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17.10.30 황금빛내인생, 7년 만의 외출 by 파비 정부권 (1)
  2. 2011.01.28 올릴 게 없어서 올리는 썰렁한 이야기 by 파비 정부권 (3)
  3. 2010.09.20 연예블로거는 매일 테레비만 보고 살까? by 파비 정부권
  4. 2009.11.12 미실과 이명박의 공통점, 드라마로 미화된 독재자들 by 파비 정부권 (5)
  5. 2009.09.28 '아부해' 보던 우리 딸, "여자의 직감?" by 파비 정부권 (12)
  6. 2009.07.29 선덕여왕 인기 배후엔 블로그도 있다 by 파비 정부권 (12)
  7. 2009.06.25 인기블로그가 되는 비결? "댓글부터 다세요" by 파비 정부권 (24)
  8. 2008.12.23 "너는 내 운명?" 사회적 부작용을 우려한다 by 파비 정부권 (96)

제목의 두 구절은 사실 별 인연이 없는 것이다. 드라마 <황금빛내인생>7년 만의 외출은 따지고 보면 그 어떤 개연성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또 이 두 구절은 내게 있어서는 전혀 인연이 없는 것이 아니어서 깊은 관련이 있다. 오늘 <황금빛내인생>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쓰는 후기가 나의 블로그에 있어서 거의 7년 만에 쓰는 것이니 말이다.



7년이라는 세월은 짧은 것이 아닌데도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드라마 평을 주로 쓰는 파비의 칼라테레비를 기억하고 있다. 20089월부터 2010년 상반기(정확하지는 않지만)까지 드라마 비평을 블로그에 열심히 썼던 것 같다. 그 이후로는 웬일인지 블로그 활동이 시들해져서 게으름을 피우다가 어느 날부터는 거의 개점휴업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다 어제 문득 신실한 동네 후배이면서 절친한 친구인 어떤 분으로부터 형님. 파비의 칼라테레비를 다시 재개해주면 안 되겠느냐는 부탁 아닌 부탁을 받았다. 그 친구가 아마도 요즘 연속극에 좀 빠졌나보다. 미루어 짐작컨대(, 이런 표현은 판사님들이 판결문에서 즐겨 쓰는 표현인데, 아무튼) 사랑하는 아내가 연속극에 빠지니 덩달아 함께 빠진 게 아닌가 싶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사노동을 전업으로 하는 주부들은 필연적으로 연속극에 빠지게 돼 있다. 또 그런 아내를 위하여 함께 연속극에 빠지고 함께 울고 함께 웃는 것은 자상한 남편으로서는 필수적인 일이다. 좀 과장되게 말하자면 그것은 행복한 가정을 위한 의무사항이다.

 

혹자는 텔레비전은 백해무익한 것이며 심지어 인민의 뇌를 마비시키는 아편 같은 존재라고 하지만, 내 보기에 요즘 시대에 텔레비전만한 정보 습득 수단도 없으며 때에 따라 피로에 지친 현대인을 위무하고 무료함을 달래주는 좋은 친구다. 비약인지는 모르겠으나 부패하고 무능한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촛불혁명에 불을 지핀 것도 이 텔레비전이 아니었을까.



그러면 또 혹자는 뉴스나 시사프로는 그렇더라도 연속극만은 아니오, 라고 말씀하실지 모른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시라. 연속극이 비록 이른바 막장을 달린다손 치더라도 대사 곳곳에 숨어 빛을 발하는 명철한 분석을 겸비한 사회비판적 언어들을 접하게 된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당장 <황금빛내인생>을 본 소감이 그러하다.

 

우리는 우리가 아니에요. 우리가 어떻게 우리가 될 수 있죠? 우리는 정규직들이나 할 수 있는 소리에요. 비정규직, 계약직들은 그냥 각자 알아서 살아야 하는 거예요.”

 

주인공 서지안은 이렇게(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대략 이렇게) 외친다. 슬프지만 부정할 수 없는 대사였다. 최근 어떤 장관 후보자가 서울대 안 나오고도 성공할 수 있다는 말, 공부 못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말, 그거 다 거짓말이다라고 과거 자신의 책에 썼다고 해서 비판이 이는 모양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부정하면 부정적인 현실이 긍정적인 현실로 바뀌는지에 대해서는 나로서는 심히 의문이다. 

 

불편하지만 그의 말은 진실이 아니라고 쉽게 단언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어쨌거나 텔레비전 연속극이 아니면 누가 이런 불편한 그러나 날카롭게 사회적 문제를 날것 그대로 드러내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또 누가 그런 말을 들어주기나 하겠는가. 드라마야말로 얼마나 수월한가 말이다. 하고 싶은 말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공간. 그래서 나는 드라마가 좋다.

 

각설하고, 신실한 동네 후배이며 절친한 친구인 어떤 이의 부탁을 들어주는 척이라도 하고자 토요일 밤부터 일요일 온종일을 할애해 나는 <황금빛내인생> 1회부터 18회까지 훑어보는 노력 투자를 하였다. 물론 중간 중간 지루한 부분은 리모콘으로 돌려가면서 보았다는 점은 미리 고백하고 양해를 구한다.

 

우선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아, 몇 년의 세월 동안 이야기를 구성하고 전개하는 방식에 있어서 많은 변화가 있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우선 당장 눈에 띄는 것은 선악의 이분법적 구도가 사라졌더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주인공 서지안은 남의 것을 빼앗는 악인이고 서지수는 자기 것을 빼앗기면서도 사랑을 베푸는 선인으로 그리지 않더라는 것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다 나름대로 개성과 주관을 갖추고 있으나 그들을 선과 악으로 나누지 않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로 그리면서도 나름대로 갈등국면도 만들어내고 속도감 있는 전개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꽤 놀라운 일이었다. 어쩌면 이러한 부분들이 신실한 후배이며 절친한 친구인 어떤 이가 꼭 보고 파비의 칼라테레비를 재개해주었으면하는 부탁을 하게 했던 것은 아닐지.

 

7년만의 외출은 재미있었다. 앞으로 이 드라마는 빼놓지 않고 결말까지 봐야만 할 것 같다. 친구에게 미리 결말에 대하여 예언을 드린다면, 해피엔딩이다. 그리고 그래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해피엔딩이 좋다. 세상은 너무 가혹하고 그래서 최소한 드라마에서라도 해피엔딩을, 특히 주말연속극이라면 더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다는 바람이 든다.   


ps; 친구야, 숙제 했데이... ㅎㅎ 마음에 안 들어도 할 수 없다. 나름대로 어렵게 쓴 거다. 안 하다 할라니 힘드네. ㅠㅠ ^^  

Posted by 파비 정부권
이틀인지 사흘인지 블로그에 글을 안 올렸더니 좀 불안하네요. 이런 증상도 폐인이니 뭐니 그런 거 아닐는지... ㅎㅎ 제가 요즘 다른 데 신경 아닌 신경 쓸 일도 좀 있고... 늘 하는 핑계지만 매일 술 마신다고 정신 없어서, 드라마를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쓸 게 없을 수밖에.

'닥본사'에 실패하면,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음캐쉬가 한 방에 700원씩 날아간다는... 휴~

월요일었던가요? 고등학교 동기놈과 옛날 태양극장 근처 어디서 소곱창에 소주 한잔 했습니다. 구제역이다 뭐다 해도 곱창 그거 참 맛있더군요. 가격도 저럼하고요. 그렇게 맛있게 먹고 있는데, 한떼의 아주머니들이 들어와서는 "야야, 빨리 틀어봐라. 시작할 때 안 됐나" 하면서 일렬로 티브이 앞에 늘어앉더군요.

잠시 있으니 또 두 명의 아주머니 들어오셔서는 "야야, 동해야 벌써 시작 했나? 동해 우찌 됐노." 하시면서 또 그 옆에 열지어 앉으시는 겁니다. 정말 티브이 드라마에 목숨이라도 건 듯이 보였습니다. 모두들. 무슨 소린가 했더니 8시 반 연속극 <웃어라, 동해야>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그 연속극 한번도 안 봐서 무슨 내용인지는 모릅니다만, 저렇게 연속극 하나 보기 위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뛰어오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만 하네요. 드라마 리뷰를 주로 쓰는 블로거인 제 입장에서도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 동해가 그렇게 잘나가는 중이었어?' 

아주머니들은 1오 횡대 대형으로 티브이 앞에서 30분간을 앉아 <웃어라, 동해야>를 시청한 다음, 역시 우리처럼 소곱창을 시켜 소주를 한잔씩 걸치시고 돌아가셨습니다. 아마도 그날이 곗날이었던 모양입니다. 물론 계모임의 화제도 주로 동해 이야기였습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가 아니고, 웃어라 동해야, 말입니다. 

하도 쓸 말이 없어서 대충 재미없는 이야기 좀 했습니다. 그분들 티브이 시청하는 뒷모습 찍어놓은 사진도 있지만, 어느 구석에 있는지 찾기도 어렵고, 사진 한장 없으면 이 포스트가 너무 썰렁할 것 같아서 대신 우리 딸이 우리집 화장실 문에 붙여놓은 경고문 내지 주의문 비슷한 거 하나 올려놓고 물러갑니다. 끝. 

 
Posted by 파비 정부권

어떤 저의 지인은 저에게 그렇게 물어보더군요. "야, 너는 어떻게 그렇게 매일 테레비만 보고 살 수 있냐?" 좀 황당한 질문이긴 했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어 이렇게 대답해주었습니다. "아, 내가 블로그에다 거의 테레비 연속극 이야기만 쓰니까 그리 생각하는 모양인데, 사실 나 테레비 잘 안 봐."

제가 어제 <걷는사람들>이란 모임에서 매월 한 번씩 열리는 걷기 행사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남은 주당들과 한 잔 하며 그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나는 퇴근하고 집에 가면 하는 일이 거실에 드러누워 리모콘 들고 요리조리 돌리는 거 말고는 하는 게 없어요."

그러니까 이분 말씀은 리모콘에 대한 독점적 권리가 자기에게 있다는 말씀인데, 이는 다른 말로 풀어서 해석해 드리면 이런 것입니다. "나는 집안의 가부장으로서 설겆이나 청소 이런 건 절대 안 하고 오로지 테레비만 눈에 넣는다." 그래서 제가 얼른 "아이구, 아버님!" 하고 일어서서 큰절을 올렸던 것입니다. 


그분이 어떤 전통적 가부장제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고리타분하고 전형적인 한국남자라든가 하는 것은 오늘 이야기의 주제와는 거리가 멉니다.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테레비 이야기입니다. 어쨌거나 이 고리타분한 가부장제도의 추종자는 퇴근하고 집에 가면 하는 일이 테레비 보는 것 말고는 없다는 것입니다. 

아마 제가 추정해보건대 다른 한국 남자들도 사정은 거의 비슷할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제가 아는 많은 친구들 중에도 집에서 하는 일은 테레비 보는 일 말고는 별로 없을 듯합니다. 신문도 잘 보지 않는데 책을 보고 앉아 있을 리는 만무합니다. 가족들과 사이좋게 대화를 한다? 그런 일도 상상이 안 갑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퇴근하고 나면 당구도 치고 노래방에도 가고 그러겠지요. 아니면 공원도 거닐고, 아하, 우리 동네엔 거닐 공원이 없군요. 아무튼 젊은이들은 나이든 사람들에 비해 그래도 하고 놀 일이 꽤 있습니다. 그러나 3~40대의 늙지도 젊지도 않은 어중개비들은 참 할일이 없습니다.

술먹고 놀면 되지 않냐구요? 맞습니다. 3~40대에게 가장 어울리고 현실적이라 할 만한 놀이는 바로 술먹는 놀이입니다. 실제로 많은 3~40대 놀이의 주종목은 술먹기입니다. 물론 당구를 치기도 하고 가끔 볼링도 칩니다만, 그것도 다 술먹기 운동을 위한 준비운동입니다. 

그러나 술먹기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 그짓만 하고 놀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술 먹을 일도 없는데 달리 하고 놀 일은 없습니다. 그럼 어디 가서 무얼 하느냐. 일찍 집으로 들어가 가부장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권리, 리모콘 독점권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이제 겨우 기성세대에 편입된 아직은 싱싱한 젊은이들은 테레비보다는 인터넷을 더 즐기겠지요. 그러나 역시 40대 이상의 젊지도 늙지도 않은 어중개비들에겐 테레비보다 친숙한 도구는 없습니다. 그들 중에 인터넷과 친하게 지내는 인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너는 하루에 테레비를 몇시간이나 보는 거지?" 글쎄요. 제가 하루에 테레비를 몇 시간이나 볼까요? 사실은 저도 제가 하루에 테레비를 몇 시간이나 보는지 계산해본 적이 없어서 감감하군요.

그러나 그 계산이 무슨 미적분 문제도 아니라…, 계산해보니 하루 평균 1시간이 채 안 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월화미니시리즈와 수목드라마 60분씩 4일 하니까 240분입니다. 여기에다 일일드라마 황금물고기 30분씩 5일 하면 150분, 해서 390분, 이걸 다시 7일로 나누니 55.7분입니다.

<황금물고기>가 흥미가 있어 최근 보기 시작했지만 원래 일일드라마는 보지 않습니다. 예전에 <너는 내운명>(주인공이 소녀시대의 윤아였지요)이란 제목의 드라마 때문에 일일드라마를 끊었었지요. 제 기준에서 <너는 내운명>은 완벽한 막장드라마였습니다. 무엇보다 앞뒤가 안 맞는 시나리오가 막장이었죠.

잘 보지 않는 일일드라마를 뺀다면 실제로 하루에 테레비를 보는 시간은 겨우 30분 남짓입니다. 이마저도 잦은 술 모임 때문에 빠질 경우가 많습니다. 블로그에 포스팅을 해야 하므로 이런 경우엔 컴퓨터로 다시보기를 하긴 합니다만. 어쨌든 저는 평균적인 남자에 비해 테레비를 거의 안 보는 편입니다. 


전에는 이보다 테레비를 보는 시간이 더 많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테레비를 볼 일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겁니다. 예전에는 뉴스를 보기 위해 반드시 9시에는 테레비 앞에 앉았지만, 지금은 9시 뉴스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보지 않습니다. 

인터넷으로 웬만한 뉴스는 이미 9시 뉴스에 나오기 전에 다 봤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김태호 총리후보가 낙마했다는 소식도 테레비보다는 인터넷에서 먼저 알게 됐습니다. 그것도 거의 실시간으로 말입니다. 요즘 가장 빠른 뉴스매체는 트위터죠.

김태호씨가 총리후보가 될 거란 소문도 이 트위터에서 가장 먼저 나왔습니다. 심지어 트위터를 보고 기사를 쓰는 신문사 등 언론들도 많이 늘었습니다. 이제 트위터를 하지 않으면 소위 낙종으로 인한 책임추궁도 면할 수 없을지 모르는 시대가 됐습니다. 

아무튼, TV 연속극 리뷰를 주로 쓰는 연예블로거라고 해서 하루 종일 테레비 앞에 앉아 있는 것은 아니란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특히 저 같은 케이스는 하루에 겨우 30분에서 1시간 정도 테레비 앞에 앉아 있기도 매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어제는 일요일이었지만, 저는 단 1분 아니 10초도 테레비를 보지 못했습니다. 왜냐구요? 테레비가 없는 곳에서 하루 종일 놀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테레비 보는 시간을 조금 늘릴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연예블로거로서의 정체성에 좀 더 충실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한가위가 지나고 나면 TV를 더 많이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주로 드라마가 되겠죠. 그래봐야 평균으로 계산하면 겨우 몆 분 혹은 몇 십분 더 보는 게 되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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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드라마 『선덕여왕』 최고 히어로는 누가 뭐래도 미실입니다. 그 미실이 죽자 온 세상이 "그녀야말로 진정한 여왕이었소!" 칭송이 자자합니다. 그녀에게 바치는 헌사는 넘치고 넘칩니다. 이 정도면 미실을 비판하는 게 오히려 악당으로로 몰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 미실이 이토록 대단한 영웅이 되어 있었던 것일까요?

미실의 진정한 모습은? 공포정치 이면에 두툼한 전별금으로 부하들을 위로했다는 전두환이야말로 미실의 모습 아닐까?

    ※ 참고로 나는 <미실이 대인배면 전두환도 대인배다> 란 포스팅도 한 바가 있다는 점을 밝힌다. 내 입장은 늘 그렇다.

미실에게 넘치는 칭송들, 이유가 뭘까?


나도 애초에 미실이 결국 덕만을 왕으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 그래야 '덕업일신 망라사방'의 대업을 이루지 않겠느냐, 그리 생각했습니다. 삼한의 통일을 이루기 위한 기초는 무엇보다 국내 제 세력들을 통일 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서라벌도 통일시키지 못하면서 삼한을 통일 시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그러나 극 초반 베일에 가려져 있던 미실의 본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그녀가 전형적인 독재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그야말로 히틀러나 박정희 또는 김일성에 버금가는 독재자의 모습을 갖고 있었습니다. 아마 세상 모든 독재자들의 종합판이라고 해도 될 듯했습니다. 물론 매력적인 독재자였지만 말입니다. 

미실은 30여 년 신라를 지배했습니다. 왕이 있었지만, 왕은 허수아비였습니다. 신국의 신료들도, 화랑들도 왕보다는 미실의 말을 따랐습니다. 마치 일본의 막부정치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왕은 그저 상징적 존재일 뿐, 통치는 막부의 쇼군이 하는 것처럼요. 미실은 충성을 맹세하는 측근들에겐 한없이 자애롭지만, 백성들에겐 공포정치를 폈습니다.

미실의 지론이 무엇이었습니까? 백성들은 무지하고 변덕스러우므로 공포를 통해 통치에 길들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미실은 군사력과 더불어 백성들을 지배할 수단으로 신권까지 장악했던 것이죠. 여기에 덕만공주가 반기를 들었지요. "미실이 사람을 죽여 사람을 얻었다면, 나는 사람을 살려 사람을 얻겠다."

30년 동안 미실이 독재한 결과는 무엇이었나?

미실의 측근들은 미실의 권력을 믿고 온갖 부정과 부패를 다 저질렀습니다. 탈세와 매점매석은 기본이었습니다. 백성들의 땅을 뺏고 소작으로 전락한 양민들을 고리대를 이용해 노예로 만들었습니다. 결국 나라 재정은 파탄 일로에 처했습니다. 귀족들은 세금을 안 내고, 세금을 내야할 농민들은 땅을 잃고 귀족들의 노예로 팔려가니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미실이 장기 독재하는 동안 최고 수혜자는 역시 남편과 아들. 이들은 부정부패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30년 미실 독재의 결과가 이랬습니다. 결국 진흥왕이 이룩한 영광은 빛이 바래고 발전은 정체했습니다. 40여 회가 지날 때까지도 미실은 악녀였습니다. 그녀는 무력으로 권력을 찬탈했으며, 그 권력을 지키기 위해 백성들을 또한 무력으로 억압했습니다. 그러나 결말이 다가오면서 미실은 갑자기 판타지로 다시 가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고 충분히 이해도 합니다. 미실의 인기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드라마의 인기도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성공했습니다. 미실은 쿠데타를 일으켜 반란수괴의 길을 걸었지만, "그녀야말로 진정한 여왕이다!'란 찬사를 이끌어냈습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작가가 만들어낸 픽션이지만, 대단한 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루아침에 독재자가 영웅으로 미화된 것입니다. 무력으로 백성들을 핍박하던 미실이 진정한 여왕으로 탄생했습니다. 자기에게 반대하는 신료를 다중이 보는 앞에서 목을 베고 "말을 듣지 않는 자는 모두 이처럼 되리라"고 협박하던 미실이 애국자로 변신했습니다. 실로 드라마가 아니고서는 만들어낼 수 없는 상상력입니다. 

반란으로 장기집권하며 독재를 했지만 역시 미실처럼 미화된 표본들



30여 년 공포정치는 사라지고, 
             짧은 미실의 최후만 남았다 


미실이 막판에 속함성에서 군사를 이끌고 자기를 돕기 위해 달려온 여길찬을 국경 수비에 충실 하라며 돌려보낸 사건은 매우 감동적입니다. 이는 어쩌면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궁정동에서 피살된 이후 권력공백기를 이용해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킨 전두환 일파를 향한 독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시 9사단장이었던 노태우는 전방을 지켜야할 병력을 이끌고 서울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정권을 장악하고 마침내 80년 5·17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그러니 미실은 비록 똑같은 반란 세력이라도 이들에 비하면 애국자라고 해도 별로 할 말이 없겠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30여 년간 자행된 미실의 공포정치가 없어지는 걸까요? 

막판에 그토록 처연하고 아름답게 미화된 죽음을 남겼다고 해서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억압하고 노예로 만든 독재자의 삶이 하루아침에 고귀한 것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일까요? 나의 머리로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불편하기 그지없는 이런 스토리 전개 때문에 그토록 드라마를 즐기면서도 드라마의 사회적 부작용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89년이었던가요? 그 해에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는 『야망의 세월』이었습니다. 아마 요즘 『선덕여왕』보다 더 인기가 있었던 것으로 짐작합니다. 당시엔 텔레비전 말고는 별다른 오락 도구가 없었습니다. 퍼스널 컴퓨터도 없었으니 인터넷도 당연히 없었습니다. 이 『야망의 세월』이란 제목의 드라마가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면 여러분은 믿으시겠습니까?  

일개 건설사 사장을 영웅으로 미화한 드라마

그러나 사실입니다. 드라마『야망의 세월』은 이름 없던 일개 건설회사 사장을 졸지에 유명인사로 만들었고, 영웅으로 미화했으며, 결국 대통령 자리에까지 앉혔습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오늘날 이명박 정권에서 완장을 찬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이었습니다. 유인촌이 현 정권 최고 실세처럼 행세하고 다니는 것도 다 나름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내가 만나는 분들 중에 많은 이들이 "이명박을 뽑은 것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겐 최대의 실수였다.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을 뽑았다. 어떤 사람을 뽑더라도 이보다 더 나쁜 결과는 없었을 것이다." 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이런 말을 해줍니다.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명박을 뽑은 게 아니라, 텔레비전 드라마가 뽑았답니다." 

드라마의 최대 수혜자는 누가 뭐래도 이명박, 그 다음은 완장 찬 유인촌이다. 이들에게 드라마는 대박의 조건인 셈이다.


한편의 드라마가, 단순히 재미를 위해 만든 한편의 드라마가 어떤 참담한 결과를 몰고 올수 있는지 나는 이명박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1989년 『야망의 세월』이 방영되기 전에 이명박을 알았던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장담하건대, 한 사람도 없었을 것입니다. 여러분 중에 지금 현대건설 사장이 누군지 혹 아는 분이 계시나요?

아니면 삼성전자 사장이 누군지 아시는 분은요? 아무튼 『야망의 세월』덕분에 이명박은 세상에 이름을 알렸고, 영웅이 되었습니다. 그러더니 나중에 국회의원도 되고, 서울시장도 되고, 대통령도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명박이 서울시장 재직 중이던 2004년이었던가요? 이번엔『영웅시대』란 드라마가 이명박 영웅 만들기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드라마에도 정도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영웅시대』의 실제 주인공은 이명박이 아니라 정주영과 이병철이었습니다. 그러나 유동근이 등장하면서 갑자기 극의 중심은 이명박으로 쏠렸습니다. 유동근이 바로 이명박이었습니다. 당시 최고의 남자 연기자는 누가 뭐래도 유동근이었죠. 이를 두고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아니냐는 음모론도 솔솔 나왔었지요.

아무튼 드라마란 삶의 재미를 주는 유용한 도구이지만 한편 이처럼 뜻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이는 어디까지나 국민 일반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고, 일부 소수의 의도는 분명 있을 터이지만―사회적 부작용도 만만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미실의 영웅 만들기가 과연 옳은 것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습니다. 미실을 그렇게 애국자로 미화해야만 미실의 최후가 아름답게 그려지는 것이었을까? 미실이 반란군의 지도자로서 최후까지 최선을 다하다가 장렬하게 전사하는 것도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었을까? 막판에 국경수비대의 지원을 마다하고 패배의 길을 걸었다고 해서 30년 독재가 사라지고 영웅이 될 수 있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네티즌들이, 미실이야말로 진정한 여왕이었다며 열광하지만, 나는 아직도 불편합니다. "이거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이러고서도 우리가 정의를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여전히 소화불량처럼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선덕여왕』은 재미있습니다. 『대장금』이래 이토록 화제를 만발한 드라마가 있었습니까? 

그렇지만 결론은 답답하다는 것입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우리 아들은 연속극을 즐겨 보지 않습니다. 개콘도 잘 안 봅니다. 대신 소비자고발이나 무한지대 같은 프로를 좋아합니다. 미녀들의 수다도 잘 보고요. 좀 특이한 놈입니다.  

우리 딸은 애비를 닮아 연속극을 무지 좋아합니다. 좋아할 뿐만 아니라 다음 장면을 맞추는 것도 지 애비를 닮았습니다. 제가 좀 그렇습니다. 연속극을 보다 보면 미래의 줄거리까지 대충 꿰고 있습니다. 옆에서 같이 보던 마누라가 말합니다.

"고마 연속극 작가로 나서지."
그렇지만 그건 아니죠. 작가들에 대한 모독도 정도가 있어야겠지요.

지난 주 선덕여왕은 글쎄 결정적인 것까지, 그러니까 삼국통일 정도야 누구든 생각할 수 있는 것일 수 있다고 쳐도, 덕업일신 망라사방까지 맞춘 건 저도 사실 의외였지요. 하여간 제가 대충 그렇습니다. 선덕여왕뿐만이 아니라 연속극 볼 때 그런 게 재미있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딸도 저를 쏙 닮았습니다.

오늘 조금 전에 kbs드라마 <아가씨를 부탁해>가 끝났는데요. 아가씨가 서 집사에게 소원을 하나 들어달라고 부탁합니다.
"서 집사, 내가 연설 잘 하고 나면 내 소원 하나 꼭 들어줘야 돼. 전에 한 가지 소원 들어주기로 했잖아."
서 집사가 그 소원이 뭔지 궁금하다며 지금 당장 말해달라고 보챕니다. 그때 우리딸이 잽싸게,

"그건 내가 알지. 집사 그만두지 말고 계속 남아달라는 거잖아."

딩동댕♬

흐흐~ 부전딸전이었습니다요.

위 이야기는 지난주에 블공(경남블로거공동체) 까페에 올렸던 글이에요. 그리고 엊그제 다시 우리 부녀는 함께 나란히 앉아 <아가씨를 부탁해(아부해)>를 보았답니다. 그런데 드라마에 한참 열중하던 딸이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아빠, 나는 아무리 봐도 아가씨하고 이 변호사는 안 어울리는 거 같아. 변호사가 뭐 저래. 아가씨는 서 집사하고 잘 어울려. 그리고 서 집사하고 결혼했으면 좋겠어. 이 변호사는 여의주하고 결혼하고. 태윤 씨는 의주 씨와 어울리는 것 같아. 아니야, 틀림없이 그렇게 될 거야."

사실은 제 마음도 똑같습니다.
"그런데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는데?" 

"여자의 놀라운 직감이야." 

뭐, 이 정도면 결론 난 거지요. 우리 딸애는 이제 겨우 초등학교 2학년이에요. 초딩 2년차의 눈에 그렇게 비쳤다면 그렇게 되는 겁니다. 왜냐고요? 물론 우리 딸애가 말한 여자의 직감 때문만은 아니랍니다. 무엇보다 초딩의 눈에도 보일 만큼 결말이 단순하다는 게 이유지요. 


<아부해>는 코믹멜로드라마잖아요? 그렇다면 단순한 게 좋지요. 이런 드라마가 복잡하면 피곤하잖아요? 멜로에도 적당한 긴장은 필요하겠지만 도를 넘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부해>를 즐기는 시청자들은 복잡한 긴장보다는 편안한 가벼움을 선택한 것이라고 봐요. 명화극장을 보는 게 아니니까요.  

아, 여기서 잠깐 제 변명 하나 하고 넘어갈게요. 제가 우리 딸애와 드라마를 함께 보는 것은 제 의도는 절대 아니랍니다. 저도 애 엄마에게 많이 혼난답니다. "도대체 애 데리고 만날 그런 연속극이나 보고 뭐 하자는 게냐"는 핀잔을 귀가 따갑도록 듣습니다. 그렇지만 굳이 보겠다는 애를 말릴 재간이 없죠.  

아, 이거 그런데 정말 큰일 났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서집사와 아가씨가 키스를 하고 있군요. 좀 어설프긴 하지만. 다른 블로거들의 비평처럼 확실히 어설픈 게 맞네요. 그렇지만 원래 처음 키스하는 장면이란 다 어설픈 거 아닐까요? 아니, 어설퍼야 되는 거 아닐까요? 너무 노련하면 그거야말로 정말 문제가 있는 거지요.

서 집사는 제비 출신이라면서 저리도 어설픈 걸 보면 순진한 제비였나 봐요. 딸과 함께 연속극을 보는 저로서는 그 어설픔이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지요. 하여간
마누라 등살이 무서운 저는 일부러 과장된 모션을 취합니다. 아이의 두 눈을 손바닥으로 가리기에 바쁩니다.

"야, 너는 이거 보면 안 돼. 보지 마, 보지 마."
그러면 딸애는 몸을 이리저리 비틀면서 어떻게든 보려고 안달입니다.
"아빠, 이번 한 번만 보자. 다음부턴 안 볼께. 하하하, 한 번만 보자."
기어이 보겠다는 녀석을 이길 방법은 없습니다.
"와, 분위기 참 좋다."

어쨌든 우리 부녀의 바람은 결국 이루어려나 봅니다. 그런데 요즘 윤은혜가 욕을 좀 먹는 모양이에요. 연기력 논란에다 발음이 부정확하다는 비판까지…, 의견도 다양하더군요. 심지어 "자막을 부탁해"란 조소까지 나오고 있네요. 그러나 모든 드라마가 뛰어난 연기자들로만 채워질 수는 없습니다. 가끔 연기보다는 이미지를 내세운 배우도 필요한 법이지요.

다음(daum)이미지

그렇다고 연기자로 전업한 윤은혜가 계속 이미지에만 매달리라는 것은 아니에요. 윤은혜도 연기자가 된 이상 연기로 승부를 걸어야겠지요. 그러나 이 드라마, <아부해>에서 윤은혜의 이미지는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윤은혜의 단순하고 화려한 이미지가 아니었다면 과연 이 드라마가 이 정도라도 선방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에요. 

역시 우리 부녀는 단순한 모양이에요. 초두에서 보여드린 대화에서 보셨듯이 우리 부녀는 확실한 윤은혜 편입니다. 윤상현(서집사)과 윤은혜(아가씨)가 잘 되길 바랄 뿐만 아니라 여의주(문채원)는 좀 빠져 주었으면 하는 바람마저 있답니다. 그러면서 그에 대한 대책으로 여의주와 이태윤(정일우)을 짝 지워줄 생각까지 하는 것도 저와 딸애의 마음이 똑같습니다. 

단순한 만큼 작가가 그려주는 단순한 이미지에 잘 동화하는 편이지요. 가끔은 그게 행복할 때가 있답니다. 머리를 텅 비우고 <아부해>를 볼 때처럼 말입니다. 그러니 텅 빈 머리로 봐야 할 드라마를 너무 진지하게 따져가면서 본다는 것도 사실은 참 피곤한 일이에요. 아가씨는 선덕여왕이 아닌데도 말이죠. 

아무튼 여자의 직감이 어떨지는 계속 지켜봐야겠네요. 그냥 직감도 아니고 '놀라운' 여자의 직감이라니…. 그런데 써놓고 보니 제목을 <'아부해' 윤은혜를 위한 변명>으로 하는 게 더 어울릴 뻔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흐흐흐~ 

Posted by 파비 정부권

선덕여왕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이번 주 최고 시청률이 34.9%라고 한다. 같은 시간대 다른 방송사의 드라마들이 5%와 8% 정도에 그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가히 월화드라마 독주체제다. 선덕여왕은 이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전주 드라마 시청률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찬란한 유산이 막을 내린 지금 이는 거의 확실한 희망사항이다.

이런 추세라면 찬란한 유산이 세웠다는 경이적 시청률 기록 47.9%를 경신하는 것도 기대해볼만하다. 이미 선덕여왕 제작팀에서는 이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이 사실을 슬슬 흘리고 있는 분위기다. 비밀병기로 미실의 아들 비담 역을 맡은 김남길이 곧 등장한다고 한다. 비담은 실존인물로 상대등으로서 선덕여왕 말년에 비담의 난을 일으킨 인물이다.

게다가 모든 시청자들이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문노가 그다. 이 또한 드라마가 절정에 달했을 때 빼들 비장의 카드로 기록을 갱신할 튼튼한 장대다. 선덕여왕의 시청률 고공행진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하나 있다. 바로 김춘추다. 극 초반 천명이 김춘추를 낳았다는 건 모두 알고 있지만 지금껏 베일에 가려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청률 1위로 독주체제를 굳힌 최고의 공신은 시나리오다. 훌륭한 연출, 화려한 경력의 배우들과 빼어난 연기, 이 모든 것들이 공신의 반열에 오르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역시 1등공신은 시나리오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미실과 덕만의 대결, 예언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치열한 권력암투, 마치 추리극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은 모두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 덕이다.

선덕여왕이란 신선한 소재도 큰 몫을 했다. 특히 화랑세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신라인들의 이야기는 이 시대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기 거리를 던져주었다. 신라시대의 남녀관계, 결혼제도, 사회풍습, 화랑도와 같은 것들은 생소하고 어색함을 넘어 생기까지 불어넣었다. 판에 박힌 사극들의 주제와는 사뭇 다른 무엇이 선덕여왕에는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모든 것들, 뛰어난 시나리오와 연출, 빼어난 연기와 화랑세기의 생소하고 신선한 충격과 더불어 블로그를 선덕여왕을 최고의 인기드라마로 등극하게 만든 공신의 반열에 올리고 싶다. 이 모든 연출자의 의도와 연기자들의 활약을 고스란히 세상에 알려내는 역할을 한 것은 블로그이다.

심지어 연출자가 심어놓은 그리고 은근히 때를 보아 흘리고 있는 비밀 장치들을 제때 유효적절하게 세상에 전파하는 것도 블로그가 하는 일이다. 아직 등장하지도 않은 비담 역의 김남길이나 김춘추 역의 유승호에 대해 소개하고 궁금증과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것도 블로그가 하는 일이다.

또한, 블로그들은 선덕여왕을 보고 그 감상만을 적어 올리는 게 아니라 화랑세기나 삼국유사, 삼국사기를 빌어 논쟁까지 유발시킨다. 다양한 사실관계를 캐내기도 하고 역사적 해석을 곁들이며 갑론을박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블로그들의 선덕여왕에 대한 관심과 취재가 선덕여왕에 대한 시청율로 이어지고 있다고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우선 내가 몇 차례 작성한 선덕여왕 관련 포스팅으로 인해 나와 친한 선배 한 사람은 선덕여왕의 골수팬이 되었다. 그는 처음에 선덕여왕을 보지 않았지만 내가 올린 "선덕여왕도 색공을 받았을까?"라는 글을 읽고 선덕여왕을 보게 되었다. 그는 1회부터 보기 위해 인터넷에서 돈을 주고 지나간 회들을 모두 보았다고 했다.

엊그제 월요일 날, 그 선배와 함께 술을 마실 기회가 있었는데, 그는 아홉시가 다가오자 선덕여왕을 보러가야 한다며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물론 나도 덩달아 일어나야 했지만, 합석했던 다른 사람들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요새 가장 인기 있는 선덕여왕을 꼭 보아야겠다는 데 무슨 이의가 있을 수 있었겠나.

선덕여왕 방영 초기 다음뷰 문화연예 베스트 코너의 대부분을 장식하던 때와는 달리 차분해진 분위기인 것도 사실이지만, 문노와 비담, 김춘추가 등장하면서 블로거들의 관심과 열기는 다시 불붙을 것이 틀림없다. 선덕여왕 제작진이 숨겨놓은 비밀병기들은 새로운 이야기 거리와 역사적 호기심을 자극할 것이다.

그러면 다음뷰는 다시 한 번 선덕여왕 이야기로 몸살을 앓게 될 것임을 알만한 사람은 알 것이다. 선덕여왕 제작진도 이런 현상을 보며 미리 그런 준비를 했을지도 모른다. 아마 준비했을 것이다. 나라면 틀림없이 그렇게 한다. 블로그는 이미 드라마의 중요한 홍보수단이며 인기를 획득하는 비결 같은 존재가 되었음을 모르지 않으니까….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어제 경남도민일보에서 주최하는 블로그 강좌에 다녀왔습니다. 강의를 해주신 분은 <디자인로그>를 운영하시는 '마루'님이었습니다. 저는 마루님이 디자인 업종에 종사하시고 또 블로그 이름도 디자인로그이므로 마루란 이름은 당연히 디자인과 관련된 이름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마룻바닥, 강화마루, 그런 것처럼 말입니다. 

경남도민일보의 블로거스 경남 팀이 주최한 강좌. 정원이 30명이었지만, 초과했다.


그런데 마루님의 설명을 듣고 보니 그런 뜻이 아니고 마루치, 아라치 할 때의 그 마루라고 합니다. 정상, 꼭대기란 뜻이랍니다. '치'는 사람을 의미하니까 마루치는 정상의 사람, 최고의 사람, 뭐 그런 뜻이 되겠군요. 공부 많이 했습니다. 또 공부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어릴 때 "태권동자 마루치 정의의 주먹에 ~ 파란해골 13호~" 노래를 부르며 자랐건만… 마루치가 아직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있었네요. 또 어떤 교수님의 해석에 의하면 고대로부터 마루는 신성한 공간을 뜻한다고 하네요. 우리 전통가옥의 마루도 또한 방과 방 사이에서 조상의 제사도 모시고 손님도 맞이하는 신성한 곳이었다는 거지요.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마루님께서 강의를 해주는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신성한 것들 뿐이었답니다. 우리 같은 초보 블로거들이야(앞으로는 이 초보란 말도 안해야 될 거 같아요. 벌써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이런 말하면 진짜 초보들 기분 나쁘겠지요. 저는 최초로 블로그용 포스팅을 한 날짜가 9월 1일이랍니다. 개설일은 작년 4월 19일이고요)

꼭 필요한 내용을 쉽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신성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정말 그랬습니다. 마루님의 강의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들, 목말라했던 것들이었습니다. 마치 사막에서 물을 만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러고 보니 문득 옛날 연애편지 대필하던 생각이 나네요. '그대 없는 세상은 오아시스 없는 사막…' (자~ 자, 옆길로 새지 말고)

강의의 주제는 『인기 블로거가 되려면?』이었습니다. 인기 블로거가 되기 위해서는 정말 성실해야겠더군요. 블로그를 예쁘게 꾸며 고객(방문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할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것이 댓글을 열심히 다는 것이랍니다. 

남의 블로그에 자주 방문해서 댓글을 열심히 달아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글에 달린 댓글에도 성실하게 임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정성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었겠지요. 그런데 오늘 제블로그를 열어보니 바로 이를 실천하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바로  <달그리메>님입니다. 오늘 아침에 당장 제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놓으셨더군요. 

안 그래도 썰렁했는데 정말 고맙습니다. 그래서 저도 어제 교육받은 신성한 가르침을 실천한다는 의미에서 답글도 달았지만, 거기에다 아예 이렇게 포스팅으로 보다 더 진지한(!) 답글을 달아봅니다. 네, 오늘 이 글은 달그리메님의 댓글에 대한 답글이랍니다. 달그리메님께서 <이요원이 창조하는 선덕여왕의 이미지는?>이란 제 글에 이렇게 댓글을 주셨네요.  

  • 달그리메 2009/06/25 11: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파비님의 글을 읽으면서 부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상하게 드라마에 집중을 잘 못하겠더라구요.
    가끔 재미있게 보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드라마는 그렇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드라마에 대한 감상글을 잘 못 적겠습니다.
    몰입을 해야 느낀점이 생기고 거기서 글이 나오는데 말입니다.
    어제 인사를 해야 했는데 기회가 없어서 못했습니다...^^*

    • 파비 2009/06/25 12:47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어릴 때부터 공부는 안하고 드라마만 보면서 커서 그렇습니다. 제가 제일 처음 드라마에서 만났던 탤런트는 김영란입니다. 혹시 옥녀라고 기억 안 나실지 모르겠는데요. 제가 국민학교 6학년 때였던가? 우리 동네 그때 처음 전기 들어왔습니다. 1976년이었죠.

    • 파비 2009/06/25 12:55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리고 저는 지금도 드라마 즐깁니다. 그리고 영화도 엄청 좋아해서 국산, 외화 가리지 않고 거의 다 봤습니다, 물론 안 본 건 빼고요.

  • 강의 시작 전에 일찌감치 도착해 준비하시는 마루님. 역시 성실을 블로그의 모토로 삼는 분 다웠다.


    제 답글이 충분히 성실하지 않았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마침 생각나는 게 있어서 좀 더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제가 얼마나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하는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8 년 전 쯤에 제가 감옥에 있을 때입니다. 그때 저는 노동운동사건으로 본의 아니게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안에서는 우리를 '시국'이라고 불렀습니다.
     
    교도소에선 시국들을 한방에 가두지 않습니다. 한명씩 따로따로 흩어놓는 거지요. 제가 들어갔던 방은 '절도방'이었는데, 완전 도둑놈들(죄송하지만, 이보다 정감가는 말이 없네요) 방이었지요. 교도소에서도 가장 불쌍한 사람들… 인생의 막장들이라는 이들은 여기서도 차별 받더군요. 가장 잘 나가는 사람들은 폭력방에 있는 사람들이었는데, 심지어 강간범한테도 무시당하는 게 절도방 사람들이었습니다.

    교도소는 평등할 줄 알았지만, 이곳에도 계급이 존재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교도소에조차 차별받는 불쌍한 인생들인 절도범 두 사람이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한사람은 소매치기 출신이었고, 다른 한사람은 야간털이범 출신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한사람은 낮에 일하는 사람이고, 다른 한사람은 밤에 일하는 사람이었던 거지요. 

    이들 둘이 다투게 된 주제는 이거였습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1년에 평균적으로 몇 편의 영화를 볼까?" 이글을 보시는 독자들께서는 황당하실지 몰라도 그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그들은 마치 자기 자존심이라도 걸려있다는 듯이 맹렬하게 싸웠습니다. 밤에 일하는 털이범의 의견은 이랬습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1년에 최소한 30편 정도의 영화를 본다!" 그러나 낮에 일하는 소매치기의 의견은 달랐습니다. "무슨 소리. 어떻게 30편씩이나 볼 수 있단 말이야? 1년에 20편 정도밖에 보지 않아!" 두 사람은 절대 물러설 기색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볼 때 그것은 직업적 자존심같기도 했습니다. 

    결론을 내지 못하고 싸움이 길어지자 봉사원(사동 호실 대표)이 끼어들었습니다. "야, 그러지 말고 우리 '시국선생'한테 판결을 맡기는 어때?" 다른 모든 사람들도 동의했습니다. "그래, 시국선생이 결정을 냅시다. 그래도 시국은 우리하고 다르니까…" 글쎄 뭐가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제가 결론을 내야만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참 난감하더군요. 누구 편을 들어야 하나? 그러나 저는 제 양심에 따라 공정한 결론을 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둘 중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을 판단을 하겠다는 것이었죠. 제가 말했습니다. "죄송합니다만, 두 분 다 틀렸습니다. 평균적인 대한민국 사람들은 그렇게 영화를 많이 볼 시간이 없습니다. 제가 볼 때 1년에 대략 대여섯 편 정도 보는 게 맞습니다."

    하하… 그런데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대한민국 사람들의 평균적인 부분은 1년 내도록 거의 영화 한 편도 안 보더군요. 제 주변에도 20년 동안 영화를 한 편도 안 본 사람이 부지기수였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저는 정말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1년에 약 5~6 편 정도의 영화는 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밤과 낮에 일하는 그분들과 저는 다를 바 없는 개구리였습니다. 우물 안에 사는 개구리 말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의 눈에는 하늘이 자그맣고 동그랗기만 하지요. 나머지는 모르는 것이고 알 필요도 없는 것이죠.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블로그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블로그야말로 우물 안 개구리들을 세상 밖으로 안내하여 우주가 얼마나 넓고 아름다운지 가르쳐줄 수 있는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이렇게 배운대로 댓글에 포스팅 답글까지 다는 저는 최소한 우물로부터 탈출한 것만은 분명한 것이겠지요? 아니라고 생각하시면 빨리 끌어내 주시고요, 우물 안에서…. 

    아무튼 어제 마루님의 블로그 강좌는 정말 유용했습니다. 교육받은 내용을 다음날 아침 눈뜨자마자 바로 실천해주신 달그리메님도 훌륭하시고요. 고맙습니다. 하반기에 한 번 더 디테일한 내용으로 교육을 해주겠다고 하셨으니 그 보충수업이 벌써 기다려지는군요. 늦은 시간에 잘 가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참, 저도 오늘 아침 <디자인로그>를 방문하여 댓글 남기고 왔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파비 2009/06/25 12: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 남기기

    반갑습니다. 어제 강의는 최상이었습니다. 제가 들어본(아마 대여섯번?) 블로그 강의 중에 최고 명강의였습니다. 다들 감동 먹고 가신 듯 ^^* 자주 뵈요. 그리고 수제자는 아니라도 종제자 명단에 저도 좀 올려주세요.

    • BlogIcon 마루[maru] 2009/06/25 12:58  댓글주소  수정/삭제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열정있는 블로그분들을 많이 만나서 좋았고, 오프라인 공간이 아니면 접할 수 없는 생생한 사람사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만남에서는 더 더욱 유익한 이야기로 찾아 뵙겠습니다.

    파비     ▽김주완 부장님, 블로그강좌 후기는 낙동강 도보기행 다녀와서 쓸게요. 공짜로 강의 들었으니 밥값은 해야 되는데… 

    Posted by 파비 정부권
    너는 내 운명!
    드디어 새벽의 시어머니가 백혈병에 걸렸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온 드라마 「너는 내 운명」이 마침내 도도한 로하스의 안주인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이 드라마를 두고 금세기 최고의 막장드라마라는 혹평이 잇따른다. 그러나 사실은 그 막장 드라마, 드라마 같지 않은 드라마의 결말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마치 특이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신기해서 더 자주 쳐다보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그래서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이 막장드라마가 앞으로 또 얼마나 더 기가 막힌 반전(?)을 선물할 것인지,
    기대 섞인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혹시나… 말이다.

     

    
    장기기증과 입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제고를 기획의도로 한 새로운 가족 드라마?

    나는 이 드라마를 첫 회부터 지금까지 한 회도 빠지지 않고 다 보았다. 혹시나 회식이 있거나 다른 특별한 일이 있어 이 드라마를 시청하지 못했을 때는 인터넷방송(KBS는 인터넷으로 다시보기가 무료다)으로 반드시 본다. 내가 이 드라마에 집착하는 까닭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원래 드라마를 좋아한다. 드라마 뿐 아니라 영화도 좋아한다. 웬만한 영화나 드라마는 안 본 것이 거의 없다.

    그러나 일일연속극을 단 한 차례도 빠트리지 않고 본 경우는 아무래도 「너는 내 운명」이 처음이다.  처음 장새벽과 강호세의 운명적 만남을 암시하는 오토바이 사건, 그리고 강호세와 김수빈이 만들었던 비행기 안에서의 불편한 조우가 뭔가 심상치 않은 삼각관계를 예고했다. 그리고 드라마는 빠르게 전개되며 흥미를 돋우었다. 재미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갈수록 이건 아니다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공항에서 강호세와 어설프게 헤어진 김수빈이 집으로 돌아와 아파트 앞에서 죽치던 ‘싫증나서 버린’ 옛 애인과 다투는 걸 엄마에게 들키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보았을 때, “뭐, 저런 여자가 다 있나?” 하는 정도로 그냥 가볍게 넘어갔다. 그런데 갈수록 김수빈이란 여자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세상에 저런 정도의 바람둥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생각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특별히 드라마를 보는데 지장을 주는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김수빈이 호세의 어머니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사람을 사서 호세 어머니의 차를 앞뒤로 가로막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다음 자기 차로 모신다는 설정까지도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갈수록 이상해지는 캐릭터들

    요즘 젊은이들에게 그런 정도의 목표의식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약간 부도덕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런대로 참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부도덕한 캐릭터는 김수빈에서 끝나지 않았다. 출연한 모든 사람들이 도덕 불감증이란 캐릭터로 무장하고 나왔다. 염치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는 그런 사람들이 전부였다.

    그래도 처음엔 장새벽과 강호세, 그리고 김나영 선생의 부모만큼은 제대로 된 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나머지 사람들은 이 지극히 정상적이고 올바른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을 위한 무대장치쯤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드라마에서 선한 사람들이 돋보이기 위해선 악역들이 필요 이상의 오버페이스를 할 필요도 있는 법이다.

    그런데 나중엔 새벽과 호세에 대해서도 실망하기 시작했다. 강호세의 우유부단함에 대해선 묻어두기로 하자. 이 드라마에서 그가 하는 일이란 거의 없다. 문제는 장새벽이다. 이 캐릭터는 착한 짓은 혼자 독으로 하면서 사람 염장 지르는 재주를 가진 인물이다. 시어머니의 악독함에는 새벽의 역할도 그리 적은 게 아니다.

    온갖 기괴한 연기를 다 펼쳐야 하는 양금석을 비롯한 쟁쟁한 연기자들이 애처롭다.[이미지=다음영화]


    일례로, 시어머니에게 쫓겨나 대문 앞에서 밤을 지새운 사건은 요즘 세상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사건이다. 그리고 설령 이런 사례가 벌어졌다 하더라도 가까운 친정으로 가서 잠을 자고 다음날 고부간의 갈등을 푸는 것이 순리였을 것이다. 또 친정이 멀리 있다고 하더라도 부잣집 며느리가 갈 곳이 없다는 건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다. 그렇잖아도 성격이 괴팍한 시어머니만 더 몹쓸 여자로 만들었다.     

    점입가경을 넘어 서스펜스로

    그러나 그것마저도 이해하기로 했다. 드라마가 꼭 사람을 선악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누어 캐릭터를 정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은 누구나 선과 악의 이면을 동시에 공유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어느 쪽이 더 부각되느냐에 따라 사람은 선해지기도 하고 악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또 어떤 이에게는 선한 사람도 또 다른 어떤 이에게는 악하게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어느 때부터인가 점입가경의 경지마저 넘어서기 시작했다. 갑자기 추리극 또는 서스펜스로 드라마의 성격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50대의 홍봉실 여사가 느닷없이 임신을 하는가하면 급기야 달밤에 체조하다 사산했다. 게다가 느닷없이 등장한 새벽의 친모는 과거에 사경을 헤매는 그녀의 남편과 딸아이를 버렸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도대체 극의 전개가 어디로 튈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막장드라마라고는 하지만 이건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이다. 출연 캐릭터들이 하나 빠질 것 없이 부도덕하고 몰염치하다는 것은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보아주기로 했지만, 부도덕성을 넘어 사람의 생명까지 함부로 여기는 작가와 연출자의 태도에 대해선 실로 경악이란 말도 모자란다.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호세의 어머니가 실어증 행세를 하며 새벽과 호세를 이혼시키려한다는 대목에서는 실소가 나오다 못해 불안하기까지 했다. 너무나 어색한 전개가 차라리 애처로웠던 것이다. 함께 드라마를 보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 같은 것이었을까?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작가도 아니고 연출자도 아닌 내가 부끄러웠다. 아마도 그래서 불안했던 것이리라.

    갑자기 잉태한 아이를 죽이더니 이번엔 호세 모친에게 사형선고를

    그런데 어제는 결국 호세의 어머니에게 사형선고를 내리고 말았다. 백혈병에 걸린 것이다. 아, 달밤에 체조하다 햇빛도 보지 못한 새 생명을 죽게 하더니, 이젠 호세의 어머니마저 백혈병이란 희귀한 병명을 붙여 죽이려고 한다. 도대체 서스펜스도 이런 서스펜스가 없다. 그러고 보니 요즘 드라마의 음악이 음산한 분위기로 바뀌었던 걸 미처 눈치 채지 못했다. 

    도대체 이 드라마를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의도로 이 드라마를 기획한 것인지, 갑자기 맹렬한 궁금증을 느꼈다. 그리고 오늘 「너는 내 운명」의 홈페이지에 들러보았다. 그런데 거기에는 내가 지금껏 보았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행복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 그림은 매우 바람직했으며 시사적이고 교훈적인 내용들로 가득 차 있었다. 

     


    보시라! 정말 훈훈하지 않은가. 세상은 저렇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너무나 아름다운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닌가. 그러나 실제 드라마의 전개를 보았다면 저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의 훈훈한 이야기를 상상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부도덕과 몰염치 나아가 거의 범죄적 스타일로 무장한 사람들이 그려가는 서스펜스에서 저토록 아름답고 훈훈한 세상사를 바라본다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나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드라마의 애초 기획 의도는 “편견과 상처를 극복한 새로운 가족의 탄생!”, “벼랑 끝에서도 꽃피우는 희망의 메시지!”, “장기기증, 나누면 두 배가 되는 행복!”이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과연 이 기획 의도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대답은 “전혀 아니요!”다. 

    이 드라마가 끼칠 사회적 부작용이 우려된다

    이 드라마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반사회적인 내용들, 예컨대, 아이 둘을 가진 장판재 대리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회사 사정이 안 좋다며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는다든가, 그런 장 대리가 스스로 무보수로 자기 책상을 지키겠다며 응석을 부리는 따위는 그냥 무심코 지나쳐버리자. 가정부, 운전기사에게 마치 조선시대 상전이 종 다루듯 막 대하는 것도 그냥 귀엽게 봐주고 넘어가자. 

    그러나 정작 문제는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라는 장기기증이나 입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있다. 생명을 함부로 다루는 이 드라마가 과연 소기의 기획의도를 달성할 수 있을까? 아니면 거꾸로 이 드라마가 장기기증이나 입양 같은 사회적 문제를 희화화 시키고 부정적인 인식만 확산시키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이 드라마는 기획의도와 상관없이 전혀 엉뚱한 결과를 낳는 아주 치욕적인 드라마가 될 것이다.

    이 드라마가 언제 어떤 식으로 결말을 맺을지는 알 수 없다. 그건 오롯이 작가의 마음이다. 아마 이 드라마에 대고 이래라 저래라 희망을 말하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그저 지켜만 볼 뿐이다. 너무나 충격적이고 독특한 캐릭터들이 모인 특이한 세계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있을 만한 사람도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그만 결말을 보자!

    그래도 나는 이 드라마가 마지막 종영방송을 하는 그 순간까지 여전히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보게 될 것이다. 이미 나는 이 드라마에 중독되었다. 초두에도 말했지만, 너무나도 특이한 도저히 이 세상에는 현존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의 비상식적이고 부도덕하며 무모하기까지 한 인생들의 결말이 너무나 궁금하다. 그래서 거부하면서도 헤어나지 못한다. 

    아! 그러나 어떠하든, 제발 빨리 끝내 주었으면 좋겠다. 빨리 이 혼란스러운 세계로부터 이별하고 싶다. 그리하여 지극히 정상적이고 평온한 내가 사는 평범한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2008. 12. 22.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