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계'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0.08.18 동이의 첫아들 영수, 죽음으로 엄마를 살렸네요 by 파비 정부권 (3)
  2. 2010.08.04 <동이> 장무열, 사극 역사상 최고의 인면수심? by 파비 정부권 (3)
  3. 2010.07.14 동이 아버지의 무고가 밝혀질 수 없는 이유 by 파비 정부권 (24)
  4. 2010.03.31 동이의 아들 영조가 왕이 된 이유는 유전자 탓? by 파비 정부권 (10)
  5. 2010.03.23 '동이'의 검계, '추노' 노비당의 귀환? by 파비 정부권 (3)

영수가 죽었습니다. 결국 죽고야 말 것을 알았기에 모두들 조마조마했을 테지요. 그러더니 어머니가 위험에 처한 것을 알았던 것인지 갑자기 홍역에 걸려 돌도 넘기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가고 말았습니다. 숙종이 제아무리 임금이라도, 동이가 검계 수장의 딸이란 것을 안 이상 살려둘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일전에도 포스팅을 통해 이야기했지만, 동이 아버지의 무고는 결코 밝혀질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설령 신유년의 검계가 소위 '양반연쇄살인사건'과 무관하다 하더라도, 검계란 반체제 조직을 만들고 무장까지 갖춘 것은 결코 당시 정부로서는 좌시할 수 없는 반역죄인 것입니다.  

그러나, 드라마가 그런 세밀한 것까지 신경 써야한다면 너무 재미없게 될 터이니 그냥 넘어가기로 하지요. 아무튼, 동이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동이 스스로 자신이 검계 수장의 딸이었으며, 새로 만들어진 검계의 수장을 도피시키려 했었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된 것은 물론 동이의 착한 심성 때문입니다.

임금의 마누라를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한성부서윤 장무열

그녀의 처소나인들이 모두 한성부에 붙들려갔기 때문이지요. 한성부서윤 장무열. 야비하지만, 실로 당찬 인물입니다. 감히 임금이 수사하지 말라고 한 사건을 수사했습니다. 그것도 임금이 총애하는 후궁을 말입니다. 요즘 같으면 정치적으로 확실히 독립된 검찰입니다. 뭐 판관 포청천쯤 된다고나 할까요.


그러나 저나 여러분이나 모두 알다시피 그는 판관 포청천 같은 청렴하고 강직한 인물은 아닙니다. 야심이 뼛속까지 사무친 장무열은 자기 아버지의 원수와도 손을 잡는 비정한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자기네 당파가 위험에 빠지자 같은 편을 살해하기까지 하는 잔인한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임금과 적이 되는 길을 선택한 장무열, 그는 목숨이 몇 개라도 된단 말입니까? 결국 장무열이 가야할 길도 장희빈이나 장희재처럼 죽음뿐이겠군요. 역시 일전에 썼던 <동이 아버지의 무고가 밝혀질 수 없는 이유>에서 조선시대는 고지식하리만치 법에 의해 움직이는 나라라고 했는데요.

늘 '법도'란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조선의 사대부들이었지요. 장무열은 살인죄를 저질렀으니 이게 밝혀지면 그는 살아남기 힘들 겁니다. 그리고 진실은 밝혀지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결코 밝혀져서는 안 될 걸로 생각했던 동이의 비밀이 모두 밝혀진 마당에 '양반연쇄살인사건'의 전모도 곧 밝혀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멍청한 검계 수장 게둬라의 임무는, 동이의 성씨 찾아주기? 

그나저나 동이를 함정에 빠뜨린 것은 느닷없이 번개처럼 나타났다가 검계 수장으로서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바보처럼 장무열에게 이용만 당하고 생을 마감한 동이의 어릴 적 동무 게둬라였습니다. 정말 이름처럼 아무것도 하지 말고 조용히 '게뒀음' 좋았겠지만, 저는 아직도 게둬라가 왜 나타났는지 그걸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게둬라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게둬라는 동이에게 제 이름을 찾아주었습니다. 최효원의 딸 최동이. 찾아보니 해주 최씨더군요. 해주 최씨. 매우 뼈대 있는 가문이지요. 동이의 아버지는 비록 천민이었지만, 나중에 영의정에 추증됩니다. 물론 이는 다 동이가 아들을 잘 낳았기 때문입니다. 

동이는 제 정체성을 찾게 되었지만, 결국 그것은 동이를 죽음으로 내모는 함정이었습니다. 신하들은 벌떼같이 들고 일어나 동이에게 사약을 내릴 것을 주청합니다. 양반들의 입장에서 보면 검계 수장의 딸 동이는 자신들의 원수입니다. 반상의 체제를 부정하는 검계의 딸이 후궁으로 있다는 것은 그들에겐 크나큰 위협입니다. 

아마 이게 실제 상황이었다면 영조는 세상의 빛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히 이 모든 스토리는 픽션일 뿐이며, 따라서 영조도 태어나게 되는 것이고, 후일 사도세자와 정조의 이야기도 전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절묘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영수, 엄마를 살리기 위해 죽음을 택했다?

마치 어머니의 위기를 눈치라도 챈 듯 아들 영수가 병에 걸린 것입니다. 홍역. 마진이라고도 하고 마마라고도 불리는 천연두. 요즘은 이 증상으로 죽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당시로서야 백신이 없으니 아무리 왕자라고 해도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걸린다고 다 죽는 것도 아닌 바이러스 전염병 홍역.

시름시름 앓던 왕자 영수는 급기야 죽고 말았습니다. 온 궁궐이 슬픔에 잠겼고 거리의 백성들도 통곡해마지 않았습니다. 그 모양을 바라보던 저는 아, 저렇게 해서 동이를 위기에서 구할 생각이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설마 왕자를 잃은 동이를 죽이자고 달려들 간덩이가 부은 신하들이 있겠습니까. 

영수의 죽음은 자연스럽게 동이를 천씨에서 최씨로 만들어주는 역할도 했습니다. 사실 저는, 드라마 제작진이 어떻게 동이에게 최씨 성을 돌려줄 것인지 그게 가장 궁금했습니다. 동이가 제 성을 찾기 위해선 두 명의 죽음이 필요했습니다. 하나는 동이의 어릴 적 동무 게둬라였고, 하나는 동이의 아들 영수였습니다.

게둬라는 동이의 정체를 밝히며 죽음의 위기로 몰아넣었고, 아들 영수는 그런 동이를 살렸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죽음이 갖는 공통점은 동이가 자기 정체성을 찾도록 도와주었다는 사실입니다. 드라마에선 벌써 이로부터 6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마침내 비극의 마지막 1년이 다가오다

사가로 내쳐진 동이를 못 잊어 밤에 찾아온 숙종은 동이에게 다시 왕자 금(후일 영조)을  안겨주었습니다. 새로운 아들이 생긴 동이, 시름을 잊고 예전의 활기를 다시 찾았습니다. 역시 마음의 병엔 세월만한 약이 없습니다. 조물주가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이 망각이란 것입니다.

곧 동이는 궁궐로 돌아가야겠지요. 그리고 후궁으로서 최고의 자리인 빈의 자리에 오르겠지요. 흔히 왕의 부인을 일러 비빈이라 하는데, 비는 왕후요 빈은 후궁의 최고 지위인 것입니다. 6년 세월이 흘렀다면 때는 서기 1700년, 왕자 금은 일곱 살입니다. 그리고 장희빈이 사사되기 딱 1년 전입니다.
 
파란이 일겠군요. 그러나 어쨌든, 이 모든 것은 다 동이를 위해 죽은 아들 영수의 덕입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영수에게 묵념을 올리며 고마움을 표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돌아가신 왕자마마를 위해 일동 묵념~ 딴 딴따단, 딴 딴따다, 아, 이건 결혼행진곡이군요. 묵념할 때 무슨 음악을 틀어야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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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동이>에 마침내 검계가 다시 등장했네요. 검계를 재건한 사람은 동이의 어린 시절 동무였던 ‘게둬라’. 동이를 일러 천민의 왕이라고 할 때는 저는 정말로 웃음이 나왔습니만, 왜냐하면, 그리 보면 논두렁에서 농부들과 막걸리를 즐겨 마시던 박정희나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그 모양을 흉내 내는 MB도 천민의 왕일까 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동이가 검계의 수장 최효원의 딸이란 사실은 그런 가정이 영 엉터리는 아니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검계. 이 드라마에서 검계란 조직은 그렇게 썩 목적이 분명한 조직은 아닙니다. 치밀한 체계와 연락방식, 잘 훈련된 군사조직에 비해 이 검계란 단체가 대체 무얼 하려는 것인지에 대해선 모호하다는 얘깁니다.

수장어른으로 불리는 최효원은 절대 살생을 금지했습니다. 그는 마치 인도의 간디처럼 비폭력 평화주의 노선을 추구했던 것일까요? 그는 음모에 휘말려 죽을 때도 사실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그를 그토록 아꼈으며 그 자신도 역시 존경해마지 않던 포도청 종사관 서용기를 보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혁명조직의 수장이 된 겁쟁이 게둬라

△ 검계 수장이 되어 나타난 어릴 적 겁쟁이 게둬라


그런데 그런 의문이 드는 것입니다. 서용기의 안위가 수많은 검계 동지들, 아들과 딸의 생명보다 소중했을까요? 무장까지 갖춘 혁명조직의 수장이 그토록 나약한 감상주의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게 저로서는 이해도 안 되고 용납도 안 됩니다. 도대체 검계는 무엇 때문에 만들어진 것일까요?

그러나 아무튼 거기에 대해 <동이>가 친절하게 설명해 줄 의도는 별로 없어 보이므로 우리도 더 이상 찾을 길 없는 답을 찾는 수고는 그만 두도록 합시다. 검계를 재건한 새로운 수장 게둬라는 원래 무척 겁쟁이였습니다. <동이> 첫 편에서 대사헌 장익현이 죽음을 당하던 장면에서도 당찬 동이에 비해 게둬라는 사시나무 떨듯 했습니다.

게다가 게둬라는 그다지 머리가 좋아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겁쟁이에다 머리도 별로 안 돌아가는 답답한 소년이었던 것입니다. 그랬던 게둬라가 검계를 재건했습니다. 그 시대의 천민에 비해 훨씬 발달했다고 말할 수 있는 오늘날 노동자들이 노조 하나 만들기도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려운 판에, 게둬라는 혁명조직, 반국가단체 검계를 재건한 것입니다.
 
실로 대단합니다. 눈앞에서 죽어간 아버지와 형님들과 동이의 모습을 생각하며 절치부심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한갓 겁쟁이였던 게둬라가 세상을 뒤엎을 혁명가로 변신한 것입니다.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한 소년의 가슴에 타오르는 복수심이 세상을 태우는 뜨거운 증오의 불길로 화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만 생각하기엔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너무나 많습니다. 게둬라가 아무리 어린 나이였다고는 하나 검계를 재건할 정도의 야망을 가진 사내라면 최효원이 만든 검계의 원칙쯤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양반, 상민을 불문하고 불필요한 살생을 해선 안 된다는 검계의 원칙은 하나의 신조였습니다.

검계의 비밀을 알고 있는 한성부서윤 장무열 

그런 검계가 무차별적으로 양반을 살해합니다. 연쇄살인사건이 재발한 것입니다. 그 대상은 철저하게 양반. 그런데 이번엔 보통의 양반이 아니라 나라를 뒤흔들 정도의 살인 계획을 세웁니다. 도대체 누구를 살해하려는 것일까요? 그 대상은 다름 아닌 동이였습니다. 왕자의 어머니 숙원마마 동이.

△ 재건된 천민들의 비밀조직 검계의 수뇌 회의 장면


동이는 왕자를 생산했습니다. 숙종에게 비와 빈을 비롯해 많은 후궁들이 있었지만 왕자를 생산한 것은 오로지 장희빈과 동이뿐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동이에 대한 이야기가 장안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을 것임은 자명한 일입니다. 정보에 누구보다 친숙한 검계의 수장이 동이에 대해 모를 리가 없습니다.

천민 출신에다 무수리, 궁인을 거쳐 승은을 입고 후궁이 된 동이에 대해 (어릴 적 동무였던 동이란 사실은 모를지라도) 검계가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어떤 의구심도 없이 무작정 동이를 죽이겠다고 나선다는 스토리가 저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입니다. 함부로 살생하지 말라는 원칙도, 천민 출신 동이에 대한 어떤 고려도 없는 검계?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의문에 대하여 <동이>는 하나의 힌트를 주었습니다. 바람처럼 나타난 장무열. 그가 바로 힌트였습니다. 장무열의 등장과 재건된 검계의 활동 재개가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둘의 등장엔 나름 계산된 음모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입니다.

내금위장 서용기의 방문 그리고 숙원과 차천수 종사관―그러고 보니 오작인(검시원) 출신 천민 차천수가 종사관이란 고급 관료가 됐군요―의 움직임에 고심하던 한성부 서윤 장무열에게 그의 직속 부하가 이런 질문을 했지요. “나으리, 검계도 이제 잡아들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 이게 무슨 말씀? 지방을 떠돌다 이제 갓 한성부에 입성한 장무열이 어떻게 검계의 재건을 알고 있을까요?

권력을 위해 죽은 아버지도 이용한다?

거기다 그들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검계를 일망타진할 준비까지 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장무열이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라도 이게 가능한 얘기일까요? 장무열은 우리에게 하나의 힌트를 더 주었습니다. 그는 전 좌의정 오태석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말했지요. 

△ 장희빈과 손잡은 장무열, 그의 속셈은 뭘까?


“나는 당신이 내 아버지를 살해한 원흉이란 사실을 알고 있소. (검계에게 양반 연쇄살인사건의 누명을 씌운 것도 말이요.) 그러나 걱정 마시오. 나는 당신을 해치진 않을 것이오. 남인이 다시 권세를 잡기 위해선 그런 것쯤은 덮어둘 수도 있고, 당신과 손을 잡을 수도 있소.”  

정말 무서운 사람입니다. 그는 이미 오태석이 벌인 범죄행각을 알고 있으며, 검계에 대해서도 소상히 알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그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저 자가 검계의 재건에 관여한 것은 아닐까? 어쩌면 검계는 그이 수작에 놀아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에 추노에서 노비당이 그랬던 것처럼….’

다행히 검계 수장 게둬라는 차천수와 동이의 존재에 대해 미리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검계와 동이가 엇갈린 행보 속에 불행한 대립을 할 가능성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장무열이란 존재는 불안하기만 합니다. 그는 정말 아버지의 원수조차 정치놀음에 이용할 정도로 냉혈한일까요?

이 마지막 싸움에서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현재로선 그는 장희빈의 편에서 동이를 압박해 들어가는 쪽입니다. 정녕 장무열이 아버지를 죽인 원수와 손을 잡고 정치적 출세를 선택하게 된다면 이는 조선 성리학이 가르치는 충효사상에도 어긋나게 되는 것이니 그야말로 폐인 중에 폐인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장무열은 참으로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일까?

△ 죽어가면서도 동이에게 수신호를 남긴 아버지 장익현을 장무열은 설마 잊기로 한 것일까?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러나 혹여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혹시나 동이가 수신호의 비밀, 8, 5,10, 5의 비밀을 밝혀내게 되고, 그것이 장익현 영감의 죽음에 대해 몰랐던 새로운 비밀(결국 장희빈과의 관련성 정도이겠지만)을 들추어내는 계기가 되어 장무열의 심경에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면? 그래서 장희빈과 오태석에게 등을 돌리게 된다면?

아무튼 지금으로선 마음이 매우 무겁습니다. 장무열이 지금 보이는 모습으로 계속 나간다면 그는 사극 역사상 최고의 인면수심이었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겁니다. 아무리 그렇지만 있을 수 없는 일 아닙니까? 자기 아버지를 죽인 원수와 한배를 타고 희희낙락한다는 것이.

하지만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니, 좀 더 지켜보기로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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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동이의 비밀을 알게 된 서용기, 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동이의 아버지와 오라버니, 그리고 검계의 무고는 공개적으로는 절대 밝혀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 검계는 조선의 근간을 흔드는 혁명조직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반국가단체가 바로 검계인 것입니다. 동이의 아버지는 그 검계의 수장이었습니다.


조선은 다들 아시다시피 철저하게 법에 의해 유지되는 나라입니다. 그 어떤 시대보다 법도를 중히 여기는 나라가 조선입니다. 혼례식에 착용하는 복장에 대해서까지도 규정을 해놓았다고 하니 가히 법의 위상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이 갑니다.

왕조차도 이 법도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합니다. 내명부의 일은 왕후의 소관이므로 임금이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법도였습니다. 좌상이며 남인의 영수인 오태석이 말했듯이(사실 이런 생각은 오히려 서인들이 가진 신조라고 일전에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조선은 사대부의 나랍니다.

왕이라고 해서 법도에 어긋나는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검계는 조선의 근간, 즉 반상의 법도, 지배와 피지배의 질서 따위를 부정하는 조직입니다. 그들은 그들의 신조를 달성하기 위해 무장까지 갖춘 군사반란 세력입니다. 유사시에 이들은 왕을 향해 칼을 겨누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왕은 이들을 절대 용서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임금은 동이를 너무나 사랑합니다. 게다가 이미 검계란 조직은 와해된 지 오래 됐습니다. (글쎄 이 대목이 좀 그렇습니다. 분명 차천수는 살아남아 검계를 다시 부활시키고 동이를 보호하겠다는 다짐을 죽어가는 동이의 아버지에게 한 걸로 압니다만, 천수는 무얼 하고 있는 건지.) 

잘 훈련된 무장혁명세력 검계. 단상에 선 지휘자가 검계 수장, 동이의 아비다.


그래서 숙종은 동이를 어떻게든 용서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습니다. 왜냐? 임금은 신하들의 뜻을 물리치고 법도를 어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임금은 절대로 검계란 혁명조직을 용인해서는 안 되며, 그 검계 수장의 딸을 후궁으로 앉혀서도 안 되고, 용서해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내금위장 서용기가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12년 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마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진실 규명에 대한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결코 제작진이 외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사건의 진실, 동이 아버지의 무고는 밝혀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동이의 일부 측근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입니다. 동이 아버지의 무고를 밝히는 것은 바로 동이를 죽이는 일이 되기 때문에 이 일은 영원히 비밀에 붙여져야 합니다. 차천수는 동이의 가장 든든한 보호잡니다. 천수는 미리 동이를 위해 동이의 새로운 인적사항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기 부친을 죽인 원수의 자식임을 알면서도 동이를 보살피는 서용기도 대단한 인물입니다. 그는 사실 이미 동이가 궁궐 천비 시절에 그녀를 알아보았습니다. 동이가 강하게 부정하는 바람에 그냥 넘어갔지만, 여전히 그는 미심쩍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그녀를 찾았던 것은 원수의 자식을 죽이기 위함이 아니라 어린 그녀를 보살피지 못한 죄책감에서 나온 것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그의 눈빛을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

서용기와 차천수, 그리고 심운택, 이 세 사람에 의해 동이의 사연은 철저하게 비밀에 붙여지게 될 것이고 동이는 천수가 만들어 낸 아버지 최효원의 새로운 삶을 이어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숙종은 그녀의 아버지에게 벼슬도 추증하게 되겠지요. 이건 또 하나의 가정입니다만, 어쩌면 장옥정 일파도 동이의 정체를 알게 될지도 모릅니다.

동이에게 동이의 비밀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서용기


그러나 결국 그들도 비밀을 함구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서용기와 심운택이 그들이 12년 전에 벌였던 일, 즉 양반 연쇄살인사건을 벌인 주범이며 이를 검계에 뒤집어 씌웠다는 사실을 밝혀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추측컨대 이 두 개의 비밀은 암묵적으로 거래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이야기가 흘러간다면 서용기는 심각한 갈등에 휩싸이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는 부친의 원수를 갚기 위해 모든 비밀을 폭로할 것인가, 동이를 보호하기 위해 비밀을 묻어야 할 것인가 두 갈래 갈림길에서 고통 받을 겁니다. 그러나 동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겠지요. 그것이 곧 임금을 향한 충성이라고 그는 생각할 테니까요. 

아무튼 모든 것은 비밀에 붙여지게 되어 있고 그래야만 한다는 것이 오늘 이 글의 요지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동이가 빈의 자리에 오르는 일도 일어날 수 없고 영조가 탄생될 수도 없습니다. 설령 모든 비밀이 밝혀지고도 동이가 후궁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가정해봅시다. 

평생을 무수리의 아들이란 콤플렉스에 시달렸던 영조에겐 반국가단체 수괴의 손자란 콤플렉스까지 더해지게 되는 셈입니다. 이는 영조에겐 참으로 가혹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점쟁이 김환의 예언처럼 ‘천민의 왕’이란 관점에 선다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그 예언의 관점이란 것이 참으로 황당무계할 뿐이니…. 

그리하여 이 글의 제목은 사실은 이렇게 적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동이의 비밀이 결코 밝혀져선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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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천민들의 왕은 검계 수장이 아니라 동이다?

이 무슨 황당한 말일까? 천민들의 왕은 검계 수장이 아니라 동이라니? 우선 우리는 동이란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부터 알아야 한다. 그녀는, 그러니까 그녀는 여자였는데 숙종의 후궁이다. 원래 천민 출신으로 무수리였다가 후궁에까지 올랐으며 그녀가 낳은 아들이 왕이 되었다. 그가 곧 영조다. 그러니 동이는 영조의 어머니다.


영조의 콤플렉스

영조는 무수리의 아들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늘 콤플렉스에 시달렸다고 하는데 그를 직접 보지는 못했어도 얼마나 괴로웠을지는 짐작이 간다. 원래 왕후장상에 씨가 따로 없다는 말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명문세가 출신들로 출세가도를 달려왔을 신하들이 천민의 아들인 자기를 바라보는 눈길에 경멸이 담겨있다고 느낄 때가 얼마나 많았을까.

영조를 다룬 드라마, 소설들에서 그의 영민함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괴팍한 성격이 어쩌면 천민의 아들이라는 콤플렉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왕의 씨앗은 어미가 양반이든 상민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 왕자인 것이다. 이것이 사대부들과 왕의 차이라면 차이다. 그럼에도 영조에게 콤플렉스는 죽을 때까지 벗어날 수 없는 운명적 사슬이었다.

그런데 영조는 어떻게 천민의 아들이면서도 왕위에 오를 수 있었을까? 아무리 왕의 자식은 어미의 출신을 불문한다 하지만 아무 세력도 없는 무수리의 아들이 왕이 되었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당시의 사정을 따지고 보면 그렇게 이해 못할 만한 상황도 아니었다. 숙종에게는 아들이 영조 하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니 효종대왕의 자손으로 유일하게 남은 인물이 바로 영조였다. 신라시대로 말하자면 성골남진이라고나 할까. 성골 남자들은 영조 하나만 남겨두고 모조리 씨가 마른 것이다. 영조마저 죽어 없어지면 완전히 성골남진이 되는 상황. 물론 선덕여왕처럼 공주나 옹주가 왕이 되면 간단한 것이지만, 여긴 신라가 아니다.

자손이 희귀한 왕가

하늘은 왜 효종의 자손 번식에 이토록 인색했을까? 현종은 효종의 외아들이었으며, 숙종은 현종의 외아들이었다. 영조의 아비인 숙종은 말하자면 2대 독자였던 셈. 왕가에서 2대가 독자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숙종에게도 오래도록 아들이 생기지 않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터.


이런 와중에 중인 출신의 장희빈이 아들을 낳았으니 그 위세가 하늘을 찌르는 것은 어쩌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녀는 신분의 벽을 깨고 마침내 중전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러니 실은 무수리 출신으로 아들을 왕으로 만든 동이도 대단하지만 중인계급으로 중전의 자리에 오른 장희빈이 더 대단하지 않았을까.

장희빈의 아들 역시 왕이 되었지만 오래 살지는 못했다. 그가 곧 경종이다. 이렇게 해서 영조는 숙종의 하나밖에 남지 않은 아들이요, 효종의 유일한 혈손이 된 것이다. 그러나 영조가 대통을 이어받는 데는 걸림돌이 있었으니 소론이었다. 그들은 정통성에서 효종보다 우월한 소현세자의 현손을 경종의 양자로 삼아 대통을 잇자는 논리를 들고 나왔다.

노론의 후원을 받는 영조가 그들에겐 입맛에 맞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동이>에서도 장희빈은 역시 악녀로 그려지겠지만, 그녀가 진짜 악녀였는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장희빈은 남인의 지원을 받는 후궁이었다. 드라마에서도 그려지지만 그녀를 궁에 들여보내는 남인의 수장(정동환)은 매우 냉혹하며 잔인하고 야비한 인물이다. 

출신이 미천한 장희빈과 동이가 출세한 이유, 번식력이 떨어지는 유전자 탓?  

그는 자기 세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 동패들도 서슴없이 죽인다. 극 초반에 벌어진 살겁의 희생자들은 모두 남인이었다. 그리고 그 살겁을 저지른 원흉도 같은 남인. 아이러니지만 탕평책으로 유명한 영조의 뒷배가 노론이었으며, 정조의 외척들이 모두 노론의 핵심들이었다는 사실로부터 앞으로 보여주게 될 남인들과 장희빈의 악행이 예사롭지 않다.

그러니까 "장희빈이 왜 악녀였을까?" 혹은 "왜 악녀로 그려졌을까?"에 대한 질문은 사실은 당대의 집권당이었던 노론에게 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무튼 동이든 장희빈이든 양반 출신이 아닌 그녀들이 빈도 되고, 중전도 되고, 아들을 왕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다 번식력이 떨어지는 왕가의 유전자 탓이었던 것이다.

이 힘없는 유전자는 결국 강화도에서 지게를 지고 나무나 하던 강화도령을 데려다가 왕으로 만들기까지 하는데, 이렇게 왕이 된 철종도 후사를 남기지 못함으로써 마침내 효종의 가계는 문을 닫고 말았다. 흥선군 이하응의 아들이 고종이 되었지만, 그는 실은 효종의 직계가 아니라 인조의 3남 인평대군의 자손이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말이 많이 샜지만 내가 보기에 동이가 후궁의 최고 자리인 정1품 빈에 오르고 아들을 왕으로 만든 것은 그녀의 노력보다는 생물학적 환경과 정치적 동기가 크게 작용한 탓이다. 하기야 그녀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인현왕후를 도와 장희빈의 반대편에서 많은 일을 했을 것이다.

천을귀인? 천민들의 왕? 허걱~

그런데 그건 그렇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이가 꽤 대단한 인물이란 점에 대해서는 부정하고 싶지 않지만 드라마 <동이>는 여기서도 너무 한참 앞서 나가는 것은 아닐까. <동이>는 김환이란 역술가(또는 관상쟁이?)를 내세워 동이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규정했다. 천을귀인!

"오, 저 아이가 바로 천민들의 왕이 될 것이야!"


천을귀인이 무슨 뜻인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김환은 이어 동이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천민들의 왕은 검계의 수장이 아니라 바로 저 아이가 될 것이야." 허걱~ 나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그만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천민들의 왕? 동이가 천민들의 왕이 된다고? 하하하~ 이거야말로 완전 코미디가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하긴 작가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동이는 영조를 낳았으며 이후 조선의 왕은 모두 영조의 후손들로 채워졌으니…. 고종 역시 조부인 남연군이 사도세자의 아들 은신군의 양자로 입적되었다면 넓게 보아 영조의 후손 아니겠는가.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지만 천민들의 왕이라니, 이 무슨 황당한 말장난일까.

이런 걸 두고 보통 사람들은 뭐라고 하더라? 어처구니없다고 하던가? 아무튼 어이가 없다. 하긴 "부자들에겐 세금 감면을! 서민들에겐 복지 축소를!"과 같은 슬로건을 내걸고도 "과거에 우리 부모님들도 참 어렵게 살던 서민이었소!" 하며 "그러니 나는 서민대통령이요!"하는 세상이니 뭐 그리 탓할 것도 아니다.

그래도 <동이>는 재미가 기대되는 드라마

게다가 <동이>는 매우 재밌는 드라마다. <허준>과 <대장금>에 빛나는 이병훈 PD의 연출이 기대되는 작품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천민들의 왕은 너무 심했다는 생각을 아직도 지울 수 없다. <추노>에서 한창 인기를 끌었던 업복이와 노비당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던 탓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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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추노'의 노비당, '동이'에 검계로 돌아오다


이병훈 PD가 돌아왔습니다. <허준>. <대장금>, <상도>, <이산>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그가 이번엔 <동이>를 들고 돌아온 것입니다. 파격적일 만큼 화려한 영상에 더한 출연진들의 뛰어난 연기력은 <동이>의 대박을 미리 예감해도 절대 틀리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들도록 만들어주었습니다.  

사극 전성시대가 도래하다

<추노>, <거상 김만덕>에 이은 <동이>, 실로 사극의 시대가 도래 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사극의 활약이 대단합니다. 엄청난 제작비와 화려한 캐스팅(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캐스팅이지만)으로 유명세를 탔던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조차 <거상 김만덕>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으니 바야흐로 사극의 시대가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특이할 만한 점이 있습니다. <동이>의 초반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검계(劍契)라는 조직입니다. 검계, 대체 이 검계란 무엇일까요? 그래서 다음 검색창에 검계라고 쳐보았습니다. 그러자 위키백과에서 다음과 같이 검계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나왔습니다. 검계는 조선후기의 폭력조직으로 비밀조직이었다고 합니다. 

글자를 선명하고 크게 보시려면 사진위를 ☞ 클릭하시면 됩니다.


위에 캡쳐한 사진에서 보신 것처럼 검계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살주계(殺主契)란 조직이 따로 있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 살주계가 <추노>의 노비당과 비슷한 조직이 아니었을까 짐작이 됩니다. 검계가 주로 장례비용을 충당할 목적으로 결성된 것과 달리 살주계는 노비들이 주인을 죽이려고 만든 반양반 조직이었다고 합니다. 

<동이>는 아마도 이 살주계를 검계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이유에 대해선 글쎄요,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살주계보다는 검계가 더 멋있게 들려서 그리 한 거 아닐까요? 살주계가 더 멋있다고요? 뭐 그럴 수도 있지요. 아무튼 <동이>의 검계는 반양반 조직이며 저항조직입니다. 즉, <추노>의 노비당과 비슷한 조직이란 거죠. 

최근 사극들에 자주 등장하는 반체제 저항조직들 

참으로 아이러니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왜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사극들에서 이처럼 반양반 저항조직들이 전면에 등장했을까? 물론 검계는 드라마 초반에 전멸 당하고 말 것입니다. 그들의 꿈과 희망은 산산조각 나고 말겠지요. 그리고 노비당이 그리 될 것처럼 '붓 든 자들'에 의해 처절하게 능욕당하고 말겠지요.   

검계, 훨씬 조직이 잘 된 노비당. 뭔가 당이라고 해도 될 것 같은 냄새가 물씬 난다.


그러나 <동이>에 등장하는 검계는 그리 호락호락한 조직은 아니었습니다. 대단한 위세와 실력을 갖춘, 그야말로 나라를 뒤엎을만한 세력을 형성한 대안세력이었습니다. 동이 역시 그리 호락호락한 여인은 아니었지요. 그녀는 천민 출신으로 빈의 자리에까지 올랐을 뿐 아니라 아들을 왕위에 올린 인물입니다.

말하자면 천민의 자식이 조선의 왕이 된 것입니다. 바로 영조입니다. 영조는 후대에 영정조시대라 불리는 세종 이후 조선의 부흥기를 이끈 인물이지요. 유례없이 동이를 주인공으로 발탁한 제작자의 탁월한 식견도 놀라운 것이지만, 검계를 그 배경에 끌어들인 혜안에도 놀라지 않을 수 없군요. 

또 하나, 이전의 드라마들이 장희빈이나 인현왕후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동이(숙빈 최씨)는 그저 배경에 불과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동이가 전면에 나서고 장희빈과 인현왕후는 배경으로 전락하는 파격이 연출되었습니다. 역시 이병훈 PD의 주인공 중에 장금이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원래 그의 철학을 잘 반영한 포석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파격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추노>에 이어 화려한 영상미 다시 보여줄 <동이>

<동이>는 또 제1부에서 노비를 쫓는 추노꾼(여기선 추노관군)들을 제압하고 도망 노비를 구해주는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추노>의 추노가 사실상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증언했군요. 이병훈 PD는 이에 대한 설명으로 "1795년 이전에 추노는 관군이 담당했다. <추노>의 추노는 1800년대 이후다"라는 설명까지 곁들였다고 합니다.

추노 관군으로부터 도망노비를 구해 피신시키는 검계 조직원들


어찌 되었든 <추노>의 노비당이 <동이>에서 검계로 다시 부활한 모습을 보니 매우 반갑네요. 개놈이, 업복이, 끝봉이보다 훨씬 똑똑해지고 날렵해진 천민들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뿌듯함마저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역시 궤멸되고야 말 그들의 운명을 잘 알고 있기에 착잡해지는 마음 또 어쩔 수 없군요. 착잡~ 쩝.

<동이>, 내일모래 <추노>가 끝난다고 해서 몹시 서운했는데, 다시 훌륭한 작품을 만나게 되니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추노>에서 만났던 화려한 영상미를 또 이곳 <동이>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커다란 기쁨이고요. 기대 만빵입니다. 아, 옛날 생각이 나는군요. 10여 년 전, <허준>과 <대장금>을 기다리던 심정이요.

그때는 인터넷에서 대본 미리보기란 서비스가 있었는데 성급한 우리는 몰래(근무가 끝나기 전이니까요) 대본을 복사해 읽어보며 궁금증을 달랬었답니다. 요즘은 그런 서비스는 안 하더군요. 하긴 대본 미리 보여주면 정작 진짜 드라마를 볼 땐 재미가 없겠죠? 그래도 그땐 미리 봐도 재미졌던 것 같아요.

기억은 아련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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