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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13 짝패, 구관이 명관이란 옛말의 참뜻 by 파비 정부권 (5)

짝패. 전에도 말했지만 실로 아이러니한 운명을 말해주는 제목이다. 나는 처음에 짝패라고 하기에 무슨 골목 깡패들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다. 짝패의 사전적 의미를 빌어 말하자면 이렇다. 짝을 이룬 패, 명콤비, 파트너, 짝쿵.

그러나 또 다른 의미를 덧붙이면 이렇게도 되겠다. 쌍벽. 항상 그렇듯이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재미없다. 영웅에겐 그에 걸맞은 상대가 있어야 진정한 영웅이 되는 법이다. 주유나 사마중달 없는 제갈공명이 무슨 재미가 있겠나.

짝패의 주인공은 천둥이와 귀동이다. 천둥이는 천둥치는 날 낳았다고 해서 천둥이라고 지었는데, 그럼 귀동이는 귀한 양반집 자식이라고 해서 귀동인가? 아무튼, 천둥이가 귀동이가 되고 귀동이가 천둥이가 되는 가엾은 혹은 기구한 운명에 대해선 전번에 말했다.


오늘은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짝패 2회를 보다가 언뜻 들은 이야기를 생뚱맞지만 해볼까한다. 바로 ‘구관이 명관’이란 우리 귀에도 충분히 익은 오래된 명언에 대한 이야기다. 글쎄 구관이 명관이란 말의 뜻에 대해 이 드라마를 보고 내가 지금껏 잘못 알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구관이 명관. 나는 지금까지 새로 온 사또가 아무리 잘해도 전임 사또보다 칭송을 듣긴 어렵다, 뭐 그런 이야기쯤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전임 사또가 아무리 못해도 새로 부임해온 사또의 하는 짓이 마음에 안 들면 더 좋아 보인다는 뭐 그런.

그런데 짝패를 보다가 그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충청도 용마골에는 탐관오리의 전형 김진사가 살고 있다. 진사라고는 하지만, 서울의 고관대작들 이름을 꿰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는 대단한 실력자다. 그런 김진사의 처남이 용마골에 현감으로 부임했다.

고을 원님으로 부임하자마자 자형을 찾아 인사를 올리는 현감, 자형에게 묻는다. “이번에 제가 현감이 되는 데는 많은 분들이 도움이 있었을 터인데, 다 인사를 드려야 옳을지 아니면 누구 한분만 골라 인사를 드리면 될지 어떨지… 형님이 좀 알려주시지요.”


기에 헛기침을 하며 대답하는 김진사의 폼이 확실히 탐관오리의 전형답다. “음, 이번 자네의 일에는 서울 모대감(이름은 까먹었지만, 김대감이 틀림없을 듯. 당시는 안동 김씨 시대니까. 김진사도 안동 김씨 아닐까?)의 입김이 가장 컸지. 거기만 인사를 하시게. 여기저기 할 필요가 있나. 줄은 하나만 확실히 잡으면 되는 게야. 그럼 나머지는 그분이 다 알아서 하시겠지.”

“그럼 얼마를…” “한 2만 냥이면 적당할 게야.” “그렇게나 많이….” 그러자 옆에 있던 현감의 누이이자 김진사의 마누라님이 거든다. “얘, 앞전 현감은 1년도 안 돼서 그거 다 뽑아먹었다고 하더라. 여기가 돈이 꽤나 되는 동네잖니.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 “그래도 그렇지. 그럼 15,000냥이면 어떨까요?”

거래가 성사됐다. “그럼 그러지.” “형님이 말씀을 잘 올려주십시오.” “아무렴, 내 그리 함세.” 이건 뭐 인사차 온 처남과 누이-자형이 둘러앉아 덕담을 나누는 자리가 아니라 무슨 뒷거래를 위해 모인 자리였다. 김진사, 종들 앞에서 호령을 할 때는 그 기개가 범상치 않더니만 이렇게 기껏 하는 짓이 탐관오리들 뒷배 봐주는 게 직업이었다. 요즘 말로 브로커.

새로 원님이 왔다는 소리에 고을 백성들도 관심을 보인다. “아, 새로 사또가 오셨다면서요?” “그렇다는구먼.” “이번에 오신 분은 저번 분보다 훨씬 낫겠지요? 전임 사또는 우리 등골 보통 빼먹었어요?” “야 이놈아. 모르는 소리 하질 마. 구관이 명관이란 말이 있어. 봐. 이번 사또는 전번 사또보다 더 많이 해쳐먹을 겨. 두고 보라고.”


드라마 본지가 벌써 사나흘 지나다 보니 대사를 정확하게 옮기진 못하지만 대충 이런 이야기들이었다. 그러니까 구관이 명관이란 말은 현관 사또가 전관 사또보다 더 많이 해쳐먹느라 백성들 등골 더 빠지게 되니 전관이 더 나았다 뭐 그런 이야기겠다. 하긴 뇌물에도 인플레이란 게 있을 터인즉 경제논리로 따지고 봐도 맞는 말 같기도 하다.

구관이나 현관이나 명관이나 탐관오리는 모두 동의어라는 것. 어쨌거나 현관은 곧 전관, 즉 구관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고 그러면 명관도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도 이런 명관들이 즐비한 것 같다. 내가 사는 동네 전임 도지사님도 이런 명관 중의 한분이었는데 구관 시절의 탐관오리 의혹 때문에 총리님 될 뻔도 하다가 미끄러졌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구관이나 명관이나 탐관오리 이런 거 별로 안 따지나보다. 이분이 글쎄 우리 동네에서 제일 힘이 세다는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원 공천 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고 하니 말이다. 당선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그러든가 어쩌든가? 아무튼, 요지경은 딴나라가 아니고 우리가 사는 바로 이곳인 듯하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