미하다.

그렇구나. 오늘이 민방공훈련을 하는 날이로구나. 내 평생 길 가다 민방공훈련에 걸려보기는 또 처음이네. 민방공훈련? 그런 걸 아직도 하고 있었던가?’

 

어린 시절, 민방공훈련 하던 생각이 났다. 정말 죽도록 했었다.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에서는 훈련 시작하기 전에 미리 운동장에 집합해서 교육을 받는다. 그리고 약 10여분 정도를 걸어서 학교 뒷산 후미진 곳으로 가 은폐를 하고 기다린다. 


은폐라고 해야 별 거 없다
. 그저 반별로 모여 앉아 숨을 죽이고 가만 앉아 있는 것이다. 그러다 사이렌이 울린다. 그러면 아이들은 오늘처럼 길게 여운을 멈추지 않는 사이렌 소리가 지나가는 푸른 하늘을 두려운 눈으로 쳐다보다 얼굴을 무릎 사이에 숨긴다.

 

경계경보와 공습경보, 화생방경보의 사이렌은 각각 다르다. 끊어 울리는 횟수, 울리는 시간의 길이 등으로 구별을 하는데 평소에 배웠던 것을 운동장에서 다시 한번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면 모두들 바람이 불어오는 반대 방향으로 납작하게 엎드린다.

길 양쪽 옆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 보면 마침내 화생방경보 사이렌이 울리고 아이들은 배운 대로 엄지손가락으로 귀를 막고 나머지 손으로는 두 눈을 가린 다음 입을 반쯤 벌린다. 입을 벌리지 않으면 엄청난 폭발음과 폭풍에 의해 내장이 손상될 수 있다.

 

지루한 시간이 흐르고 해제경보 사이렌이 울리면 그제서야 아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과 귀를 가렸던 손을 풀고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웃는다. 어린 마음에도 전쟁은 얼마나 두려운 것이었던가!

 

가만, 오늘이 3 16일 현재시간이 오후 2. , 그러고 보니 민방공훈련 요원들이 도로 곳곳에 2명씩 조를 짜서 서있네. 이걸 어쩐다지?’ 이미 모든 차량들과 사람들은 4~50m 간격으로 도로 양쪽에 포진한 노란 모자를 쓴 요원들에게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었다.

 

나만 몰랐던 것일까? 아득한 옛날,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에나 했던 소꿉장난 같았던 민방공놀이를 아직도 하는 줄은 미처 몰랐다. 그나저나 큰일이다. 어시장 옆 대우백화점 정문 앞 벤치에서는 친구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평소에 걷기를 즐겨 하는 데다 곧 낙동강 도보탐사에 나설 계획이 있었던 나는 훈련 삼아 걸어서 어시장까지 가는 중이었다. 마침 날씨도 매우 화창했다. 걷는 이마에 땀이 살짝 맺힐 정도로 기분 좋은 날씨였다.

에라 모르겠다. 약속시간도 다 돼가는데 어서 가자.’

해제경보 사이렌이 울리자…


얼마를 가는데 민방위 모자를 쓴 공무원인 듯한 아저씨가 호각을 크게 불며 이쪽으로 비켜서 제자리에 서세요. 가시면 안 됩니다. 가만히 서 계세요하면서 길을 막았다. 노란 모자에 호각을 불며 길을 제지하는 걸 보자 순간 나도 모르게 열이 확 뻗쳤다.

안 그래도 먹고 살기도 힘든 판에 길도 마음대로 못 가게 하다니여기가 무슨 북한도 아니고 말이야.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 이 따위 짓을 하고 있는 겁니까? 나는 바빠서 가야겠어요.” 

 

그러나 노란 모자의 공무원은 계속해서 길을 막으며 왜 협조를 안 하느냐고 훈계를 하듯 다그쳤다한번 감정이 격앙되자 감정이 통제되지 않았다. 아니 협조를 할 것이 따로 있지. 민방공이 아무리 중요하다지만 설마 내 먹고 사는 일 보다야 급할까. 어렵게 시간 내준 친구 다시 만나기 쉽지 않다.

모두들 바삐 움직인다.

아저씨. 이렇게 사람 길 막고 이 땡볕에 세워 놓으려면 의자라도 갖다 놓으시던지, 아니면 어디 식당이나 다방에라도 들어갈 수 있도록 돈이라도 주시던지, 뭔 조치를 해주셔야 될 거 아닙니까? 돈 줄래요? … 이명박이 이거 말이야. 나라 경제 다 망쳐놓고 이제 사람 길까지 막네….”

 

참나, 나도 내가 무슨 소리를 한 건지 모르겠다. 어디 이명박이가 민방공훈련을 만들었던가. 그러나 한번 미운 털이 박힌 놈은 무슨 짓을 해도 밉다. 결국 실랑이를 벌이다 노란 모자의 제지를 뿌리치고 내 갈 길로 나섰다. 그러나 이내 그 노란 모자의 공무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너무 말을 심하게 했지. 공무원이 무슨 죄가 있나.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일 뿐인데. 자기도 맡은 바 임무를 책임지지 못하면 문책을 당할 수도 있을 테니더구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로는 공무원을 마치 직장부하 다루듯 한다니 말이야.’

 

뒤를 돌아보니 도로변에는 차량들이 한쪽 옆에 길게 늘어서 있고 사람들은 건물 옆으로 붙어 모여 있었다. 아예 길바닥에 주저앉아있는 할머니와 아주머니도 있었다. 나만 빼고 모두들 통제에 익숙하게 잘 따르고 있는 듯이 보였다. ‘허허나만 바보 됐군. 미친놈처럼 소리나 지르고….

 

마침 앞에 마산시청 건물이 보였다. 시청 민원실로 들어가 컴퓨터나 좀 만지다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것도 허탕이었다. 이미 민원실은 오도가도 못하는 사람들도 만원인데다 컴퓨터도 자리가 없었다. 이래저래 짜증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해제경보 사이렌이 길게 울려 퍼졌다. 20분이 이렇게 지루하다니…. 부랴부랴 시청을 빠져 나와 약속장소로 가기 위해 시청 뒤 철길을 넘었다. 이 철길은 오래 전부터 사용하지 않는 폐선으로 방치돼있다. 여기를 지나 조금만 더 가면 어시장이다.

 

그런데 가만 아,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이번엔 철길 옆에서 노점상 아주머니와 단속 나온 시청공무원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철거반원들이다.


아니 이 양반들은 하필 민방공훈련 시간에 노점상 단속 나온 거지? 길 가던 시민들에겐 길도 막고 움직이지도 못하게 하면서 자기들은 그 귀한 민방공훈련시간에 노점상 단속을 하고 있었단 말이지. 시내버스든 화물트럭이든 승용차든 모두 운행정지 시켜놓고 자기들은 노점상하고 전쟁 벌이고 있었단 말이지. 노점상 단속반은 총알도 비켜가나?’


노점상 아주머니도 만만치 않았다
. 자기보다 덩치가 두 배는 돼 보이는 두 명의 단속반원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아니 3일 후면 저기 만들어놓은 저리(컨테이너를 개조한 판매장이 바로 옆에 있었다)로 옮긴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왜 뜯어가는 기고. XX들아. 그거 그냥 거기 안 나둘끼가. 어이~”

 

한참을 드잡이를 하던 시청 단속공무원들은 결국 파라솔 몇 개만 달랑 트럭에 싣고 떠났다. ‘아니 이 양반들이 하려면 확실히 하던지 기껏 파라솔 두 개 뜯어가려고 여기 왔나? 장사 하는 아지매 속 다 긁어놓고 고작 파라솔 두 개 뜯어 싣고 간단 말이야? 혹시 민방공훈련 피할까 하고 들어왔다가 시비 한 번 붙고 가는 거 아냐? 참 웃기는 인간들이군.’

노점상 아주머니는 단속반들이 가고 나서도 분이 안 풀리는지 땅바닥에 주저앉아 경상도 말로 욕을 ‘개 끌듯이’ 퍼붓고 있었다. “아니 조노므 시끼들이 저기 인간들이가. 대통령은 우야든지 서민들 먹고 살게 해 주끼라꼬 고상하는데, 조노므 문디 자슥들은 저그가 머라꼬. 아이고 나쁜노무 시끼들…”

그러다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던 나를 보고 대뜸 외쳤다. “아이, 그란데 댁은 뭡미꺼. 뭔데 아까부터 옆에서 사진을 찍고 그람미꺼? 댁도 저놈들하고 한팬교?”

단속반이 갔는데도 계속 자리에 주저앉아 욕만 해댄다.


아이고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아지매 편이라요. 이거 사진 찍어서 인터넷에 올려 쟈들 욕 좀 해줄라고 안 그럽니까? 하하저는 마 확실히 아지매 편 맞습니다.”
 
그러자 그 아주머니는 금새 표정이 바뀌며 마침 잘 됐다는 듯 일장 연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얼마전에 있다 아임미꺼. ,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노점상들 먹고 살게 해 줄끼라꼬 다 풀어준다 안 했습니꺼. 그기 곧 내리 온다 카데예. 여 시장도 올매나 우리 같은 사람 걱정해 줌미꺼. 그란데 그 밑에 있는 노므 인간들이 그런 것도 모르고우에가 아무리 잘하면 뭐함미꺼. 조노므 자슥들이 죽일 놈들인 기라요. 조놈들이….”


아니 이건 또 무슨 엿 바꿔 드시는 말씀이란 말인가?
 아무리 바빠도 이런 소리 듣고 그냥 지나칠 내가 아니다.

 

아줌마. 거 있다 아임미까. 저 공무원들이야 그저 시키는 대로 하는 기고요. 진짜 나쁜 놈들은 웃대가리들입니다. 이명박이 그 인간이 제일 나쁜 인간이지요. 아줌마, 청계천 들어보셨지요? 이명박이가 얼마나 자랑 합디꺼. 그 꼴난 청계천 만들라고 노점상들 다 쫓아냈지요. 쫓아내다가 안 되니까 우쨌슴미꺼? HID, 북파공작원이라고 들어보셨지예? 그 사람들 불러다 다 쪼가 냈단 소리 못들었심꺼? 진짜 나쁜놈이 누군지 아직도 모르시겠심미꺼? 마산시장요? 고마 말로 마입시더.”

아마 노점을 이리로 옮길 모양이다.


아주머니는 갑자기 멍한 표정이 되었다. 자기 편이라고 하던 사람이 영 엉뚱한 소리를 하니 김이 좀 샜나 보다. 그러나 그래도 자기 편이라는데 달리 뭐라고 할 수야 없는 노릇일 테고. 입맛만 쩍쩍 다시면서 그건 아일 긴데예. 설마 그럴라고예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더니 곧 다시 정신을 차린 듯 일장연설이 시작되려고 한다
. 노점상 아주머니는 오랜만에 동지를 만난 듯 그 동안 못다한 한을 다 풀어낼 태세다. 아이고, 이러다간 약속시간 늦겠다. 나는 얼른 아주머니에게 아지매, 그럼 많이 파이소.”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노점상 아주머니의 우렁찬 목소리가 등뒤로 달려든다. 아주머니 목소리가 참말로 우렁차다.

 

아이씨요. 우옛든가 마이 좀 도와 주이소예~”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이명박 정권이 권력을 잡은 이후 생겨난 특징 중에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충성경쟁입니다. 전 정권 시절에 터를 잡는 듯 보이던 자율과 권한, 그리고 책임이 노골적이고 맹목적인 충성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는 조짐이 도처에서 목격되고 있습니다.

우선 검찰과 경찰이 그 대표적 케이스입니다. KBS도 이병순 사장을 낙하산에 태워 보낸 이후 논조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아직 전두환이나 박정희 정권 때처럼 위대한 영도자를 불러대는 수준은 아니지만, 우려스럽습니다. 여기에 한나라당의 의도대로 언론악법이 통과된다면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그런데 이런 따위의 충성경쟁이 경남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마산시 감사실이 김태호 경남도지사의 의중을 받들어 동료 공무원에 대한 징계를 해주십사고 경남도에 요청을 한 것입니다. 그 공무원은 김태호 지사의 낙하산 인사에 반발해 반대기자회견을 여는 등 반대운동을 했기 때문에 미움을 사 파면 당했다가 법원으로부터 부당해직 판결을 받고 복직한지 한 달이 채 안 된 임종만 씨였습니다.

오랜 시간을 파면이란 불명예를 안고 고통을 받다가 돌아온 동료에게 마산시는 아무도 찾지 않는 구석진 곳에다 책상 하나 달랑 주고 격리시켜 놓았습니다. 거기서 아무것도 하지 말고 놀라는 소리인지 원. 그러더니 덜컥 마산시 감사실에서 경남도 인사위원회에 중징계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통보해왔습니다.

그것도 3년 전, 중징계 사유와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내용을 그대로 옮겨서 말입니다. 아주 귀찮은 업무 하나를 기계적으로 처리하고자 한다는 인상을 받지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김태호 지사도 참 따분한 사람입니다. 아니 몇 년이나 지난 일을 아직도 감정을 품고 보복을 하겠다는 심사는 소인배나 할 짓이 아니겠습니까? 물론 “나는 모르는 일이다!” 이러시겠지만, 그걸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게다가 법원이 임종만 씨 등 8명의 공무원에 대한 해직은 “재량의 범위를 일탈한 부당하고 불법적인 처분으로 무효”라고 판결을 했음에도 또다시 중징계 조치하겠다는 발상은 대한민국 법원을 부정하는 행동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토록 법질서를 강조하던 사람들이 이따위 ‘떼법’(그건 우리 같은 서민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늘 조중동의 입을 빌려 떠들었지 않습니까?)을 쓰다니 참으로 한심합니다.

김 지사야 소인배라서 그렇다 치더라도, 마산시장과 감사실은 무엇 하는 사람들입니까? 도청으로부터 떨어지는 낙하산의 폐해로부터 기초자치단체를 보호하기 위한 충정으로 희생을 각오하고 고통을 감내한 동료에 대한 처우가 고작 등에 칼을 꽂는 행위란 말입니까?

아래는 임종만 씨가 피눈물로 쓴 호소문입니다. 좀 길긴 하지만, 사태의 진상을 아는 데 많은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해서 옮깁니다. 글 곳곳에 느껴지는 분노가 절절합니다. 공무원노조에 대한 애틋한 사랑도 묻어납니다.

대한민국 마산시 공무원 임종만 계장에게 많은 힘을 보태주시길 갈망하며…….                          2009. 2. 3. 파비



임종만 계장은 법원의 복직판결에 따라 지난 12월 31일 복직했다. 사진=구자환 기자


오랜 해직의 고통을 넘어 복직의 기쁨을 맛본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지난 주 수요일(21일) 저는 황당한 일을 당했습니다. 평소 자주 봐 오던 직원이 멋쩍게 사무실에 들어오면서 인사를 하기에 반갑게 맞았습니다.

   사실 저가 근무하는 사무실은 3층 외진 곳에 위치한지라 찾기가 어려운 곳이고 하루 종일 있어도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는 조용한 곳입니다.


   감사담당관의 거짓말


   사람도 귀한 곳에 이렇게 찾아오니 저로서는 반가울 수밖에 없었고 자리에 앉기를 권했습니다.

   그때 그 직원의 옆구리에 결재판이 끼어져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의아해 하면서 “나에게 결재나 협조를 구 할 것이 없을 텐데 왜 왔지?” 하는 의문이 순간적으로 들었습니다.


   “그래, 좀 앉으세요?”

   그 직원이 옆자리에 앉으면서 “계장님!” 하고는 결재판을 펴는데 순간 온몸의 피가 멈춰버림을 느꼈습니다.


   그 결재판 안에는 “징계의결 요구사실 통보” 라는 공문이 들어 있었고 그때서야 이 직원이 감사부서 조사담당에 근무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 그게 아니고 전해주고 확인을 받아야 할 것 같아서....” 하면서 우물쭈물 힘겹게 말을  뱉었습니다.


   저로서는 너무나 황당하였습니다.

   그래서 저의 불편한 심경을 그 직원에게 쏟아내었습니다.

   듣고 있던 직원은 “계장님, 다 압니다. 그런데 전들 어쩌겠습니까? 심부름만 왔습니다.”


   그 말을 듣고 공문서를 보니 정말 조사담당 황송진, 감사담당관 최진국의 이름만 보였고 결재일은 1월 19일이었으며 말미에 “비공개‘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죽음에서 살아온 자에게 인사보복이 웬 말?  


   그리고 뒷장을 넘기니 “공무원 징계의결 요구서”가 붙어있었고 중징계 요구한다는 내용과 1월 13일 이란 날짜와 경상남도 인사위원회 귀하라는 문구가 내 눈에 들어왔습니다.

또 그 뒤에는 “08.12.31 행정관리국 행정과에 발령받은 자로서...” 시작하여  당초 파면처분을 받았던 징계사유를 그대로 옮겨 놓고 있었습니다.


   저가 왜 구질하게 이런 글을 쓰는지 지금부터 설명 드리겠습니다.


   우리 동료들은 임종만이 짤렸던 사유를 어렴풋이나마 모두 알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김태호 도지사가 당선되자마자 행한 낙하산 인사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행위였습니다. 낙하산 인사는 도덕적 타락을 넘어 공직사회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이자 수많은 공무원들의 의욕을 말살하는 폭거입니다.


   저는  나름대로 우리 조직의 발전과 공직사회의 고질적인 문제 해소를 위해 힘써왔습니다.

   그 일환으로 김태호 지사의 낙하산 인사문제에도 발벗고 나서게 되었으며 이것이 도지사 눈에 가시가 되어 그가 가진 인사권이란 불법 개조된 고성능 무기로 마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포격을 가하듯 보복성 공격을 받고 그만 공직사회에서 죽고 말았던 것입니다.


   전장에 승자만 있고, 패자는 없었다     


   그 죽음은 개죽음이었습니다.


   살아있을 때는 동지이고 동료로서, 죽음을 무릅쓴 힘겨운 투쟁에 같이 하는 이도, 격려와 용기를 주는 이도 있어, 그것이 전투식량이 되어 즐겁게 적극적으로 여러분이 그토록 바라던 공직사회의 고질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맨 앞자리에서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전장에는 승자만 있고 패자는 없었습니다.


   외로운 죽음의 나날이었습니다.


   어제의 동지가 생명 부지를 위해서 적군을 도우고 있는가 하면 정말 순수 양민들(동료)은 본의 아니게 적군의 포로가 되어 입을 다문 채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겨우 유지하는 공무원노조는 항복하는 조건으로 사무실을 되돌려 받아 허울은 갖추었지만 그 전의 노조는 없었습니다.


   이렇게 무너지고 깨어지기 위해서 노조를 하였던 것은 아닌데...

   공무원노동조합의 정체성이 어디에 있는지 혼돈이 올 지경입니다.


   저가 외롭고 마음 아팠던 것은 노조에서 또 우리 직원들이 저의 희생을 알아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노조가 무력화되었다는 것입니다.


   노조는 조직을 정상화하여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패배의 원인을 찾아 동지의 죽음을 부른 도지사의 권력남용과 비행을 막는 것이 최우선사업으로 배치되는 것이 순리일 것입니다.


   그 연속선상에서 우리시를 비롯한 기초자치단체에 낙하산이 착지할 수 없도록 함과 노조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것, 이것이 우리 직원들의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 주눅들지 않고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토대이자 저의 희생에 대한 가치이고 보답이라 생각합니다.


   고질적인 병폐, 낙하산 인사


   지난 날 경상남도의 낙하산인사는 많은 폐해를 낳았습니다. 공무원노조는 이의 저지에 온 힘을 다하였으나 저를 포함 도내 8명이 공직에서 배제된 사건은, 낙하산이 신바람타고 거침없이 자유롭게 앉고 싶은 곳 어디든 착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준 듯합니다.


   우선 공직사회 내부적으로 매년 3~4차례씩 도는 인사잔치로 축제의 연속이지만 시군은 인사적체로 일할 의욕마저 상실하고 있습니다. 최근 도에는 법정 승진소요연수가 안되어 승진을 못한다는 소문까지 들립니다.


   지역사회는 도에서 시군에 수시로 왔다갔다 하는 낙하산 때문에 정신이 없고 이 낙하산은 시군이 잠시 머물렀다 가는 자리로 인식되어 업무파악이 제대로 될 즈음 떠나니, 시군에서는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에 그 사람 비싼 월급에 헛돈만 낭비하는 꼴이 되곤 합니다.


   낙하산인사가 처음 수면 위로 부상된 것은  2004년 6월 5일 보궐선거로 도지사 자리를 획득한 김태호 지사가 경남도 첫 인사에서 당시 공무원노조 탄압의 장본인이자 5.15일 경남도 인사를 주도하며 자기 맘대로 시군에 낙하산을 보내어 갈등을 유발시켰던 오원석 당시 도 총무국장을 기획실장에 승진시킨 사건이었습니다.


   오원석은 김태호 도지사가 취임 전 이미 도지사권한대형인 행정부지사와 서면합의로 좌천인사가 결정되어 있던 상태였는데 말입니다.


   이로 말미암아 김태호 도지사는 잘못된 인사임을 시인하고 7. 3 “부단체장을 포함 교류 시에는 당사자, 기관장, 직원대표의 동의를 거친다”는 요지의 『도와 시.군 간 인사교류협약』을 체결하게 됩니다.


   낙하산인사 저지에 김지사는 보복인사로 맞서


   그리고 그해 8월 경남도가 공무원노조와 ‘도와 시군 간 인사교류협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로 행자부에서 재정적 불이익이니 하면서 김태호지사를 압박 할 시점 ‘단체교섭촉구 기자회견’을 하였다는 이유로 느닷없이 전원을 사법당국고발 및 중징계 요구를 하였던 것입니다.


   도의 중징계요구를 받은 우리시 감사담당관실에서는 즉각 이 사실을 저에게 통보하였고 해안을 모색해 보자 하였습니다.


   저는 부당한 징계요구에 응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밖으로는 김태호지사를 압박하는 모션을 취했습니다. 그때 감사담당관은 현재의 전용석 행정관리국장님이셨고 조사계장은 채홍삼 양덕2동장님이었습니다.


   타 시군과 공조하며 도의 압력에 버티다 견디지 못할 지경이 되어서야 조사계장은 저에게 사정을 털어 놓았습니다. 중징계로 요구되었으나 경징계로 올려보겠다고, 그러니 조서작성된 것 읽어보고 불리하거나 수정사항 있으면 고치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입장에 서서 ‘상전’인 도를 상대로 대변하고 저항해 준 것이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상호 합의하에 조서 확인 후 날인하여 올리도록 동의하였습니다.


   동료를 보호하고자 애쓰던 당시 감사관의 노력


   당시 저는 승진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도로부터 승진에 지장이 없는 수준의 경징계를 약속 받았고 그래서 동의하여 징계요구서를 올렸는데 약속과는 다르게 감봉2월이 떨어졌던 겁니다.


   우리시 감사담당관실도 당황했고 저 또한 황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바로 당시 도 인사위원장이었던 김채용 행정부지사를 만나 항의를 했고 행정부지사는 잘못되었음을 시인하며 위로하면서 바로 소청을 요구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때 소청제도가 있음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우리시의 인사는 조금씩 미루어졌고 소청서류를 작성하여 도에 제출한 후 소청일정을 빨리 잡도록 하였습니다.


   당시 전용석 감사담당관님도 미안해 어쩔 줄 몰라 하며 소청위원들의 명단을 확보하여 직접 뛰어다니며 자존심도 버리고는 소청위원들께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그렇게 노력하고도 도소청위원회에서 감봉 1월 처분을 받으므로 승진 결격사유가 되어 2005년 정기인사에서 6급 승진자리를 후배에게 넘겨주게 되었던 것입니다.


   저는 그때의 고마움을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전용석 국장님! 채홍삼 동장님! 정말 고맙습니다. 저가 해직된 후 현 감사실의 작태를 보고 뼈저리게 그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기억이 희미하겠지만 2001년 오너의 잘못된 첫인사로 당시 직협에서 3빅(인사라인 국장,과장,계장)의 문책인사를 요구했고, 전용석 국장님께서는 이에 홀로 책임을 지겠다며 총무과장직을 벗으시고 승진에서 밀리는 등 오랜 세월 동안 변방으로 다니셨지만 만나면 반갑게 대해주시니 정말 감사했고 늘 미안했습니다.


   김지사의 부당한 인사지시에 기계처럼 움직이는 새 감사실


   그런데 2년 전 창원 9.9대회가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또다시 김지사는 ‘낙하산 인사에 따른 기자회견’을 수차 했다는 이유로 중징계 요구를 했고 당시 우리시 감사담당관실에서는 쥐도 새도 모르게 임종만을 범법자로 몰아 중징계를 요구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새로 감사담당관이 된 정충실과 황송진 조사계장은 동료를 지키고자 노력했던 전임자 분들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도의 불법지시에 기계처럼 움직였습니다.


   당시 2006년 9.9대회 이후 경남의 공무원노조는 노노 갈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던 시기였고 임종만은 이에 회의를 느껴 경남본부의 부본부장직도 벗어던진 상태에서 노조활동을 중단하고, 푸른도시 조성사업소에서 주무계장으로 열심히 일에 묻혀 있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조사계에서 도 조사관의 조사를 받으라는 공문을 비밀리에 저에게만 보내온 것이었습니다.


   불쾌했지만 정해진 날짜에 조사실로 갔습니다.

   ‘왜, 불렀습니까? 바쁜 사람을...’

   도 조사관은 ‘중징계가 요구되어 조사차 왔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뭔 일인지 모르지만 도에서 무슨 자격으로 저에 대하여 조사를 합니까? 마산시에도 조사계가 있는데... 이 분들은 뭐 하라고요? ’

   도 조사관은‘..........’ 어물어물 대답을 못하였습니다.


   잠시 정적이 흐른 후 ‘김태호가 벌줄 대상자를 찍어서 각본 다 만들어 놓고는 그기에 맞춰 달라고요? 조사관님! 오신다고 고생하였습니다만 저는 그기에 응할 수 없습니다. 일하다가 왔기 때문에 바빠서... 그럼...’ 인사를 하고는 조사실을 빠져나왔습니다.


   제가 이렇게 뻣뻣하게 나갔던 이유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우리시 감사담당관실의 작태가 너무나 괘씸해서였습니다.

   당사자도 모르게 소리 소문없이 도의 요구에 부응하여 기계적으로 중징계를 요구해 같은 동료이자 식구를 적진에 몰아넣어 쳐 죽이는 고약한 역적의 짓거리를 했던 것입니다.

   정충실과 황송진이 말입니다.


   우리시에 투하된 낙하산들, 그리고 저지투쟁


   기왕 말이 나왔으니 계속하겠습니다.

   저가 노조에 몸담고 있던 시절 우리시에서 낙하산인사로 크게 문제시되고 철회투쟁을 전개했던 눈에 띄는 사건은 2004년 1월10일 김석기 국장건, 2006년 1월 18일 박갑도 부시장건, 2006년 2월 13일 김동태 국장 건으로 압축됩니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당시 공무원노조의 투쟁으로 그 전에 비해 현실적으로 낙하산이 많이 줄었고 또 이와 관련, 4급 간부 중 우리시에서 도로 전입 간 분들도 몇 분 있습니다.


   이것은 마산시가 고질적으로 인사적체가 심한 탓도 있었지만 노조가 이를 이유로 낙하산인사를 집요하게 문제 삼지 않았다면 이룰 수 없었던 성과임에 틀림없습니다.


   결국 낙하산저지투쟁은 자치인사권을 확보하는 것으로써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직원들이 직접적인 수혜자가 되는 것입니다. 나아가 지역주민들에게 보다 안정적이고 질 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원천이기도 합니다.


   당시 김태호 지사를 비롯한 경남도의 핫라인인 행정관리부서 관리자들에게 임종만은 눈에 가시처럼 싫었을 것입니다. 집요하게 낙하산 인사를 문제 삼고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는 것이 그들에겐 기득권과 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입니다.


   실제로 이후 경남도는  마산시에 낙하산을 보내는 것에 신중을 기하거나 포기하는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마산에 낙하산을 투하하라!


   자, 이제 임종만에게 내려졌던 사형선고의 의미가 명백해지지 않습니까?


   도청입장에서는 그 방해물을 제거해 도청직원들의 바램인 낙하산을 많이 양산할 수 있는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나쁜 저의가 바닥에 깔려 있었을 겁니다. 그 방해물로 임종만을 지목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낙하산인사 저지가 주된 사유로 공직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임종만이 마산시에서 마저 죽일 놈으로 치부하는 것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직원들의 인사권을 지켜주기 위하여 전면에 나서 싸웠던 일들이 우리 직원의 손에 죽기 위함은 아니지 않습니까? 


   마산시 감사실이 2004년도는 마산시 소속이었고 2006년부터는 경남도청 소속이 되었습니까?

제가 이를 악물고 동료들의 인사권을 지켜주기 위하여 싸웠던 적! 김태호의 지시가 있다하여 한마디 상의도 없이 “죽일 놈이야” 하고 덥석 갔다 바치는 작자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같은 조직 내에서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인지요.


   오랜 법정투쟁 속에 결국 돌아왔지만…


   문득 금번 용산 철거민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많은 애도의 물결 속에 눈에 띄는 문구 하나가 가슴에 절실히 와 닿습니다. ‘살릴 수도 있었다. 진압이 아닌 구조였다면...’


   지금까지 억울함에 마음 깊숙이 묻어두었던 제 심정을 고백했습니다.


   해직되고 난 후 뭔가 비리스럽고 멍청해 보이는 단어 ‘해직자’라는 멍에를 벗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저가 복직되기까지 정말 눈물 나는 법정 투쟁을 벌여왔습니다.


   이 법정 투쟁과정에서도 언제나 우리시 힘쎈 감사실은 김태호 지사 편에 서서 임종만을 나쁜 놈, 죽일 놈으로 간주하여 범죄(!)사실을 추가하는 등의 수법으로 피고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였고 아예 살아  돌아오지 못하도록 짓밟는 행위도 서슴없이 저질렀습니다.(일일이 거론하면 길어져 생략함)


   그러나 이들과 달리 알게 모르게 주변의 도움도 컸습니다. 그리고 힘겨운 법적공방 끝에 고등법원에서 ‘해임처분 취소’ 판결을 받아냈고 정말 사랑하는 동료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진실이 승리한 것입니다.

 

   진실을 파고드는 재징계의 칼날


   아! 그러나 진실은 완전히 승리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에겐 아직 ‘재징계’란 칼이 있었습니다.


   복직판결의 기쁨도 잠시, 먼저 승소판결을 받은 함양과 진주에서 또다시 징계가 올려 져 정직 3월의 재징계가 떨어졌다는 안타까운 소식들이 귓가에 맴돌 즈음 지부장과 함께 시장님실에 들러 복직인사를 하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지부장은 ‘혹여 우리시도 도에서 중징계 요구가 올 수도 있습니다.  임종만씨는 2년 동안 충분이 상응하는 대가를 치렀으니 시장님께서 중징계 요구없이 잘 처리되도록 해 주십시오’ 말했고, 시장님은 ‘그래, 올라오면 검토해보지.’하는 대화를 나누며 차를 나눈 후 나왔습니다.


   다음으로 감사담당관실에 들렀습니다.


   감사담당관과 조사계장이 함께 한 자리에서 시장님을 만났던 이야기와 공무원노조 투쟁과정에서 해직되었다가 돌아온 사람들에 대해 재징계를 하지 않은 사례가 많으니 도에서 중징계요구가 오면 알려주시고 의논해서 대응하자는 말씀드렸습니다.
 

   감사담당관도 ‘그래, 알겠어요. 그렇게 합시다.’라고 하시면서 ‘그동안 고생도 많이 했고 우리 식구인데 당연히 신경 써야죠.’라고 말했습니다.


   동료 뒤통수 때리기가 감사실의 본분인가?


   그런데 감사실은 제 뒤통수를 때렸습니다.

   감사실에서 소식이 없어 ‘도에서 왜 늦어지나?’ 하는 맘으로 있는데 징계를 이미 요구했다는 ‘징계의결 요구사실 통보’ 공문을 저에게 가져왔던 것입니다.


   이 어찌된 영문인지, 어디서부터 누구로부터 꼬였는지, 정말 말문이 막혀버릴 지경이었습니다. 최소한의 예의와 상식도, 인정사정없는 조직이었습니다.


   저가 열 받는 것은 징계가 두려워서가 아닙니다.

   앞에서 이미 말씀드렸듯이 우리조직에 신뢰성과 동료애가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고 공무원 개인의 유불리에 따라 행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임종만 개인은 힘없고 하잘 것 없는 하파리 공무원입니다.


   공무원노조가 있기에 노조의 힘으로 지난날 저의 역할은 가능했고 이것은 만고의 진리입니다. 지난 시절 우리시 감사실은 공무원노조의 투쟁현장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열심히 한 부서였고 직원들은 모범적으로 먼저 나섰습니다.


   그러나 작금의 감사실은 노조의 무력함을 인지하고 어지러운 공직사회의 지형에서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먹고 사는 방법인지를 모색했나 봅니다.


   동료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철칙을 말입니다.


   재징계 요구는 중징계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에 대한 도전


   ‘해임처분 취소’ 법원판결문에서 해임이 취소되어야 할 사유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첫째, 그 행위가 지방공무원법에 위배된다 하더라도 개인의 사리사욕이 아닌 도지사의 낙하산인사 반대는 공직내부의 잘못된 관행과 비리를 척결하여 공직사회를 개혁하고, 공무원의 권익보호, 행정의 투명성을 제고하여 국민에게 보다 나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공익적인 목적에서 나온 점,


   둘째, 당시 법외노조였던 전국공무원노조는 그 조직을 유지한 채 공무원노조법에 따른 설립신고를 하여 합법노조로 전환된 점,


   셋째, 이 사건의 원인이 된 공무원노조 경남본부가 주도하는 집회에 참가할 때마다 관내출장명령, 연가조치, 외출조치 등을 취하여 무단결근으로 인한 업무공백을 최소화 하려고 노력한 점,


   넷째, 기자회견 및 규탄대회에 몇 차례 참석하였을 뿐 특별히 과격한 행동이나 폭력적인 행위를 한 사실이 없는 점,


   다섯째, 행위에 비하여 비위의 도가 경하고 경과실만 있는 점, 등을 들었으며 “그 경위 내지 동기 등을 고려할 때 너무 과중한 징계처분으로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었고 인사권자의 재량권 범위를 일탈. 남용한 위법이 있다.” 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판결문에서 보듯이 ‘행위에 비하여 비위의 도가 경하고 경과실만 있다’는 것은 분명 중징계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시되어 있는데도 도지사의 불법적인 재 징계 요구에 장단을 맞추고 있다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또한 지방공무원법에도 법원의 판결로 해임처분이 취소된 공무원에 대하여 재징계를 하지 아니하여도 된다는 규정이 있고,  2004년 이후 공무원총파업으로 파면ㆍ해임 되었다가 법원판결로 복직된 공무원 450명에 대하여 37%인 167명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지도 않았고,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공무원들 중에서 단 18명만이 정직처분은 받았을 뿐 63%인 263명이 불문경고 등 경징계 처분을 받았습니다.


   김지사의 사설 직속조직처럼 돼버린 감사실, 분명한 입장을 밝혀라


   2006년 지부 사무실 폐쇄에 저항하다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순천시의 경우에도 7명의 파면ㆍ해임자가 저보다 하루 먼저 법원의 판결로 복직이 되었는데, 재징계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합니다.


   임종만이 다시 살아나서 밉고 노조가 힘이 없다 하여 위에 열거된 법원의 판결문, 전국의 재 징계 사례 등 검토의 요인이 충분히 있음에도, 한마디 논의조차 없이 첩보작전 하듯 비밀리에 덜렁 또 죽여 줍쇼 하고 김태호에게 갔다 바친 감사실은 김태호 직속조직입니까?


   우리가 온갖 고초를 무릅쓰고 공무원노조를 출범시킨 것은 공직사회를 공포분위기로 만들어 경직화 시키고 보신주의에 빠지게 하는 감사실 같은 이러한 몹쓸 작태를 없애보고자 함이었습니다.


   참으로 공직사회에서 도태되어야 할 존재는 조직 내에서 구성원들을 분열시키고 권위적이고 관행적인 업무형태로 마산시를 말아먹고 있는 정충실, 최진국, 황송진 같은 자들입니다.


   저는 앞으로 이러한 자들이 공직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데 역할을 해 나갈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공직사회 개혁의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 이번 ‘재징계 요구 사태’에 대한 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당사자들은 분명하게 입장을 밝혀주시고, 아울러 전 직원 앞에 공개적으로 개과천선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그리해야만 같은 조직에서 함께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루하고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정과 임종만 올림.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