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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10 80년광주로 돌아간 이시대에 "거꾸로 희망이다?" by 파비 정부권 (3)
원래 쓰려고 했던 제목은 이것이 아니었습니다. <시사IN에서 만들어낸 책, 거꾸로 희망이다>, 이렇게 제목을 잡으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알라딘에서 보내준 이 책을 읽는 동안에 30년 전에나 일어났을 사태가 2009년 오늘에 일어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물론 그 목격은 텔레비전을 통해서 했습니다. 현장에 있지 않아도 현장의 비참함이, 참혹함이, 전쟁 같은 공포가 먹구름처럼 제 가슴을 뒤덮었습니다.
 
거꾸로, 희망이다 - 10점
김수행 외 지음/시사IN북


80년과 다른 것이 있다면, 아직은 방송사 언론들이 완전히 죽지 않아서 경찰의 폭력 장면을 여과 없이 볼 수 있다는 것일 겁니다. 그렇습니다. 그것은 폭력이었습니다. 국가에 의해서 자행되는 무자비한 폭력, 이 폭력은 합법인지 불법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습니다. 쌍용차 노조가 진압된 후(모두들 협상 타결로 대타협을 했다고 하지만 제 눈엔 진압입니다) 노조 간부들은 수십 명이 구속 됐습니다. 그러나 무기를 들고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이 포착된 경찰 중 구속된 자가 있다는 기사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엊그제 어떤 진보 인사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이명박 정권이 민주주의를 역진 시키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파쇼라고 부르기엔 좀 그렇다고 했습니다. 사실은 그는 제가 속한 진보신당의 지역당 위원장입니다. 그에게 이런 말을 가끔 들은 바가 있긴 했었지만, (평소 그를 존경스럽게 생각함에도 불구하고)이날은 도저히 그 말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이 파쇼가 아니면 도대체 어떤 때를 파쇼라고 불러야 할까? 그렇게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80년 광주의 봄처럼 꼭 대검과 총으로 시민을 살육해야만 파쇼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러나 쌍용차 공장 지붕에서 벌어진 사태는 경찰들이 대검과 총만 안 찼다 뿐이지 80년 광주의 상황과 다른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광주에서 무자비한 살육이 전개되고 있을 때 저는 고등학생이었지만, 우리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학교에 잘 다녔고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았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건 그렇지 않았던 분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평택에서는 전쟁의 광풍이 휩쓸고 수많은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평온하게 살아갑니다. 그리고 정권은 평택의 쌍용차 노조는 폭도일 뿐이며, 이 폭도들을 진압한 것은 국가의 안녕을 위해서 당연한 것이었고, 이제 대한민국은 평온을 찾았다고 말합니다. 이런 시나리오는 80년 광주항쟁 때나 2009년 평택 쌍용차사태나 다른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사진@김주완 김훤주의 지역세서 세상보기


대한민국은 이명박 씨를 대통령으로 뽑은 이후 절망적인 상태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명박 씨가 스스로 자랑했던 경제를 살리겠다는 약속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747? 그런 것이 있었습니까? 그런 따위는 미국의 보잉사 공장에서나 찾을 일입니다. 이명박 씨가 한 일은 경제를 살린 것이 아니라 경제를 시궁창에 쳐 박은 일입니다. 시사IN이 펴낸 책 《거꾸로 희망이다》에서 김수행 교수는 한국 경제의 현실을 공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공황이란 것이 무엇입니까? 자본주의에 공황은 흑사병처럼 무서운 것입니다. 케인스가 등장하기 전에 이 공황은 10년을 주기로 발생했습니다. 양차 세계대전도 실은 이 공황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아니, 직접적인 계기였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선진 제국들은 자본주의를 수정해서 국가가 경제에 개입하는 수정자본주의(혹은 수정사회주의) 정책을 썼습니다. 그래서 10 년을 주기로 일어나던 공황을 이연시키거나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그 무시무시한 공황에 한국 경제가 빠졌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경제만 공황에 빠진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도 공황에 빠진 것입니다. 《거꾸로 희망이다》는 공황에 빠진 한국의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책입니다. 경제가 공황에 빠진 것은 국민이 합심해서 열심히 일하면 헤쳐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황에 빠진 민주주의는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국민이 합심하고 싶어도 합심하지 못하도록 정권이 방해하는 것이 예사입니다.

쌍용차사태에서 우리는 그걸 보았습니다. 대화와 타협으로 상생의 길을 찾도록 이끌어야 할 정부가 앞장서서 대화와 타협에 폭력을 가합니다. 정부와 자본이 책임져야 할 경제공황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면서 "너희들이 죽지 않으면 회사를 살릴 수 없다!"고 엄포를 놓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참으로 비통함을 느낍니다. 많은 국민들 중에 이런 이데올로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분들도 있겠지만, 도대체 그 죽어야 할 사람들에게 살아나는 경제가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이토록 절망적인 민주주의가 공황에 처한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우리나라의 대표적 지성인 여섯 사람을 또 다른 여섯 사람의 지성인들이 인터뷰하고, 강연하고, 질문하는 형식으로 만들어 낸 책이 바로 《거꾸로 희망이다》입니다. 제일 먼저 이문재 시인이 녹색평론 대표 김종철 교수에게 '생태적 상상력'을 묻습니다. 그 다음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이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에게 '위기의 심리'에 대해 질문합니다. 

정치경제학 전문가인 김수행 교수와 정태인 교수가 '자본의 미래'를, 우석훈 교수가 조한혜정 교수에게 '문화적 상상력'에 대해 묻습니다. 시민운동가 하승창이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함께 '대안경제'에 대한 해법을 상상해봅니다. 정해구 교수는 서중석 교수와 함께 '역사의 위기'에 대하여 토론을 벌이고 "역사는 후퇴하는 게 아니라 에돌아갈 뿐"이라는 결론을 끌어냅니다. 책은 대화체로 되어 있습니다. 원래 여섯 차례에 걸쳐 진행했던 강연회를 책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그런 만큼 딱딱하지 않습니다. 편안합니다. 연사로 등장하는 열두 사람의 주장도 간결하고 부드럽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절망적인 현실에서도 이 책의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거꾸로 희망이다!"에 대한 희망이 진실로 느껴지는 듯합니다. 이 글의 초두에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 책을 읽는 중에 쌍용차 무력 진압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무자비한 폭력에 거의 백기투항하다시피 한 노조와 협상을 벌여 대타협이란 것이 이루어졌습니다.  

분노와 절망으로 숨조차 쉬기 어려운 감정에 휩싸인 내게 이 책의 제목은 정말 사치스러웠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거꾸로 희망'이란 말이야!" 정말이지 책을 집어던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숨을 가다듬고 책을 끝까지 다 읽었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역시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 책의 연사들 덕분입니다. 게다가 이 책이 진실로 "거꾸로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살인진압규탄 농성중인 강기갑 의원에게 떠나기를 요구하는 사진속 여인들의 뒷모습에서 측은함보다는 비정함을 느낀다.


그러나 사실은 아직도 무엇이 희망이라는 것인지에 대해선 정확하게 모르겠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사실은 그렇습니다. 아직도 무엇이 희망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바로 이 글 앞에 포스팅했던 <쌍용차아내모임, "제발 그들을 죽이도록 내버려 두세요">에서 보았듯이 산 자의 아내들이 쌍용차 정문에서 돗자리를 깔고 살인진압을 규탄하며 농성을 하고 있는 강기갑 의원을 찾아가 떠나기를 강요하는 것이 이 시대의 현실입니다. 

나는 그녀들, 산 자의 아내들의 비정한 모습에서 인간의 이기심이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가 하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거꾸로 희망"이 있다는 열두 연사들의 열띤 웅변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미심쩍어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말 희망이 있는 것일까? 책 속에 그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청중의 한 분이 김종철 교수에게 질문합니다. "선생님, 혹시 최근 신문과 방송에서 가장 히트치고 있는 광고가 뭔지 아십니까?" "아니요 잘 모릅니다." "죽었을 때 매장해주는 거. 상호부조회사." "네, 주로 케이블TV에서…." 

옛날에는 사람이 죽으면 마을 공동체가 모두 모여 장례를 치르고 매장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매장을 책임져주는 공동체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모두 개인의 일입니다. 이제 사람은 돈이 없으면 자유롭게 죽을 자유마저도 없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정말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일까요? 이 책의 연사들은 그렇다고 답합니다. "거꾸로 희망이다!"라고 말합니다. 아직 나는 그 말이 실감나게 가슴에 와 닿지는 않지만, 믿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어볼 작정입니다. 차분하게 숨을 가다듬고… "정말 거꾸로 희망일까!", 해답을 찾아보기 위하여. 여러분도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파비

본 도서 리뷰는 TISTORY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