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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김탁구와 구마준의 3차경합 장소는 거성식품

모두들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지만, 팔봉선생의 인정서를 받기 위한 경합은 모두 3차였습니다. 그중 2차는 마쳤지만 3차는 아직 치르지 못했습니다. 2차 경합이가 끝나고 마준이 팔봉제빵점에 불을 지른 다음 발효일지를 훔쳐 도주했기 때문이지요.

아시는 대로 3차 경합을 통과하면 팔봉선생의 인정서가 수여됩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팔봉선생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자, 그럼 팔봉선생의 경합은 중도에 무산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보셨다시피 팔봉선생은 죽기 전에 탁구와 마준에게 경합의 과제를 주었습니다.

저는 좀 의아했습니다. 탁구가 경합의 과제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2차 경합에서 탈락한(1차에서도 사실은 탈락했지만, 특별히 선처해서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한 거였죠) 마준에게도 경합 과제를 주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 팔봉선생의 3차경합 과제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이다.


물론 마준에게 편지로 말한 것이 경합의 과제를 준 것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팔봉선생은 두 사람 모두에게 3차 과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을 만들기를 주문한 것만은 확실합니다. 탁구에게는 1, 2차와 마찬가지로 과제문이 적힌 족자가 주어졌으니 더욱 확실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3차 경합은 대체 어디에서 치루어지는 것일까? 그런데 보아하니 그 장소가 실로 아이러니합니다. 3차 경합이 치루어지는 곳은 다름 아닌 거성식품이었습니다. 팔봉선생은 마치 이렇게 될 것이라는 걸 예견이라도 했다는 듯이 '가장 행복한 빵'을 과제로 내놓았습니다.

구일중의 위임장을 들고 거성식품 대표가 된 김탁구. 그런 김탁구를 마뜩찮게 생각하는 이사들은 김탁구에게 하나의 숙제를 줍니다. 곧 문을 닫기로 예정돼 있는 청산공장에 내려가 신제품을 만들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대표로 인정하겠다고. 동시에 마준은 제품개발실장으로 임명합니다. 경합이 시작된 것입니다.  

▲ 이사회는 김탁구에게 청산공장에 내려가 신제품을 만들어 보이라고 요구한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마준은 제품개발실장이 됐다.


두 사람, 즉 탁구와 마준이 과제를 풀기 위해 움직이는 것도 팔봉제빵점의 제빵실에서 하던 것과 비슷합니다. 마준은 늘 그렇듯 고급 옷을 입고 정장을 한 부하직원들과 고급 사무실의 고급 소파에 앉아 회의를 합니다. 그는 마치 경영이란 이런 거야 하고 탁구에게 뽐내는 듯이 굽니다. 

그럼 탁구는? 탁구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탁구는 고민입니다. 도대체 경영의 경자도 모릅니다. 사무실 탁자 위에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까막눈입니다. 그때 귓가에 양미순이 외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탁구야, 너는 너답게 해. 그러면 되는 거야. 김탁구답게!"

탁구는 깨닫습니다. "그래, 김탁구답게. 나답게 하는 거야." 모든 서류를 내팽개친 김탁구는 비서들에게 일러 그동안 거성이 만든 모든 빵을 가져오게 합니다. 탁구는 빵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거성식품이 별 겁니까? 그냥 빵장사일 뿐이죠.

사실 탁구가 약간의 경영지식은 필수이겠습니다만, 도사가 될 필요는 하등 없습니다. 그에겐 훌륭한 비서팀이 있으니까요. 믿을 만한 확실한 사람 몇 명이면 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대신 탁구가 할 일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말을 듣고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해 줄 빵을 잘 만드는 것입니다. 

▲ 계략으로 쓰러진 척하는 구일중. 결국 구일중의 식물인간 계획은 탁구와 마준의 3차경합을 만든다.


결국 3차 경합에서도 탁구가 이길 것은 자명합니다. 마준이 하는 경영은 똑똑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그런 것만으로 경영을 할 수 있다면 유수한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MBA 코스를 밟은 사람을 데려오면 됩니다. 그러나 그런 것으로는 이제부터 탁구가 보여주려는 감동을 줄 수는 없습니다.

팔봉선생이 던진 3차 경합 과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 그 승패를 거성식품에서 다투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이미 승자와 패자는 정해져 있습니다. 마준은 인간을 행복하게 해줄 마음이 없습니다. 그는 결코 '가장 행복한 빵'을 만들지 못합니다. 더불어 거성식품을 행복하게 할 수도 없습니다.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을 만들기 위해 내려간 청산공장에서 탁구는 회사 경비가 된 유경의 아버지를 만난다.

그러나 탁구 주변의 거성식품 식구들은 벌써 행복한 냄새를 맡고 있습니다. 굳은 얼굴로 거성식품 대표가 된 김탁구를 따라다니는 차비서의 얼굴에도 행복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거성식품 식구들이 행복해져야 만인을 행복하게 만들 빵을 만들 수 있겠지요.

그나저나 제빵왕 김탁구, 이제 막판으로 가고 있습니다. 서인숙과 한승재, 구마준은 어떻게 될까요? 다른 게 아니고 그들이 저지른 형사적 범죄에 관해 드리는 말씀입니다. 살인, 방화, 살인미수, 미성년자 유괴, 납치, 강간, 폭력, 절도, 기술(회사기밀)유출 등 갖가지 범죄를 저지른 그들이죠.

그냥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들은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그렇게 해피엔딩? 그건 좀 그렇겠군요. 정의사회구현이란 측면에서…, 헉,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린데요? 아무튼, 그냥 지나치기엔 주먹이 운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정의의 주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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