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길'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0.03.12 추노, 대길이 흘린 눈물에 담긴 의미 by 파비 정부권 (26)
  2. 2010.01.16 '추노'속 섹시주모 조미령이 좋은 이유 by 파비 정부권 (11)
  3. 2010.01.15 추노, 업복이 쏜 총탄이 대길을 비켜간 까닭 by 파비 정부권 (39)
  4. 2010.01.14 '추노'속 대길어록, 해학과 풍자의 상말 속담들 by 파비 정부권 (6)
  5. 2010.01.07 추노꾼 장혁을 위해 준비된 인물, 대길 by 파비 정부권 (5)

대길이 설화를 안은 까닭을 대길의 눈물에서 보다

대길이가 마침내 죽은 줄만 알았던 최장군과 왕손이를 만났습니다. 좀체 눈물을 보이지 않는 대길의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합니다. 그런 대길을 보며 '참 마음이 여린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대길은 실로 마음이 여린 사람입니다. 아마도 그렇게 마음이 여린 사람이 아니었다면 10년 가까운 세월 언년이를 찾아 헤매지도 못했을 겁니다. 

최장군과 왕손이를 만나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이대길


대길의 노비에 대한 연민은 언년이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나온 것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사람이란 말이 있지요. 마음이 차가운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어쩌면 그런 사람에겐 몸속에 피도 흐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말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요? 아무튼 대길은 몸 안에 뜨거운 피가 흐르는 사람입니다. 업복이는 그를 짐승이라고 생각하며 반드시 죽이겠다고 결심 또 결심을 하지만, 대길이야말로 노비에 대한 뜨거운 연민을 가진 사람이죠. 

그는 언젠가 송태하에게 이런 식으로 말을 했습니다. "세상을 바꾸겠다고? 네가 혁명을 해 새 왕을 세워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겠다고? 가장 아끼는 사람 하나 구하지 못하면서 누가 누구를 구한단 말이냐!" 대길은 오로지 언년이에게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은 일념에 높은 벼슬을 해 세상을 바꾸겠다는 포부를 가졌던 사람입니다. 그의 혁명관은 사랑에서 나온 것입니다.

대길이가 바꾸겠다고 한 세상은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는 세상입니다. 노비도 양반도 없는 세상, 모든 사람이 더불어 행복하게 잘 사는 세상, 그런 세상이 대길이가 꿈꾸었던 세상입니다. 대길이가 그런 유토피아를 꿈꾸었던 것은 바로 언년이 때문입니다. 그런 세상을 만들지 않고서는 언년이와 영원히 살 수 없기 때문이죠.

언년이의 씨다른 오라비인 큰놈이(대길의 배다른 형이기도 하다니 운명 참 얄궂죠)가 집에 불을 질러 자기 아버지와 가족들을 모두 죽이고 도망을 간 이후에 대길의 목표는 오직 한 가지 언년이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추노꾼이 된 것도 그것 때문이었죠. 처음에 많은 사람들이 대길이가 언년이를 찾아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해 했지요. "대길이의 목표는 사랑에서 나온 것일까, 증오에서 나온 것일까?" 하고 말입니다.

대길이 설화를 끌어안은 까닭은?

결국 결론은 변하지 않는 대길의 사랑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대길이가 언년이를 찾아 헤맨 것은 원수를 갚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증오심이 아니라 변함없는 사랑이 대길을 추노꾼의 세계에 뛰어들도록 만들었던 것입니다. 대길이가 자기 얼굴에 낫자국을 남긴 큰놈이를 찾았을 때도 그이 가장 큰 관심은 언년이의 행방이었지요. 

대길에게 언년이는 인생의 목표였던 셈입니다. 그런 대길이 언년이가 보는 앞에서 설화를 끌어안았습니다. 아시다시피 대길의 마음에 설화가 들어올 자리는 없습니다. 설화의 간절한 구애에도 불구하고 대길의 마음은 얼음장처럼 차갑기만 합니다. 그런 대길의 마음을 잘 아는 설화는 그래서 더욱 대길을 연모하는 마음이 깊어만 갑니다.

설화는 매우 단순하게 살아온 여잡니다. 그녀는 어려서 사당패에 팔려가 산전수전 다 겪으며 살아온 탓에 많은 생각을 하는 것은 자기 몸만 고될 뿐이란 사실을 일찍이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밥 먹고 자는 것 외에는 생각하지 않기로 작정한 듯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실제로 먹고 자는 것 말고는 별로 생각이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녀가 대길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도 살펴보면 매우 단순하고 무식합니다. 주변 환경이나 조건, 상황 따위는 안중에 두지 않습니다. 때로는 그녀의 맹목적인 사랑 때문에 대길 패거리가 위험해지지 않을까 몹시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그녀가 서울 저자의 주막으로 찾아가 대길의 행방을 묻다가 월악산 짝귀를 생각해냈을 때, "아이구 큰일 났구나" 했지만 아직 큰 탈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대길의 사랑은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헌신하는 것

결국 설화는 주막 큰주모에게 말을 빌려 월악산으로 왔고 대길을 보자 반가운 마음에 대뜸 달려들어 품에 안깁니다. 그런 설화를 멀뚱히 내려다보던 대길이 돌연 설화를 끌어당겨 안았습니다. 그만 떨어지려던 설화의 기쁨은 이만저만이 아니었겠죠. '앗, 이 오라버니가 웬일이람?' 그러나 대길의 그런 행동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언년이(또는 김혜원)이 쳐다보자 일부러 설화를 끌어안는 이대길


바로 지척에서 밥을 지으려고 준비하던 언년이가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지요. 대길이가 설화를 끌어안은 것은 언년이를 의식한 행동이었던 것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토록 찾아 헤매던 언년이를 이제 겨우 만났는데 왜 대길은 언년이 앞에서 설화를 끌어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을까요? 이미 여러분도 모두 잘 알고 계시지요. 그것은 사랑 때문이란 것을.

대길의 사랑은 지배하거나 소유하는 사랑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언년이가 진정 행복해지기를 바랍니다. 그의 사랑의 목표는 언년이가 안돈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되는 것입니다. 이미 송태하와 혼례를 치른 언년이에게 대길은 다른 여인을 끌어안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에 대한 마음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던 것이지요.

얼마나 지고한 사랑입니까. 그런데 저는 대길의 순수하고 고귀한 마음을 최장군과 왕손이를 만나 흘리던 눈물에서도 보았던 것입니다. 언년이를 찾기 위해 추노꾼이 된 대길에게 최장군과 왕손이는 가족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들은 8년을 고락을 함께 했습니다. 겉으로는 퉁명스럽게 대하지만 대길의 최장군과 왕손이를 향한 마음은 깊고 넓은 바다와 같습니다. 

대길의 눈물에 담긴 유토피아는 사랑에서 나온 것  

언년이와 함께 반상의 구분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대길은 최장군과 왕손이게도 똑같은 생각을 합니다. 그는 언젠가는 추노질을 그만두고 조용한 곳에 집을 짓고 최장군, 왕손이와 더불어 안돈해 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추노질을 해 번 돈의 상당부분을 빼돌려 저축을 했고 그 돈으로 이천에 땅을 사두었던 것입니다.

지금 그 땅에는 최장군과 자신의 집 그리고 왕손이가 운영할 여각이 지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말하자면, 대길이 꿈꾸고 있는 세상, 작지만 대길의 유토피아가 이천에 건설되고 있는 중이지요. 대길의 꿈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오래 전 유럽에도 대길이처럼 유토피아를 꿈꾸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들은 실제로 미국에 건너가 공동체를 만들기도 했었다고 하지요.

어쨌든 대길은 자기가 만들 유토피아의 주요한 시민들인 장군이와 왕손이가 죽어버렸다고 생각하고 크게 상심했을 것입니다. 아니 상심이 아니라 거의 절망에 가까운 충격을 받았을 테지요. 그런 최장군과 왕손이가 살아있는 걸 보았으니 대길의 기쁨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을 겁니다. 야차 같기만 하던 그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 모습은 실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세 사람이 만나 회포를 푸는 장면을 보며 감동을 받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요? <추노>가 20부를 뛰어오는 동안에 가장 뿌듯한 장면이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도 이렇게 기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세 사람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었지요. "아, 저들의 유토피아가 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지막은 저들이 모두 이천으로 가서 행복하게 사는 걸로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제발 살려주었으면...

이런 희망은 저만 가진 것일까요? 아닐 겁니다. <추노>를 좋아하는 모든 분들의 공통된 희망이리라 확신합니다. 언년이가 그 유토피아에 합류하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세 사람만이라도, 아니 설화까지 더해서 네 사람만이라도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자면 대길이도, 장군이도, 왕손이도, 아무도 죽으면 안 되는데요.

아~, 작가님. 제발 살려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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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남자들은 어떤 여자를 좋아할까?
       반대로 여자들은 또 어떤 남자를 좋아할까?

이다해, 참 미인이죠. 단아한 용모에 빼어난 미모는 그야말로 춘향이가 환생한다면 이다해일 것이 틀림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돕니다. 게다가 요염한 기운이 보일 듯 말듯 흐르는 눈웃음까지 보자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습니다. 다른 여종들에 비해 언년이 이다해의 얼굴이 너무 깨끗하고 예쁜 거 아니냐는 비판도 있지만, 미인은 흙 밭에 뒹굴어도 미인입니다.

『추노』에는 미인이 이다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김하은도 있고, 윤지민도 있습니다. 각 회마다 바뀌며 등장하는 왕손이의 여자들도 실로 미녀들이죠. 거친 남자들만의 세계에서, 그것도 노비들과 노비들을 쫓는 추노꾼들만 득실대는 곳에 그녀들이 없었다면 『추노』가 얼마나 '추'하게 보였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러나 제게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미녀는 이다해도 아니고 윤지민도 아닙니다. 제 눈엔 오로지 조미령이야말로 여자 중의 여자로 보입니다. 조미령은 주막집 큰주모입니다. 그녀의 화사한 웃음 아래 어우러진 원색의 치마저고리는 정말 잘 어울립니다. 무수한 사극을 보아왔지만, 이토록 예쁘고 잘 단장한 주모는 본 적이 없습니다.

예전의 주막집 주모들이란 늘 다 떨어진 흑백 치마저고리를 입고 나오는 것이 예사였는데 이번에 나오는 주모는 완전 다릅니다. 주막집 주모가 고관대작들이 드나드는 유곽의 기생 못잖은 미모와 옷차림새를 하고 있으니 처음엔 무척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놀란 것은 주막집 큰주모가 너무 예뻤기 때문이지요. 흐흐~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추노』가 보여주는 주모의 모습이 제대로 고증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주막집 주모라고 해서 다 떨어진 흑백치마저고리를 입고 나오란 법도 없습니다. 오히려 제대로 장사를 하려면 용모가 단정해야겠지요. 또 한양에서 주막을 할 정도면 돈도 꽤 모았을 테니 좋은 옷을 입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또, 곽정환 감독의 화려한 영상에 큰주모와 작은주모의 화사한 원색 한복이 잘 어울리기도 합니다. 아무튼, 제 눈엔 조미령이 『추노』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부각됩니다. 물론 아름다운 미모와 살살 흘리는 눈웃음, 원색의 화사한 한복에서 새어나오는 요염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랍니다. 

저는 일전에도 <보석비빔밥, 당신은 어떤 여자를 좋아하세요?>란 포스트에서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는 어떤 여자일까? 또는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는 어떤 여자일까?' 에 대해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사실 드라마 『보석비빔밥』의 주인공 궁비취와 서영국이 나눈 대화에서 힌트를 얻어 썼던 이야긴데요.

궁비취가 영국이에게 물어보지요. "어떤 여자가 좋으세요?" 그러자 서영국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기분 좋게 해주는 여자가 좋지요." 이때 저는 영국이의 대답이야말로 정말 정답 중의 정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남자들에게 최고 좋은 여자는 기분 좋게 해주는 여자지요. 아마 살다보면 더욱 절실하게 느끼실 겁니다.

아이구~ 망칙스러라. 그래도 최장군은 책만 보고 있네~ 글자가 눈에 들어 올라나.

저는 그 '기분 좋게 해주는' 여자의 전형을 조미령에게서 발견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최장군은 왜 그렇게 무뚝뚝하기만 한 것일까요? 귀찮아서 그러는 것일까요, 체면 때문에 괜히 점잔을 빼느라 그러는 것일까요?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저 같으면 벌써 만리장성을 쌓아도 열 번은 쌓았을 텐데, ㅋ~

그렇게 친절하고 헌신적이며 열정적인 여인을 마다한다면 그게 어디 사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큰주모는 왜 그토록 최장군의 그 실팍한 가슴에 안기지 못해 안달일까요? 총은 대길이가 맞았는데 큰주모는 최장군에게 이렇게 말하지요. "험한 일 그만 하세요. 주막 하나만 있어도 먹고사는데는 지장 없는데…. 제가 가슴이 조려 못살겠어요~. 놀라셨을 텐데 제가 닭 한 마리 고아놓을게요~." (이를 보는 대길 왈, "차~ 총은 내가 맞았는데 닭은 왜 최장군을 줘.")  

큰주모는 어찌하다 이렇게 최장군 한정수에게만 홀딱 빠지고 만 것인지. 앗, 그러고 보니 큰주모만 빠진 것이 아니로군요. 작은주모까지 빠졌지요. 왜 여자들은 기골이 든든하고 싸움 잘하고 날래기로 천하에 당할 자가 없는 대길이와 바람기가 충만한 왕손이를 제쳐두고 최장군에게만 그토록 마음을 주는 것인지 모르겠군요.  

실팍한 가슴이야 대길이나 왕손이도 만만지 않은데 말입니다. 『보석비빔밥』에서 영국이 다시 궁비취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자 이렇게 대답했었지요. "편안한 남자가 좋아요." 어떻습니까? 여러분은 주막의 두 주모가 오로지 최장군만을 연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되지 않으십니까? 확실히 최장군은 대길이나 왕손이에 비해 편안한 남자임에 틀림없습니다.

편안하다는 것은 다른 말로 듬직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어쨌든 저는 남자이므로 '남자를 기분 좋게 해주는 여자' 주막집 큰주모 조미령이 제일 좋네요. 작은주모도 좋지만, 좀 미련한 것 같아서, ㅎㅎ~ 아무래도 2세를 생각한다면 좀 영리한 여자가 좋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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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조선판 메트릭스,
    대길이 총알을 피한 것일까? 총알이 대길을 비켜간 것일까?


방금 추노가 끝났습니다. 역시 재밌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대길(장혁)이가 언년이(이다해)의 존재를 눈치 챈 듯 하더군요. 어찌 될까요? 알아볼까요? 아니면 그냥 또 긴가민가하다가 놓치고 말까요? 만약 송태하(오지호)와 같이 있는 여인이 언년이임을 알게 된다면 이제 돈 5천 냥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죠. 사생결단으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질 겁니다. 

미디어다음 이미지 '뷰티풀라인' 캡처사진



업복이의 총알을 피한 것은 순전히 대길의 순발력 탓이었나?

송태하의 뒤에 숨은 언년이도 무언가 심상찮은 느낌이 전해 옴을 눈빛으로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사람은 눈과 귀, 코가 아니어도 사물을 인지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저도 언젠가 공원 벤치에서 쉬고 있다가
뒤에서 날아오는 야구공을 맨손으로 받아낸 적도 있고, 멍하니 앉아있다 딸아이의 손에서 떨어지는 아이스크림 조각이 땅에 닿기 직전에 손으로 받은 적도 있었죠. 눈으로 보진 못했지만 느낌이 왔던 거죠. 아무튼, 각설하고.

그런데 말입니다. 업복이(공형진)가 말을 타고 추노질을 하러 떠나려던 이대길을 향해 화승총으로 회심의 한방을 날렸는데요. 총알이 정확하게 대길이의 이마, 상스러운 말로는 막박을 향해 날아갔지 않습니까? 그런데 총알이 대길의 머리에 구멍을 내려는 순간, 대길의 날카로운 그리고 재빠른 눈이 총알을 보고 말았습니다.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이지만, 화면상으로는 분명히 대길이 자기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총알을 보았고 순간 머리를 틀었죠. 이런 정도의 경지는 그야말로 등봉조극, 오기조원의 경지를 넘어 입신에 다다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죠. 이대길의 무공 수위가 이 정도라면 아무리 조선팔도에서 검으로 당할 자가 없는 송태하라도 매우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요. 

그러나 저는 대길이가 구사일생으로 총알을 피한 것이 순전히 대길의 타고난 순발력과 출중한 무예 탓 만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업복이의 실수도 있었던 것이죠. 마누라 속곳 벗기는 것보다 더 쉽게 호랑이를 사냥한다는 관동 제일의 포수 업복이가 실수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는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총잡이였는데 말입니다. 

관동제일포수 업복이가 총질에 실수한 까닭은?

만약 그가 한 번이라도 실수했다면 벌써 호랑이 밥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죠. 그럼 업복이가 실수한 것은 무엇이었는가? 제 생각에 그것은 업복이가 사수로서 지켜야할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남자들 중 대부분은 군대를 다녀오셨을 겁니다. 군대 가면 제일 고통스럽게 배우는 게 바로 사격술이죠. 

피알아이(PRI) 기억나십니까?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든 훈련과정이라 모두들 이 피알아이(사격술예비훈련) 훈련장을 일러 피가 터지고 알이 배기는 기초사격훈련장이라고들 합니다. 벌써 까마득한 옛날이야기지만 아직도 그때 생각을 하면 무르팍이 깨지듯 하던 고통이 느껴집니다. 각개전투도 힘들고 총검술도 힘들지만, 피알아이 만큼 힘든 훈련도 없었지요. 

미디어다음 이미지 '데일리안' 캡처사진

그런데 그때 우리가 늘 주지하던 타겟의 조준 목표가 어디였는지 기억나십니까? 바로 가슴이죠. 가슴은 목표물의 정중앙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혹시 조준이 조금 빗나가더라도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사수의 조준선 정열은 반드시 가슴을 향하는 것입니다. 물론 거리에 따라서 조준선 정열의 지향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미세하지만 총알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기 때문입니다. 100m 표적은 가슴보다 약간 낮은 지점을, 200m는 정중앙을, 250m는 머리 부분을 조준하는 것이죠. 그러나 물론 이 모든 조준선 정열의 목표는 가슴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업복이는 왜 대길이의 머리를 겨냥했을까요? 커다란 몸통을 제쳐두고 그 자그마한 머리를 겨냥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업복이의 가슴속에 불타는 복수심이 평정심을 잃게 했을까?

17세기로 돌아가서 업복이에게 왜 그랬냐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다만,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단서는 업복이가 입버릇처럼 내뱉던 말입니다. 업복이를 비롯한 노비들을 잡아들인 대길이가 오포교에게 넘기면서 돈을 받는 모습에 분노한 업복이가 대길을 향해 절규하듯 외쳤었죠. "니놈 대갈통을 부셔버릴 기야." 

그리고 양반들을 모조리 죽여 세상을 뒤집어엎겠다는 노비들의 당에 입당한 업복이가 화승총를 시험할 시범케이스로 대길을 지목하고 또다시 말합니다. "내 그놈 대가빠리부터 쪼사버릴 기래요." 복수심에 불타는 업복이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대길의 대갈빡에 어떻게 화승총으로 바람구멍을 낼 것인가, 이것밖에는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그 중요한 순간에 사격술의 FM을 잊어버리고 머리를 조준하는 오류를 범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불타는 복수심은 오직 대길의 대갈통만 눈에 보이도록 했을 테죠. 만약 업복이의 총이 화승총이 아니라 망원렌즈가 달린 초현대식 저격총이었다면 머리를 조준해도 무방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한쪽 귀를 조준한들 백발백중을 못 시키겠습니까?
 
그러나 애석하게도 업복이의 총은 임진왜란 때나 보았을 화승총입니다. 총구에 화약을 쑤셔넣고, 쇠꼽(탄환) 재고, 꼬챙이질을 한 다음  불을 붙이고 방아쇠를 당기는 뭐 그런 구닥다리 총이라 이런 말입니다. 그런 총을 가지고 몸통이 아니라 자그마한 머리를 조준해 맞춘다는 것은 아무리 마누라 속곳 벗기기보다 쉽게 호랑이를 잡는 관동제일포수라도 어려운 일이죠. (총알이 가슴을 향해 날아왔다면 천하의 대길이라도 쉬 피하진 못했을 겁니다.)  

칼 든 자보다 더 무서운 붓 든 자들

그러므로 업복이의 실수는, 오로지 대길의 대갈빡에 구멍을 내고야 말겠다는 불타는 복수심, 바로 그 복수심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사람은 역시 배워야 하는 건가 봅니다. 저는 업복이를 보면서 좌의정 이경식(김응수)이 생각났습니다. 그는 송태하가 탈출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차분하게 대응합니다.

"어찌 이리 태평하십니까? 대감." 당황하여 달려온 같은 당파를 향해 이경식은 이렇게 말하죠. "일희일비 하지 마시게. 정치를 하려면 무릇 가슴엔 불이 일어나도 언행은 깊은 물처럼 잔잔해야 하니…." 정말 무서운 사람입니다. 이 대목에서 이대길의 추노꾼 동료 최장군(한정수)의 말이 생각나지 않으십니까?

"칼 든 자보다 더 무서운 이들이 붓 든 자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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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예사롭지 않은 『추노』의 인기엔 
                껄렁대는 주인공 대길의 상말 속담도 한 몫


『추노』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3회 만에 30%대에 육박하는 시청률이 그걸 증명하고 있습니다. 『추노』는 재미있는 드라맙니다. 화려하고 선명한 영상미도 멋진 드라맙니다. 극의 재미와 사람의 눈을 매혹시키는 아름다운 영상에 주조연 배우들의 눈부신 연기도 뛰어난 드라맙니다. 이래저래 시청률이 상승하는 건 당연지삽니다.

그러나 조정이니 정치니 하는 것들 때문에 노비도 생기고 추노꾼도 있는 것이죠.


그런데 『추노』의 인기를 이끄는 이유에는 이것들뿐일까? 『추노』에는 아름다운 영상, 흥미로운 스토리, 주조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에 더해 재미를 만들어주는 요소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주연배우 장혁의 입을 통해 나오는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상말 속담들입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대길어록'이라고나 할까요?

가장 먼저 상말 속담을 선보인 이는 사기꾼 원기윤(윤기원)입니다. 도망친 노비들의 등을 쳐 먹고 사는 역시 도망한 노비 원기윤은 1부 첫장면에서 압록강을 건너기 위해 배를 구하는 업복이에게 돈을 더 내놓지 않으면 줄 수 없다고 엄포를 놓고, 이에 죽일 듯이 달려드는 업복이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던집니다.

"죽은 정승이 산 개만도 못한 법이야."

"살 길이 있는데 죽을 생각부터 하면 쓰나. 흐흐,  헛심 쓰지 말고 어디 지나가는 상단 봇짐이라도 털어봐. (함께 도망 중인 노비 모녀를 쳐다보며) 팔 게 있으면 팔아 넘기고. 으이? 흐흐흐흐~" 그러나 이후부터 이런 해학적인 풍자 섞인 상말 속담들은 주로 주연배우 장혁의 입을 통해서 거의 전해집니다.

도망친 훈련원 관노들을 추격하던 이대길이 갈대밭에서 마주친 송태하와 일검을 주고받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송태하가 자신의 칼을 가볍게 받아내자 이대길은 믿을 수 없는 놀라움에 신기한 듯 태하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송태하와 첫 일검을 나눈 이대길이 칼을 어깨에 걸고 묘한 웃음을 날리고 있다.


"멸치도 창자가 있다더니…"

조선 최고의 무장, 전 훈련원 판관이며 검으로는 조선팔도에서 상대를 찾을 수 없다던 송태하를 일러 멸치라니요. 하긴 아직 이때까지 송태하의 정체를 모르는 이대길이 멸치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감히 노비 주제에 내 칼을 받아 내다니…", 뭐 이러면서 작다고 무시해서도 안 되겠다는 뜻이었겠지요.   

갈대밭에서 일전을 치르고 부상을 입은 대길은 동료 최장군에게 자신이 당한 것이 아님을 강변하며 자존심을 세우려 하지만 "그럼 왜 그렇게 고전했느냐"는 장군의 말을 들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튼 언니고 나발이고 아주 물고를 틀어버려야지." 송태하와 자기가 싸우는 갈대밭에 무차별 화살 세례를 퍼부은 추노꾼 천지호 패거리를 향한 분노의 표출입니다. 

"오는 방망이에 가는 홍두깨야." 

또 대길은 나이도 한참 어린 것이 말끝마다 반말을 집어던지는 되바라진 애기사당 설화(김하은)에게 이렇게 일갈하며 껄렁거리는 그의 매력을 한껏 발산합니다. "야 이년아, 니년은 혓바닥이 반토막이야? 왜 말끝마다 반말이야 이 년아." 그러면서 대길패에 기어이 남겠다는 설화의 고집을 나무라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고집 센 소가 매 맞는 법이야." 

대길의 상말 속담은 1회부터 간간한 양념처럼 껄렁거리는 추노꾼 대길의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지며 대길을 더욱 껄렁대는 개차반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돌아가신 박경리 선생의 원작 『토지』에서도 이런 상말 속담이 많이 등장해 재미를 더해주었었지요.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이거랍니다. 

"아나 곶감아." 

'아나 곶감아'란 말의 뜻은 아마 "바랄 걸 바라라" 하는 뜻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가 자주 쓰시던 말이었는데, 문경이 고향이지만 진주에서 주로 자란 어머니가 쓰시던 서부경남 지역 말입니다. 『토지』의 주무대가 진주 권역이라고 할 하동 악양이니 이용의 아내 임이네가 심술을 부리며 자주 썼을 법도 합니다.

아무튼 『추노』에서도 『토지』토지 못잖게 많은 상말 속담이 등장해 극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다음 대길이 던져주는 상말 속담을 몇 개만 더 감상해보시겠습니다.


(되지도 않는 머리 굴리지 마라며) "호미 빌려간 년이 알고 보면 감자 캐간 년이라더니…"
"작두 타냐? 내 맘도 모르는데 내가 니 맘을 어떻게 알아."
"상놈은 나이가 벼슬이유."
"검정개든 누렁개든 맛있는 개가 최고 아닌가."

아, "검정개든 누렁개든 맛있는 개가 최고 아닌가?" 이거는 오포교 나리께서 하신 말씀이시구먼요. 어쨌든…, 그러나 저는 무엇보다 2부에서 이대길과 최장군이 주막 마루에 앉아 나누던 대화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그들 둘의 대화를 들으며 콧잔등이 시큰해지기까지 했다고 말씀드리면 제 감동이 어떠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시겠지요?

"우리 주제에 안돈은 씨, 길바닥에서 객사나 안 당하면 다행이지. 아 최장군, 자네가 나보다 대여섯 더 많지?"
"한 예닐곱은 더 되지."
"뭐 아무튼, 그때까지 살면 어떤가? 세상 재미진가?"
"누가 재미있어서 사나. 다들 내일이면 재미있을 줄 알고 사는 거지."
"허허, 맞어 맞어. (고개를 끄덕이던 대길이 하늘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친다)
"세상살이 별 거 없는 거야. 하하하하하~ 허허허허허~"
(그리고 대길은 마루에 벌렁 드러누워 멍하니 천장을 쳐다보며 나직하게 체념하듯 속삭인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는 게야."

앞으로도 대길은 풍자와 해학이 가득 찬 상말 속담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줄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이 상말 속담들은 칼잡이 대길의 캐릭터를 더욱 빛나게 할 겁니다. 어제 보니 마침내 업복이가 노비당에 입당했군요. 앞으로 양반을 모조리 죽이고 세상을 뒤집어엎겠다는 그들의 야망은 어떻게 될까요?

그러나 늘 그렇듯 이런 민초들의 혁명은 몇몇 사기꾼들에 의해 좌초되기 일쑵니다. 같은 노비로서 노비들의 등을 쳐 먹고 사는 원기윤이 어떻게 흘러 돌다 양반들을 죽이는 당에 입당하게 되고, 재능을 인정받아 당의 재산을 불리는 역할을 맡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노비당원이 됐다 한들 그 본색이 어디 가겠습니까? 결국 당을 위험에 빠뜨리는 배신자의 길을 걷겠지요. 

3부의 마지막 장면은 노비당의 당원이 된 업복이(공형진)가 화승총으로 대길을 저격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말에서 떨어진 대길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물론 대길이 주인공이니 겨우 3부에서 죽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어떻든 업복이의 총질은 중상을 입은 오지호와 이다해가 더 멀리 도망갈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준 셈입니다. 

오늘 밤이 기대되는군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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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단 1부 만에 세상을 평정한 <추노>의 힘은?

<추노>가 단 1부 만에 세상을 평정한 듯이 보입니다. 여기엔 단연 장혁의 공이 으뜸입니다. 장혁이란 배우가 누굴까? 자주 보아왔던 배우지만, 제게 그리 큰 흔적을 남긴 배우는 아닙니다. 뭐랄까, 좀 느끼하다고나 할까, 하여간 제 스타일은 아니었던 거죠. 그런 제가 보기에도 장혁이 맡은 대길이란 추노의 캐릭터는 참 매력적입니다.


추노 대길, 장혁을 위해 마련된 캐릭터

추노 대길은 실로 장혁을 위해 마련된 인물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니까 <추노>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우와~ 장혁이 저렇게 멋진 배우였던가?" "장혁이 저토록 연기가 뛰어난 배우였던가?" 어쩌면 '껄렁거리는' 기질을 마음껏 선보일 수 있는 대길의 역할에 장혁이야말로 최고의 적임자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추노 대길이 장혁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으리라는 상상도 그리 오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그러나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추노 대길이 먼저 존재하고 다음에 장혁이 마련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원래는 대길 역에 정우성, 고수, 이준기, 강지환이 거론되었다고 합니다. ('미디어다음/마일리데이'에서 인용) 

그러나 정우성은 영화배우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는 이유로, 강지환은 눈에 독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배제됐고, 고수와 이준기는 고사했습니다. 결국 최지영 책임프로듀서가 처음부터 낙점하고 있던 장혁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설득해 기용한 것이 성공의 발판이 되었습니다. 이로써 마치 장혁을 위해 마련된 듯한 추노 대길이 탄생한 것입니다.

노오란 먼지가 뿌옇게 날리는 압록강 변 만주 땅에 나타난 세 명의 남자가 말을 타고 달려오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첫 화면은 마치 오래된 무협영화를 보는 듯 향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광야의 먼지를 막기 위해 얼굴을 가리고 있던 수건을 걷어내자 장혁의 날카로운 눈매와 꽉 다문 입술이 나타났고 추노의 카리스마는 여기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이미 이 첫 화면으로 대길은 뭇 사람들을 장악한 것입니다. 사실은 저는 어제 이 드라마를 보지 못했습니다. 오늘 저녁에서야 집에서 컴퓨터로 재방을 보았습니다. 어제는 회식자리가 있어서 늦게까지 술을 마셨던 탓입니다. 그런데 한 후배는 10시가 되기 전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제게 말했습니다. "빨리 가서 <추노>나 봐야겠어요." 

추노의 성공, 우선은 감독보다 눈빛 하나로 세상을 장악한 대길의 공

그는 곽정환 감독을 무척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일단 곽정환이 만들었다고 하면 무조건 본다는군요. 이 후배는 대형극장에서 영사기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친구가 좋은 영화 혹은 드라마라고 하면 일단은 인정해주고 들어가는 편이죠. "음, <추노>가 그렇게 훌륭한 드라마였군. 그럼 나도 꼭 봐야지." 

물론, 그 후배의 추천이 아니더라도 저는 이 드라마를 보았을 겁니다. 어차피 <아이리스> 후속으로 나오는 이 프로를 보게끔 되어있었던 것이니까요. 그런데 역시 <추노>는 멋진 드라마였습니다. 곽정환 감독이 만든 드라마라서 멋진 게 아니라 장혁이 만들어내는 추노 대길이 멋진 드라마였습니다. 시나리오나 연출에 관해서는 더 지켜보아야겠지요. 

그러니 일단 단 1부로 세상을 평정한 이 위업은 결국 장혁의 공로인 셈입니다. 여기엔 대길을 빛나게 하는 다른 또 다른 추노 성동일의 역할도 컸습니다. 역시 성동일에게도 그를 위해 마련된 것이 분명한 추노 천지호가 있습니다. 왕년에 자기 휘하에서 졸병질을 하던 대길에게 밀린 한수 이북 최고의 추노꾼이 바로 천지홉니다. 

냉혹하고 야비하며 근성으로 똘똘 뭉친 인간성이라곤 도대체 찾아볼 수 없는 추노꾼들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줄 배우 성동일로 인해 추노 대길은 더욱 빛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 뛰어난 주연 뒤에는 반드시 뛰어난 조연이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그림 속의 인물도 훌륭한 배경이 있어야 더욱 멋지게 그려지는 법이죠. 


대길과 더불어 <추노>를 이끌고 갈 쌍두마차 오지호는 아직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현재 음모에 휘말려 검으로는 당할 자가 없다는 조선 최고의 무장에서 관노 신분으로 전락해 쥐죽은 듯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곧 그에게 소현세자의 피맺힌 서찰이 전달되면 그의 녹슨 칼에도 광채가 일겠지요. 

또 다른 주인공 오지호의 본격적인 등장으로 장혁은 더욱 빛나게 될 것 

작년 한해를 풍미했던 <선덕여왕>은 현대 정치사를 고대 신라에 옮겨놓은 것 같은 각본으로 대성공을 연출했습니다. 선덕여왕이나 미실은 단순히 고대 신라인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과 호흡하며 우리들의 이야기를 그 시대의 언어로 말함으로써 커다란 공감을 불러냈습니다. 인터넷은 온통 <선덕여왕> 천지였지요. 

장혁도 그리 할 수 있을까요? 1부에서 만난 장혁이라면 충분히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노 대길의 눈을 통해 쏘아져 나오는 장혁의 강렬한 눈빛, 그 눈빛 하나만으로도 벌써 세상이 평정된 것처럼 보이는데, 이제 곧 오지호와 쫓고 쫓기는 대결이 벌어진다면 그 평정된 세상에 다시금 회오리가 몰아칠 것이 틀림없습니다. 

게다가 추노 대길과 쫓기는 노비 송태하, 언년이 김혜원의 대 추격전이 빠져들게 될 당쟁의 소용돌이는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줄 것인지…, 오늘 밤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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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