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선덕여왕』 최고 히어로는 누가 뭐래도 미실입니다. 그 미실이 죽자 온 세상이 "그녀야말로 진정한 여왕이었소!" 칭송이 자자합니다. 그녀에게 바치는 헌사는 넘치고 넘칩니다. 이 정도면 미실을 비판하는 게 오히려 악당으로로 몰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 미실이 이토록 대단한 영웅이 되어 있었던 것일까요?

미실의 진정한 모습은? 공포정치 이면에 두툼한 전별금으로 부하들을 위로했다는 전두환이야말로 미실의 모습 아닐까?

    ※ 참고로 나는 <미실이 대인배면 전두환도 대인배다> 란 포스팅도 한 바가 있다는 점을 밝힌다. 내 입장은 늘 그렇다.

미실에게 넘치는 칭송들, 이유가 뭘까?


나도 애초에 미실이 결국 덕만을 왕으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 그래야 '덕업일신 망라사방'의 대업을 이루지 않겠느냐, 그리 생각했습니다. 삼한의 통일을 이루기 위한 기초는 무엇보다 국내 제 세력들을 통일 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서라벌도 통일시키지 못하면서 삼한을 통일 시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그러나 극 초반 베일에 가려져 있던 미실의 본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그녀가 전형적인 독재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그야말로 히틀러나 박정희 또는 김일성에 버금가는 독재자의 모습을 갖고 있었습니다. 아마 세상 모든 독재자들의 종합판이라고 해도 될 듯했습니다. 물론 매력적인 독재자였지만 말입니다. 

미실은 30여 년 신라를 지배했습니다. 왕이 있었지만, 왕은 허수아비였습니다. 신국의 신료들도, 화랑들도 왕보다는 미실의 말을 따랐습니다. 마치 일본의 막부정치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왕은 그저 상징적 존재일 뿐, 통치는 막부의 쇼군이 하는 것처럼요. 미실은 충성을 맹세하는 측근들에겐 한없이 자애롭지만, 백성들에겐 공포정치를 폈습니다.

미실의 지론이 무엇이었습니까? 백성들은 무지하고 변덕스러우므로 공포를 통해 통치에 길들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미실은 군사력과 더불어 백성들을 지배할 수단으로 신권까지 장악했던 것이죠. 여기에 덕만공주가 반기를 들었지요. "미실이 사람을 죽여 사람을 얻었다면, 나는 사람을 살려 사람을 얻겠다."

30년 동안 미실이 독재한 결과는 무엇이었나?

미실의 측근들은 미실의 권력을 믿고 온갖 부정과 부패를 다 저질렀습니다. 탈세와 매점매석은 기본이었습니다. 백성들의 땅을 뺏고 소작으로 전락한 양민들을 고리대를 이용해 노예로 만들었습니다. 결국 나라 재정은 파탄 일로에 처했습니다. 귀족들은 세금을 안 내고, 세금을 내야할 농민들은 땅을 잃고 귀족들의 노예로 팔려가니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미실이 장기 독재하는 동안 최고 수혜자는 역시 남편과 아들. 이들은 부정부패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30년 미실 독재의 결과가 이랬습니다. 결국 진흥왕이 이룩한 영광은 빛이 바래고 발전은 정체했습니다. 40여 회가 지날 때까지도 미실은 악녀였습니다. 그녀는 무력으로 권력을 찬탈했으며, 그 권력을 지키기 위해 백성들을 또한 무력으로 억압했습니다. 그러나 결말이 다가오면서 미실은 갑자기 판타지로 다시 가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고 충분히 이해도 합니다. 미실의 인기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드라마의 인기도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성공했습니다. 미실은 쿠데타를 일으켜 반란수괴의 길을 걸었지만, "그녀야말로 진정한 여왕이다!'란 찬사를 이끌어냈습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작가가 만들어낸 픽션이지만, 대단한 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루아침에 독재자가 영웅으로 미화된 것입니다. 무력으로 백성들을 핍박하던 미실이 진정한 여왕으로 탄생했습니다. 자기에게 반대하는 신료를 다중이 보는 앞에서 목을 베고 "말을 듣지 않는 자는 모두 이처럼 되리라"고 협박하던 미실이 애국자로 변신했습니다. 실로 드라마가 아니고서는 만들어낼 수 없는 상상력입니다. 

반란으로 장기집권하며 독재를 했지만 역시 미실처럼 미화된 표본들



30여 년 공포정치는 사라지고, 
             짧은 미실의 최후만 남았다 


미실이 막판에 속함성에서 군사를 이끌고 자기를 돕기 위해 달려온 여길찬을 국경 수비에 충실 하라며 돌려보낸 사건은 매우 감동적입니다. 이는 어쩌면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궁정동에서 피살된 이후 권력공백기를 이용해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킨 전두환 일파를 향한 독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시 9사단장이었던 노태우는 전방을 지켜야할 병력을 이끌고 서울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정권을 장악하고 마침내 80년 5·17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그러니 미실은 비록 똑같은 반란 세력이라도 이들에 비하면 애국자라고 해도 별로 할 말이 없겠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30여 년간 자행된 미실의 공포정치가 없어지는 걸까요? 

막판에 그토록 처연하고 아름답게 미화된 죽음을 남겼다고 해서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억압하고 노예로 만든 독재자의 삶이 하루아침에 고귀한 것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일까요? 나의 머리로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불편하기 그지없는 이런 스토리 전개 때문에 그토록 드라마를 즐기면서도 드라마의 사회적 부작용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89년이었던가요? 그 해에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는 『야망의 세월』이었습니다. 아마 요즘 『선덕여왕』보다 더 인기가 있었던 것으로 짐작합니다. 당시엔 텔레비전 말고는 별다른 오락 도구가 없었습니다. 퍼스널 컴퓨터도 없었으니 인터넷도 당연히 없었습니다. 이 『야망의 세월』이란 제목의 드라마가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면 여러분은 믿으시겠습니까?  

일개 건설사 사장을 영웅으로 미화한 드라마

그러나 사실입니다. 드라마『야망의 세월』은 이름 없던 일개 건설회사 사장을 졸지에 유명인사로 만들었고, 영웅으로 미화했으며, 결국 대통령 자리에까지 앉혔습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오늘날 이명박 정권에서 완장을 찬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이었습니다. 유인촌이 현 정권 최고 실세처럼 행세하고 다니는 것도 다 나름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내가 만나는 분들 중에 많은 이들이 "이명박을 뽑은 것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겐 최대의 실수였다.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을 뽑았다. 어떤 사람을 뽑더라도 이보다 더 나쁜 결과는 없었을 것이다." 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이런 말을 해줍니다.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명박을 뽑은 게 아니라, 텔레비전 드라마가 뽑았답니다." 

드라마의 최대 수혜자는 누가 뭐래도 이명박, 그 다음은 완장 찬 유인촌이다. 이들에게 드라마는 대박의 조건인 셈이다.


한편의 드라마가, 단순히 재미를 위해 만든 한편의 드라마가 어떤 참담한 결과를 몰고 올수 있는지 나는 이명박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1989년 『야망의 세월』이 방영되기 전에 이명박을 알았던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장담하건대, 한 사람도 없었을 것입니다. 여러분 중에 지금 현대건설 사장이 누군지 혹 아는 분이 계시나요?

아니면 삼성전자 사장이 누군지 아시는 분은요? 아무튼 『야망의 세월』덕분에 이명박은 세상에 이름을 알렸고, 영웅이 되었습니다. 그러더니 나중에 국회의원도 되고, 서울시장도 되고, 대통령도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명박이 서울시장 재직 중이던 2004년이었던가요? 이번엔『영웅시대』란 드라마가 이명박 영웅 만들기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드라마에도 정도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영웅시대』의 실제 주인공은 이명박이 아니라 정주영과 이병철이었습니다. 그러나 유동근이 등장하면서 갑자기 극의 중심은 이명박으로 쏠렸습니다. 유동근이 바로 이명박이었습니다. 당시 최고의 남자 연기자는 누가 뭐래도 유동근이었죠. 이를 두고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아니냐는 음모론도 솔솔 나왔었지요.

아무튼 드라마란 삶의 재미를 주는 유용한 도구이지만 한편 이처럼 뜻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이는 어디까지나 국민 일반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고, 일부 소수의 의도는 분명 있을 터이지만―사회적 부작용도 만만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미실의 영웅 만들기가 과연 옳은 것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습니다. 미실을 그렇게 애국자로 미화해야만 미실의 최후가 아름답게 그려지는 것이었을까? 미실이 반란군의 지도자로서 최후까지 최선을 다하다가 장렬하게 전사하는 것도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었을까? 막판에 국경수비대의 지원을 마다하고 패배의 길을 걸었다고 해서 30년 독재가 사라지고 영웅이 될 수 있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네티즌들이, 미실이야말로 진정한 여왕이었다며 열광하지만, 나는 아직도 불편합니다. "이거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이러고서도 우리가 정의를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여전히 소화불량처럼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선덕여왕』은 재미있습니다. 『대장금』이래 이토록 화제를 만발한 드라마가 있었습니까? 

그렇지만 결론은 답답하다는 것입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나는 노무현을 찍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노무현이 당선됐을 때 감격해서 동이 트도록 오징어를 뜯으며 맥주를 마셨고, TV에서 흘러나오는 당선방송을 보고 또 보았다. 노무현도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노무현이 검사들과 대화를 한답시고 TV 앞에 앉았을 때, 나는 또다시 오징어를 뜯고 맥주를 마시며 분개했다. “어떻게 쥐어준 권력인데 그따위 허접한 검사들을 모아놓고 손수 칼을 쥐어준단 말이냐.”

봉하마을 주민이 된 노무현=경남도민일보


'잃어버린 10년', 그리고 '인터넷검열'을 보며 드는 단상(斷想)

그리고 대통령이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조중동으로부터 온갖 수모를 다 당하고 마침내 별다른 이유도 없이 국회에서 탄핵되었을 때, “거봐라, 칼 쥐어주었더니 그 칼 내다버리고 잘하는 짓이다.”하면서 조롱했다. 어쩌면 허탈감과 배신감이 나를 사로잡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노무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그가 김대중 정부에 이어 추진한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들이 서민경제 파탄의 주범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한미FTA는 그가 추진한 정책 중 최악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해 수많은 농가가 타격을 입고 국민건강이 위협받는 것도 그 출발은 노무현 정부에 있었다.

한편, 반대로 노무현이 민주주의에 획기적인 기여를 한 대통령인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무엇보다 그가 대통령이 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드라마였고, 대중적 참여의 적나라한 모델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정치의 발달에도 한 몫 기여했을 것이다.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실험은 바로 노무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역시 나는 여전히 노무현의 팬이 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민주당도 나의 대안이 될 수 없다. 그들이 한나라당으로부터 진보니 좌파니 하는 오해를 받든 말든 그건 상관없다. 그들이 민주주의를 통해 이루려고 하는 시장자유주의가 내가 생각하는 분배의 정의를 통한 선의 추구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고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에 이들이 방송국을 장악하고 인터넷까지 검열하겠다며 달려드는 모습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한나라당에게 잃어버린 10년이란 것은 바로 이런 것이었을까? 그들은 그토록 민주주의가 불편했던 것이다. 국민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비판하고 참여하는 것이 불편했던 것이다.

거짓 선동으로 여론을 호도하며 권력을 장악한 한나라당

지난 대선 내내 한나라당이 외쳤던 구호는 “잃어버린 10년”이었다. 그들이 잃어버렸다는 것은 정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정권을 잃어버린 것이 마치 나라를 빼앗기고 독립투쟁이라도 하는 양 국민을 선동했다. 그것은 한나라당 외의 정치세력은 모두 악이라고 호도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BBK주가조작, 위장전입, 탈세의혹을 뚫고 이명박은 대통령이 됐다. 사진=오마이뉴스


이 어처구니없는 선동질은 주로 경상도 땅에서 주효했다. 이 선동질의 선두에서 나팔수 역할을 한 것은 물론 다름 아닌 조중동이다. 경상도 사람들은 마치 집단최면상태에 빠진 것처럼 분기탱천했고, 선거에서 “우리가 남이가!”를 연신 외치며 결전에 임했다. 그들은 바야흐로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전쟁터에 나가는 전사들 같았다.

그리고 그들은 승리했다. 지난 10년 동안, 특히 연이어 대선에 패배한 이후 지난 5년 동안, 그들이 얼마나 이를 갈고 복수심을 불태웠는지는 정권을 탈환(?)한 이후의 행보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정권을 잡자마자 이전 정권에서 진행해왔던 모든 정책들을 뒤집어버렸다. 신자유주의적 기조를 유지하며 진보세력과 대립했던 김대중-노무현 두 정권을 좌파정권으로 몰아 붙였다. 그나마 민생안정용으로 만들어놓았던 개혁적 제도들은 모두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판이고 일부는 이미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려질 운명에 처해있다.

전 세계가 산업화와 개발바람에 파괴된 자연을 회복하자는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이때, 거꾸로 나라의 젖줄인 한강과 낙동강을 파헤칠 대운하 구상을 하고 있다. 당장 저항에 주저하고 있긴 하지만, 이는 엄청난 개발이득을 노린 재벌과 집권세력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난관이 봉착해도 반드시 실현시키려고 할 것이란 점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또, 남북화해협력을 위한 모든 노력들도 ‘퍼주기’란 이름으로 폄하하고 양측의 정상이 약속하고 서명한 합의서까지 파기하는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미국에는 재협상 가능한 쇠고기협정조차 거부하는 이중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앞으로 어떤 나라가 이런 정부를 신뢰하고 조약을 맺고 교류를 하려고 하겠는가?

한순간, 촛불이란 장벽에 부닥치긴 했으나 이제 그들은 거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방송도 장악했고, 곧 가장 껄끄럽던 사이버공간마저도 함락이 눈앞에 보인다. 마침 벌어진 유명 연예인들의 연이은 자살은 그들에게 호재다. 이런 기회를 놓칠 그들이 아니다.

그들은 무엇보다 인터넷을 평정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정권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호시탐탐 인터넷을 장악할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기려고 했지만, 촛불이 그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촛불이 잦아들더니 기대하지 않았던 호재까지 겹쳤다.

여론을 장악하고 영구집권을 꿈꾸는 한나라당

그리고 드디어 그들은 ‘최진실법’이란 이름으로 포장한 ‘인터넷검열제’란 칼을 들었다. 그들이 이 새로운 전투에서 한 번 더 승리한다면 국민들의 입마저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다음에 그들은 괴벨스가 했던 것처럼 라디오를 하나씩 나누어주고 자기들 말만을 들으라고 할 것이다.

여론장악과 선동정치로 독재자로 군림한 히틀러


안타깝게도 이와 같이 지난 10년의 세월을 뒤로 하고 느끼는 격세지감은 단순한 감상의 수준을 넘어 시나브로 현실을 압박하고 고통을 강요하게 될 것이다. 칼을 함부로 내다버린 노무현을 조롱하던 그 순간도 어느덧 낡은 앨범 속의 추억으로나 기억하게 될 것이 분명할 듯보인다.

진보진영의 어느 인사는 이 격세지감의 시기를 히틀러의 파시즘을 연상시키는 것은 옳지 못하며 그리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 이유를 “히틀러가 살던 시대와 달리 한국 사회의 지배자인 대자본은 지금 방식으로도 충분히 지배 지속 가능하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일당독재’의 가능성이야 높지만, 그것은 파시즘이 아니라 한국판 자민당 시대의 개막이지 않을까?”(진보신당 이재영-레디앙) 라는 말로 설명하기도 한다.

글쎄,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히틀러도 처음부터 파시스트가 되려고 작정하고 그리 되었을까? 오스트리아 태생으로 화가를 꿈꾸었던 그가 희대의 독재자가 되리라고 처음부터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말이다.

히틀러가 죽고 난 후에 연합국 진영의 많은 정치가들도 그의 타고난 선동술과 대중장악력에 대해 연구했다는 걸 보면 시사 하는바가 크다. 전두환이나 이명박이 언론을 장악하는 기술도 알고 보면 원조는 바로 히틀러가 아니겠는가.

방송장악에 이어 인터넷검열제를 시도하는 이명박 정부를 바라보며 전운戰雲을 감지한다.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는 그들에게 국민은 이미 전투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2008. 10. 7.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오늘 경남도민일보 독자란에 투고한 기사 <권영길 의원님, 유감입니다> 때문에 말들이 많은 모양이다. 여기저기서 전화도 걸려온다. 물론 내게 전화한 사람들은 나를 이해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찬성하는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터이다. 그 중에 몇 분은 직접 댓글을 남겨 불만을 표시 했다. 아마도 민주노동당 소속 분들인 모양이다.

방북기자회견 중인 권영길 의원. 사진=경남도민일보

그런데 이분들은 나에게 단순히 불만만을 표출한 것이 아니다. 나에게 두 가지 요구를 했다. 하나는 나에게 소속 정당을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앞으로 의견을 내지 말라는 것이다. “당신의 그 에도라진 의견은 제발 집에서나, 술자리에서만 하라”는 친절한 조언까지 곁들여서 말이다.

나도 격동해서 이분들에게 답글을 남겼음은 물론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도 생각되지만, 그들의 잘못된 사고는 고쳐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역시 부질없는 짓이란 걸 알아야만 했다.

나는 그분들이 내게 반대의견을 강경하게 한다고 해서 탓하는 게 아니다. 반대의견도 고마운 의견이다. 반대가 있어야 발전도 있는 법이다. 굳이 변증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세상 모든 것은 찬반토론 속에 발전하는 게 이치다.

오래전부터 내 글에 댓글을 단 분들과 같은 부류들은 나를 반북주의자로 낙인찍었다는 사실을 나도 잘 알고 있다. 내가 조선로동당이나 김정일을 일당독재나 독재자로 부르는 것이 그들에겐 매우 못마땅한 일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들 말처럼 반김정일이나 반조선노당당을 견지하는 것이 화해와 협력과는 거리가 먼 행동일 수도 있다. 이해를 아예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내가 만약 어떤 정당이나 정부의 요직에 앉아있는, 흔히들 말하는 바와 같이 책임 있는 당국자라면 절대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정부에 있는 소위 당국자들도 아주 몇몇 정신 나간 사람을 제외하곤 그러지 않는다. 지난 금강산총격사건 때만하더라도 오히려 진보신당에 비해 차분한 모습을 보였었다. 이정도만 해도 나는 상당한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아시다시피 지금껏 정부나 어떤 정당에서 자리 하나 가져본 적이 없는 그야말로 백면서생이다. 내가 가진 거의 유일한 정치적 권리는 내가 좋아하는 정당이나 사람에게 투표하는 일과 자유롭게 말하는 것, 이것뿐이다.

그런데 나더러 말을 하지 말라고 한다. 자신은 얼굴도 이름도 감추어진 음습한 곳에 숨어서 앞으로 의견은 집이나 술집에서만 밝히라고 한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욕해도 되는데 어째서 김정일과 조선로동당을 욕하면 안 되는 것인지 그 이유도 가르쳐주지 않은 채 윽박지른다. 졸지에 나를 반북주의자에 전쟁책동세력에다 수구꼴통 조갑제와 한편으로 만들고 마는 것이다.

나는 중국 인민해방군에서 중령으로 예편한 장교출신을 지인으로 두고 있다. 또 계림이 고향인 모 항공사의 간부도 알며 많은 수의 조선족 동포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공민증을 유심히 볼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엔 민족을 기재하는 난이 별도로 마련되어있었다. ‘장족’ ‘조선족’ ‘만주족’ 이런 식으로 말이다. 아무런 표시가 없으면 ‘한족’이다.

이해하기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한족과 다른 소수민족을 구별시키려고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중국 정부당국의 해석은 소수민족을 보호하기위한 제도라고 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일반시민인 한족과 소수민족을 구별하여 통제하기위한 조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오늘 소속 정당을 밝히라고 윽박지르는 뜬금없는 댓글을 대하고보니 별 잡생각이 다 든다. 참 희한한 세상이란 생각도 든다. 독재자는 바로 다름 아닌 인민들 스스로가 만드는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도 든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라고 믿으면서도 또 한 편 ‘사람만큼 믿을 수 없는 존재도 없다’라는 슬픈 자각도 든다.

지금 이 나라에선 이명박과 한나라당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가 초읽기에 들어갔으며, 그 실체가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 이명박은 자신에게 반대하는 모든 말들에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 반대 자체를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다. 히틀러와 괴벨스, 그리고 박정희가 저지른 수많은 악행의 역사로부터 양심을 빼버린 이명박의 가슴은 도대체 무엇을 배워온 것일까?

여론에 재갈을 물린 독재자 히틀러. 그러나 진보를 자처하는 세계도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런데 파쇼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우리 곁에서 늘 우리와 함께 있었으며 언제든 기회만 되면 그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대며 소리 지르는 것이다. 너는 무슨무슨 주의자야 하는 딱지와 함께...

우리는 지금 역설의 시대를 살고 있다. 전쟁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독재자가 제발 죽지 말고 건강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살아야 하는 것도 역설이다. 그런 독재자를 욕한다고 반북주의자에 수구꼴통이라고 욕먹어야하는 것도 역설이며, 남북이 화해와 협력으로 통일로 가기위해 한나라당은 욕해도 조선로동당을 욕해선 안 된다는 것도 역설이다. 그래서 기아선상에서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북한 인민들의 인권을 말해선 안 된다는 것도 역설이다.

도대체 이 시대는 제대로 된 정신을 가지고선 도무지 살아가기가 힘든 것일까?

2008. 9. 29.  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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