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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김정길 "세상에 가장 좋은 운동은 뭘까요?"

지난 24일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블로거합동인터뷰가 있었습니다. 100인닷컴과 경남블로그공동체가 주최한 행사였습니다. “김정길 장관? 도대체 어떤 사람이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도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분명 아주 젊은 사람입니다.

김 장관은 부산에서 두 번이나 국회의원에 당선된 인물입니다. 그러나 1990년 1월 22일 전격 단행된, 이른바 보수대연합이라 불리는 3당 합당을 폭거라 칭하면서 당시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를 따라가길 거부한 인물입니다. 이때 노무현 전 대통령도 김정길과 뜻을 함께 했습니다.

▲ 부산민주공원 내 민주기념관 옥상 마루에서 블로거합동인터뷰 중인 모습 @사진. 블로그 '크리스탈' 운영자 크리스탈


3당 합당에 대해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모르시는 젊은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민주화세력으로 분류되던 김영삼과 통일민주당이 5공 군사독재세력인 민정당과 3공 군사독재세력의 잔당으로 평가되는 김종필의 공화당, 이렇게 3당이 합당해 하나가 된 것입니다.

이때부터 김정길과 노무현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계파정치, 보스정치가 한국정치를 주름잡던 시대인 만큼, 3당 합당에 의해 탄생한 민자당, 오늘날의 한나라당이 야당성향이 강하던 부산과 경남을 집어삼킨 것입니다. 이후에 김정길은 부산에서만 내리 다섯 번을 떨어졌습니다.

김정길은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3당 합당에 반대해 끝까지 절개를 지키며 고군분투한 공을 인정받아 국민의 정부 초대 행자부 장관을 했고, 나중에는 정무수석비서관도 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역시 국민의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했지요.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친구의 의리로 김정길에게 여러 차례 원하는 자리가 있는지 물으며 기용할 뜻을 비쳤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그때마다 “내가 친구이자 평생 동지인 노 대통령이 재임할 동안은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어떤 자리도 맡지 않을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고 합니다.

그런 그도 나중에 대한체육회 회장과 한국올림픽위원회 위원장직을 역임했는데 그에 대해 “그건 선출직이어서 내가 나갔던 것”이라고 했지만, 과연 그런 것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확실한 것은 그의 말처럼 “철새처럼 한나라당에서 커서 민주당을 잡아먹은 손학규와는 분명 다른 인물”임은 분명했습니다.

제가 사실 김 전 장관에게 그 질문을 하고 싶었습니다만, 워낙 질문과 답변이 길어 정해진 시간인 두 시간 반을 훨씬 넘어 세 시간을 향해 달리고 있었으므로 하지 못했는데 이런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민주당 당원들의 당심은, 또 민심도 손학규가 1등일까요? 이상하잖습니까?”

사실 기억하시는 분은 하시겠지만 노무현 대통령도 손학규가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떨어져 민주당으로 들어와 대선 경선에 나서려하자 이렇게 말했다죠. “저 사람은 절대 안 된다!” 노무현은 너무나 생각과 행동이 분명해서 고건 전 총리에게도 “그 사람도 절대 안 돼!”라고 말해 섭섭하게 했었죠.

암튼^^ 이건 나중에 서면으로 다시 질문하면 본인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답변해주기로 했으니까 그때를 기다리기로 하고요. 오늘 주제로 돌아가겠습니다. 운동 중에 가장 좋은 운동이 뭘까? 이건 김정길 전 장관이 인터뷰 끝나고 블로거들과 밥 먹으면서 한 소리입니다.

원래 이야기는 사람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에 대한 김 장관의 지론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것, 두 번째가 운동을 많이 해야 된다는 것이었고, 세 번째가 소식한다는 것이었는데요. 두 번째, 운동 중에 제일 좋은 운동이 또 선거운동이라는 것입니다.

왜 그런가하니 첫째, 선거운동하면 많이 걸어야하니 자연스럽게 운동이 되니 이보다 더 좋은 운동이 없고, 둘째, 사람들을 만나면 찡그릴 수도 없고 마음에 있던 없던 웃어야 하므로 또 이보다 더 좋은 안면운동이 없다는 것이며, 셋째, 이때 악수를 하며 웃어야 하는데 악수가 또한 좋은 운동이라 가장 좋은 운동은 선거운동이다, 뭐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 "운동 중 가장 좋은 운동이 선거운동이에요." 자기 지론을 말하고 있는 김정길 전 행자부장관. 김장관 오른편은 블로그 '장복산' 운영자 이춘모, 왼편은 블로그 '김주완 김훤주의 지역에서 세상보기' 운영자 김주완 @사진. 블로그 '발칙한 생각' 운영자 구르다(이종은)

듣는 느낌으로는, 평생을 각종 선거에 출마해 떨어지는 것을 자신의 삶으로 삼아온 인생에 대한 한탄처럼 들리기도 했고, 이번에 큰 선거에 나가는데(대선출마 선언을 했습니다) 그에 대한 자기 다짐과 더불어 선거운동 열심히 해달라는 주위에 대한 부탁처럼 들리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김정길이 부산에서 내리 다섯 번을 떨어지며 고난의 행군을 한 것을 그의 탓이라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김영삼과 통일민주당 다수 국회의원들이 노태우정권이 만들어놓은 3당 합당이란 그늘에 투항했기 때문이고, 부산시민들이 몽땅 자신들을 한나라당에 바쳤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어떻든 고난의 역정을 걸어온 한 정치인이 자신을 향해 “선거운동이 운동 중에 제일 좋은 운동이야!” 하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그가 제시한 건강하게 사는 비결 첫 번째,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것과 결부된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긍정적으로, “그래, 선거운동 열심히 하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고 이보다 더 좋은 일이 또 어디 있을까!” 하면서 뛰어다닌다면 당락을 떠나 즐거운 선거운동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저는, 그래도 선거운동이 제일 좋은 운동이라는 데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습니다.

선거 한번 하고 나면 몸도 마음도 완전히 피폐해지고 만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김정길은 꽤 괜찮은 사람이었습니다.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도 블로거 자격으로 이날 인터뷰에 참여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그동안 대선에 출마한 유력인사들을 거의 다 인터뷰해봤는데, 노무현, 이회창, 문국현, 손학규, 정동영, 김근태…, 그런데 노무현 이후에 이렇게 필이 좋은 괜찮은 사람 처음 본다. 인지도가 너무 낮은 게 흠이지만, 사람은 아주 마음에 든다.”

어쨌거나 저는 지지자도 아닌 입장에서 뭐라 말씀드리긴 뭣합니다만, 김정길 전 장관님의 운동이 정말 좋은 운동이 되기를, 가장 좋았던 운동이 되기를 바라마지않습니다. 바라마지않습니다, 이렇게 표현하고 보니 이거 고 김대중 대통령이 유세 때 말 마무리에 주로 잘 쓰시던 표현이군요.

이로써 한 가지는 확실해졌습니다. 저는 선거운동은 제대로 못해봤지만, 선거구경은 열심히 했다고 말입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