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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신기생뎐, 성매매가 아니고 기생결혼? 역겨워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황당함이 도를 넘어도 보통 넘은 것이 아니다. 기생이 결혼을 한단다. 아, 기생은 결혼을 못하나? 할 수 있다. 해야지, 암. 그리고 기생도 버젓한 직업인 이상 결혼을 하고도 얼마든지 직장생활 할 수 있다. 남편이 이해한다는 전제 아래.

그런데 이건 정상적인 결혼이 아니다. 단골손님 중에 재력 있는 사람을 골라 소위 ‘머리를 올리는 것’이다. 머리를 올린다는 것은 한마디로 머리를 올려주는 남자와 언제든지 동침하겠다는 상호간의 의사표시를 확인하고 첫날밤을 치른다는 것이니, 머리도 아무나 올려줄 수 있는 것은 아닌 셈.

이게 아마도 듣기로는 조선시대 기생들 세계에서 있었던 모양인데, 이른바 기둥서방을 두는 것이다. 내가 알기로는 기둥서방이 있다고 하여 술집 기생이 기둥서방하고만 성관계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신기생뎐은 그렇다고 말하는 모양이지만, 천만에 만만에 말씀.

단지 머리를 올려준 기둥서방은 뒷돈을 대주면서 언제든지 성적 요구를 할 권리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일 뿐, 기생은 여전히 손님방에 들어가 술을 따르고 노래를 부르며 갖은 애교를 다 떨다가 종래엔 손님이 원하는 바에 따라 함께 잠까지 자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또 돈이 된다.

하기야 절개가 있고 지조가 곧은 기생도 없지 마란 법은 없다. 아마도 단사란이 그런 기생일지도 모른다. 사란이라면 마이준 사장 말고는 그 누구와도 동침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마이준과도 별로 동침하고 싶은 생각은 없을지도 모르나 그렇게 엄청난 경제적 후원을 받으면서 잠도 자주지 않는다는 건 계약위반.

마치 룸살롱에서 2차비를 미리 받은 접대부가 2차를 빼먹고 줄행랑을 치는 것과 같다. 그러니까 신기생뎐은 온갖 포장으로 기생 세계의 건전한 상식에 의한 결혼행위로 치부하고 있지만, 마이준이 단사란에게 집을 사주고 돈을 주고 하는 것은 미리 2차비를 주는 것과 똑같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 가당찮은 성매매 작업에 단사란의 양부와 계모도 끌어들인다는 점이다. 부용각의 대마담이나 마이준은 단사란의 부모가 친부모가 아니란 사실을 알 턱이 없다. 사란의 부모에게 “나 당신 딸을 돈 주고 사서 두고두고 성관계를 가질 요량이요!” 하고 통지하는 이 엉터리 같은….

기생들, 외화벌이에도 공 많이 세우고 있어요. 2차에다 머리까지 올리면 외화 팍팍 들어온답니당~

실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 아니 부용각의 마담들이나 마이준이야 원래 그렇고 그런 썩어빠진 부류의 인간 말종들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또 단사란의 계모가 쾌재를 부르며 좋아 날뛰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단철수가 마이준을 만나러 가기위해 넥타이를 매고 있는 모습은 또 뭔가(ps; 지금-8일 일밤 10시- 보고 있는 중인데, 상견례에서 고급 술 선물 받고 입이 헤벌래 해진 단철수, "우와, 비싼 술이네!" 이거 아버지란 것이 완전 미친 놈이다). 

신기생뎐으로 인해 대한민국 화류계에도 새로운 전통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물론 싸구려 술집들이야 생각도 못할 일이고 어디까지나 고급술집들에 해당되는 이야기겠지만. 이 드라마를 보는 대한민국 10% 안에 든다고 자부하는 인간들, 정말 기분 좋겠다. 까짓 아파트 한 채쯤 사주고 맘대로 성노리개감으로 쓸 여자 하나 있다면 얼마나 좋아.

그런데 또 참기 어려운 황당함 하나. 몸 판다는 사실을 온 동네방네 소문 다 낸다는 것. 단사란의 친구 금라라도 알게 됐고(라라가 알게 됐으니 주변 친구들이 알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단공주와 손자, 아다모의 어머니(나중에 시어머니가 될 여자다), 한순덕(사란의 생모다)도 알게 됐다.

뭔 자랑이라고 이렇게 떠벌리는지. “제발 몸 팔지 말라”고 울며 사정하는(뭐 머리 올리지 말라고 하는 거나 몸 팔지 마라는 거나 내가 보기엔 같은 말이다) 아다모, 단공주, 금라라가 나는 너무 웃긴다. 아니 기생이 직업정신을 발휘해 머리를 올리고 바야흐로 전문직업인의 길로 가겠다는데 웬 난리들? 헉, 이거 내가 왜 이러지?

아, 이제 우리 사란이 머리까지 올리면 목돈 팍팍 들어오겠네... 오, 이게 꿈이냐, 생시냐!

신기생뎐 자꾸 보다가 나도 정신이 혼미해져가고 있는 듯. 보던 드라마 중간에 끊기가 드라마광들에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직접 물어보면 알 일이고… 암튼^^ 신기생뎐 쓴 임성한 작가, 문은아와 더불어 막장계의 쌍벽이라더니, 이번엔 제대로 실감나네.

그래도 아니라고 변호하던 나도 이번엔 정말 할 말이 없다. 그나저나 김보연이 젤 불쌍하다. 기생집 마담 주제에 뭔 대단한 전통문화라도 지키는 지사인양 폼 재는 그녀가 너무 역겨워 토 나올 지경인데, 그녀는 오늘도 아름다운 기생문화를 지키며 외화벌이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고 자랑질이니…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