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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예수님 이름으로 벌이는 삐라 살포행각

작년 1월 5일, 
오마이뉴스에 아래와 같은 기사가 났다.


            

"<조선> '공산당이 싫어요!'는 가필됐다"
김진규 전 기자협회장 주장... "반향 크자 데스크인 C기자가 떠벌리고 다녀"

▲ 이승복 어린이가 '우리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조선일보 1968년 12월 11일자 기사.
ⓒ 조선닷컴
38년전 침투한 북한 무장공비들에 의해 살해된 고 이승복 어린이의 죽음을 전한 <조선일보> 기사에서 "우리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쳤다는 부분은 데스크에 의해 가필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진규(74) 전 한국기자협회장(7대)은  은퇴 언론인 회보인 <대한언론> 2007년 1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이승복 사건이 기사화됐을 당시를 회상하면서 기사 작성에 관여한 <조선일보> 데스크의 언행을 언급했다. (이하 생략)

<이상 출처 :
"<조선> '공산당이 싫어요!'는 가필됐다" - 오마이뉴스>

이 기사는 당시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다. 초등학교 2학년짜리가 공산당을 어떻게 알았겠느냐는 반론도 제기됐다. 게다가 무장공비들의 총칼 앞에서 용감하게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라고 외치며 항거하다 죽음을 당했다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머리에 뿔 달린 공산당들이 날려보내는 삐라     


당시 많은 네티즌들도 9살짜리가 어떻게 공산당을 알았을 것이며 또 어떻게 서슬 퍼런 무장공비들 앞에서 죽음을 무릅쓴 저항을 할 수 있었겠는가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무장공비들이 이승복 어린이에게 사탕을 주자 이승복 어린이가 “나는 콩사탕이 싫어요!” 라고 한 것을 무장공비들이 잘못 알아듣고 죽였을 거라고 우스갯소리로 꼬집기도 했다.


거짓과 굴종과 왜곡으로 점철해온 조선일보의 역사를 보면 가필의 혐의를 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어린 시절 유신교육을 받으며 자랐던 나는 이 기사를 읽으며 조선일보의 가필 여부를 떠나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9살 어린아이가 무슨 애국심이나 저항의식 같은 것이 있었던 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독한 반공교육에 세뇌된 어린이의 입에서 얼마든지 나올 수도 있을 법한 말이란 생각도 들었다. 

나 역시 초등학생이 되면서부터 공산당이 뭔지 알고 있었다.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주입하는 반공교육은 어린 마음에도 불타는 적개심을 심어주었다. 공산당은 아주 흉악하며 머리에 뿔이 나 있다고 했다. 공산당을 발견하면 즉시 신고해야 한다고 했다.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받는다는 사실도 자세히 배웠다.

또 북한 공산집단은 수시로 자유대한에 <삐라>를 살포해 사회혼란을 부추긴다고 했다. 그리고 역시 삐라를 발견하면 즉시 가까운 경찰서나 학교로 신고해야한다고 단단히 교육받았다. 유난히 겁이 많았던 어린 시절, 삐라 교육을 받고 산골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가다
혹시나 내 앞에 삐라가 나타나면 어쩌나 하는 막연한 두려움에 떨면서도 그럴 때 행동수칙을 속으로 되뇌어 보곤 했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삐라를 북에 살포하는 반북단체들

삐라를 뿌리는 짓은 아주 나쁜 짓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신문에서 바로 그 삐라 기사를 보았다. 그런데 이번엔 어처구니없게도 북한공산집단이 아니라 남한에서 북한으로 삐라를 뿌린다는 기사였다.

10/28 조선일보


기사에 의하면 북한은 27일에 열린 군사실무책임자 접촉에서 남측의 삐라 살포 행위 중단을 거듭 요구하면서 전단 살포행위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엄청난 후과(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사는 또 북한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과 납북자가족모임(대표 최성용)이 강원도 고성군에서 대형 풍선에 삐라 4만여 장을 매달아 바람에 띄워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 삐라에는 아직 확인되지도 않은 김정일 건강이상설 등의 내용을 포함해서 북한의 체제에 위협이 될 한 내용들이 담겨있었다고 한다. 또 강화도에서는 북한민주화운동본부 회원들이 삐라를 날려 보내면서 평양에 잘 들어가기를 바란다며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고 아멘과 할렐루야를 외치는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비겁하게 후방으로 삐라를 날려 사회혼란을 꾀하는 짓거리는 머리에 뿔 달린 흉악한 북한공산집단만 하는 짓인 줄 알았더니 우리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오늘 비로소 알았다. 혹시 이들의 머리에도 뿔이 나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모르긴 몰라도 이들의 마음 한구석엔 틀림없이 날카로운 뿔이 흉측하게 돋아있을 게 분명하다. 

그나저나 이들은 자신들이 벌이는 삐라 살포 행각이 북한 주민들에게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는 부작용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해보기나 한 것인지 궁금하다. 정부에서도 이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하니 참 한심한 일이다. 도대체 대한민국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이다. 차라리 이 분들을 풍선에 실어 북으로 보내주었으면 좋겠다. 거기 가서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2008. 10. 28.  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