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사'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5.04 시골마당에서 여는 신선한 선거대책회의 by 파비 정부권 (2)
  2. 2010.04.23 수녀님, 총들고 그 위에서 뭐하시는교? by 파비 정부권 (4)
  3. 2010.02.10 '더불사' 데모 좀 안하고 생업에 종사하게 해다오! by 파비 정부권 (1)
농촌주민들이 직접 만든 후보의 선거운동, 어떻게 할까?

저는 지금 마산 진전면의 산골마을에 와있습니다. 이곳에서는 특별한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주민들이 직접 추대한 주민후보가 이번 6·2 지방선거에 출마했기 때문입니다. 마산
삼진·구산 지역의 시의원 후보로 출마한 강신억 후보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강신억 후보는 삼진지역(진동, 진전, 진북면)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더불어사는내고장운동본부(약칭 '더불사')>의 본부장입니다. 

마산 진전면 대정리. 강신억 후보 선대본 회의가 열리는 미천마을로 가다 빛깔이 너무 고와 한 컷.


더불사는 이제 창립한지 갓 1년이 된 단체입니다. 그러나 이 단체는 어떤 단체보다 오랜 역사를 가진 조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진전면 레미콘 공장, 진북면 주강공단, 쓰레기 매립장 등 평화로운 농촌마을에 공해성 공단이나 유해시설을 설치하려는 마산시의 의도에 맞서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맞서 싸우면서 만들어진 단체가 바로 더불사이기 때문입니다. 


수의사 출신의 농부가 데모꾼을 거쳐 시의원이 되려는 까닭은?

그리고 또 더불사는 자기 마을 문제에만 관심을 갖는 이익단체가 아닙니다. 구산면 주민들이 수정만 매립지 문제로 몸살을 앓자 그쪽 마을에도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단체이기도 합니다. 부패한 관료사회와 자기 배 불리기에만 급급한 기업의 결탁으로부터 피해 받는 모든 사람들은 한편이라는 생각으로 고통을 함께 나누기에 주저하지 않았던 것이 더불사요 그 회원들입니다.

수의사 출신의 농부 강신억 본부장은 이미 70을 바라보는 나이입니다. 사실 저는 그분을 처음 뵈었을 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고, 70이나 되신 분이 무슨 영광을 보려고 나오셨을까?" 그러나 그런 생각은 더불사 총회에서 한 그분의 몇 마디 연설을 듣는 순간 접어야 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시청과 기업들의 횡포에 마냥 투쟁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알았다. 우리가 직접 시의원도 되고 시장도 돼야 되겠더라."

구산삼진지역 4개면 청년회 축구대회에서 참가 선수로부터 막걸리를 받는 모습


강신억 본부장은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왜 시의원이 되려고 하는가. 그것은 우리가, 우리 주민들이 더 이상 데모 같은 거 그만 하고 않고 편안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왜 우리를 이토록 피곤하게 괴롭히는가. 내가 나가서 여러분들 데모 좀 안 하고 살 수 있도록 만들겠다." 거기에 참석하신 어느 할머니도 그러시더군요. "우리가 바라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냥 가만 내비리만 도."


글쎄 이건 참 충격적인 이야기였습니다. 그냥 가만 내버려 두라는 게 그분들의 요구였던 것입니다. 평화롭게 잘 살고 있는 마을에 왜 레미콘이니, 주강공장이니, 쓰레기 매립장이니 하는 걸 만들어 사람을 괴롭히느냐는 것입니다. 뭘 잘해 줄 필요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냥 살던 대로 내버려두면 된다는 어느 할머니의 발언(!)이 제겐 실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시골집 마당에서 여는 신선한 선거대책회의, 유쾌한 선대본부장의 감동 선거운동

하긴 공기 좋은 농촌마을에 독가스를 내뿜는 공해공장과 쓰레기 매립장을 짓겠다고 하는 것이 농촌마을을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지요. 다 도시인들의 편리와 기업들의 이윤과 표가 많은 도회지 사람들이 눈치를 보아야 하는 선출직 시장과 시의원들 때문입니다. 인구가 적은 농촌마을의 민심이 그들에게 보일 리도 없습니다. 아무튼 저는 농촌의 민심이 직접 추대한 강신억 본부장을 보기 위해 진동면 그의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진전면 미천마을에서 선거대책본부 회의 모습


그러나 그는 사무실에 있지 않았습니다. 선거대책본부 회의를 하기 위해 진전에서도 깊숙한 산골마을 미천에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미천마을로 들어갔더니 마침 강신억 후보 선대위원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산골마을 어느 집 마당에 둘러 앉아 있었는데, 저는 이런 선거대책회의를 예전에 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보기 힘든 참으로 진귀한 광경이었습니다. 

사회를 보고 있는 사람은 경남대 안차수 교수였습니다. 그는 매우 젊고 유머가 넘치는 교수 같지 않은 교수라고 합니다. 그와 실제로 대화를 몇 번 해본 사람이라면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금방 알아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정말 격의 없는 교수였습니다. 교수라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라면 으레 가지고 있을 법한 권위나 체면 따위는 아예 안드로메다에 이주 보낸 듯했습니다.

그러니까 그는 매우 매력적이고 유쾌한 사람이었는데, 그런 사람이 아마도 강신억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가 봅니다. 그러므로 저는 순간 그런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강신억 후보도 매우 훌륭하지만, 저렇게 유쾌한 분이 선대본부장을 맡고 있으니 안 될 일도 되겠군." 하하, 좀 난센스 같은 말이긴 합니다만, 재치 넘치는 안 교수의 유머들이 생각나서 저도 한 번 재미를 떨어봤습니다.

안 될 일도 될 것 같은 아름다운 광경들

아무튼, 이토록 정겨운 선거대책회의를 본 일이 있으십니까? 이렇게 선거운동 하면 정말 재미도 있고 밥맛도 좋아질 것 같지 않습니까? 딱딱한 책상보다 이렇게 시원한 자연 속에서 흙냄새, 풀냄새 맡아가면서, 그러다 저편 서녘하늘을 붉은색으로 수놓는 저녁노을도 보아가면서 '당선'을 논의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요? 실제로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표정은 매우 행복해보였습니다.


강신억 후보의 가슴에 "주민이 추대한 후보" 문구가 선명하다.


그러나 세상에, 이 회의가 끝나고 진전의 어느 한우소고기 전문점으로 식사를 하러 갔지 뭡니까. 갈비탕을 한그릇씩 먹었겠지요, 물론 소주와 맥주도 몇 병씩 들어 오고요. 진전마을의 소고기 식당들이 요즘 유명하다고 하더니만, 진짜 벅적벅적 하더군요. 저는 당연히 밥은 그냥 공짜로 주는 거다, 그렇게 생각했지요. 그런데 돈을 만 원씩 거두지 뭡니까. 20명 쯤 되는 참석자들이 모두 돈을 만 원씩 내더군요. 


그리하여 '농촌주민들이 직접 만든 주민후보는 어떻게 선거운동을 하는지' 취재하러 갔던 저도 만 원을 각출당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답니다. "여기 선거대책위원들은 밥 먹을 때도 이렇게 밥값을 따로 각출하나 보네. 야유, 밥 정도는 그냥 사주면 안 될까?" 덕분에 저도 계획에 없던 만 원을 내긴 했습니다만, 그러나 참 아름다운 광경이었습니다.

선대본부장님도 참 유쾌한 분이고, 선대위원들도 저토록 자발적인 열의들이 대단하신 걸 보고 앞에 했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더 하면 이렇습니다. "안 될 일도 되겠네!" 사람들의 표정은 무척 밝았습니다. 그들은 거꾸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 될 일이 아니에요. 이미 되는 일을 뛰어다니면서 확인시키는 게 우리 일이죠. 무소속이라고 얕보다간 큰 코 다친다는 걸 이번에 알 게 될 거예요."

"주민들이 직접 만든 후보의 힘이 어떤 건지 똑똑히 보게 될 거라 그 말이죠."
Posted by 파비 정부권
가만 지금 수녀님, 뭐 하시는 거지요?


날렵하게 주차장 축대 위에서 몸을 날리시는 분은 진정 수녀님입니다.
이분은 마산 수정만에 있는 트라피스트 수녀원의 수녀입니다.
트라피스트 수녀원은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봉쇄수도원입니다.
그런데 이곳의 수녀님들이 봉쇄수도는 하지 않고 왜 길거리에서 이렇게
무협지를 찍는 폼을 잡고 계신 걸까요?

마산 수정만이 매랩되었다는 사실은 모두들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리고 그 매립지에 STX중공업 조선기자재 공장이 들어온다는 것도 아실 겁니다.
그런데 원래 그 자리에 공사를 할 때 마산시가 주민들에게
뭐라고 했는지도 알고 계십니까?

방파제 공사를 한다고 했답니다. 방파제, 바닷물이 못들어오게 막는 방파제.
그런데 매립이 본격화되니까 이번에 뭐라 했는지 아십니까?
주택지를 조성한다고 했답니다. 사람 사는 집이 들어갈 부지 조성공사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 여기에 무엇이 들어옵니까?
모두들 잘 아시는 STX 조선기자재 공장이 들어옵니다.

마산은 여기만 문제가 아닙니다.
진북면도 문제입니다. 진북산업단지 말입니다.
마산시는 여기서도 거짓말을 했습니다. 첨단산업시설만 들어온다고.
그리고 지금 무엇이 들어왔느냐, 주강공단이 들어섰습니다.
이 주강공장들에선 지금 독가스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매연이 아니라 독가스 말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주민들이 이 독가스를 문제 삼으며 집회를 열자
때맞춰 진북산단의 굴뚝들에선 독가스 대신 향기가 뿜어져 나왔다고 합니다.
세상에……
어떻게 매연을 뿜는 굴뚝에다 향기를 내보낼 생각을 다 했을까요?
이거 보통 사람 머리로 할 수 있는 일일까요?
그런데 이놈의 향기가 얼마나 독한지 머리가 다 아프더라는 겁니다.

여기에 대해선 다시 자리를 빌어 말씀드리기로 하고요.
아무튼 이렇게 마산시는 거짓말 하는데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자랑합니다.
그래서 별명이 월드 베스트 사기꾼이랍니다.
STX와 함께 얻은 별명이라네요.
왜 마산시가 일개 기업인 STX와 같은 별명을 얻었는지는, 글쎄요.

자,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수녀님이 왜 무협지를 찍는 폼을 잡고 계셨냐고요? 
마산시장과 마산시 공무원을 응징하기 위한 수정주민들의 가두행진을
동영상으로 녹화하는 중이었답니다. 
STX 주민들의 함성을, 힘찬 가두시위를 보다 잘 찍기 위해서 높은 축대 위도
서슴없이 올라갔던 것이지요.  

동영상을 찍고 있는 수녀님의 손에 든 것이 바로 악마를 향한 수녀님의 총 아닐까?


보세요. 계속 바쁘시지요?
가만, 수녀님이 들고 계신 저 장비의 이름이 갑자기 생각이 안 나네요.
저는 저런 장비를 가져본 적이 없어서요.
암튼~ 저게 동영상을 찍는 기계랍니다.

트라피스트 수도원 수녀님의 거리 행진


이분 수녀님도 트라피스트 수녀원에서 나오신 분입니다.
트라피스트 수녀원은 봉쇄수도원이지만,
로마 총원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세 분이 봉쇄를 풀고 주민들과 함께 투쟁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로마에서 수도원 총장님이 직접 조사차 마산 수정마을을 방문해
조사까지 하셨다고 하네요. 
그리고 세계의 트라피스트 수도원 원장들이 로마에 모여 투표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봉쇄를 풀도록 로마총원에서 허락한 것은
아프리카 르완다인지 어딘지 난민 구호를 위한 봉쇄해제 빼고는 처음이랍니다. 
 

더불사 강신억 본부장, 그는 삼진과 수정지역 마산시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그 뒤 피켓 든 노동자는 시민버스.


이날 4월 20일, 하늘에선 굵은 빗방울이 하염없이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수정만 주민들의 마산시를 향한 규탄 열기는 식을 줄 몰랐습니다.
마산시가 STX와 수정만 매립지 정산협약을 맺으면서 시민의 땅 만여 평을
STX에 무상으로 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그러나 마산시는 이에 대해 "지목이 대지였다가 공장용지로 바뀐 후에는 그 땅이 없어졌다"는 
이해하기 힘든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목이 바뀌면 멀쩡한 땅도 사라지기도 하고 소유권이 넘어가기도 하고 그러는 모양입니다.  

아무튼 이날 수정만 주민들의 마산시장 규탄집회와 가두행진에는
더불어사는내고장운동본부(약칭 더불사) 강신억 본부장도 함께 했습니다.
그는 진동, 진전, 진북, 수정지역의 마산시의원 후보로 출마했다고 합니다.
매일 규탄만 하고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직접 의원이 되어 시정을 바로잡아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입니다.
마산시의 하도 어이없는 거짓말과 주민 우롱에 주민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직접 주민들의 손으로 후보를 추대했는데 바로 그분이 이분이랍니다.

그리고 이날 투쟁에는 마산 시민버스 노동자들도 함께 했습니다.
시민버스는 회사가 어렵다는 핑계로 버스 기사들의 월급을 떼먹은 아주 치사한 회사입니다.
엊그제 피디수첩을 보니 월급뿐만이 아니라 국민연금도 떼먹었다고 하더군요.
국민연금은 노동자들의 월급에서 회사가 일정부분을 매달 떼어 정부기관에 납부하는 제돕니다.
이런 것을 원천징수라고 하지요. 근로소득세도 이렇게 원천징수해서 국세청에 내는 겁니다.
그런데 이걸 거둬서 떼먹었다는 의혹이 피디수첩에서 제기되더군요.
이건 떼먹었다기보다 절도라고 해야 딱 맞는 말입니다.

여기서 이만 줄여야겠습니다.
더 길게 나가다 보면 열 받아서 건강만 해칠 것 같습니다.
질 나쁜 인간들 이야기로 애꿎은 건강을 해칠 필요는 없겠지요.
중요한 것은 더불사 강신억 본부장님의 말씀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총도 있고 총알도 있습니다.
이 총으로 무능하고 책임도 안 지는 나쁜 놈들을,
지금껏 우리를 우롱한 놈들을,
탁탁 쏴 직이삐리야 안 되겠습니까."

수녀님이 무협지를 찍듯 축대 위에서 몸을 날린 이유도 
바로 저 무능하고 부패한 공직사회를 향해 
총을 겨누기 위함이 아니겠습니까. 
축대 위에서 들고 계시던 동영상 찍는 그 이름 모를 기계가
바로 수녀님의 총이었던 것입니다.
아니 수녀님이 무슨 총이냐고요? 
아닙니다. 악마를 없애는 데 수녀님의 총만한 총이 또 있겠습니까.  
세상의 평화는 악마가 없어야 이루어질 수 있는 겁니다. 
그 악마들이란 다름 아닌 부패한 관료사회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강신억 본부장도 얘기했습니다.

"내가 저놈들을 탕탕 쏴 죽이고 우리 권리 우리 스스로 찾기 위해 6월 2일 출마하는 거야.
그래서 우리 주민들 데모 좀 그만 다니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할 거야.
우리 주장은 그긴 기라. 데모 좀 그만 하고 생업에 종사하게 해다오.
제발~ 우리 좀 그만 괴롭히고…."
Posted by 파비 정부권

'더불어사는내고장운동본부' 지방의원 후보수락 연설
"우리도 데모 좀 그만 하고 밥 좀 먹고 살자!"

마산시에는 삼진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진전면, 진북면, 진동면, 이 세 곳을 합쳐 그렇게 부릅니다. 원래는 창원군 삼진이었던 이곳은 1997년부터 마산시에 편입되었습니다. 한국전쟁 때는 낙동강 전선과 더불어 가장 치열한 전장이기도 했던 곳입니다. 북한인민군의 침공에 맞서 싸우다 이곳에서 전사한 수많은 해병대를 추모하는 위령비가 당시의 치열했던 전흔이 되고 있습니다.

삼진 중 하나인 진전면 어느 마을 풍경


아픈 전쟁의 상처가 많은 삼진마을은 아직도 전쟁 중

한편 삼진은 국군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된 수많은 학살 피해자들이 존재하는 마을이기도 합니다. 어쩌다 조용한 이 마을 옆 국도를 지날 때면 마치 억울한 혼령들의 귀곡성이 들리는 듯 하여 흠칫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비오는 날이면 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제가 당시의 참상에 대해 들은바가 많기 때문이겠지요.

그런 아픈 역사를 가진 삼진마을에 <더불어사는내고장운동본부(약칭 '더불사'>라는 단체가 있다고 했습니다. 무엇 하는 단체인가 했더니 조용한 농촌에 레미콘 공장을 지어 주민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 공장을 짓는다고 환경을 해치고 지하수를 오염시키려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저당 잡히려는 시장과 공무원들에 맞서 싸우는 단체라고 했습니다.

"아이고 이곳은 아직도 전쟁이 안 끝났나. 인민군에 당하고 국군에 당한 아픈 역사를 가진 마을이 이젠 공무원들과 돈 많은 놈들한테 당하는가보네. 왜들 사람을 좀 조용히 살게 내버려 두지 못하나." 당장 그런 생각부터 들었었지요. 아무튼 어제는 그 더불사의 총회가 있는 날이라고 했습니다. 마침 토요일이라 함께 가자는 진보신당 사람들과 함께 카메라를 메고 더불사 총회장에 갔습니다.

더불사 총회가 열리는 곳은 진전면 농협 강당이었습니다. 총회장에는 이미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역시 농촌답게(?) 대부분 노인들이더군요. 물론 행사장을 차리고 안내하는 사람들은 젊은이들이었지만 거의 어르신들만 눈에 띄었습니다. 총회가 시작되기 전에 여흥을 위해 초청된 국악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섬마을선생님'도 열창한 국악오케스트라. 한 분은 앵콜했는데 왜 안 받아주냐고 불만이었다.


더불사 총회장, 흥겨운 국악공연에 분위기도 좋고

생소한 국악공연이었지만 나이 든 어르신들은 매우 신나는 모양이었습니다. 박수도 치고 장단도 맞추고 하는 폼이 아주 자연스럽고 흥겨워 보였습니다. 참석자 중 한분은 이렇게 무대에 나와 춤도 추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르신들에겐 생소한 국악공연이 아니라 매우 익숙한 공연일 수도 있겠군요. 제 기준으로 자르다 보니, 원….  

국악공연이 끝나고 이어 2부 본행사로 총회가 시작됐습니다. 참석자들이 한명도 빠져나가지 않을 것을 보면 모두들 더불사 회원들인 모양입니다. 저는 사실 걱정했었거든요. 어떤 행사든지 공연 끝나고, 떡 좀 얻어먹고, 그러고 나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이 보통이 아닙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흥겨운 분위기는 2부 총회가 시작되자 아주 진지한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사회자님의 그간의 약력과 지난 1년 사업보고가 끝나고 이어 더불사 강신억 본부장님의 인사 차례가 되었습니다. 본부장님도 제가 보기엔 나이가 지긋하신 어른이었습니다만, 회원들을 향해 "어르신들" "어르신들" 하는 소리에 속으로 웃음이 나왔지만 참았습니다. 그런데 인사말을 하던 중 돌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본부장님이 갑자기 북받치는 감정에 못 이겨 울기 시작한 것입니다. 

갑자기 펑펑 울어서 사람들을 놀래킨 강신억 본부장.



아, 이럴 수가…, 그러나 저는 순간 기자정신(?)을 발휘하여 얼른 뛰어가 울면서 간신히 인사말을 하는 본부장님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았지요. 원래 연설문을 준비하셨지만, 그걸 제쳐두고 그냥 심중에 있는 말씀을 하시다가 어느 대목에서 흐느끼며 목을 잇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입니다. 연설하다가 중간에 그토록 흐느끼며 우는 장면을 저는 처음 보았습니다.

인사말 도중 울음을 터뜨린 더불사 강신억 본부장

본부장님은 원래 삼진에서 태어나고 자란 삼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어릴 때 고향을 떠나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수의사가 됐습니다. 그렇게 평온한 삶을 살던 그는 어느날 고향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삼진으로 돌아와 진전 마을에서 축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를 키우는 농민이 되신 거지요. 

수의사에서 농민이 되었던 그분이, 다시 내 고장 농촌마을을 지키기 위해 데모꾼이 된 이야기를 하시다가 그만 울음을 터트리고 만 것입니다. 삼진중학교에 다닐 무렵 한국전쟁이 터졌는데 그때 참전했다가 전사한 사람의 상여가 학교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데 뒤따르던 부인이 슬피 우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더라는 것입니다. 

후보수락연설에 박수치는 더불사 회원들


그분이 얼마나 고생하며 아이들을 키웠을까 생각하니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아, 그렇군요. 우리나라는 그 자리에 모이신 어르신과 같은 분들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이만큼 잘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되지 못했습니다. 국가 경제력으로 보면 세계 10위권을 넘나드는 경제대국이지만 선진국은 아닙니다. 

경제대국 레벨에 드는 우리나라는 왜 아직도 선진국 소리를 못 들을까? 

왜 선진국이 아닌가? 강신억 본부장님이 울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던 이유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 보육비, 교육비 걱정 없는 나라, 노인들 의료비와 생계비 때문에 자식들이 불효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그런 나라가 아직 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경제력은 10위권을 맴돌면서도 복지는 100위권 밖에서 겉돌고 있기 때문입니다.

본부장님은 머슴일 잘 하라고 공무원 뽑아주었더니 도리어 머슴이 주인을 부려먹고 심지어 쫓아내기까지 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하셨습니다. 바로 현재의 시장이 그렇고 시의원들이 그렇더라는 거지요. 국회의원은 두말 하면 잔소리니까 아예 생략하셨습니다. 머슴들이 주인인 주민을 못살게 굴고 괴롭히니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주인인 주민들이 머슴들 다 쫓아내고 직접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거지요. 주인이 직접 나서서 정치도 하고 시청 공무원도 부려서 의료비, 교육비 걱정 안 하고 살 수 있는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부장님은 역설하셨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그만 고생하던 옛날 생각이 나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던 것이지요. 보고 있는 사람들의 눈에도 눈물이 핑 돌더군요.

경남도민일보 기자와 인터뷰도 하시고...


더불사는 총회 마지막 순서로 "이제 더 이상 시장이든 시의원이든 믿을 수 없다, 우리 후보를 우리가 직접 만들어 내보내 당선시키자"는 결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강신억 본부장님을 2010년 지방선거 시의원 주민후보로 추대했습니다. 아직 눈에 눈물이 덜 말라 뿌연 눈을 훔치며 나온 강신억 본부장은 길게 말하지 않고 간단하게 말했습니다.

"우리 좀 고마 괴롭히고 데모 좀 안하게 해다오!"

"여러분들이 저를 후보로 추대해 내보내는 데에는 다른 뜻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데모 좀 그만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가 열심히 싸워서 우리도 이제 데모 같은 거 좀 안 하고 각자 생업에 종사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지금껏 작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많은 인사말을 들어봤지만 이보다 명쾌한 시의원 후보 수락연설은 들어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데모 좀 안 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겠다." 이보다 더 좋은 말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이 말을 거꾸로 하면 이렇게 되는 것이로군요.  

그동안 마산시장을 비롯한 시의원들, 공무원들이 삼진 주민들이 데모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만들었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저도 더불사 총회장에 다녀온 소감문의 마지막을 그렇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황철곤 시장님, 여러 의원님들 그리고 공무원님들, 그동안 마이 괴롭힜다 아임니까? 이자 고마 하시고 데모 좀 안 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해주소, 제발!"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