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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추어탕을 보신탕으로 착각해 벌어진 사연

창원 상남동 삼원회관 추어탕집에서 점심 먹은지가 한시간도 채 안됐는데 또 배 고프다. 한그릇 더 먹을 걸 그랬나? 아무튼 이 대목에서 생각나는 고사가 하나 있다. 고사라 해서 너무 긴장들 마시라. 10년 전 내 이야기다. 

상남에서 잠깐 부동산업을 하던 시절, 전날 밤 고주망태로 술을 먹고 삼원추어탕에 아침을 먹으러 갔다. 지금은 주인이 바뀌었는지 청도식 혹은 밀양식 추어탕이 나오던데 그때는 남원식 추어탕이 나왔다. 

경상도 추어탕이 맑은 국물에 싱싱하게 푸른 시래기를 얹어 나오는 것과는 달리 남원추어탕은 미꾸라지를 곱게 갈아 뻑뻑한 국물이 특징이다. 술이 덜 깨 알딸딸한 상태였던 나는 추어탕을 주문해놓고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이 뻑뻑한 국물을 보자 그만 보신탕으로 착각했던가보다.  

대뜸 산초를 크게 두 숟가락 푹 퍼서 넣고 휘휘 저은 다음 마늘 다진 것도 넣고 땡고추도 넣고 마지막으로 방아이파리도 넣어 후루룩 쩝쩝 하며 허기진 배를 달랬다. 

아뿔싸... 나는 추어탕이 보신탕인 것으로 착각한 것도 모자라 산초가루를 들깨가루로 오인한 것이다. 얼마나 배가 고팠던지 입안이 화닥화닥 하는데도 거의 반그릇을 다 비웠다. 나도 김갑수 위원장님처럼 식당주인 눈치나 살피는 미련곰탱이과다. 맛이 이상하다고 물어보면 될 걸... 

혼자서 땀 뻘뻘 흘리며 하~ 하~ 하고 있는 나를 본 주인장이 자초지종을 듣고 박장대소 하고는 새로 한 그릇 내어오며 드시라고 한다. 민망키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여하튼 그날 아침 추어탕 한그릇 반 잘 먹었다. 

딱 11년 전 고사다. 오늘 삼원추어탕에 가니 옛생각이 났는데, 주인 아저씨는 아주머니로 바뀌고 남원추어탕도 청도추어탕으로 바뀐 것을 보니 실로 세월이 무상타. ㅠㅠ

남원추어탕/ 사진출처-DSLR카메라클럽

ps; 페이스북 담벼락에 썼던 글이다. 담번에는 술 먹은 담날 아침에 여탕에 들어갔던 이야기를 써야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