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문화'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9.09 마산에 찾아 온 야외 발레공연 by 파비 정부권 (4)
어제 일요일, 마산 315아트센터 야외특설무대에서 문화공연이 있었습니다.
공연 제목은 <찾아가는 발레공연>입니다.

문화생활에 굶주린 마산시민 중 하나인 우리 가족들도 헐레벌떡 315아트센터를 찾았습니다.
오늘 문화공연이 있다는 정보는 마침 지난주에 있었던 <경남블로거 컨퍼런스>에 참여했다가 315아트센터에 붙여진 벽보를 보고 알았습니다.

마산에서 이런 거 구경하기는, 그것도 공짜로 시원한 야외특설무대에서 가을바람 콧구멍에 넣어가며 구경하기는 난생 처음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공짜라고 헐레벌떡 뛰어오다보니 밥도 못 챙겨 먹었습니다.
저는 그 옆에 맨바닥에 쭈그려 앉아 김치컵라면 먹었습니다. 우리 마누라는 공연 팜플렛을 정독하고 있습니다.
공짜공연이니 하나도 놓칠 수 없다는 결연한 각오로 진지한 모습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민들이 미리 계단에 모여 앉아 있습니다. 대형 계단이 관객석이고 계단 앞 인도에 특설무대를 설치했습니다.
나중에 공연이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 이 관람석은 입추의 여지가 없는 시민들로 가득 들어찼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린 학생들의 발레로 공연이 시작됐습니다. 정말 예쁘더군요. 발레도 정말 잘 했습니다. 물론 저는 처음 보는 발레였지만, 상당히 잘 한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발레를 하는 어린이 뒤편으로 보이는 도로에 자동차들이 라이트를 비추며 바삐 뛰어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등학교 2학년생인 김주완 군이 섹소폰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요. 도민일보 김주완 기자하고 이름이 같군요. 대단한 실력이었습니다. 공부는 안 하고 섹소폰만 부나? 사회자 말로는 공부도 엄청 잘 한다고 하던데, 정말일까? 부러웠습니다. 사실 학창시절에 저런 특기 하나씩은 배워놔야 하는 건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옆에 앉아 구경하던 초등학교 1학년짜리 딸아이가 제게 물었습니다.
"아빠, 저거 뭐 하는 거야?" 제가 대답했습니다.
"음, 저건 판토마임이라는 건데. 아주 재미있단다. 지금 하늘에서 밧줄 같은 걸 서로 잡아당기고 있는 거 같구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갑자기 두 사람이 서로 목을 잡고 마치 드잡이하듯 싸우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그러자 딸아이가 "어? 아빠, 왜들 저러는 거지?"
제가 대답했습니다. "응? 밧줄 당기기 하다가 서로 싸움이 났다는 걸 표현하는 거 같아. 음, 저런 게 바로 판토마임이라는 거야."
사실 저는 판토마임이란 걸 19살 때 딱 한 번 본 이후로 다시는 본 적이 없습니다. 그때 기억 하나로 오로지 판토마임이라고 믿고서 자신있게 딸애한테 설명했던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저의 믿음은 서서히 자신감을 잃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람들이 점점 과격해지기 시작하더니 무대위를 막 춤을 추듯 날아다니기 시작한 것입니다. 딱 한 번 보았지만, 제 기억으로는 판토마임이 이런 동작까지 한다고는 생각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안 것이지만 이분들은 춤추듯 날아다닌 것이 아니고, 날아다니면서 춤을 추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현대무용>이었나 봅니다. 저와 제 딸은 모두 입을 닫았습니다. 저는 부끄러워서 그랬지만, 우리 딸애가 왜 더 이상 말문을 열지 않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덟살짜리가 아빠에게 보내는 배려와 위로의 침묵이었을까요?  

이 다음부터는 이 두사람이 무대위에서 펼치는 전위적 몸짓에 제게도 막 전기 같은게 저릿저릿 하더군요.
저한테도 문화적 감성 같은 것이 조금 있는 것 같더라구요. 정말이에요.

몰아치듯 온 몸을 휘감는 전율과 감동으로 그 다음 사진은 한 장도 못 찍었습니다. 찍고 싶어도 너무나 빠른 춤사위에 비해 제 카메라 셔터스피드가 너무 굼떴습니다. 한 번 누르고 나면 "처리중입니다" 멘트가 20~30초 동안 뜹니다. 이런 못난 사진기가 그래도 아래 사진 하나 잡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 제가 삼성디카로 찍은 최고의 걸작입니다. 삼성디카로 이 정도 찍을 수 있었다는 건 순전히 우연입니다.
발레리나가 춤추는 앞모습을 찍었는데 뒤통수가 나오고 그러는 게 바로 제 삼성디카인데, 그래도 이 사진
만큼은 기막히게 찍혔군요. 신의 가호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산청소년발레단과 전북에서 온 리틀발레단이 합작으로 보여준 공연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리틀발레단은 5년 전부터 마산과 결연을 맺어 서로 왕래하며 교류하고 있다는군요.
환상적인 무대였습니다. 화려한 의상과 경쾌하고 수려한 동작들은 예술이 뭔지 잘 모르는 제게도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발레공연 중간에 등장한 3인조 테너. 정말 천상의 소리가 따로 없습니다. 하여튼 대단한 소리였습니다. 저는 특히 반주를 하는 피아니스트의 몸짓과 피아노 선율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어떻게 저 가냘픈 손가락에서 저리도 웅대한 소리가 나오는지. 나비가 꽃밭 위에서 춤추듯 날아다니는 그 손가락들은 정말... 촌 말로 "예술입니다."
피아노 연주는 소리만 듣는 게 아니라는 걸 오늘 알았습니다.

가사는 하나도 못 알아 들었는데, 딱 하나 귀에 쏙 들어오더군요. "얌마 얌마 갚아 얌마 야~ 얌마 얌마 갚아 얌마 야~ 갚아 리 꾸리 꾸리 꾸리 꾸 리...."

알고보니 <Nessun dorma - 공주는 잠못이루고>의 한 소절이었나 본데요, 우리 공주님은 서서히 잠이 오시는 모양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6시 조금 넘어 시작한 공연이 바야흐로 9시를 향해서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자가 무대에 올라오더니 이제부터 진짜 공연이라고 하는군요. 그럼 지금까지 본 건 식전행사???

앞으로 40분간 이용구 발레단(? 확실히 들었는지 모르겠음. ps; 확인 결과 이원국 발레단 이었음)이 환상의 쇼를 보여주겠답니다. 이거 서울 가서 볼라면 10만원 내지 15만원은 내야 볼 수 있다고 은근히 협박을 놓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 가족은 오늘 문화식품을 맘껏 섭취하고 돌아갈 준비태세가 완벽한 고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진짜 프로들이 나왔구나 하는 걸 금방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대가 갑자기 꽉 차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그냥 입 닫겠습니다. 충청도 서산 사투리로 "두 말해 뭐 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분이 오늘의 히어로입니다. 정말 멋지더군요. 저는 남자가 이렇게 춤을 잘 춘다는 사실을 오늘에사 알았습니다. 남자는 그저 여자 무용수의 보조로만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남자가 히어로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다음 장면부터는 카메라 전지가 다 돼서 못 찍었습니다. 이 다음부터가 더 멋진데... 쩝^^

남자 무용수 세명이 나와서 상체를 드러내고 무대위를 휘젓는 장면을 여자들이 봤다면 그냥 뿅 갔을 겁니다. 아, 제 옆에 앉아 막 박수 치면서 20대도 아닌 것이 와~ 와~ 탄성을 지르는 마누라를 곁눈질로 보며 상당히 불안했습니다.
무슨 남자들이 저렇게 춤을 잘 춥니까? 저도 완전 맛이 갔습니다.

아주 감동적이었습니다. 대단했습니다. 박수가 마구마구 터져나왔습니다. 마산에서 이런 거 구경하기 정말 힘들죠. 어쩌면 오늘 공연이 처음 시도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마 그럴 것입니다. 앞으로 이런 공연이 자주 열리겠지요. 마산시민들이 자주 문화공연 접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계가 선도해야된다고 생각도 해봤습니다.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맛을 안다고, 비유가 좀 느끼한가요? 이해해 주시기 바래요. 제 문화적 수준이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걸요.

이런 예술공연이나 미술전람회 등을 자주 열어서 시민들이 문화예술에 친숙해지도록 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인 거 같습니다. 오늘 구경 잘 했습니다. 그냥 구경 잘 했다, 이런 표현 말고 뭔가 좀 문화적이고 세련된 인사법이 도통 생각 안 나는군요. 아직 저는 문화인 되려면 멀었나 봅니다.

하여간 오늘 공연 제목처럼, "찾아가는 .....!"

우리도 오라고만 하지 말고 좀 찾아가서 뭘 해봐야 할 텐데,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하는 공연제목이기도 했습니다.

2008. 9. 8   파비


추신; 어줍잖은 사진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에 혹시 DSLR 카메라 구입할 수 있으면 더 좋은 사진 많이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래 사진의 남자 무용수도 캡이었습니다. 오늘의 히어로 못지 않은 히어로였습니다. 제 사진기와 저의 솜씨 탓으로 더 많은 분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소개해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너무나 큽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