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수'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2.03.17 김갑수, 민주-통진 비례공천 진보신당에 배워야 by 파비 정부권
  2. 2011.11.30 오늘만 같아라, 색다른 출생의 비밀 by 파비 정부권 (3)
  3. 2011.10.11 토크콘서트로 유신시대를 추억하니, 새롭네! by 파비 정부권 (4)
  4. 2010.04.01 신데렐라 언니, 문근영의 화려한 변신 by 파비 정부권 (10)

김갑수 민주통합당 창원시 의창구 후보가 페이스북에서 이렇게 말했다.

“진정한 ‘비례대표 사용법’, 진보신당에게 배워야 한다.”

진보신당이 청소노동자 출신의 김순자 씨를 비례대표로 뽑았다는 기사에 대한 일종의 논평이다. 나는 진보신당의 이 결정에 그렇게 크게 박수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오로지 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뽑힘을 받는 것이 나는 그리 흔쾌하지 않다.

미안한 얘기지만 지난 8년 동안 민주노동당(지금은 통합진보당)의 비례공천으로 당선돼 국회에 들어간 여성, 장애인, 노동자 출신 의원들이 무슨 일을 했나 뒤돌아보면 실로 민망하기 그지없다. 일각에서는 좀 심한 말로 “식물국회의원”이란 혹평까지 나온다.

그래서 진보신당의 결정이 당연한 결정이라 생각하면서도 걱정스러운 것이다. 여성, 장애인,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되 더불어 능력있는 활동가를 뽑는다면이야 잔소리할 이유도 없겠지만 지난 8년을 보면 썩 좋았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김갑수 후보가 쓴 논평은 정말이지 대단히 훌륭하다. 물론 나는 그가 내린 비례대표에 대한 개념정립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는다. 나는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민주통합당 역시 노동계급의 대표를 옹립하는 것이 전략적 차원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노동계급의 당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로 유력한 정당으로 성장한 노동당이나 사회당 같은 진보정당이라 하더라도 꽤 참신한 자본가, 기업가를 자기 당의 비례후보로 내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 국회는 삼부회도 아닌 것이다.

아무튼 그건 먼(혹은 가까운) 미래의 일이고, 당장 눈앞에 처한 현실정치에서 김갑수 후보의 일갈은 정말이지 감동을 넘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특히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청년비례대표들에게 그토록 공을 들였어야 했나” 하며 반성하는 대목에선 실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새누리당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상대로 약관의 청년후보 손수조를 내세우자 “듣보잡” “문재인 욕보이기” “어차피 질 거 깽판치자는 수작” 운운하던 분들이 민주당과 통진당의 비슷한 행태에 대해선 일절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800만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표가 국회에 단 한 명도 없다는 건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일 아닌가” 하는 그의 외침엔 진정성이 느껴진다. 김갑수, 정말 훌륭한 정치인이란 생각이 든다. 진심으로 그의 선전을 기원해주고 싶다.

진보신당은 비례대표 후보로 홍세화 대표를 비롯해 ‘희망버스’를 기획했다 구속됐던 정진우 당 비정규실장, 박노자 오슬로대 교수, 장혜옥 전 전교조 위원장 등을 공천했다고 한다. 아, 그러고 보니 김순자 씨가 비례대표 1번이라 뉴스가 된 것이었구나. 홍세화 대표가 2번.

김갑수 후보 페이스북에서 인용 
 

진정한 "비례대표 사용법", 진보신당에게서 배워야 한다. 전문가란 미명 아래 "검사, 판사, 변호사 등의 법조인 혹은 스펙 작렬인 대기업 임원이나 유명인 그리고 표를 의식한 약사, 의사, 끝으로 계파별 대표선수들" 명단 정리한 뒤 추천인사 권력 순으로 번호 매겨 담벼락에 포스터 붙이는 게 비례대표가 아니다.

이땅의 구성원들, 그중에서도 대의민주주의에서 완벽히 소외된 절대다수의 대표들을 그 비중만큼 국회로 진출시키는 것, 그게 바로 비례대표다. 생각해 보라. 800만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표가 국회에 단 한 명도 없다는 건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일 아닌가.

기사를 보며 과연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청년비례대표들에게 그토록 공을 들였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청년의 대표가 국회에 없어 청년들이 절망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분명히 그들의 대표가 국회에 없어 절망하고 차별받았다. 어떤 식으로든 배려 받아 마땅하다.

"청춘이란 그저 얼마를 살았는지가 아닌 마음의 상태"라고 봤을 때 기사 속 김순자 씨야 말로 진정한 청춘이요 청년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순자 씨야말로 젊디젊은 청년비례대표요, 비정규직 노동자대표다. 브라보 ! 

Posted by 파비 정부권

만약 어느 날 갑자기 ‘내 부모가 사실은 내 부모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기분이 어떨까? 그야말로 청천벽력.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가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런 소리가 들릴 것이다.

두 다리는 후들거리고 손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다 마침내 털썩하고 어딘가에 주저앉고 말 것이다. 현기증에 하늘은 노랄 것이고 가슴이 울렁거리며 구토증세가 일어날 것이다. 가슴이 미어지듯 쥐어짜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그런 감정, 밀려드는 배신감과 분노, 자기정체성에 대한 불안과 초조로 하늘에 붕 떠있는 느낌. 자신의 존재가 하염없이 작아지면서 갑자기 광활해진 우주의 어디에 몸을 맡겨야 할지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작은 몸이 덜덜 떨린다.

새 mbc드라마 <오늘만 같아라>에 그런 장면이 나왔다. 장지완은 30년 동안 누구보다 다정한 아버지였던 아버지가 사실은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자기를 낳아준 친아버지는 따로 있단다. 오 마이 갓. 이 무슨 드라마 같은 이야기란 말인가.

그런데 그 친아버지가 바로 자신이 사랑하고 결혼하고자 하는 여자 문희주의 외삼촌이라는 것. 그래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문희주와의 결혼을 그토록 반대했던 것이다. 이건 또 무슨 기구한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친아버지가 따로 있고 하필 사랑하는 여자의 외삼촌이라니.

자, 이쯤이면 대충 내용을 짐작했을 것이다. mbc의 이 일일드라마가 시작된 지도 이제 겨우 일주일을 넘겼으니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갑수와 김미숙이 나오는 드라마라 특히 관심이 간다. 김갑수는 김영철과 더불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남자배우 중 한명이다.

김갑수가 맡은 역은 장지완의 아버지 장춘복이다. 그러니까 장지완의 의붓아버지다. 하지만 장지완은 30년 동안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장춘복은 너무나 훌륭한 아버지였다. 장지완을 위해서라면 아버지 장춘복은 하늘에 별이라도 따다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친아버지가 아니었다니. 장지완의 가슴은 무너졌을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보는 장지완은 그렇게 무너지는 것 같지 않았다. 그는 매우 슬펐지만 냉정하게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역시 젊은 대기업 사원답다.

무너진 것은 장춘복이었다. 아내 윤인숙(김미숙 분)에게 아들에게 사실을 말해주라고 한 뒤-그래야 문희주와 결혼하겠다고 떼쓰지 못할 테니까-집에 들어가지도 못한다. 집주변 포장마차에서 만취한 장춘복. 하염없이 작아져 어디다 몸을 둬야할지 모르는 것은 그였다.

그는 두렵다고 했다. 어떻게 아들의 얼굴을 볼 것인가. 그는 아내에게 울면서 말한다. “이제 나는 아버지가 아니야. 나는 아들을 잃어버렸어.” 김갑수의 연기는 너무나 리얼해서 그만 나는 이것이 드라마란 사실조차 잊어버릴 지경으로 함께 슬펐다.

만약 나와 내 아들, 딸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내 가슴은 온전할 수 있을까. 잠시 그런 생각을 했지만 그건 정말이지 부질없는 걱정이었다. 왜? 나는 결단코 김갑수 아니 장춘복처럼 살지 않았을 것이니까.

도대체 장춘복은 왜 이다지도 고통스러운 삶을 결정했을까. 그게 궁금하다. 곧 하나하나 밝혀질 일들이겠지만 나로서는 도무지 할 수 없는 일을 장춘복은 했다. 아무리 윤인숙이 사랑스러웠더라도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는 남자는 세상에 그리 흔하지 않다.

생각해보았다. 나는 장춘복처럼 남의 아이를 가진 여자를 아내로 맞을 수 있을까? 답은 ‘없다’이다. 나는 결코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장춘복이야말로 위대한 성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죽은 친구의 아이를 가진 여자를 아내로 맞았다.

물론 그는 그녀를 더없이 사랑했을 것이다. 그래서 학생운동을 하던 친구 재호가 광주항쟁 때 죽자 그의 아이를 가진 그녀를 설득해 결혼했다. 그리고 그녀가 낳은 아이를 누구보다 사랑하며 평생을 바쳤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로지 아내와 자신뿐.

하지만 이제 아는 사람이 하나 더 생겼다. 바로 분신처럼 평생을 바친 사랑하는 아들, 장지완이다. 아들에게 말할 수 없는 사실을, 말해서는 안 되는 사실을 말해야 하는 장춘복의 심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도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을까?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최소한 이 이야기는 요즘 흔히들 써먹는 불륜, 이혼, 출생의 비밀 따위와는 질이 다른 것처럼 느껴진다. 80년대를 건너온 사람들의 생존투쟁과 훈훈한 인간미와 더불어 진한 아버지의 사랑이 저릿하게 전해져온다.

그건 그렇고 <천일의 약속>에서 박지형도 뛰어넘는 벽을 장지완은 뛰어넘지 못하란 법이 있을까. 고종사촌, 그까짓 게 뭔 문제라고. 그리고 법률적으로 장지완과 문희주는 아무 사이가 아니며, 게다가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세상에 단 세 명뿐이다.

비밀은 묻어두라고 있는 것이다. 당장은 장지완이 마음을 접은 듯하다. 하지만 그러면 드라마가 재미없어진다. 결국 이리 얽히고 저리 설키며 복잡하게 일을 꼬아갈 터. 그러다 어느 틈엔가 문제가 해결되면 우리는 오르가슴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아무튼, 어떻게 될 것인가? (관습의 벽을) 깨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ps; 아, 마지막 결론을 써놓고 보니 너무 앞서나갔다. 이래도 되는 건지.
내가 무슨 신라 진골도 아니고... ㅋ

Posted by 파비 정부권

이렇게 좋은 행사에 이렇게 사람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었다. 10월 8일 오후 3시, 경남민예총이 주최하고 주관한 토크콘서트 ‘노래 하나 이야기 하나’는 우리 지역에서는 실로 보기 힘든 기획이었지만 아쉽게도 행사장에는 사람이 별로 모이지 않았다.

대략 30여명이 듬성듬성 앉은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의 드넓은 객석은 썰렁하다 못해 황량해보였다. 하지만 사회자는 별로 주눅이 들지 않았다. 그는 “객석을 가득 메워준 청중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인사를 보냈다. 사회자는 김갑수였다.

사회자도 말했듯이 오해를 할 것 같아 미리 밝히자면 그는 탤런트 김갑수가 아니다. 그러나 그도 실은 방송인 출신이다. 아마도 기억하는 사람들은 기억하겠지만 그는 마산MBC에서 오랫동안 토크 프로그램 진행을 맡았던 사람이다. 그리고 그전에 그는 DJ(디제이) 출신이었다.

..... ▲ 사회를 맡은 김갑수 씨 @사진. 박영주 지역사연구가


노무현 후보가 대선에 출마했을 때 열린우리당 캠프에 합류했고 그로부터 한동안 서울에서 정치물을 먹던 그는 2008년 영국으로 건너가 유학생활을 하다가 최근에 귀국했다. 꽤나 길다고 할 수 있는 세월 마이크를 놓았던 그는 그러나 디제이 출신답게 여유가 있었다.

이날 김갑수 씨와 대화를 나눌 패널은 김용기 경남대 교수였다. 맨 먼저 김용기 교수가 불려나왔다. 놀랍게도 김용기 교수는 이전에 디제이 출신이었다고 했다. 그것도 잠깐 한 것이 아니라 무려 3년이나 디제이생활을 했다고 고백한 것이다. 젊은 시절의 3년은 노년의 30년과 맞먹는 세월이다.

▲ 김용기 경남대 교수 @사진. 박영주

그러고 보니 역시 김용기 교수의 토크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착 가라앉은 듯이 하면서도 낭랑한 목소리가 제법 디제이 출신답다. 게다가 그의 입술을 타고 술술 흘러내리는 대중음악의 역사는 “아, 이이가 진짜 디제이가 맞구나!” 하고 실감나게 만들었다. 두 사람은 죽이 척척 맞았다.

그리고 이어 불려나온 초청자 김의권 씨. 중간에 소개되어진 바에 의하면 그는 부마항쟁의 전설이라고 불리어지는 최갑순 씨의 남편이라고 했다. 여기서 잠깐 최갑순 씨에 대해 언급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어쨌든 이날 토크콘서트의 바탕에 깔린 주제는 부마민주항쟁이었으니까.

10.18부마민주항쟁 당시에 경남대 학생이었던 그녀는 옥정애 씨와 더불어 부마항쟁에 기름을 부은 사실상 주동자의 한사람이었다. 여러 증언들에 의하면 악바리 같은 그녀들 두 사람 때문에 남학생들이 “우리가 이래서야 되겠느냐” 하면서 결의를 다지고 거리로 뛰쳐나왔다고 한다.

이들 두 여학생은 10월 18일 시위 초반에 체포돼 이후 살이 찢어지고 뼈가 부서지는 고통을 맛보게 된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 두 사람과 더불어 몇몇의 경남대생들이 10.18 이전에 따로 유신반대시위를 모의했었다는 사실이다. 김모 신부의 증언에 의하면 10월 22일이 그날이었으며 이 모의에는 김의권 씨도 한다리 걸쳐있었다 한다.

▲ 김의권 씨 @사진. 박영주

아무튼 김의권 씨는 그런저런 인연으로 82년 최갑순 씨와 결혼했으며 장성한 아들과 딸을 두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했다. 이때 김용기 교수가 익살스럽게 끼어들었다. “보통 방송에서는 이 대목에서 전화 연결을 하던데?” 당황한 김갑수 씨 왈, “하 이거 여긴 지금 시스템도 안 돼 있고, 그렇다고 제 휴대폰으로 어떻게 해서 할 수도 없고….”

김의권 씨도 디제이 출신이었다. 그는 베테랑이었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왕년의 가수들은 우리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도록 만들어주었다. 마치 입안에 구슬이라도 몇 개 집어넣고 굴리는 듯이 미끄러지는 발음들. 옛날 트랜지스터로 초롱초롱하게 ‘별밤’을 들었던 이라면 알 것이다.

마지막 초청자는 이영범 씨. 이날 출연자들 중에서 유일한 현역이다. 그는 현재 마산 창동골목의 ‘청석골’이라는 주점에서 디제이를 하고 있다. 그리고 창동상인회에서 운영하는 음악방송에서도 디제이를 맡고 있다. 현재 이 방송은 인터넷을 타고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필자도 청석골에서 디제이를 하는 그를 본 적이 몇 번 있는데, 마치 이종환을 닮은 그러면서도 이종환보다도 더 매력적인 그의 목소리가 참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예의 미끄러지는 발음. 사실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나로 말하자면 외국가수의 그 미끄러지는 이름들이 경이로운 추억이다.

이영범 씨가 들려주는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은 실로 우리를 추억의 세계로 몰고 갔다. 암울했던 시절이었지만 마이클 잭슨의 이 노래는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을 매료시키며 위로를 주었던가. 그 노래를 들으니 아련한 학창시절이 다시금 선명하게 잡힐 듯이 떠오른다.

......▲ 직접 엘피판을 들고와 틀어주는 현역디제이 이영범 씨 @사진. 박영주

추억만큼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70년대와 80년대에 유행했던 노래 한곡을 들으며 나누는 이야기들은 정말 아름다웠다. 청바지, 통기타, 그리고 금지에 관한 이야기들. 70년대는 무수한 금지가 남발되었던 시절이다. 이미자, 김추자, 양희은의 노래들 그리고 젊은이들의 긴 머리와 야간통행이 금지되었던 시절.

그 시절 노래와 함께 되새겨보는 그 시대는 그러나 아름답게 다가왔다. 추억의 힘이었을까. 두 시간 가까운 토크콘서트는 청중들을 충분히 사로잡았다. 여기에 하나 더.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두 시간은 단 1초의 편집도 필요 없이 방송에 내보낼 수 있을 만큼 기획이 완벽했다.

그리하여 처음에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이렇게 좋은 행사에 이렇게 사람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었다.” 어떻게 하다가 이 콘서트의 주관자로 경남민예총과 함께 이름이 오르게 된 100인닷컴의 운영자로서 실로 부끄럽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인 줄 알았으면 좀 더 노력했을 것을. 이름만 올려놓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다못해 사전 홍보기사 하나 쓰지 못했으니 정말 할 말이 없다. 이 글을 빌어 이 행사의 기획과 진행을 도맡아 한 경남민예총과 ‘노래하는’ 김산 씨에게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그러나 굳이 위로의 말씀을 드리자면 정말이지 지역 문화계로서는 획기적인 기획이었다는 것, 처음이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정말 깔끔한 진행이 돋보였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내용이 알차고 재미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습관대로 비판적 견해도 하나 밝히고 가자.

..... ▲ 왼쪽부터 사회자 김갑수 씨, 패널 김용기 씨, 초청자 김의권 씨 @사진. 박영주

서태지까지 나온 것은 너무 과한 욕심 아니었을까. 아무래도 난센스였다는 생각이다. 10.26사태에 이어 12.12사태로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이 등장할 무렵 함께 나온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에서 그쳐주었다면 더없이 좋았으리란 생각이다.

아니 좀 더 욕심을 부리더라도 농촌의 젊은이들이 화려한 도시로 몰려들며 겪게 되는 애환을 다룬 1990년 조용필의 노래 ‘꿈’ 정도까지도 좋았겠다. 어떻든 콘서트는 너무 좋았다. 노래와 함께하는 토크콘서트를 보지 못한 우리 경남블로그공동체의 여러 회원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을 정도로.

그리하여 다시 한 번 경남민예총이 이런 행사를 기획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 그때는 여러 시민들과 더불어 많은 블로거들이 꼭 참여해주기를 권하고 싶다. 속된 말로 정말 쓸 게 많다. 블로거들이야 늘 그런 게 고민 아니던가. “오늘은 뭘 쓰지?”

그러나 무엇보다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은 행복할 것이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너무나 화려한 파격, 문근영이 돌아왔다

<신데렐라 언니>, 특이한 드라마다. 우선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이전에 보았던 패턴과는 확연히 다른 뭔가 특별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드라마, 거기에 문근영의 색다른 변신도 한몫 했다. 글쎄, 내가 문근영을 마지막 본 것이 언제던가? 바람의 화원? 거기서도 이 정도 파격은 아니었다.


빠르고, 기이하고, 신비로운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

무엇보다 문근영의 파격적인 변신을 화려하게 만들어준 것은 드라마 자체였다. 나는 드라마가 시작되자마자 벌어지는 기이한 화면 속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화면은 빨랐고, 나는 그 템포를 따라가느라 바빴다. 가만,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람? 세련되고 감각적인 영상은 무척 젊었다.

우선 등장한 것은 문근영과 이미숙이었다. 이미숙,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배우 중 하나다. 그녀는 내가 어릴 때부터 스타였다. 오랜만에 나타난 그녀의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역시 이미숙은 타고난 배우다. 갑자기 빠르고, 화려하고, 세련된 영상과 소리에 놀랐는지 거실에서 장난을 치며 놀던 아이들이 TV 앞으로 숨을 죽인 채 다가왔다.  

"와, 저 아줌마 연기 엄청 잘 한다." 아들 녀석이 탄성을 질렀다. "진짜의 저 아줌마가 연기를 잘 한다는 말이냐, 아니면 드라마 속의 저 아줌마가 연기를 잘 한단 말이냐." 서슴없이 나오는 대답, "둘 다." 음, 보는 눈은 있구먼. 아무튼 이미숙의 연기가 탁월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드라마 속에서도 연기를 하고 있었다.

드라마 속 이미숙은 매우 팔자가 드센 여자였다. 그녀에겐 딸이 하나 있는데 바로 문근영이다. 이미숙의 팔자가 드센 것은 하나뿐인 딸 때문이다. 물론 자기 자신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두 모녀가 살기 위해 이 남자 저 남자에게 의탁하는 인생을 살아온 터였다. 그러다가 깡패 같은, 아니 진짜 깡패 남자를 만났다.

"와, 저 아줌마 연기 엄청 잘 한다"

드라마의 시작은 바로 이 깡패 남자(남편이라고 하기도 민망한)로부터 탈출하는 것이었다. 그녀들은 간신히 기차를 타고 도망치는데 성공했지만, '남자'의 동생(깡패들은 보통 아랫사람을 동생이라고 부른다)들은 기어이 기차 속까지 따라왔다. 화장실로 도망친 문근영, 그 앞엔 한 여학생이 앉아있었고, 구효선이란 명찰이 보였다.

그리고 그 다음 갑자기 밝아진 화면은 화사한 시골 풍경과 김갑수의 도가를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 시골학교에 구효선이 있었다. 이어 효선이 공부하는 학교에 잘 빠진 양장을 입고 나타난 이미숙, 어라, 이게 뭐야, 그럼 아까 문근영과 함께 도망치던 장면들은 뭐지? 모두가 환상이었나?  


그러나 아니었다. 이미숙은 저 깡패 같은 남자로부터 받은 다이아 반지를 들고 도망쳤었는데 그 반지가 든 가방을 구효선에게 맡겼단다. 너무나 빠른 전개 때문에 도대체 언제 어떻게 맡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떻든 이미숙은 그 반지를 찾으러 온 것이다. 그러고 보니 문근영만 깡패 남자의 동생들에게 붙들려갔던 것이었다.
 
구효선은 착한 학생이었다. 착하다기보다 심성이, 영혼이 순수한 아이였다. 그녀는 엄마가 없었다. 6살 때 엄마를 잃었다고 했던가? 이미숙을 만난 효선은 단박에 그녀에게 빠져들었다. 그녀에게서 엄마를 발견한 것이다. 효선을 따라 반지를 찾으러 따라 간 이미숙, 반지만 찾아 얼른 여기를 떠나야지 했던 그녀는 그러나 깜짝 놀란다.

내가 놀란 건 이미숙이 아니라 문근영

대궐처럼 으리으리한 집, 그 집안에 가득 찬 일꾼들, 사장이라 불리는 효선의 아버지는 너무나 자상하고 매력적인 남자다. 잘 훈련된 그녀의 머리는 당장에 사태를 파악하고 만다. "그래, 바로 이곳이야. 내가 머물 마지막 정착지가 바로 여기다." 그리고 그녀는 연기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고혹적이고, 순결하며, 청순한 그녀의 연기에 안 넘어갈 남자가 있겠는가.

우리집 아이들은 이걸 보고 탄성을 질렀던 것이다. "와, 저 아줌마 연기 엄청 잘 한다." 그래, 이미숙이야 원래 연기를 잘 하지. 하긴 이미숙이니까 저런 낯선 곳에 가서도 저토록 자연스럽게 고혹적이고, 순결하며, 청순한 연기를 펼칠 수 있었을 거야. 그래서 김갑수가 홀라당 넘어간 것이겠지.

이렇게 해서 이미숙은 딸을 데리고 오게 되었다. 그녀들의 마지막 정착지에. 우리 아이들은 이미숙의 너무나 천연덕스러운 연기에 놀라 넋을 뺐을 터이지만, 나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녀는 원래 그런 여자였으니까. 그런데 사실을 말하자면, 나도 너무 놀라 넋을 빼고 있었던 것인데, 그것은 다름 아닌 문근영 때문이었다. 

문근영이 국민여동생으로 혹은 또 무엇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을 때에도, 그리고 실은 나도 그녀가 출연한 드라마, 영화를 많이 봤지만, 이렇게 놀라게 되리라곤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예쁘고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었지만, 나는 그것이 오히려 더 걱정(하긴 내가 뭐 걱정할 일도 아니지만)이었다. 


모든 걱정을 일거에 날려버린
문근영의 독기


너무 귀엽고 예쁜 이미지 탓에 과연 성인이 되어서도 잘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걱정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 문근영은 그런 걱정들을 일거에 쓸어버렸다. 날카로운 눈빛과 헝클어진 머리카락으로, 거의 괴성에 가깝도록 질러대는 목소리로, 서슬 퍼렇게 뿜어대는 독기로.

오, 저게 문근영이었던가? 거실엔 갑자기 냉기가 감돌았다. 글쎄, 드라마를 이렇게 조용하게 보았던 때가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은 너무 조용하게 숨을 죽이고 드라마를 본 것 같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온 가족이 모두 숨을 죽였다. 왜 그랬을까? 어쨌든 이 1부는 다시 보아야 할 것 같다. 내일도 재밌고 다음 주도 재밌겠지만, 이 1부만은 꼭 다시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나저나 걱정이다. <추노>에서 불꽃같은 연기를 보여준 장혁에게 강적이 등장했다. 그것도 성공적인 종영을 자축하는 축배의 환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어느 블로거가 그랬던가? 장혁이 연말 대상을 받기 위해선 험난한 고지들을 넘어야 한다고. 그 첫 번째 고지가 바로 문근영이었던 것이다. 

문근영, 그녀의 파격적인 변신은 실로 화려했다. 그녀는 더 이상 예쁜 연기자도, 귀여운 연기자, 국민여동생도 아니다. 이제 그녀는 그야말로 문근영이 되었다. 바야흐로 문근영의 시대가 도래 할 것이라는 예감이 <신데렐라 언니>를 통해 확실하게 전해져왔다. 그녀의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문근영의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이 변신에 젊은 감각의 신진 연출자와 베테랑 연기자 이미숙, 김갑수가 함께 한다는 것이 또한 문근영의 행운이겠지만, 그러나 아무래도 그 변신을 화려하게 만들어주는 힘은 역시 문근영 내부에 있을 것이다. 착하고 여린 국민여동생, 기부천사, 보수논객들의 온갖 악랄한 독설에도 의연하던 그녀가 보여주는 내부의 힘은 과연 어떤 것일까?

실로 대단하다는 말밖에…. 가만 그러고 보니 이미숙과 문근영의 역할이 착한 신데렐라를 괴롭히는 계모와 언니잖아? 이거 그래도 좋아해야 되는 건지는 나도 모르겠네, 흐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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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