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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07 경남도의원들, 일찍 갈 거면서 행사장엔 왜 오나 by 파비 정부권 (3)
물론 이 글이 난센스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리 생각합니다. 왔으면 끝까지 남아서 함께 즐겨주시든가, 아닐 거면 차라리 안 오시는 게 어떨까 하는 것입니다. 아, 무슨 이야기냐고요? 경남도의원들 이야깁니다.

엊그제 경남엔지오박람회 개막식이 있었습니다. 개막식은 개막공연 형식으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경남엔지오박람회 공동대회장의 개막선언과 인사, 경남도지사의 축사 그리고 내빈소개가 간단하게 끝나고 곧이어 개막공연이 이어지게 돼 있었습니다.

나누어준 리플렛에 의하면 전체 행사시간은 1시간 정도. 물론 실제 행사시간은 1시간 가까이 늘어나긴 했습니다만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예상된 불행한 사태는 늘 예상대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이날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개막선언, 축사, 내빈소개가 끝나고 공연이 시작되자 힐끔힐끔 눈치를 살피던 이른바 내빈들은 하나 둘 핫바지 방귀 새듯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축사를 하기로 돼 있었던 김두관 지사 대신 참석해 축사를 한 허성무 정무부지사가 제일 먼저 사라진 듯싶습니다.

그 뒤을 이어서 손석형, 석영철, 김해연 의원 등 민노당과 진보신당 의원들이 슬슬 빠져나갔습니다. 맨 앞줄 바로 뒤에 앉아 이 모양을 보고 있던 저는 한숨을 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공연이 중간쯤 왔을 때 소위 내빈들이 앉는 맨 앞줄에는 차정인, 송정문 공동대회장과 여영국, 이종엽 도의원 이렇게 네 사람만이 남았습니다. 

그래도 안도가 됐습니다. '그래도 도의원 두 명이 끝까지 남아 경남엔지오박람회 개막식을 빛내주고 있구나!' 하지만 이 안도는 잠시 후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이번엔 여영국 의원이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뒤를 돌아보며 사람이 얼마나 있나 확인하는 듯이 보이는 행동을 보이더니 슬슬 눈치를 보며 슬쩍 빠져나가는 것입니다. 그때 그 순간의 실망감이란. 그러나 한 명의 희망이 남았습니다. 이종엽 도의원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저는 속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발 나가지 마세요!' 그리고 실제로 이종엽 의원의 어깨를 잡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제 두세 팀의 공연만 하면 끝나니까 조금만 참으세요!' 그러나 할까말까 망설이다 차마 못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결국.

△ 왼쪽부터 이종엽 도의원, 차정인, 송정문 공동대회장


이종엽 의원마저 두개 팀의 공연을 남기고 주위를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저는 속으로 덜컹 했지요. "브루투스, 너마저도!"가 아니라 "이종엽, 너마저도!" 하는 심정이 된 것이지요. 결국 이종엽 의원도 그렇게 떠나고 말았습니다.

맨 앞줄에는 차정인, 송정문 두 공동대회장만 남았습니다. 문광조 경남정보사회연구소 이사장 등 다른 두 명의 공동대회장은 객석에 앉아있었습니다. 만약이란 가정이 참으로 실없긴 하지만 이종엽 의원만이라도 마지막까지 남아있어 주었더라면 이 글을 쓰는 저는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그래도 이종엽 같은 훌륭한 도의원이 있어서 우리는 아직 행복하다. 이렇게 말할 수 있었을 텐데요. 아깝습니다. 10여 분만 더 참아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데 사실 문제는 이들 도의원들만은 아니었겠죠. 콘서트에 출연했던 몇몇 지역의 유명인사들도 마찬가지로 새기는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일전에 지역 신문인지 어딘지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지만 이런 내용을 본 적이 있습니다. 부마항쟁(6월항쟁인지도 모르겠고) 기념식을 하는데 우리 지역의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유력 정치인들이 인사소개가 끝나자마자 모두 사라져버렸다는.  

심지어 모 의원은 시간이 없으니 축사 순서를 빨리 당겨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어떤 행사이건 간에 국회의원이나 도의원, 시의원들이 나타났다가 핫바지 방귀 새듯 사라지는 것은 정치하는 사람들의 오랜 버릇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정치인들이 무슨 연예인입니까? 자기 출연 시간에 딱 맟춰서 행사장에 나타나 노래가 끝나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연예인. 정치인이 연예인이라면 이해는 가는군요. 그렇게 하셔야겠지요.

혹자는 정치인은 연예인이 맞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일리가 있는 말 같기도 합니다. 어차피 연예인이나 정치인이나 인기를 먹고 산다는 점에서 같은 직업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정치인 여러분, 진정 그렇습니까? 그래서 그렇게 핫바지 방귀 새듯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행사장을 빠져나가신 것입니까?

제가 오래 전에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를 하면서 비록 그를 지지하지도 않았고 지금도 그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아는 사람 중에 그만큼 훌륭한 사람은 없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왜였느냐 하면, 어떤 투쟁사업장이 주최한 집회에 참석해 연설을 했던 그는 연설이 끝나자 바로 떠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공단 내 아스팔트 바닥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둘러앉은 자리에 함께 앉아 막걸리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현역 국회의원의 모습은 그때도 참 신선한 모습이었습니다.  

김두관 지사 생각도 납니다. 작년 이맘때쯤 열렸던 경남팸투어 때 김지사는 자신과 블로거들의 대화 시간이 끝나고 나서도 떠나지 않고 뒤풀이 자리까지 남아 함께 시간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모닥불 연기 때문에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자리를 옮기지도 못하는 김지사를 보며 속으로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제가 자리를 바꾸어주자 괜찮다고 하면서도 얼른 일어나는 모습에 참 무던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물론 그런 경우와 이 경우를 단순하게 비교해서 비판하는 것이 무리는 있다고 생각됩니다. 진짜로 모두들 바빴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한사람도 빼지 않고 모두….

개막식 마지막 무렵 객석 중간에 앉아있던 이은진 경남발전연구원장, 전점석 전 와이엠씨에이 총장, 양운진 교수 등 시민운동단체의 원로들이 일어나 스스로 흥을 돋우며 춤을 추는 모습이 제게는 너무나 슬프게 보였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경남도의회에서 승인한 예산으로 치러지는 박람회 개막식인데 도의원들이 끝까지 남았다가 수고했다고 박수라도 한번 쳐주고 손이라도 한번 잡아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랬다면 의기소침했을지도 모를 행사진행자들에게 큰 위로가 됐을 텐데 말입니다.

또 맨 앞줄에 앉아있던 의원들이 하나 둘 빠져나갈 때마다 뒤에 앉아있는 청중들의 가슴이 하나 둘 무너져내린다는 생각은 못했을까요? 객석이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차 있었다면 앞줄이 비든지 말든지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자리가 많이 비었으니 나라도 앉아 자리를 채워줘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갸륵한 의원 한명 우리는 가지면 안 되는 것일까요? 오늘 이 글에 등장하는 의원들은 대체로 이른바 모두들 진보정당의 의원들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입니다.

한나라당 출신 의원들만 그런 줄 알았더니 진보정당이나 민주당 의원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혹시 의회에 가시더니 한나라당 의원들의 못된 짓만 배운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긴 뭐 비정규직 공무원을 향해 폭언을 하고 물건을 집어던지는 폭력을 쓴 모 시의회 의원도 민노당이었죠. 진보신당은 의원 숫자도 별로 안 되니 논할 바도 없고.

다음날 비가 오는 가운데 치러진 엔지오 한마당 행사장에 이들 중 과연 몇 명이나 와서 격려를 하고 갔을지 뻔히 보입니다. 개막식장의 분위기가 다음날 행사장에도 그대로 연결됐을 것이란 점은 안 봐도 비디옵니다. 게다가 비까지 줄기차게 쏟아졌으니.

그래도 조형래 의원인가요? 교육의원인 걸로 아는데. 그분은 그 빗속에서도 교육관련 단체들 부스에 나타나 수고 많다고 인사하고 다니고 하더군요.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분이라도 그리 해주시니. 혹시 모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지만 제가 못봤을 수도 있습니다.

하긴 뭐 대충 얼굴도장만 찍고 가실 요량이라면 차라리 안 오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안 하나 드리겠습니다. 앞으로는 빨리 가실 의원님들은 앞자리 말고 뒷자리에 앉으시는 게 어떨까요? 그러면 제가 이런 쓰잘데기 없는 글 쓸 필요도 없지 않겠습니까?

뒤에 앉아 있다가 재미가 없어 가시는 거, 그거 아무도 뭐라 할 사람 없습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