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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2.24 해품달, 연우를 죽인 진짜 살인주술 제물은 누구? by 파비 정부권 (3)

일단 세자빈 허연우를 살해하기 위해 쓰인 주술의 제물은 안타깝게도 공주라고 밝혀졌습니다. 이는 뭐 처음부터 예상됐던 바이기도 합니다. 첫 회에서부터 철딱서니 없는 민화공주가 허염을 갖기 위해 부린 온갖 어리광을 우리는 실컷 보았던 터입니다.

그런 공주의 모습이 대비 윤씨의 눈에 번쩍 띄었습니다. 오호라, 이거 완전 끝내주는 제물인 걸? 철딱서니 없는 공주가 나를 위해 해줄 일이 있어. 뭐냐구? 바로 네 오라비 세자의 빈을 죽이는 데 쓰일 제물로 네가 선택된 거야. 바로 지금 이 순간 말이지.

현대과학시대에 살고 있는 저로서는 해품달의 무녀놀이가 도무지 믿을 수 없지만,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줄거리의 밑바탕에는 신기 들린 사람들이 펼치는 주술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주술을 관장하는 궁중 부서가 성수청이란 곳입니다.

▲ 살인주술의 제물로 허연우를 죽이는데 가담한 진짜는 둘 중 누구일까?

성수청의 최고 자리는 바로 국무라 칭합니다. 설마 국무총리? 흐흐, 그건 아닐 테고 나라의 최고 무녀 혹은 왕실무녀의 최고 우두머리를 일러 국무라 하는 것 같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소설적 설정일 뿐이고 유교의 나라 조선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아무튼, 국무 도무녀 장씨는 대비의 공갈 섞인 설득에 못 이겨 세자빈을 죽이는 주술을 펼치게 됩니다. 죽음의 흑주술. 검은 악령의 그림자가 연기처럼 세자빈의 몸을 휘감자 마침내 연우는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게 됩니다. 오, 무서버라.

그런데 이 살인주술을 시전하기 위해선 절대적으로 필요한 무엇이 있습니다. 바로 제물. 악령에게 바쳐질 제물은 그러나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상대의 죽음을 간절하게 바라는 사람이 함께 이 주술에 참여하는 것, 그게 제물입니다.

바로 이 제물로 공주가 선택된 겁니다. 그리고 흑주술이 펼쳐졌으며 세자빈은 시름시름 앓다가 죽음을 맞았습니다(물론 연우의 죽음은 위장된 것이었으며 도무녀 장씨가 무덤을 파내고 관속에서 그녀를 다시 꺼내 살렸다는 것은 우리 모두 주지하는 밥니다).

보셨듯이 땅속에 묻힌 관속에서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연우는 8년 동안 전생의 기억을 잃었지만 다시 과거의 기억을 되찾고야 맙니다. 그리고 모든 내막을 알게 됩니다. 대비의 사주를 받은 도무녀 장씨가 자신을 죽이기 위해 흑주술을 펼친 일과 다시 살린 일 그리고 공주의 가담사실까지.

▲ 세자빈이었던 허연우와 허연우의 죽음을 간절히 바랬을 현재의 중전 윤보경

연우는 지금이라도 당장 주상에게 찾아가 사건의 진실을 알리고 내가 바로 당신의 하나뿐인 비 연우라고 밝히면 그뿐입니다. 그럼 모든 것이 끝납니다. 지금의 중전은 쫓겨날 것이고 그 자리는 원래대로 자신의 것이 됩니다.

하지만 공주는? 사랑하는 오라비 허염의 아내이며 자신의 올케 공주의 운명은? 원작대로라면 폐서인이 돼 갖은 고초를 겪게 될 것입니다. 왕친이니 죽지는 않겠지만 죽음보다 더한 고통 속에 떨어질 게 틀림없습니다. 그녀의 남편 부마도위 허염의 운명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착하디착한 연우에겐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대비 윤씨(이젠 선왕이 죽었으니 대왕대비라 해야겠군요)와 영상 윤대형이 짜낸 절묘한 그물. 한번 걸리면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빈틈없는 그물, 바로 혈육의 정이란 그물입니다.

설령 왕 이훤이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죽은 세자빈 허연우가 다시 살아와 모든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비밀을 덮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는 이 기막힌 계책이 바로 공주를 제물로 바치는 것이었습니다. 대왕대비 윤씨의 눈에 비친 공주의 욕망이란 제물.

자, 이렇게 되면 안타깝게도 제가 바라는(그리고 모두들 바라마지않는) 해피엔딩은 기대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렇게 끝나고 마는 것일까요? 연우가 중전의 자리를 되찾거나 아니면 중전자리를 포기하고 조용히 사라지거나 모두 불행한 결말입니다. 오, 통제라!

그러나 여러분. 희망을 잃지 마십시오. 이건 드라맙니다. 얼마든지 원작을 개작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고 합니다. 연우의 연적이며 현재의 중전 윤보경이 바로 그 존재입니다. 윤보경은 왜 그렇게 두려움에 벌벌 떠는 것일까요?

그녀는 그저 대왕대비 윤씨와 아버지가 꾸민 음모에 죽은 연우가 진짜로 죽었건 살아있건 상관없습니다. 좀 슬픈 일이긴 하지만 자기는 모른 척 하면 그뿐인 일입니다. 그런데 8년 만에 21살이 되어 돌아온 연우를 빼닮은 연우를 보고선 두려움에 벌벌 떱니다.

왜, 무엇 때문에? 저는 그 순간, 퍼뜩하고 이 드라마가 개작한 부분이 바로 제물을 바꿔치기하는 것이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착한 공주는 허염을 차지하고픈 욕심은 굴뚝같지만 진심으로 허염의 여동생 허연우가 죽기를 바랄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살인주술이 성공하기 위해선 제물로 바쳐진 사람의 간절한 욕망, 흑주술의 대상을 죽이고 자기 욕망을 이루고야 말겠다는 인간의 이성을 상실한 욕망이 있어야 가능한 것인데 공주에겐 그것이 부족합니다(세자빈이 죽어야 자기가 허염과 결혼할 수 있다는 욕망이 있을 수 있기는 합니다만). 최소한 제가 보기엔.

그것을 대왕대비는 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간교하고 영악한 윤보경의 아버지 윤대형은 보았을 것입니다. 그는 대비 윤씨의 계략을 듣고는 이렇게 수정했을 것입니다. 마마, 도무녀 장씨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제물을 바꿔치기 하시옵소서.

바꿔치기한 제물은? 당근 바로 영상 윤대형의 딸 윤보경입니다. 그녀는 세자빈 허연우를 죽이고서라도 그 자리를 빼앗고픈 욕망이 있습니다. 공주는 상상할 수도 없는 사악한 피가 그녀의 몸속에서 용트림치고 있습니다. 그래, 나는 세자빈을 죽일 수 있어, 죽이고 말 테야.

이 수정계책은 두 가지 이점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나는 공주의 나약한 마음으로 인해 주술이 실패할 가능성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왜? 윤보경의 욕망은 자기를 닮아 하늘에 닿아있을 테니까요. 다른 하나는?

사실은 이게 더 중요한데요, 자기 딸을 중전 자리에 앉힐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당근 자신은 국구가 되는 것이고요. 반드시 이루고 싶은 자신의 욕망을 빌며 상대를 죽이는 주술에 가담하면 소원이 반드시 이루어진다지요? 참 희한하고 신묘한 주술입니다.

하하, 제 상상력의 날개가 너무 높이 날았다고요? 과연 그럴까요? 그러나 여러분.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래서 허연우를 죽인 흑주술의 살인제물이 민화공주가 아니라 지금의 중전, 바로 윤보경이었다면? 그럼 해피엔딩의 가능성이 열리게 되는 것 아닐까요?

물론 그렇더라도 공주는 양심의 가책을 받아야만 할 것이며 대왕대비 윤씨와 윤대형, 윤보경 부녀의 음모에 놀아난 잘못은 비난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양심의 가책과 비난 이후에 그녀는 해방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공주 역시 음모의 희생자였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상기하면서 용서해주겠지요. 그리고 왕 이훤과 중전 자리를 되찾은 허연우의 행복과 더불어 공주와 의빈(부마) 허염 부부의 행복도 빌어줄 테지요. 그럼 얼마나 좋겠습니까?

꼭 그렇게 될 것으로 믿습니다, 아멘……. 흐흐흐흐~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