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예

마이더스, 김도현 해외파견은 악마 만들기 수업

김도현이 돌아왔다. 머리를 짧게 깎아 이상하게 들어올리고(쟤가 미국 갔다 오더니 히피 물 먹었나? 했다. 하긴 나는 히피를 본 적도 없다) 빨간 가다마이(일본말이라 미안하지만 이 표현이 딱 적당할 것 같다) 입고 나타난 모습은 경악 그 자체였다.

“아니, 쟤 정말 어떻게 된 거 아냐?”

그는 정말 어떻게 된 것이었다. 김도현은 악마가 돼 돌아왔다. 유인혜가 자기의 확실한 파트너로 삼기 위해 보낸 1년간의 해외연수는 일종의 악마를 만들기 위한 수업이었던 것이다. 유인혜는 김도현이 월가를 비롯한 세계 도처의 금융시장을 돌아보며 경험을 익히고 축적해 마이더스가 되어 돌아오기를 바랐을 테고, 김도현은 그 기대에 충분히 부응한 듯하다.

김도현은 마이더스가 됐다. 하지만 마이더스는 악마였다. 마이더스는 그의 손이 닿는 모든 것을 황금으로 만들어버린다. 음식을 먹기 위해 내미는 손도 마찬가지. 마이더스는 황금을 만들지만, 정작 그는 배고픔에 굶주려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유인혜는 탁월한 선택을 한 것일까? 김도현을 마이더스로 만들고 자신은 그가 만든 황금을 향유하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김도현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자금난에 봉착한 한 기업을 M&A 하기 위해 유인혜가 만들어놓은 협상장으로 향한다. 론아시아와 선봉정밀의 협상대표단이 마주한 협상테이블. 협상을 시작하자는 선봉정밀 대표의 말에도 유인혜는 “잠깐 기다리세요”라고만 한다. 그녀가 기다리는 것은 마이더스, 김도현이다.

김도현이 도착하자 곧 협상은 시작되고, 김도현은 동물적 직감으로 선봉정밀 대표의 흠집을 들추어낸다. 사실 이 부분은 좀 난센스였다. 선봉정밀뿐 아니라 대한민국, 아니 자본주의사회의 모든 기업들이 주가를 조작하고 이중장부를 만들고 세금을 탈루하고, 다 그렇게 한다는 것이 센스라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멍청한 선봉정밀 대표단은 김도현이 부린 잔꾀에 넘어가고 말았다. 자, 그럼 김도현의 다음 미션은? 하청업체를 정리하는 것이다. 론아시아의 베테랑들이 모두들 걱정하지만, 김도현의 답은 간단하다.

“그거? 걱정할 필요 하나 없어요. 하청을 모두 중국으로 돌릴 거예요. 그러면 간단하죠. 거긴 인건비도 싸고, 재무구조가 개선될 거고, 그만큼 우린 비싼 값에 선봉정밀을 다시 팔아먹을 수 있는 거죠.”

“그렇지만 수많은 하청업체 사람들은….”

“왜 우리가 그것까지 걱정해야 하죠? 우린 그냥 자본의 논리만 따르면 되는 거예요.”

김도현의 너무나 명쾌한 결정에 흐뭇한 표정으로 미소 짓고 있는 유인혜.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거다. “음, 내 판단이 정확했어. 저 친구는 확실히 마이더스가 되어 돌아왔어. 피도 눈물도 없는 마이더스. 오로지 황금을 만들기에만 매진할 뿐이지. 그리고 그 마이더스는 바로 내 거야.”

마이더스가 된 김도현에게 그러나 아직 일말의 양심은 남아있었던 것일까. 선봉정밀 공장에 하청업체 사장들이 모여 데모을 벌이자 그곳에 나타나 해산을 종용하던 김도현, 옛 애인의 아버지를 보고서는 움찔한다. 이렇게 당혹스런 일이. 그는 실로 난감했을 것이다. 옛 애인의 아버지가 말한다.

“도현이, 이게 자네가 맞나? 자네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지 않나. 론아시아가 이런 결정을 했더라도 자네가 막았어야지.”

매우 곤혹스런 표정으로 흔들리는 김도현, 악마가 된 그에게도 인정은 남아있다. 그렇다. 악마들이라고 인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악마일수록 가족에 대한 정은 더 절절하다고 한다. 마치 조폭들이 자기 아내나 자식들에게 갖는 애정과 같은 거다. 영화 <대부>의 돈 끌레오네처럼. 그들은 적에게 사정없이 총질을 해대면서도 사랑하는 딸에겐 너무나 자상한 아빠다.

하지만, 다시 정신을 차린 김도현은 악마의 미션으로 “투입해!” 하고 명령을 내린다. 김도현의 부하직원의 손짓에 따라 승합차들이 쏜살같이 달려오고 번개처럼 뛰어내린 조폭 같은 덩치들이 몽둥이를 들고 데모대를 향해 진격. 다음 상황은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그런 상황으로 종결.

옛 애인의 아버지도 피투성이가 됐다. 그때 마침 옛 애인 정연이 현장에 나타난다.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 이제 바야흐로 복수의 서막인가? 유인혜-김도현 vs 유성준-최국환 vs 유명준-이정연? 아직은 모르겠다. 야구방망이나 들고 설쳐대는 SK가 재벌2세라는 최철원 비슷한 유성준이 이 대결구도에 과연 끼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아무튼 좀 복잡하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들이 모두 악마이거나 악마와 손을 잡았거나 악마의 하수인이란 사실이다. 그들에게 보이는 것은 오직 하나뿐이다. 이윤. 돈. 황금. 이것을 위해선 그 어떤 희생도 불가피하며 당연한 것이다.

수많은 하청업체가 도산하고, 노동자들이 실직하고, 그리하여 가정이 파괴되고, 자살하고, 그런 것은 이들이 관심을 둘 대상이 아니다. 김도현의 말이 바로 그것이다.

“왜 우리가 그런 걱정까지 해야 하죠? 우린 그저 충실히 자본의 논리만 따르면 되는 겁니다. 자본의 논리는 피도 눈물도 없는 겁니다.”

ps; 악덕 기업사냥꾼 론아시아를 보니 쌍용자동차 생각이 난다. 불과 1년 반 사이에 열다섯 명의 아까운 생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니. 중국의 상하이자동차도 일종의 기업사냥꾼인 셈이다. 피만 싹 빨아먹고 도망가 버렸다…. 아, 그러고 보니 론스타도 있었다.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