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4.05 신기생뎐 최고의 악역은 사란이 아빠 단철수 by 파비 정부권 (17)

계모 지화자를 보자면 목불인견이란 말도 부족합니다. 그녀는 도대체 어떤 여자인가? 야비하고, 음흉하고, 간사하며 거기다 포악하기까지 한 그야말로 계모의 전형입니다. 이런 계모의 전형 하니 생각나는 것이 신데렐라에서 이미숙이 보여주었던 계모입니다.

이미숙의 계모 연기는 너무나 완벽해서 오히려 그녀에게 연민의 정이 넘쳐났었지요. 그런데 이번에 신기생뎐에 등장한 계모 지화자는 여기에다 하나 더 보탰습니다. 어처구니없음.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기생 되기 싫다는 사란이가 밉다고(사실은 괴롭혀서 기생 안 하고는 못 배기게 하려고) 아끼는 실크 옷을 세탁기에 넣고 돌려버립니다.
신발도 죄다 신발장에서 꺼내 베란다에다 버리듯이 던져놓습니다. 기가 막힌 일이지요.

▲ "사란이 요것이 빨랑 손님방에 들어가야 팁을 듬뿍 받아 돈을 팡팡 벌어 올 텐데..." 꿈에 부푼 사란의 계모

지화자의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동들은 사실 신기생뎐 작가의 전작 하늘이시여에 나오는 김배득이 원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배득이도 양녀 이자경을 이런 식으로 등골 빼먹었었지요. 지화자를 보고 있노라면 한층 업그레이드 된 김배득을 보는 듯합니다.

그러고 보니 지화자와 김배득이 하는 꼴도 비슷하지만, 하늘이시여의 이자경과 신기생뎐의 단사란의 처지도 비슷합니다. 이자경도 친부모라 믿었던 부모가 양부모였으며,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실은 양아버지)가 재혼해 계모로 들어왔던 것입니다.  

지화자도 마찬가지죠. 친부모라 믿었던 단사란의 양부모 중 어머니가 죽자 양부 단철수는 지화자와 재혼했던 것입니다. 복잡하긴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똑같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무튼, 지화자나 김배득이나 의붓딸 등골 빼먹기로 작정한 악당들입니다.

물론 나중에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되겠지요. 김배득이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후회와 더불어 크게 반성했고 그 반성을 착한 이자경이 이해하고 보듬어주었지요. 이자경의 친부모도 나노라하는 부자였던 것입니다. 하하, 듣고 보니 너무나 똑같은 설정에 놀라셨죠?

그러나 딱 한 가지 김배득과 지화자 사이에 다른 것이 있습니다. 김배득의 재혼한 남편, 즉 이자경의 양부는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에 이미 죽은 것으로 나오는데 반해 단사란의 양부, 즉 단철수는 버젓이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 사란의 아버지. 어려운 환경에서도 밝게 살려고 하는 인물. 소박하지만 나름 촌스런 멋에 산다? 하이고, 두번만 촌스러웠다가는 마누라도 기생집에 팔아먹겄다.

이자경은 계모로부터 보호해줄 아버지가 없었지만, 단사란은 그런 아버지가 있었던 것이죠. 비록 양부이긴 했지만, 그러나 얼마 전까지 까맣게 친부모로 알고 살았지 않습니까? 바로 이 지점이 저를 화나게 하는 것입니다.

단철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요? 겉으로는 대개 착한 척 행동합니다. 말도 차분차분, 조심조심, 목소리도 절대 높이지 않습니다. 겉모습만 보면 대단히 수양이 높고 배운 것도 많은 사람처럼 보입니다. 사란이에게도 아빠로서 너무나 자상하게 대합니다.  

그러나 계모와 사란이가 다투는 꼴을 보면서도 취하는 태도를 보고는, “아니, 이 사람 도대체 왜 이래?” 하고 크게 실망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바보라도 대충 돌아가는 낌새를 보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금세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 아예 모른 척 합니다.

오히려 사란이더러 “네가 왜 이러니? 엄마가 어쨌다고 그래?” 하는 거죠. 눈앞에 벌어진 패악질을 보면서도 그럽니다. “헉, 저 사람 마누라한테 완전 넘어가서 눈깔에 뵈는 게 없어진 거야?” 하긴 그럴 수 있습니다. 미련한 남자들은 대체로 여자들한테 잘 넘어갑니다.

그래서 갓난애 때부터 25년이나 키운 딸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그때부터 계모보다 이 아빠라는 작자가 더 미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헉~ 웬걸, 이 아빠란 자의 실체가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딸더러 기생이 되라는 것입니다.

▲ 단사란의 남자친구와 의붓자매만이 사란이가 기생이 된 것에 분노하며 저항하지만... 사란이 아빠, 단철수란 작자는 "그래, 가서 몸 건강하고..."가 고작이다. 에혀~ 말세가 따로 없다.

단철수가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계모가 부리는 온갖 패악질이 사란이를 부용각에 보내 기생으로 만들려는 수작이란 것쯤은 모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단철수는 그걸 뻔히 알면서 모른 척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게다가 계모의 충동질에 넘어가서(넘어간 건지, 사실은 자기도 그렇게 바라고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사랑스런 딸 사란이에게 “부탁이다. 제발 기생이 되어다오! 그래서 돈 많이 벌어 네 계모와 나를 호강 좀 시켜다오!” 하고 애원을 하게 된 것입니다.

아, 애원은 아니었다고요? 그냥 그저 “우리 집 사정이 그렇잖니. 너도 잘 알잖아. 부탁이다” 이 정도로 마지못해 부탁한 정도라고요? 그게 바로 인면수심이란 겁니다. 겉으로는 착한 척, 불쌍한 척 온갖 주접을 다 떨면서 내심에 움직이는 욕망을 다 채우는 악당.

신기생뎐에서 지화자가 아무리 악당이라도 단철수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지화자는 그럴 수 있습니다. 그녀는 단사란에게 아무런 정이 없습니다. 단사란은 그저 귀찮은 남편의 전처가 낳은 의붓딸일 뿐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것도 아닙니다.

남편은 사란이의 친부모가 아니었습니다. 거칠 것이 무에 있겠습니까? 이미 도덕이니 윤리니 하는 것들은 엿 바꿔 먹은 지가 오래인 마당에. 아니, 지화자는 원래 그런 게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단철수는 어떻습니까?

▲ 출생의 비밀(친딸이 아님이) 밝혀져서? 그래서 눈물나게 고맙고 해서 기생이 되기로 결심했고, 단철수는 그런 딸이 너무 고맙고 미안하고 그런 건가? 저 야비하고 가증스러운 아버지의 표정을 보라! 저게 인간인가?

그는 강보에 싸인 갓난애일 때부터 사란이를 안고 키웠습니다. 그들 부녀는 그렇게 25년을 함께 살았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보여주기로는 그들 부녀사이는 대단히 애틋한 것처럼 보입니다. 25년 동안 사란이는 단철수를 아무런 의심도 없이 아빠로 믿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단철수는 그 25년의 정을 순식간에 배반했습니다. “사란아, 우리 형편 알잖니. 게다가 네 계모는 허영심이 많아 돈 씀씀이가 보통이 아니란다. 이 아파트 월세도 한 달에 2백 가까이 한단다(이건 완전 미쳤다). 네가 기생이 돼 돈 많이 벌어주면 네 계모와 내가 참 행복하게 살 수 있을 텐데, 흑흑.”

사란이가 무슨 심청입니까? 단철수가 무슨 심 봉사라도 됩니까? 사란이는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심정으로 기생이 되기 위해 부용각 대문으로 들어섰을까요? 심 봉사는 뒤늦게 심청이 자기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갔다는 소리를 듣고 대성통곡합니다.

그런데 단 봉사는 예의 그 착잡한 표정을 하면서 속으로 이렇게 말하는 거 같군요. “그래, 사란아. 고맙다. 아무쪼록 훌륭한 기생이 되어 손님들에 팁도 듬뿍 받고 돈 많이 벌어다오. 나는 그 돈으로 네 계모와 더불어 호의호식하며 떵떵거리고 잘 살아볼게.”

끔찍하군요. 신기생뎐에는 여러 명의 악역이 등장합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지화자이죠. 장주희도 악역처럼 보이긴 합니다만, 악역이라기보다는 개인적 욕망에 충실한 이기적인 현대인을 그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중인격자죠.

부용각 마담 오화란도 마찬가집니다. 그녀도 지금은 선량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역시 욕망을 숨기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모사를 부리는 이중인격자입니다. 사란의 친모인 한순덕을 무척 아끼고 위해주지만, 그녀와 금어산의 관계를 알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악당의 얼굴을 드러낼 겁니다.

▲ 단철수에겐 너무나 싹싹한 새마누라 지화자. 기생집 부용각에서 몰래 싸온 음식을 보며 흐뭇하다는 듯 머저리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단철수. 불쌍한 인생들이다. 곧 크게 후회할 거다.

그러나 어떤 악당들보다도 단철수가 단연 으뜸입니다. 그는 실로 인면수심입니다. 아, 그래도 지화자가 제일 악당이라고요? 하하, 천만에 말씀을요. 단철수는 천륜을 저버렸습니다. 딸을 기생집에 팔아먹은 짐승의 심장을 지닌 인간, 그게 바로 사란이 아빠, 단철수입니다.

단철수가 사란이의 생부가 아니어서 그런 짓을 저지른 것이라고요? 그럴 수도 있겠군요. 신기생뎐은 지독한 혈연주의가 지배하는 드라마입니다. 이 드라마 작가의 모든 작품들이 실은 혈연주의, 제 핏줄 찾기가 주요 테마입니다. 그래서 그런 설정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친딸이 아니니까, 얼마든지 기생집에 팔아먹을 수 있는 거야! 제 피붙이였다면 절대 안 그랬을 테지.” 작가가 정말 그런 마음으로 단철수란 끔찍한 인간형을 그렸을까요? 제발 실수이길 바랄 뿐입니다. 아무튼….

신기생뎐 최고의 악역은 지화자가 아니라 사란이 아빠, 단철수였습니다. 단철수,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군요. 하지만 그들은 곧 커다란 후회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단사란의 친부모가 나타나고, 단사란이 금사란이 되는 순간 그들은 땅을 치고 후회할 것입니다.

“아,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