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정환 감독'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1.09 기획의도로 살펴보는 '추노'의 등장배경 by 파비 정부권 (9)
  2. 2010.01.08 '추노' 장혁과 오지호의 힘, 원천은 곽정환 감독 by 파비 정부권 (9)




지금껏 우리가 보아온 사극은 대부분 지배자의 이야기였습니다. 얼마 전까지 우리를 열광시켰던 <선덕여왕>도 결국은 지배자들의 이야기였지요. 그러나 <추노>는 다릅니다. <추노>는 시대로부터 버림받은 노비들에 대한 이야깁니다. 양반의 나라 조선에서 노비는 인간이 아닌 품목으로 분류되는 물건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이 노비의 숫자가 급증하게 되는 시기가 있습니다. 드라마 <추노>에서는 그 시기를 임진왜란 이후 인조시대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역사적 사실은 조금 다를 수가 있습니다. 노비의 수가 급격하게 불어나는 시기가 임진왜란 전후보다도 조선시대의 부흥기인 숙종~영조시대에 더했다는 주장도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이 시기가 조선에서의 르네상스라는 측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 신분질서의 붕괴를 촉진하고 부익부 빈익빈이 사회의 새로운 현상으로 대두하는 시기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일면 수긍이 가는 점이 있습니다. 대규모의 거상들이 출현하고 부가 축적되는 과정에서 그 반대편에선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빈농들이 소작에서 노비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입니다.


그 정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연구결과가 별로 없으니 실태를 안다는 것이 어려울 뿐입니다.  대개 그렇지만, 특히 우리나라의 역사 연구는 주로 왕조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료가 왕조에 몰려있기 때문이란 한계점도 있습니다만, 우리가 학교에서 역사를 공부하는 방법도 '태정태세문단세'를 외는 식이었지요. 

<추노>는 조선 인조시대 당시 노비의 수가 인구의 절반을 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럼 나머지 절반의 인구가 왕족과 양반, 평민들이었다는 말이 됩니다. 오늘날의 인구구성으로 보자면 왕족과 양반은 상류계급이요, 평민은 중산층과 비교할 수 있다면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노비들은 누구와 비교할 수 있을까요?

<추노> 홈페이지 기획의도를 살펴보면 여기에 대한 답이 나옵니다. 물론, 세상에 정답이란 없습니다. 답이란 저마다의 사람들에게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추노> 제작진은 기획의도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왜 지금 우리는 '도망노비'를 말하려는가?" 

우리는 천성일 작가의 말을 통해 그 의도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극은 '어떤 시대를 쓰는지' 보다 '어떤 시대에 쓰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백성들의 희망은 작고 부질없지만, 그것이 모여 역사를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다." 작가는 추노를 통해 바로 오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만약 몇 백 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각자의 얼굴을 저 안에서 찾을 수 있다면
우리가 저잣거리를 살아가는 그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화폐가치가 인생의 값어치로 손쉽게 매겨지고
'88만원 세대'라던가, '비정규직 확대'와 같은 문구들로부터 눈길을 떼지 못하는 현재의 모순
그 시대와 등가로 놓을 순 없다하더라도
맨몸으로 부딪혀 싸우지 않고서는
무엇인가의 노예가 되지 않고 사람답게 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것만큼은 여전하기 때문인지도.

드라마 기획의도는 계속 말합니다.

이런 세상의 모순이 극에 달했던 때가
드라마 <추노>(推奴)가 그리려는 시대이다.
이 시대를 살고 있던 '절반 이상'의 사람들 중에는
한 때 노비였지만 도망쳐 인간답게 살려는 이가 있고
지옥 같은 저잣거리에서 스스로의 인간됨을 지키기 위해
노비들을 잡아들이며 맨몸으로 분투하는 이가 있고
노비로 전락해서도 세상을 향한 인간으로서의 소명을 버리지 않으려는 이가 있었다.
그리고 나름의 절박한 입장이 서로의 목을 겨누는 날카로운 칼날이 되곤 했었을 터이다.
그 사연 위에 드라마 <추노>의 이야기는 씌어진다.


그래서 <추노>에서 블로거 자이미님의 말처럼 누구보다 <추노속 양반사냥꾼 업복이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업복이(공형진 역)는 '마누라 속곳 벗기는 것보다 쉽게' 호랑이를 사냥한다는 관동 포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선대의 빚으로 인해 노비로 팔렸지만, 머슴질 수삼 년에 견디지 못하고 탈출했다가 추노꾼 대길에게 잡혀 왼쪽 뺨에 노비 문신이 새겨집니다. 

그리고 원한에 사무친 그는 마침내 '양반을 모두 죽여 상놈의 세상을 만든다'는 당에 입당합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혁명당원이 된 셈입니다. 업복이는 <추노>에서 그저 단순한 배경 인물이 아닙니다. 이대길, 송태하, 황철웅, 김혜원(언년이)과 더불어 극을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이지요.   

예정된 대로(!), 업복이는 결국 좌절하고 말 것입니다. 그는 진즉에 "칼 든 자들보다 붓 든 자들이 더 무섭다는 사실을 알았어야 했던" 것입니다. '블로거 자이님'의 우려처럼 <추노>는 "단순히 사회적 분위기를 이용한 기획의 산물"이거나, "진정한 사회적 변혁을 꿈꾸는 급진적 드라마"이든지 아니면 역으로 "이룰 수 없는 꿈의 잔혹함을 보여줌으로써 결코 변할 수 없는 사회의 공고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무튼 <추노>는 이전에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지평을 보여줄 것이 틀림없습니다. 송태하와 업복이가 벌이는 서로 다른 의미의 투쟁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많을 것입니다. 노비를 쫓는 현금사냥꾼 추노 대길이 이 투쟁의 소용돌이에서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도 주목되는 관전 포인틉니다.



<추노>의 기획의도는 첫머리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불과 몇 백 년 전, 화폐가치로 계산되는 사람들이 있었다." 양반과 평민을 다 합한 숫자보다도 많았던 이들은 바로 노비들입니다. 사람이면서 사람이 아니었던 이들에게는 희망이나 꿈, 전망조차도 허락되지 않는 것이 보편적이고 당연한 세상의 이치였습니다. 이들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도망'뿐이었습니다. 

지금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픽션이
지금 이 시대에서 잊혀져가는 것들을 바라보게 만든다면,
다른 시대를 다룬 픽션은 필연적으로,
지금 이 시대 그 자체를 바라보게 만든다고 한다.



<추노> 기획의도의 마지막에 나오는 말입니다. <추노>는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이 시대의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곽정환 감독이 <한성별곡>에서 보여주었다는 치열한 문제의식이 다시 한 번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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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추노>의 힘,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장혁? 오지호? 아니면, 곽정환 감독?

추노 1부는 회식 때문에 다음날 저녁에야 보았습니다. 그 회식 장소에서 대형극장에서 영사기사로 일하는 후배가 말했습니다. "오늘 저는 일찍 들어가서 추노나 봐야겠어요." 그리고 그 친구는 2차를 마다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거나하게 술이 오른 우리는 오랜만에 방앗간에 들른 참새들처럼 어시장 골목을 떠나지 못하고 2차로, 3차로 아쉬움을 달랬지요.

사진제공@kbs


곽정환 감독이 만든 작품은 무조건 본다는 후배 

그리고 다음날 저녁에 그 후배가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곽정환 감독님을 엄청 좋아하거든요. 그 감독님이 만든 거는 무조건 봅니다. 진짜 훌륭한 분입니다." 그는 '곽정환 감독'이라고 하지 않고 꼬박꼬박 '곽정환 감독님'이라고 했습니다.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 아예 존경하는 모양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그는 대형극장에서 영사기사로 일합니다. 그리고 그런 직업에 걸맞게 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우리가 주로 갇혀 있는 국내와 헐리우드를 벗어나 프랑스, 이태리 등 유럽 나아가 동유럽, 인도, 아시아까지 폭이 아주 넓습니다. 감탄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후배가 추노를 일러 "아마 최고의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기는 "곽정환 감독님(!)이 만드신 작품은 무조건 본다"고 하니 아니 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 오늘 저녁이로군요. 컴퓨터로 재방송(재방송이 맞나요? 아무튼)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포스팅을 이미 몇 시간 전에 올렸습니다. <추노 장혁을 위해 준비된 인물, 대길>

저는 그 포스팅에서 <추노>가 단 1부의 방영만으로도 세상을 평정한 것은 장혁의 매력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실로 장혁은 추노를 위해 준비된 인물이었습니다. 아니 추노 대길이 오직 장혁을 위해 마련된 캐릭터라고 말했던가요? 아무튼 장혁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껄렁거리는' 그의 독특한 연기는 대길을 조선 최고의 추노답게 만들었습니다. 

사진제공@kbs


그러면서 저는 감독의 연출과 시나리오에 대해선 판단을 보류했습니다. 단 1부의 방영만으로도 세상을 평정한 것은 오로지 장혁의 빛나는 매력 때문이었다는 말로 우선은 지켜보기로 하자고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방금 전 2부를 보고난 후에 비로소 저는 이 드라마의 가공할 마력 뒤에는 감독의 놀라운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역시 추노의 힘의 원천은 곽정환 감독이었다

아, 정말 그렇군요. 제게 곽정환을 '감독님'이라고 호칭하던 후배의 말처럼 과연 곽정환 감독은 대단한 연출자였습니다. 신비하고 화려한 영상들이 마치 구름처럼 흐르는(실제로 화면이 구름처럼, 어떨 땐 바람처럼, 물결처럼 흘렀어요) 장면들에선 온 몸의 근육이 팽창하며 숨이 멈출 듯했습니다. 마지막 광활한 갈대밭에서 마주 선 장혁과 오지호를 보셨나요? 그 두 사람 주변을 흘러드는 화사한 영상들에선 비장한 슬픔마저 배어나왔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 2부에서 드디어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한 오지호, 껄렁거리는 대길과 대조되는 강인하고 비장한 남자의 모습에서 뿜어 나오는 매력이 대길과는 또 다릅니다. 그렇군요. 대길에게 송태하가 없다면 조선 최고의 추노꾼 대길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찬가지로 오지호 역시 장혁이 없이는 자신을 완성하기 힘들겠지요.


그러나 역시 이들 두 사람의 멋진 연기를 화려한 영상에 담아내는 것은 감독이었습니다. 광활한 갈대밭을 가로질러 달리는 두 사람의 동작들을 감싸고 흐르는 신비한 화면의 변화들은 순식간에 보는 사람을 압도했습니다. 신비한 빛에 싸여 세상이 멈춘 듯한 화면, 그 속에서 빛나는 대길과 송태하의 숨 막히는 대결, 이것들을 만들어낸 것은 역시 감독이었습니다. 

하하~ 아무튼 저도 앞으로 그 후배처럼 곽정환을 감독님이라고 불러야 될까요? 그런데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그렇게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시진 않는군요. 그리고 <추노 홈페이지>에도 들어가 봤습니다. 극본을 쓰신 분은 천성일 작가로군요. 그런데 천성일 작가가 올려놓은 한 구절이 제 눈에 너무나 크게 들어옵니다. 

"사극은 '어떤 시대를 쓰는지' 보다 '어떤 시대에 쓰는지'가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백성들의 희망은 작고 부질없지만, 그것이 모여 역사를 만든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아, 명품 감독에 명품 작가의 어록입니다. 제가 원하는 것이 바로 이겁니다. 저도 바로 몇 시간 전에 썼던 <추노 장혁을 위해 준비된 인물, 대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극은 '어떤 시대를 쓰는지' 보다
           '어떤 시대에 쓰는지'가 중요하다

"작년 한해를 풍미했던 <선덕여왕>은 현대 정치사를 고대 신라에 옮겨놓은 것 같은 각본으로 대성공을 연출했습니다. 선덕여왕이나 미실은 단순히 고대 신라인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과 호흡하며 우리들의 이야기를 그 시대의 언어로 말함으로써 커다란 공감을 불러냈습니다. 인터넷은 온통 <선덕여왕> 천지였지요. <추노>(본문에선 '장혁')도 그리 할 수 있을까요? 1부에서 만난 <추노>라면 충분히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사극은 '어떤 시대를 쓰는지' 보다 '어떤 시대에 쓰는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저는 이 말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추노>에 거는 기대가 더 큽니다. <추노>에는 곽정환 감독의 화려하고 신비한 영상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명품 감독과 만난 명품 작가가 전해주는 메시지가 어떤 것일지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다음 주 수요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군요. 정말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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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