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운명'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1.19 '공신' '파스타' 막장 주장에 동의 못하는 까닭 by 파비 정부권 (51)
  2. 2009.05.20 내조의 여왕, 생활속의 사랑법 by 파비 정부권 (1)
  3. 2008.12.23 "너는 내 운명?" 사회적 부작용을 우려한다 by 파비 정부권 (96)

'공신' '파스타'도 막장? 그럼 진짜 막장은 뭐라 불러?

다음뉴스에 뜬 <수상한 삼형제> 기사를 보다가 갑자기 막장드라마의 정의는 무엇이며, 사람들은 보통 어떤 드라마를 막장드라마라고 하는 것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요즘 <수상한 삼형제> 때문에 부쩍 막장드라마 논란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에 남들처럼 <수상한 삼형제>를 열심히 보았지만, 3주 전부터 끊었습니다. 이 수상한 드라마를 계속 보다가는 정상적인 정신 상태를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막장드라마의 중독성, 이유가 뭘까

사실 막장드라마에는 묘한 끌림 현상이 있습니다. 이건 절대 봐서는 안 되지 하면서도 궁금해서 눈이 가는 그런 현상 말입니다. 뭔가 특이한 행동을 하거나 옷차림을 하고 있는 사람을 보면 욕을 하면서도 계속 쳐다보는 그런 현상과 같다고나 할까요? 아니면 매운 닭발을 눈물을 철철 흘리면서도 계속 먹게 되는 그런 것과 같다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적절한 비유를 찾기는 어렵지만 아무튼 막장드라마에 묘한 끌림 현상이 있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역대 막장드라마들이 대부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사실도 그 증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너는 내 운명>, <아내의 유혹>, <밥 줘> 등은 공통적으로 막장이란 비난을 들으면서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들입니다. 

이런 막장드라마를 잘 쓰는 작가들에 대해서도 막장계의 거두니 막장계의 쌍두마차니 하는 표현들까지 동원하며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요. 일단 문영남, 임성한, 김순옥, 이 세 사람이 대표주자인 것이 확실해 보이는데, 이들을 일러 막장드라마계의 트로이카라고 불러도 무난할 듯싶습니다. 

김순옥은 최근 SBS에서 방영한 <아내의 유혹>, <천사의 유혹> 시리즈로 막장계의 거물임을 증명했고, 문영남도 이에 뒤질세라 <수상한 삼형제>로 막장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저는 한때 KBS 일일연속극 <너는 내 운명>을 보고 이 드라마를 능가할 막장은 앞으로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곧 생각을 바꿔야 했습니다. 

<너는 내 운명>을 쓴 문은아란 작가는 반사회적이고 반윤리적인 내용에다 말도 안 되는 엉터리 같은 스토리 전개로 그야말로 막장계의 트로이카를 제치고 막장드라마를 새로 평정할 인물로 보였던 것이지만, 연이어 서영명이란 작가가 <밥 줘>란 막장드라마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죠. <밥 줘> 또한 황당한 스토리와 구성이 <너는 내 운명>에 못지않았습니다. 

막장드라마 중의 막장드라마, '수상한 삼형제'

그러나 역시 막장계의 거물이란 그냥 얻은 별호가 아니었습니다. <수상한 삼형제>야말로 전무후무, 공전절후의 막장드라마였던 것입니다. 확실히 문영남 작가는 막장드라마계의 군계일학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는 <수상한 삼형제>를 통해 막장드라마란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보여주겠다는 듯이 막장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쟁자인 임성한 작가의 작품 <보석비빔밥>에도 분명 막장적인 요소가 바탕을 이루고 있지만, 아무도 <보석비빔밥>에 안티 걸 생각을 안 하는 걸 보면 바야흐로 문영남 작가가 막장드라마계의 지존으로 군림할 것이 확실해보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막장드라마의 범람이란 사회현상을 맞아 막장이란 말 역시 범람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 마우스로 누르시면 크게 볼 수 있는 거 다 아시죠?


<수상한 삼형제>로 인해 다시 불거진 막장드라마 논란에 막장드라마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궁금해서 미디어다음 검색창에 막장드라마를 쳤더니 엉뚱하게도 "파스타, 최악의 남녀불평등 노동막장 드라마", "최악의 막장 사기 드라마 <공부의 신>" 따위가 올라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막장드라마란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정의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럼 위 사진의 기사처럼 <파스타>와 <공부의 신>은 정말 막장드라마일까요?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세상에 막장드라마 아닌 드라마가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TV 자체가 악이라고 생각해서 아예 아이들이 보지 못하도록 집에서 TV수상기를 치워버린 분들이라면 몰라도 모든 드라마가 악일 수는 없겠지요.

그럼 <파스타>나 <공부의 신>을 막장으로 주장하시는 분들의 근거를 한 번 살펴보기로 하지요. 우선 <파스타>는 왜 막장인가? 뉴스 제목이 말하듯 지독한 남녀불평등과 부당해고와 같은 노동탄압을 소재로 했다는 게 이윱니다. 저도 이 지점이 못마땅하여 비판적인 포스팅을 한 바가 있습니다. 제목이 "파스타, 셰프의 집단정리해고 유감"이었던가 그랬지요. 

막장드라마의 유행에 아무 드라마나 막장 낙인찍는 유행까지 생겨나나

그러나 비록 유감은 있을지언정 <파스타>를 막장드라마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하나의 드라마가 막장이 되기 위해선 나름대로 요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막장드라마란 개념에 대한 정의는 없지만, 대체로 불륜, 폭력, 살인 등 반사회적이고 반윤리적인 내용들을 극의 전개와 상관없이 억지로 끼워 맞춰 자극적으로 만든 무개념 드라마를 말합니다.

윤경아 극본 '공부의 신'은 일본 원작만화 리메이크 작품 , '파스타'는 서숙향 극본이다.


그럼 <파스타>가 여기에 해당하는가? 최현욱 셰프(이선균)의 버럭질이나 이유 없는 부당해고, 성차별적 행위가 반사회적인 폭력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주인공의 캐릭터와 극의 전개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딱히 막장이라고 부르기엔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치판단에 따라 유감을 표명할 수는 있어도 막장드라마란 낙인은 곤란하다는 것이죠. 

게다가 저는 <파스타>가 매우 잘 만든 드라마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감독의 연출도 뛰어나고 소재도 잘 골랐으며 더욱이 이선균과 공효진의 뛰어난 개인기나 타고난 매력이 돋보이는 수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러니 "<파스타>도 막장이야 !" 소리를 듣는 순간 매우 당혹스러웠던 것입니다.

<공부의 신>도 마찬가지 이유로 막장드라마 낙인을 찍는 것에 대해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이런 글을 쓰신 하재근씨는 교육운동을 하시는 분으로 평소 존경스럽게 생각했었지만, 이렇게 자신의 이념에 맞지 않는다고 하여 함부로 막장 낙인을 찍는데 대해선 매우 유감이군요. 강석호 변호사(김수로)의 교육관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저도 마찬가집니다.

특히 '주입식이 진정한 교육이라는 사상이야말로 절대적 정의'라고 주장하는 대목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더군요. 우리는 통상 '주입식 교육 때문에 우리나라의 국제경쟁력이 망했다'라는 사상을 절대적 정의로 믿고 살아왔던 사람들 아니겠습니까? 저도 <공부의 신>이 주장하는 상당부분의 교육관에 대해선 공감하지 못합니다.

막장 레테르 붙일 땐 신중해야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공부의 신>을 막장드라마라고 낙인찍는 것에 대해서도 공감하지 못하겠습니다. 비록 <파스타>나 <공부의 신>에 우리가 동의할 수 없는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반사회적이거나 반윤리적이라고 할 만큼의 폭력성이 참을 수 있을 정도를 넘었다고는 말할 수 없는 거 아닐까요? 

그렇다면 <수상한 삼형제>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반문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실은 이 수상스런 <수상한 삼형제> 때문에 아무 드라마나 함부로 막장 낙인을 찍는 유행병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막장 낙인을 찍다보면 <수상한 삼형제> 같은 진짜 막장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되니까요.
 

막장형제, 막장시어머니, 막장며느리, 막장사돈, 막장경찰까지 총출동한 '수상한 삼형제'


이놈저놈 전부 막장인데 그깟 막장이 무에 그리 대수롭겠느냐 이 말이지요. <수상한 삼형제>는 진정한 막장드라맙니다. 거의 정신병적인 출연자들의 캐릭터라든지, 반사회적 폭력성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일반적인 상식으로 참을 수 있을 정도를 넘어섰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게다가 극의 전개와 아무 상관도 없는 억지 설정들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아버지 김순경은 일선 치안대 경찰이고, 막내아들 김이상은 경찰대를 나온 경찰간부이며, 이상의 친한 여자친구는 검삽니다. 그런데도 이상이의 형 김현찰은 사채업자에게 폭력을 당하고 재산을 갈취 당합니다. 그리고 장남 김건강이 사채업자들에게 대들다가 집단구타를 당합니다. 이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누가 이런 일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또 이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 은연중에 이걸 현실로 받아들인다면 정말 큰 일이 아니겠습니까? 경찰 가족도 저렇게 당하는데 우리 같은 서민이야 하면서 불법부당한 폭력에도 순종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들을 하게 되겠지요. 이 수상한 드라마가 경찰청이 지원해 만드는 드라마라고 하니 실로 이 또한 수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막장드라마 낙인 남발로 진짜 막장드라마에 면죄부 주는 일은 없어야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이런 불량한 막장드라마를 쓰는 작가들이 대부분 아니 100% 여자라는 점입니다. 위에 열거한 막장 작가들도 전부 여성들입니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이들이 쓰는 드라마가 대부분 여성비하적인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슬픈 이야기지요. 이런 드라마들이 방영되는 시간대도 주로 가족들이 모여 TV 시청을 즐기는 시간이고요. 

아무튼 제가 오늘 말씀드리려던 것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아무거나 대놓고 막장 딱지를 붙이다 보면 그 막장이란 레테르의 신뢰성도 떨어지게 되고 결국은 진짜 막장드라마에 면죄부를 주게 될 거다 뭐 이런 말씀이었습니다. 이놈저놈 다 도둑놈이라고 하다 보면 진짜 도둑놈은 한쪽 구석에서 빙긋이 회심의 미소를 띠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지요.

바로 위 사진처럼 말입니다.  
                                                                                                                              블로그  구독+은 yogi Qook

Posted by 파비 정부권
오늘 「내조의 여왕」이 끝났네요. 섭섭합니다. 사실은 오늘 끝난 게 아니라 어제 끝났지요. 그런데 어제 제가 술을 한잔 하는 바람에 마지막회를 보지 못했답니다. 그래서 새벽에 일어나 500원을 내고 컴으로 보았습니다. “아유~ 아까운 내 500원”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어쨌든 그래서 제게는 「내조의 여왕」이 오늘 새벽에 끝난 셈이 되었답니다. 

역시 모든 드라마가 그러하듯 결말은 그렇고 그렇습니다. 요란하게 진행되던 이야기들을 욕조에 물 빼고 청소하듯 그렇게 정리해야 하는 거니까요. 물 빠진 욕조는 황량하지요. 오늘도 그렇군요. 물 빠진 욕조를 보는 기분… 그러나 뿌듯합니다. 오랜만에 드라마 같은 드라마를 볼 수 있었다는 기쁨, 천지애 같은 여자를 만날 수 있었던 보람, 뭐 그런 것이라고나 할까요.  

저는 사실 작년 말에 종영했던 「너는 내 운명」을 보고 난 이후 드라마를 끊었었답니다. 막장드라마로 유명했던 드라마였지요. 막장드라마였다지만 시청률이 엄청났었지요. 막장드라마가 시청률을 리드하고, 다시 방송사들은 그 시청률을 따라 막장드라마를 만들고, 그래서 막장드라마가 대세가 되는 악순환이 사실은 문제로 많이 지적되었었지요.

「아내의 유혹」을 비롯해 많은 드라마들이 막장드라마라는 악평을 받았는데요. 그러나 저는, 글쎄요. 「너는 내 운명」을 따라올 만한 막장드라마는 아직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걸 유식하게 표현하자면, 전무후무하다고 하지요. 하여튼, 「너는 내 운명」이야말로 전무후무한 불후의 막장드라마였다는 게 제 평가예요.


「너는 내 운명」은 자극적인 소재, 비상식적인 설정뿐만이 아니라 출연자들의 연기수준도 거의 막장이었지요. 심지어는 정애리 같은 쟁쟁한 연기자들의 연기마저도 역겨울 정도였으니까. 게다가 거의 매회 등장하는 반사회적 반인간적 요소들은 보는 이들을 불안하게 만들었죠. 그래서 저는 그 막장드라마의 신기원을 열었던 「너는 내 운명」이후 드라마를 딱 끊었답니다.

그런데 「내조의 여왕」이 꽤 괜찮은 드라마란 소문이 귀에 들려오기 시작하면서 다시 ‘이걸 한번 봐?’ 하는 충동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제가 드라마 광이었거든요. 거의 모든 드라마를 다 보았지요. 아마 제가 안 본 드라마가 있다면 그건 뒤지도록 재미없는 것임에 틀림없을 거예요.


결국 다시 유혹을 못 이기고 TV 앞에 앉았는데, 아~ 정말 재미있더군요. 근래 보기 드문 재미있는 드라마였어요. “Good!” ‘내조’란 다소 봉건적인 소재를 사용하긴 했지만, 전혀 봉건적인 냄새가 나지 않았고요. 여성비하적인 그런 느낌도 별로 없었어요. 열심히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이야기에 묻어나는 아름다운 사랑, 저는 그게 진짜 사랑 같더라고요.

「사랑과 영혼」이나 「남과 여」, 「라스트 콘서트」에 나오는 로맨틱한 사랑만 사랑이 아니라 이런 사랑이 진짜 사랑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었지요. 생활 속에 진하게 배어 잔잔하게 타들어가는 그런 사랑이라고나 할까요? 저만 감동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감동적인 사랑을 느꼈었지요.

그러니까 어제 그저께군요. 딸과 함께 「내조의 여왕」을 보고 있었는데요. 우리 딸애가 또 저를 닮아 그런지 드라마 꽤나 좋아한답니다. 앞부분 조금 보면 거의 뒤가 어떻게 될 것인지 감 잡아버린다는 점에서도 절 쏙 닮았지요. 저로 말하자면, 우리 마누라가 “그냥 드라마 작가로 한번 나가보지” 하고 말할 정도랍니다. 그야 물론 비웃는 말인 줄 잘 알지만…

드라마를 한참 보다가 딸애가 갑자기 그러는 겁니다. “아빠, 우리 편지 쓰기 하자.” 그러더니 꽃무늬 편지지를 제게 한 장 주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뭐 대충 “앞으로 말 잘 들어라, 까불지 마라, 오빠하고 싸우지 마라.” 이런 식으로 무성의 하게 적어서 주었는데요. 딸애의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우리 이혼하자!” … 헉~ (애가 테레비를 너무 많이 봤나…)

뭐 장난이니까. 그렇지만 좀 심하군요. 그렇다고 내색하기도 그렇고. 그래서 저도 그랬습니다. “그래 우리 이혼하자. 그럼 지금부터 우리는 남남이다.” 그러자 딸애도 막 웃으면서 그랬습니다. “그래, 이제 우린 남남이다.” 글쎄, 이혼이란 인생최대의 비극이라 할 상황이 우리 부녀에겐 장난거리가 된 것입니다.

마침 TV에서도 천지애와 온달수가 이혼하네 마네하며 심각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었고요. 그런데 갑자기 딸애의 정색을 한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며 진지하면서도 매우 조용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그런데 아빠, 나하고는 이혼하더라도 엄마하고는 절대 이혼하지 마라.” “왜?” “그러면 내가 너무 쓸쓸해지잖아.”

우리 딸애는 아홉 살입니다. 아홉 살이지만 드라마의 앞을 조금만 보면 뒤를 읽어낼 정도로 영민한 아이랍니다. 게다가 초등학교에 입학해 처음 치른 받아쓰기 시험에서 받은 10점짜리 시험지를 들고 와서 칭찬해달라고 조를 정도로 배포도 큰 아이죠. ‘애늙은이’같은 딸아이의 진지한 얼굴을 보며 한숨이 나오더군요. ‘얘가 이혼이 뭔지 알기는 아는가 보네.’

그러나 참 다행인 것은 그때 보고 있던 드라마가「내조의 여왕」이었다는 사실이에요. 아마 다른, 그러니까 막장드라마를 보고 있던 중이었다면 저는 참으로 슬프거나 화가 나거나 했을 것입니다. 딸애는 TV를 보며 말했습니다. “아빠, 쟤들 절대 이혼 안 한다.” “니가 어떻게 아는데?” “에이~ 다 알지. 쟤들은 진짜로 사랑하거든. 그러니까 이혼 못해.”

어젯밤, 딸아이가 술이 취해 일찍 자고 있는 저를 막 흔들며 「내조의 여왕」마지막회 한다며 깨웠지만 저는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모두들 잠든 새벽에 일어나 홀로 이렇게 그 마지막회를 감상했답니다. 우리 딸애의 예언처럼 걔들은―애들이 어른 보고 쟤들 이러면 안 되는 건데, 그걸 따라하는 저도 참 한심하군요―이혼하지 않았군요. 천지애와 온달수 말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오늘은 제 큰아들이―그래봤자 아들 하나 딸 하나, 둘입니다―수학여행 가는 날입니다. 서울로 간다는군요. 아들은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우리 때는 초등학교는 경주로, 중고등학교는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갔었는데. 어제 저보고 5시 반에 깨워달라고 부탁했는데 깨울 시간이 다 돼가는군요.

오랜만에 드라마 같은 드라마를 보고나니 기분이 좋습니다. 천지애의 본명이 김남주였던가요? 저는 원래 김남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좋아하지 않았다기보다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좋아해줄 생각입니다. 훌륭한 드라마, 훌륭한 연기자는 많이 좋아해주고 응원해주는 것이 막장드라마를 퇴출시키고 좋은 드라마를 안방에 앉히는 첩경이 아닐까 해서요…  

음~ 이제 아들놈 깨워 수학여행 보내야겠군요. 자기네 학교 운동장에서 6시 30분에 버스가 출발한다니까요.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너는 내 운명!
드디어 새벽의 시어머니가 백혈병에 걸렸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온 드라마 「너는 내 운명」이 마침내 도도한 로하스의 안주인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이 드라마를 두고 금세기 최고의 막장드라마라는 혹평이 잇따른다. 그러나 사실은 그 막장 드라마, 드라마 같지 않은 드라마의 결말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마치 특이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신기해서 더 자주 쳐다보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그래서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이 막장드라마가 앞으로 또 얼마나 더 기가 막힌 반전(?)을 선물할 것인지,
기대 섞인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혹시나… 말이다.

 


장기기증과 입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제고를 기획의도로 한 새로운 가족 드라마?

나는 이 드라마를 첫 회부터 지금까지 한 회도 빠지지 않고 다 보았다. 혹시나 회식이 있거나 다른 특별한 일이 있어 이 드라마를 시청하지 못했을 때는 인터넷방송(KBS는 인터넷으로 다시보기가 무료다)으로 반드시 본다. 내가 이 드라마에 집착하는 까닭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원래 드라마를 좋아한다. 드라마 뿐 아니라 영화도 좋아한다. 웬만한 영화나 드라마는 안 본 것이 거의 없다.

그러나 일일연속극을 단 한 차례도 빠트리지 않고 본 경우는 아무래도 「너는 내 운명」이 처음이다.  처음 장새벽과 강호세의 운명적 만남을 암시하는 오토바이 사건, 그리고 강호세와 김수빈이 만들었던 비행기 안에서의 불편한 조우가 뭔가 심상치 않은 삼각관계를 예고했다. 그리고 드라마는 빠르게 전개되며 흥미를 돋우었다. 재미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갈수록 이건 아니다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공항에서 강호세와 어설프게 헤어진 김수빈이 집으로 돌아와 아파트 앞에서 죽치던 ‘싫증나서 버린’ 옛 애인과 다투는 걸 엄마에게 들키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보았을 때, “뭐, 저런 여자가 다 있나?” 하는 정도로 그냥 가볍게 넘어갔다. 그런데 갈수록 김수빈이란 여자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세상에 저런 정도의 바람둥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생각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특별히 드라마를 보는데 지장을 주는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김수빈이 호세의 어머니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사람을 사서 호세 어머니의 차를 앞뒤로 가로막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다음 자기 차로 모신다는 설정까지도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갈수록 이상해지는 캐릭터들

요즘 젊은이들에게 그런 정도의 목표의식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약간 부도덕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런대로 참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부도덕한 캐릭터는 김수빈에서 끝나지 않았다. 출연한 모든 사람들이 도덕 불감증이란 캐릭터로 무장하고 나왔다. 염치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는 그런 사람들이 전부였다.

그래도 처음엔 장새벽과 강호세, 그리고 김나영 선생의 부모만큼은 제대로 된 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나머지 사람들은 이 지극히 정상적이고 올바른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을 위한 무대장치쯤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드라마에서 선한 사람들이 돋보이기 위해선 악역들이 필요 이상의 오버페이스를 할 필요도 있는 법이다.

그런데 나중엔 새벽과 호세에 대해서도 실망하기 시작했다. 강호세의 우유부단함에 대해선 묻어두기로 하자. 이 드라마에서 그가 하는 일이란 거의 없다. 문제는 장새벽이다. 이 캐릭터는 착한 짓은 혼자 독으로 하면서 사람 염장 지르는 재주를 가진 인물이다. 시어머니의 악독함에는 새벽의 역할도 그리 적은 게 아니다.

온갖 기괴한 연기를 다 펼쳐야 하는 양금석을 비롯한 쟁쟁한 연기자들이 애처롭다.[이미지=다음영화]


일례로, 시어머니에게 쫓겨나 대문 앞에서 밤을 지새운 사건은 요즘 세상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사건이다. 그리고 설령 이런 사례가 벌어졌다 하더라도 가까운 친정으로 가서 잠을 자고 다음날 고부간의 갈등을 푸는 것이 순리였을 것이다. 또 친정이 멀리 있다고 하더라도 부잣집 며느리가 갈 곳이 없다는 건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다. 그렇잖아도 성격이 괴팍한 시어머니만 더 몹쓸 여자로 만들었다.     

점입가경을 넘어 서스펜스로

그러나 그것마저도 이해하기로 했다. 드라마가 꼭 사람을 선악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누어 캐릭터를 정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은 누구나 선과 악의 이면을 동시에 공유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어느 쪽이 더 부각되느냐에 따라 사람은 선해지기도 하고 악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또 어떤 이에게는 선한 사람도 또 다른 어떤 이에게는 악하게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어느 때부터인가 점입가경의 경지마저 넘어서기 시작했다. 갑자기 추리극 또는 서스펜스로 드라마의 성격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50대의 홍봉실 여사가 느닷없이 임신을 하는가하면 급기야 달밤에 체조하다 사산했다. 게다가 느닷없이 등장한 새벽의 친모는 과거에 사경을 헤매는 그녀의 남편과 딸아이를 버렸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도대체 극의 전개가 어디로 튈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막장드라마라고는 하지만 이건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이다. 출연 캐릭터들이 하나 빠질 것 없이 부도덕하고 몰염치하다는 것은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보아주기로 했지만, 부도덕성을 넘어 사람의 생명까지 함부로 여기는 작가와 연출자의 태도에 대해선 실로 경악이란 말도 모자란다.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호세의 어머니가 실어증 행세를 하며 새벽과 호세를 이혼시키려한다는 대목에서는 실소가 나오다 못해 불안하기까지 했다. 너무나 어색한 전개가 차라리 애처로웠던 것이다. 함께 드라마를 보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 같은 것이었을까?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작가도 아니고 연출자도 아닌 내가 부끄러웠다. 아마도 그래서 불안했던 것이리라.

갑자기 잉태한 아이를 죽이더니 이번엔 호세 모친에게 사형선고를

그런데 어제는 결국 호세의 어머니에게 사형선고를 내리고 말았다. 백혈병에 걸린 것이다. 아, 달밤에 체조하다 햇빛도 보지 못한 새 생명을 죽게 하더니, 이젠 호세의 어머니마저 백혈병이란 희귀한 병명을 붙여 죽이려고 한다. 도대체 서스펜스도 이런 서스펜스가 없다. 그러고 보니 요즘 드라마의 음악이 음산한 분위기로 바뀌었던 걸 미처 눈치 채지 못했다. 

도대체 이 드라마를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의도로 이 드라마를 기획한 것인지, 갑자기 맹렬한 궁금증을 느꼈다. 그리고 오늘 「너는 내 운명」의 홈페이지에 들러보았다. 그런데 거기에는 내가 지금껏 보았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행복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 그림은 매우 바람직했으며 시사적이고 교훈적인 내용들로 가득 차 있었다. 

 


보시라! 정말 훈훈하지 않은가. 세상은 저렇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너무나 아름다운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닌가. 그러나 실제 드라마의 전개를 보았다면 저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의 훈훈한 이야기를 상상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부도덕과 몰염치 나아가 거의 범죄적 스타일로 무장한 사람들이 그려가는 서스펜스에서 저토록 아름답고 훈훈한 세상사를 바라본다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나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드라마의 애초 기획 의도는 “편견과 상처를 극복한 새로운 가족의 탄생!”, “벼랑 끝에서도 꽃피우는 희망의 메시지!”, “장기기증, 나누면 두 배가 되는 행복!”이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과연 이 기획 의도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대답은 “전혀 아니요!”다. 

이 드라마가 끼칠 사회적 부작용이 우려된다

이 드라마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반사회적인 내용들, 예컨대, 아이 둘을 가진 장판재 대리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회사 사정이 안 좋다며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는다든가, 그런 장 대리가 스스로 무보수로 자기 책상을 지키겠다며 응석을 부리는 따위는 그냥 무심코 지나쳐버리자. 가정부, 운전기사에게 마치 조선시대 상전이 종 다루듯 막 대하는 것도 그냥 귀엽게 봐주고 넘어가자. 

그러나 정작 문제는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라는 장기기증이나 입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있다. 생명을 함부로 다루는 이 드라마가 과연 소기의 기획의도를 달성할 수 있을까? 아니면 거꾸로 이 드라마가 장기기증이나 입양 같은 사회적 문제를 희화화 시키고 부정적인 인식만 확산시키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이 드라마는 기획의도와 상관없이 전혀 엉뚱한 결과를 낳는 아주 치욕적인 드라마가 될 것이다.

이 드라마가 언제 어떤 식으로 결말을 맺을지는 알 수 없다. 그건 오롯이 작가의 마음이다. 아마 이 드라마에 대고 이래라 저래라 희망을 말하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그저 지켜만 볼 뿐이다. 너무나 충격적이고 독특한 캐릭터들이 모인 특이한 세계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있을 만한 사람도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그만 결말을 보자!

그래도 나는 이 드라마가 마지막 종영방송을 하는 그 순간까지 여전히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보게 될 것이다. 이미 나는 이 드라마에 중독되었다. 초두에도 말했지만, 너무나도 특이한 도저히 이 세상에는 현존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의 비상식적이고 부도덕하며 무모하기까지 한 인생들의 결말이 너무나 궁금하다. 그래서 거부하면서도 헤어나지 못한다. 

아! 그러나 어떠하든, 제발 빨리 끝내 주었으면 좋겠다. 빨리 이 혼란스러운 세계로부터 이별하고 싶다. 그리하여 지극히 정상적이고 평온한 내가 사는 평범한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2008. 12. 22.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