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4.07.10 노동을 도둑놈 심보라 하고 자본을 생산성이라 부른다 by 파비 정부권 (1)
  2. 2012.06.21 맹자, 부인을 쫓아내고 성인이 되다 by 파비 정부권 (5)

박훈 변호사에게 임금체계 개편 및 근로시간 단축의 쟁점이라는 주제에 대해 강의를 들었다. 창원대학교 노동연구센터가 개설한 노사관계현장리더아카데미강의 일정 중에 임금 시리즈 2탄이다. 지난주 첫 번째 시간은 경북대 로스쿨에 이달휴 교수란 분이 강의를 해주었는데 아주 딱딱한 내용을 딱딱한 방식으로 그러나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게 해주어서 신통하게도 조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그러나 어제 나는 조금 졸았다.

 

내가 졸았던 것은 박훈 선생님의 강의가 재미없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최근(몇 년 전부터) 평소 자지러질 정도로 피곤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그 횟수가 잦아졌고 정도가 매우 심해져서 거의 까무러칠 정도로 괴로운 지경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박훈 선생님의 강의시간에 그 증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잘 알고 있듯이 박훈 변호사는 정지영 감독이 연출한 영화 <부러진 화살>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실제인물이다. 그를 만나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그는 영화 속 인물보다도 훨씬 더 고약하고 타인을 피곤하게 하는 사람이다. 영화에서처럼 법정에 들어가기 전에도 소주병을 들고 나발을 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는 술을 좋아하고 술이 취하면 이른바 개구신 짓도 마다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때부터는 욕을 아예 달고 산다.

 

그런 그가 우리 교실에 강의를 하러 온다 하니 슬 걱정이 되었다. 게다가 전날 그와 술자리에 합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역시 그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예의 욕설을 적당히(분위기가 고조되자 당연히 아주 격하게) 버무리며 안하무인을 종횡무진으로 보여주었으므로 과연 그가 제대로 된 강의를 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스러웠던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고백하자면, 나는 어릴 적부터 땅바닥에 침도 잘 뱉지 못하는 소심한 성격으로 그렇게 상대에게 함부로 말하고 욕을 아무렇게나 내뱉을 수 있는 자리에선 안절부절 편안하게 앉아 있지를 못한다. 물론 내 탓이지만 그날도 나는 불안, 불편, 불만 이 3불로 인하여 좌불안석이어서 술이 코로 넘어가는지 목구멍으로 넘어가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날 밤 자정이 넘어 집에 와서는 술이 취한 채로 다음과 같이 페이스북에 불평을 토로했던 것이다.

 

공자님 말씀은 장난이 아닙니다. 조선 500년 성리학도 장난 아닙니다. 우리 조상님들 바보 아닙니다. ㅠㅠ

 

다음날 보아하니 이게 뭔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할 듯하고 또 실제로 그러하여 다시 다음과 같이 적어 올렸다.

 

내가 좀 얕기는 하지만 대충 생각하기로…… 공자의 사상은 궁극적으로 인을 지향하는 것이며 그 인을 이루기 위해 예를 실천해야 한다. 그래서 인은 궁극의 지향점인 것이고 실천적으로는 예가 공자사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가만 보니 그 말씀이 옳은 것 같다. 사람들이 너무 예를 모른다. 공자께서 인은 어떻게 이룰 수 있습니까? 하고 물었을 때, 예가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움직이지도 말라 하셨다는데 그 말씀이 진실로 옳다는 생각을 한다. 지 꼴리는 대로 말하고 행동할라치면 무인도에 가서 혼자 살면 될 일이다. 사람이 큰일을 하려면 먼저 예부터 익힐 일이다. 어젯밤 술 먹고 적은 포스팅에 ps. 이런 말 하자니 참 슬프다. ㅠㅠ

 

그럼에도 당사자는 물론 이성철 교수님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이게 뭔 말인지 여전히 알아듣지는 못하는 듯하다. 그래서 아예 작심하고 여기에다 적는다. 박훈 변호사야 세상이 알아주는 통큰 호인이며 기인이사이니만치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사람 산다는 게 꼭 남을 위해 살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배려는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건 그렇고, 박훈 선생님은 역시 천재였다.

 

고려대법대를 나온 그가 4년 넘게 영업사원(외판원)을 하다가 나이 서른하나에 사법시험에 뜻을 두고 공부한지 2년 만에 1, 2, 3차를 각각 한번 만에 합격한 것은 고시 역사상 전설이었다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한 자기소개는 내가 보기엔 진실이었다. 다음날 강의안도 제시간에 준비하지 못할 정도로 그렇게 떡나발이 되게 술을 마시고도 그의 강의는 유창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하기로 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욕 잘하고 안하무인이고 예의 없는 박훈을 용서해주는 것이구나, 하고.

 

물론 박훈 선생님의 강의가 재미없었다는 견해도 있었고 그의 주장에 일부 동의할 수 없다는 학생(정식학생은 아니고 청강생이라고 자기를 규정하지만 그보다는 도강생)도 있었다.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감상평을 잠깐 소개하면 이렇다.

 

1.

어제 수업 때 들은 이야기. 자본가들은 자기들의 이익에 충실한 것을 생산성 강화라 부르며 정당화하는데 왜 노동자들은 자기 이익에 충실한 것을 스스로도 도둑놈 심보라 여기냐는 이야기였음. 근데,

 

더 적게 쉽게 일하고 더 받으려는 것이 도둑놈 심보가 아니라면 더 오래 많이 일 시키고 더 적게 주려는 것도 도둑놈 심보는 아닌거지. 계급적 당위만을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놓치는 것들이 생기는 듯. (자본가의 힘이 노동자에 비해 월등히 큰 현실에서 노동자들이 힘을 가지기 위해 스스로의 벽을 허물고 계급성을 깨우치자는 의도에는 동의하지만서도.)

 

2.

노동 강도와 임금 인상에 대한 인식에 비해 노동 시간에 대해서는 자각이 부족하며, 이는 잔업, 철야, 당직 등으로 더 얻게 되는 자본의 달콤함 때문에 노동자 스스로도 쉽게 타협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에는 적극 동의. 고액(?) 전문직 노동자인 내 경우만 보더라도 그러하니. 일년에 단 한번, /일을 포함한 휴가 5일 이외에는 토요일도 한번 쉬지를 못하는데다 격주로 1주일씩 응급 환자 대기(한달에 한번 오프 외에 일년 353일 응급 대기하는 과도 있음.)까지 해야 하니...,(, 보기에 따라 배부른 소리일 수 있음은 미리 인정합니다..ㅡㅡa)

 

3.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좀 지루했음. 씨발놈, 개새끼가 난무하는 격한 강의를 기대했거만..ㅡㅡa , 덕분에 주저없이 중간에 토껴서 양꼬치 먹었다는..^^a


[계급]

더 짧게, 더 약하게 일하고

더 높은 임금을 받으려 하는

노동.

더 오래, 더 강도 높게 일 시키고

더 낮은 임금을 주려는

자본.

 

노동을 도둑놈 심보라 하고

자본을 생산성이라 부른다.

자본가 계급만 있다.

노동 계급은 아직 없다.

 

(이 부분 <계급>은 강의 후 감상에 젖은 박훈 선생님이 쓴 시임)

 

그런데 원호야. 내가 볼 때 원호가 잘못 이해한 거야. 박훈은 자본을 도둑놈이라 한 적이 없어. 단지 멍청하게 제 당연한 권리를 스스로 도둑놈 심뽀라고 까대는 노동자들의 몰계급성을 말한 것일 뿐. 자본은 자본대로 자기이익에 충실하고 노동은 노동대로 자기이익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지. 한쪽은 그걸 지나치게 잘 하는데 한쪽은 안 그렇거든. 한쪽은 투철한 계급투사인데 한쪽은 고리타분한 양반행세를 하고 있는 거야. 도리가 어떻고 하면서 말이야. 우리가 사는 사회는 봉건사회도 아니고 공산주의사회도 아니거든. 자본주의, 그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지.

 

그리고 원호야. 사실은 그 각론에서 임금산출 공식 따지고 계산하고 그게 일선노동자들에게는 가장 눈이 반짝거릴 공부고 졸음이 멀리 달아날 시간이거든. 세상에 돈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다고. 진짜로 돈보다 중요한 거 있으면 나와 보라고 그래. 좀 과장법을 써서 말하긴 했지만, 그게 제일 중요한 거야.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눈을 반짝이더냐고. 돈 계산 시작하니 말이야. 그래서 노사아카데미에서도 임금론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거 아니겠냐고. 결국 자네가 처한 처지가 달라서야. 문제는 그것뿐이라고.

 

쓰다 보니 엉뚱한 데로 화살이 돌아갔다. 아무튼 박훈 선생님의 강의는 매우 유용했다. 너무나 피곤에 절은 나머지 좀 졸긴 했지만 나는 그의 강의 내용을 십분은 아니라도 구분은 이해했다. 그리고 박훈이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도 이해했다. 그만큼 노동법에 대해, 경제에 대해 탁월한 식견을 가진 이는 대한민국에 없지 싶다. 누구라도 그의 강의를 듣게 된다면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렇다면 그의 강의내용을 왜 소개하지 않느냐고 하실 분도 있을 수 있는데,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의 강의내용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바로 위에 있는 그의 시 <계급>에 다 들어있다. 그것만 이해하면 임금 전체를 이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s; 졸다 보니 강의실 현장 사진을 못찍었다. 그라고 원호야, 어제 강의 마칠 시간에 태풍에 빗발이 심해져서 양꼬지 무러 못 따라붙있다. 미안타 ㅠㅠ

Posted by 파비 정부권

“맹자가 성인이 되고자 고심하다 마침내 부인을 내쫓았다!”

맹자

예사롭지 않은 이 고대의 스캔들을 들춰낸 사람은 다름 아닌 곽말약이다. 다분히 과장되었을 이 이야기는 그러나 순자로부터 차용한 것이었다. 순자는 ‘해폐편(解蔽篇)’에서 ‘맹자는 패덕을 싫어하여 부인을 내쫓았는데, 이는 가히 스스로 수신에 힘쓴 것’이라고 기술했다.

그런데 ‘맹자는 금욕주의자’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 곽말약의 해학이야말로 흥미롭다 아니할 수 없다. 그는 순자의 악패를 부인의 패덕이 아니라 ‘맹자가 자신이 몸을 상할 것을 염려하여 부인을 내쫓았다’는 주장을 펴는 신비한 기지를 발휘한 것이다.

곽말약. 그는 중국 문화사에서 천재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는 깊고 넓은 학식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그는 대문호 노신과 쌍벽을 이루는 뛰어난 문학가요 탁월한 역사학자이자 고문학자였으며, 혁명가였다. 

족발, 제목에 깃든 오묘한 철학
 그가 역사적 사실들로부터 제재를 취하여 집필한 글들을 묶은 책의 제목으로 <豕蹄>, 우리 말로 하면 <족발>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 책의 한국어판 역자(신진호)는 제목에 얽힌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썼다.

“이 시제(豕蹄)라는 말이 우리나라 말로는 돼지족발을 의미하는데 곽말약은 족발이라는 제목이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의 성질을 잘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값싸고 천한 돼지족발도 불을 세게 때서 푹 삶고, 알맞게 간하고 향신료를 뿌리면 평민들이 즐겨 먹는 요리가 될 수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기라성 같은 성인‧영웅호걸들의 공식적 역사 속에서는 주목받지 못한 작은 이야기들도 보는 관점과 다루는 방식에 따라서는 평범한 현대인들이 세상을 달리 볼 수 있게 해주는 좋은 꺼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제목에 얽힌 이 이야기 속에는 곽말약의 번뜩이는 기지와 자유로운 상상력 그리고 투철한 역사의식이 잘 나타나 있다.”

처음에 곽말약은 ‘역사제재 꽁트’(史題空託)라는 이름을 쓰려했지만, 네 글자가 너무 거추장스럽다고 여겨 ‘사제(史題)’로 줄이려고 했다가 다시 ‘사체(史體 )’로 바꾸었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살찐 자기 친구에게 이 책을 바치면서 발음이 같은 시제(豕蹄)로 결정했다고 한다.

오늘 나는 우연히 책장에서 걸어 내려와 방바닥에 뒹굴고 있는 <족발>을 발견했다. 이 책을 산 것이 어언 십년하고도 4년이 더 흘렀다. 그동안 나는 이 책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니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게 된 셈인데 무척이나 반가웠다.

나는 오래전, 이 책 속에서 맹자의 아내를 보았었다. 그녀는 매우 고결했으며 현명하고 아름다운 부인이었다. 곽말약의 비유에 따르면 그녀는 현숙했을 뿐 아니라 매우 요염하고 색기가 넘치는 젊은 여자였으리라는 짐작을 하게 했다. 곽말약의 뛰어난 문재는 맹자가 부인의 아름다운 모습에 쩔쩔 매는 모양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적나라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었다.

아내의 미모에 홀린 맹자, 공부가 안 돼
<족발> 속에 등장하는 이 글의 제목은 <맹부자출처(孟夫子出妻)>다. 우리말로 번역한 제목은 <맹자, 부인을 내쫓다>이다. 맹자가 부인을 내쫓았다고? 참으로 독특하고 기이한 제목이 아닌가? 나는 제목을 보자마자 끓어오르는 흥미를 참을 수 없었다.  

공자의 아내는 그 추하게 생긴 몰골과 괴팍하고 못된 성격으로 그의 남편 못지않은 명성을 누렸다. 혹자는 공자가 성인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아내의 추하고 못된 성격이 한몫 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공자는 집을 떠나 천하를 주유했던 것일까?

맹자는 정반대의 경우였다. 맹자의 아내는 매우 아름다웠다. 조숙했으며 지혜롭기까지 했다. 그녀는 맹자가 설파한 인의예지(仁義禮智)를 알았으며 부동심(不動心)의 경지에 다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그녀는 맹자가 아침밥을 먹을 동안 옆에 다소곳이 앉아 시중을 들었다.

그녀는 예를 알아 행했다. 밥을 퍼서 건넬 때도 나무쟁반을 중간매체로 삼아 고개를 숙여 두 손으로 받쳐서 건넸다. 식사는 맹자가 좋아하는 담백한 생선죽과 생강 한 조각, 콩나물 무침으로 매우 정갈했다. 그러나 맹자는 밥을 먹는 내내 아내의 얼굴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곽말약은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것은 어젯밤의 상황과 오늘 아침의 상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맹자는 어젯밤에 부인을, 한 방울의 즙까지도 아까워하면서 참외를 먹듯이 그렇게 애무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바로 어젯밤 그 애무 때문에 맹자는 이렇듯 점잔을 빼고 있는 것이다. 현실이란 이처럼 모순된 것이었다.”

생선도 내가 원하는 바요, 곰 발발닥도 내가 원하는 바라
맹자는 공자를 따라 성현이 되고자 하는 뜻을 세우고 그 요체로 ‘부동심’을 내세웠다. 그러나 그의 부인만 보면, 특히 밤에는 마음이 흔들리고 다음날이 되면 여지없이 나른한 기운으로 온몸이 가득 차니 공자가 질책하는 듯해 괴롭기 이를 데 없었다.

곽말약은 계속해서 맹자의 심정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직시하지 않는 것 역시 도움이 되지 못했다. 부인의 온몸, 그 적나라한 몸이 사실 그의 모든 감각기관을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갈저고리 아래 튀어나온 봉긋한 유두, 그의 비밀을 모조리 꿰뚫어 보는 듯한 흑요석 같은 눈, 그 온화함, 그 유연함, 그 숨결, 그 유선(流線)……. 그는 천근의 무게에 짓눌린 듯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아, 악마야! 나는 공자의 제자이지, 너의 제자가 아니야!’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외쳐대던 그는 결국 이렇게 말한다. “주방으로 가 있으시오. 밥은 내가 직접 퍼서 먹겠소.” 부인을 내보낸 맹자는 벽에 걸린 공자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며 탄식했다.

공자

그러자 부엌에 있던 부인이 놀라 다시 돌아와 맹자에게 말한다. 그녀는 이미 맹자의 속마음을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여보, 저를 당신의 아내로도 여자로도 여기지 말아 주세요. 그렇게 하실 수 없나요? …… 당신 곁에 제가 없으면 전 당신이 불편할까봐 염려스럽습니다. …… 여보, 진정 저를 제자나 하인으로 여겨 주세요.”

여기에 대해 맹자는 “생선도 내가 원하는 바이고 곰 발바닥 요리 역시 내가 원하는 바이다. …….”란 애매한 경구로 답을 대신한다. 역시 맹자는 유식한 지식인이다. 생선은 아내요, 곰 발바닥 요리는 공자다. 극진한 모성애를 느낀 맹자의 아내는 즉시 물러나 짐을 싼다.

천하의 성인도 다른 이의 노동 없이 이루지 못한다
순간, 맹자의 자세는 허물어진다. 그는 심한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느꼈다. 곽말약은 계속해서 적고 있다. “아내가 가 버린다면 기름이니, 소금이니, 땔감이니, 쌀 같은 것들은 누가 맡아 살림을 해준단 말인가? 그는 이때 한 가지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한 사람의 성현이 되려면, 아니 심호흡을 하는 것조차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행하는 작은 노동 덕분에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가엾은 맹자는 부인 앞에 무릎을 꿇고 자신의 잘못을 빌며 가지 말라고 애원한다. 그러나 부인은 그를 안아 일으키며 말한다.

“아니에요. 저는 당신에게 감사해요. 여보, 당신은 천하의 스승이에요. 저 한 사람이 독차지할 수 있는 분이 아니지요. 제가 여기 남아있는 것은 당신에게 도움이 못 되요. 제가 떠나는 것이 당신에게 이로운 거죠. 당신에게 이롭기만 하다면 불속에라도 뛰어들 거예요.”

맹자는 문득 아내가 공자보다도 위대하다고 생각되었다. 아내는 이미 만공선생에게 맹자를 보살펴줄 것을 부탁하고 온 참이었다. 그녀는 입으로만 인의를 떠들지 않고 행동으로 실천했다. 맹자는 생각했다. 공자도 그의 아내가 허락하지 않았다면 어찌 천하를 주유하며 세상을 가르칠 수 있었겠는가.

위대한 스승은 멀리 공자가 아니라 가까운 아내였다
마지막으로 맹자의 결심을 곽말약은 이렇게 적고 있다. “그렇다. 말하지 않고 행하는 것, 실천, 실천! 나는 멀리 공자를 스승으로 모시느니 차라리 가까이서 아내를 본받아야겠다.”

다시 읽어보니 감회가 새롭다. 맹자는 역시 훌륭한 인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글쎄, 이게 왜 홀연히 세월을 뛰어넘어 방바닥을 뒹굴고 있었을까? 나는 우리 집에 이 책이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한지 오래였다.

그러나 어쨌든 나는 새삼스러운 사실 하나를 다시금 깨달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스승은 아내들이란 사실을 말이다. 물론 십여 년 전에도 느꼈던 바이기는 하다. 그러나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 맹자가 깨달았던 평범한 진리는 더욱 절실하다.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작은 노동 없이는 단 한 시도 살 수 없다는 사실, 그것을 아내들은 말없이 실천으로 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의 경우 특히 그렇다. 그래서 오늘 이 책이 무척 반가우면서도 한편 심한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다.

2009. 2. 2.  파비

ps; 뛰어난 희극작가요 시인이었던 곽말약의 문학세계는 노신과 더불어 쌍벽을 이룬다. 그러나 그가 중국공산당에 이용당하는(또는 스스로) 작품을 많이 썼으며, 권력에 아부하는 시를 쓰기도 했다는 비판도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그는 역시 변함없이 중국 현대문학사에 빛나는 별이다. 이글에 등장하는 묘사들 중에는 현대인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것은 이글이 세상에 나온 때가 1930년대란 점을 감안하면 그리 큰 불만은 없을 것이다. 아쉽게도 곽말약의 사진은 구하지 못했다. 대신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을 사진으로 만들어 올릴 생각이지만, 지금 카메라가 없으므로 서너시간 정도 걸릴 듯하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