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품달이 끝났다. 마지막 2회를 남겨두고 MBC노조의 파업여파로 결방되는 바람에 시청자들의 애를 태웠던 해품달, 그러나 결말은 엉성했다. 아니 이건 배신이었다. 애타게 마지막 반전을 기다리던 시청자들을 향한 반역이었다.

우리는 무엇을 기다렸던가. 원작소설과는 다른 무언가 색다른 반전을 기다린 것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해품달의 마지막 결말에는 그 어떤 반전도 없었다. 한창 일을 벌이다가 갑자기 급한 약속이라도 생긴 듯 주섬주섬 짐을 챙겨들고 떠나는 모습, 그것뿐이었다.

원작에서처럼 대비도 죽고 윤대형도 죽고 중전도 죽고 설이도 죽고 도무녀 장씨도 죽고, 또 누가 죽더라? 아무튼 죽을 사람은 다 죽는다. 운검은 죽지 않았다. 원작에서는 그가 죽는지 사는지 모르겠지만 죽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죽고 사는 건 스토리상 별 얘깃거리도 안 된다.

민화공주는 아이를 낳은 후에 관비가 됐다. 이것 역시 원작과 똑같다. 허염은 왕명에 의해 공주와 강제이혼하고 의빈직도 내놓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왕이 공주를 사면해 면천하고 다시 허염 부자와 해후해 행복한 여생을 보낸다는 결말이다.

나는 이 드라마가 원작을 넘어 만들어낼 반전 중에 세자빈 허연우를 죽이는 흑주술에 사용된 제물이 사실은 공주가 아니라 윤대형의 딸(중전)이길 바랬다. 그리하여 공주는 세자빈을 죽이는 일에 실질적으로는 가담하지 않은 것이 되어 자연스럽게 용서받을 수 있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 그러고 보니 윤대형의 딸도 원작과 마찬가지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렇듯 해품달의 마지막 결말은 원작이 만들어놓은 결말들을 매우 바쁘다는 투로 부랴부랴 마무리하는 이벤트 회사의 뒷정리처럼 되고 말았다. 

일당들과 함께 역모를 꾸미는 영상 윤대형이 느닷없이 허염에게 화살에 서찰을 달아 날린다. 실로 느닷없다는 말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어이없는 행동이다. 허염에게 사건의 진상을 폭로한다는 것이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가.

물론 원작 그대로의 내용일지는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충분한 설명이 없는 이런 원작 따라 하기는 그저 황당하고 무계할 뿐이다. 그래서, 그리하여 자존감이 강한 의빈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를 바랬다니. 그리고 죽지 않자 자객을 보낸다는 더 어처구니없는 설정.

뭐 그렇게 해서 원작에서처럼 설을 죽이고 싶었던가보다. “불꽃을 품고 떠나니 행복하더냐?” 따위의 대사가 원작에서는 어떤 감동을 불러일으켰는지는 모르겠으나 해품달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아무런 느낌도 주지 못했다. 그저 멍한 표정으로 ‘설이 죽었구나!’ 했을 뿐.

이렇게 해품달은 대비도 부랴부랴 밀린 빨래하듯이 죽이는데—나는 대비역의 김영애가 너무 불쌍했다. 온양행궁에 쫓겨 내려갔던 대비가 갑자기 목을 부여잡고 피를 토하며 죽는 장면이라니. 그것도 윤대형에 의해—오랜 세월 쌓아두었을 그녀의 명성이 아까웠다.

양명군의 죽음이 그래도 좀 감동적이지 않았냐고? 반란군들과 합세해 왕이 되겠다고 나선 양명군이 실은 왕 이훤과 짜고 역모에 가담한 자들의 명부를 확보하기 위한 계략이었다는 것이 극적이라면 극적일 수 있겠고 반전이라면 반전일 수 있겠다.

하지만 양명의 죽음 역시 나에겐 그 어떤 감동도 만들어주지 못했다.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기도 했지만 윤대형 같은 대단한 인물의 반란치고는 너무나 엉성한 반란이었던 데다가 마지막 양명이 죽는 장면은 공감하기엔 지나치게 역부족이었다.

이미 반란군의 수뇌부가 다 죽은 마당에 마지막 유일한 생존자인 걸로 보이는 일개 병졸이 쓰러졌다가 일어나며 창을 들어 양명군을 향해 던진다? 그리고 양명은 기다렸다는 듯이 칼을 내려놓고 가슴으로 그 창을 받는다? 이 장면에서 나는 너무 황당해서 웃을 수도 없었다.

왕 이훤과 허연우의 행복을 빌어주며 마지막 가쁜 숨을 몰아쉬는 양명의 거룩한 죽음 앞에 눈물이라도 보여야 했건만 그저 어이가 없어 웃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니. 양명의 입가에 묻은 붉은 피마저도 이훤이 흘리는 서러운 눈물마저도 그저 우스울 뿐이었다.

왜 이렇게 됐을까? MBC 파업에 정신이 빼앗긴 피디의 무성의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MBC노조에 맞서 자리 버티기를 하고 있는 김재철 사장을 탓해야 할까? 최고시청률 40%를 넘기며 국민드라마로 칭송받던 해품달의 마지막 결말이 이렇듯 밀린 빨랫감이 되고 말다니.

무성의한 피디 탓이든 막가파식으로 MBC노조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명박의 낙하산 김재철 사장 탓이든 내 결론은 이렇다. 이럴 거면 차라리 마지막 2회는 방영하지 않는 편이 나았을 듯싶다. 차라리 그랬다면 신비감이라도 남았을 것이다. 물론 결코 그럴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하여튼 모든 결말은 싱겁고 아쉬운 법인데 그러지 않을 것 같은 해품달도 결국 배신을 때리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결말을 장식해주길 바랬지만 그런 우리의 바램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해품달의 배신이 반전이라면 반전이랄까.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