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지사'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9.10 김태호지사 신종플루에 참회하는 마음으로 나서야 by 파비 정부권 (5)
  2. 2009.06.05 좌파정권 10년? 그럼 김태호지사도 좌파빨갱이다 by 파비 정부권 (5)
  3. 2008.11.05 람사르 폐막실날 우포늪 가봤더니 by 파비 정부권 (9)
지금 대한민국이 떨고 있다. 신종플루란 전염병 때문이다. 치사율에 있어서는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고 하지만 그 전염성은 스페인 독감에 맞먹을 정도라고 하니 과연 떨지 않고는 베길 수 없는 상황임에 틀림없다. 원래 연초에 신종플루는 돼지독감이란 이름으로 멕시코에서 출현했다. 왜 이런 이름이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름 때문에 이유없이 입게 될 축산농가의 처지를 고려해 이름이 바뀌었다. 신종 인플루엔자를 줄여서 신종플루라고 흔히들 부른다.

좌로부터 여영국 진보신당 전 사무처장, 이승필 위원장, 이장규 정책위원장


우리는 신종플루와는 인연이 없을 줄 알았다. 조류독감이 세계를, 일본과 중국과 홍콩을 휩쓸고 지나갈 때도 우리는 안전했다. 전염병이 한국에서만큼은 맥을 못 추는 이유를 나름대로 김치 때문 아니겠느냐는 아전인수식 해석도 나왔다. 그게 아전인수였다는 것은 이번에 명백해졌다. 신종플루는 김치 잘 먹는 우리 민족도 예외 없이 덮친 것이다. 처음엔 신종플루도 역시 우리나라를 비켜가는 걸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월드콰이어챔피언십을 유치한 경상남도가 신종플루의 1차 타깃이 되었다. 인도네시아 등 외국에서 들어온 합창단원들은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신종플루도 가지고 들어왔다. 3일 만에 대회는 막을 내렸다. 김태호 경남도지사가 야심찬 계획으로 지출한 100억 원에 달하는 돈도 함께 허공으로 사라졌다. 지금 민노당은 김태호 지사가 날린 거금에 대한 진상을 캐기 위해 주민감사청구를 추진한다고 한다. 실로 '억!' 소리가 날 일이다.

민노당, 주민감사청구 기자회견@경남도민일보



경남도가 선구적(?)으로 유치한 신종플루는 이제 경남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적인 문제가 되었다. 물론 이것이 전적으로 경남도의 책임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김태호 지사와 경남도가 신종플루를 전국에서 최초로 유치했다는 상징적인 오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김태호 지사는 전국이 떨고 있는 이 심각한 사태에 대해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저 예방과 확산방지라는 원론적 수준의 발언만 있을 뿐.

이에 진보신당(경남도당 위원장 이승필)이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이란 방식을 빌어 김 지사에게 공개적인 요구를 하고 나섰다. 신종플루에 대처하는 1차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는 것이지만, 김태호 지사와 경남도청 역시 신종플루 확산에 일정한 책임이 있음을 통감하고 반성하는 자세로 적극 대처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김 지사가 미리 그런 태도를 취하고 신종플루 확산방지에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면 이런 기자회견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김태호 지사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기보다는 4대강 사업이나 서울시장과의 연대사업 홍보 등 내년 선거를 향한 행보에 바쁘다는 인상만 심어주었다. 작금의 현실은 전염병에 대한 대처를 정부에만 맡길 수 없는 비상 상황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별로 믿을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거의 공인된 사실처럼 돼버렸다. 그들은 4대강 사업에는 22조원에 달하는 돈을 쏟아 붓고 부자들에게는 세금을 깎아주는 특혜를 베풀지만,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치료비를 무료로 제공할 의사는 추호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럼 경상남도 어떤가? 월드콰이어챔피언십에 100억 원에 달하는 돈을 낭비할 생각은 있어도 도민의 안전을 위해 돈을 쓸 마음은 없는가? 진정 경상남도도 현 정부와 다른 점이 하나도 없는가? 신종플루 의심환자에 대한 확진검사비와 확진환자에 대한 치료비는 의외로 많은 재정을 소요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진보신당의 계산에 의하면 전체 도민(330만 명)의 5% 기준으로 대략 82억 5천만 원 가량의 금액이 필요하다고 한다. 월드콰이어챔피언십으로 날린 돈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다.

김 지사가 이번 신종플루 사태에 일말의 책임감과 양심을 갖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빨리 예비비를 편성하여 도민의 안전을 지키는데 최우선의 정책을 펼쳐야하지 않겠는가. 신종플루 확진 검사 비용은 12만원 정도가 소요되고 그 중 의료보험을 뺀 본인부담금은 약 5만 내지 6만 원 정도라고 한다. 부자들에게 이 돈은 약소한 것일 수 있겠으나 서민들에겐 큰돈이다. 참으로 어려운 가계에서는 이 5~6만 원의 돈 때문에 확진검사를 기피할 수도 있다. 

4대강 사업이나 부자감세를 해서 얼마나 국민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줄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은 국민들의 생명을 신종플루로부터 지키는 게 급선무다. 진보신당은 장기적으로는 국영백신회사를 설립해서 안정적으로 위험에 대비해야한다는 견해를 내세웠으나 지금 당장은 확진검사비와 치료비를 위한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한다. 정부의 대책을 기다리지 말고 김태호 지사부터 반성하는 자세로 먼저 행동에 옮기라고 요구한다. 옳은 말이다.

김태호 지사. 지금 네 편 내 편 따질 계제가 아니다. 남의 말이라도 귀중한 도민의 말이라 생각하고 속히 결단을 내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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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경남도지사의 “좌파정권 10년” 발언을 듣고 깜짝 놀랐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그는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 그의 말대로라면, 김태호 자신도 좌파 빨갱이 도지사가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는 지난 김대중-노무현 좌파정권 10년에 부화뇌동하여 대북경협사업에 앞장섰던 사람으로서 좌파 빨갱이였다’, 이런 말이다.


그러니까 좀 우스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좌파 빨갱이 도지사였던 김태호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위해 이명박에게 “나 이렇게 확실히 전향했소. 딸랑딸랑~” 하면서 추파를 던지는 꼴을 우리는 보고 있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한다고 너무 나무라지들 마시라. 지금 나라꼴이 말도 안 되는 헛소리로 가득 찬 세상 아니던가.
 

자료사진-경남도민일보. 김태호 지사의 '좌파정권 10년' 발언에 사람들이 항의하고 있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조금 더 하자면, 소떼를 몰고 분단 장벽을 넘어 평양으로 올라갔던―아마 한국전쟁 이후 걸어서 판문점을 넘어 북으로 간 최초의 인물이었던―고 정주영 회장도 좌파 빨갱이 자본가가 되는 것이고, 개성공단에 입주한 모든 기업들도 북한정권에 돈을 대는 좌파 빨갱이 기업들인 것이다.


물론 통일딸기 재배사업에다 평양 장교리 소학교 건립에 자금을 대는 사업을 추진하던 김태호 지사도 당연히 좌파 빨갱이다. 그리하여 말하자면, 온 세상이 좌파 빨갱이에 점령당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좌파 빨갱이 중의 하나인 김태호가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이명박에게 전향원서(?)를 제출한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좌파정권 10년의 통일정책은 실패했으며, MB의 비핵개방3000구상이 훨씬 우월한 대북정책’이라는 게 김 지사의 주장인데, 어차피 한나라당원인 김 지사가 제 식구 자랑하는 것에 대해 따질 필요도 없고 따질 생각도 없다. 개들도 비슷한 놈을 만나면 꼬리를 흔들고 반가움을 표시하는 법 아니던가. 하물며 사람들인데…


얼마 전에 미수다(미녀들의 수다)의 따루라는 핀란드 여성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녀는 핀란드 대사관 직원이라고 들었다. 기억이 완전치는 않지만 그녀의 말을 대충 정리하면 이렇다. “한국에서 좌파라고 불리는 정치그룹은 좀 이상해요. 우리나라에서 보자면 우파거든요. 한국에는 좌파는 없는 것 같아요.”


아마 따루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일러 한국의 언론들이 좌파정권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한국의 좌파는 우리나라에선 우파밖에 안 된다! 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녀는 한국에 존재하는 다양한 정치세력들, 예컨대 진보신당이나 민노당, 사회당 기타 그늘에서 존재하는 다양한 좌파정치세력들―아마 이들이야말로 따루의 모국 핀란드의 기준으로 보면 핀란드노동당같은 좌파에 해당할 것이다―은 보지 못하고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그녀의 진단은 일견 정당한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분명 신자유주의 정권이다. 김-노 정부가 남북화해무드를 주도하고 경협을 추진했다고 해서 그들의 자유주의적 정체성이 훼손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나는 생각하기에 이 10년의 기간에 자본의 자유는 무제한적으로 성장했으며 노동자의 권리는 한없이 추락했다.


많은 사람들이 “신자유주의가 도대체 우리하고 뭔 상관이야? 그냥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지”라고 말한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바로 우리 옆에서 늘 그 날카로운 창끝을 겨누고 있다. 박정희 정권이 만들어놓은 의료보험제도는 좌파쓰레기―사회주의정책의 소산인 의료보험제도를 독재정권이 만들었다는 게 아이러니지만―로 치부되어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게 한 예다. 


나는 얼마 전 체불임금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로부터 도움을 요청 받고 그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들로부터 설명을 들은 나는 간단하게 처방(?)을 던져주었다. 임금은 최우선적으로 전액 변제받을 수 있으니까 아무런 염려 말고 일단 노동부에 체당금부터 신청하라고. 그런데 새로 알아본 결과는 아니었다.


‘임금채권전액우선변제권’은 사라진지가 오래였다. 나는 10년도 훨씬 이전의 근로기준법을 가지고 그렇게 자신 있게 말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나의 무지로 만들어진 이 난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매우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공장에 수없이 잡혀있을 질권, 저당권에 후순위로 밀린 임금을 받아낼 묘안이 없는 것이다.


물론 이런 따위의 극단적인 반노동, 반복지 정책들은 주로 한나라당 정권에서 추진한 것들이다. 그러나 김-노 민주정권도 사실상 그러한 정책기조를 계승했다. 차이가 있다면 민주주의의 대폭적인 신장과 대북정책에서 평화정책을 보다 강조한 것이었는데, 한나라당은 이걸 가지고 소위 ‘좌파정권’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때 소위 좌파정권의 대북정책에 편승해 남북경협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김태호 지사가 그 좌파정권을 향해 ‘좌파정권의 통일정책은 실패했다’라며 칼을 던졌다. 그 좌파정권과 짝짜꿍해서 남북경협의 단맛을 보던 그가 말이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이 그 이유를 따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따루의 말처럼 좌파도 아닌 정치집단을 향해 자꾸 좌파라고 부르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하는 것은 계속 의문으로 남는다. 서울대를 나왔다는 김태호가 이런 기본적인 지식이나 소양도 없어서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떠벌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한국의 교육제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했다. 그런데 그 한쪽 날개를 향해 자꾸 칼을 들이대면서 잘라내려고 한다면 새가 똑바로 날 수가 있겠는가. 한국이 제대로 된 선진사회로 가기 위해선 좌우의 날개를 정립하는 것이 필수다. 그래서 좌파의 복권이 절실한 과제다. 그러나 그 이전에 먼저 정리되어야 할 문제가 있다.

우파의 자리부터 정리하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정치세력이 진정한 우파인가? 나는 그 자리에 민주당이 들어서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무엇인가? 한나라당은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닌 정체불명의 존재다. 그들은 마치 소혹성 B612호를 파멸시키는 바오밥나무와도 같은 존재다. 그들은 어린왕자가 늘 잘라내야만 하는 수고를 던져줄 뿐인 존재들이다.  

하여튼 이야기가 꽤나 산만해지긴 했지만, 오늘 이야기의 결론은 대충 이거다. “좌파를 좌파라 부르고, 우파를 우파라 부르자!” 다시 한 번 더 강조하자면, “좌파 아닌 것을 좌파라 부르지 말고, 우파 아닌 것을 우파라 부르지 말자!” 우리 모두 제발 정직하게 좀 살자.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어제 람사르 총회가 창원선언문 채택을 마지막으로 8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한쪽에서는 연안매립을 강행하면서 람사르 총회장에서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연방 외치는 정치 쇼에 불쾌해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엉뚱하게 청계천을 습지보전의 성공적 사례로 홍보하는 대통령이나 따오기 외교를 펼치는 김태호 경남지사가 광대처럼 보이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람사르 총회가 습지보전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만은 모두 한결 같을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을 습지 보전 모범국가로 만들기로 약속했고 이만의 환경부 장관도 갯벌의 생태적 가치를 인식하고 개발사업을 할 때 습지 보전을 우선으로 하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했습니다. 워낙 거짓말을 많이 하는 정부라 이분들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분들이 별로 많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소벌 전경. 그러나 백과사전에는 우포늪의 전경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사진=위키미디어백과


포스트 람사르, 언론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람사르 총회에서 「동아시아 람사르지역센터」를 한국에 유치하기로 사실상 확정하는 성과도 있었습니다. 포스트 람사르의 사실상 교두보가 마련된 셈입니다. 이제 이러한 작은 성과들이 정치 광대들의 쇼가 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환경단체들의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이번 람사르 총회에 많은 지면을 할애해 준 경남도민일보와 같은 언론사의 감시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남도민일보는 수년 전부터 습지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국의 습지를 취재하고 보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그 일에 앞장섰던 사람이 현재 경남도민일보 언론노조 지부장으로 있는 김훤주 기자입니다. 그는 수년 동안 습지를 훑고 취재하고 공부한 결과를 한권의 책으로 냈습니다. 바로 『습지와 인간』입니다. 그가 땀으로 쓴 이 책에는 습지와 인간이 함께 만들어 온 역사의 숨결이 고스란히 살아 있습니다. 

 람사르 총회가 폐막식을 하던 날, ‘건강한 습지와 건강한 인간’의 교섭에 관심이 많은 부산과 경남의 몇몇 블로거들이『습지와 인간』의 저자와 함께 대한민국 최대의 내륙 습지 소벌(우포늪)을 둘러보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부산에서 오신 커서님의 차를 타고 아침공기를 가르며 소벌을 향해 달려가는 마음은 구름 한 점 없는 가을하늘처럼 맑고 뿌듯했습니다. 저자는 제일 먼저 우포늪 보호구역이 시작되는 창산다리로 우리를 안내했습니다. 

            
국민협조사항을 자세히 읽어보니 우포늪, 목포늪, 사지포늪은 모두 한자이름을 하사 받았는데 유일하게
            
쪽지벌만 이름을 받지 못했다. 희한한 일이다. 창산다리의 위쪽은 우포늪 생태보호구역이 아니다.
                              
창산다리 밑 습지를 관찰하고 있는 김훤주 기자와 커서, 실비단안개님. 
                               한쪽에선 강태공이 여유롭게 낚시를 하고 있었다.    

『습지와 인간』의 저자와 함께 둘러본 동양 최고의 습지, 소벌


토평천을 가로지르는 창산다리의 아래쪽은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다릿발 위쪽은 보호구역 밖이므로 아무런 제재도 없다고 했습니다. 마침 우리가 갔을 때 다릿발 바로 위 습지에는 승합차를 세워놓고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이 있었습니다. 평화로운 모습이었지만, 행정편의주의의 극단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그리 유쾌하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다릿발 아래로 펼쳐진 토평천이 만든 습지의 장관은 탄성과 함께 금새 우리의 마음을 돌려놓았습니다. 

가을에 물든 소벌은 두어 달 전에 와봤던 소벌이 아니었습니다. 저자는 올해 본 소벌은 내년에는 없다고 했습니다. 매년 매 계절 소벌의 모습은 바뀌는 것입니다. 은은하게 물든 소벌의 가을은 마치 스펀지처럼 제 마음에 찌든 도시의 소음과 매연을 빨아들이는 것 같았습니다. 저자도 책에서 그런 말을 한 것 같습니다. 이곳에 두 시간만 가만히 앉아있으면 몸과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 같다고 말입니다.

토평천 습지 갈대밭 사이를 걷는 실비단안개님


누렇게 물든 갈대와 노릇노릇하기도 하기도 하고 불굿불긋하기도 한 습지의 생물들이 만들어내는 장관에 우리는 흠뻑 빠졌습니다. 그때 여러 명의 아저씨와 아주머니로 구성된 관광객들이 우리에게 길을 물었습니다. 그분들은 승합차를 타고 오셨는데 전망대를 찾아간다고 했습니다. 전망대는 반대편에 있었습니다. 친절한 성품의 저자가 세세하게 길을 이러주었지만, 그들은 질러서 빨리 갈 수 있는 길이 없다는 사실에 짜증만 내고 있었습니다.

습지는 아는 만큼만 보여준다.

그들의 눈에는 바로 앞에 펼쳐진 천상과도 같은 그림이 보이지 않았나 봅니다. 천상의 그림 속에서 왜가리며 쇠오리들이 부르는 노랫소리도 들리지 않았나 봅니다. 그들은 어떡해서든지 공신력 있는 관청이 만들어놓은 전망대에 가서 우포늪의 장관을 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짜증을 내며 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웃음이 나왔지만 속으로만 흘리고 말았습니다.

결국 그분들은 고맙다는 말도 잊은 채 먼지를 일으키며 떠났지만, 무사히 전망대를 찾아 ‘공식적인’ 장관을 감상하며 즐거워했기를 빌었습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탐방관이나 전망대를 만들어놓고 자신들의 업적을 자랑하듯 자기들이 아는 우포늪을 열심히 홍보하는 정치관료들이 고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소벌은 이렇게 평화로운 자태를 유지하며 자기를 알아보는 사람들에게 매번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수 있는 게 아닌가하고 말입니다.

소벌 너머 보이는 화왕산 정상 오목하게 패인 넓은 평원에도 산지늪지가 있다. 촬영장소는 나무갯벌(목포)


소벌은 너무나 넓었습니다. 하루에 다 둘러보기에는 무리였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근처에 1박 하면서 차분히 둘러보아야 소벌의 진짜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하룻밤 이곳에서 묵을 수 있다면 깜깜한 소벌의 물위에 떠오른 달과 별을 볼 수 있는 행운도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새벽을 타고 들어오는 아침햇살이 채 반짝이기 전에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더 없는 행복일 것이라고 저자는 말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1970년대에 습지를 메워 농토를 개간한 기념비를 둘러보았습니다. 1986년에 세워진 이 향군건설기념비에는 거대한 습지를 둑을 쌓고 메워 땅으로 만든 역사가 고스란히 적혀 있었습니다. 역사의 주인은 재향군인회였던 모양입니다. 당시는 박정희 유신정권이 있었던 시대이므로 매우 힘 있는 조직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일대는 원래 ‘사물포’라는 습지였는데 1963년에 시작해서 1971년에 공사가 완성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덧붙인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사물포 아래 ‘세거리벌’이라는 습지를 추가로 메우는 공사가 1979년에 완성됨으로써 이 일대 거대한 습지는 마침내 육지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기념비가 있는 곳에서 모퉁이를 한 번 돌아가자 바로 창녕 읍내가 나왔으니 오래 전에는 이 일대의 습지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했으리라는 짐작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경남도는 논이 된 과거의 습지를 다시 되살려 천변저류지를 조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습니다. 실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정일 처 성혜림 생가. 사진출처=까페 '들꽃풍경' http://cafe.daum.net/iyippo


소벌 입구에 우뚝 솟은 거대한 김정일 처의 생가 

고속도로를 찾아 나오는 길에 소벌을 들어서던 입구에서 언뜻 보았던 거대한 고가를 다시 만났습니다. 저자는 저곳이 창녕 성씨의 고택으로 성혜림의 조상들이 살던 집이라고 했습니다. 성혜림도 저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고 했습니다. 99칸짜리 대궐 같은 집이라고 했는데, 일견해 보기에도 대원군이 살던 운현궁보다 훨씬 거대해 보였습니다.

가만, 성혜림? 많이 들어본 이름이었습니다. 바로 김정일 조선로동당 총비서의 아내이며 가끔 TV에 나타나 기행으로 물의를 일으키던 김정남의 어머니였습니다. 1억 5천만년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창녕에 또 다른 현대사의 비밀이 숨어 있었습니다. 창녕, 정말 신비로운 곳입니다. 우리는 우스갯말로 그런 소리를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김일성이 일가도 부르주아였네?” 

이미 해는 떨어지고 사방은 어두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출발지였던 경남도민일보 앞으로 돌아온 우리는 금새 헤어지지 못하고 인근의 감자탕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모두들 멀리 가야 한다는 핑계로 술을 기피하는 통에 저 혼자 내어온 술을 다 마셨습니다. 그리고 채 식지 않은 감동에 겨워 일행들에게 쑥스러움도 잊어버리고 말했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한지가 채 두 달밖에 안 된 올챙이라 포스팅 주제 때문에 고민이 많았는데, 오늘 해결이 됐네요. 앞으로 습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써 볼 생각이에요. 김훤주 기자가 쓴 『습지와 인간』을 따라 답사하듯 하면 그리 힘든 일도 아닐 거여요. 환경운동이 뭐 별건가요?”

그런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고민입니다. 저 혼자 만족하자고 취재하고 포스팅하는 게 아니라면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고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터인데, 그런 재주가 제겐 턱없이 부족합니다. 은밀하고 신비로운 자태를 내어준 습지에게도 체면이 아닙니다. 그래도 앞으로 시간 내어 해보렵니다. 누라 뭐라고 하든지 보람 있는 일이 아니겠느냐고 아직은 식지 않은 감동이 제 마음 속에서 속삭이는 한 말입니다.  

2008. 11. 5.  파비
습지와 인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김훤주 (산지니,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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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