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1.12.30 김문수 경기지사가 남양주소방서에 가는 이유? by 파비 정부권 (4)
  2. 2010.03.11 '추노' 배신자의 명분, "범을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by 파비 정부권 (7)
  3. 2008.11.25 김민석 구속, 사필귀정 아닐까요? by 파비 정부권 (25)
  4. 2008.10.26 국가변란을 떳떳이 말하는 돈키호테 by 파비 정부권 (11)

실로 인간쓰레기의 첨단을 보는 것 같아 착잡하다. 인간이 변해도 어쩌면 저리도 추하게 변할 수 있을까. 김문수 이야기다. 그는 한때 노동운동가였다. 노조위원장도 했다. 노동운동권 중에서도 가장 과격하다는 서노련(서울노동운동연합)을 결성하는데 주도적으로 참여한 극렬좌파였다.

노동자 서민의 정치세력화를 꿈꾸며 이재오 등과 함께 민중당을 창당하기도 했다. 거기서도 그는 노동위원장을 지냈다. 그런 그가 김영삼을 따라 호랑이를 잡겠다며 민자당(한나라당의 전신)에 기어들어가 국회의원을 두 번인가 세 번인가 하고 마침내 경기도지사가 됐다.

“아, 나 경기도지사 김문숩니다.”

이건 김문수가 시장통에서 지나가는 일반 시민들에게 건네는 인사말이 아니다. 다들 들어서 알겠지만(보아하니 김문수의 이 희한한 콩트를 못들은 대한민국 국민은 거의 없는 듯하다) 119 긴급전화에 대고 한 소리다. “나 경기도자사 김문숩니다.”

▲ 김문수 패러디

그래서 어쩌라고?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당시 소방관은 “나 경기도지사 김문수다”는 이 전화를 장난전화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천만에 말씀. 내가 그 소방관이었다면 그게 진짜 김문수인 줄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래 김문수인 건 알겠는데 그래서 어쩌라고? 빨리 용건을 말해 짜샤. 이거 굉장히 긴급할 때만 쓰는 전화야. 지금 내가 너하고 횡설수설하고 있을 시간 없다고. 너 때문에 진짜 긴급한 구조가 필요한 사람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거 몰라? 이 호랑말코야.”

정말이지 김문수는 이런 모욕을 당하지 않은 것을 천만다행으로 알아야 한다. 소방관은 너무나 차분하고 부드러운 어조로 계속해서 용건을 말하라고만 할 뿐이었다. 오직 이유 없이 열을 낸 것은 김문수였다. 녹음파일을 들어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겠지.

“이 짜식 이거 지가 경기도지사라고 했으면 벌떡 일어서서 ‘네, 지사님. 소방교 박○○, 근무 중 이상무, 삼가 인사 올립니다’ 이렇게 벌벌 떨어야 정상인데 안 그러니까 열 받은 거잖아. 치사한 새끼. 저런 인간이 도지사라니 나라 말세다.”

실제로 김문수는 소방관에게 계속 “내가 도지사 김문수라고 했는데 왜 인사 안하는 거야? 너 이름이 뭐야? 뭐하는 놈이야?” 이런 식으로 시비를 걸었던 것이다. 그렇다. 김문수는 일개 소방관이 자기를 몰라보는 불손한 행위가 괘씸해서 시비를 걸었던 것이다. 만인의 안전이 달린 119 전화통을 붙들고서.

김문수는 결국 전화를 받았던 두 명의 소방관을 멀리 타지로 전보발령을 내 쫓아내버렸다. 그러나 여론이 안 좋아지자 다시 그들을 원직으로 복귀시켰다. 그렇지만 그는 반성한 것이 아니었다. 자기는 잘못한 것이 없단다. 잘못은 소방관이 했단다. 소방관이 무얼 잘못했을까?

“나 김문수다.”

“그래 알았어. 그럼 어서 용건을 말해. 무슨 사고가 난 거야? 얼른 구해줄게.”

“어 이 자식 봐라? 내가 도지사라고 했는데도 그런 식으로 나올 거야? 나 도지사야, 도지사.”

“그래 알았다니까. 그러니까 얼른 어떤 위급한 상황인지 말하란 말이야.”

“나, 도지사라니까. 얌마 너 이름이 뭐야? 관등성명 대.”

“……”

“너 이름이 뭐야, 빨리 안 대?”

좋다. 김문수 말마따나 소방관이 잘못 응대한 거라 치자. 소방서에는 일종의 119 전화응대 매뉴얼 같은 것이 있을 것이다. 그럼 이건 어떨까? 내가 똑같은 방식으로 119에 전화를 건다. 그리고 이렇게 한다.

“어, 나 시민 정◯○입니다”

“네, 말씀해주세요”

“나 시민 정정◯○이라니까?”

“네, 그러니까 말씀해주세요”

“얌마 나 시민 정◯○이야. 너 누구야? 관등성명 대봐. 빨리 말 안 해?”

그러면 그 소방관은 끝까지 전화 끊지 않고 나와 입씨름 하고 있어야 될까? 그리고 김문수 씨. 당신은 어째서 두 번째 전화를 받은 소방관은 자기 이름과 관등을 밝혔는데도 용건을 말하지 않고 계속 시비를 걸었던 것인가? 문책을 받아야 할 것은 당신 아닌가?

김문수 지사가 오늘 남양주소방서를 방문한다고 한다. 두 명의 소방관도 만나겠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김문수가 정신 차리고 사과하러 가는 줄 알았다. 그랬더니 웬걸? 질책과 교육 차원에서 가는 것이란다. 허허, 이건 뭐, 성질 더러운 건 알았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김문수 씨. 당신 지금 큰 착각하고 있는 거야. 소방관들이 장난전화인 줄 알았다고? 아니야. 당신인 줄 알았어. 당신이 경기도지사인 건 알겠는데 그래서 어쩌라고? 그래서 용건을 말하라고 했잖아. 그런데 왜 용건을 말 안 하고 시비를 거느냐고. 그래서 끊은 거야. 이게 잘못이야?

극렬좌파 노동운동가이던 김문수가 한나라당에 겨들어가 금뺏지 달고 제일 먼저 한 일이 무엇일까? 근로자파견법, 정리해고법 같은 노동악법을 날치기 통과시키는데 앞장을 서는 것이었다. 원래 배신자가 가장 악랄할 법이다. 왜? 새로운 진영에서 인정을 받아야 하니까.

한때 주사파의 대부로 평양에도 수차례 들락거렸다는 강철서신 김영환과 최홍재, 홍진표 같은 자들이 뉴라이트를 만들어 가장 처절하게 주사파와 싸우고 있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배신자는 누구보다 잔인하게, 누구보다 앞장서서 자기가 원래 있던 곳을 철저하게 짓이겨야 한다. 그래야 산다.

김문수도 이 평범하고 당연한(?) 진리를 모르지는 않았을 터. 그는 철저하게 변했다. 나중에는 노동3권을 행사하는 노동자들을 향해 욕설까지 퍼부었다. 그리하여 그는 마침내 인정 차원을 넘어 아예 스스로가 확실하게 변했다. 그게 오늘 바로 이 모습이다.

“나 경기도지사 김문사야. 얌마, 너 누구야? 이름이 뭐야? 관등성명을 대란 말이야.”

그래, 이쯤 되면 인간 김문수와 더 이상 옳니 그르니 입씨름하는 것은 시간낭비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짚고 넘어가자. 내가 볼 때 해당 소방관들이 한 행위는 상을 줘야 할 일 아닌가? 도지사임을 알았음에도 꿀리지 않고 당당하게 응대했으니 얼마나 훌륭한가?

▲ 인터넷에 돌고 있는 김문수 패러디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에 돌고 있는 다음 일화를 살펴보고 한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김문수 당신이라면 어땠을까? “당장 구속시켜!” 이러지 않았을까? 결국 두 소방관 중 한명이 내부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자신의 무례를 사과했다고 한다. 참 슬픈 일이다.

지난 9월 미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파병군이었던 예비역 다코타 마이어에게 미국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을 수여키로 결정했다. 2009년 아프간 현지에서 위기에 처한 36명의 동료를 구조하고, 4명의 시신을 수습한 공로를 인정한 것이다. 이 소식을 알리기 위해 오바마는 건설노동자로 근무 중인 마이어가 일하고 있는 회사로 직접 전화했다. 하지만 마이어는 “지금은 근무 시간이라 전화를 받을 수 없다. 몰두해 일을 하지 않으면 봉급을 받을 자격이 없어진다”며 “점심시간엔 통화가 가능하니 그 때 전화해달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점심시간까지 기다린 후에야 마이어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 훈장 수여식이 있던 날, 오바마는 마이어에게 “내 전화를 받아줘서 고마웠네”라며 웃었다. “대통령과 함께 맥주를 마시고 싶다”는 마이어의 부탁도 들어줬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조선비의 변절, 송태하를 배신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선비의 변절은 예상된 것이었습니다. 그가 혁명 운운할 때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혁명이란 무엇입니까? 세상을 바꾸는 것입니다. 그냥 정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제도를 바꾸는 것입니다. 조선시대로 말하자면, 신분을 타파해 양반과 상놈의 구분을 없애는 것입니다. 남자와 여자의 구별을 없애는 것입니다. 그게 혁명이죠.

회유에 흔들리는 조선비. 한일자를 그려보지만, 결국 그는 변절할 운명을 타고났다. 왜?


그러나 조선비의 혁명은 무엇입니까? 정치에서 소외된 자기들이 정권을 잡는 겁니다. 역모지요. 우리는 이것을 반란이라고도 하고 쿠데타라고도 말합니다. 한때 이런 쿠데타를 혁명이라고 부른 때도 있었습니다. 5·16혁명을 기억하시는지요? 군사쿠데타 세력이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 쿠데타를 반란이라 하지 않고 혁명이라고 불렀었지요.

5·16혁명은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지만, 우리는 혁명에 대해 너무나 많이 듣고 배워 마치 우리가 혁명시대를 직접 경험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5·16혁명 기념탑이 세워진 학교에서 공부하기도 했으니 그런 착각은 더 심했을 겁니다. 그런데 세월이 꽤 흘러 제법 나이가 든 제 귀에 조선비와 송태하가 논하는 혁명이 들립니다.

그들의 혁명도 혁명일까? 물론 아니라는 것은 모두들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혁명은 혁명이 아니라 야욕에 불과할 뿐입니다. 송태하의 혁명은 나름 대의명분이란 기본을 깔고 있긴 합니다만, 역시 혁명은 아닙니다. 처음에 송태하가 소현세자의 심복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그가 서양문물을 접하고 반상의 차별이 없는 새로운 세상을 구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송태하의 대의명분도 뚜렷한 게 없어 

그러나 차츰 그런 기대는 무너졌습니다. 그가 구하는 것은 뜬구름 같은 대의명분이었습니다. 사실 송태하의 대의명분이 무엇인지도 뚜렷하지도 않습니다.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는 것? 그건 정치를 하는 사람이면 늘 하는 말입니다. 도대체 어떤 백성이 어떻게 도탄에 빠졌다는 것인지에 대해 그리고 어떻게 구하고 어떤 삶을 주겠다는 것인지에 대해 송태하는 별 의식이 없습니다.

조선비나 송태하는 모두 이들처럼 서민들은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로 유희를 즐기는 선민(양반) 출신이다.


왕이 바뀌면 세상이 바뀔까요? 언년이의 물음에 송태하는 바뀔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어떻게 바뀐다는 것인지에 대해서 아무런 힌트가 없습니다. 만약 송태하의 혁명이 성공해 원손이 왕이 된다고 가정하고서 바뀐 세상을 한 번 그려보시지요. 어떤 세상이 그려질까요? 애석하게도 제 머릿속엔 아무 세상도 그려지지 않습니다.

이에 비해 조선비는 오히려 명확한 것이 있습니다. 그는 확실한 출세주의잡니다. 그가 생각하는 혁명은 정권을 뒤집고 권력을 장악하는 것입니다. 그것 밖에 없습니다. 그는 세상을 바꿀 생각도 없으며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할 생각도 없습니다. 그에게 있어 명분은 오로지 스스로가 정권을 잡는 것입니다. 정권만 잡으면 모든 명분은 그의 것이 된다고 믿습니다.

이경식은 그런 조선비의 심중을 제대로 꿰고 있습니다. 그가 보았을 때 조선비의 변절은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할 뿐 이미 예정된 것입니다. 그 몇 가지 조건 중 하나가 바로 송태하와 송태하의 부하들이 모두 죽었다는 것입니다. 그가 꿈꾸던 혁명, 아니 야망의 비전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려주면 좌절하고 결국 투항할 것이란 사실을 노회한 이경식은 잘 알고 있습니다.

조선비의 자존심은 출세에 눈먼 허영심

그리고 이경식은 조선비가 얼마나 자존심―허영심의 일종인―이 센 인물인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자존심 때문에 조선비가 더 쉽게 무너지리란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내 밑에 들어와 자네 큰 뜻을 펼쳐 보이시게." 결국 이 한마디에 조선비는 무너졌습니다. 그는 혁명 동지들의 명단을 이경식에게 넘깁니다. 그리고 그 대가로 관직을 얻게 되겠지요.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결국은 회유에 넘어가는 조선비. 혁명 동지들의 명단을 이경식에게 넘기고 출세의 길을 선택한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송태하가 서울로 올라간다는 건 불을 지고 섶으로 뛰어드는 꼴이 될 겝니다. 하긴 이제 드라마 <추노>도 막판 라운드에 돌입했으니 마지막 반전이 피치를 가할 때도 되긴 했습니다. 송태하만 위험해지는 건 아닐 겁니다. 이미 월악산 영봉의 존재를 간파한 황철웅이 군사를 이끌고 짝귀의 산채로 향하고 있으니 대길 패거리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러나 아무튼 저는 조선비의 변절과 배신 보면서 옛날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날에도 무수히 보아왔던 일들이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 실세라고 세상이 인정해주는 이재오 전 의원과 경기도 지사 김문수는 한때 운동권이었습니다. 김문수는 80년대 어떤 조직보다도 과격한 노선을 표방했다는 서노련(서울노동운동연합)의 멤버이기도 했었지요.

서노련에서 그는 심상정(전 진보신당 대표)이나 박노해 같은 인물들과 동지였습니다. 물론 오래 전 과거의 일이지요. 그리고 얼마 안 있어 김문수는 이재오와 함께 민중당을 창당했습니다. 민중당의 목표는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이었습니다. 조봉암 선생의 진보당 이후 한국사회에서 사라진 진보정당을 재건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을 겁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민중당은 현실정치에서 실패했습니다. 1992년 선거에 참여했지만, 유의미한 득표를 얻는데 실패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이들은 흩어졌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민중당의 최고위급들, 이재오나 김문수 같은 이들이 흩어졌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에게 한나라당(당시 민자당)의 손길이 뻗쳤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조선비처럼 한나라당의 품에 안겼지요.

적을 이용해 적을 잡는 수법을 즐기는 이경식, 과연 정치9단이다.

아마 당시 이들에게 손을 내민 사람은 민자당 대표였던 김영삼이었을 것입니다. 만약 이재오나 김문수를 조선비에 견준다면 김영삼은 이경식이 되는 셈입니다. 그러고 보니 정치9단이라 불렸던 김영삼이었으니 이경식에 비교해도 별 무리는 없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아니 어쩌면 작가는 한나라당과 김영삼, 이재오, 김문수를 염두에 두고 조선비의 변절을 그렸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김문수가 민자당(현 한나라당)에 들어가며 했던 말이 생각나는군요. "나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굴로 들어간다." 조선비도 아마 똑같은 심정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나도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굴로 들어간다." 그러나 조선비의 운명은 김문수나 이재오가 그랬듯 호랑이를 잡는 것이 아니라 호랑이 젖을 먹고 스스로 맹수가 될 운명을 선택한 것일 테지요.     

어찌 되었건 예상된 변절이었지만, 씁쓸한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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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커서님. 원래 커서님께서 쓰신 “김민석도 못지킨 등신 민주당 http://geodaran.com/898” 에 댓글로 달려다가 기회를 놓쳤던 것을 조금 늦었지만 새삼스럽게 포스팅으로 대신합니다. 사실은 커서님과의 안면 때문에 김민석이는 지킬 필요가 없다는 투의 댓글 달기가 그리 쉽지가 않더군요.


어제 민주당 최고위원 김민석이 구속됐습니다. 민주당은 김민석을 포기하면서 사법부와 대립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핑계를 달았지만, 사실은 그의 구속을 막을 명분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이제 무조건 정권의 탄압을 빌미로 자기 당파 국회의원의 비리를 감싸줄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간 것 같습니다.

저는 김민석의 죄과에 대해 판단할 자료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가 실제로 검은돈을 받았는지 여부는 법정에서 가릴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그는 최대한 자신을 위해 변호를 할 것이고 검찰은 그의 범법사실을 밝혀 감옥에 오래도록 쳐 넣으려 하겠지요. 그러면 되는 것이고, 그뿐입니다.

그런데 왜 쓸데없이 김민석 이야기를 하느냐고요? 김민석을 통해 변절한 좌파들의 말로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오늘날 유명한 정치인들 중에 변절한 좌파들이 많습니다. 한나라당만 하더라도 김문수, 이재오, 차명진,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인사들이 널려 있습니다. 여기다 요즘 뉴라이트의 수장 격으로 국회에 입성한 신지호를 추가해야겠군요.

그러고 보면 대한민국 정치는 여야를 통틀어 이들 좌파 출신들이 주름잡고 있는 듯 보입니다. 물론 그들은 이제 좌파가 아닙니다. 오히려 과거의 출신을 부정하려는 듯 극단적인 극우 성향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김문수 경기지사와 신지호 의원입니다.

김문수는 과거(1985년)에 심상정(현 진보신당 대표), 박노해(‘사회주의노동자동맹’ 중앙위원) 등과 서노련(서울노동운동연합)을 결성했던 인물입니다. 서노련은 당시 운동권에서도 대단히 급진적 노동운동 세력이었습니다. 그러나 김문수는 이재오와 함께 민중당을 통한 좌파정치세력화 실험에 실패하자 곧바로 한나라당에 입당해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는 자기 출신을 부정하듯 한나라당(당시 민자당)이 추진하는 노동법 개악에 앞장서기도 했습니다. 가장 과격하던 노동운동가가 노동운동을 향해 깃발을 꺾으라고 종용하며 탄압하는 처지로 뒤바뀐 것입니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신지호는 1980년대 후반 울산에서 활동하던 노동운동가였습니다. 울산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출신이며 87년 노동자투쟁의 상징인 권용목을 뉴라이트로 끌어들인 것도 이때의 인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는 한때 지하조직 ‘사회주의자연합’(이후에 ‘한국사회주의노동당’으로 발전)의 중앙위원이며 지역대표였습니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변절해서 주체사상을 최초로 남한에 전파했다는 ‘강철서신’의 김영환, 맹렬 주사파 출신 홍진표, 최홍재 등과 함께 ‘자유주의연대’란 조직을 만들어 뉴라이트 운동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공을 인정받아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

그럼 오늘의 주인공 김민석은 어떻습니까? 그는 서울대 총학생회장이며 전대협과 한총련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전국학생총연합(전학련)의 의장 출신입니다. 그는 또 1985년 미문화원 점거 농성으로 유명해진 인물입니다. 아마 전대협이나 한총련 출신들에겐 거의 신적 존재였으리라 생각합니다.

1985년의 미문화원 점거농성 사건은 NLPDR(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론)을 노선으로 하는 민족해방파(또는 ‘자주파’)가 학생운동의 주류로 등장하는 계기였습니다. 그만큼 학생운동에서 차지하는 김민석의 영향력이 대단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후에 그가 보여준 모습은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었습니다.

10여 년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광주 518전야제에서 일어난 386 국회의원들의 단란주점 추태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했던 적이 있습니다. 상대방은 방북사건으로 유명한 임수경이었습니다. 임수경이 무려 다섯 시간 동안 518 전야제 사회를 보고난 다음 선배들이 있는 곳으로 불려갔는데, 광주의 한 단란주점이었습니다.

그곳에는 김민석, 송영길, 우상호, 박노해, 정범구 등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민주당 의원들이었습니다. 물론 남자들이 모여 단란주점에 갈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 아가씨를 끼고 술을 마실 수도 있겠지요. 바깥에선 성인군자인 척 하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해가 지면 끼리끼리 어울려 그런 밤의 환락을 즐기는 게 요즘 세태라는 걸 부정할 순 없습니다. 조선시대가 아니니까요.

그러나 낮에는 검은 양복에 검은 넥타이를 매고 망월동을 참배하던 그들 386출신 국회의원들이 518 영령들을 추모하는 전야제가 벌어지는 그 시각에 단란주점에서 아가씨를 끼고 노래 부르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는 걸 누가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그 자리에서 이년저년 소리를 듣고 임수경은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그녀가 공개편지를 통해 세상에 까발려 알려진 것입니다.

이들의 정신은 이미 썩어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김민석은 얼마 후 그 썩어 냄새가 진동하는 적나라한 모습을 온 세상에 다시 한 번 보여줍니다. 바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의 등에 칼을 꽂을 때입니다. 노무현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그는 탈당해서 정몽준의 품에 안깁니다. 그 이후 김민석은 이인제의 뒤를 잇는 철새정치인에 그 이름을 올리는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그는 영원히 정치판에서 추방되는 듯 보였지만, 열린우리당의 해체와 통합민주당의 출범과 같은 혼란기를 틈타 재기에 성공합니다. 그러나 다시금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이번엔 돈 때문입니다. 2002년에 그가 정몽준에게 갔을 때도 돈 때문에 그랬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확실히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살아온 궤적과 정몽준은 너무 안 어울렸기 때문이지요.

제가 보기엔 김민석은 이번 기회에 영원히 정계에서 추방당할 것 같습니다. 만약 법정에서 그의 범죄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다시 재기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될 겁니다. 그가 구속되는 모습을 보며 연민을 느끼기도 합니다만, 사필귀정 아니겠습니까?

커서님의 의도가 김민석을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 일관된 원칙과 투쟁성을 상실한 민주당을 비판하는 것임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김민석 이야기가 나오니 그저 옛 기억이 떠오르는데다가, 김민석과 같은 사람이 다시는 이 나라 정치판에 나타나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에서 몇 자 적어 올립니다. 더구나 김민석은 민주당에도 별 도움이 안 되는 인물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변절한 좌파 또는 운동권 출신 중에 원래 우익보다 훨씬 극우로 변했거나 아니면 부정부패로 얼룩진 인사들을 가끔 봅니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같은 보수정치판이란 게 사람의 근본까지 바꾸는 모양입니다. 슬픈 일이지요. 그러나 정말이지 이런 사람들을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걱정이군요. 김민석이보다 더 기분 나쁜 신지호가 요즘 TV에 자주 나오니 말입니다.

커서님의 예리한 글은 잘 보고 있습니다. 계속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며칠 후 부산대에서 열리는 '정보문화포럼'에서 뵐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이만...

2008. 11. 25.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어제 중앙일보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풀려나온 오세철 교수에 대한 기사가 나왔습니다. 오세철 교수는 사회주의 노동자 연합(사노련) 운영위원장입니다. 또 과거에 민중정치연합 대표, 한국경영학회장, 연세대학교 상경대학장 등을 역임한 이력을 갖고 계신 분입니다. 

피카소의 돈키호테


그는 김문수, 이재오, 이우재 등과 함께 민중당 창당의 주역이기도 합니다. 중앙일보는 그가 인터뷰에서 다음과  주장했다고 보도했군요.

오 교수는 “운동권 안에서도 나는 원칙을 굽히지 않는 ‘꼴통’”이라며 한때 같은 꿈을 꿨던 현 여권 인사들을 비판했다. 그는 “나 빼고 1990년 민중당 창당 인사들이 지금은 다 이명박 밑에 가 있다”며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김문수 경기도지사에 대해 “서로 대통령이 되겠다고 (이명박 대통령) 오른팔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레닌 책 몇 권 겨우 읽은 사람들이 소련 붕괴로 우상이 무너져 버리니까 바로 변절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한국 사회엔 가짜 사회주의자들이 너무 많다”고도 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 대해 “국회의원 몇 명 더 만들어서 집권해 보겠다는 환상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오 교수는 “사노련과 나는 혁명에 실패한 북한이나 러시아 뒤꽁무니를 좇지 않는다”며 “유럽의 사회주의 운동사를 더 공부해 이론을 실천에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말 촛불 시위대가 청와대 앞까지 나갔을 때 시위대와 함께했던 그는 “그 같은 해방의 날이 또 올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10/25일자 기사 중 인용>


그러면서 구속적부심 판사에게 다사 잡혀가더라도 사회주의 활동을 계속하겠으며 국가변란이 목표라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이 기사를 보면서 착잡한 생각이 드는군요. 돈키호테 생각이 난 겁니다. 돈키호테는 메마른 세상에 꿈과 용기를 줄 수는 있겠지만, 거기까지인 거지요. 둘시네아 공주를 구출하기 위해 거대한 풍차를 향해 달려드는 돈키호테가 산초와 로시난테에게 남긴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물론 젊은 날의 이상을 버리고 변절하여 서로 이명박의 오른팔 되겠다는 김문수, 이재오나  뉴라이트를 대표해 국회의원이 된 신지호 같은 사람들보다야 오세철 교수가 훨씬 아름답습니다. 민중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던 자들이 소련의 붕괴로 우상이 무너져 내리자 바로 자본과 권력의 개로 둔갑하는 기괴한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사실 이 나라의 병폐가 아니던가요?
 
그래서 고집스럽게 자기 사상을 지키며 솔직하게 말하는 그가 신선해 보인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겠지요. 말하자면 그는 아직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순수한 돈키호테와 같은 사람이지요. 더욱이 국가보안법의 그늘에 숨어 자기 신념과 정체성마저 숨기는 비겁한 사람들과 비교하면 그의 태도는 숭고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세상이 결코 돈키호테 같은 이상주의자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돈키호테가 설령 꿈과 용기와 웃음을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세상을 바꾸는 데는 큰 힘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이미 철지난 혁명타령이나 하는 오세철 교수의 꿈과 용기로는 웃음조차 주지 못한다는 게 더 큰 문제지요.  

혹시 둘시네아 공주라면 세상을 향해 떳떳하게
국가변란이 목적이라고 말하는 돈키호테를 이해해줄 수 있을까요?

2008. 10. 26.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