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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아테나, 시청율 추락 이유? 멍청한 첩보원들

아테나. 이 드라마의 제대로 된 제목은 <아테나 : 전쟁의 여신>이다. 아이리스의 속편 성격을 지닌 드라마다. 그래서 가끔 아이리스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나는 이대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떻게 한 나라가, 그것도 한 대통령 대에 두개의 국제적 마피아 조직으로부터 유린을 당한다는 말인지.

아무튼 그거야 이 드라마를 만든 태원 엔터테인먼트가 소위 패밀리 룩을 실현하기 위해 그랬다 치고 이해하기로 하자. 그건 그렇고, 이 드라마의 제목은 아테나, 부제처럼 전쟁의 여신이며 동시에 지혜의 여신이요 고대 그리스의 맹주 아테네의 수호신이고 파르테논 신전의 주인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테나 여신은 신들의 제왕 제우스에 버금가는 신이라 할 수 있다. 그녀는 탄생부터가 매우 신비하다. 메티아가 자신과 같은 운명을 타고 난 아이를 낳을 것이라는 신탁을 들은 제우스는 그녀를 꿀꺽 삼켜버렸는데, 머리가 쪼개질 듯이 아파 헤파이스토스로 하여금 도끼로 머리를 쪼개도록 했다.



그러자 큰 소리를 지르며 성숙한 여신이 튀어나왔는데 그녀가 바로 아테나다. 제우스로서는 올림포스의 왕좌를 위협할 아들이 아니었으므로 안심했고 자식들 중에서도 아테나를 누구보다 총애하게 되었다. 그러니 아테나는 지혜의 여신이며 전쟁의 여신인 동시에 막강한 권력의 화신인 것이다.

로마신화에서는 미네르바라 불리는 이 아테나를 조직의 이름으로 정했을 때는 아마도 대단한 자부심이 있었을 것이다. 초반에 아테나의 핵심 조직원인 DIS 지부장이 보여준 활약상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정우성(이정우)은 몰라도 차승원(손혁)은 실로 똘똘해보였다.

그런데 오늘 보니, 웬걸? 차승원도 완전 허새비였다. 글쎄 그러고 보니 차승원도 별로 한 게 없다. 워낙 우리의 레전드급 첩보원 정우성이 멍청한 짓은 혼자서 독으로 다했으므로 그의 역할이 멋져 보였던 것일까? 초반에 추성훈을 때려눕히던 괴력과 대한민국 정보부를 뒤집던 카리스마는 다 어디로 갔는지.

멍청하긴 차승원도 마찬가지네...

헛웃음만 나온다. 그런데 말이다. 참으로 이해 못할 장면이 하나 있다. 정우성이 얼마나 멍청한지에 대해선 <☞레전드급 첩보원이 너무 멍청해>에서 이미 밝혔으니 여기선 생략하기로 한다. 오늘은 차승원 이야기다. 차승원은 아테나의 핵심 간부이며 미 DIS 동아시아 지부장이다. 말하자면 CIA 지부장인 셈. 

그런 그가 SNC(신형원자로 핵심부품)을 탈취하자마자 부하들에게 철수를 명령하고는 수애(윤혜인)에게 "우리는 떠난다. 너는 NTS로 돌아가" 하고 명령한다. "돌아갈 수 있을까요?" 하고 수애가 걱정스런 눈빛을 보이자 그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철수 준비를 하던 아테나 조직원 두 명을 향해 권총을 발사 죽여 버린다. 

그리곤 말한다. "이쯤하면 NTS로 복귀하는 데는 문제 없을 거야." 나는 그때 생각했다. '아, 수애가 아테나 조직원을 사살하고 탈출한 것처럼 꾸며 NTS로 복귀하라는 말이로구나. 그렇지만 그 정도로 NTS가 믿어줄까? 알리바이치고는 너무 허약하지 않나?'

그런데 그러더니 돌연 그들이 은신처로 사용하던 창고 곳곳에 시한폭탄을 장치하기 시작한다. '어? 저러면 안 될 텐데? 모든 것이 폭발해서 없어지고 나면 수애의 알리바이도 역시 없어지잖아. 왜 저러는 거지?' 그리고 그 다음 동작. '아니, 수애는 왜 또 데리고 가는 거야?' 차승원, 건망증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닌지.  

이때 창고 안으로 뛰어 들어온 우리의 레전드 멍청이 정우성, 수애를 애타게 부른다. 아, 정말이지 정우성 너무 불쌍하다. 수애를 향한 그의 간절한 사랑이 너무 안타까워 불쌍한 게 아니다. 그토록 허우대가 멀쩡하고 잘난 정우성이 왜 이다지도 멍청한 연기를 해야만 하는지 그게 불쌍하다는 거다.

레전드급 첩보원의 절절한 사랑, 
정말 눈문나네...        

내가 정우성의 사랑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는 이미 앞서 포스트에서 말한 바가 있다. 도대체 정우성은 희대의 바람둥이인 것일까? 애인 아버지의 강압에 어쩔 수 없이 사랑을 포기해야만 했고, 그 사랑이 바로 옆에, 이지아(한재희)가 NTS 내 같은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데도 다른 여자를 향한 절절한 사랑을 뽐내는 그 정신상태는?

카사노바나 돈 주앙도 그리 하지는 못하리라는 것이 나의 인간에 대한 판단(아니면 편견이든지)이다. 어쨌거나 수애도 정우성의 애절한 부름에 감동 먹었나보다. 다시 창고로 뛰어 들어가는 수애. 정우성을 이끌고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늘 그렇듯이 창고 문을 뛰쳐나오자마자 굉음과 더불어 거대한 화염. 

철수하는 배 위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차승원. '네가 감히 나를 배신하다니' 하는 표정이다. 아마도 정우성에게 기울어가는 수애의 마음을 읽었나보다. 그런데 뭐야 이거. 조금 전까지 그러지 않았나? "너는 NTS로 복귀해. 알리바이?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그러곤 자기 부하 두 명을 눈도 깜짝 않고 즉사시켰다. 

그리고 나선 이게 뭐야. 애써 아무 죄 없는 부하 두 명을 죽여 만든 알리바이를 시한폭탄을 수도 없이 달아 산산조각 내버리더니만 NTS로 복귀하는 게 아니라 자기를 따라오라는 것이었어? 물론, 우리는 이쪽으로 갈 테니 넌 저쪽으로 일단 도망쳐, 이랬을 수도 있다. 그랬을 법도 하다. 하지만 그건 더 웃기는 알리바이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뭐라고? 졸병 주제에 감히 고참이 반합에 똥을 누는 이유를 어찌 알겠냐고? 그래 맞다, 그건 맞는 말이다. 졸병이 고참의 그 심오한 의중을 어찌 알리오. 그런데 말이다. 이해할 수 없는 고참의 설사는 또 있다.

차승원은 그토록 중요한 SNC를 천신만고 끝에 확보하고선 어째서 그처럼 가볍게 처리했을까? 내가 아테나의 팀장이었다면, 부하가 탈취해온 SNC를 즉시 인수해 직접 가지고  철수하겠다. 이건 첩보원이 아니더라도 기본 상식이다. 요컨대 도둑놈들도 이런 식으로 사업 안 한다.


......... △ 보아에다 추성훈까지 동원했지만, 스토리와 긴장감이 없는 첩보물은 실패다.


쫓기는 놈은 반드시 쫓는 놈이 있는 법. 물건을 제3의 인물에게 넘기고 계속 도주함으로써 추격자의 눈으로부터 타킷을 이격시켜야 한다는 것은 좀도둑도 다 아는 기본 전술. 결국 SNC는 끝까지 추적한 정우성에 의해 빼앗기고 만다. 허허, 이것 참. 아무리 레전드 멍청이래도 방금 제 손에서 물건을 받아들고 튄 놈인 데야. 

또 있다. 김명국 박사는 또 왜 죽였을까? 지난주까지만 해도 김명국 박사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처럼 굴지 않았던가. 그럼 김명국 박사는 뭣 땜에 납치했는가 말이다. 신형원자로 개발 저지가 목적이었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그냥 암살했으면 그만이다.

실컷 어렵사리 잡아다 놓고 죽이는 건 또 무슨 심보인가. 대한민국 비밀안보회의도 마찬가지. 아니, 김명국 박사가 없으면 안 된다고 할 땐 언제고 이젠 SNC만 있으면 김명국 박사가 없어도 신형원자로 완성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단다. 아, 두통이야. 도대체 뭐야, 작가는 지난주에 자기가 쓴 대본 기억이나 하고 있는 걸까?

전쟁과 문명을 관장하는 여신, 무엇보다 지혜의 여신인 아테나가 혹시나 망각의 강 레테의 물이라도 퍼마신 건 아닌지…. 어쨌거나 시청자들도 바보가 아니다. 첫회 26%의 폭발적인 시청률이 15%대로 곤두박질쳤다. 이토록 멍청한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을 생각을 했던 것 자체가 멍청한 일이다.

그나저나 한번 보기 시작한 프로는 애써 끊지 못하고 끝까지 봐야 하는 나도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