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이야기

게임언어로 된 기발한 진보신당 논평, 놀랍다

최근 진보신당이 게임언어로 된 논평을 내 화제가 된 걸 저만 모르고 있었네요. 어제 술자리에서 우연히 그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그야말로 폭풍관심을 끌었군요. 그래서 저도 일단 그 논평을 입수해 읽어봤는데 사실 게임에 게자도 모르는 저로서는 무슨 소린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기는 해도 재미는 있었습니다.

각종 사이트로 퍼날라진 건 빼고도 진보신당 홈페이지에서만 3만6천의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하니 가히 트래픽폭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각종 언론사에서 이 기이한 논평을 대대적으로 기사화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요. 아예 기사 말미에 두 개의 버전으로 된 진보신당 논평을 첨부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아래에 첨부합니다. 한번 읽어보셔요. 재미있습니다.

진보신당이 이른바 노심조라 불리는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가 탈당해 통합진보당으로 간 이후에 원외정당으로 당세가 위축되면서 언론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가싶더니만 이 한방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네요. 언론이 안 써주니 팟캐스트도 하고 홈페이지를 매체로 만드는 등 직접 대중과 접촉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는데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잘 정돈된 고리타분한 논평이나 성명서만 보다가 이렇게 기발한 발상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매우 기분 좋은 일입니다. 세상은 계속 진화하는군요. 진화, 진보, 새로운 발상과 실천을 통해 가능해지는 것들이지요. 그나저나 왜 나만 모르고 있었을까요? 아무래도 진화하는 세상밖에 머무는 이방인(혹은 원시인)이라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게임 규제로 학교폭력 예방? 청소년 빙자 기금축적하려는 교과부 꼼수

<게임용어 버전>

교과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예방 패치들은 임팩트가 거의 없는 사실상 너프가 된 쓰렉패치였으며, 괜히 트래픽만 높여 버퍼링만 증가시키는 것이었다. 특히 교과부 제작 학교폭력 예방패치 12.2.6버전은 허접 템 드랍으로 유저들을 실망시키면서, 마치 렉 걸린 몹에 일점사 극딜을 하는 듯한 상실감을 유발하며 광역 어그로를 끌고 있다.

게임이 학교 인던에서 피브이피를 유발한다는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교과부와 여가부는 이번 패치를 통해 학생들이 풀엠과 만피를 채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교과부는 이번 패치에서 입겜 2시간 후 10분 간 쿨타임을 돌리는가 하면 일정시간 후 경험치다운과 같은 스킬을 도입하고 있다. 와우 2시간 돌리고 스포 2시간 돌리라는 배려인가? 한편 교과부는 게임 · 인터넷 디버프 해제용 물약 현질 등의 패치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패치의 본질은 게임업체들로부터 골드를 앵벌이 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학교폭력 몹으로부터 청소년 쉴드는 훼이크고 실질적으로는 정부산하기관의 골드 확보를 위한 게임업체 파밍이 정부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각하의 한마디로 명텐도 개발 붐을 일으켰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와서는 청소년을 소환해 게임산업을 전멸하는 종특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폭력 보스몹을 게임으로 설정하는 것은 당장 편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패치적용은 장기적으로 청소년들에게 보막을 쳐주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을 억압과 폐쇄라는 극악던전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지엠 노릇도 못하는 주제에 개발자 역할까지 하려는 교과부의 몰상식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진보신당은 교과부가 이러한 수준 낮은 패치로 국민을 우롱할 것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으로 레이드 공대를 전멸시키는 입시던전 교육 체계 자체를 뜯어 고치고, 인간적인 삶에 대해 고뇌할 수 있는 아제로스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주문한다. 이것만이 학교폭력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길이라고 진보신당은 믿고 있다.

<일상어 번역문>

교과부가 학교폭력 예방 대책으로 2월 6일 발표한 다양한 방안들은 거의 대부분 실효성을 보장할 수 없으며, 오히려 교사, 학부모, 학생 및 다수 이해관계자들에게 부담만을 지우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특히 교과부가 학교 폭력 근절 대책 중 하나로 제시한 게임 및 인터넷 관련 규제안은 마치 한 편의 허무개그를 보는 듯한 상실감을 선사하면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게임이 학교폭력을 유발한다는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교과부와 여가부는 게임규제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 교과부의 대책을 보면 게임 시작 후 2시간이면 게임이 자동 종료되도록 한다거나, 게임 피로도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등의 기술적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게임 · 인터넷 중독 예방교육 강화 및 치유활동 등의 대책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의 본질은 게임개발업체들로 하여금 자금을 출연하도록 강제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청소년을 학교폭력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취지는 사실상 허울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는 정부산하기관의 자금확보를 위해 게임업계를 압박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계획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닌텐도 게임기를 보면서 왜 우리는 이러한 것을 만들지 못하느냐고 탄식했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청소년 보호를 빙자해서 정부가 아예 게임 산업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학교폭력의 주범을 게임으로 돌리는 것이 당장은 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청소년 스스로를 보호라는 미명 아래 억압과 폐쇄의 굴레에 머물도록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진보신당은 교과부가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는 근시안적 대응들을 대안이라고 포장하여 내놓지 말고, 좀 더 근본적으로 입시에 매몰되어 있는 교육체계 자체를 뜯어 고치고 인간적인 삶에 대해 고뇌할 수 있는 교육풍토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주문한다. 이것만이 학교폭력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길이라고 진보신당은 믿고 있다.

2012년 2월 8일

진보신당 정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