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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이명박과 진보정당 사이엔 무엇이 있을까?

엊그제 지인이 저녁식사 자리에 초대했습니다. 말은 저녁식사라고 했지만 밥은 죽 한 그릇이 전부였고 술과 안주뿐이었습니다. 그 자리에는 김훤주 기자도 초대됐습니다. 술이 한 순배 거나하게 돌아가자 초대한 친구가 물었습니다.

“김 기자님. 손석형 씨 사태에 대해 말인데요.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문재인 씨 경우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만약 김두관 도지사가 중도사퇴하고 대선 출마한다면 마찬가지고요. 그게 더한 경우가 되지 않을까요?”

음, 매우 민감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갑자기 자리가 무거워지는 분위기였는데요. 그렇군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참 곤란한 질문입니다. 문재인 씨는 주지하듯이 유력한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입니다. 김두관 지사도 마찬가집니다.

문재인 씨는 아직 야인이므로 그를 두고 미리 미래를 논하는 것이 적절한지 안한지에 대해선 판단이 서질 않습니다. 그러나 만약 국회의원에 출마해 당선된 후에 대선에 출마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선되자마자 의원직을 포기하는 경우라 좀 시끄러울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나 국정을 다룬다는 점에서 같은 직렬이란 점을 고려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물론 반대의 의견도 만만치가 않을 겁니다. 아마도 초대한 이의 질문도 그래서 나왔을 것입니다.

자, 그러면 김두관 지사의 경우는 어떨까요? 역시 문재인 씨와 마찬가지로 미묘한 문제이긴 합니다만, 이 경우는 보다 더 엄격한 잣대가 주어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비판이 더 거셀 거란 말입니다. 풀뿌리민주주의에 역행한다는 비난이 쇄도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즐거운 술자리에서 왜 이런 질문이 나왔을까요? 그야 뭐 물어볼 것도 없이 김훤주 기자가 손석형 후보와 통합진보당의 행태를 두고 ‘정신분열증’까지 들먹이며 비판을 가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궁금했겠죠. 그럼 이런 경우는 어떠냐 하고 말입니다.

여기에 대한 김훤주 기자의 대답을 정리하자면 (정확치는 않지만) 대충 이렇습니다.  

“문재인 씨가 국회의원에 출마하고 당선된 뒤에 대선에 다시 출마하는 것과 손석형 씨의 경우는 비교대상이 안됩니다. 손석형 씨는 4년 전에 똑같은 일을 한 한나라당 강기윤 후보를 비판하며 당선됐습니다. 그런데 그 짓을 자기가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둘을 비교할 수도 없고 생각해보지도 않았습니다.”

게다가 통합진보당은 손석형 씨와 똑같은 짓을 하고 있는(그러나 손 후보처럼 자기가 하는 일을 다른 사람이 했다고 비난한 전력이 없는) 다른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을 향해 비난을 퍼부으며 보궐선거비용을 물어내라고 하고 있다는 겁니다. 참 해괴한 일이긴 합니다. 하나의 당이 여기선 이 말하고 저기선 저 말하니 헷갈리기가 이루 말할 수 없겠습니다.

특별히 별다른 반박논리도 없습니다. 결국 이것뿐입니다. 내 손바닥 내가 뒤집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 손바닥은 원래 뒤집으라고 있는 것이다. 선거 때 한 내가 했던 말? 그걸 믿는 너희들이 한심한 거다. 정치하는 사람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그게 상식이냐?

그나저나 저로서는 참 난처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이명박이든 박근혜든 그들을 비판하는 우리지역 시민단체들을 보면 똑바로 안보일 텐데 이걸 어쩌죠? 시민단체들은 4년 전 한나라당 강기윤 도의원이 중도사퇴 했을 때는 일제히 거품을 물며 손배청구소송단 모집까지 나섰습니다.

그러나 똑같은 상황이 발생한 지금에 와서는 입도 뻥끗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똑같은 상황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강기윤 씨는 도의원이 중도사퇴하고 총선에 출마하는 것에 대해 비판한 적이 없으니 이를 비판하며 도의원이 된 손석형 씨와는 질에서 많은 차이가 납니다.

손석형 씨의 경우가 질이 더 나쁘다 이런 말이죠. 그런데도 시민단체들은 조용합니다. 오히려 손석형 씨와 함께 줄을 서서 야권대통합을 반드시 성사시켜야한다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상황이니……. 이명박과 환경단체들이 함께 줄을 서서 녹색과 생태를 외치는 거나 다름없어보인다고 하면 지나친 걸까요?

아무튼 김 기자가 한 주장들에 대해 이렇게 변명하는 분들(물론 통합진보당 분들입니다)이 계시더군요. 그때는 전략적으로 그런 말이 필요했던 거고,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아우, 그래도 저는 아직도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를 못하겠어요. 거참......

저는 앞으로 우리지역의 시민단체들이(마창진참여연대는 일단 빼야겠죠. 거기가 유일하게 손석형 씨 행태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무슨 말을 하면 일단 욕부터 나올 거 같습니다. 씨바, 니들이나 잘해, 이렇게 말입니다. 물론 속으로만 하겠지요. 내색할 수야 있겠습니까.

이렇든 저렇든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에서 정치로 성공하려면 말 바꾸기, 손바닥 뒤집기, 몰상식으로 무장하기 등을 잘해야 되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이른바 진보정당을 자처하는 정당도 그런 판이니……. 아 참, 앞에 이명박 잠깐 언급했었는데 그분 퇴임 후 꿈이 뭔지 아십니까?

환경운동이랍니다. 그 말 들을 땐 웃긴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하나도 웃기지 않습니다. 아니, 웃기지 않게 됐습니다. 여기서 이 말하고 저기서 저 말하는 자칭 진보정당이나 이명박이나 대체 뭐가 다른지 분간이 안 갑니다. 그래서 슬픕니다. ㅠㅠ

ps; 이 글의 제목은 본문 내용과 별로 관련이 없습니다. 그냥 아무렇게나 지은 제목입니다. 그러나 사실 영 아무렇게나 지은 것은 또 아닙니다. 경남도민일보에 어떤 분이 <욕망과 변절 사이>란 제목으로 묘하게 손석형 씨의 행태를 옹호하기에 제가 슬쩍 베꼈습니다. 좀 허접스럽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