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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신들의 만찬, 진짜 천상식본 누구 손에 있나

참으로 묘한 일입니다. 천상식본 2권의 행방은 어찌 된 것일까요? 모두들 아시다시피 천상식본 2권은 원래 고준영이 갖고 있었습니다. 이 책은 오래전에 3대 명장 선노인의 경쟁자였던 이초희가 명장 경쟁에서 탈락하자 실망감에 이 책을 훔쳐 달아나 우도에 숨어 살았죠.

아리랑—아마도 국립전통한식요리연구원 정도쯤 되는 것 같습니다만—엔 천상식본 1권만이 남게 됐는데 이걸로는 아리랑이 오래도록 이어오던 전통한식을 재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드라마의 설명에 의하면 아리랑 2권이 있어야 금천장을 재현할 수 있다는 것.

금천장이 뭐냐? 뭐 별 거 아닙니다. 그냥 된장이죠. 그러나 그냥 된장은 아니겠죠, 당연히. 뭔가 특별한 전통의 맛이 깃든, 오묘하고 깊은 여운이 남는 그런 맛이 이 된장에 있겠죠. 이초희가 천상식본 2권을 훔쳐간 이후로 말하자면 아리랑의 장맛은 실전되었던 것입니다.

▲ 아리랑의 3대 명장 선노인(맨 오른쪽)으로부터 반시계방향으로 현직 명장 성도희, 성도희에게 진 전 아리랑 수제자 백설희, 현 아리랑 수제자이자 성도희의 딸(가짜딸) 하인주, 새 수제자에 도전하는 고준영(사실은 진짜 하인주로 성도희의 딸)이 마주 앉았다.

3대 명장 선노인이 그랬듯이 4대 명장 성도희에게 주어진 최대과제는 바로 이 실전된 금천장을 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했죠. 2대에 걸쳐—짐작컨대 반세기 이상을—부단히 노력했지만 금천장은 만들 수 없었습니다.

자, 그 와중에 성도희와 4대 명장 경합에서 탈락하고 사라졌던 백설희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천상식본 2권을 들고서. 물론 이 책은 가짭니다. 백설희가 그 책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없는지는 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백설희는 이 책을 근거로 금천장을 만인 앞에 선보이겠다고 합니다.

저로서는 조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 그래도 백설희는 성도희와 더불어 선노인의 수제자였습니다. 그녀라면 선노인이나 성도희와 마찬가지로 금방 금천장의 맛을 분간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가짜 천상식본을 갖고서 가짜 금천장을 만들어 이를 공개한다?

두 가지 가정이 가능합니다. 하나는 백설희는 성도희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그야말로 아리랑의 수제자 자격이 전혀 없었던 무능한 요리사였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백설희가 사기꾼이라는 것입니다. 전자는 사실 말도 안 되는 가정이고 후자는 슬픈 가정입니다.

어떻든 제가 이야기하고자하는 바는 백설희가 무능한 요리사냐 아니면 사기꾼이냐가 아닙니다. 도대체 천상식본 2권이 어디로 사라졌느냐 하는 것입니다. 제가 잘못 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재하에게 반한 고준영이 이초희의 남편인지 오빠인지—확실히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같이 살고 있었으니까. 신구였죠—이 보관하고 있던 이 책을 훔쳐 재하에게 빌려주려고 제주의 한 호텔로 갑니다.

이때 책을 잃어버릴 뻔 했죠. 우연히 호텔의 주방에 들어가게 된 준영이 요리를 도와주게 되고 그러다가 주방 조리대 아래에 놓아두었던 천상식본을 그냥 두고 나왔던 것입니다. 그때 저는 장탄식을 했었는데요, 이렇게 말입니다. “이거 또 스토리를 이상하게 꼬고 있군!”

▲ 덤벙대길 잘 하는 고준영. 두 번이나 귀하디귀한 천상식본 2권을 아무렇게나 다루더니 결국 잃어버렸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그걸 찾으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것.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소녀다. 그렇지만 타고난 신의 손!

그러나 책을 안 가지고 나온 것을 안 준영이 다시 주방으로 돌아가 책을 챙겨서 제주도(우도)로 돌아갑니다. 신구에게 된통 혼이 난 준영. 그러나 이런저런 곡절 끝에 준영은 자신을 데리러 온 선노인을 따라 나서고 신구—드라마에선 특별한 이름이 없었음—는 천상식본 2권을 주어서 보냅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잠깐 설명을 드리자면, 신구가 선노인을 우도로 오도록 만든 것입니다. 천상식본 2권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고준영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더욱 놀라운 사실은 천상식본 2권도 금천장을 만들기엔 결정적 하자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천상식본 2권으로도 금천장은 만들 수 없었다는 것. 이 무슨 괴이한 소리? 그럼 지금껏 해온 천상식본 타령은 무엇이란 말인가? 어떻거나 그건 저도 잘 모르겠고, 금천장은 오로지 고준영의 타고난 미각과 손재주 즉 손맛에 의해서만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고준영이 만든 금천장이 죽어가는 이초희를 몇 년이나 더 살렸다니 가히 빼어난 장맛을 넘어 불로장생의 신묘한 영약이라 아니할 수 없겠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신구는 선노인을 따라 아리랑으로 떠나는 준영에게 천상식본 2권을 들려 보냈습니다.

저는 드라마를 보는 내내 ‘저 덤벙거리는 처자가 언제 천상식본을 잃어버릴 것인가?’ 불안해하며 전전긍긍했습니다. 천상식본이 하인주—진짜 이름은 송연우이고 가짜 하인주죠. 진짜 하인주는 고준영인데 여기선 그런 골치 아픈 족보는 잊기로 하죠—의 손에 들어가는 것이 이 드라마가 미리 짜놓은 각본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됐습니다. 어찌어찌하다 주방에서 옷을 홀딱 버리게 된 고준영이 하인주의 집에서 목욕을 하게 됐는데 그때 응접실에 놓아둔 천상식본이 하인주의 눈에 띄게 된 것입니다. 너무나 놀라고 당황하면서도 황급히 책을 들고 자신의 방으로 숨어드는 하인주.

목욕을 하고 나온 고준영은 잠깐 ‘어 책이 어디 갔지?’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가방만 들고는 하인주의 집을 떠나고 맙니다. 책을 잃어버린 것이죠. 물론 갑자기 들어온 성도희 명장 때문에 당황하긴 했을 테지만 그건 변명이 안 됩니다.

이미 하인주가 목욕을 하도록 허락을 한 것이므로 아무리 성도희가 무섭다하더라도 사정을 얘기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더욱 문제는, 자기가 잃어버린 책이 너무너무 중요한 천상식본 2권 진본이란 사실입니다. 혹시 고준영은 이 책의 진가를 모르고 있는 것일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덜렁 책을 훔쳐 재하에게 갖다 주겠다고 들고 온 것을 보면 그녀는 이 책이 그렇게 귀중한 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준영이 가진 ‘신의 손’은 천상식본을 필요로 하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금천장도 그녀 혼자서 만들었다고 했으니.

자, 그건 그렇고, 저는 그렇게 해서 천상식본 2권이 하인주의 손에 들어간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천상식본 1권과 2권을 모두 가진 하인주(사실은 송연우)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고준영(사실은 진짜 하인주)의 경합이 벌어지고 결국은 준영이 승리한다, 뭐 그런 스토리쯤으로 생각했던 게지요.

▲ 선노인이 성도희에에게 진짜 천상식본 2권과 가짜 천상식본 2권을 보여줄 때 나는 정말이지 허걱 했다. 이거 내가 잠깐 치매에 걸리니 것일까? 어떻게 된 거지? 아직도 모르겠다.

그런데 웬걸? 오늘 드라마를 보니 선노인에게 천상식본 2권이 있었습니다. 고준영을 아리랑의 수제자로 천거한 선노인의 처사를 따지는 성도희에게 선노인은 두 권의 천상식본을 던져놓습니다. 하나는 가짜 천상식본 2권, 또 하나는 진짜 천상식본 2권.

그러면서 말합니다. 백설희가 공개한 천상식본 2권은 가짜라고. 그리고 진짜는 바로 이것이라고. 아, 이 순간 저는 갑자기 혼란에 빠져들었습니다. 뭐야, 이거. 그럼 고준영이 들고 다니다가 주의부족으로 잃어버린 천상식본은? 하인주가 훔쳐간 천상식본은?

하인주가 선노인에게 천상식본 2권을 갖다 바쳤나? “할머니 이거 제가 고중영한테서 훔친 천상식본 2권이랍니다” 하면서 말입니다. 도무지 앞뒤가 정리가 안 됩니다. 이거 어떻게 된 일인지 누가 좀 가르쳐주실 분 없나요? 술도 안 먹고 봤는데 왜 이리 혼란스러운지…….

하지만 드라마 <신들의 만찬>은 맛있는 드라맙니다. 매우 재미있습니다. 네, 그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