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상 김만덕'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0.06.14 '전우'의 전쟁바람에 졸속 막내린 '거상 김만덕' by 파비 정부권
  2. 2010.05.24 거상 김만덕을 보며 슬퍼지는 이유 by 파비 정부권 (1)
  3. 2010.03.22 거상 김만덕이 살아서 삼성 이건희를 보았다면? by 파비 정부권 (6)
  4. 2010.03.15 거상 김만덕과 부자감세, 나란히 다음뷰 외출 by 파비 정부권 (5)

이해할 수 없는 졸속 마무리 '김만덕', 뒤이은 전쟁 대작드라마 '전우'

조선 정조 임금 때의 제
주 상인 김만덕의 일대기를 다룬 <거상 김만덕>이 막을 내렸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상인 김만덕을 다룬 대하드라마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싱거운 실망만 안겼습니다. 어쩌면 마치 훌륭한 도덕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고 하면 지나친 악평일까요? 그러나 어떻든 막판에 드는 느낌은 그것이었습니다. 잘 만든 도덕 드라마.

김만덕이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아마도 KBS 역사스페셜을 통해 처음 대중적으로 세상에 나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김만덕은 조선시대의 여성이었습니다. 김만덕이 높게 평가되는 지점은 바로 이것입니다. 여성이라는 것, 그리고 그가 살았던 시대가 조선이었다는 것. 그런 김만덕이 제주 최고의 상인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김만덕은 한성을 비롯한 조선의 내륙은 물론 청나라와 러시아에까지 분점을 두고 무역을 했다고 하니 실로 대단하다 아니할 수 없습니다. 아마도 당시 제주 여인들은 출륙금지령으로 인해 뭍에는 나갈 수 없었을 터인데도, 드라마에서처럼 앉아서도 천리를 보는 혜안을 가진 그녀의 재주가 부럽기만 합니다.


<거상 김만덕>은 초반에 야심차게 출발했습니다. 시전 상인 강계만과 강유지, 그리고 오문선과 김만덕의 갈등을 통해 자칫 심심할 수도 있는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드라마가 너무 갈등에만 치우치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거상 김만덕>은 그렇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갈등만 하다가. 

참으로 아쉬운 대목입니다. 김만덕은 초지일관 부처님이고, 오문선은 끝까지 야차처럼 행동하다가 어느 날 뜬금없이 개과천선 했습니다. 마지막회에. 그것도 하나뿐인 아들을 만덕에게 맡기고 제주를 떠나는 것입니다. 실로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바야흐로 6·25동란 60주년이 다가오고 있었으니까요.   

다음 주부터는 1970년대에 방송되었던 <전우>를 리메이크한 <전우>가 방영된다고 합니다. <전우>. 기억하시는 분은 하시겠지만, 추억의 드라맙니다. 이미 고인이 된 라시찬과 "짠짜라잔짜~ 짠짠♬" 하면서 시작되던 음악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구름이 간다. 하늘도 흐른다.
피 끓는 용사들도 전선을 간다.
빗발치는 포탄도 연기처럼 헤치며
강 건너 들을 질러 앞으로 간다."


추억이 새롭겠지만, 이 드라마는 철저한 반공드라마였습니다. 말하자면 <대한늬우스>와 별로 다를 바 없는 드라마였지요. 가끔 <지금 평양에선>이나 <통일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북한의 정권안보용 드라마를 보면 이 <전우>가 생각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그 <전우>가 리메이크 되어 다시 등장한다고 하니 궁금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도대체 21세기에 만드는 <전우>는 어떤 식일까? 30여 년 전의 <전우>와 비교해가며 보는 재미도 꽤나 있겠다 싶습니다. 그러나 제가 오늘 아쉬워하는 것은 <거상 김만덕>이 전쟁 드라마의 기획에 밀려 부랴부랴 공중파에서 탈락했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실제로 <거상 김만덕>은 이야기를 제대로 시작하지도 못했습니다. 태안 앞바다에 대량의 기름을 쏟아 붓는 사고를 치고도 사람 죽어가는 꼴을 구경만 하고 있는 삼성 같은 재벌이 뻔뻔하게 활보하는 비정상의 시대에 이 드라마는 보여줄 것들이 많았습니다.

김만덕을 알기 전에 조선의 뛰어난 여성 하면 떠오르는 이름들은 신사임당, 허난설헌, 황진이 정도였지요. 이들은 신사임당을 제외하곤 모두 비운의 운명을 살다간 여성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뛰어난 재주를 지녔지만, 세상이 그들에게 부정적이었으며 그들도 세상에게 부정적이었습니다.

<거상 김만덕>에서 할매(고두심)가 오문선에게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네 그릇을 알고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거라. 그리고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성공하는 법이다." 아마 이 말은 김만덕에게도 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드라마를 통해 김만덕은 조선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여성으로 조명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기회는 전쟁 바람에 사라졌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졸속 마무리에 놀라 돌아보니 거기에 <전우>가 있었습니다. 하긴 KBS나 MBC도 땅 파서 장사하는 거 아니니까 한국전쟁 60주년이란 호기를 그냥 날려버릴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MBC도 <로드 넘버원>이란 전쟁 드라마를 곧 시작한다고 합니다.

아무튼 재미는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에 제일 무서운 게 전쟁이지만, 또 제일 재미있는 것도 전쟁 이야깁니다. 졸속으로 어영부영 막을 내린 <거상 김만덕>을 아쉬워하면서도 <전우>와 <로드 넘버원>을 기다리는 저도 참 희한한 족속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거참~

<전우>가 기획의도에서 밝힌 것처럼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을지, 아니면 30여 년 전 <전우>처럼 하나의 반공드라마로, 그리하여 뿔 달린 적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하는 이데올로기 선전물에 불과할 뿐일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그 전에 한 가지 확실하게 동의하는 것이 있습니다.

"비극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비극을 생생히 기억하는 것이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거상 김만덕이 보여주는 진정한 기업가 정신

<부자의 탄생>은 부자의 탄생에 대해선 하나도 보여주지 못한 정말 어이없는 드라마였습니다. <부자의 탄생>에 의하면 부자는 부모를 잘 만나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대로 제목을 정했다면 <부자 아빠 찾아 삼만 리> 정도가 아니었을까요?

그에 비해 <거상 김만덕>은 진정한 부자의 탄생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드라마입니다. 만덕이 동문객주에 들어갔을 때, 만덕이 언젠가 동문 대행수의 뒤를 이어 객주를 이어받지 않을까 그리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동무객주는 무참히 망하고 말았습니다.


부자는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것

만덕은 6년 동안이나 주막을 해서 돈을 벌었고 그 돈으로 동문객주를 다시 인수했습니다. 누구의 도움도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선 것입니다. 그런데 만덕이 돈을 버는 과정을 보면 참으로 배울 점이 많습니다. 어쩌면 저렇게 해서 돈을 벌 수 있을까 의심이 들 지경입니다.


그녀는 우선 절대 임금을 깎지 않습니다. 그녀는 장사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그들이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생산자인 노동자의 임금을 쥐어짜서 이득을 챙기고, 소비자에게 비싼 값으로 팔아 이중으로 이득을 챙기는 현대의 기업인들이 들어야 할 말입니다. 

김만덕은 임금을 깎지 않을 뿐 아니라 서문객주에 비해 몇 배의 임금을 지불합니다. 그러나 그녀의 말에 의하면 그것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입니다. 그러니 말하자면 서문객주는 지금껏 제주잠녀들의 노동력을 몇 배나 착취하고 있었다는 말이 됩니다. 

동문객주가 어려움에 처하자 모두들 임금을 얼마라도 깎아야 하지 않겠냐고 김만덕에게 권합니다. 심지어 잠녀들조차도 스스로 자기들의 임금을 깎아도 좋다고 합니다. 그러나 만덕은 절대 그럴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만덕의 생각은 대체 무엇일까요?

당장 어렵다고 임금을 함부로 깎는 건 좋은 품질을 포기하는 것이다

동수가 만덕에게 말합니다.

"실은 나도 잠녀들의 임금이 너무 높은 건 걱정이야."
그러자 만덕이 대답하지요.
"잠녀들의 임금을 낮춰서 이득을 볼 생각은 없어. 길게 보면 좋은 물건을 확보하는 게 더 이득이니까." 

그렇습니다. 만덕은 잠녀들의 임금을 깎아 작은 이득을 얻기보다 당장 힘들더라도 잠녀들의 높은 임금을 유지해 잠녀들이 보다 더 좋은 품질의 어물을 생산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게 더 큰 이득을 얻는 길이란 걸 만덕의 감각적인 기업가 정신은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럼 만덕은 그저 장기적으로 이득을 얻기 위해 잠녀들의 임금을 깎지 않았던 것일까요? 그건 꼭 그런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만덕은 절대 사람을 버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껏 단 한 번도 사람을 버려본 적이 없습니다.

부보상들의 우두머리인 팔도도접장이 만덕에게 요구합니다. "우리와 거래를 하려면 강유지와의 관계를 끊으시오." 강유지는 새어머니인 오문선의 음모에 빠져 도망자 신세가 된 후 부보상단의 접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강계만의 아들이란 사실이 탄로나 곤경에 빠졌습니다.

내가 살기 위해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

팔도도접장은 강계만과는 불구대천의 원수지간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김만덕은 단호히 말합니다. "팔도도접장님과 거래를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강유지 접장을 버릴 수도 없습니다. 전 아무리 다급해도 사람을 버려본 적이 없습니다. 그것이 제가 아는 신의입니다."


팔도도접장이 놀란 얼굴로 묻습니다.
"신의를 위해 사업을 포기한다?"
김만덕의 답변은 역시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판로는 제 스스로 개척할 겁니다. 함께 일하지 못해 유감입니다. 조심해 돌아가십시오." 

팔도도접장은 역시 아무렇게나 딴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아마도 이 순간 김만덕의 실체를 알아보았을 것입니다. 그는 몇 날 며칠을 두고 김만덕이 어떻게 하는지 살폈습니다. 그리고 강유지가 어떻게 하는지도 살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결정했습니다. 김만덕과 거래를 트기로. 

"내 이제야 김만덕이 제주에서 가장 신의 있는 사람인 줄 알았소. 우리 부보상은 가장 좋은 품질만 취급하오. 물론 사람도 예외는 아니오. 그리고 강유지 자네, 부보상에서 내쳐지고도 신의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았으니 내 오해를 풀겠네."
"네, 고맙습니다. 도접장님."
"다시 부보상에 돌아와 자네 아비와 다른 장사꾼이 되어 주겠나?." 
"예, 허나 앞으로 제 장사는 여기 이 동문행수를 위해서 쓸 것입니다. 그것이 이번 신의에 대한 보답입니다." 


임금을 깎지 않는 것도, 사람을 버리지 않는 것도 사업의 기본인 신의에서 나오는 것

김만덕은 신의를 지켜서 사람 하나를 얻은 것입니다. 그 사람은 앞으로 김만덕의 발이 되고 눈이 되고 귀가 될 것입니다. 만덕은 제주에 앉아서도 팔도의 정보를 모두 알았는데, 이제 동문에 가만 앉아서도 천하의 형세를 모두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이문이 남는 장사를 한 셈이 아닙니까?


<거상 김만덕>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요즘도 저런 장사꾼이 있을까? 삼성과 현대는 그래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에서 내노라하는 기업인데, 어떨까? 어떻습니까, 여러분, 우리나라에 김만덕처럼 당장 어려워도 임금을 깎지 않고 제값을 쳐주며, 제 살자고 사람을 버리지 않는 그런 기업 보셨습니까?

그런데 제 눈엔 당장 어렵지 않은데도 약간의 이문을 더 챙기려고 쥐꼬리만한 임금을 깎거나, 별로 죽을 일이 없는데도 원가절감이다 정리해고다 해서 사람을 내쫓는 기업들만 보입니다. 제 친구놈도 다니던 직장에서 임금을 깎였다고 하네요. 그는 비정규직이라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답니다.

<거상 김만덕>을 보며 슬퍼지는 이유였습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사람 살리는 김만덕, 사람 죽이는 삼성

<거상 김만덕>, 드디어 이미연이 출연했습니다. 명성황후 이후 무려 8년 만에 사극으로 돌아온 그녑니다. 명성황후에서 보여준 카리스마는 워낙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있는지라 기대가 보통이 아닙니다. 연기력으로 말하자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최명길조차 이미연의 명성황후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최고의 연기자 이미연, 최고의 여성 김만덕에 적격

중도에 하차한 이미연을 대신해 최명길이 명성황후 역할을 맡았지만, 아직도 사람들에겐 이미연이 명성황후로 기억되는 것입니다. 최명길이 강력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불꽃같은 연기자라면, 이미연은 은은하고 고고하며 품격이 느껴지는 그런 카리스마를 갖고 있습니다. 그녀의 카리스마는 얼굴을 붉히지 않아도 드러나는 정중동의 카리스마입니다.  


그러므로 <거상 김만덕>이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를 제치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오른 것은 자연스럽고 반가운 현상의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이미연이 보여주는 조용한 힘에 압도당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니까요. 김만덕은 매우 훌륭한 여성입니다. 조선시대에 그런 여성이 있었다는 것은 아주 자랑스러운 일이지요. 

허난설헌도 있고 황진이도 있고 신사임당도 있지만 김만덕에 필적하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들이 개인적 삶의 주변에서 고통스러워하다가 요절하거나 자식들과 남편을 출세시키고 자신의 재주를 닦아 후세에 남기는데 인생을 바쳤다면, 김만덕은 평생을 통해 이룬 부를 아무 미련 없이 사람들을 위해 내어놓은 휴머니스트였습니다. 

휴머니즘, 김만덕의 휴머니즘과 그녀의 조용한 카리스마를 가장 잘 표현해줄 사람으로 이미연이 선택된 것은 매우 훌륭한 일입니다. 물론 김만덕에게 돈을 버는 기술과 더불어 휴머니즘을 가르쳐줄 할매로 고두심이 선택된 것 또한 아주 잘 된 결정입니다. 이미연의 고고한 품격을 만들어줄 인물로 고두심만한 사람이 또 있겠습니까?

김만덕이 삼성그룹 회장이었다면?

그러나 저는 처음에 <명가>, <부자의 탄생> 등과 더불어 KBS의 부자찬양 프로젝트에 김만덕이 끼인 것을 보고 내심 불쾌했습니다. KBS가 스스로 친기업정부를 표방하는 이명박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집중 기획한 거 아니냐는 혐의가 짙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역시 김만덕의 이야기는 매력적인 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김만덕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녀가 제공해주는 시사엔 기쁨도 있습니다. 그녀는 훌륭한 교과서입니다. 그리하여 이 드라마를 보면서 그런 상상을 해봤습니다. "만약 오늘날 김만덕이란 사람이 있어서 삼성그룹의 회장이었다면 어땠을까?" 또는 "삼성그룹 회장을 보았다면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삼성특검에 출두하는 이건희. 유죄판결 받은 그는 곧 사면됐다. @사진 연합뉴스


삼성은 어땠습니까? 자기들이 일으킨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있었을 때, 그들은 무엇을 했지요? 발뺌하기 바빴습니다. 삼성이 흘린 기름띠를 제거하기 위해 모든 국민들이 발 벗고 나섰을 때, 삼성은 행복한 눈물로 세상을 웃기고 있었지요. 그리고 마침내 삼성과 정부의 태도에 분노한 한 태안군민이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세상을 눈물바다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사람의 군민이 기름유출로 양식장이 큰 피해를 입고도 보상을 받지 못한 것에 비관해 넥타이로 목을 매 자살하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TV 다큐 프로(MBC 시사매거진 2580)를 보았더니 글쎄 또 다시 충격적인 이야기가 들립니다. 기름띠를 제거하기 위해 나섰던 태안군민들 중 상당수가 암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을 살리는데 자기 모든 것을 내놓은 김만덕과 비견되는 삼성 

전문가들은 여기에 대해 기름유출 방제작업으로 인해 암이 발병할 가능성은 높지만 이를 증명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기름에 노출된 후 5년 이상의 시간이 경과한 후에 암 등 질병증세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더욱 그렇다는 것이죠.

이에 대해 환경부는 기름유출 사고가 주민들의 암 발병에 영향을 줬다고 보는 건 무리라는 입장이라고 하는군요. 하긴 정부야 누구 대리인처럼 그렇게 이야기 하는 게 당연하겠죠. 법원으로부터 유죄판결을 받고 형을 선고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이건희를 부랴부랴 사면했던 정부가 아니던가요.

자결한 한 태안군민의 영결식 @이미지는 "태안사진"에서 인용


아무튼 김만덕이 오늘날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와서 삼성을 보면 무어라고 할까요? 저는 그것이 못내 궁금하답니다. 사람을 살렸던 거상 김만덕, 사람을 죽이는 거대기업 삼성. "내가 번 돈은 모두 제주도민에게서 나왔으니 다시 그들의 손에 돌려주는 것이 옳다" 하고 말했다는 김만덕을 반대로 삼성의 이건희라면 무어라 할까요? 

"아 그분 참 훌륭한 분이에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위대한 기업인이지요." 이렇게 말했을까요? 실로 아름다운 이미연과 존경할 만한 삶을 살다간 거상 김만덕을 보면서 삼성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커다란 불행입니다. 이건희의 부인 홍라희는 100억 원대를 호가한다는 <행복한 눈물>을 거실에 걸어놓았던 것으로 알려졌었지요.  

행복한 눈물은 있어도 고통을 함께할 눈물은 없는 삼성

그러나 그들에겐 태안주민들의 고통 따위에 흘릴 측은한 눈물은 한 방울도 없나 봅니다. 어쨌거나 김만덕을 본받아 "삼성의 재산은 모두 국민으로부터 나왔으니 다시 그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옳다! 하고 말하는 이건희를 본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풀만 먹고 살라고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겠지요? 정녕 그런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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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거상 김만덕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그 옆에 선 초라한 부자 감세, 진짜 안 어울리네ㅠㅠ~ 

요즘 KBS가 부자들 이야기를 여러 편 동시에 드라마로 만들어 방영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곱지 않은 시선들이 있습니다. 학벌사회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따가운 눈충을 받기도 했던 <공부의 신> 후속 프로로 <부자의 탄생>이 그리고 경주 최부자집 이야기를 다룬 <명가>에 이은 후속으로 <거상 김만덕>이 등장한 것에 대한 비판들이지요. 

부자의 탄생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다룰
<거상 김만덕>


<부자의 탄생>과 <거상 김만덕>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KBS는 보도자료를 통해 <부자의 탄생>을 만든 배경으로  "가난한 밑바닥 인생도 노력하면 상위 1% 로열패밀리가 될 수 있는 희망의 비법을 전수하"는 것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거상 김만덕>도 마찬가집니다. 밑바닥에서 전전하던 김만덕이 갖은 고생을 겪고 마침내 거상이 되는 것이 드라마의 줄거리입니다.

그리고 이들에겐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입니다. <부자의 탄생>에 등장하는 재벌상속녀 이신미는 재벌 딸답지 않게 근면검소한 습관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그녀는 대한민국 최고 재벌 오성의 전략기획본부장으로서 뛰어난 수완을 보이기도 합니다. 재벌이 되겠다고 큰소리치는 석봉도 마찬가집니다.

그는 비록 밑바닥에서 전전하는 인생이지만 매우 양심적입니다. 상대를 기만하거나 부당하게 억압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부자들은 매우 검소하고 정의로우며 열심히 일해야만 될 수 있다는 그런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죠. <거상 김만덕>도 이런 면에선 <부자의 탄생>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김만덕도 어려운 환경에서도 절대 남을 기만하거나 불법적으로 돈을 벌지 않습니다. 그리고 매우 검소하고 근면합니다. 게다가 마음이 착해서 항상 자기보다 남을 먼저 생각합니다. 실제로 실존인물 김만덕은 그런 인물이었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김만덕은 1795년 제주도에 대흉년이 들었을 때 전 재산을 풀어 제주도민을 구휼했다고 합니다.


나라님도 못 구한다는 가난을 구한 김만덕

"가난은 나라님도 구하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지만, 나라님도 아닌 일개 여인 김만덕이 가난에 죽어가던 사람들을 살린 것입니다. 이에 감탄한 정조 임금이 김만덕을 칭송하고 상을 내리며 소원을 물었다고 하지요. 그랬더니 김만덕이 "서울에 가서 궁궐을 구경하고, 금강산도 유람하고 싶다"고 했다 합니다. 물론 정조는 김만덕의 소원을 들어주었지요. 

당시 제주도민은 제주도를 벗어나 육지로 나갈 수 없는 것이 국법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조는 관례를 깨고 김만덕을 서울로 불러 내의원 의녀반수라는 벼슬까지 내리며 공을 치하했다고 합니다. 김만덕을 직접 만나 교분을 텄던 정조의 개혁 파트너요 남인의 영수였던 채제공은 그녀에게 반해 <만덕전>을 지어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후에 추사 김정희나 다산 정약용 같은 인물들도 김만덕을 기려 그녀에 관한 글을 썼으며, <만덕전>과 같은 전기가 다섯 권이나 전해진다고 하니 그녀의 선행이 실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본이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오래 전에 KBS 역사스페셜에서 했던 <제주의녀 김만덕>(그때 진행을 고두심씨가 했었지요?)을 통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잘 알고 있었지요. 

그래서 저는 부자들의 이야기를 이명박 정권의 기업 프렌들리 정책과 결부시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주장들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는 있지만 꼭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김만덕과 같은 부자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모습을 오늘에 사는 우리가 되새겨 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거상 김만덕 옆에 선 부자감세, 정말 안 어울린다

<거상 김만덕> 뿐만 아니라 <부자의 탄생>도 재밌게 보아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 두 프로는 나름 재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늘 다음뷰를 검색하다가 신기한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제가 아무리 이해하고 재밌게 보겠다고는 했지만, 부자들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를 집중 편성한 것이 현 정부의 의도와 아주 관련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다음뷰 상단에 랭크된 인기 주제들을 살펴보았더니 글쎄 거기에 거상 김만덕과 함께 부자감세가 올라 있군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거상 김만덕과 부자감세라…, 부자 감세에 열을 올리는 이명박 정부의 기업 프렌들리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왕년의 부자들이 보여준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부자 감세가 동시에 줄을 서있으니 묘한 느낌이 들지 않으십니까? 

물론 이것은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닐 테지요. 어쩌다 부자 감세와 거상 김만덕이 함께 다음뷰 상단에 줄을 서는 우연이 연출된 것이겠지요. 그러나 어떻든 이 장면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업가 출신의 대통령이 고작 하는 일이 부자들 감세나 해주려고 발버둥을 치는 모습이 왜 하필 전 재산을 털어 사람들을 살린 김만덕의 옆에 서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내가 번 돈은 사실은 내 것이 아니라 제주도민으로부터 나온 것이므로 돌려주어야 한다"던 거상 김만덕의 옆에 선 부자 감세, 이거야말로 아이러니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부자 감세로 얻어진 것이 무엇입니까? 경제발전? 고용증대? 절반에 가까운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한 대림차 사태는 아직 진행 중에 있고, 금호타이어는 1200여 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했습니다.

오늘날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부자들이 세금을 많이 내는 것

위 사진에 나오는 다음뷰 기사 제목에서도 보듯이 부자들은 감세라는 선물을 받은 반면 서민들은 증세라는 폭탄을 맞았지요. 부자 감세의 여파로 지방에 내려 보내는 정부의 교부금이 줄어들었고, 이는 다시 서민들에게 돌아갈 복지의 축소로 이어졌습니다. 당장 가장 피해를 본 것은 장애인들이었습니다.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인 예산이 대폭(사실상 거의) 삭감되자 송정문씨가 대표로 있는 경남장애인자활센터가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 사무실 앞에서 몇 달간 노숙농성을 하기도 했었지요. 송정문씨(그녀는 진보신당 국회의원 후보로 나오기도 했었지요)와 안면이 있는 저도 그 자리에 가끔 갔었지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안 의원은 아예 나타나지도 않았습니다.

아무튼 이왕 김만덕의 옆에 섰으니 이거 하나만은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김만덕처럼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라는 따위의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세금만은 제대로 내십시오. 아니 많이 내십시오. 국민들의 돈으로 사업을 벌여 국민들을 상대로 돈을 벌었으니 세금이라도 많이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부자 감세라니요.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앞으로 <거상 김만덕>을 열심히 보면서 반성하시기 바랍니다. 아마도, 어쩌면, <거상 김만덕>은 소위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라는 오명을 쓰고 입성한 KBS 사장님이 대통령과 정부를 위해 특별히 만든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고 보니 KBS 사장님, 진짜 충신이로군요.
 
예? 개미 하품하는 소리 하지 말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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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