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나무새'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4.16 가시나무새, 유경이 정은을 죽도록 미워하는 이유 by 파비 정부권 (3)
  2. 2011.03.11 가시나무새, 차화연 역시 명불허전이네 by 파비 정부권 (3)

한유경은 왜 저토록 서정은을 괴롭히는 것일까요? 무슨 억하심정이 있기에. 드라마 가시나무새를 보는 내내 궁금했던 질문이었는데요. 처음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한유경, 쟤 사이코패스 아냐?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차츰 그녀가 하는 행동이 차츰 이해되기 시작했어요.

그녀는 자기 자신을 너무나 잘 아는 서정은이 불편하고 미웠던 것이이에요. 아마 이런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은 있었을지 모르죠. 나를 너무 잘 아는 친구에 대한 두렵고, 불편하고, 거북한 느낌. 가급적 만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 한유경에게 서정은이 바로 그랬던 것이죠.

사실 처음에 나는 지나치게 한유경에게 아는 체 하고, 살갑게 구는 서정은에게 불만이었어요. 아니, 상대가 싫다고 하면 자기가 아무리 좋아도 가까이 다가오지 말아야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서정은은 막무가내였어요. “네가 나를 싫어해도 나는 네가 좋은 걸 어떡해.”

하긴 그렇죠. 좋은 걸 어떡해요. 서정은은 가족이 없어요. 그녀는 천애고아에요. 고아원에서 자란 그녀에게 유일한 친구는 한유경뿐입니다. 한유경도 그런 서정은이 애처로우면서도 좋았어요. 편모슬하에서 자란 자신의 처지 때문에 정은에게 더 정이 갔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사단이 나고 말았어요. 서정은이 이영조와 만나 달콤한 시간에 빠져 혼이 달아난 사이 한유경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말았던 것이에요. 정은을 기다리던 유경은 불량배들에게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 빠지게 되지만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어요.

다음날, 얼굴을 심하게 얻어맞아 눈두덩이 부은 얼굴로 학교에 간 유경은 자기가 불량배들에게 맞았다는 소문이 쫙 퍼진 것을 보고 충격을 받게 되죠. 이 충격은 곧 정은에 대한 분노로 바뀌는데, 소문의 진원지가 정은이라고 오해했기 때문이에요.

이때부터 한유경의 서정은에 대한 끝도 없는 미움이 시작된 것이죠. 그러나 단지 이 이유가 전부였을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요? 유경이처럼 똑똑한 아이가 정은이가 소문을 퍼뜨린 범인이 아니란 것쯤은 얼마든지 알 수 있어요. 실제로 소문을 퍼뜨린 것은 다른 친구들이었죠.

유경이 불량배들에게 붙들려 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같은 학교 친구들이 있었고, 이 아이들은 그런 유경을 도와주기는커녕 도리어 이를 학교에 소문을 내 창피를 주었던 것이에요. 불량배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소문이 나면 당연히 그 이상의 상상을 하게 되는… 그렇죠, 유경이 같은 여학생에겐 치명적이죠.

결국 한유경은 학교를 떠났고, 그 이후로 서정은은 그녀를 볼 수 없었어요. 그리고 이들이 다시 만난 것이 10년만인지, 아니면 그보다 더 지난 시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많은 시간이 흘러 이들은 다시 운명처럼 마주쳤어요. 이영조와 한유경과 서정은이 모두 같은 공간에서 만나게 된 것이죠.

사사건건 서정은을 괴롭히는 한유경. 한유경과 이영조가 연인이 되고, 유경이 영조의 아이를 낳은 것도 실은 서정은과 이영조가 맺어지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서였어요. 한유경의 지독한 서정은에 대한 미움이 엉뚱하게 이영조와 엮이게 되는 운명을 맞이한 것이죠.

정말 지독한 한유경이죠? 죽도록 미운 서정은이 행복해지는 걸 방해하기 위해 자기 운명마저 내던지는 한유경. 정은에게 천사 같던 유경이 악마가 돼서 나타난 거예요. 드라마 첫 회에서 만난 어린 시절 한유경은 정말 착한 아이였는데요. 어떻게 이리 변한 것인지.

그리고 한유경은 영조마저 버렸어요. 물론 자기 엄마가 자기를 버리도록 만든 게 영조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꾸민 짓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이건 최종달의 거짓말에 넘어간 듯), 그것 때문에 이영조를 버리고 자기가 낳은 딸아이마저 버린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죠.

뭐 아무튼, 한유경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선 사랑하는(진짜 사랑했는지도 의문이지만) 남자도, 그 남자와의 사이에 난 딸도 버릴 수 있는 인면수심이었으니. 보육원에 맡겨져 곧 입양되기를 기다리던 한별이는 정은이 데려다 키우게 되죠. 천사 같은, 아니 천사 서정은….

그리고 다시 6년 세월이 흘렀어요. 질긴 운명의 끈은 이들을 다시 한 무대에 올리게 되는데요. 한유경으로 인해 주연 여배우 자리까지 포기했던 정은은 단역 엑스트라로 전전하며 생활하다 마침내 주연배우가 될 기회를 얻게 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요. 미혼모(진짜 미혼모는 한유경인데)라는 사실이 밝혀진 때문이죠.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자신의 딸인지도 모른 채 6년 동안 서정은과 한집(건넌방 더부살이)에서 살아온 이영조가 다시 정은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싹트게 되고, 이들은 마침내 결혼하기로 해요. 원래 이 둘이 맺어질 운명이었던 것을 한유경이 갈랐던 거 기억하시죠?

하지만 한유경,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군요. 지옥까지라도 따라가서 서정은이 잘되는 꼴을 막아야겠다는 한유경. 약혼식장에 들어서는 이영조를 막아섰어요. 그리고 악을 쓰듯 말하죠. “서정은과 절대 결혼해선 안 돼. 그럴 이유가 있단 말이야!”

이 장면을 보게 된 서정은. 순간 한별이의 아빠가 이영조임을 눈치 못 챘다면 정말 바보겠죠? 아무리 멍청해도 그 정도를 모를 리 없는 서정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또다시 답답한 선택으로 시청자들을 짜증나게 할 것인지, 아니면 당차게 자기 갈 길을 당당하게 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네요.

어쨌거나 처음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죠. 한유경은 왜 이토록 서정은을 미워하는 것일까요? 은혜를 원수로 갚는 저 사악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단지 어릴 적 일어났던 사건 때문에? 아니에요. 그 정도로 인간이 이렇게 사악해질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에요.

그럼 무엇 때문에?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자신의 숨기고 싶은 치부를 서정은이 너무 많이 알기 때문이죠. 사람은 그래요. 정말 숨겼으면,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비밀을 너무 많이 알고 있는 상대가 죽이고 싶도록 미울 때가 있죠. 제발 세상에서 없어졌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

그런데 그 상대방이 시시때때로 그 비밀을 들추어내며 “괜찮아. 다 이해해. 그럴 수 있는 거지, 뭐” 그러면 얼마나 열 받겠어요? 물론 서정은이 꼭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서정은은 정말 착하죠. 천사표 서정은. 하지만 때로 사람들에겐 이 천사가 너무나 불편할 수도 있다는 거지요.

아무튼, 한유경의 미움은 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군요. 정말이지 연구과제에요. 어릴 때 입은 상처로 인해 생긴 콤플렉스가 원인일까요? 아무리 그렇지만 서정은을 향한 맹목적인 미움의 표출은 도무지 용서하기 어렵군요. 정말 그 끝은 어디일지.

이러면 안 되는데, 드라마 보다보면 가슴이 답답해질 때가 있죠. 마음 편하자고, 재미있자고 드라마 보면서 가슴이 답답해진다면 슬픈 일이죠. 하지만, 정말 답답하네요. 하긴 드라마 아니라도 마찬가지죠. 대하소설 같은 것도 마지막 장을 덮으며 가슴이 답답하거나, 허전하거나, 공허해지는 그런 경험 많잖아요?

가시나무새, 어쨌거나 최근에 이토록 가슴이 답답해지는 드라마를 본 적이 없는데, 좋은 드라마네요. ^^ 

Posted by 파비 정부권

가시나무새. 제목에 끌려서 보게 된 드라마입니다. 오래 전에 리처드 체임벌린이 주연했던 미니시리즈의 제목이 가시나무새였지요. 이 드라마를 보고서 리처드 체임벌린에게 완전 반했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멋진 배우였습니다. 그의 얼굴을 보면 뭐랄까, 슬픔, 비장함, 연민과 같은 복잡한 심정이 거울처럼 들여다보였습니다.

그런데 가시나무새를 보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50대 중반의 여인인데 너무나 멋진, 귀부인 티가 물씬 나는 배우가 나왔던 것입니다. 누굴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그러나 어딘가 낯이 익은 얼굴이었는데 정말 매력적이더군요. 연기도 베테랑이었고요. 진짜 누굴까?

젊은 주연배우들보다 훨씬 관심이 가는 그런 여배우가 나중에 알고 보니 차화연이었습니다. 70년대 중반에 데뷔해서 87년에 은퇴했다고 하니 아마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중3 땐지 고1 땐지는 정확치 않는데 <TV문학관>에서 <삼포가는 길> 했을 때 본 기억이 있습니다.

▲ 차화연. 사진은 다음 동영상에 올라있는 걸 짜집기 한 건데, 괜찮을라나?


그때의 그녀는 매우 젊었는데, 정말 매혹적인 미인이었지요. 어린 마음에도 그녀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오해들 마십시오. 아시는 분은 아시는 바와 같이 저의 로망 1번은 김희애니까요. 아무튼, 가시나무새는 무척 재미있는 드라마였습니다. 물론 여기서도 출생의 비밀 비슷한 것이 등장합니다만.

참 그러고 보니 요즘 드라마들 출생의 비밀 없는 드라마가 하나도 없군요. 소위 막장 소재의 전시장이라는 욕망의 불꽃도 그렇고, 짝패도 그렇고, 신기생뎐… 할 거 없이 모두 출생의 비밀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시나무새의 출생의 비밀은 좀 다릅니다.

연기자로 성공해야 하는 전도유망한 젊은 여배우가 아이를 낳게 되고, 갈등 끝에 누군가에게 돈을 주고 아이를 맡긴다는(그녀의 고백을 들으니 빼앗겼다고 하고,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 건지) 스토리인데, 엄밀히 말하면 출생의 비밀이라기보다는 모정과 출세 사이에서 번민하는 여자의 이야기지요. 그 모정을 연기하는 것이 차화연의 역할입니다.

어쨌든 드라마광인 저로서는 요즘 신이 났습니다. 김희애에다 차화연까지. 연예뉴스들이 전설의 미녀스타란 수사를 동원하며 호들갑입니다만, 그러나 과연 그런 화려한 수사가 과장이 아닙니다. 명불허전이란 말도 있지만, 다른 여느 미녀스타들과 달리 차화연은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오히려 더 빛이 나더군요.

가시나무새의 주연은 한혜진과 주상욱인 것으로 보입니다만(아니 진짜로 그렇습니다), 진짜 주연은 차화연과 김민정으로 보입니다. 아직 극 초반이어서 그런 것일까요? 그리고 실제로 이 두 사람의 연기력이 가장 돋보이고 몰입도 아주 잘 됩니다.

한혜진은 아직은 ‘글쎄요?’라는 물음표와 함께 더 지켜보아야 할 듯합니다. 한혜진은 막장드라마의 신기원을 이룬 수상한 삼형제에서 주연으로 나왔던 배우였지요. 그 드라마에서의 느끼하고 뭔가 불편한 느낌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은 한혜진의 연기가 가슴에 닿지 않습니다.

심지어 그녀의 연기가 불안하기까지 하니 대체 어찌된 일일까요? 거기다 추노에서 사당패 설화로 꽤나 어필했던 김하은은 그러나 아직 멀었다는 평가조차도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연기를 몇 년이나 하고 그렇게 많은 작품에 출연했는데도 여전할까요?


투덜거리는 제 옆에 앉아있던 아내는 그런 저를 보고 “아니 이런 사람도 저런 사람도 있어야지, 그럼 전부 다 잘하면 사공 많은 배하고 똑같지. 그래서 빛나는 주연도 있고 그런 거 아니겠어?” 물론 저는 반댑니다. “진짜 훌륭한 조연이 있어야 주연도 빛나는 법인데….”

암튼^^ 차화연, 20년도 훨씬 지나서 복귀했는데도 역시 연기를 잘하네요. 차화연의 딸로 나오는 김민정도 연기 정말 잘하고요. 그러고 보니 김민정, 패션70’s에서 고준희로 나왔었군요. 그때도 지금처럼 주인공 이요원을 무지 괴롭히는 역할로 나왔었는데, 그 방면에 딱인가 봅니다. ㅋㅋ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너무 칭찬모드로 깊게 들어가면 욕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과유불급이란 말, 이럴 때 적용해도 되는 건가요? 어쨌든 차화연과 김민정의 호흡이 정말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주상욱도 잘 하고 있지만, 오늘은 일단 남자는 빼고.

바라는 것이 있다면, 한혜진이 수상한 삼형제로부터 뒤집어쓰고 나왔을지도 모르는 그 느끼하고 뭔가 불편한 느낌을 빨리 지워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사실 이미지란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인데요. 한번 형성되면 이게 또 잘 안 지워지거든요.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