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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김갑수, 민주-통진 비례공천 진보신당에 배워야

김갑수 민주통합당 창원시 의창구 후보가 페이스북에서 이렇게 말했다.

“진정한 ‘비례대표 사용법’, 진보신당에게 배워야 한다.”

진보신당이 청소노동자 출신의 김순자 씨를 비례대표로 뽑았다는 기사에 대한 일종의 논평이다. 나는 진보신당의 이 결정에 그렇게 크게 박수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오로지 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뽑힘을 받는 것이 나는 그리 흔쾌하지 않다.

미안한 얘기지만 지난 8년 동안 민주노동당(지금은 통합진보당)의 비례공천으로 당선돼 국회에 들어간 여성, 장애인, 노동자 출신 의원들이 무슨 일을 했나 뒤돌아보면 실로 민망하기 그지없다. 일각에서는 좀 심한 말로 “식물국회의원”이란 혹평까지 나온다.

그래서 진보신당의 결정이 당연한 결정이라 생각하면서도 걱정스러운 것이다. 여성, 장애인,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되 더불어 능력있는 활동가를 뽑는다면이야 잔소리할 이유도 없겠지만 지난 8년을 보면 썩 좋았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김갑수 후보가 쓴 논평은 정말이지 대단히 훌륭하다. 물론 나는 그가 내린 비례대표에 대한 개념정립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는다. 나는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민주통합당 역시 노동계급의 대표를 옹립하는 것이 전략적 차원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노동계급의 당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로 유력한 정당으로 성장한 노동당이나 사회당 같은 진보정당이라 하더라도 꽤 참신한 자본가, 기업가를 자기 당의 비례후보로 내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 국회는 삼부회도 아닌 것이다.

아무튼 그건 먼(혹은 가까운) 미래의 일이고, 당장 눈앞에 처한 현실정치에서 김갑수 후보의 일갈은 정말이지 감동을 넘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특히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청년비례대표들에게 그토록 공을 들였어야 했나” 하며 반성하는 대목에선 실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새누리당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상대로 약관의 청년후보 손수조를 내세우자 “듣보잡” “문재인 욕보이기” “어차피 질 거 깽판치자는 수작” 운운하던 분들이 민주당과 통진당의 비슷한 행태에 대해선 일절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800만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표가 국회에 단 한 명도 없다는 건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일 아닌가” 하는 그의 외침엔 진정성이 느껴진다. 김갑수, 정말 훌륭한 정치인이란 생각이 든다. 진심으로 그의 선전을 기원해주고 싶다.

진보신당은 비례대표 후보로 홍세화 대표를 비롯해 ‘희망버스’를 기획했다 구속됐던 정진우 당 비정규실장, 박노자 오슬로대 교수, 장혜옥 전 전교조 위원장 등을 공천했다고 한다. 아, 그러고 보니 김순자 씨가 비례대표 1번이라 뉴스가 된 것이었구나. 홍세화 대표가 2번.

김갑수 후보 페이스북에서 인용 
 

진정한 "비례대표 사용법", 진보신당에게서 배워야 한다. 전문가란 미명 아래 "검사, 판사, 변호사 등의 법조인 혹은 스펙 작렬인 대기업 임원이나 유명인 그리고 표를 의식한 약사, 의사, 끝으로 계파별 대표선수들" 명단 정리한 뒤 추천인사 권력 순으로 번호 매겨 담벼락에 포스터 붙이는 게 비례대표가 아니다.

이땅의 구성원들, 그중에서도 대의민주주의에서 완벽히 소외된 절대다수의 대표들을 그 비중만큼 국회로 진출시키는 것, 그게 바로 비례대표다. 생각해 보라. 800만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표가 국회에 단 한 명도 없다는 건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일 아닌가.

기사를 보며 과연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청년비례대표들에게 그토록 공을 들였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청년의 대표가 국회에 없어 청년들이 절망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분명히 그들의 대표가 국회에 없어 절망하고 차별받았다. 어떤 식으로든 배려 받아 마땅하다.

"청춘이란 그저 얼마를 살았는지가 아닌 마음의 상태"라고 봤을 때 기사 속 김순자 씨야 말로 진정한 청춘이요 청년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순자 씨야말로 젊디젊은 청년비례대표요, 비정규직 노동자대표다. 브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